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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실패에 무너지는 기업, 실패를 통해 강해지는 기업'

소니, 노키아, HP 등 해당 산업의 대표적 주자였던 기업들의 명성이 퇴색되고 위상이 크게 변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변화의 돌발성도 많아졌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고객의 요구는 더욱 까다로와지면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의 난이도도 높아졌다. 아무리 현재의 위상이 탄탄하다고 해도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부적 사업환경은 어느 기업에게나 마찬가지다. 다양한 난관에 부딪히고 수시로 실패를 한다. 그러나 실패를 피해가며 과거의 성공과 현재의 사업을 지키려고 하다가 점점 쇠락하는 기업이 있고 실패를 감수하며 난관을 딛고 레벨업하는 기업도 있다. 기업의 운명이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안팎의 어려움에 끊임없이 노출되었던 보쉬에게 실패는 극복의 대상이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세계 어느 B2B기업도 이루지 못한 위상을 유지하며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실패를 일상화 하지 않으면 사업원칙을 지킬 수 없는 기업도 있다. 최근 4년 동안 시작한 사업이 전체 매출의 30%가 넘어야 한다는 3M의 불문율은 일상적인 실패 없이는 달성 불가능해 보이는 기준이다. 유니클로의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는 ‘9패 1승’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영자가 연전연승했다면 새로운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실패를 밑거름으로 하는 근성있는 체질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렇게 실패를 감수하며 사업을 과감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완충역할을 해줄 자금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회생 불가능한 실패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극도의 부진에 빠진 인텔은 충분한 자금으로 부활의 발판을 준비하고 있다. 

실패에 무너지는 기업과 실패를 통해 강해지는 기업의 차이는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을 예측하지 못함을 책망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도 거쳐가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를 극복하는 근성을 체질화하면 더욱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 목 차 > 

Ⅰ. 기업을 무너뜨리는 것
Ⅱ. 실패를 겁내지 않는 기업
Ⅲ. 실패를 디딤돌로
 
  

실패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전설적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탁월한 공급망 관리 전략으로 대규모 물량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휴대폰 시장 점유율 50% 달성이 유력하던 노키아, ‘소니 스타일’의 프리미엄급 전자제품을 기반으로 영화 및 음악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 소니, 실리콘밸리 신화의 주인공으로 프린터와 PC 산업을 주도하던 HP 등 넘어서기 어려운 벽을 구축해온 거대 기업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늘상 벌어지는 일이지만, 업계의 대표주자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영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신생기업이나 연구개발, 생산 등에 특화된 기업도 아닌 오랜기간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거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무엇일까? 

실패의 사전적 의미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한 전략’의 저자이자 비즈니스 전문지 편집장인 Chunka Mui는 기업의 실패는 ‘대규모 투자금을 잃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거나 파산을 신청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Mark Blayney에 따르면, 사업 실패는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외부환경에 대한 예측 오류로 발생하는 실패다. 시장이나 고객의 요구 사항을 잘못 예측했거나 기술 진화 방향에 대한 예측이 실패한 경우다. 경쟁 구도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안 되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번째, 내부 시스템 붕괴에 의한 실패다. 잘못된 전략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어서 구성원들의 동요로 조직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자금을 통제하지 못하는 등 운영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걸림돌이 발생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Ⅰ. 기업을 무너뜨리는 것 
  

 ‘1건의 대형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가벼운 사고가 일어나고 300건의 잠재적 사고가 있었다.’라고 미국의 보험사고 전문가 Heinrich가 주장했듯이 기업이 겪은 실패도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소한 실수가 이어지면서 결국 치명적 한방으로 나타나게 된다. 실패의 수렁에 빠진 기업들도 과거에는 경영의 모범생으로 불릴 만큼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던 기업들이다. 산전수전을 여러 번 극복했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외부환경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고, 변화의 돌발성도 증가 

과거보다 사업환경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빨라졌다. 과거의 성공 체험에 의존하며 잠시 방심하는 순간에 시장은 따라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뀌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1876년에 시장에 등장한 유선 전화의 보급률이 70%에 이르는 데 90여 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70%를 돌파하는 데에는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워크맨에 이은 차세대 음향기기로 주목받은 소니의 미니디스크 플레이어는 앞선 기술과 소니만의 독창적 디자인이 집약된 기기로 각광을 받았었다. 하지만 미니디스크 플레이어가 본격 출시될 즈음에 휴대용 음향기기 시장의 트렌드는 CD나 미니디스크 같은 물리적 미디어 중심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메모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소니는 음향기기 시장에서 표준을 선도했던 경험을 과신하였고 완벽한 음질을 추구하며 기존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 결국, 애플 iPod를 필두로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MP3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미니디스크 플레이어는 소니 워크맨의 성공신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사라진다. 

변화의 속성도 예측이 어려울 만큼 돌발적이다.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가 갑자기 등장하여 시장의 룰을 바꿔버리는 경우가 속출했다. 

미국의 대형 서점 보더스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갖고 등장한 아마존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11년 문을 닫았다. 온라인 서점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던 2000년대 초반 보더스는 온라인 사업모델과 디지털 기술을 무기로 혜성처럼 나타난 아마존에 대응하기보다 오프라인 매장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아마존을 경쟁사로 주목하기보다는 기술 협력업체로 간주한 보더스는 온라인 거래에 필요한 핵심역량 확보를 등한시한다. 보더스는 인터넷 사업부문은 아마존에 아예 매각하고, 서점 체인망을 활용해 아마존의 서적 판매를 지원하는 근시안적 제휴를 아마존과 맺은 것이다. 결국, 인터넷 환경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갖지 못한 보더스는 아마존과의 제휴가 끝난 2008년 이후부터 급격한 매출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 

차별성 있는 제품 개발 더 어려워져 

고객의 요구가 더욱 세분되고 경쟁상대도 다양해지면서 애써 기획하고 개발된 차별성을 지닌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인지도 높은 기존 기업에 유리한 매스 마케팅 전략보다 다양한 고객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요구되면서 상품기획 단계에서 기존 기업의 기득권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어렵게 개발에 성공해도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는 애초에 야심 차게 세운 목표를 무색하게 만들곤 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전기차 개발계획의 핵심으로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던 A123는 2009년 주식 시장에 상장한 첫날에만 주가가 50% 이상 폭등하며 주목받은 기업이었다. 2001년 MIT의 실험실에서 출범한 A123는 애초에 차별적 리튬이온전지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한 기업이다. 오랜 사업 경험이 있는 한국과 일본의 리튬이온전지 기업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믿은 A123는 리튬이온전지에서 가장 높은 원가 비중을 차지함은 물론 전지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하는 새로운 양극재 개발을 발표한다. 2005년에 시장에 처음 등장한 LFP 양극재는 기존 양극재와는 생산 방식부터 매우 다른 소재로서 기존 리튬이온전지가 극복해야 하는 짧은 사용 수명과 높은 원가 구조를 해결하는 소재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A123가 개발한 LFP 양극재의 경쟁력은 기존 양극재의 개선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대규모 양산에 적합한 공정 기술의 개발이 미진했고 이는 결국 완성도의 저하로 이어졌다. 그 사이에 기존 양극재의 경쟁력은 빠르게 상승했고 이제는 LFP 양극재 이상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결국, A123는 LFP 양극재를 채용한 리튬이온전지의 경쟁력 부족과 전기차의 수요 부진으로 2012년 10월 파산보호를 신청한다. 

또 다른 전지 기업으로 워런 버핏이 9.9%의 지분을 사들여 화제가 된 중국의 BYD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Businessweek에 의해 2년 연속으로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선정되며 자동차 및 태양광 에너지 사업으로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하던 유망 기업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수익악화를 버티지 못한 BYD는 지난해 전체 직원의 약 70%를 해고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자동차 사업의 판매 부진과 태양광 모듈의 수요 감소가 수익 급락의 결정적 이유지만 주식 가치가 최대 90% 이상 하락한 주된 원인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400km의 주행이 가능하다고 발표한 전기차 e6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결정적이다. 

혁신적 안전성을 보유했다고 주장한 BYD만의 전지 기술은 시범 운행 중인 e6의 품질 문제로 퇴색되었고,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높은 개발 난이도 탓에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시범 사업 및 관공서 수요 위주로 공급되고, 미국시장에서는 출시 계획을 18개월 연기한다는 발표만 있을 뿐 공식 판매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애플 아이폰의 공세에 밀리던 노키아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로 탄생한 윈도우폰이었다. 애플의 막강한 생태계에 맞서기 위해 자체 OS인 심비안을 배제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하는 모바일 OS와 윈도우 기반의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완성도 부족으로 타이밍을 놓친 출시 시기, 절대적으로 부족한 앱, 그리고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는 윈도우폰용 생태계 때문에 윈도우폰에 대한 시장의 참담한 평가가 이어졌다. 노키아 윈도우폰인 루미아 920 모델이 2012년 9월 시장에 등장했을 때 이미 애플과 안드로이드 폰의 양강구도가 굳어진 상황이었다.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합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새로운 제품의 부각 가능성 외면 

쇠락하는 기업들 중 다수는 기존 사업 영역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신사업이나 신제품에 대해 낮은 몰입도를 보여주었다. 시장 변화는 인지했어도 기존 사업과 중복되는 영역의 제품 개발은 주저한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능동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세계 최대의 게임기 제조사인 닌텐도는 2011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다. 게임기 시장을 선도하던 닌텐도의 주력 모델인 닌텐도 DS에 기반을 둔 위(Wii)와 닌텐도 3DS의 부진이 직접적인 이유였지만 스마트폰 기반의 게임 사업 육성을 등한시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19세기 후반 화투 제조회사로 사업을 시작한 닌텐도는 한때 택시 운수업, 외식업, 숙박업까지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있었다. 이후 게임기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로 성공 체험을 한 닌텐도는 스마트폰 게임의 위협을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사가 익숙한 영역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닌텐도가 폐쇄적 전략을 유지하는 동안, 쿼드코어로 PC와 비슷한 수준의 중앙처리장치를 갖춘 스마트폰 게임의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고, 스마트폰 게임의 콘텐츠도 이제는 닌텐도 전용 콘텐츠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다양해졌다. “스마트폰 게임에 관심 없다.”라고 강조하는 닌텐도의 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닌텐도의 게임기는 스마트폰 게임에 대항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평판 TV 시장에서 PDP TV가 주력이 되리라 판단한 파나소닉은 2007년에 세계 최대 규모의 PDP 생산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3조 원 수준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다. 당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LCD와 PDP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성장성이 높은 LCD TV로 전략을 수정하는 상황이었지만 파나소닉은 대형화면에서 기술적으로 유리하고 원가 경쟁력이 있는, 무엇보다 파나소닉이 익숙한 PDP 사업에 더욱 몰입한 것이다. 하지만 LCD에 대한 주요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새로운 PDP 공장이 본격 가동될 시점에 PDP의 경쟁력은 이미 LCD에 뒤처지게 된다. 

결국, 활용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 PDP 생산설비는 조기에 상각함을 고민할 정도로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안전한 선택’을 한 파나소닉은 2011년에만 11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2년에도 10조 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 연이은 적자는 파나소닉의 신용 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급락시켰고, 파나소닉의 CEO는 ‘디지털 가전에서 패배자가 되었음’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TV를 포함한 가전제품 사업에서 파나소닉이 경쟁력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졌음은 물론이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한 것은 브라운관 TV의 최강자 소니도 마찬가지였다. 소니의 전성기인 1990년대에 소니는 크고 무거운 브라운관 TV가 머지않아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외면하고 미국에 대규모로 브라운관 생산 투자를 감행한다. 브라운관 TV가 시장에서 50% 이상 보급된 시점이 최초 출시 이후 20년이 지나서야 가능했음을 알고 있는 소니 입장에서 무리한 예측은 아니었다. 

평판 TV의 확산 속도 역시 과거와 다를 것 없다고 믿었던 소니는 브라운관 TV인 ‘트리니트론 시리즈’로 TV 시장을 주도하려 한다. 소니는 평판 TV의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평판 TV로 브라운관 TV의 매출이 잠식될 것을 두려워했고, 적절한 시장 진입 시점도 놓치고 말았다. 

파나소닉과 소니의 실패는 일본 전자산업계 몰락의 증거로 빠르게 업계에 확산되었다. ‘탈 TV’를 외치는 파나소닉과 디지털 이미징, 게임, 모바일 등을 중점 육성하여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소니의 시도에도 이들의 추락 속도는 늦추어지지 않고 있다. 

실패에 대한 좌절 극복이 관건 

“원래 실적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의 신용위기, 100년에 한 번 발생하는 동일본 대지진과 타이의 대홍수, 엔고 현상 등으로 NEC는 2012년 적자로 전환되었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본 NEC의 CEO가 최종적자전환을 발표하는 회견장에서 고뇌의 표정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노키아의 플랫폼은 불타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라고 탄식하며 노키아의 CEO인 스티븐 엘롭은 정리해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노키아의 자랑인 연구개발 인력은 물론이고 생산, 영업 인력까지 전방위적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폰이 2007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노키아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었다. 노키아가 잘 해왔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노키아의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아이폰이 그렇게 빨리 급성장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하지만 경영진의 ‘어쩔 수 없었다.’는 회한에 찬 한마디가 가져오는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다. 불명예스러운 경영진의 사퇴,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온 기업 이미지의 추락은 물론이고 힘겹게 버텨온 구성원과 그 가족들까지도 고스란히 실패의 후폭풍을 견뎌야 한다. 한번 무너진 기업이 과거의 전성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신제품이나 신사업에 대한 도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제품 수명 주기는 계속 단축되고 새로운 성과를 후발주자와 나누기보다 선두 기업이 독점하는 현상이 점차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운 기업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이며 실패 확률이 낮은 제품 위주로 미래를 준비한다.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분위기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한 어중간한 의사결정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업하다 보면 크고 작은 실패가 수반된다. 사업환경은 어느 기업에게나 똑같다. 실패의 원인도 다양하고,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경우도 많다. 실패에 대한 좌절 극복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Ⅱ. 실패를 겁내지 않는 기업 
  

미국 와튼스쿨의 George Day 교수에 의하면 새로운 기술이 신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은 5%에서 30%에 불과하고, 기존 시장에서도 35%에서 55%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한다. 세계적 벤처투자회사 및 자문사들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에서도 신생 기업의 성공 확률은 10% 미만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실패 자체는 피할 수 없다. 관건은 실패에 대처하는 자세다. 

인터넷 검색 엔진의 최강자로서 스마트폰 운영 체제 및 기기, 통신 시스템, 에너지, 생명과학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성공 가도를 질주하는 구글은 실패에도 매우 익숙한 기업이다.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업무시간의 20%는 기존 업무와 무관한 창의적 영역에 몰입하고, 연간 50억달러 이상의 연구개발 비용이 이를 뒷받침해주지만 구글이 개발한 새로운 시스템이나 제품의 성공 확률은 20%도 안 된다. 다만, 구글은 실패를 통해 더욱 강해진다는 점이 실패에 약한 기업들과의 차이점이다. 

실패란 대하는 자세에 따라 누구에게는 회복이 어려운 치명적이고 두려운 대상이지만, 누구에게는 힘들기는 하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패를 겁내지 않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근성 

창업 126주년을 맞이한 보쉬는 경쟁이 치열하고 산업 구조도 매우 복잡한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 지속해서 선두 그룹에 속해있는 독일계 자동차 부품 기업이다. 갑을 관계로 형성된 자동차 업계에서도 B2B 부품 기업인 보쉬의 입지는 확고하다. 특히 기술적으로 어렵고 누적된 신뢰가 필수적인 자동차 구동 부품에서 보쉬의 점유율은 거의 독보적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보쉬도 사실은 수많은 실패에 노출되었었고 누구보다 힘겹게 어려움을 극복한 기업이다. 

보쉬의 창업자 로버트 보쉬는 동시대를 함께 보낸 루돌프 디젤, 고틀리에프 다임러 등 천재적인 과학자들과 달리 학업에 소질이 없는 편이었다. 공학 박사도 아니고 우수한 대학을 다닌 적도 없는 로버트 보쉬는 한때는 유급을 걱정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나를 지도한 배려심이 많은 선생님 덕분에 나는 운 좋게도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한 보쉬는 대학에 진학하라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기술을 배우기로 한다. 이후 보쉬는 다양한 직장을 전전하며 실패를 경험한다. 해외경험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에디슨이 창업한 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있었지만 1년 만에 해고당하기도 했었다. 

마침내 자기 사업을 시작한 보쉬는 전화기, 재봉틀, 자전거 제작 사업 등을 시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보쉬 성장의 디딤돌이었던 자동차엔진점화기(Magneto Ignition)도 보쉬가 직접 개발한 제품이 아니다.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제품을 보쉬가 실용적으로 변형하여 특허를 출원한 것이다. 
  
외부 환경도 만만치 않았다. 세계 대공황을 겪으면서 사업 매출이 급감하였고, 1차대전이 발발하면서 글로벌 거래처들과의 관계가 순식간에 단절되기도 한다. 2차대전 때에는 군수물품을 생산하라는 나치의 압력으로 사업 자체의 지속이 불분명해지기도 했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한 보쉬는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다. 워낙 많은 실패를 경험해본 근성있는 기업 보쉬에게 웬만한 어려움은 극복의 대상이었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두 차례의 전쟁도 겪었는데 이 정도 실패쯤이야.”라는 근성있는 DNA가 생긴 것이다. 

보쉬는 실패를 피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내부 자산화하여 더 커다란 성공의 디딤돌로 삼는다. 보쉬 매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디젤엔진 구동 및 제어부품, ABS 등 제동부품 등은 준비 기간만 20년 이상 걸린 제품이었다. 조금만 개발이 지연되거나 수요가 부진해도 사업에서 철수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보쉬는 한번 결정하면 완성도 높은 제품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때까지 버티는데 익숙한 맷집이 강한 기업이다.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유연한 변화 

일본 전자업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요즈음에도 히타치는 20년 만의 최대 흑자를 기록하며 상승세이다. 폐쇄적 사업구조로 IT 산업에 대응이 늦어지면서 2008년만 10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던 히타치가 최근의 어려운 사업환경에도 선전하는 이유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방적으로 운영하며 민첩하게 환경 변화에 대응한 결과다. 경쟁력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정체된 시장에서 재기하기 위해 몸부림치기보다는 히타치가 경쟁력이 있고 수요도 성장하는 산업에 맞게 사업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PC, TV, 반도체, 하드디스크 등 전자산업의 선구자였던 히타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본 기업으로서 사업환경도 불리해지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하게 인프라 설비 중심으로 전환한다. 시장을 주도하지만, 추가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 영역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처리, 전력, 철도 등 인프라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한 것이다. 

글로벌 지역별 사업전략도 개방성의 기치 아래 유연하게 조정한다. 일본, 유럽, 미국, 중국, 동남아, 인도에 지역 본사를 세우고 사업환경에 맞는 전략을 수립했다. 인도 등 저개발국이 유망한 인프라 사업은 지역 본사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체제를 유연하게 개편하기도 했다. 

1902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창업한 3M은 생존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으로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광산업에 진입하면서 실패를 겪고, 생산시설이 불에 타버리는 시련도 겪은 3M에게 유연하고 민첩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광산업 자체보다는 사포, 연마석 등 광산업에 연관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성공한 3M은 주요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바꿔가는 도전을 계속한다. 최근 4년간 수행된 신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30% 규칙’, 업무시간 중 15%를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사용하는 ‘15% 규칙’,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벤처를 만들 수 있는 ‘사내벤처제도’ 등은 도전적 과제로 성장을 이어가는 3M만의 독특한 제도이기도 하다. 

상시적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하고 실패를 장려하지만, 반드시 그 경험을 공유하여 같은 실패를 지양하는 내부 규정은 수많은 실패 기술들을 결합하여 3M만의 창의적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하는 원천이다. 1948년 개발 당시에는 장식용 리본을 만드는 수요에 불과한 실패작이었던 부직포 기술은 이후 50년이 넘도록 연마제, 절연물은 물론 의료제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잠재적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자금 확보 

근성 있는 DNA를 갖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의 뒤에는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을 격려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자금력이 있다. 일시적인 부진을 극복하거나 전면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기 위해서도 자금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외부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핵심 인력 이탈, 연구 개발 축소 등의 내부 시스템 붕괴만은 막을 수 있도록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거나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때 PC용 프로세서 분야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던 인텔은 PC 산업의 둔화와 모바일 기기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0.1%만 점유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기업인 ARM이 30%에 가까운 매출 증가를 기록할 때 인텔은 고작 2%만 성장하는 부진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CEO 중도 사퇴의 굴욕도 맛보았다. 그렇지만 인텔이 추락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찾기 어렵다. 

수요 변동성이 크고, 조 단위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은 1990년대 말부터 수익의 40%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기로 한다. 충분한 현금 보유로 정평이 나 있는 인텔의 자산대비 현금비율은 업계 평균 대비 3배에서 10배까지 높은 수준이다. 모바일 프로세서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있는 인텔은 충분한 자금 여력으로 모바일 기기의 핵심 경쟁 요소인 저전력 소비에 우수한 새로운 프로세서를 개발하면서 재도약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텔 부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인텔의 우수한 생산시설, 프로세스 기술, 그리고 현금 보유에 대한 원칙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공세에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이 무너지고 있을 때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의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안정적 수익창출 모델을 세우는 것이었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줄어들고 있을 때 보더스는 이미 사양산업에 접어든 CD나 DVD 판매에 집중하였지만, 반스앤노블은 소비자가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매장에 들려서 책을 둘러보고 서점 내에 있는 커피숍에서 간단한 스낵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간단한 선물도 살 수 있도록 매장을 재조정했다. 사용자의 현장 구매 비율이 높은 아동용 서적은 오히려 규모를 확대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했다. 

반스앤노블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얻은 이익으로 디지털 사업에 적극 도전했다. 전자책, 전자책 리더기 사업을 시작했고 대학교재 출판사와 제휴를 통해 온라인 교재 사업도 공격적으로 수행했다. 이미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영향력에도 반스앤노블은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책 외에도 주방기기나 가전제품, 장난감까지 판매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직 전성기 시절의 영향력을 회복하지는 않았지만, 축소되는 서점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반스앤노블의 생존 전략은 온라인 사업모델의 등장에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 매장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수립하여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함에 있다. 
  

Ⅲ. 실패를 디딤돌로 
  

실패를 겪으며 더욱 강해지는 기업이 되어야 

한국 진출 7년 만에 매출규모가 25배나 성장한 세계적 의류기업인 유니클로의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는 ‘9패 1승’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번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홉 번의 실패를 수치로 여기지 말고 실패를 밑거름으로 근성있는 체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경영자가 연전연승했다면 새로운 것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안정궤도에만 안주하려는 경영자에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하고 또 실패하라. 다만, 실패를 인정하고 교훈을 찾아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GE에는 오랫동안 실패한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의 용기와 열정을 이어받은 GE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실패는 용인하되 그 경험을 관리하고 활용하여 반복된 실패를 방지하는 내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업에는 위험요소가 항상 존재한다. 실패에 무너지는 기업과 실패를 통해 강해지는 기업의 차이는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 있다. 사업의 성패는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사업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전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물론 계획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민하며 변동성에 대해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미래를 예견하고 정해놓은 경로에 맞게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이 강할수록 실패를 피하게 되고 두려워하게 된다. 

변화하는 환경을 예측하지 못함을 책망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도 불가피하게 거쳐가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를 극복하는 근성을 체질화하여 더욱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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