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로 낮아진 물가, 아직 낙관적 해석 경계해야

LG경제연구원 '2%대로 낮아진 물가, 아직 낙관적 해석 경계해야'

물 가상승률이 2%대로 크게 낮아졌다.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는데다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정책효과도 더해졌다. 물가상승률이 반사적, 인위적 요인에 의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불안과 대기하고 있는 공공요금 인상요인들을 고려해 볼 때 낙관적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 연말까지 4%대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던 소비자물가는 올 해 들어 3개월 연속 하락하였다. 특히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2010년 8월 이후 19개월만에 2% 대로 진입하였다. 그 동안 전년동월비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던 전월비 마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란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연초부터 상하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불안이 우려되었음에도 오히려 물가상승률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개인서비스 물가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이다. 통상 개인서비스 부문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특징을 가지는데, 작년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외식비 및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 모두 하락하였다. 이로 인해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동월대비 1.9% 상승하는데 그치고, 전월대비로는 -0.4% 하락하였다. 
  
정책효과로 인한 물가안정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하락한 데에는 정책효과와 기저효과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 물가흐름의 해석에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3월 개인서비스 물가 하락의 주요 요인은 정책효과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0~2세와 5세 아동 보육료 지원이 전체 소득계층에 걸쳐 확대 시행되면서 유치원 납입금 및 보육시설 이용료가 각각 전월비 기준 각각 -11%, -34%로 하락하였다. 

또한 무상급식 확대로 학교급식비가 인하되었고, 국공립 대학을 중심으로 등록금도 낮아졌다. 이러한 정책효과들이 3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면서 해당 품목의 3월 물가상승률은 전월비 기준 -12.7%로 서비스물가 하락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그림 2> 참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 가격들은 대부분 전월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정책효과는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책적 시행이 설령 일회성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통상 보육료나 대학등록금의 경우 가격 조정이 학기 또는 년간 단위로 조정되어지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및 석유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 

올해 들어 1,2월 물가는 전월대비 오름세를 보였음에도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계속 낮아지는 전형적인 기저효과 현상이 나타났다. 3월에는 전월대비 하락세로 전환되었으나 전년동월비로 본 하락폭이 더 컸다. 작년 물가상승세를 이끌었던 주요 품목들에는 이러한 기저효과가 여전히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휘발유가격이 2,000원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평균 14% 상승했던 석유류 가격은 오히려 전년동월비 기준 6%로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태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작년 3월부터 급등했던데 기인한다(<그림 3> 참조). 올해 들어 빠르게 석유류가격이 오르고는 있으나 작년 대비 가격상승률은 오히려 둔화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내휘발유 가격은 작년 11월까지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었던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란사태가 악화되지 않는 한 석유류 가격은 한 자리대의 상승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축산물 가격 역시 올해 2~3월이 가장 강하게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 등은 구제역으로 인해 지난해 2월부터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평년에 비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축산물가격이 작년 4/4분기가 되어서야 안정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석유류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이러한 기저효과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반면 그 동안 크게 가격이 감소해 온 채소류는 작년 봄 이후부터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는 사라질 것으로 보이며, 배추 등 일부 작물의 경우에는 그 동안의 가격급락으로 인해 재배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최근의 나빠진 기상여건과 맞물려 오히려 새로운 물가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기저효과, 정책효과 제외 시 상승압력 높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시점의 물가수준에 따라 축소되어 나타나면서 현재의 물가상황을 제대로 반영해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물가변동이 큰 농축수산물, 석유류 품목들에서 이러한 기저효과가 크게 나타나는데, 통상 공급충격에 민감한 품목들이어서 기저효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점은 주의해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기상 이변, 구제역 등의 공급충격으로 인해 농축수산물 가격변동이 언제라도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3월과 같이 인위적인 정책효과가 강하게 반영된 경우에도 자칫 물가흐름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저효과와 정책효과를 제외할 경우의 물가상승압력은 어느 정도일까?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이들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 품목들을 배제하고 물가상승세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핵심물가에서 다시 최근 정책효과가 크게 나타났던 품목들을 추가로 배제하여 새로운 지수를 생성한 후 물가상승률을 구하여 보았다. 기저효과만 배제된 핵심물가의 경우 3월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전월에 비해 약 0.8%p 하락한 2.3%였다. 그렇지만 정책효과까지 배제할 경우 2월과 유사한 3.2%의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계산되어졌다(<그림 4> 참조). 올해 들어 핵심물가의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물가 안정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승압력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유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상승요인들이 잠재해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는 있지만 이란사태의 향방에 대해서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요금도 향후 인상될 여지가 있어 이달에 나타난 정책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까지 상하수도료 등 지자체에서 결정하는 공공요금의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는 요금 인상이 이루어졌으나 대부분은 여전히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택시요금, 시외버스요금 등은 아직까지 가격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가격조정이 된 공공요금들도 그 동안 높은 물가상승세로 인해 인상폭이 제한되었었다. 결국 지자체 및 공기업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볼 때, 전체 물가상승률이 하락함으로 인해 이들 공공요금들의 인상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3월 들어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 이면의 물가상승압력들과 잠복해 있는 공급측 불가불안요인들을 감안해 볼 때 물가상승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물가파급효과가 큰 공공요금 인상이 예견되므로 물가상승압력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