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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통신사간 네트워크 투자 협력으로 통신 요금 인하 가능하다'

최근 해외에서는 경쟁사와 협력하여 4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로 네트워크 자산의 공유, 장비 공동 구매, 데이터 로밍, 네트워크 구축 전담 사업자 신설 등이 활용되는데, 통신사들은 이를 통해 20~30% 정도의 설비투자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 절감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약 5~8%의 요금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상에 없던 네트워크 와이파이의 시작’, ‘♡ 4G’, ‘데이터양 막힘없이 콸콸콸’. 이는 요즘 TV를 보면 자주 접할 수 있는 통신사들의 광고 카피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비스 경쟁을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던 통신사들이 최근 들어서는 네트워크 경쟁력 우위를 광고하느라 여념이 없다. 

통신사들이 이러한 네트워크 중심의 경쟁을 다시 시작하게 된 원인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이용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4G 네트워크 투자에 서두르는 통신사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 충분하고 저렴한 주파수의 확보, ▲ LTE나 WiMax와 같은 4G 네트워크 투자, ▲ WiFi나 펨토셀과 같은 우회망의 활용, ▲ 애플리케이션의 경량화 등의 4가지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4G 투자를 제외한 다른 세 전략은 통신사업자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충분하고 저렴한 주파수의 확보는 정책 이슈이며, 새로운 주파수 마련을 위해서는 여러 집단의 이해 관계도 얽혀 있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애플리케이션 경량화의 경우 통신사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개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WiFi나 펨토셀의 경우 어느 정도 통신사의 역량이 발휘될 수도 있지만, 이를 얼마나 구매 혹은 임대하여 설치할 것인지는 소비자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통신사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결국 통신사 입장에서 늘어나는 데이터 이용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좋으나 싫으나 4G 네트워크 투자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네트워크 투자로 인한 부담 증가 

4G 네트워크 투자의 본격화는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큰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네트워크 구축 비용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3G 네트워크의 증설도 지속하는 동시에 4G에 대한 신규 투자가 필요한 상황으로 그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실제 국내 통신사들의 투자 계획을 보면 LG유플러스가 내년까지 4G 네트워크 구축에만 총 1조2,500억원을, SK텔레콤과 KT는 올해 4G 네트워크 구축 및 3G 네트워크 증설에 각각 2조3,000억원, 1조4,52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늘어나는 비용만큼의 매출 증가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과거와 달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확산으로 매출 성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 요금제를 폐지한다면 소비자 반감을 크게 살 것이 분명해 그 또한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한편 투자에 대한 과실을 누가 가져가는가도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투자를 반가워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네트워크의 개방성이 강화될수록, 통신사들은 투자에 더욱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된다. 과거 3G에 막대한 비용을 치렀던 통신사들은 더 이상 네트워크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4G 역시 마찬가지로 킬러 서비스가 무엇인지 불확실한 상황이며, 네트워크를 아무리 열심히 구축해도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사업자 좋은 일만 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통신 요금 인하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통신사들이 느끼는 압박은 한층 더 크다. 물론 이를 엄살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통신사업자들의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 있으면 단순한 기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의 이러한 고민보다 더 큰 문제는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용량을 보장하는 네트워크가 도입이 된다면 소비자의 혜택도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수한 네트워크는 추가적인 데이터 이용을 촉진시켜, 결국 네트워크 비용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4G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한 텔리아소네라의 경우 이용자의 온라인 TV 시청이나 스트리밍 음악 감상, 온라인 게임 이용 등이 크게 늘어나 전반적인 데이터 이용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요금 인하의 여지를 줄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소비자 혜택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네트워크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함에 따라 통신사들은 현금흐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통신사들이 수요 증가에 완벽한 선대응을 하기보다는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한 적정 투자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수요 급증 시 대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 자주 발생하는 네트워크 끊김현상도 이러한 원인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 투자 비용 혁신 달성 

그렇다면, 네트워크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비용 절감이나 요금 인하를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최근 해외에서는 경쟁사와의 협력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네트워크 자산을 공유하는 방안에서부터 장비의 공동 구매, 데이터 로밍, 네트워크 구축 전담 도매 사업자 신설 등이 활용되고 있다. 
  
1. 네트워크 공동 구축 및 공유 전략의 도입 

통신사 입장에서 네트워크는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핵심 자산을 경쟁사와 공유한다는 것은 선택하기 쉽지 않은 전략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도입이 되어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4G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서 이러한 공유 모델이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네트워크를 공동 구축하거나 공유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극적 공유 모델로 기지국을 설치하는 장소나 기지국 철탑 등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공유 모델로 네트워크 장비까지를 공유하는 개념이다. 네트워크 장비를 어느 수준까지 공유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공유 모델이 가능하다. 

4G 네트워크 공동 구축 전략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업자들은 스웨덴의 텔레2와 텔레노어이다. 이들은 2009년에 50:50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여 4G 전국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텔레2와 텔레노어는 네트워크 장비뿐 아니라 주파수 대역까지 같이 이용하기로 하면서 적극적인 공유 모델의 전형이 되었다. 

유럽의 대표 통신사인 보다폰과 텔레포니카도 지난 2009년, 3G 네트워크에 공유 모델을 도입했다. 이들 사업자들은 독일,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등 범 유럽지역에서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했으며, 향후 구축되는 신규 네트워크도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이러한 네트워크 공유 움직임은 유럽을 넘어서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러시아 통신사인 요타는 MTS, 빔펠콤, 로스텔레콤, 메가폰과 20%씩 지분을 갖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여 4G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국의 버라이즌의 경우 독특한 공유 모델을 도입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 일부와 4G 장비를 지역 사업자들에게 임대하여, 이들이 4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버라이즌 입장에서는 기지국 부지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지역 사업자 입장에서는 주파수 확보 및 장비구매에 대한 투자가 필요 없어지게 된다. 버라이즌은 현재까지 10개의 지역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제휴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2. 네트워크 장비 공동 구매 

네트워크 구축 비용 절감을 위해 장비를 공동 구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프랑스텔레콤과 도이치텔레콤은 50:50의 조인트벤처를 결성해 네트워크 장비 구매, IT 인프라 조달 등을 맡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인트 벤처를 통해 양사가 절감하는 비용은 매년 13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0년 기준 프랑스텔레콤이 약 55억 유로, 도이치텔레콤이 약 88억 유로를 설비투자에 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13억 유로는 매우 큰 금액이다. 

조인트벤처는 올 4분기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인데, 초기에는 양사의 공동 구매 규모에 따른 장비가격 할인(Volume Discount)을 목표로 하지만 향후에는 표준 결정 등에 있어서 장비 업체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트워크 장비 공동 구매의 경우 네트워크 자산을 공유하는 것보다는 소극적인 협력이다. 하지만 프랑스텔레콤과 도이치텔레콤의 사례에서 보듯이 적지 않은 금액이 절약될 수 있다. 사업자들의 규모가 엇비슷하고 이들 간 경쟁이 치열해 자산 공유가 꺼려지는 상황이라면 장비 공동 구매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데이터 로밍 의무화 정책 

한편 미국의 경우 사업자의 전략은 아니지만, 규제기관이 나서 사업자간의 데이터 로밍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 로밍 의무화란 특정 지역에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는 가입자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타 통신사가 의무적으로 데이터 네트워크를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신방송 규제기관인 FCC는 이러한 데이터 로밍 의무화 방안을 지난 4월에 통과시켰다. 

FCC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AT&T와 버라이즌 등의 대형 통신사업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사업자들은 FCC의 로밍 의무화가 오히려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의욕을 꺾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버라이즌은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AT&T와 버라이즌 등의 전국망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무료로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로밍 요금을 받기 때문에 네트워크 투자 의욕이 꺾일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로밍 의무화는 중소형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음성서비스 중심의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VNO)들도 데이터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에 네트워크 경쟁보다는 서비스 경쟁과 요금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4. 네트워크 구축 전담 도매 사업자 신설 

네트워크의 효율적 구축을 위해 이를 전담하는 사업자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모펀드들이 투자한 4G 사업자인 라이트스퀘어드(LightSquared)가 상용화를 준비 중에 있다. 라이트스퀘어드의 특징은 미국 전역에 4G 네트워크의 구축만을 담당하고 서비스는 도매 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재 라이트스퀘어드와 도매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은 중소 통신사들과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정도이지만, 케이블 사업자들도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물론 네트워크 구축 전담 사업자 모델은 라이트스퀘어드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WiMax 사업자인 클리어와이어는 투자자인 스프린트 넥스텔, 컴캐스트, 타임워너 케이블 등에 도매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클리어와이어가 소매사업에도 진출해 있는 반면, 라이트스퀘어드는 도매만을 전문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도매형 모델은 네트워크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한편,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8%의 통신비 인하가 가능 

지금까지 살펴본 방법들이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해외 자료에서 나타나는 비용절감 효과는 설비투자비(CAPEX)의 약 5%에서 많게는 30% 정도이다. 한 컨설팅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기지국 부지, 통신사까지의 전송 네트워크, 무선장비뿐 아니라 통신사 내 핵심망의 구성 요소에 대한 공유 등 최대 한도로 고려했을 때 설비투자비와 운영비(OPEX)가 각각 65%까지 절감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공유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해외의 많은 사업자들은 대개 20~30% 정도의 설비 투자비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러한 공유 모델이 적용된다면 4G 네트워크 투자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통신 3사의 무선 설비투자비는 총 5조원 가량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20~30% 가량 절감 효과가 가능하다면 연간 1조~1조5,000억원이 감소할 수 있다. 2011년 1분기 기준 3사의 가입자가 약 5,100만명인데, 비용 감소 효과를 가입자당으로 추산하면, 월 1,630~2,450원 정도이다. 통신 3사의 평균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접속료나 가입비 등을 제외하면 약 3만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월 5~8% 정도의 요금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운영비 절감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요금 인하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론 비용 감소가 모두 요금 절감 효과에 반영되며, 마케팅 비용이 변하지 않는다든지, 설비투자비가 해마다 일정하다는 등의 가정이 타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5~8% 요금 절감을 하나의 목표치로 삼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미 4G에 대한 투자 계획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황에서 협력을 논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해외 사업자들의 경우 갑자기 협력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크고 작은 일에서 서로 협력의 포인트를 찾아왔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사업자간의 협력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는다면 경쟁사간의 협력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신사들이 공공시설에 WiFi 네트워크를 공동 구축하려 했던 행보를 볼 때 협력에 대한 충분한 니즈는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투자 협력 여부는 전적으로 통신사의 전략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협력을 통해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업도 이익 감소 없이 요금인하가 가능하게 된다. 네트워크 투자 협력은 통신사들이 이익 추구 못지않게 소비자의 편익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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