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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중국의 글로벌경기 견인력 아직 역부족'

글로벌 동시불황이 심각해지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 대외 충격에 잘 견디고 정책 레버리지가 큰 체질인 중국 경제가 불황의 버팀목 및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미국과의 비교 관점에서 중국의 대외 영향력에 대한 몇 가지 추정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이러한 기대가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밝혔다. 첫째, 불황 국면에서 중요한 세계 총수요나 세계 총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국, EU,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낮다. 둘째, 아시아 디커플링에 대한 통념과 달리 경기순환에 있어 선진국과의 동조성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강화됐으며,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셋째, 수입 중 자국 내 최종수요 비중이 미국에 비해 크게 낮은 점은 원천 수요 창출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개혁개방 조치 이후 세계각국의 1인당 GDP 증가율과의 상관성이 미국보다 훨씬 낮았다. 
 
이상의 분석 결과들을 토대로 할 때 현 시점에서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대략 미국의 40% 이하로 추정된다. 내수 중심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은 중국의 대외 영향력을 높여줄 것이 분명하지만, 산적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불황 국면에서 중국이 글로벌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 목 차 > 
  
Ⅰ.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와 그 배경 
Ⅱ.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 분석 
Ⅲ. 결론: 중국의 상대적 고성장의 의미
 
  
  
Ⅰ.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와 그 배경 
  
 
지금 진행 중인 경제 불황은 범위나 강도 면에서 유례가 없는 모습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융패권의 기반 위에 ‘세계의 소비시장’ 역할을 해왔던 미국이 불황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자유로운 교역과 자본이동을 통해 긴밀한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해온 전세계 각국이 동시에 수십년래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져들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산업이나 기업 수준으로 시야를 좁혀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위기는 동시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에서 수출 산업은 물론 내수 업종까지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으며, 중국 연안지역의 수출 중소기업들은 물론 GE, 도요다 같은 선진국의 글로벌 우량기업들마저 흔들리고 있다. 경제 리더, 비즈니스 리더들이 소리 없이 사라져버리거나 허망하게 무너져버림으로써, 위기를 버텨내고 재기를 모색하는데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벤치마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불황 극복에 대한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기 속에서도 나보란 듯이 잘 나가는 ‘핵심경제’가 있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을 내다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다. 핵심경제의 경기 흐름과 그것이 한국 경제에 주는 영향을 살펴보고,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우리 내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조건들과 그 충족 시기를 가늠해보면 대략 감(感)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정도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동시에 침체 상태에 빠져있어, 언제쯤 어디를 시발로 하여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날지 예상하기 힘든 오리무중의 난국이다. 
 
중국에 대한 관심과 기대 증가는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관련이 있다. 내로라하던 강자들이 모두 나가떨어지는 마당에 ‘그나마 경기침체에 잘 견디고, 세계 경제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건 중국 아니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대략 다음 세 가지가 요즘 중국 경제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첫째, 중국은 지금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두 주역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박스기사 참조). 글로벌 불균형의 지속불가능성이 ‘채무자이자 소비자’ 역할을 해온 미국 경제의 파산이라는 형태로 드러났을 때, 관심을 끈 문제가 ‘그렇다면 또 다른 주역인 중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을 위기 이후의 잠재적 리더로 보고 있다. “중국은 그 동안 글로벌 불균형 구조에서 착실히 실익을 쌓아왔다. 글로벌 불균형의 와해 과정에서도 타격을 별로 입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글로벌 경제를 새로운 균형상태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중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 여건의 급변동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와의 관련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경제들 가운데 세계 경제순환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고 있는 경제이다(<표 1>과  <표 2> 참조). 
 
셋째, 사회주의 시장경제인 중국은 정부의 정책 선택 폭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아울러 2007년 현재 전 인구의 55%인 7억3,000만 명이 거주하는 농촌 경제가 저발전 혹은 미발전 상태로 남아 있어, 정책의 기저효과(base effect)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향후 2년간 내수 부문 인프라 투자 중심으로 4조 위안(2007년 GDP의 16.2%) 투입’을 내용으로 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이다. 
 
본고는 이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는 ‘중국이 글로벌 경제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며, 미국을 이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리더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를 최근 거시경제 데이터를 활용하여 점검해본다. 먼저, 글로벌 경제에서 수요 비중, 타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 글로벌 경기변동과의 상관성, 수입수요의 규모 및 내용상 특징 등을 미국과의 비교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해본다. 그리고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 전환 정책의 의미를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짚어본다. 
  
 
Ⅱ.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 분석 
  
 
1. 글로벌 경제 내 비중 
 
중국은 그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지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G3, 즉 미국, EU, 일본 경제에 미치지 못한다. 2007년 현재 국가간 물가변동의 차이에 따른 영향을 제거하고 산정한 중국 GDP의 세계 GDP 내 비중은 10.8%이다(<그림 1> 참조). 1980년 2%, 1990년 3.6%에서 괄목한 만한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2001년 일본을 앞질렀으며, 2006년 10%를 넘어서는 등 갈수록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경상가격 기준으로는 중국의 GDP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현재 5.0%(2007년에는 6.0%)로 미국 27.6%, EU 22.4%, 일본 10.0% 등에 비해 훨씬 낮다. 아직 덩치 면에서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넘겨받았다고 할 수 없다.  
 
불황기에 한 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팔아주느냐’의 관점에서 따져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즉 글로벌 경제에 대한 영향력 또는 기여의 잣대로서 GDP 비중보다는 총수요 비중을 볼 필요가 있다. 총수요 비중이란 글로벌 GDP(전세계 GDP의 합)에서 각국의 국민총지출(C+I+G)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이 기준을 적용할 때 중국의 영향력은 앞서 살펴본 덩치의 비중에 비해 더욱 작게 나타난다(<그림 2> 참조). 
 
이 비중, 즉 중국이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최종재(각국 부가가치의 합계)의 가치실현에 기여하는 비중은 2005년 현재 4.7%(경상가격 기준)에 그친다. 이는 일본 10%는 물론 EU 30.2%, 미국 29.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어려운 시기에 타국 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2. 세계 수출의 도착지로서 비중 
 
국가경제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경로는 다양하다. 무역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고 경제적 후생 수준을 높이는 데 상호 기여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공장을 지어 운영하거나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기술이전이나 기술협력 등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이 중에서 교역, 즉 재화나 서비스의 수출입을 통해 경제의 양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규모가 크며, 그 효과를 측정하고 비교하기가 수월하다. 
 
수출 지표를 이용해 대외 영향력을 보려면 국경을 벗어난 세계 각국의 수출 물품이 어느 나라로 들어가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과 선진국들 간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수출 도착지를 분석해보면, 2007년 현재 전세계 수출품의 13.7%는 미국으로 들어간다. 20년 전인 1987년 16.5%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EU 37.2%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중국은 6.2%로 미국의 37.6%에 해당하는 비중을 점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중국의 비중은 미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수출의 도착지로서 중국과 미국의 역할은 지역편향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표 3> 참조). 이는 1990년대 이래 본격화된 경제 블록화 추세와 관련이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시장에서 점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한국 이외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순수출(또는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역내교역이 활성화된 것과 시기가 일치한다. 나머지 국가들의 수출 도착지로서 중국의 비중은 2000년대 들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6~7%,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된 남미와 오세아니아의 일부 국가들이 5~9% 선이었으며,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3% 미만에 그쳤다. 이들 국가의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동아시아에 비해 대체로 낮은 편이다. 
 
반면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국가들과 교역이 활발하다. 멕시코(87%), 캐나다(73.2%)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들과 긴밀한 교역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남미, 유럽,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의 수출 시장에서 국가별로 고루 10% 이상을 점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세계 주요국들의 수출을 통한 성장분(순수출의 성장기여도)의 4분의 1 정도를 공헌한 것으로 추정된다. 
 
3. 경기변동 주도력 
 
지금까지 우리가 분석해본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지만, 글로벌 영향력 측면에서 아직은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대외 영향력을 평가할 때는 잠재적인 임팩트의 크기 이외에 임팩트의 범위와 방향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 세계 각국에 미치는 평균적인 영향력은 작지만, 일부 지역에서 강력한 임팩트를 발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임팩트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글로벌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게다가 그 방향이 긍정적이라면 경기순환 국면에 따라서는 기대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신흥강자로 등장하던 초기에 집중조명을 받은 것은 바로 이러한 각도에서였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이른바 ‘아시아 디커플링(decoupling·이하 탈동조화)’이라는 말이 유행한 바 있다. 요점은 이러하다. 아시아 지역은 오래 전부터 활발한 역내 무역 및 자본이동으로 단단히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었다. 선진경제권의 경기 흐름과 독립적인 고유한 경기순환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경기가 둔화되어도 아시아 지역 경제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먼저, 아시아 지역 국가 상호 간의 무역은 줄곧 확대되어 왔다(<그림 4> 참조). 1987년 아시아 역내교역의 비중은 27.4%로 당시 대(對) 미국 수출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년 뒤인 2007년이 되자 역내교역 비중은 43.7%로 무려 16.3%포인트 증가한다. 반면 미국의 비중은 12%포인트 넘게 하락하였고, 일본은 15%에서 7.8%로 점유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렇듯 ‘아시아 탈동조화’ 주장의 전제 부분은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결론 부분도 사실과 부합할까? 아시아 경기순환이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순환과 방향이나 형태 면에서 얼마나 비슷한지를 검증해보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림 5>는 중국, G3, 아시아(중국 제외한 주요국들) 등 세 개 지역의 실제 경제성장률 수치를 나타낸 그림이다. 이 그림 만으로는 세 지역의 경기순환이 얼마나 비슷하게 이루어지는지를 판단하기 힘들다. 즉, 두 지역의 실제 경제성장률 수치를 단순히 비교해 보아서는 탈동조화 여부를 진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경제성장률에는 경기순환 요인 이외에 다양한 다른 요인들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타 요인들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국가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을 결정하는 중장기 추세 요인이다. 이러한 장기 트렌드 부분을 배제하고 경기순환을 좀더 잘 반영하는 부분 만을 걸러내어 나타낸 것이 <그림 6> 이다.  
 
<그림 6>은 세 경제 간의 시기별 상관관계를 한 눈에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경기순환 요인을 반영하는 수치들 간의 상관계수를 계산해 보면 이 점을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표 4> 참조). 분석 기간 (1981년 1사분기~2006년 4사분기)전체를 보면 중국은 G3는 물론 아시아 주요 8개국과 경기순환 측면에서 관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를 아시아 경제위기 이전(1981년 1사분기~1996년 4사분기)과 경제위기 이후 기간(1999년 1사분기~2006년 4사분기)으로 나누어 보면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온다. 위기 이전에 중국은 G3는 물론 주변 아시아 주요국들과 이렇다 할 연관성이 없었다. 위기 이후에는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중국과 아시아, 중국과 G3 간의 상관계수가 크게 증가한다. 아울러 위기 이전부터 높은 상관성을 보였던 아시아와 G3 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짐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분석 결과들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 간에 경제관계가 긴밀해진 것은 중국의 글로벌화와 궤를 같이하는 흐름임을 시사한다. 즉, 아시아 역내교역의 증가는 중국과 아시아 주변국들, 그리고 G3 선진국들 간 경제적 통합의 진전과 동시에 진행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아시아 역내교역이 늘었다고 해서 아시아 국가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것이 아니며, 선진국 경제를 배제하고서는 아시아 역내교역이 성장하기 힘들었다는 얘기도 된다. 결론적으로 아시아 역내교역의 증가는 아시아 탈동조화의 증거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아시아, 중국, G3 간의 동조화 강화라는 이면의 또 다른 흐름을 동반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 역내교역의 실상은 이렇듯 중국을 생산기지로 한 아시아 개도국들의 우회수출(중국의 가공무역)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 한국 대만 등 수출을 많이 하는 역내 국가들이 부품이나 원자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것을 이용해 최종재를 생산해 역외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수출되는 상품의 61%는 G3에서 최종소비된다고 한다(<그림 7> 참조). 즉, 아시아의 수출 상품은 처음에는 아시아 역내로 31.1%, 역외로 68.9%가 가지만, 그대로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아시아 역내로 수출된 상품 중 일부 부품이나 원자재는 조립가공을 거쳐 역외로 수출된다. 반대로 역외로 수출된 부품이나 원자재 중에서도 일부가 역외에서 조립 가공 과정을 거쳐 다시 아시아로 수입되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61.3%가 G3에서 수요되며, 21.2%는 아시아 역내, 17.5%는 기타 지역에서 최종수요자를 만나게 된다. <그림 4>에서 일견 아시아 수출 상품 중 G3로 가는 것이 39.4%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품 제조 및 유통 과정을 뒤쫓아보면 실제로는 그 1.5배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아시아 경기변동이 G3의 경기순환과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고, 중국을 주요 생산기지로 하는 아시아 수출의 61.3%가 G3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아시아 경제를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덩치나 직접적인 수입 비중에 비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 수요, 수입 비중 수치 자체는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수입수요 분석 
 
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 중국의 수입 규모 자체가 중국의 영향력을 온전히 드러낸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의 수입액 중 상당액이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하여 선진국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판매되는 것이라면, 중국의 실제 영향력은 수입 금액으로 나타나는 외견상 영향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이처럼 우회수출 되는 부분은 중국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수출을 위한 수입’ 부분은 중국의 경기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선진국 경기의 부침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이 점은 ‘목하 진행 중인 글로벌 동시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의 수입 중 중국에서 최종수요되는 부분의 비중이 클수록 중국은 글로벌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최종수요 효과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전 세계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금액, 즉 중국이 전세계로부터 수입하는 금액 중에서 중국에서 최종적으로 수요되는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하 자국 내 최종수요 비중)을 알아내면 된다(박스 기사와 <표 5> 참조). 중국의 수입품을 품목별로 구분하고 그 성격에 따라 이 비중을 추정해 합산한 결과 중국의 자국 내 최종수요 비중은 2007년 현재 68.1%로 추산된다. 동일한 산식을 적용해서 구한 미국의 수입에 대한 자국 내 최종수요 비중은 92.7%이다. 이를 2007년 수입 총액에 적용하면 2007년 현재 중국 수입의 글로벌 영향력은 6,402억달러로, 미국 수입의 글로벌 영향력 1조528억달러의 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금액 중 중국 내에서 최종수요되는 부분의 비중은 68.2%이며, 미국의 경우는 92.8%로 각각 세계 평균과 비슷하게 나온다. 금액 기준으로는 각각 819억 달러, 458억 달러이다. 수출 금액으로는 대 중국 수출이 대 미국 수출보다 79% 많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나타내는 자국 내 최종수요 금액 기준으로는 대 중국 수출이 대 미국 수출보다 31% 가량 높은 데 그치고 있는 셈이다. 
 
5. 다변수 성장회귀분석 
 
지금까지 상품 교역의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 경제의 대외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그런데 상품 교역을 통한 영향은 전체 경제적 영향의 일부에 불과하다. 경제의 성장과 발전은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 이외에 국내 물적 및 인적 자본 축적, 경제 안정성, 정부의 경제 운용 능력 등 다양한 국내적 요인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좀더 현실적인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이 같은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고려하여 설계된 모델 속에서 미국과 중국 경제의 대외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표 6>는 세계은행의 WDI(World Development Indicators) 2008년판에 수록된 전세계 204개국의 패널 시계열 데이터에 대해 표준적인 성장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이다. 세계 각국의 1인당 GDP 증가율이 성장 초기 조건, 인구 증가율, 투자, 인적자본 축적, 물가, 정부지출 비중, 무역의존도 등 국내 요인들 이외에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의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를 추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이 본격적인 개방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덩샤오핑(鄧小平) 의 남순강화(南巡講話·1992.1.18~2.22)1가 있었던 1992년 이후 2006년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했다. 첫 번째(<표 6>의 ①)와 세 번째(③) 회귀분석은 시간 더미변수 이외에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만을 설명변수로 삼았으며, 두 번째(②)와 네 번째(④)는 그 밖의 7개 설명변수를 모두 적용했다. 
 
회귀분석 결과 미국의 경제성장률 1%포인트 증가는 세계 각국의 1인당 GDP 증가율 1% 안팎의 증가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 1%포인트 증가는 세계 1인당 GDP 증가율의 0.4% 가량의 증가와 맞물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설명변수들의 계수 추정치들도 일반적인 경제학 이론에 부합하는 부호를 갖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최근 15년간 중국이 다른 나라들의 경제 발전과의 관련성이 미국의 40% 정도에 그쳤다고 추정할 수 있다.2 
  
 
Ⅲ. 결론 : 중국의 상대적 고성장의 의미 
  
 
최근 발표된 중국의 거시지표들을 보면 수출은 큰 타격(1월 증가율 전년동기대비 -17.5%)을 입은 모습이며, 소비(1월 증가율 13.8%)는 지표상으로 아직 잘 버티고 있다. 그렇다면 키는 투자가 쥐고 있다.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큰 폭(1월 증가율 -43%)으로 줄어든 것은 심각한 정도의 내수 위축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중국의 경제 성장세를 가늠케 할 투자의 향방은 수출시장 급랭의 여파와 내륙지역 인프라 투자 위주의 대규모 재정지출의 효과 간의 힘겨루기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중국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중국이 향후 2년간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을 통틀어 불황의 한파를 가장 잘 견뎌낼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말 내놓은 수정 전망치대로 올해 선진국들이 -2% 성장하고 중국이 6.7% 성장한다면, 2009년 세계 실질 GDP 증가의 65% 가량을 중국 혼자 일궈내게 된다. 
 
중국의 상대적인 고성장은 중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교역 상대국들의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시아 역내 주변국들이 일차적인 수혜자로 꼽을 수 있는데, 수혜의 폭은 교역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표 7> 참조). 해당 국가의 수출 금액 전체에서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높고, 수출 금액 중 중국의 국내수요를 충족시키는 부분의 비중이 클수록 혜택이 클 것이다. 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등 NICs는 대체로 수출 금액 중 내수용의 비중이 낮아 중국의 경기회복으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NICs에 비해 내수용 수출의 비중이 높은 편이나 전체 수출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의 비중이 높지 않다. 전자의 그룹 중에서는 대만이, 후자 그룹 가운데서는 자원부국인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중국 경기회복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상대적으로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이처럼 지역에 따라 달리 나타나겠지만,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볼 때 중국이 동시불황의 악화를 막는 버팀목이 되거나 조기 회복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각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나 세계 수입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그 성격으로 미뤄볼 때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아직 미국 등 선진국 경제들에 크게 못 미친다. 본고에서 시도한 몇 가지 추정의 결과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대략 미국의 40% 이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4 특히 수입수요 분석 결과는 중국의 수입수요의 상당부분이 선진국들에 대한 수출에서 파생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중국 내 최종수요, 즉 내수 판매를 목적으로 수입되는 부분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다는 이야기다. 
 
향후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외국 경제에 대해 원천적인 수입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내수시장이 얼마나 빨리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수시장을 키우겠다’는 위기 이전의 중국 정부의 경제 운영 노선이 위기 극복 과정에서 얼마나 잘 관철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입장이다. 수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 인상 등 수출 부문을 포함한 경제 전 부문을 망라한 지원에 나서면서도, 내수 비중을 높이는 경제 구조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중국이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도농간 및 계층간 현격한 소득격차, 사회안전망 부족, 금융제도 취약성 등 산적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 같은 현안들을 유례없는 불황 국면에서 한두 해 만에 풀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불황 국면에서 중국이 글로벌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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