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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경제 환경 전망

■ 경제보고서 ■ | 2012. 5. 5. 22:26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중장기 경제 환경 전망'

앞 으로 세계 경제에는 여러 중장기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먼저 지난 30년 이상 세계 경제를 지배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정부가 역할을 확대하면서 고용 회복, 양극화 해소, 산업 정책 강화, 금융 규제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부활을, 신흥국들은 미래 산업의 육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영역에서는 글로벌 제조기업 간 층위 없는 단일 리그에서의 경쟁 또한 예상된다. 신흥국의 소득 증가와 정보 격차 축소에 따른 소비 동조화 현상 또한 주요 특징 중 하나이며, 요소 비용 상승에 따른 생산기지의 탈중국화, 고용 창출을 위한 선진국의 제조공장 재유치에 따른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분화도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부채에 대한 부담, 원자재 제약, 신흥국 고성장세 약화 등이 원인이지만, 신자유주의적 성장 방식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또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선진국은 구조조정에 당분간 몰두하면서 2%대의 성장을 기록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이며, 신흥국들도 내수 확대와 물가 안정에 주력하면서 과거에 비해 2~3%p 안팎의 성장 저하가 예상된다.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전할 국가들을 꼽자면, 자원 부국과 대규모 시장국, 저임 노동력 보유국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세계 경제와의 동조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저성장기로 진입할 전망이다. 

유가의 경우는 신흥국 중심의 수요 지속에 따라 꾸준한 상승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 또한 남아있으며,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2014년 이후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환율 가운데서는 달러가 비교적 여타 통화에 비해 강세를 띨 전망이고, 원화는 달러당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며 수출경쟁력을 제약할 것이다. 
  
  
< 목 차 > 

1. 주요 경제 트렌드 변화
2. 중장기 세계 경제 전망
3. 유가, 환율, 금리 변화
4. 시사점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세계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성장률이 얼마나 하락할 것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트렌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의 경제 시스템을 운용하는 철학이 바뀌고 있으며 그러한 시스템 안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들의 경쟁 구도 또한 변하는 중이다. 신흥국의 부상과 정보화 확산으로 소비 트렌드와 생산 여건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성장에 대한 기대는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받으며 조정되고, 그 가운데 새롭게 부상하는 나라들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유가와 환율, 금리 등 가격 변수들도 이러한 트렌드 확산과 성장세 조정에 맞춰 변화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앞으로 4~5년을 좌우할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성장세 변화 및 가격 변수의 움직임을 전망함으로써 우리 경제 및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주요 경제 트렌드 변화 
  

전환점에 선 자본주의 

대처와 레이건의 등장으로 상징되는 현대적 신자유주의는 30년 이상 전세계의 경제 운용을 규정하는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왔다. 1970년대의 오일 쇼크와 경기 침체, 물가 불안, 재정적자 등을 등에 업고 출현한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은 정부의 역할을 크게 축소하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였으며, 금융 자유화를 통해 자본의 글로벌한 이동과 레버리지를 허용하였다. 그 결과 경제 주체들 간의 무한 경쟁을 통해 생산성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이점도 나타났지만 소득 불균형 심화, 자산 버블 확대, 금융 불안, 고용 부진,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 축소 등의 부작용이 점차 심화되었다. 그 결과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타났고, 전세계의 학자들과 정치가들은 지난 수십 년 세계 정치경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IMF의 총재인 라가르드조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그 동안 자본주의에 대해 가졌던 믿음과 신념을 모두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세상은 지금 패러다임 시프트에 직면해 있다. 향후 자본주의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가 사람들의 신념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09년 이후, 각 국가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자국의 고용 회복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정책을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극화 해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던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를 강화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올 60여개 국가에서 치러지고 있는 선거에도 반영될 것이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와 같은 시위 형태로 표출되던 일반 대중의 분노가 전세계의 선거 판세와 공약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진보 정당들이 대거 세력을 확장하거나, 보수 정당의 공약도 진보화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 일반 대중이나 정책 결정자들 모두에게 성장보다는 경제 민주화, 독과점에 대한 규제 강화, 소득 불평등 해소 등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선거의 결과는 향후 4~5년 또는 그 이상을 결정짓는 정책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기업들로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과 일반 대중의 기대에 맞춰 기업 시민의식을 제고하고 정책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제조기업 경쟁의 단일 리그화 

선진국과 신흥국 할 것 없이 각국이 제조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큰 변화 중 하나다. 먼저 선진국들의 변화 방향은 보다 극적이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전까지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고 금융 등 서비스업이 확장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지만, 금융 부문의 버블이 꺼지고 성장의 동력이 약화되면서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흥국들에게 빼앗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영광을 되찾고 고용을 창출하며 만성적 무역적자를 해소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경쟁력 있는 조세 환경을 만들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면서 생산 및 혁신 역량을 강화하며, 대학과 기업 간의 기술이전 및 인력 양성을 돕고자 하고 있다. 여기에 IT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것도 주요 제조업 강화 방향 가운데 하나이다. 제조 기반이 약화된 미국과 영국, 경쟁력 저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등이 특히 적극적이다. 이들은 앞다투어 제조업 강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최대 수요처가 될 신흥시장 공략 강화에도 힘쓰고 있으며, 첨단 산업뿐 아니라 국내 고용 회복을 위해 해외로 나간 저임금, 단순 제조 공장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다. 

신흥국들은 선진국 따라잡기를 넘어서 첨단 산업 부문에서의 대등한 경쟁을 꿈꾸는 중이다. 중국이 대표적인데, 국내 임금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저부가 산업을 지양하는 대신, 그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기지로서 축적한 역량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가 주도의 첨단산업 육성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 등 신규 업종은 산업 발생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선후진국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다. 선진국들이 재정위기로 차세대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보류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나은 신흥국들이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한편 신흥국들은 선진국 기업들의 노하우와 기술을 단숨에 따라잡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또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늘어나는 선진국 부실기업 매물을 중국 및 자원부국 기업들이 자본력과 통화 강세를 앞세워 왕성하게 사들이고 있다. 

이와 같은 선진국의 재산업화 정책과 신흥국의 미래산업 육성이 맞물리면서 향후 선후진국 기업간 경쟁의 층위(Layer)가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선진국 기업들이 샌드위치의 상단에, 후진국 기업들이 샌드위치의 하단에 위치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공업국들이 그 중간의 지위였다면, 앞으로는 그러한 서열이 무력화되고 선후진국 기업들 모두가 하나의 리그에서 경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향후 상당 기간 선진국 수요가 제약될 전망이어서, 나머지 신흥국 수요를 두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흥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안방 무대라는 이점까지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 신흥공업국 기업들이 이들을 공략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특히 고도로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고 융복합 및 소프트화가 진행 중인 첨단 제조업 부문에서의 격전이 예상된다. 

소비 동조화와 글로벌 생산지 해체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첨단 IT 제품들을 중심으로 소비의 동조화 현상(Homogenization)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주요한 트렌드이다. 과거에는 특성 및 가격대가 다른 제품들이 지역별로, 소득 계층별로 각각 타겟팅되어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은 전세계적인 상품의 생산 및 유통,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각 지역 및 소득, 문화적 차이에 따른 현지화도 동시에 고민했다. 하지만 선진국의 소득 창출이 부진에 빠지고 신흥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소득에 따른 상품 소비 행태의 차이가 점점 줄고 있다. 2016년에 이르면 구매력 기준으로 전세계 GDP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흥국 소득 증가와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사용량 폭증 등 인터넷에 기반을 둔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또한 소비 동조화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 어느 한 제품에 대한 입소문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사이버 공간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어 쉽사리 전세계적인 유행을 만든다. 과거 10여 년간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의 인터넷 사용자수는 8배에서 30배까지 폭증하였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인터넷 사용자 비중이 아직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러한 추세라면 격차가 빠르게 축소될 것이다. 이처럼 소득 및 정보 격차가 완화되면서 선후진국 소비자들은 애플의 아이폰처럼 혁신적인 단 하나의 제품에 열광하고 있다. 앞으로 하나의 제품이 각 품목 영역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신흥국, 특히 중국의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대체지를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가 글로벌 생산의 중국 집중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생산기지의 탈중국화, 선진국으로의 회귀 등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신흥국들의 생산 여건이 악화되는 데에는 임금 상승압력 확대와 사회불안에 따른 잠재비용 증가 외에도 외국인투자에 대한 우대 축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 및 기술 이전 등을 조건으로 유치업종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추세도 확산되는 중이다. 신흥국들의 통화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띠면서 선진국 기업들 입장에서 비용이 더욱 상승하고 수출 가격경쟁력이 제약되고 있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일부 생산거점의 탈중국 움직임이 나타남에 따라 대체지로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이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저렴한 노동력과 비교적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유인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고용창출을 위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유턴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저임 노동력이 점차 사라지고 글로벌 차원에서 단일 제품이 통용되면서 생산지 다변화의 이점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러한 트렌드가 강화된다면 신흥국에서 물건을 생산한 다음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생산을 어디서 하든 신흥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기업들 입장에서 더 나은 전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2. 중장기 세계 경제 전망 
  

향후 5년 세계 경제 성장률 3%대 초반 

세계 경제는 성장률 자체만 보면 글로벌 금융 및 재정 위기의 충격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을 최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성장세가 위기 이전, 즉 2000년대 중반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거 성장추세로의 회복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가계와 정부의 부채,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생산요소의 추가투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높은 원자재 가격 또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 세계 경제의 고성장을 주도했던 거대 신흥국의 내수부문 성장이 아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게다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과거 30여 년간의 신자유주의적 성장 방식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단기간내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이러한 제약 요인들로 인해 세계경제는 향후 시스템 위기의 재발이 없어도 2000년대 중반에 크게 못 미치는 연 3%대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최종수요의 가장 큰 부분이었던 선진국 수요의 위축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교역도 함께 부진해질 것이다. 반면 원자재 가격과 신흥국 임금 등 비용의 전반적 상승으로 인해 물가는 3%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재정 건전화에 오랜 기간 소요 

선진국들이 직면한 재정 문제는 단시일 내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경제 위기와 그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를 야기한 주체가 선진국이라는 점 또한 그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긴축정책을 통해 재정건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침체하고 세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반면 노동, 복지 등의 제도가 지닌 경직성으로 인해 구조개혁과 생산성 증대 효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부 유로존 국가들의 경우 이미 상당 기간 제조업 기반이 해외로 유출되는 공동화 과정을 겪어 온데다, 환율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 효과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진국 내에서도 재정위험에 대응하는 방식은 각국이 처한 경제적 여건에 따라 차이를 나타낼 전망이다. 지금까지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 향후에도 강도 높은 긴축과 구조개혁을 지속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성장 부진과 수요 위축이 지속될 것이다. 또 위기상황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지만, 프랑스나 영국, 일본 등도 점진적 개혁에 의한 재정건전화를 추진해야 한다. 반면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독일이나 기축통화 발행국의 이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등은 건전성 개선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을 통해 재정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방향으로의 전환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들에서 민간과 정부지출이 함께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연 2%에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BRICs, 내수 확대와 물가 안정으로 전환 

신흥국들의 성장세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임은 분명하지만 선진국에의 의존도가 여전하다는 점, 세계 경제 구조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신흥국 가운데 먼저 BRICs를 살펴보면 이들의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2~3%p 안팎 하락할 것이다. 중국은 사회의 안정과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7%대로 향후 성장 하한 목표치를 이미 조정한 바 있고, 인도는 재정 및 무역적자가 고착된 상태에서 정책 혼선에 따른 리스크가 큰 편이다. 취약한 인프라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제조업을 어느 정도 육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브라질의 경우는 월드컵 등에 따른 이벤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저하되고 있는 수출경쟁력과 연금개혁의 부진, 만연한 부패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고유가와 WTO 가입이 호재로 작용하겠으나 지나치게 에너지 의존적인 산업 구조를 어떻게 다각화할 수 있을지, 법치주의를 얼마나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들 BRICs의 중장기 정책 방향은 내수 강화와 자산버블 통제, 사회안정 노력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수출산업화를 지양하는 반면 소비와 투자 등 국내지출 비중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에 많은 재원을 투입할 것이다. 동시에 성장률 목표를 하향하고 대외불균형을 완화함으로써 내수와 외수의 균형을 꾀할 전망이다. 자산시장과 관련해서는 브라질과 중국, 러시아 등이 이미 국내 신용의 과도한 팽창과 버블을 경험한 바 있어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신용억제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빈부격차, 지역간 불균형 등 불안 요인을 잠재우기 위해 각종 복지 및 사회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불안이 폭발적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와 타협 및 통제를 지속할 것이다. 

자원 부국과 대규모 시장국, 저임 노동력 보유국 입지 강화 

BRICs 이외의 신흥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전할 국가군을 꼽는다면 우선 원자재 제약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구가할 자원부국들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은 물론이고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등이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이들의 1인당 소득은 이미 높거나 앞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며,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인프라 투자 등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인구가 많거나 소득 수준이 높아 소비의 양적인 팽창이 기대되고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나라들 또한 주목해야 한다. 멕시코와 터키, 폴란드와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인구는 많고 1인당 소득은 낮은 반면 문자해독률이 높아 저임이면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노동력을 보유한 국가들로 평가된다. 젊은 인구가 많고 교육에 대한 열의가 있어 차세대 생산기지로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세 가지의 특징을 모두 갖춘 인도네시아 등과 같이 각 영역에 중복 해당되는 나라들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 저성장기로 진입 

무역이나 금융을 통해 세계 경제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는 우리나라 경제 또한 중장기적 성장 저하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교역 위축과 원화의 상대적 강세에 따라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점차 하락하고 기업들의 설비 투자와 SOC 및 주택 투자의 부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인구학적으로는 30~40대 주력 생산인구가 향후 5년간 연평균 1%씩 줄어드는 점이 성장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총선과 대선 이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정책 흐름 및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갈등이 나타나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에 나타날 주요 흐름으로는 우선 물가 불안과 흑자 축소를 꼽을 수 있다. 경기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및 원유,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확대로 3%대의 물가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예상된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증가와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로는 자산가격의 약세 지속이다. 저성장에 대한 기대가 고착되고 금리도 중장기적으로 인상되면서 자산시장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지속되면서 실질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이다. 성장 저하에 따른 세입 축소와 분배 요구 확산에 따른 지출 증대로 정부부채가 누적될 가능성이 있으며,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실 확산 또한 우려된다. 가계부채의 조정 과정에서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용 및 자영업의 부진 심화를 꼽을 수 있다. 성장 둔화로 전체 고용이 정체되는 가운데 청년실업, 구인구직 미스매치, 고령층 구직난 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자영업 부문의 부진은 개인 소득기반 및 재무상태를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한국 경제의 큰 도전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3. 유가, 환율, 금리 변화 
  

국제유가, 완만한 상승세 지속 

세계 경제 변화에 따른 가격 변수 흐름 가운데 먼저 국제유가는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이후 OECD 국가들의 석유소비가 대체로 감소추세를 나타낸 반면, 非OECD 국가의 경우 연 3~4%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석유소비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수준 향상 및 거대도시의 출현과 자동차 대량보급에 따른 신규 수요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신흥국의 성장패턴 또한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동일한 규모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드는 에너지량은 非OECD 국가가 OECD 국가의 2배가 넘는다. 세계 경제가 동일하게 3%대의 성장을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흥국의 기여도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다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것에 비해 세계적인 에너지 사용이 훨씬 더 많게 될 것이다. 신흥국 중심의 성장이 향후 국제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급차질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산유국들의 공급능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산유국들의 공급능력은 연 2% 내외 늘어나, 향후에도 세계경제의 저성장 추세를 감안한 수요증가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공급차질 우려는 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서 비롯될 전망이다. 소득이 증가하고 SNS 등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면서 산유국 내부에서 불거지는 개방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계속 고양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경제가 재정 압박을 받으면서 세계 경찰국가로서 중동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반한 자주, 자립노선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다. 산유국 내부의 민주화 열기 및 사회변동과 더불어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사이의 전쟁 위험 점증은 국제유가의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대체기술 혁신 다시 탄력 

국제유가의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선진국은 재정 압박으로 인해 강력한 정책지원을 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만큼 대체기술의 경제성은 높아진다. 게다가 일본, 독일 등을 중심으로 원전가동 중단 또는 축소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여타 에너지원 사용에 대한 니즈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원전축소나 고유가의 부담을 체감하기 시작하는 석유수요의 상당부분이 당장은 석탄이나 천연가스, 최근 빠르게 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쉘가스(shell gas) 등 여타 화석에너지를 통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발전을 비롯, 풍력이나 바이오 에너지 등의 대체에너지원의 경우는 전통적인 에너지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겠지만,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이후 신흥국 자본유입 둔화 

현재의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여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개인부문이나 금융기관의 부채축소 과정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고, 선진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에도 좀더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한참 후에나 거둬질 것이다. 특히 유로존의 경우 역내 국채시장과 은행권 안정을 위해 향후에도 유럽중앙은행 자산의 추가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도 단기적으로는 추가 양적 완화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 추세 또한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급변하면서 자본이동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기금금리의 본격적인 인상시기는 2014년 전후가 될 것이며, 이 경우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둔화되거나 부분적으로 유출되는 흐름도 나타날 수 있다. 신흥국의 외환 및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아시아 지역이 중남미나 동유럽 지역에 비해 대체로 건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아시아 지역이 평상시 자본유입 규모가 크고 교역량 변화로 인한 경제성장의 변동성도 높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급변하는 경우 자본유출 규모도 여타 지역보다 클 수밖에 없다. 

선진국 통화, 신흥국 대비 약세 흐름 

중장기적인 국제환율의 흐름은 신흥국 통화가 선진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내는 기조가 예상된다. 향후 금융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와 엔화에 가해졌던 강세압력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달러화의 경우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나 동일본 대지진 같은 큰 충격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그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개입 및 국제공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성장률 격차 또한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모두 재정부실화의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다, 유로 체제 또한 안정적인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이들 선진국 통화들은 동반 약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가운데서는 미국이 경기회복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추가 양적 완화 같은 요인들을 고려하더라도 금리인상을 전후한 시점까지는 달러가 유로나 엔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낼 것이다. 달러 기축통화제도의 위상 또한 향후 상당기간 동안 공고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로의 위기 확산 가능성 차단과 부채조정 이후 그리스 경제의 정상화, 유로 회원국간의 경제력 불균형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마련 등이 있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국의 유로 탈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엔화는 중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재정개혁이 쉽지 않은 데다, 가계의 저축률이 하락하고 연기금의 국채매수능력 또한 서서히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향후 약세 흐름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약화되고 있는 일본의 산업경쟁력이 앞으로 크게 되살아나지 못하는 경우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반전되고 기업저축이 축소됨으로써 엔화 가치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위안화 연 3% 내외 절상, 원/달러 1,000원 하회 

위안화의 절상 폭은 2000년대 중반보다 작은 연 3% 내외로 축소될 전망이다. 중국경제의 구조전환, 즉 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수출과 내수를 균형 발전시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수출이나 무역수지 흑자는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단행된 1일 변동폭 확대 조치와 더불어 향후 위안화 환율은 그 동안의 일방적인 절상기조에서 벗어나 경제 여건과 정책 기조, 외환시장의 수급사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유동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치는 장기균형 수준에 비해 아직 저평가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의 약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원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환율정책 기조가 나타나면서, 중장기적으로 달러당 1,000원을 하회하는 절상 추세가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과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엔화 환율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30% 이상의 절상 폭을 보이면서 수출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원화강세가 진전되면서 해외소비 및 투자, 그리고 자금조달 유인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 시사점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물가 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목표에 대한 기대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기업들은 매출, 가계는 소득과 자산, 정부는 재정 및 경상수지에 대한 중장기적 목표치를 재점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핍도 감수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트렌드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제고하는 것이다. 

먼저 기업들은 커지지 않는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는 글로벌화로 시장이 통합되고 선후진국 기업이 모두 생산과 경쟁에 뛰어들면서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단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위너 서클(Winners’ Circle)에 들지 못한다면 재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앞으로 예상되는 원화 강세 추세에도 더욱 유의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중동 사태, 북한 정세 급변 등 예견될 수 있는 리스크 뿐 아니라 대전염병,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등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에도 대비하기 위해 민첩성과 위기로부터의 복원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 맞는 거시 경제의 안정성 관리와 함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더욱 힘들어질 사회적 약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 가계의 기반이 되는 소득과 자산 가격의 부진이 예상되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 또한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 및 자영업,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 제고에 도움을 주되, 잠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하는 경우 재기를 통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경제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중장기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 등 메가 트렌드와 맞물려 늘어날 복지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성장 잠재력을 보전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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