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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물가상승 부담 높아졌다

■ 경제보고서 ■ | 2011. 9. 28. 03:15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고령층 물가상승 부담 높아졌다'

소비지출의 구성 및 품목별 물가상승률의 차이로 인해 연령별 물가상승률은 다르게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교육비의 빠른 증가로 40~50대의 물가부담이 가장 높았으나, 최근에는 식료품 가격 급증으로 고령층 물가가 더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금 등 사회보장 정책에서도 연령별 물가상승률 차이를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휘발유, 식료품비 등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큰 경제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상반기 4.3%로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는 개인의 소득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어떤 품목을 많이 소비하느냐에 따라 개개인이 느끼는 물가상승률은 다를 수 있다. 특히 연령별로 소비지출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직면하는 물가상승 부담은 소비자의 나이에 따라 차이를 보일 것이다(<그림 1> 참조). 연령별 물가상승률이 과거로부터는 어떠한 패턴을 보여왔고, 최근에는 어떤 현상을 보이는지 알아본다.   
  
연령별로 다른 물가상승 부담 

전통적으로 물가상승 부담이 가장 큰 연령대는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자녀를 둔 40~50대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사교육비의 이례적 상승과 대학등록금 및 수업료 급증에 따라 중장년층의 소비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동 연령대의 물가상승 부담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식품이나 주거비 등 생계형 소비가 대부분인 고령층 및 교통·통신 지출 비중이 다소 높은 30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상승률을 체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고령층 물가상승률 가장 높아 

이러한 전통적인 연령별 물가상승률 판도가 2000년대 말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중장년층이 직면하는 물가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인 교육비 증가율이 2000년대 들어 다소 둔화되면서 40~50대의 연령별 물가상승률은 낮아졌다. 반면, 낮은 수준을 기록해온 30대의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교육비 중에서도 유치원, 초등학교 교육비가 2000년대 후반 증가하면서 젊은 세대의 물가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40~50대의 물가상승률은 4.3%에 그친 반면, 30대는 평균보다 높은 4.6%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연령대는 고령층이다(<그림 3> 참조). 교육비 지출이 거의 없는 고령층은 평균에 비해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고령층 물가상승률은 40~50대보다 0.9%p 높은 5.2%로 전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식료품비 급증으로 고령층 물가 급격히 상승 

고령층이 직면하는 물가상승률이 타연령층을 추월한 데에는 고령층 소비의 가장 큰 비중(약20%)을 차지하는 식료품 가격상승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및 곡물가 상승 추세는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어 지난 1년간 식료품 물가상승률은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11.5%를 기록했다. 고령층은 타연령층에 비해 육류 및 낙농품보다는 생선류와 곡류 및 채소·과일류를 많이 소비하는 특징을 보인다(<그림 4> 참조). 지난해 국제 농산물 수급 불안으로 인해 곡물가격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상 한파로 인한 채소가격 폭등까지 겹치면서 이들 품목을 많이 소비하는 고령층에게 더욱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상기온으로 고등어 어획량이 2010년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어황 부진에 따른 생선가격 상승 역시 고령층의 장보기 물가를 더욱 높인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의 상대적 물가상승 부담이 타연령층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아진 이유로 IT혁명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컴퓨터, 비디오 등 IT관련 재화와 인터넷, 통신서비스 등은 급속한 기술진보로 추세적인 물가 하락을 보여왔다(<그림 5> 참조). 젊은층의 경우 기술집약적인 내구재의 소비가 많고 인터넷게임 및 PC방 이용이 잦아 기술발전에 따른 혜택을 많이 입은 반면, 이들 품목의 지출비중이 낮은 고령층에게는 기술진보에 따른 물가하락 효과가 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격하향 추세를 보이는 디지털카메라, 비디오 등 오락관련 재화 및 스포츠 장비 역시 타연령층에게는 직면물가의 하락이라는 혜택을 준 반면, 이용도가 낮은 고령층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앞서 산정한 물가상승률보다 더욱 높을 수 있다. IT혁명에 이은 유통혁명에서도 혜택을 덜 받았기 때문인데, 유통 가격할인의 일반화로 SSM (Super supermarket: 기업형 슈퍼마켓), 인터넷쇼핑몰 등이 급증했으나, 고령층은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반소매점,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제약이 있어서 거주지에 가까운 일반소매점 이용이 잦을 수 있고, 외출 빈도가 적기 때문에 한번 외출했을 때 한꺼번에 효율적인 쇼핑을 하기 위해 백화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대형할인매장의 반값세일, 1+1 증정행사나 인터넷쇼핑몰의 공동구매와 같은 행사는 실제 구입가격을 크게 낮추지만, 집 근처 슈퍼마켓이나 영세한 가게를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이러한 할인혜택은 미치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유통채널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고령층은 타연령층만큼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가격 면에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웰빙 면에서도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한 예로 일본대지진 이후 동경의 생수 쟁탈전을 들 수 있다. 원자력 우려로 생수를 사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편의점에서는 물사기 전쟁이 일어났다. 노인들은 더위 속에서 편의점, 슈퍼마켓 앞에 줄을 서서 생수를 사러 고생한 반면, 젊은이들은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여 오사카 생수업체로부터 생수를 주문하고 택배로 받아 마신 경우가 많았다.  
  
고령층의 고통지수 타연령층 추월 

2000년대 들어 고령층은 소득 측면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고령층의 명목소득증가율은 90년대 9.3%로 타연령층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2000년대에는 전체소득증가율인 5.6%에 비해 크게 낮은 4.1%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실제로 직면하는 높은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고령층의 실질소득증가율은 2000년대 평균 1.1%로 전체 실질소득증가율인 2.5%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6> 참조). 

이러한 물가상승 및 실질소득 감소 추세에 더해 실업률까지 높아져 고령층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은퇴 이후의 인구는 경제활동참가가 적어 실업률이 낮은 것이 보통이지만, 고령층의 실질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은퇴 이후에도 취업전선에 나와 구직활동을 하는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취업 경쟁도 치열해져 90년대에는 1% 미만이던 고령층 실업률이 2000년대 들어서는 평균 1.5%로 상승했고 2010년에는 2.4%까지 높아진 바 있다. 그 결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계산되는 고통지수를 연령별로 산정해보면, 고령층의 고통지수가 2000년대 중반부터 크게 증가하여 2008년부터는 타연령층을 상회하는 것을 볼 수 있다(<그림 7> 참조). 
  
선진국에서도 고령층의 물가부담 심화 

일본의 경우, 식료품 및 의료보건 서비스 비중이 높은 고령자의 물가상승률은 2000년까지 타연령층과 별 차이가 없었으나, 의료보건서비스와 식료품이 많이 오른 2000년대 초반에는 전체물가상승률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후반 식료품비 급등에 따라 고령층 물가부담은 더욱 심화되었다. 전체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하는 디플레 국면에서도 고령층이 직면하는 물가수준만 상승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그림 8> 참조). 

영국의 경우, 2011년 상반기 소비자물가조사에서 나타난 65~74세 그룹의 인플레율은 5.2%로 전체 인플레율 4.5%를 크게 상회하였다. 이는 대부분 올해 들어 급상승한 식품가격 및 전기세 에 기인한 것으로, 이들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높은 고령층의 경우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다른 연령층의 인플레율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었는데, 특히 30세 이하 그룹은 4.8%로 전체 중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고령층 물가부담 당분간 지속될 듯 

고령층의 물가상승 부담은 당분간 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의 고도성장 및 아프리카 등 저소득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식품수요의 증가는 계속될 것이다. 또한 고유가 시대에 대체연료로서 바이오 에너지가 주목 받으면서 주원료인 농산물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국제 농산물 가격상승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기상이변, 자연재해에 따른 국제 원자재 및 곡물 수급불안으로 인해 최근의 식품가격 변동폭이 다른 품목에 비해 월등히 크다는 점은 식료품 비중이 높은 60대가 느끼는 물가불안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층의 삶의 질 보장을 위해 물가상승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령자 일자리 창출, 적극적 취업알선 및 취업지도 등 고령층의 임금 및 소득수준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령층이 실제 부담하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고령층의 실질소득 및 소비여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공적연금 제도에서 사회보장급여액이 물가에 자동적으로 연동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고령층의 물가상승률이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CPI보다 실제로는 더 높기 때문에 사회보장급여액은 공적연금의 주수혜자인 저임금 고령층에 불리하게 편향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고령층 생활수준의 보장 및 소득 분배 개선을 위하여 62세 이상 연령층의 물가지수를 별도로 산정하는 방식(CPI-E) 등이 현재 고려되고 있다. 

실제적인 물가 부담 외에도 고령층이 IT혁명 및 유통혁명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현실 또한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로 인한 체감물가의 상승을 고려할 때, IT교육 등을 통해 고령층도 보다 현명한 소비에 액세스가 쉽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빈곤 고령층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므로 특히 저소득 고령층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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