■ 경제보고서 ■
◎중동 경제 리스크 현실화되나
중계사
2008. 11. 26. 22:34
LG경제연구소 '중동 경제 리스크 현실화되나'
중동 경제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으나 유가 급락과 신용경색 심화 등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신흥 경제권에서 투자기회를 찾고 있는 중동 국부펀드의 유치에 주력하면서 리스크 대응력을 높인다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는 그동안 막대한 오일머니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중동 경제마저 그냥 비껴가지는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지난 7월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한 유가 하락세와 더불어 9월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중동 경제도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본고에서는 세계 경제 위기 상황의 도래가 중동 경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의 분석과 평가를 통해 위기의 현실화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또 그 가운데 우리 경제와 기업의 위기 대응과 기회도 살펴보도록 한다.
유가 급락으로 성장에 장애 발생
불과 서너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동 경제에 지금과 같은 급속한 위기의 징후들이 나타나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제유가(이하 두바이유 기준)가 올 7월초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0.7달러까지 급등함에 따라 전 세계 원유의 29.1%(올 9월 기준)를 공급하는 이 지역 원유 수출액이 이미 올 상반기에만 작년 전체 실적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가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걸프지역 경제는 오일머니 유입에 따른 과잉 유동성, 소비과열과 투자 팽창, 주식시장 단기급등 등 소위 자원의 축복에서 오는 고민들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잠시,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동 경제 활황 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러 악재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악재는 유가 폭락이다. 세계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원유 수요는 지난 2, 3분기 연속으로 약 1% 가량 감소했다. 걸프 산유국들의 경우 지난달 25일 OPEC 긴급 총회를 통해 유가를 배럴당 70~90달러 수준으로 안정화시키기 위해 이번 달부터 하루 150만 배럴의 생산량 감축을 결의하고 국별 감산량을 할당했다. 하지만 감산에 따른 원유수출액 축소에 대한 우려로 어느 나라도 선뜻 실제 감산을 실행키가 어려운 미묘한 상황이다. 더욱이 11월 중순 들어 급기야 유가가 2004년 중반 수준인 40달러 중후반대로 떨어진 데다가 내년에도 석유수요의 추가 감소가 예상돼 가격 하락과 물량 축소가 겹치는 악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그림 1>과 <그림 2> 참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기구(이하 GCC) 6개 산유국의 경우 하루 생산되는 약 1,500만 배럴의 전체 원유 중 89%를 수출하고 있다. 이 지역 경제에서 원유 수출액은 전체 회원국 재정수입의 85%와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를 볼 때 현재와 같은 유가 급락 추세는 한마디로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IMF와 메릴린치 등은 GCC 산유국의 유가손익 분기치를 30~40달러로 추정하면서 유가하락이 아직 위험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러한 분석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생산 한계비용이 배럴당 10달러 내외로 상대적으로 낮아 현 유가 수준에서도 채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근거한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경우도 질 좋고 채굴이 용이한 유정이 점점 감소하고 있어 신규 유전개발을 위한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생산원가가 점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OPEC 전체적으로는 배럴당 60달러가 신규유전 개발의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계치로 판단되고 있다.
이러한 요건들을 고려해 LG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유가 변동 시나리오에 따른 GCC 산유국들의 내년도 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비중을 전망해 봤다. 국별 편차는 있으나 유가를 40달러로 가정할 때 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은 올해 전망치 보다 적게는 1/4수준에서 많게는 1/10수준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유가가 80달러인 경우에도 1/2 ~ 2/3수준의 흑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표 1> 참조).
따라서 국제유가 하락은 산유국들의 내년도 재정운영 계획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 유가 급등에 따라 GCC 산유국의 재정흑자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30%~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전문기관에서 추정하는 내년도 두바이유 평균 유가는 60~80달러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국은 재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사우디, UAE, 쿠웨이트 등은 내년도 예산을 기준유가 80~100달러로 가정해 편성해 놓은 상태여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채도 문제다. 메릴린치는 GCC 산유국들이 내년에 갚아야 할 만기 도래 단기외채 규모를 약 1,000억 달러로 평가했다. 또 국제신용평가 기관인 피치(Fitch)사는 UAE의 총 외채가 1,700억 달러라고 발표하면서 투자자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두바이의 경우 비은행(Non-Bank) 외채 규모가 지난 9월 현재 약 700억 달러로 두바이의 국내총생산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6개 회원국의 총 외환보유액은 작년보다 25%가량 증가한 2조 2천억 달러에 달해 급격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다른 신흥 개도국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 경색 본격 심화
유가 급락과 더불어 중동 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역시 금융시장 위기다.
● 주식시장 급락세
우선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던 GCC 산유국 주식시장의 주가지수는 지난 9월 이후 폭락하고 있다. 오일머니 유입과 내수시장 활황에 힘입어 작년 60% 이상 급등했던 주가는 지난 9월 이후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인해 평균 40% 이상 떨어져 현재는 2006년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다(<그림 3> 참조).
또 각국 주식시장 마다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규모가 전체 투자자금의 약 20~30% 정도로 추정 집계되고 있다. UAE만 해도 지난 몇 달간 540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고 은행간 자금거래도 급격히 축소된 상태다.
● 국부펀드 투자손실 크게 확대
그 동안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축적한 산유국들은 정부 소유의 투자기금, 소위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설립하고 활발한 해외투자를 해 왔다. IMF와 모건 스탠리 등 전문기관들이 추정하는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 볼 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 전 세계 국부펀드의 투자손실 규모는 전체의 약 25% 수준인 8천 2백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그 중 중동계 국부펀드의 손실이 과반을 넘는 약 4천 5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약 3조 3천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전 세계 국부펀드 중 55% 가량을 차지하는 중동 국부펀드의 경우 일부 직접투자를 제외하면 지금까지는 미국계 투자은행 등을 통한 간접투자 방식의 자금 운용을 해 왔다. 투자 대상 상품 포트폴리오에 있어서도 종전에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국채 등 주로 선진국 안정자산에 과반 이상의 비중을 투자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불어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채권, 주식, 파생상품간 비율을 약 25, 45, 30 정도로 변경한 고수익-고위험 투자 포트폴리오 포지션을 취했다. 또 부동산 인수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 왔다. 그러다가 급기야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일례로 쿠웨이트투자청(KIA)은 올해 초 시티은행과 메릴린치에 각각 30억 달러와 20억 달러씩을 투자했으나 10월 말 현재 주가가 58%와 74%씩 하락해 총 3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도 작년말 시티그룹에 75억 달러를 투자해 40억 달러 가까운 손해를 봤다. 지금까지 산유국 국부펀드가 선진국 기업의 인수합병 등에 투자한 금액은 350억 달러 정도이며 투자손실은 과반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 급격한 신용경색으로 돈줄 막혀
위기의 또 다른 측면은 자금시장내 급속한 신용경색 현상이다. 신용경색 확산은 은행간 금리를 가파르게 상승시켜 주요 산유국의 신용부도스왑(CDS) 가산금리를 불과 두 달여 만에 100~250bp까지 상승시켰다.
또 쿠웨이트 내 순위 2위의 걸프은행은 파생상품 거래로 큰 손실을 입자 주식거래가 중단되고 구제금융이 투입되기도 했다. 사우디도 신용경색으로 인해 저소득계층의 대출이 어려워지자 230억 달러의 유동성을 급히 공급했으며 추가로 은행에 대한 400억 달러의 유동성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UAE도 330억 달러의 유동성 공급과 자국 은행들에 대한 3년 동안의 예금 지급보장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도 신용경색을 막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투자되었던 외국인 자금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급속히 빠져 나갔고 그 규모는 최근 3년간 이 지역에 투자된 외국인 직간접 투자액 1,590억 달러 중 30%에 이르는 5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현지은행 부실에 따른 대량 예금인출 사태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UAE의 경우 올해 초 BIS 자기자본비율이 14.5%로 높은 편이어서 여신건전성은 양호하나 예금-대출 비율이 올해 초 101%에서 지난 9월 109%를 초과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시장으로부터의 완전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신용경색 위기의 진원지는 부동산 시장
이 같은 중동 자금시장 신용경색 현상은 외화 차입에 기반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비롯되었다. 주택가격 버블 붕괴와 가계대출 부실화, 해외 투자자본 이탈은 건설부문의 돈줄을 막음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현재와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다시 금융회사 부실로 연결돼 자칫 신용경색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현재 걸프지역 부동산 시장은 평균 10% 가까운 고물가로 인한 건설비용 부담 증가로 각종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심지어는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축적된 오일머니 잉여자금이 충분한 탓에 프로젝트 자금지원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GCC 지역에서만 올해 진행 또는 계획된 프로젝트 규모가 2조 달러 이상의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사모펀드(PEF)나 민관합작투자(PPI) 형태로 참여했던 선진국 금융기관 자금의 70% 가까운 금액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유가 하락 추세와 세계 경기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두바이와 사우디 등은 내년까지 각각 1,600억 달러와 2,0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건자재 등 건설비용 부담 증가와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올해와 내년도에 착수하기로 예정된 GCC 전체 프로젝트 중 지난 9월까지 중단 또는 취소된 프로젝트만 약 150여 건, 5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에 이른다. 이는 전체 프로젝트의 5~10%에 불과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가속화 될 우려도 있다.
실제 세계 최대규모의 석유회사인 사우디의 아람코(Aramco)는 최근 상류부문 유전개발 프로젝트인 마니파(Manifa)와 샤이바(Shaybah) 석유개발 사업,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사와의 하류부문 정유사업 등의 추진을 유보하였다. 또 두바이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률이 연초 42%에서 지난 6월 말 16%대로 하락함에 따라 가장 높은 프로젝트 중단율을 기록 중이다.
우리 수출과 건설플랜트 시장 손실 불가피
지난달까지의 우리나라 대 중동 수출은 약 20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8.2%나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3%에서 5.9%로 늘었다. 건설플랜트 시장도 올해 최초로 260억 달러를 넘어 전체 해외 수주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활황이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유가급락과 신용경색 등 금융위기에 더해 부동산 경기 하락, 주식시장 급락 등이 맞물리면서 이 지역 소비 및 투자심리와 건설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또 높은 가계 담보대출 비율과 고물가에 의한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여력 약화는 불가피하게 실물경기 둔화와 자산가치 조정을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금융위기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대 중동 상품 및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비의 경우 주요 수출 품목인 전기전자 및 통신/IT기기, 석유제품, 자동차 등의 소비재와 정밀기계류 및 조선부품, 철강 등 자본재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유가 급락과 값싼 중동산 제품의 공급과잉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폭락해 우리나라 생산업체의 수익에 큰 타격을 미치고 있다. 이에 석유화학업계는 중동과 중국의 범용제품 물량공세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차별화를 통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편 이 지역 가계의 부동산 담보대출 부담 증가, 인플레이션 지속 등으로 인해 가계의 소비심리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6월 말 GCC 산유국 평균 소비자 기대지수가 142.7에서 9월 말 109.4로 떨어진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각국 기업의 투자 또한 감소하고 있다. 중동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 3년 동안 약 600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월평균 증가율 17%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9월 이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플랜트 시장의 경우 주요 자금조달 방식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신용경색으로 인해 급속히 축소됨에 따라 우리 업계의 내년도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걸프지역내 대형 개발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도하던 은행의 수가 2007년 50여 개에서 현재 10여 개로 급감했고, PF의 70%를 주도하던 은행권의 자금 집행이 지연 또는 취소되는 등 내년도 중동 건설시장의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이에 현재 중동 전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경우 재입찰 요구 등 조정과정이 예상된다. 우리 건설업체는 중동 각국 정부의 프로젝트 구도 재편에 대한 내용을 사전 점검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외국계 자금 이탈 부분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당사국 정부의 재원지원을 적극 유도함으로써 프로젝트 진행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이상과 같이 현 걸프지역 산유국의 위험 요인은 유가, 신용경색, 부동산 건설 프로젝트 등 세 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GCC 산유국의 위험 요인별 상황을 평가해 보면 <표 2>와 같다. 내년에도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개방형 도시국가인 UAE의 두바이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부펀드 향방에 주목해야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중동 시장에서 우리 기업으로서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의 포착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 이 지역에 대한 수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의 영향으로 지난 10월까지 67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 중임을 감안하면 중동 시장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언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 전기는 중동을 그동안 수출시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수동적 관점에서 벗어나 신용을 공급하는 합작 파트너라는 적극적 관점으로의 전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중동 각국이 최근 금융위기 이전에 축적한 오일머니는 우리 경제와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부펀드의 투자자금을 국내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해야 한다. 국부펀드들은 선진국 기업들의 기술과 경영능력을 흡수하고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산업다각화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외국 기업인수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추세다. 또 브릭스(BRICs)국가와 베트남 같은 신흥 성장시장으로도 투자처를 다양화 하고 있다.
현재까지 중동 국부펀드들이 직간접 투자의 형태로 우리나라에 투자한 예는 지난 외환위기 시절 국내 정유회사에 일부 직접투자를 한 경우와 포트폴리오 투자 차원의 국내 상장사 유가증권을 일부 매입한 것을 제외하면 파악되는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의 우리나라 유가증권 매수 규모는 2005년 약 5천 6백억 원에서 작년 8월 1조 6천억 원가량으로 2년 사이 세배가량 늘어났다(<그림 4> 참조). 이는 우리나라도 걸프지역 오일머니의 투자처로서의 매력도가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국내 증권사 중 한 곳에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세계시장 내 비중을 기준으로 오일머니의 투자유치 가능 규모를 약 125억 달러로 추정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기업들의 장점을 중동 투자자들에게 적극 홍보함으로써 국부펀드와 기타 이슬람 금융자금을 유치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진국 금융상품 투자에서 손실을 본 이슬람 금융회사들이 신규 투자처를 찾고 있어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다. 산유국들은 미래 석유 의존도 탈피를 위한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 및 서비스업 투자 등 산업 다각화에 대한 요구가 강한 만큼 이 부분에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우리 기업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유국들의 공통 집중 육성 대상 산업인 정유, 석유화학, 조선, 제철과 건설자재 및 에너지 분야 등은 우리와도 공동 관심영역이어서 투자유치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할 수 있다. 과거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는 일본 쇼와셸석유에 투자하고 오키나와에 석유비축기지를 임대방식으로 확보하여 아태지역 물류체계를 구축한 사례가 있다. 기타 이슬람 금융이 선호하는 투자영역으로는 정부사업, 호텔 등 관광, 부동산 등이며 최근 자동차, 섬유 및 의류, IT산업에도 적극적이다.
한편 증권시장의 간접투자 유치 외에도 지분인수나 인수합병 등 직접투자 형태로 국내 기업들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슬람금융에 대한 각종 면세조치와 우호적인 금융제도 개선, 상품 다양화로 전 세계 이슬람 채권(Sukuk) 자금의 66%(660억 달러)를 유치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출기업의 리스크 대응력을 높여야 할 때
중동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대규모 인공도시 건설, 플랜트, 제조업 등 다양한 사업기회가 많아 우리 기업들의 진출시도가 활발하다. 하지만 최근 경제상황 악화로 인해 리스크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해당 분야들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는 것만 믿고 사업을 진행해서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국내기업들 중 지급보증을 통한 프로젝트 파이낸싱형 부동산 개발 참여, 경제 외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유전 개발사업, 인플레로 인한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을 예상치 못한 현지합작 사업들에서 투자손실을 보거나 진행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에 이미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기회 이면의 리스크 측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리스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전략 차원에서의 효과적인 시장접근 루트와 사업방식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과거 일본 기업들의 경우 사우디와 쿠웨이트 양국간 자원민족주의에 따른 정치적 긴장관계를 잘 대처하지 못함으로 인해 접경지역에 있던 유전 생산 이권의 계약연장에 실패한 예가 있다. 이후 일본 정·재계는 공동으로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기술연구소 등 인재 양성기관을 설립, 기술지원과 실업문제 해결에 일조함으로써 단순히 자원을 뽑아가는 국가가 아닌 현지 발전에 기여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스미토모, 미쓰비시와 같은 일본 상사들은 해당국 정부와의 우호관계 속에 자국 건설 및 소비유통 업체들과 공동출자를 통해 석유화학, 소매, 생활건강 분야 등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상사들의 경우도 엔지니어링(EPC) 및 시공능력이 우수한 건설업체들과 함께 산유국 정부에서 관심을 표하고 있는 기술과 인력양성 지원방안을 포함한 내용으로 이슬람 금융기관과 연계해 진출한다면 리스크 헷지와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기회 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급성장하는 사우디의 정보통신산업, 세계 2위와 3위의 석유 매장량과 GCC의 세배 가까운 인구를 가진 이란과 이라크의 제조업이나 국가재건사업 등에도 관리된 위험하 사업기회를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중동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지역에서 중국 제품과의 경쟁이 거세어지고 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2내지 7만 달러 이상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가진 중동시장은 신세대 소비계층의 등장, 큰 폭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 등이 맞물려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차별화 전략, 소득 계층별 시장 세분화를 통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 등으로 중국 등 저가 제품의 공세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상호 보완적인 포괄적 접근이 필요
중동에서 우리 경제의 최대 관심사인 안정적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수출시장으로서의 위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호보완적 분야 발굴을 통한 포괄 접근이 필요하다.
중동 산유국은 2000년 이후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신세대 지도층들이 전면에 부상해 있는 상태다. 새 리더십은 오일머니를 과거의 소모적인 소비확대 중심에서 미래지향적 투자 에 활용하고 있다. 개혁정책의 방향도 석유의존도 감소와 장기 성장기반 구축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시장자유화와 개방화, 사회간접자본 확충, 산업 다각화, 인적자원 개발 등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도 중동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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