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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경기부양책, 극복해야 할 제약요인'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경기부양책이 유일한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다. 극심한 수요위축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지출과 조세감면 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대해 일관된 결론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부채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성장부양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책의 시차나 집행과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감세정책이 더 유리하다. 대규모 부양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질 경우 민간의 자발적 수요 확대가 지연되면서 불황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또한 비생산적인 부문의 과도한 투자는 자원의 낭비를 초래해 잠재성장률 저하요인이 된다. 위기에서 벗어난다 해도 국가부채의 누적으로 장기적으로 경기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정부부문의 비중확대는 시장원리의 후퇴,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강화 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존재한다. 
  
< 목 차 > 
  
Ⅰ. 경기부양책의 필요성  
Ⅱ. 경제정책의 효과 
Ⅲ. 정책의 부작용 
Ⅳ. 맺음말
 
  
 
Ⅰ. 경기부양책의 필요성 
  
 
세계 경기의 동반 하강추세가 가속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내수와 수출의 동시하락으로 경기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기관의 파산 이후 경제주체들의 리스크 회피성향이 강해지면서 극심한 신용경색 현상과 함께 경제주체들의 수요가 빠르게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으로 심각한 신용위축 현상은 다소 해소되었지만 실물경기의 하락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감소가 고용과 소득의 저하를 통해 다시 수요감소로 나타나는 악순환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악순환을 끊고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특정 부문에서 수요가 다시 늘어나야 하는데 세계적인 동시하강의 상황에서 수요를 견인할 만한 민간부문이 마땅치 않다. 경기하락의 속도가 매우 빨라 민간의 자생적 수요가 살아나기 이전에 대규모 기업 및 금융기관 부실과 이에 따른 대량해고 등 경제가 파국에 이를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할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한 세계 각국 정부들은 이미 대규모의 경기부양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연방기금 금리를 0%대까지 낮추고 각종 채권이나 기업어음 매입 등을 통해 달러화를 증발하고 있다. 또한 향후 2년간 8천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연간 GDP의 3%에 이르는 규모이다. 유럽도 ECB의 재정적자 운용 승인으로 각국 정부가 감세 등 적극적 재정확대 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10년까지 GDP의 16%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GDP의 4%에 달하는 35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으로 세계경제가 과거 대공황시기와 같은 파국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주가하락세가 멈추고 신용경색이 다소 완화되는 것도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크루그만 교수는 현재의 경기부양책은 경기하강의 속도를 조금 늦출 뿐이며 불황이 금년중 지속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실물경기 침체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의 컨센서스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Ⅱ. 경제정책의 효과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정부의 수요부양 정책이 성장률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케인즈 학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며 준칙에 의한 통화확대, 재정정책의 무용론을 주장하던 통화론자들은 현재 위기의 원인이 금융부문에서의 신자유주의 추세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케인즈 이론의 틀에서 감세나 정부지출 등 유효수요의 확대는 생산증대로 이어지고 다시 소득증대를 통해 민간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승수효과를 발생시킨다. 또한 통화의 팽창이나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도 기업투자를 늘림으로써 생산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정책의 효과는 경기하락의 원인이나 경제주체들의 반응, 제도적 요인 등 시장을 둘러싼 환경요인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통화정책의 효과 제한적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현재 상황에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금리인하가 수요확대로 이어지는 주된 통로는 기업 투자인데 기존의 분석결과들에 따르면 이자율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투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기업가들의 미래소득에 대한 예상인데 현재 향후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금리인하가 민간투자로 바로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자산가격 하락으로 부실위험이 커진 금융기관들은 통화확대에도 불구하고 위험이 큰 기업대출에 선뜻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 대비 부채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가계도 금리가 낮아졌다고 해서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케인즈는 대공황기간중 이미 통화정책이 이자율 경로를 통해 민간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 바 있다. 금융기관의 포지션을 바꾸지 못하는 통화공급 확대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현재 통화확대가 금융권 내에만 영향을 주고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가지 못하는 상황과 일치한다. 실제 대공황 기간중 본원통화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통화량(M2)은 크게 감소한 바 있다. 
 
오일쇼크 시기와 같은 공급충격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통화 긴축정책을 수행해야 했으며 통화확장을 했던 국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계량분석의 결과들도 통화정책의 효과를 크게 지지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재는 이자율 인하를 통한 통화정책의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0~0.25%로 거의 제로수준에 도달해 있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 유럽도 ECB와 주요국 정책금리가 2%대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통화정책이 가계나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자산가격 하락폭을 둔화시켜 경제주체들의 부실확산을 막고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되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효과는 미흡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정책은 단기부양 효과 존재 
 
극심한 수요위축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감세나 이전지출을 통한 민간수요의 부양, 혹은 직접적인 정부지출 증대로 정부수요를 늘림으로써 생산을 높이고 이것이 소득증대를 통해 민간의 수요를 부양시키는 승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재정정책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많은 계량분석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분석기법이나 대상, 시기에 따라 차이가 크다. 선진국들에 대한 분석결과는 재정정책의 승수효과가 0.1에서 4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효과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다수의 연립방정식을 이용한 거시계량 모형방법의 경우 재정지출의 승수효과는 대부분 0.6~1.4 범위 내에 있고 조세정책의 승수효과는 0.3~0.8 사이에 분포해 재정지출의 효과가 다소 높게 나타난다. 승수효과가 1이라는 것은 GDP 1% 규모만큼 재정정책을 집행했을 때 GDP가 1% 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VAR(Vector Autoregression) 모형을 통한 분석결과는 훨씬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평균적으로는 거시모형에 비해 효과가 다소 작게 나타난다. 또한 VAR 모형에서는 재정지출과 조세정책중 어느 효과가 더 큰 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처럼 데이터나 분석기법에 내재하는 한계로 인해 분석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재정정책이 단기적인 부양효과가 있다는 결론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민간의 부채조정기에는 재정정책의 유효성이 증가 
 
재정지출과 조세감면의 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대해 계량분석 결과들을 바탕으로 일관된 결론을 얻기는 어렵다. 다만 전통적인 케인즈 거시모형에 따르면 재정지출은 조세감면보다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조세감면은 혜택을 받은 경제주체들이 수요를 늘림으로써 생산이 늘게 되지만 재정지출은 그 자체가 정부수요로서 직접적으로 생산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생산에 참여한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늘어남으로써 다시 수요가 늘어나 이론적으로는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 감세보다 더 크다.  
 
특히 현재와 같이 민간부문의 대차대조표 조정이 필요한 시기에는, 즉 가계는 높아져 있는 부채비중을 낮추기 위해 저축을 늘려야 하고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부실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자와 대출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세보다 재정지출이 보다 확실히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감세를 통해 늘어난 소득을 소비나 투자에 쓰기보다는 저축이나 부채상환에 쓰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와 큰 상관없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국채발행을 통한 정부의 투자확대가 이자율을 높여 민간의 투자를 구축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다. 
 
정책의 시차, 효율성 측면에서 감세가 유리 
 
재정지출 확대는 수요측면 뿐 아니라 공급측면에서도 성장을 높이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의 공급이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공재 등 외부효과가 큰 부문에의 지출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경제의 잠재 생산능력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1970년대 이래 선진국에서는 높은 부채부담으로 인해 정부지출을 축소시킬 때 고용이나 복지관련 부문보다는 저항이 적은 SOC 투자를 중심으로 줄이는 경향이 있었고 이에 따라 정부투자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EU 지역의 GDP 대비 정부투자 비중은 70년대 4%에서 근래에는 2%로 크게 줄어든 바 있다. 만약 SOC 투자가 적정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면 정부투자 확대에 따른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장기적 생산능력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며 장기성장 능력 확대에 대한 기대로 인해 단기적으로도 민간의 수요가 촉진되는 효과도 예상된다. 주요국들이 친환경 산업 등 미래성장 동력부분에의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결국 경기부양과 잠재성장률 제고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것이다. 
 
다만 재정지출은 계획수립과 집행과정에서의 시차가 길게 나타나고 정치적, 행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효율성이 발생하기 쉽다. 예를 들어 정부가 새로운 사업을 수행할 경우 전문가 견해나 여론 수렴 등을 통한 사업의 타당성 검토 및 이와 관련된 법령과 규제의 정비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 또한 시장기능이 배제된 정부의 선택이 비효율적인 부문에의 투자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세금감면은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민간부문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결국 재정지출과 감세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인가는 정부지출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 필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결합될 경우, 즉 재정지출이나 감세의 재원마련을 위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통화창출을 통해 상당부분 흡수할 경우 재정정책의 승수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나게 된다. 국채가 민간부문에서 소화되게 되면 그만큼 민간의 수요여력이 줄어들게 되어 구축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심한 경제위축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의 결합이 디플레 압력을 막고 수요를 부양시키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프리드만(Friedman) 교수도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결합시키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공황 기간중 일본은 상대적으로 성장률의 하락폭이 크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결합이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되고 있다. 1931년말 다카하시 내각은 금본위제를 철폐하고 통화정책을 재정정책에 종속시켜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도록 하면서 대규모 재정적자 정책을 시현했다. 그 결과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멈추면서 성장률이 다시 높아지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은 대공황기간중 중앙은행이 통화를 충분히 늘리지 못해 디플레이션을 막지 못했고 성장이 크게 위축된 바 있다.  
  
 
Ⅲ. 정책의 부작용 
  
 
1. 더블딥 및 불황의 장기화 
 
정부부문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경우 약 20%로 민간부문의 1/4 수준에 불과하며 개도국은 이 비중이 더 낮다. 이에 따라 정부의 부양책 자체가 성장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제약될 수밖에 없으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 수행 과정에서 민간 경제주체들이 다시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금융중개 기능의 정상화는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으며 만약 금융기관의 신용창출 기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경기부양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의 수요회복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민간의 자생적 수요기반 확충 필요 
 
경기부양의 규모를 결정하는 데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부양책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부양규모가 미흡할 경우 수요위축의 악순환이 심화되면서 경기침체의 폭이 커지게 될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지만 경기를 단기간에 본격적인 상승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목적의 과도한 경기부양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의 경기하강은 지난 수년간의 고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었던 가계부채, 과잉투자 등 경제의 거품들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조정이 없이는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부채조정을 통한 대차대조표 개선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 다시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며 이 과정이 향후 1~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과 가계부실이 확산되어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고통이 심해지고 미래의 성장기반이 잠식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민간의 자생적 수요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지기 전에 과도한 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이에 따라 경기가 다소 회복되어도 부양책을 중지하면 다시 경기가 위축되는 더블딥(double dip) 혹은 불황의 장기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일시적인 성장률의 상승시기중 재정건전화를 위한 증세정책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박스기사 참조). 재정정책의 장기적 효과는 단기효과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장기에 재정정책의 구축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정적자의 누적은 정부정책의 지속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이에 따라 미래시점에 증세나 통화발행을 통한 재정건전화를 예상하는 민간부문은 저축 등 수요위축을 통해 이에 대응하게 된다. 결국 최적의 부양규모는 경제주체들의 수요재개의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sustainable)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2. 과잉, 비효율투자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 
 
앞에서 보았듯이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등 공공재 투자가 민간부문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경우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시킬 수 있지만 투자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보다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투입되어야 할 생산요소나 자원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보다는 선진국일수록 정부투자가 낭비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1990년대 일본은 정부투자가 필요성이 크지 않은 부문에 낭비되었던 사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재정확장 정책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일본은 인구가 많지 않은 지방의 마을에 도로와 각종 문화시설들을 건설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비효율적인 투자는 수익성이 담보되지 못하기 때문에 시설의 보수 및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재정투입이 요구되는 등 재정낭비를 초래했다.  
 
최근에는 두바이가 대표적인 재정낭비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주도의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통해 중동지역 비즈니스 및 관광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던 두바이는 세계경기 침체로 투자가 수익성을 창출하지 못하자 빠른 경기 위축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SOC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는 철도, 도로, 비행장 등을 통해 도시를 연결하는 국가대동맥 작업에 대규모의 재정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성장의 초기단계에 있는 국가인 만큼 인프라가 미흡한 수준이어서 SOC 투자 확대가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높은 투자증가를 통해 고성장을 구가해 온 중국은 세계경제의 심각한 하강국면을 맞아 과잉설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나라이다. 여기에 고성장 유지를 위해 다시 높은 수준의 정부투자가 지속될 경우 투자의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해 정부의 재정이 악화되거나 투자에 참여한 공기업들의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재정부문의 투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시기중 이미 과잉투자의 폐해를 경험한 바 있다. 기업부문의 과잉투자가 기업의 수익성 하락과 부실확대를 초래한다면 정부부문의 과잉투자는 정부재정의 악화를 통해 경제의 장기 성장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3. 경기정책에 대한 내성 확대 
 
이번 경제위기 상황이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으로 큰 무리 없이 해소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후유증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중 하나는 향후 단기적인 경기조절을 위한 수요부양 정책의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주요국들의 국가부채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기업 및 금융기관의 부실처리와 경기부양으로 정부 채무가 최소 1조 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의 국가부채 비중이 GDP 대비 60% 수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금년 중에는 이 비중이 70% 가까운 수준으로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그림 3> 참조). 199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재정건전화 노력을 통해 국가부채 확대를 억제해 왔으나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부채규모가 단기간 내에 급등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지출 확대여력 감소 
 
정부의 부채는 결국 미래의 세금증대나 통화발행을 통해 보전될 것이기 때문에 부채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부가 흑자재정 실행을 위해 긴축정책을 쓸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것이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높은 정부 부채는 정부정책의 지속가능 여부에 대한 민간의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써 정책의 효과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채의 추가적 증가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부지출을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정부의 SOC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부채의 증가로 정부의 이자상환 부담도 점점 커지게 되는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200% 가까이 달하는 일본의 경우 매년 재정적자에서 이자지불에 기인한 부분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부채 규모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없지만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정부도 파산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일본의 지방정부인 유바리(夕張)시가 적자를 해소하지 못해 파산하면서 공무원의 대량해고, 시설의 통폐합 등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미국도 최근 캘리포니아 주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중요 사업계획들이 보류되고 고용이 위축되는 등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결국 재정적자의 누적으로 국가부채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경우 선진국에서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들을 중심으로 파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4. 시장원리의 후퇴 
 
전체 수요에서 정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도 커지게 될 것이다. 현 경제위기의 원인이 금융부문에서의 위험에 대한 판단착오, 즉 시장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감독을 통한 시장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지원, 정부 주도 공공사업의 확대 과정에서 정부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시장경쟁의 원리가 다소 후퇴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정부지원에 의해 생존하게 되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왜곡되고 경제의 활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정부지원의 극대화나 안정성 극대화 등 다른 원리에 의해 경제활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그동안 부실로 국유화된 기업들의 경영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 민영화 추진 등을 통해 신속히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호무역주의 성향 강화 가능성 
 
또한 자유무역 원리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정정책의 효과는 폐쇄경제일 때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정부의 수요부양 효과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해외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첫째는 국내수요 증가로 수입수요가 늘어나는 기본적인 경로이다. 특히 글로벌화의 빠른 진전으로 국가간 분업이 확대된 현재 상황에는 많은 부분이 수입수요 증대로 연결될 것이다. 둘째는 재정정책이 금리상승을 통해 자국화폐의 절상압력으로 작용하고 이것이 수입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계획하고 있는 정부들은 부양의 효과가 가능한 자국의 수요에 머물게 하고자 하는 성향이 어느 정도 표출될 것이다. 전세계적인 정책공조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가간 성장의 차이, 경기부양 규모의 차이 등으로 인해 정책간에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등의 국가가 고성장의 과실이 다른 나라에 가급적 많이 파급되지 않도록 하는 비제도적 장벽을 마련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거 대규모 불황기중에도 주요국들은 자국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직접적인 수입규제를 통해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대공황기중 미국은 관세법을 제정해 4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대규모 평가절하로 수출확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Ⅳ. 맺음말 
  
 
현 경기의 급락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이 필수적이지만 정책의 효과를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경기부양책의 목표는 민간의 자발적인 수요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정책의 신속성이다. 수요불황의 악순환이 기업과 금융기관의 대규모 부실과 같은 경제의 중요한 하드웨어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신속한 경기부양책의 수행이 요구된다. 정부는 정책수립과 시행에 따르는 시차와 시행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부양책의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고 시장상황의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경제상황 변화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민간의 자율적 수요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부양규모를 가능한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재정정책의 규모가 너무 작거나 혹은 과도해서 지속가능성이 의심될 경우 민간의 수요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재정정책의 효과는 부양의 크기와 함께 민간 경제주체들이 얼마나 정부정책을 신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일관된 부양계획의 수립과 공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경기위축은 단순히 경기순환 국면상의 하강이 아니라 경제의 성장능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부진 현상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인 수요부양과 함께 외부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지식 및 물적 인프라 구축노력을 병행하여 수요부양과 잠재성장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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