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독일발 금리 소동에 국내 시중금리도 동반 상승'
지난 4~5월 발생한 독일발 금리 급등은 3주간의 소동으로 막을 내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호황을 지속해 온 글로벌 채권시장은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일대 전환의 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며, 우리나라 또한 해외로부터의 금리상승 압력이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시중금리 상승이 야기할 부채부담의 확대, 신용위험 증폭에 선제 대응하는 한편 부채관리의 수위를 높여나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독일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 일제히 금리상승 움직임이 나타났다. 특히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5월 중 미국과 독일의 만기 10년물 국채 금리는 각각 2.3%, 0.7%까지 상승했다. 특히 독일의 국채금리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분트 텐트럼(Bund tantrum; 독일 국채인 분트의 금리가 신경질적으로 오른다는 의미)’이라는 표현이 나오기 도 했다. 4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0.1% 아래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가 3주도 채 되지 않는 동안에 0.6%p나 올랐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을 넘어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었다(<그림 1> 참조).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각기 다른 만기를 지닌 정부발행 채권들의 가치를 포괄적으로 지수화한 채권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4월과 5월 사이 블룸버그(Bloomberg)가 집계하는 미 정부채 가격은 2.5%, 유로존의 경우 4.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공기업, 은행 등 민간부문이 발행한 신용물, 즉 회사채와 금융채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유로존 디플레 우려 완화만으로는 금리 급등 설명 어려워
국제금융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은 이같은 금리급등을 예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스 문제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시장에 긴장요인으로 재등장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구제금융 연장과 긴축정책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주도의 새 정부와 유로그룹(EU, ECB)간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질 못했다. 독일 국채는 유로존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선호된다. 따라서 그리스발 불안의 확대는 독일 국채금리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올해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즉 국채매입이 시작되면서 독일 국채에 대한 수요는 탄탄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 또한 뒤로 미뤄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처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원인은 1차적으로 유로존에 대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에 비해 0.2% 오르고, 전년동월 대비로는 0.0%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부터 지속돼 온 마이너스 물가 상태를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분기에 비해 0.4%, 1년 전에 비해서는 1.0% 증가(예비치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장률 수치는 지난 2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하지만 거시경제 상황의 변화로 최근의 금리급등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의 급락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채질한 측면이 강하지만, 민간의 소비여력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지난 1분기 미국경제의 부진 또한 낯설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재정지출 둔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 부진했다가 2분기에 반등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의 회복 또한 지난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ECB의 양적완화 정책과 유로화 약세 효과, 지난 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주식시장 호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채권시장의 과도한 호황에 대한 불안감 확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주요국의 채권금리는 하락 추세를 지속해 왔다. 이 때문에 최근에 이르러서는 금리가 과도하게 하락, 즉 채권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장기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ECB가 양적완화를 결정한 작년 말 이후 상당수 유럽 국가들의 단기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이다.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실물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정책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추가로 돈을 푸는 노력을 거듭한 결과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성장세와 물가상승률은 위기 이전에 비해 한층 낮아졌다. 또 위험 및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를 확대시키고 금리 하락을 부채질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인재무분석사(CFA)협회가 영국의 펀드 매니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의 응답자가 지금의 채권가격을 과대평가 상태로 평가했다. 제프리 군드라흐(Jeffrey Gundlach)와 빌 그로스(Bill Gross) 같은 유명 투자자들도 앞으로는 채권의 매수가 아닌 매도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것을 역설하면서 이른바 ‘채권 거품론’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이 같은 시각이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확대되고 경제여건의 작은 변화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 유동성 감소로 변동성 확대 위험 커져
시장에서 실제 유통되는 채권의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의 물량이 감소했다. 그 결과 작은 외부충격 및 금리변동 요인에도 시장이 과거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 과정에서 미 연준의 자산 중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말에 비해 10%p가량 높아졌다. 늘어난 채권자산을 연준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유자산을 팔지 않으면서 만기 상환되는 부분은 재투자하고 있다. 일본은행(BOJ)는 연 80조엔 규모의 자산매입을 지속하고 있으며, ECB도 지난 3월부터 국채를 비롯한 각종 채권들을 매달 600억유로씩 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는 달리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채발행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경우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 즉 유동성의 부족 문제에 상대적으로 크게 노출돼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세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전세계를 대표하는 주요 17개국의 채권(Debt securities) 발행 잔액을 보면, 전체 규모가 2013년 이후 정체되는 흐름이다. 더 나아가 전세계 명목 GDP, 즉 전반적인 경제활동 수준과 비교하면 2011년 이후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예비적 동기에 의한 자금수요와 현금확보 노력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채권발행이 빠르게 는 반면, 근래에는 투자를 비롯한 실물경기의 부진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재정건전성이 강조되면서 채권발행이 둔화된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의 금리급등에는 ECB의 국채매입으로 인해 불거진 채권시장 유동성의 불균형이 시장불안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기가 짧은 국채의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짐에 따라 우량 국채임에도 불구하고 ECB의 매입조건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ECB의 국채매입은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초장기채권 위주로 편중된 형태를 띠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시장참여자로 대두된 중앙은행이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취하자, 민간의 채권투자 펀드들도 유사한 패턴으로 채권을 매입했다.
한쪽으로 치우친 투자 포지션이 예기치 못한 금리상승 요인과 맞닥뜨리면서 차익을 실현하거나 추가 손실을 줄이기 위한 매도 움직임 또한 한쪽으로 치우친 형태로 나타났다.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의 장기금리 급등 현상 역시 중앙은행과 민간투자자 모두의 장기국채에 치우친 포트폴리오가 그대로 채권 매도 및 금리 변동성의 편중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시장 안정 되찾았지만, 급변동 위험은 계속 잠재
최근의 금리 급등이 채권시장의 장기적인 추세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언하기는 아직 이른 듯하다. ECB가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단시일내 장기금리가 제로 수준 가까이 하락한 것에 대한 조정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하반기 미 연준의 2차 양적완화 때나 2013년 초 일본은행(BOJ)이 양적·질적완화 정책을 폈던 때에도 정책 실시 직전 및 초기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시장금리가 단기간 급반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금리급등을 거의 주도하다시피한 독일 국채 또한 ECB가 실시한 양적완화 정책에서 주된 매입 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독일 장기국채 금리의 급락 이후에 나타난 급반등 또한 ECB 양적완화 정책의 초기에 나타난 일시적 조정일 가능성도 쉽게 배제할 수는 없다.
5월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은 다시 안정을 되찾고 있다. 급등했던 금리가 다시 하락 전환하고, 채권시장 전반에 감돌았던 불안심리도 상당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기 이후 지속돼 온 채권가격의 상승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었거나, 최소한 정상 부근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확인하고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더군다나 ECB와 BOJ의 경우 채권자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채권 물량의 상대적 부족 현상과 편중, 그리고 그로 인해 변동성 확대를 야기하는 불균형적 시장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채권가격의 하락압력이 장기국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량 회사채는 물론이고 종종 ‘고수익물(High yield)’로 불리는 비우량 채권들도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반면 지금처럼 채권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과 위험 인식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고수익 채권들에 부여된 신용등급과 시장금리가 합당한 수준인지에 대한 의문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전반의 하향 안정화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셰일개발업체 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신용위험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경제의 성장률 저하와 부동산 관련 투자부진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점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회사들이 발행한 고수익 채권과 중국 지방정부 및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채권 또한 이번에 나타난 장기국채 못지 않은 금리 급변동의 잠재위험이 내재되어 있는 셈이다.
취약해진 시장구조, 미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 급변 재연 가능성
이같은 여건 하에서는 올해 하반기 중 시작이 유력해 보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또한 채권시장 급변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 있다.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나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 내용을 보면 올해 하반기 중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 그에 비해 금융시장에서 형성된 기대, 특히 연방기금금리목표치에 대한 선물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에 반영된 금리인상 시점은 여전히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러한 간극이 좁혀지는 과정이 가까운 미래 어느 시점에 빠르게 진행된다면, 그것은 기대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면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게 된다.
지난 2013년 발생한 버냉키 쇼크가 그랬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이사회 의장의 발언에 담긴 통화정책의 변화는 연준이 매달 일정 규모로 매입하던 자산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큰 폭의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 연준의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가 본격적으로 형성돼 있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기대를 급격하게 변화시킨 셈이 됐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야기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방향 제시가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전반에 대한 위축 우려로까지 확대 해석되면서, 일시적으로는 자산 전반에 대한 투매 양상으로 불거졌다.
자산투매 같은 금융불안보다는 시장금리 상승 위험 대두 가능성
그렇다면 이번에 발생한 독일발 금리소동의 기간 동안 주요 자산의 가격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국채금리 급등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전반적인 방향은 버냉키 쇼크 때와는 다소 상이한 흐름으로 전개된 듯하다.
버냉키 쇼크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채금리 불안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충격으로 파급되어 간 것에 비해, 최근 금리소동의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채권시장에 국한된 측면이 강하다. ECB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의 독일발 금리급등 현상은 채권시장의 거대한 방향 전환을 의미하기보다는 ECB의 양적완화 이후 급속도로 누적된 시장 불균형의 해소 또는 되돌림 쪽에 좀더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4, 5월 중 만기 10년물 기준의 국채금리를 보면 주요국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같은 유로존 국가들이 0.6%p 내외의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등 신용물과 신흥국의 국채 및 회사채 금리도 올랐다.
반면, 주식을 비롯한 여타 자산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S&P500 지수를 비롯한 미국의 주가지수는 4월 하순 약간의 조정 기미를 보이다 다시 강보합 흐름으로 돌아섰다. 유럽에서는 독일(DAX30) 주가에 버냉키 쇼크 때와 유사한 큰 폭의 조정이 나타냈을 뿐, 영국(FTSE100), 프랑스(CAC40) 등 여타 주요국들의 주가지수는 약간의 하락흐름을 나타내다 다시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주가가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안 정도를 대표하는 S&P500 변동성 지수(VIX)도 특별한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ollar index)는 4월 중순 이후 약 한 달간 5% 가까운 급락세를 나타냈다. 유럽 국가들의 금리상승 폭이 미국보다 컸고, 1분기 실물경제 흐름도 미국(4월 말 발표한 예비치에서 연율 0.2% 성장, 5월말 수정치는 -0.7%)보다 유로존(1.0%)이 나았기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이 금융시장의 불안보다는 미국과 유럽간의 금리 차 축소로 받아들인 측면이 지배적이었다.
금리가 올랐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지난 3월 이후 나타났던 반등 흐름을 멈췄다. 금 가격은 단시일 내 4% 이상 급등했다가,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비슷한 폭으로 하락했다. 상품시장의 이러한 모습은 금리상승 원인으로 실물경기 개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즉 경제의 펀더멘탈 변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앞에서 살펴 본 시장심리의 변화 및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에 의한 시장구조 왜곡의 요인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에 예상되는 또 한 가지 중대한 변화는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 걸친 금리상승 압력의 확대 가능성이다. 실제 정책의 변화와 그 실행이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기대와 심리 또한 일대 전환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금리상승 압력의 본격화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주요국 금융시장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독일 국채시장이 금리상승을 주도한 이번과는 달리 향후 연준이 주도하는 금리상승 국면에서는 달러화의 강세가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버냉키 쇼크 당시와는 달리 충분히 예상되고 알려지는 가운데 실행에 옮겨진다면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전반의 불안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보인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초 인상 이후 인상 속도와 폭을 신중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안정적인 신흥국’ 평가에도, 금리상승 피하기는 어려울 가능성
원화 및 원화표시 자산 역시 앞에서 설명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4월 말 달러당 1,060원대 후반까지 하락했던 원화가치가 5월 들어서는 1,100원대에 진입했다. 과거처럼 외환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상당부분 영향을 받은 셈이다. 신흥국 가운데서는 가장 안정적인 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채금리가 상승했지만, 국채에 대한 위험도를 반영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왑프리미엄(CDS Premium)은 오히려 하락했다. 적지 않은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소폭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무디스(Moody’s),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 주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 데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4, 5월 중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4%p 넘게 올랐다는 사실에는 유의가 필요해 보인다. 독일 등 유로존 금융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된 미국이나 영국, 스위스보다 큰 변동폭을 나타낸 것이다. 글로벌 금리상승 흐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국채선물 및 현물 시장과 같은 특정한 경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가 둔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경제 및 채권시장 전반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도 향후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우리 시장금리 및 정책당국의 스탠스 또한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또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호조가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측면 이외에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한 주택저당증권(MBS)의 발행 확대가 장기채권 시장에 공급을 늘려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도 간과하기 어렵다.
독일발 금리소동은 짧게 막을 내렸지만, 우리나라 통화정책 당국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향후 경기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금리에 대한 해외요인의 영향력이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미리 경험한 셈이다. 우리경제의 여건을 고려한 자율적인 통화정책의 여지가 축소되는 데다, 방향성에 있어서도 앞으로는 역풍에 직면할 위험성이 커졌다. 2007년 이후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가 기조적으로 늘어나면서 해외요인이 시장금리를 더 낮추는 역할을 했다.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로 기준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주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앞으로는 반대의 상황이 예상된다. 실물경기를 부양하고 저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을 자제하는 가운데서도, 시장금리의 상승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금리의 상승은 부채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확대시킬 것이다.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가계부채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해외요인에 의한 금리상승 압력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과 더불어 부채관리의 수위를 보다 높여나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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