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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FTA 활용도 아직 낮다

■ 경제보고서 ■ | 2009. 11. 17. 01:00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기업의 FTA 활용도 아직 낮다'

우리나라는 동시다발적 FTA 추진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많은 협정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기업의 FTA 활용률은 경쟁국들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다. FTA 활용도 저하의 원인과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자유무역협정(FTA)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였다. 다자주의 세계무역질서에 편승해 수출주도형 산업국가로 성장해 오면서 그 결실을 맛보고 있던 우리나라에게 1990년대 초부터 대두된 지역주의 확산 움직임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며 다자주의 무역질서의 지속을 예고했지만 한편으론 이미 1992년 NAFTA를 필두로 지역주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조류가 겹쳐 들어섰다. 다자주의와 지역주의가 공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시대적 조류변화를 감지하고 추격에 나섰다. 2003년 동시다발적 FTA추진 로드맵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체결정책을 펼친 결과 현재는 모두 15개국과 4개의 협정을 발효시켰다. 이들 국가와 교역에 있어 수출비중은 11.7%, 수입은 9.4%에 달한다. 기 체결, 서명된 거대시장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과의 협정이 모두 발효될 경우 총 44개국과 7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키게 된다. 체결국가 수 기준 세계 5위다. 우리나라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말 기준 수출은 40%, 수입은 30.7%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표> 참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공동연구 등 계획 중인 FTA가 모두 발효될 경우 수출비중은 79%, 수입은 92%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증가하는 FTA가 우리 경제와 기업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체결 못지않게 활용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실시한 우리나라 기업의 FTA 활용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비즈니스 실제 활용도가 최초 한-칠레 FTA 이후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발효된 FTA 협정 수가 많지 않고 교역 비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고 있어 아직은 활용도가 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FTA 체결의 목적이 무역제한 조치 완화를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성과 제고를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낮은 활용도는 앞으로에 대한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FTA에 대해 기업이 가지기 쉬운 오해를 해소하고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조치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기업 FTA 활용률 20%선에 그쳐 
 
2006년부터 올해 초에 걸쳐 아시아 각국 기업들 중 FTA와 비즈니스 연관성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FTA 특혜관세 활용률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용률이 평균 20%정도에 그쳐 일본의 29%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우리나라, 일본,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5개국 60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그림 1> 참조). 또한 지난 해 한국무역협회에서 국내 505개 규모별 유관 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FTA 특혜관세를 실제 비즈니스에서 활용하는 업체 비율은 대기업 26.4%, 중소기업 16.3%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경우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 기업들의 평균 활용률이 64%인 점을 보면 비교되는 수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수출입 통계에서 나타나는 FTA 활용도도 저조하다. 2004년 발효한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의 경우 특혜관세 활용률이 발효 1년 차에서 수출이 93%, 수입이 77%에 달했던데 비해 2007년 발효한 한-ASEAN 10개국과의 상품부문 FTA는 발효 2년 차에도 수출부문 24%, 수입부문 49%의 활용률에 그치고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부문에서의 활용률에 더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수출 활용률이 높다는 것은 FTA 상대국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FTA 추진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활용률 저하 현상이 지속될 경우 향후 추가로 FTA가 체결되더라도 그만큼 시장개척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발효된 4개의 FTA가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1% 정도임에 비해 향후 발효를 앞두고 있는 미국, EU, 인도 등 거대 시장과의 교역규모는 기 발효된 FTA의 세 배에 가깝다. 그러나 아무리 FTA를 체결하더라도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경우 FTA가 우리나라 교역과 경제성장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이 제약 받을 수 밖에 없다.  
 
활용도가 낮은 원인과 해소 방안 
 
FTA 활용도 부진은 국가경제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과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적극적인 FTA 특혜 활용을 통해 수입 원재료의 단가를 낮출 수 있다거나 수출품의 관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가격경쟁력과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를 모를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률이 낮은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FTA 혜택 받으려면 원산지 기준 충족해야 
 
FTA를 맺게 되면 관세철폐 또는 인하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별 품목과 관세인하율과 기간 등이 집중적으로 홍보·보도된다. 해당 업종의 수출입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 중 상당수가 FTA 체결로 별다른 절차 없이 약속된 시간만 지나면 자동으로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경제무역산업연구원(RIETI)과 국내의 한 연구조사에서 각각 조사한 자국 기업들의 FTA 활용률 저하 원인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경제무역산업연구원이 자국 수출입 기업 1,68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FTA 체결로 자동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28%의 기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비슷한 질문에 국내 조사에서는 40%의 기업이 기준요건을 모르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혜택을 받기 위해 밟아야 할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FTA 관세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무역통관 체제와는 다른 해당 FTA의 여러 요구조건, 규정과 절차 등에 부합해야만 한다. 이를 준수해야 비로소 특혜관세를 비롯한 여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해당 FTA에 한해서다.  
 
아시아개발은행 의뢰로 실시된 연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10% 정도만이 자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분야에서 FTA 협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여타의 많은 기업들이 대강 인지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 자신의 비즈니스에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의미다. 
 
더욱이 특혜관세 혜택 부여 여부와 관세율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 기준이 되는 원산지 관련 내용이 개별 FTA마다 상이하다는 점을 조사대상의 40% 가까운 기업들이 놓치고 있다. 원산지(Country of Origin)는 생산된 물품의 국적을 의미한다. 공산품의 경우에는 제조·가공이 이뤄진 국가를, 동식물의 경우엔 성장한 국가를 말한다. 원산지가 중요한 이유는 FTA가 체결국간에만 관세혜택을 주는 당사국간 배타적 협정이기 때문이다.  
 
원산지 기준 충족을 통한 역내산 인정 여부가 특혜관세 혜택 가부를 결정하다 보니 개별 FTA마다 품목별 원산지 결정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실사 과정에 있어서도 최종 통관대상 품목의 각 생산과정 단계별로 창출된 부가가치의 일정 비율 이상이 수출국 내에서 생산되었다는 증명을 요구한다(<그림 2> 참조). 이러한 점에서 볼 때 FTA 체결과 관련한 국내 기업들의 FTA 내용 이해수준이 10%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당연히 활용률 저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협정에 따라 원산지 결정 기준도 다르다.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체결한 7개 FTA만 놓고 볼 때도 원산지 결정 기준 방식이 범유럽형(EFTA, EU), NAFTA형(칠레, 미국), 혼합형(싱가포르, ASEAN, 인도) 등으로 각기 형식과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일례로 기 발효된 4개 FTA와 한-미 FTA를 대상으로 볼 때, HS 6단위 품목 5,224개 중 약 76%에 해당하는 3,961개 품목에 최소 3가지 이상의 상이한 원산지결정기준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세부 수준까지 내려갈 경우 내용은 더 복잡해진다. 이런 까닭에 체결만으로 자동 수혜를 받을 거라는 생각은 말 그대로 오해일 뿐이다. 
 
개별 기업이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스파게티 보울(Spagehtti Bowl) 효과 제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스파게티 보울 효과란 개별 FTA마다 원산지결정기준 등 복잡한 활용절차와 규정이 담겨 있음으로 인해 기업입장에서 일일이 대응하기엔 어려움이 많아 중도 포기함으로써 활용도가 저하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스파게티 보울 효과 감소를 위한 일환으로는 협정을 맺을 때 복잡한 기준 요건들을 양국이 다른 나라와 기존에 맺은 FTA와 표준화, 수렴화시키는 방향으로 체결하는 노력을 들 수 있다. 2006년 아시아개발은행 실증조사에 의하면 개별 FTA마다 상이한 원산지 규정으로 조사대상 전체 기업의 62.9%가 복합원산지(Multiple Rules of Origin)기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면 전세계 각국의 FTA 체결 증가에 따라 이 문제 해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인 만큼 WTO 원산지기준을 준용한 기준조화(Harmonization of ROO)를 협상에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조사에서는 원산지기준 조화를 원하는 각국 기업 비중의 합이 64%에 달한다(<그림 3> 참조). 
  
중소기업의 활용도 높일 수 있는 지원 필요 
 
FTA 혜택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해당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정내용 파악과 활용의지가 요구된다. 이를 전제로 개별 FTA에 규정된 조건을 기업으로 하여금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기관이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먼저 정부와 관계기관의 집중적인 홍보와 가이드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활용도가 높은 여타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한 면이 있다. 앞서 언급한 아시아개발은행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FTA 활용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과 태국 기업들이 우리나라보다 5~10% 정도 특혜관세 활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주목할 점은 이들 나라의 경우 기업의 특혜관세 활용 지원에 중앙부처와 관계기관 등 공공부문의 지원비중이 일본 51%, 태국 74.3%로 우리나라의 27.5%에 비해 높다. 민간부문의 지원주체들이 대규모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경제단체들인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자원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FTA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민간부문의 유관단체들과 관세청, 코트라(KOTRA) 등이 전국 순회 행사를 통해 FTA 원산지결정기준 설명 등 활용도 제고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단체와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ASEAN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사례가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한 화장품회사의 경우 관세율이 높은 일본 OEM업체로부터 원재료와 부자재를 수입하던 거래선을 FTA가 발효된 ASEAN 회원국 업체로 변경해 원산지의 역내산 인정을 받음으로써 수입 특혜관세 혜택을 받았다. 더 나아가 ASEAN 국가내 생산기지를 마련, 원재료 수입시 역내 수입관세 혜택은 물론 완제품을 다시 ASEAN 시장으로 재수출 할 때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FTA를 활용해 수입비용 절감과 수출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경우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등이 이 같은 사례를 준용해 원산지 결정 기준 등 FTA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기업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활용도 제고를 위해 자체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생산구조상 80%이상의 수출 중소기업이 대기업 납품을 통해 수출을 하고 있다. 완제품을 수출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FTA 체결국 시장으로 수출시 제품의 역내산 인정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중간재와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협력 중소기업도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발효가 목전에 와 있는 미국, EU, 인도 등 거대시장과의 FTA를 놓고 볼 때 특혜관세 혜택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도 기업간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향후 우리나라의 FTA 체결은 지금보다 증가할 것이고 다른 경쟁국들도 FTA를 확대할 것임에 따라 다수 국가와 FTA를 교차 체결하는 상황이 예견된다. 체결 대상국마다 우리와의 교역패턴, 수출입 업종, 현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의 형태와 규모 등 다양한 부문에서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FTA 활용도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에게 그 만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협정체결 자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조건으로 체결했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FTA 특혜관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미 무관세이거나, 활용해도 관세 인하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 비용/효과 측면에서 큰 실익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2위를 차지했다. FTA 체결 이전부터 대부분 무관세로 거래가 되었던 싱가포르와 EFTA 국가들과의 FTA 활용도가 낮은 원인 중 하나다. 체결에 급급한 나머지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후발 FTA보다 협정조건이 불리하게 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정이라는 당초 취지도 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발효를 앞둔 거대시장과의 교역활성화를 도모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FTA 체결 못지 않게 FTA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렵게 성사된 FTA를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은 기업과 유관단체 등에 대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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