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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기업 내 사업가(Intrapreneur)가 키워지지 않는 이유'

기존 사업들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영자들의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이끌어갈 기업 내 사업가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가적 자질을 갖춘 리더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기업내에서 사업가가 키워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요즘 기업들마다 신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 내 사업가의 발굴 및 육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각 기업들마다 성장동력실, 미래기획실 등 다양한 이름의 부서에서 자사의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각종 사업 아이템들을 기획하고 있지만, 막상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길만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사업이 중요한데 이를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조직 내에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리더들은 많지만,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기량을 발휘할 만한 사람은 제대로 키워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 내 사업가란 (1)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개발하여 시장에 성공적으로 소개해 내거나 (2) 기존 제품/서비스를 가지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냄으로써, 회사의 성장을 실현시켜내는 사람을 뜻한다.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관리(Operational Management)를 넘어 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Strategic Initiative)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일구어 내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업가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업들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들이 사양화되기 이전에 새로운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영자들의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 내 사업가가 없다”고 한탄하기 보다 사업가가 키워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짚어보고 개선의 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현장의 절박감은 상대적으로 낮다 

사업가가 제대로 키워지지 않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는 최고 경영층이 느끼는 사업가의 필요성과 현장 리더들이 느끼는 사업가의 필요성 정도 간에 괴리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장 리더들의 입장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장 리더들 입장에서는 사업가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업가라는 존재가 없어도 현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데 큰 문제가 없었고, 향후로도 별탈 없이 사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장 올해의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리더들 입장에서는 “사업가 확보, 육성”이 중요하다는 말들이 마음에 절박하게 와 닿지 않는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원을 분산시켜 사업가를 확보하고 키우는데 신경을 쏟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둘째, 신사업과 이를 담당할 사업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현 사업의 리더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섭섭함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오해와 섭섭함이 쌓이면 조직의 변화 방향에 전심으로 동참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기업 내 사업가의 발굴과 육성은 현장 리더들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제로 사람을 뽑아서 키워 내는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리더들이기 때문이다. 현장 리더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업가를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입장과 사업 노력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의 사업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과 사업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전략/조직 분야의 전문가들은 사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리더의 역할이 다르다고 주장한다(<그림 1> 참고). 성공적으로 조직을 성장시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에 적합한 역량을 갖춘 리더를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현 사업의 리더와 새로운 사업의 리더 중 누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사업 특성과 성숙 수준에 따른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무난한 사람을 선호하는 선발 관행 

무난한 사람을 선호하는 선발 관행 역시 사업가를 키우는데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머지 단추도 자연스레 잘 꿰어지듯, 사람을 키울 때에도 선발할 때부터 잘 선발해야 이후의 육성 과정도 보다 성공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장의 리더들은 역량도 역량이지만 무엇보다 기존 조직과 잘 융화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경향이 있다. 즉 리더 본인 및 기존 구성원들과 그다지 큰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일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현장 리더의 입장에선 사업가를 뽑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기존 구성원들과 잘 협업하여 빠른 시간 내에 조직에 안착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조직에서는 도전적이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사람의 경우 오히려 조직의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기존 구성원들의 불만을 야기하며 성과를 저해할 수 있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조직 분위기에 익숙한 리더는 기존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뽑기 쉽다. 아무리 위에서 도전적이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인재를 뽑으라고 강조하더라도, 또한 현장 리더 스스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막상 선발할 때는 당장 자신의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데 안전한 인재를 선발하기가 쉽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발 기준 및 과정 등 선발 관행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선발 기준을 재고해 봐야 한다. 사업가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별해 낼 수 있는 기준들을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 봐야 한다. “사업가는 태어나는 것이냐, 만들어 지는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타고 나는 자질이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KAIST의 안철수 교수는 “사업가의 DNA를 갖춘 사람을 뽑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 사람을 뽑아 일을 맡기면 마음 고생만 하고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질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그림 2> 참고).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제안한 새로운 제품이나 사업에 대해 회사가 안된다고 하면 순응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순응하기 보다 어떻게든 되도록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다. 몰래 숨어서 연구개발 하다가 만들어낸 제품이 크게 성공하여 사업화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예로 일본 악기 제조회사 야마하의 한 관리자의 경우를 보자. 이 관리자는 ‘빛나는 기타’라는 새로운 제품을 고안하여 영업부와 개발부에 제안했으나 ‘이게 무슨 악기냐’는 말만 듣고 취급을 거부 당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고 인터넷 판로 개척, 샘플 생산을 위한 지속적인 상사 설득 등 동분서주하며 마침내 상품화하는데 성공하였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빛나는 기타’는 업계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며 야마하의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어떤 사람들은 때로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불굴의 의지로 일을 추진해 나가곤 한다. 특정 개인의 자질 혹은 성향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선발 과정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 봐야 한다. 특히 태도, 첫인상, 언변 등이 아닌 조직에 필요한 자질, 역량, 잠재력 등을 제대로 평가하여 선발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선발 기준을 마련해 놓더라도 실제 운용하는 사람이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선발 과정에서의 선발 적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향후 현장 리더에 대한 교육, 평가 센터를 비롯한 역량 중심의 채용 툴 강화 등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업가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업무 구조 

사업가적인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만한 기회와 경험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가적 경험의 핵심은 (1) 자기 주도 하에 의사결정을 내리고 일을 추진한 후 (2)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업무 구조 하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즉 자기 완결적인 업무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업무 구조가 기반이 되어야 자기 책임 하에 일을 벌이고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추진해 나가는 법들을 점진적으로 배워 나갈 수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주요 업무 관행들을 살펴 보면, 표면적으로는 책임자들이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담당 업무에 대해 별다른 권한과 책임이 없는 경우가 많다. 벤처 기업에서 일하다가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 중 상당 수는 다시 유턴하곤 하는데, 그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를 들어보면 “책임지고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감옥에 갇혀 있는 듯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다”라고 한다. 즉 보편적인 업무 관행상, 일상적인 업무 외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상위자의 판단에 의존하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되곤 한다는 것이다. 상위자의 판단에 의존한 만큼 결과에 대해서도 전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업무 관련 리스크에 대한 고민도 심도 있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자신의 권한과 책임이 무겁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이해 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업가가 핵심적으로 갖추어야 할 전략적 의사 판단, 리스크 분석 등에 있어서 제대로 훈련이 되기 어렵다. 

인재 사관 학교로 잘 알려져 있는 P&G는 심지어 갓 입사한 신입 사원에게도 독자적인 일과 책임을 부여한다. 신입인 만큼 업무의 중요성이나 업무량 등에 있어서는 고참들과 경중의 차이가 있으나, 각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일을 맡긴다는 것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신입 사원들은 작은 브랜드 제품의 판촉 업무 정도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 때 업무 계획에서부터 실제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 프로세스를 책임져야 한다. 상위 경영층에 보고해야 할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업무 담당자가 직접 해야 한다. 물론 사전에 직속 상사와 보고 내용을 공유하지만, 최종 보고는 실무자 자신이 직접 한다. 이러한 업무 관행을 기반으로 차근차근히 사업가들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사업가란 기질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질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경험을 쌓아야 사업가로서 성숙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완결적 업무 구조의 실현을 위한 제반 여건들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뛰면 뛸수록 감점이 되는 평가 

위계적인 업무 구조 속에서도 나름 잘해 보려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추진할 경우 안타깝게도 좋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다. 국내 한 기업의 관리자는 이를 “뛰면 뛸수록 가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점이 되는 조직”이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오히려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라는 핀잔을 듣기가 쉽다는 것이다.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주제 넘는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왜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대로 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라고 책망만 듣기 쉽다.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잘 하는 것이 인정받기에 더욱 유리하다. 붕어빵처럼 상사의 성공 트랙을 따라 움직여야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고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다가는 자칫 “건방진 부하”로 찍혀서 일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도전적이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은 “모난 돌이 정 맞아 평평해지듯” 순응하든가 또는 회사를 나가게 된다. 새로운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현장 리더들의 노력 없이는 사업가를 성공적으로 키워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업가적 자질의 사람을 선발하고 키워낸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조직 문화를 변혁해 나가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사람이 바뀌면 문화는 따라서 바뀌는 법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문화간 충돌(Cultural Conflict)이다. 기존의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익숙하던 기성 세대와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사업가적 기질의 새로운 세대들 간의 가치관 및 이해 관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사업가적인 기질의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중시하고 선발하다 보면, 현재의 주요 요직에 앉아 있는 리더들이 불만을 터트릴 가능성이 높다. “요즘 애들이 현실도 잘 모르면서 이것저것 자기들 멋대로 하려고 한다. 위 아래도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업가를 키워내는 조직을 만들어 간다는 최고 경영층의 의지가 기업내에 분명히 전달되고 그 중요성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 

특히 당장 현 시점에서 시장 규모가 크지도 않고 전망이 불확실해 보이더라도 “일단 한번 해보자”라며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마인드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신사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첫 시작은 매우 미미해 보인다는 것이다.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는 더욱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다소 불투명해 보이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사업 제안자의 자신감, 열정, 기량 등을 판단하여 조금씩이나마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의사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작은 사업들을 별도의 조직으로 키워나가 보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들은 기존 사업 방식대로 가급적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사업은 새로운 틀에서 운영되도록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국의 신문사인 USA Today의 예를 들어보자. 이곳은 전통적인 지면 신문 외 인터넷 신문을 발행하면서 별도 사업으로 운영하여 성공한 조직이다. 즉, HR, 보고 체계, 조직 문화 등 다양한 조직 운영 측면에서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물론 두 개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면서 초기에는 사업간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갈등이 심화되어 고생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다. 새로운 사업이 결국은 비용만 들이고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조성되었다. 그러나 두 개의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균형 감각을 점진적으로 익혀나가면서, 하나의 사업부로 운영하는 것에 비해 보다 효과적으로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한 기업 내에서 두 가지 시스템을 가진 별도 조직 체계를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적으로 작동(Working)되는 조직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렇게 키워진 사업가들을 기존 사업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통해 기존 사업의 획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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