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보이스피싱)번호 검색
« 2024/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LG경제연구원 'LGERI의 미래생각(1) 10년 후 세상을 말한다'

'LG Business Insight'는 올해 연중 기획으로 'LGERI의 미래생각' 을 연재한다. 경제, 산업기술, 인구세대, 자원 환경, 기업 경영 등 여러 분야에서 지금부터 2020년까지 향후 약 10년 동안 글로벌한 스케일로 진행될 각종 변화 양상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개인과 기업, 정부 등 주요 경제주체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주된 취지이다.  
 
'LGERI의 미래생각'  연재의 첫 회인 이번 글에서는 이미 시작된 2010년대에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5가지 핵심 동인(Key drivers)으로 중국, 자본주의2.0, 이산화탄소(CO2), 고령화, 초연결(Hyper-connection)을 제시하고 이들 각각이 미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생각해 보았다. 이들 5가지 변화의 원동력이 그려 낼 2020년 미래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LG Business Insight' 독자 여러분과 더불어 미래 세상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생각과 통찰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 회(LGBI 1076호, 1월 20일자)에는 <위기 후 세계경제의 뉴 패러다임>이 게재될 예정이다. 
  
< 목 차 > 
 
Ⅰ.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 
Ⅱ. 뉴밀레니엄의 첫 10년은 무엇을 남겼나 
Ⅲ. 세상을 바꾸는 5가지 힘의 원천 
Ⅳ. 2020년의 세계와 대한민국
 
  
 
Ⅰ.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 
  
 
21세기 들어 세상은 점점 더 빨리, 그리고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지식사회로의 진전과 IT 등 과학기술의 진보, 인간 상호작용의 복잡성 증대, 지구환경 파괴 등으로 인해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지난 세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던 여러 생각이나 가정, 전제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거나 혹은 새로운 발견에 의해 부정되는 모습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자주 목도하였다. 변화가 일상화되고, 날로 격심해지는 시대. 세상의 변화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흐름에 주체적으로 동참하며, 나아가 변화를 선도하는 일은 개인과 기업, 국가 등 모든 행동주체들의 미래 생존과 번영에 필수적인 요건이 되고 있다. 
 
21세기, 뉴 밀레니엄 시대의 첫 10년을 뒤로 하고, 2010년이 밝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희망과 불안,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새로운 한해, 새로운 10년이 시작되었다. 2008년 하반기에 돌출한 리만 쇼크의 여진(餘震)과 범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체계의 수립을 위한 선후진국 간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맞게 되는 새로운 10년.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2020년에는 세상이 과연 오늘과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다가올 10년은 우리에게 어떤 기회와 위험을 준비해 두고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문제 제기와 해답 찾기를 시작할 때이다.  
 
위성사진 판독을 통해 내일 날씨를 알아내는 것과는 달리, 인간 세상의 미래를 알아내는 일은 수백, 수천년 전에도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경우 온전히 신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첨단 통계과학 및 예측기법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A라는 특정 시점에 B라는 특정 사건이 발생할 것인지, 아니면 C라는 대안적인 사건이 발생할 것인지의 여부를 다루는 데 있어서 인간은 매우 제한적인 능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날씨, 주식, 상품가격 등과 같은 단기예측 뿐만 아니라, 특정 기술이나 제품의 수명, 국민소득, 인구구조 등의 장기예측 분야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시도가 줄기차게 이루어지지만 결국 많은 경우 중대한 오류와 과장, 실패로 귀착되면서 기업전략이나 국가정책에 큰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미래는 특정되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확정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드러커(P. Drucker), 데이터(J. Dator) 등 현대 미래학 분야를 개척해 온 많은 석학들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나 2001년의 9·11사태, 2005년 미국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8년의 리먼 쇼크 등과 같이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개인과 조직, 국가의 운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을 와일드 카드(Wild Card)라고 하는 데, 이러한 돌발적, 혹은 돌연변이적인 사건들을 제외하면 미래 세상에 일어날 일들의 대부분은 이미 오늘의 현실 가운데에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생각이나 가치관, 그리고 이들 상호간의 합의와 공감대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내일’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가 시작되는 곳은 바로 ‘오늘’이다. 결국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과거에서부터 오늘에 이르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알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통찰이 응집된 ‘시대정신’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미래를 내다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연구나 탐색은 본질적으로 <현실>에 기반을 두고 <미래>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다가올 10년을 내다보기 이전에, 먼저 지난 10년 동안 세상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가를 우리가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Ⅱ. 뉴밀레니엄의 첫 10년은 무엇을 남겼나 
  
 
과거 시기와 마찬가지로, 21세기 첫 10년 동안에도 시대사적 의미를 지니는 많은 사건과 더불어 미래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흐름이 다수 출현했다. 예를 들어 2001년의 9·11테러, 2000년대의 초반과 후반 두 차례의 자산버블 붕괴와 2008년 리먼 쇼크, 그리고 신종 플루와 조류독감 등 전염병의 세계적인 창궐과 같은 사건들은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가져왔던 상식과 고정관념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어 놓은 상징적인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안전한 나라이며, 미국 본토가 외부 세력으로부터 공격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큰 정부보다는 작은 정부, 정부 규제보다는 민간자율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신념, 세계경제는 별 탈 없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 그리고 예방 백신개발 및 보건위생 시스템의 발전 성과에 힘입어 현대 인류가 인간을 괴롭혀 온 각종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과학적 확신 등과 같은 지난 시대의 생각이나 고정관념은 2000년대의 첫 10년 동안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중대한 도전과 시련에 직면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미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생각이 극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은 바로 지금이 역사의 큰 물줄기가 진로를 바꾸는 세기적 전환의 시기임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2000년 1월, 뉴 밀레니엄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세계인들은 일부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인정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구 소연방 해체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로 올라선 미국의 글로벌 위상에는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며, 미국의 이러한 지위는 향후 수십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 위상은 10년 전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아프칸 등지에서의 대테러 전쟁과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무역 적자 누적으로 2000년대 미국의 위상은 군사외교, 경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2008년의 미국발 위기도 미국의 글로벌 위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미국의 위상이 종이호랑이 수준으로까지 추락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같은 유일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 축소에 따른 힘의 공백은 이제 중국이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다. 개혁개방 30년 만에 중국은 EU, 일본 등을 제치고 미국과 더불어 21세기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G2의 한 축으로 부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외에도 21세기 첫 10년 동안에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변화의 씨앗이 뿌려졌다. IT 분야를 비롯해, 바이오, 나노 신소재, 그린 테크놀로지 등 과학기술 측면의 새로운 발견과 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다 글로벌화, 지구온난화, 에너지자원 고갈, 인구 고령화, 웹(web)2.0, 양극화 등과 같은 트렌드가 좀 더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내면서 지구전체 인류의 생존방식을 크게 바꾸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별히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인터넷과 휴대폰(모바일 기기)의 폭발적인 확산, 중국, 인도 등 후발개도국의 빠른 성장, 지구온난화에 대한 지구촌 인류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가파른 성장 등은 지금 세상의 의미와 색깔을 지난 20세기와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드는 요소들이 되고 있다. 각 개인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 살아가는 방식, 특히 소통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이윤 창출의 원천이나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개별 국가의 정부 역시 추구해야 할 기본 가치나 개별 정책의 수립 및 구현 프로세스를 지난 시대와는 전혀 다르게 재설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21세기의 첫 10년을 거치면서 지구촌은 지난 세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것이다.  
  
 
Ⅲ. 세상을 바꾸는 5가지 힘의 원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거대 트렌드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기강화(Self-reinforcing)의 프로세스를 밟게 될 것이다. 물론 과학기술 분야에서 생겨날 놀라운 발견이나 혁신과 같이 현시점에서 아직 우리가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새로운 변화 요인들도 많다. 이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역동적인 미래가 만들어 질 것이다. 이하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독자적으로, 혹은 다른 분야의 변화 동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우리 앞에 새로운 미래 세상을 열어나갈 5가지 변화의 핵심 동력(Key Drivers)을 살펴보고, 각각의 실체와 의미, 그리고 경제주체들의 생각과 행동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선 미래 세상의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태풍의 눈 격인 ‘중국’, 그리고 지난 30년간의 자유화, 글로벌화 흐름에 대한 최근의 수정 움직임을 의미하는 ‘자본주의2.0’을 다음 10년 동안 세계경제의 중장기 구조 변화를 디자인해 나갈 핵심동력으로 꼽았다. 여기에다 미래의 경제, 사회,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갈 ‘고령화’, ‘이산화탄소(CO2)’, 그리고 ‘초연결(Hyper-connection)’을 또 다른 변화의 핵심동력으로 덧붙였다.  
 
물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글로벌 경제나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뚜렷하게 부각된 경우도 있고, 일부는 아직 그 실체나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다른 요소들과의 복합적인 상호작용 속에 다음 10년 동안 새롭게 만들어 낼 변화의 크기와 속도가 어느 정도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런 변화 동인들의 의미와 개별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추론하는 일일 것이다.  
 
1. 중국 
 
향후 10년 동안 글로벌 경제의 면모를 크게 바꾸어나갈 거대한 힘의 원천으로는 단연 ‘중국’이 첫머리에 꼽힌다. 경제규모나 미래 잠재력 면에서 중국이 향후 전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미국이나 일본, EU 등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과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는 미국 등 기존 강대국들의 반작용(counteraction)을 이끌어 내는 ‘변화 유발자’로서의 역할까지 감안한다면, 다음 10년 동안 글로벌 세상에서 중국은 그야말로 ‘태풍의 눈’과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9.8%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 온 중국은 2010년 현재 EU, 일본 등 여타 선진국을 제치고 이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큰 타격을 입은 미국과 EU 등 서방 선진국들과는 달리 중국의 글로벌 경제 위상이나 존재감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한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대부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중국은 8%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를 과시했고, 2010년 이후에도 상당기간 고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13억 인구규모와 막대한 영토면적, 석탄, 석유, 희귀금속, 재생에너지원 등 각종 자연자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중국은 세계 최고의 성장률, 세계 2위의 GDP 규모(2010년 이후) 및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군과 중산층 그룹 등을 등에 업고 다음 10년 동안에도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장해 나갈 것이다. 경제 단계상 성장둔화 또는 정체 국면에 들어선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아직도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젊은 나라이다.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약(take-off)에 성공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중국 역시 앞으로 최소한 한 세대, 20년 정도는 세계경제의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outperform) 성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다음 10년 동안에도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강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바닥을 드러낸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과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 교육 및 의료보험 취약성 등 국가경제 전반에 드러난 결함과 남아있는 불안요인들을 교정하고, 재정비하는데 상당한 시일과 국가적 에너지를 투입해야 할 처지이다. 유럽이나 일본 역시 인구 고령화나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재정위기 등을 타개할 리더십 부족 등으로 인해 그동안의 저성장 또는 정체 국면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 10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경제의 주요 플레이어들 가운데서 차지하는 중국의 존재와 역할이 크게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물론 중국의 경우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직된 정치 체제와 시장경제 체제 사이의 모순,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사회내부의 양극화, 지역 격차, 환경오염과 물 부족 등이 중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며, 그래서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중국이 아직은 젊고 성장하고 있는 나라이며, 이중 상당수는 다른 나라들도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미래 가능성을 굳이 다르게 볼 이유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날로 팽창하는 자국의 경제력에서 비롯된 중국의 자신감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과정에서나 포스트 교토 체제 구축을 위한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그리고 아프리카, 중남미 등을 대상으로 한 경제외교 등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공장 혹은 성장엔진을 넘어, 21세기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거대한 힘의 원천(powerhouse)으로서, 그동안 미국이나 EU, 일본 등 선진국들이 주도해 온 국제질서를 재구성하고 자국 이익을 공세적으로 확보해 나가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미래 세상에서 중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의 선택은 전세계 다른 나라의 정부, 기업, 근로자와 소비자의 행동에 더욱 직접적이고, 강력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될 것이다. 커피와 치즈, 석유와 반도체, 그리고 최근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CO2)와 미국의 주택판매 가격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많은 것들은 중국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특히 현재 1억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중국 중산층 가구, 그리고 미래 중국경제의 ‘중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2억 3천만명 80후세대(소황제세대)의 선택이 주목된다. 막대한 외화보유고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외국기업 사냥에 나선 중국기업들도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기술과 제품력으로 세계의 비즈니스 지형도를 바꾸어 나갈 것이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소득과 일자리, 나아가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의 구조 변화 여부가 중국에 의해 본격적으로 좌우되는 시대. 2020년까지 다가올 10년 동안 세계인들은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실감하면서,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2. 자본주의 2.0 
 
리먼 쇼크로 촉발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G20)의 신속하고도 이례적인 정책공조와 개별국가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 노력에 힘입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수습단계로 접어들었다. 출구전략의 시행시기와 강도 등과 관련된 논란, 그리고 두바이, 그리스 등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 여기저기에 아직 ‘잔불’은 남아 있지만, 대공황 이후 최대의 충격과 파장을 남길 것이라던 초기 진단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위기국면은 의외로 순조롭게 수습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위기의 종식, 혹은 정상 국면으로의 복귀가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이런 겉모습과는 별개로 세계경제 시스템 내부에 상존해 있는 불안요인, 또는 리스크 요인들을 제거하고 현대 자본주의 작동 시스템을 재정비하기 위한 좀 더 거시적, 구조적 차원의 노력은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이 실물이나 금융부문에서 세계경제가 정상적인 궤도를 일탈한 소위 ‘과잉의 시기’였다면, 향후 세계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일정한 숨고르기, 또는 체제 정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그런 점에서 다가올 2010년대의 10년은 세계 시장경제의 미래에 관한 논의와 실질적인 변화 움직임이 좀 더 강도 높게 전개되면서 개인, 기업, 금융기관, 정부 등 각 경제주체들의 생각과 행동에 의미있는 변화가 모색되는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8년 글로벌 위기의 수습 과정에서 위기의 근본 원인에 대한 규명 노력과 반성이 어느 정도 있었고, 이에 기반한 경제시스템 교정 노력이 개별 국가차원에서, 그리고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 당국의 공동협력이다. 최근 이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는 자본, 회계, 리스크 관리, 파생상품 투자 등 금융기관(은행)들에 대한 사전적 규제와 사후적 감독 수준의 강화, 금융업 종사자들의 급여와 보너스 제한 등은 위기 이전에는 즉각 반시장적 조치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내용들이지만, 지금은 글로벌 차원의 공감대 속에 실제 구체적인 규제의 틀로 굳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경제·금융·산업 제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 개입과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고, 기존의 글로벌화 흐름과 관련해서도 보호주의, 자본 및 인력이동(이민) 제한 등의 통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국가경제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 공공성의 확보 등의 관점에서 기존의 경제 흐름에 일정한 수정을 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존의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법안 등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나 기존 자민당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경제철학을 추구하는 일본 하토야마 내각의 정책 기조가 최근의 이런 흐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대처·레이건 등장 이후 지난 30년간 세계경제 전반에 폭넓게 확산되어 온 ‘작은 정부’ 철학은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자율 및 시장경쟁 확대, 그리고 대외 개방을 통한 무역 및 자본투자의 대대적 자유화(글로벌화) 추세 등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30년간 세계경제의 지속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해 왔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중국, 인도 등 수많은 후발개도국들이 저개발과 빈곤의 덫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경제 도약을 모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전반의 이러한 ‘자유화’ 흐름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글로벌 경제의 자유화 흐름은 초국적 자본의 빈번한 단기 유출입으로 인한 거시 측면의 시스템 리스크 축적, 과도한 금융차입 및 레버리지 투자의 보편화와 자산시장의 버블 팽창, 그리고 사회 양극화 등의 문제를 낳으면서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 등지에서 10여 차례의 외환위기, 주기적인 버블의 형성과 파열 등을 초래했다.  
 
대처·레이건 이후, 이제 약 30년 만에 정부와 기업, 금융, 가계 부문 사이의 상호역학 관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 10년 동안에는 국제교역이나 국제간 자본, 인력 이동과 관련된 흐름은 위기 이전과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 및 금융자본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자유롭게 입지를 선택하고,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던 비즈니스 환경도 바뀌고 있다. 더불어 가계부문의 소비와 저축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 시기 세계경제의 최대 현안이라고 할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해소라는 관점에서도 위기 이전의 글로벌 투자, 생산, 소비 패러다임에 일대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위기 후 10년의 세계 경제는 위기 이전의 10년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3. 이산화탄소(CO2) 
 
유기물의 연소, 또는 생물의 호흡과정에서 발생하며 대기의 0.03%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혹은 탄소)는 아마도 현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인류가 각자 생애를 마칠 때까지 가장 많이 듣고 말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 화석자원의 고갈 조짐, 그리고 기록적인 국제 고유가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이산화탄소’ 문제는 2000년대 후반 지구촌 인류의 뜨거운 관심사로 부상했고, 향후 수십 년 동안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 전반에, 그리고 기업 비즈니스와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21세기의 가장 상징적인 테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EU 국가들과 일본 등의 주도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당시, 먹고사는 데 여념이 없었던 지구상의 많은 저개발국들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탄소배출 수위를 다투던 핵심 당사국들도 이 문제에 대해 의도적 외면과 냉소로 일관했다. 그러나 2009년 12월의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대해서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 환경단체 등이 높은 관심과 참여 열기를 보여주었다. 이산화탄소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면서 이 문제를 대하는 세상의 눈이 그 만큼 많이 변한 것이다. 아직도 과학계의 일각에는 지구온난화와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고, 환경의 상품화 논란도 뜨겁다. 하지만, 지구를 살린다는 명분과 경제성장이라는 실리가 결합되면서, 배후의 과학적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 사회시스템 구현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미래 세상의 핵심 글로벌 아젠다로 자리를 굳혔다. 이러한 흐름을 놓치거나 방관해서는 그 누구도 미래의 생존과 번영을 기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1세기 저탄소 녹색사회로의 전환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기존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얼마나 줄이느냐, 태양열, 풍력, 바이오연료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활용하느냐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간 계속되어 온 경제주체들의 생각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사회 시스템, 산업과 기업 생태계를 바꾸는 일대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빨리’ 등과 같은 계량적(metric) 기준이 20세기적 가치의 원형질을 구성했다면, 저탄소 녹색 세상을 지향하는 21세기에는 지구환경, 자연, 인간,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공존 등 비계량적(non-metric) 가치가 가장 핵심적인 시대가치의 기준이 될 것이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저탄소 녹색 세상으로의 전환은 경제적 가치의 발견과 구현 방식, 글로벌 생산·유통·판매 전략, 고객 커뮤니케이션과 사후 피드백 프로세스 등 비즈니스 생태계 전면에 걸쳐 중대 도전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미래 성공과 번영의 기회, 혹은 실패와 파국의 리스크가 모두 ‘이산화탄소와 녹색’이라는 두 단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좌우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많은 국가의 정부들 역시 향후 수년간 주택, 교통, 물류, 환경, 수자원 등 사회 인프라 관련 분야에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할 것이며, 미래 녹색가치에 부합하는 국가산업 전략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다가올 10년은 저탄소 녹색 세상으로 가는 중대 교두보가 될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충돌과 혼란이 있을 것이며, 변화의 속도는 예상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었고, 세상은 ‘이산화탄소’로부터 자유로운 미래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갈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미래는 남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녹색 가치를 제시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4. 고령화(Aging population) 
 
2020년 미래 세상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고령화, 저출산,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80년대 초중반 이후 태어난 소위 Y 세대의 등장 등 글로벌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구사회 구조 전반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변화 흐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이전 시대와는 다른 큰 변화 흐름을 만들어가는 주역이 누구인지를 살펴보는 일이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궁극적인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올 것인 만큼, 이들이 과연 어떤 생각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가올 미래 세상의 의미와 색깔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여러 가지 인구사회 이슈 가운데 다음 10년 동안 가장 큰 폭발력을 보일만한 이슈로 꼽히는 ‘고령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21세기 들어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 추세가 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중국 등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전반적인 영양상태 및 보건위생 수준의 향상으로 고령자의 절대규모와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EU와 일본의 경우 202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각각 19.0%와 28.3%로 높아지고, 고령화에다 저출산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고령자 비중이 15.4%로 상승하면서 사회경제적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역시 전체 인구대비 비중으로 보면 아직 젊은 나라에 속하지만,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절대규모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5,6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점에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강하고, 삶에 대한 의욕이 넘치며, 상당한 정도의 경제적 여력까지 갖춘 고령자가 많아질 10년 후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 많은 측면에서 달라져 있을 것이다. 사회내부의 여러 조직에서, 특히 생산과 소비시장의 일선에서, 그리고 각종 투표, 미디어 참여 등 공론 형성의 장에서 많은 고령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은 이미  선진 각국에서 일상화되어 있다. 사회는 이념적으로 좀 더 보수화되고, 경제적 역동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범죄가 줄어들고 친환경 및 공동체 의식이 고양되는 등 청장년층이 압도적인 사회에 비해 한층 더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특히 고령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 NGO 활동 등의 형태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 노동력 등을 사회에 환원하는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착시켜 나갈 경우, 인력과 재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부문의 사회서비스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당장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도 많을 것이다. 향후 10년 내에 현재의 일자리에서 거의 대부분 은퇴하게 될 베이비부머(단카이) 세대의 노후를 보살피는 일, 구체적으로 고령자의 일자리와 건강, 연금, 의료, 돌봄 서비스 등과 같은 문제가 많은 나라에서 시급한 이슈가 될 것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관점을 확장해 보면, 베이비 부머 세대가 사회의 주축을 이루었던 고도성장 시대의 대량 생산 및 소비 패러다임 하에서 구축되었던 기존의 국가재정 구조, 기업의 정년 및 연금 제도, 그리고 공공부문의 교육, 주거, 도로, 교통, 보건의료 시스템 등 사회 인프라 전반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전면적인 검토와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며,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도 심화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본격적인 인구감소와 더불어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일본에서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정비된 학교, 도로, 교량, 상하수도 등 사회 인프라의 노후화와 서비스 질 저하 문제가 중요 사회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고령화 대응을 위해 그렇지 않아도 돈쓸 데가 많은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사회 인프라 재정비에 드는 막대한 재정소요를 감당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이다. 때문에 과잉 인프라를 대거 폐쇄하거나 용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창조적 파괴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향후 10년 내에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고령화가 몰고 올 핵폭풍의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일본사회와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될 것임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어가는 고령시대로의 전환은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대사건이 될 것이다. 과거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사회에서도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고령화 추세를 경험한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이해나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시대로 가는 초고속 열차에 올라 타 있는 형국이다. 고령화가 국가재정과 연기금, 보험 등의 파산을 동반한 대재앙이 될 것인지, 아니면 현시대 인류에게 주어진 순수한 축복 그 자체가 될 것인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고령화 핵폭탄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다음 10년 동안,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해당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5. 초연결(Hyper-connection) 
 
미래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또다른 핵심 동력으로 연결성의 폭발적 증가, 즉 초연결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과 기기와 네트워크 사이의 연결성 증가는 21세기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독특한 현상이다. 전세계적인 인터넷 네트워크의 확산이 연결성 증대를 가져왔지만, 단지 기술적인 진보만이 그 원인은 아니다. 초연결은 웹 2.0과 같은 기술적 요인과 더불어 관계의 단절 및 소외와 같은 사회적인 변화, 그리고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고객과의 상호접점을 확장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경제사회적 현상이다. Y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 등으로 불리는 10대~20대 젊은 세대가 점차 사회의 주류로 진입하는 다음 10년 동안의 세상에서 ‘연결’은 더욱 일상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연결성의 급격한 증대, 웹과 IT의 일상화로 우리 삶의 모습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개인과 집단적 영역, 비즈니스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근본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먼저 사람들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연, 지연 등 장소와 시간의 한계 속에서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블로그, SNS 등 웹 2.0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해 시간, 장소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의 20대 대학생들은 트위터(Twitter)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미국의 또래들과 정치 이슈를 토론하며, 페이스북(Facebook)에서 북유럽의 대학생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연결의 확대는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전 불특정다수가 작성한 상품평을 참고하거나 전문 블로그 등을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웹과 첨단 IT 기기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삶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혹은 그 반대의 사람들과의 토론이 상시적으로 벌어진다. 경우에 따라 토론이 오프라인 세상에서의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촛불집회’로 대별되는 새로운 여론 형성과 행동 방식을 경험했으며, 미국의 경우 2008년 대선에서 온라인의 대중참여형 선거활동을 통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연결의 확대는 파편화된 개개인을 통합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실체적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보 접근성 증대 또한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는데, 특히 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아이폰(iPhone)과 앱스토어 열풍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및 IT 서비스 시장의 성장은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사람들은 삶의 편의성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에 상시 접속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제품을 구매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업무를 처리한다. 특히 기업들의 경우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 패러다임이 와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개별 고객과 1:1로 접촉하고, 맞춤화된 물건을 팔며,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미래의 비즈니스는 초연결과 함께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IT의 발전, 연결의 확대로 인해 세계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이나 문제들에 직면할 것이다. 개인 프라이버시의 위협, 기업 활동에 대한 극단적인 투명성 요구, 여론의 급격한 생멸(生滅), 네트워크가 소규모로 분화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집단주의, 극단적 신뢰와 극단적 불신의 교차, 가상세계(웹)와 현실세계간의 융합 등 연결과 관련된 이슈는 예측하기 힘들만큼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들이 기존 사회 질서나 체제에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여부에 관계없이 연결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 강화될 것이다. 네트워크는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생명체와 같다. 이 순간에도 성별, 지역, 문화, 종교, 이념을 막론한 방대하고 중층적인 연결이 생성되고 있다. 이종(異種)간 결합이 생명의 진화를 가져온 것과 같이 다양한 부문 간 연결과 결합은 사회의 혁신과 변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특히 연결이 가져오는 변화는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그 영향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변화 동인(Driving force)들과 구별된다. 사람들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다. 책보다는 검색을, 이메일보다는 문자메시지를 선호한다. 실시간 연결과 실시간 상호작용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가치다. 이러한 성향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소비자로서도 마찬가지다. 연결의 확대는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제시했던 것과 같이 법/제도와 여론, 고객 니즈와 제품/서비스 등이 실시간으로 일치하는 ‘시간의 동시화(Synchronization)’로 이어지면서 미래의 세계를 바꾸어 갈 것이다. 
  
 
Ⅳ. 2020년의 세계와 대한민국 
  
 
이상에서 2020년까지 다가올 10년 동안 세상을 바꾸어나갈 5가지 변화의 핵심 원동력을 살펴보았다. 향후 10년 여 동안 미래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요인들은 이상의 5가지 외에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IT, 바이오·의료, 나노 신소재, 그린 테크놀로지 등 많은 분야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사람들을 매혹시킬 새로운 기술들이 다음 10년 동안 다수 출현할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과 진보는 어느 시대에서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산업 구조와 정부 정책을 바꾸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던 만큼, 다음 10년 동안에도 과학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인이 될 것임은 물론이다.  
 
여기에다 경제 윤리 문제, 투명성 및 공정성, 집단지성, 양성(兩性) 평등, 국제 공조 등과 같은 무형의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변화도 세상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나갈 것이다. 21세기 지구촌의 지속성장을 위한 과제 선별과 대안마련을 위한 유엔(UN)의 과제를 수행했던 밀레니엄 프로젝트 팀은 이러한 무형가치들이 향후 20년간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바꾸어나가는 핵심동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끝자락에서 맞는 2010년은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남아있던 지난 20세기적인 생각이나 가치관 혹은 패러다임과의 단절, 그리고 새로운 10년, 미래 세상으로의 출발을 기약하는 중대 전환점이다. 물론 이 시대적 전환은 결코 조용히,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멀리는 21세기 세계경제의 주도권, 좀 더 가까이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기 싸움이 치열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의 재정비, 글로벌화의 진로를 두고 벌어질 수많은 논쟁과 실험, 그리고 과거와 미래 세력간의 실질적인 힘의 충돌이 다음 10년 동안 세계경제 전반에 크고 작은 쇼크를 불러 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충격을 받았던 세계경제가 위기 이전의 성장 궤적을 조기에 회복하고, 다시 성장 에너지를 힘차게 뿜어낼 수 있을지도 중대 관심사다. 물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고령화에 따른 비용의 귀착 문제를 둘러싸고도 세력과 집단 사이의 많은 저항과 힘의 대결, 그리고 무임승차 시도 등이 있을 것이다. 웹2.0과 초연결 트렌드가 가져올 기성권위의 해체와 무력화, 그리고 힘의 재조합 시도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다음 10년 동안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많은 다툼과 경쟁, 협력과 공존이 어지럽게 혼재할 것이며, 그 와중에 크고 작은 규모의 뜻하지 않은 파국이 올수도 있고, 인류사에 기록될 만한 큰 진보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위대한 혁신과 돌파로 큰 성공을 맛보는 개인이나 기업, 집단, 국가가 생겨날 수 있는 반면, 세상의 변화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희생자가 다수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은 다음 10년 동안의 이런 세상의 변화 흐름에서 과연 어떤 위치에 처하게 될 것인가, 이 문제를 한번 자문해 볼 차례이다.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 글로벌 시장의 수요 부침이 자국의 거시경제와 기업실적에 즉각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나라, 선진국, 특히 이웃 일본과 비교할 때 글로벌 온실가스 규제 흐름에서 아직 저만치 뒤져있지만 가능성은 많은 나라,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온라인 세상의 변화가 가장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나라, 대한민국. 다음 10년 동안 나타날 세상의 변화 흐름은 우리에게 가장 유리할 수도, 가장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0년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색깔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 감당해야 할 몫은 각자 다르겠지만, 먼저 개별 경제주체들이 미래 세상의 변화 흐름에 대한 각자의 민감도를 한 수준 더 올릴 필요가 있다. 창의적인 생각과 혁신의 자세가 넘치는 열린 사회, 열린 조직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결국 세상의 변화 흐름을 제대로 알고, 적극 동참하면서, 나아가 능력껏 주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나타나느냐가 다음 1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끝>

사업자 정보 표시
(주)부동산중개법인이산 | 박우열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3-8, 지하1층 69호(삼창빌딩) | 사업자 등록번호 : 528-88-00035 | TEL : 010-3777-1342 | Mail : 1004kpwy@hanmail.net | 통신판매신고번호 : 해당사항없음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