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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가계 흑자 계속되지만 소비늘릴 여유는 없다'

가계수지 흑자가 최근 몇 년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락추세를 나타내던 가계 흑자율은 2011년 1분기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2013년 3분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흑자율 상승은 소득에 비해 소비 증가세가 더 빠르게 둔화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경기부진에 따른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원금상환 부담 증가, 전월세 보증금 증가, 노후 대비 저축 수요 등이 어우러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은퇴 후 노후 불안에 노출된 고령층 가구와 내수부진 장기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자영업 가구가 소비를 줄이며 흑자를 늘리고 있으며,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역자산효과에 노출된 자가 가구와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임차가구들도 소비를 억제하며 흑자율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계부채가 줄어든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의 흑자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저축만으로 추가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차입에 의존하는 가구가 여전히 많은 것이다. 가계 예산제약 요인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가계의 소비여력이 단기간 내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 목 차 > 

Ⅰ. 가계 흑자율 상승 현황
Ⅱ. 흑자율 상승 배경
Ⅲ. 가구 특성별 예산제약 요인
Ⅳ. 시사점
 
  

최근 몇 년간 가계수지의 흑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가계의 소득에서 지출을 하고 남은 부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흑자는 자산을 늘리거나 부채를 줄이는 원천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늘어난 가계저축이 자산매각과 더불어 부채를 줄이는데 사용되면서 가계의 재무구조가 건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흑자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주요 선진국과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주목되어온 가계부채 규모가 가계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가계수지 개선이 소비 둔화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어서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의 흑자율이 상승하고 있는 원인과 함께 가계수지 개선의 의미를 가계 재무구조와의 연관성, 소비 전망 등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Ⅰ. 가계 흑자율 상승 현황 
  

가계 흑자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락추세를 나타내던 가계 흑자율은 2011년 1분기 21.5%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3년 3분기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흑자율은 27.5%를 기록했다. 가계 흑자율은 가계소득에서 가계지출을 하고 남은 흑자액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정의되는데,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369.5만원 중 216.8만원을 소비지출, 70.5만원을 비소비지출로 사용하여 82.2만원의 흑자액을 기록한 결과다(<표 1> 참조). 지난해 3분기 흑자율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전국기준 1인 가구를 포함하여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그림 1> 참조). 분기 데이터의 계절성을 고려하여 2012년 연간 흑자율을 살펴 보더라도 25.3%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장기간의 추이를 볼 수 있도록 관찰 대상을 2인 이상 도시가구로 국한하여 살펴보더라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큰 폭으로 하락했던 흑자율은 신용카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단기적인 부침을 보였으나 장기적으로 상승해 왔는데, 2011년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그림 2> 참조). 

흑자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것과 함께 적자가구의 비중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2007년 전체가구의 27.2%가 적자를 기록하였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적자가구가 2011년 28.9%까지 증가하였다가 2012년 26.5%로 낮아진 후 2013년 3분기에는 25.3%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장기적인 추이를 살펴보면, 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으로 1990~97년까지 15.6%~17.4% 수준에 머물던 적자가구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1999년부터 2013년 3분기까지 평균 25.7%로 체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여왔었다. 2012년 이후의 적자가구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그림 3> 참조). 

흑자율 상승에도 가계부채 증가세 지속 

가계부채 규모는 가계흑자율이 높아지고, 적자가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지급여력을 의미하는 흑자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축소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기는 하였으나 가계부채 규모(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기준)는 2013년 3분기 1,197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도 2013년 3월말 현재 66.9%로 2010년 59.8%에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장기화되고 있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가 이루어져 왔으나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과 가계소득 증가율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그림 4> 참조).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저축을 늘리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23페이지 박스 참조). 가계 흑자율의 상승이 부채상환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한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득보다 소비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는 불황형 흑자 성격 

최근 가계 흑자율 상승은 불황형 흑자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불황형 흑자는 소득에 비해 소비 증가세가 더 빠르게 둔화되면서 나타난다. 즉,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에 비해 소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이후 가계(2인이상 도시가구 기준)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5%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시기를 포함하는 1999년~2008년 의 6.2%에 비해서 둔화된 양상이지만, 소비증가율은 같은 기간 5.6%에서 2.7%로 급락했다. 1990년 이후 흑자율이 상승하던 구간별로 살펴보면 최근의 소득증가율과 소비증가율의 격차는 외환위기 이전시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시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크게 벌어진 모습이다(<그림 8> 참조). 분기별로 살펴보면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밑도는 현상이 2011년 2분기 이후 2013년 3분기까지 10분기째 지속되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그림 9> 참조). 
  

Ⅱ. 흑자율 상승 배경 
  

가계 불황형 흑자는 다양한 요인에 기반 

가계의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갈수록 증가하는 원금상환 부담이 흑자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미래의 소득 충격에 대비하여 예비적 저축(precautionary saving)을 늘리려는 동기도 요인 중 하나이다. 특히,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은퇴를 전후한 가구의 경우에는 소득에 대한 불안, 기대 여명의 증가 등 노후 경제사정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저축 수요가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택가격의 하락에 의한 역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에 노출된 가구의 경우에도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을 것이다. 주택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전월세 보증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부담이 가중된 세입자들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가계수지는 현재의 소득과 지출뿐만 아니라 자산과 부채를 통해서 과거와 미래의 소득과 지출에도 상호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 표면적으로 현재시점의 소득에 비해서 소비 증가율이 둔화되어 나타나는 가계 흑자율 상승은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원금상환 압력이 가계 예산을 제약하면서 흑자율 증가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도록 한 요인으로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 원금상환 부담을 꼽을 수 있다.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이자부담은 비교적 소폭 증가한 데 반해서 원금상환 부담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0%에서 2012년 2.8%로 소폭 증가한 반면 원금상환 금액 비중은 2007년 18.0%에서 2012년에는 28.9%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일시상환 방식이나 거치식 분할상환 대출과 같은 이자만 납부하는 대출의 비중이 줄고 원금상환이 개시된 대출이 많아진 점을 반영한다. 실제로 은행권 대출 중 원금상환중인 대출의 비중은 2007년 24.0%에서 2013년에는 39.6%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10> 참조). 향후에도 정부의 가계대출 구조 선진화 방안 등에 따라서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원금상환 부담에 노출된 가구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원금상환 부담의 증가는 가계의 예산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가계의 흑자율은 2007년 23.4%에서 금융위기를 거치며 하락세를 나타냈다가 2010년을 저점으로 2012년 25.3%로 높아졌지만, 원금상환 부담을 고려할 경우 가계의 자금부족 규모는 2007년 가처분소득 대비 -1.3%에서 2012년에는 -9.4%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원금상환까지 고려할 경우 소득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규모가 커진 것이다(<그림11> 참조).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적자 가구의 비중도 2012년 26.5%로 5년 사이 0.7%p 감소하였으나 부채상환까지 고려한 자금부족 가구는 같은 기간 19.3%에서 28.4%로 9.1%p나 급증했다(<그림 12> 참조). 

원금상환 부담은 대출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일시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거액의 원금 상환은 단기간의 소득만으로 충당하지는 않는다. 정기적으로 이자만 납부하는 대신 원금상환에 대비하여 준비해온 금융자산을 이용하거나 신규 차입으로 원금상환(roll-over)에 나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전자의 가구는 미래 부채 상환에 대비하여 소비를 줄여서 저축을 해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할 경우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을 통해서 원금상환 부담을 이연 시킬 수가 있으나, 추가 담보 요구를 받거나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원금 상환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편, 가계동향조사상 원금상환에는 신용카드 결제금액과 같이 부채차입 대신 소비지출에 계산되었던 비용이 포함되어 순부채상환액을 과대하게 계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가계의 신용카드 사용액을 포함하는 판매신용의 가처분소득대비 비율은 2012년 8.2%로 2007년에 비해서 1.7%p 소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므로 신용카드 사용행태의 변화가 원금상환 부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원금상환 부담은 가계의 자금부족 규모를 높이게 하여 지출을 줄이고, 흑자를 늘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시장 부진과 노후불안도 흑자율 상승 요인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도 가계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는 달리 주택가격 둔화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유 자산 중 실물자산의 비중이 높은 가구의 소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거주 목적뿐만 아니라 자산 축적이나 시세차익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경우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미래 소득 충격이 클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장기화되던 주택시장 부진이 최근 들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 등으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위기 이전과 같은 본격적인 상승세로 연결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주택매매 시장이 장기 부진을 보인 여파의 영향으로 주택임대차 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소비와 저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하락함에 따라 임대인의 입장에서 레버리지로 활용되어 오던 전세보증금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전세주택 공급이 감소하였다. 반면에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전월세 전환율로 인해서 보증부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가운데 일부 구매력이 높은 가구의 경우에도 주택가격의 불확실성을 헤지할 목적으로 주택 매입보다는 안전한 전세주택에 대한 수요를 높이면서 전세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급등한 임대료 부담에 직면한 임차인들의 예산을 제약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세가구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전세 보증금 비율은 2007년 190%에서 2012년 269%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보증부 월세 가구의 보증금 비율도 2007년 43%에서 2012년 66%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4> 참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자산 수요가 증가한 것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노후에 대한 불안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사적 연금이나 저축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성 보험 납입액의 비중이 2007년 8.8%에서 2012년 9.8%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가계 금융자산의 중요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예금 불입액이 동기간 가처분 소득대비 8.8%에서 9.1%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그림 15> 참조). 자금순환표 상의 가계 금융자산 구성변화를 보면 현금과 예금의 비중이 2007년말 42.5%에서 2012년말 45.4%로 소폭 증가하는 사이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이 동기간 22.7%에서 28.6%로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6> 참조). 
  

Ⅲ. 가구 특성별 예산제약 요인 
  

중, 고소득층 중심으로 부채상환부담 가구 증가 

소득 분위별로 흑자율 변화를 살펴보면 최하위 소득의 1분위 가구를 제외하면 대체로 흑자율이 상승하는 모습이다. 2007년과 2012년 사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소득 1분위 가구의 흑자율은 1.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나머지 소득 분위의 가구들은 대체로 흑자율이 상승했다. 특히 5분위 가구와 2분위 가구의 흑자율이 각각 3.0%p와 3.6%p 상승하면서 전체 흑자율 상승을 주도했다(<그림 17> 참조). 적자가구의 비중은 2007년과 2012년 사이 1분위와 3분위 가구가 1.2%p, 0.3%p 상승하였지만, 5분위 적자가구의 비중이 -4.3%p로 크게 하락하면서 전체 적자가구 비중을 소폭 낮추는 모습이었다(<표 2> 참조). 

부채상환 부담은 전 소득 계층에 걸쳐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액은 2007년 24.7%에서 2012년 34.7%으로 10%p 높아졌다. 2007년과 2012년 사이 전체 소득분위의 가구에서 부채상환액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는데, 소득이 높을수록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상환 부담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2년 기준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상환 부담은 5분위가 36.5%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소득이 낮을수록 부채상환 부담 비중이 감소하면서 1분위 가구의 경우 2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8> 참조). 

소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자금부족 가구 수 비중은 2~5분위 가구에서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2년 1분위 가구의 경우 적자가구 비중이 56.1%로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부채상환까지 고려할 경우 6.3%의 가구만이 추가적으로 자금부족에 빠지는 가구인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경상적자보다는 부채상환 부담 고려 시에 자금부족 가구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다(<그림 19> 참조). 저소득, 저신용으로 인해 차입이 어려운 1분위 가구에 비해 부채보유 규모가 큰 2~5분위 가구의 부채상환 부담이 최근 크게 증가한 것을 반영한다. 이러한 원금상환 부담 증가가 2~5분위 소득 가구로 하여금 소비를 줄여 흑자를 늘리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은퇴가구 및 자영업자의 흑자율 상승 두드러져 

연령별 흑자율 추이를 보면 20대와 30대 가구를 제외한 전 연령대 가구의 흑자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흑자율 상승세가 두드러진다(<그림 20> 참조). 2007년~2012년 사이 전체 흑자율이 1.9%p 증가한 데 반해서 고령층의 흑자율은 6.0%p 증가하면서 전체 흑자율 상승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특히, 같은 기간 증가한 150만 가구 중 73%인 110만 가구가 고령층 가구에 해당하고 있어 고령층 가구가 전체 흑자율 상승에 미친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은퇴가구의 비중이 높은 고령층가구가 소비보다는 저축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고령층의 흑자율이 상승한 것은 노후 대비를 부동산에 의존해 온 고령층 가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장기간 침체된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유자산의 평가액이 감소하면서 소비를 줄이는 역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에 노출된 고령층 가구가 많았던 것이다. 실제로 2013년 3월말 기준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가 보유한 자산 중 실물자산의 비중은 82.7%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 평균인 73.3%보다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이들 고령층 가구의 자산가치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한 보유자산 유동화에도 어려움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60대 이상 고령가구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무직자 가구의 경우 주요 자산인 실물자산의 가격하락과 더불어 노후 불안이 심화된 것도 고령층 흑자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고령층은 자녀들의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최근 들어 자녀의 부모 부양 인식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고령층 소득 중 사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소득 공백을 공적 연금과 보험이 충분히 메우지 못한 가운데 기대 여명의 증가 등으로 커진 노후불안 심화가 고령층의 소비여력을 크게 저하시킨 것으로 나타난다(LG Business Insight 2013.11.6일자 ‘노후 대비 부족한 고령층 소비할 여력이 없다’ 참조). 

자영업자 가구의 흑자율 상승도 두드러진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임금근로자 가구의 흑자율은 1%p 소폭 하락한 데 반해서 자영업자는 2007년 18.9%에서 2012년 26%로 7.1%p 증가하며 전체 흑자율 상승을 이끌었다(<그림 22> 참조). 자영업자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내수 부진이 장기화 됨에 따라 소득 충격이 컸고,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속됨에 따라 소비를 줄였던 것으로 보인다. 임금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자영업자의 경우 2010년 이후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2012년에는 소득증가율이 -0.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자영업 가구의 경우 사업자금으로 차입한 부채의 규모가 큰 상황에서 경기부진의 영향을 받음에 따라 부채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승폭이 두드러졌던 흑자율과 다르게 부채상환 부담을 고려한 자금부족 규모는 2007년 -3.8%에서 2012년 -5.3%로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영업자 가구 중 적자가구의 비중은 2007년 30.7%에서 2012년 24.2%로 감소하였으나 부채상환을 고려했을 경우 자금부족 가구는 2007년 17.2%의 가구가 추가로 자금부족 상황에 처했지만, 2012년에는 28.1%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23> 참조). 소득 충격과 부채상환부담에 크게 노출된 자영업 가구의 경우 지출을 줄이고 흑자를 크게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의 부진과 구조적 변화도 흑자율 상승에 영향 

거주형태별로 흑자율 변화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가 가구의 경우 금융위기를 거치며 소폭 하락하였다가 최근에는 크게 높아지면서 2007년 22.9%에서 2012년에는 26.6%까지 상승한 모습이다. 전세가구의 경우 2007년 수준에서 2012년 소폭 상승한 모습인데, 2010년 큰 폭의 하락 후에 다시 반등한 것이 특징적이다. 반면에 월세 가구의 경우 2007년 이후 하락과 반등이 연이어 나타나는 모습이다(<그림 24> 참조). 

자가 가구의 흑자율 변화는 주택가격 하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보였으나 2011년 이후에는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주택시장 전체의 하락세가 본격화되었다. 2011년 이후 자가 가구의 흑자율 급등은 역자산효과에 노출된 가구가 소비를 줄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전세가구는 전세가격의 상승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09년말 이후 반등하기 시작한 전세가격은 2011년 2/4분기 이후에는 소득증가율보다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면서 세입자의 부담을 확대시킨 것으로 나타난다(LG Business Insight 2013.12.11일자 ‘최근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 진단’ 참조). 월세가구는 월세가격과 임대보증금 변화가 가계수지에 미친 영향이 시기별로 상이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월세는 2011년말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내다가 이후에는 하락세를 지속했는데, 임대보증금은 전세가격 상승과 함께 2010년 이후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월세의 변화는 가계의 지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반면에 임대보증금의 경우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서 흑자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월세가구의 흑자율 변화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32페이지 박스 참조). 
  

Ⅳ. 시사점 
  

가계부채 비율은 상승 지속 

가계흑자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원금상환 규모도 커지고 있음에 비해 가계부채 비율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원금상환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신규 차입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하반기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하반기 82조원이던 대출상환 규모는 2013년 상반기 중 143.7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신규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15조원에서 157.6조원으로 증가했다. 신규대출 규모가 여전히 상환액을 앞서면서 전체적으로는 대출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상환액 대비 신규차입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다. 신용도별로 보면 같은 기간 증가한 신규대출의 92%는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인데 반해서 상환된 대출의 40.5%는 중신용자 이하의 차주에 대한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중저신용자 차주에 대한 대출은 줄어드는 대신 고신용자 중심으로 신규대출이 늘어나면서 대출상환이 높은 가운데서도 가계부채 전체 규모는 증가하게 된 것이다(<그림 26> 참조). 

신규대출 수요가 여전히 큰 것은 가구수 증가가 지속되고 있고, 주택매입이나 사업 또는 생계형의 담보대출 수요가 여전한 데다 전월세 보증금 증가에 따른 대출수요가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저축만으로는 전월세 보증금 증가분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계가 많은 데다, 저축의 일정 부분은 노후 대비 목적의 장기 금융자산으로 묶이면서 부채상환에 쓰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작용한다. 늘어난 저축만으로는 추가 자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추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 예산제약 요인들이 빠른 소비 회복 어렵게 할 가능성 

가계 전체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 중이지만 추가 가계부채비율 상승 폭은 둔화되는 추세다. 저축이 본격적인 디레버리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더라도 자산이 더욱 빨리 늘어나고 있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율 상승은 위기 이후 역시 저축률이 상승한 주요 선진국 가계와는 의미가 다르다. 선진국 가계의 경우 자산매각과 함께 늘어난 저축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부채상환에 나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자산가격 회복과 함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하락하고 있다. 이로써 선진국 가계들은 다시 소비여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가계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소폭 하락에 그치는 반면, 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가격 변화에 노출된 자산과 달리 늘어난 부채로 인해 향후 금리상승 시 이자상환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더욱이 원금상환부담 증가, 전월세 보증금 증가, 노후대비 저축의 필요성 등 예산제약 요인이 적지 않다. 이러한 예산제약 요인이 지속될 경우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압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소비회복을 통한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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