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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위기의 일본 경제, 저탄소 혁명과 내수활성화 시동'

작년 4분기에 이어 금년 1분기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임밸런스와 대칭적인 위치에 있었던 일본의 수출주도 경제는 미국 자산 버블붕괴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종 소비를 역외시장에 의존하는 아시아 분업구조의 취약성이 일본의 대아시아 수출경기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단기적 경기부양과 중장기적인 성장 활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여 안심하고 건강한 장수 사회 실현에 도움이 되는 의료·요양 비즈니스의 활성화에 주력하는 한편 농업과 화학, 의약, 에너지 산업을 결합한 신산업의 창조에도 주력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그린 뉴딜 정책을 활용하면서 저탄소 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도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도 새로운 친환경 내구소비재 분야 등에서 사업 확대의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소재, 부품, 시스템, 서비스 사업을 일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정책은 점진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면서 아시아 역내 분업의 활성화에도 일정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일본 경제 급락의 배경과 구조문제 
Ⅱ. 내수형 신성장 정책 모색 
Ⅲ. 저탄소 혁명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 추구 
Ⅳ. 일본경제의 구조 변화 가능성과 시사점
 
  
 
Ⅰ. 일본 경제 급락의 배경과 구조문제  
  
 
일본경제는 당초 글로벌 경제 위기의 충격을 덜 받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일본계 은행들은 위기의 배경이 된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을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과 같이 대량 보유 하지 않고 부동산 버블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2007년까지 지속된 전후 최장의 경기 확장세를 등에 업고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받아 왔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일본 경제의 각종 경기 지표는 급격하게 추락하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에서도 유난히 열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의 수출증가율은 전년동월비로 -49.5%, 1월의 광공업생산지수도 전년동월비 -31%를 기록하는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수직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4/4분기의 실질GDP 성장률은 -12.1%(2차 수정 발표치)로 미국의 -6.2%에 비해 훨씬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각종 경기지표의 악화 추세로 볼 때 금년 1분기의 일본 경제성장률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연구기관들도 올해 일본경제가 3/4분기까지 전분기 대비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4/4분기가 되어야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상과 같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온 일본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일본 정부와 기업의 대응 방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단순한 수요 감소 쇼크뿐만 아니라 수출의존 구조의 문제점 
 
일본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이상으로 타격을 받게 된 일차적 원인은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화된 수출의존 구조에 있다. 일본의 GDP 중에서 수출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기준으로 15.9%에 불과해 40% 수준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지난 2002~2007년 동안 일본경제에서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61%로 1995~2000년의 45%를 크게 능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일본경제는 수출에 힘입어서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수출의존도가 상승 추세를 보였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주요 부품 및 소재를 자급하는 수직분업 구조가 강하기 때문에 수출경기가 중소기업 등에도 폭넓게 파급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수출의 확대는 기업수익을 증대시켜서 설비투자의 확대로 이어졌다. 과거의 경우 이러한 수출과 설비투자의 확대는 임금상승과 소비 확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임금 감소 추세가 장기화돼 소비가 확대되지 못했던 데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출경기도 위축됨으로써 일본경제의 성장세가 추락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경제가 이와 같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로 바뀐 데에는 초저금리 정책과 일본정부의 엔저 유도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정부는 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2003~2004년에만 35조엔이나 투입하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0%대의 초저금리정책도 고수하였다. 그리고 장기간 지속된 엔저와 함께 모노즈크리(고품질 제조 능력)의 강점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경쟁력을 강조하는 정책이나 경제·사회적인 트렌드에 힘입어 일본 제조업체들은 해외공장을 일본으로 U턴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설비투자를 늘렸다. 이 과정에서 한 때 한국기업이 우위를 점한 PDP 분야를 Panasonic이 재역전하고 샤프도 LCD 분야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다. 자동차 업체들도 엔저를 전제로 보다 과감한 생산 능력 확충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수출 주도 경기는 지나친 엔저와 함께 심화된 글로벌 임밸런스에 의존한 허약한 기반 위에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엔저와 저금리에 힘입어서 일본에서 미국으로 풍부한 엔화 자금이 투자되고 강한 달러 정책을 강조한 미국의 과잉소비를 뒷받침하면서 일본은 수출경기를 유지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즉,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축소 압력이 심화된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는 일본의 수출경기와 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부터 구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교의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교수는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일본의 엔저 버블과 연계된 현상이었기 때문에 일본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로부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野口悠紀雄, 円安バブル崩壤、ダイヤモンド社, 2008.5.29 
 
최종소비를 역외에 의존한 아시아 역내분업 구조  
 
그리고 이러한 미국 경제의 버블 붕괴와 일본 수출경기 급락의 악순환은 동아시아 분업 구조의 취약성과도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00년대의 일본 수출경기는 미국에 대한 직접 수출과 함께 한국, 대만, 중국 등에 대한 수출 급증세에 뒷받침된 것이었는데,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일본의 이들 아시아 각국에 대한 수출도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첨단 부품 및 소재가 한국 및 대만에 수출되고 여기서 반도체나 LCD 등의 모듈로 가공된 후 중국에서 조립 생산하는 식의 동아시아 분업 구조 속에서 그동안 일본은 수출경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아시아 역내 분업구조의 심화로 동아시아 역내 각국 간의 수출이 역내 각국의 전체 수출에 차지하는 비율(역내 분업 비중)은 중간재 기준으로 60%를 넘어 EU 수준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아시아의 경우 이러한 역내 분업 비중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소비 수요는 미국 등의 역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시아에서는 대량의 TV, PC 등이 생산되고 있지만 이들이 역내에서 소비되는 것보다도 역외로 수출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노트북 PC의 경우 90% 이상이 동아시아 역내분업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나 역내 판매 비중은 25% 수준에 불과하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역내 소비비중은 60%, 선박은 40%에 불과하다.  * 日本經濟新聞, 2009.2.2 
  
 <그림 3>과 같이 최종 제품 분야에서는 아시아 역내 분업 비중은 35.4%에 그쳐 EU의 67.3%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최종 제품 수출을 역외에 지나치게 의존한 동아시아 분업 구조 속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일본 산업은 미국 및 유럽의 수요 둔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동시에 한국, 중국, 대만, 동남아 등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우회적인 수요 감소의 충격을 받고 있어서 무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원 배분의 왜곡 및 과잉생산 능력의 가능성  
 
미국경제의 버블과 엔저를 활용하는 한편 기형적으로 심화되어 왔던 아시아 분업 구조 속에서 수출경기를 구가해 왔던 일본 산업은 각 분야에서 잘못된 시장 시그널이나 정책적 지원에 따른 기업의 과잉투자로 인해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후유증은 단순히 정부 수요를 창조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본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은 최근의 엔화 환율과 기업 영업이익의 추이에서 나타난다. 최근의 엔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은 2009년 2월 기준으로도 아직 1990년대의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과거의 심각한 엔고기에 비하면 여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의 수익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일본기업의 수익 악화에는 엔고 이외의 요인도 작용하고 있지만 일본기업이 지나친 엔저를 전제로 하면서 생산능력을 확대한 후유증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엔고에 보다 민감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의 일본기업 실사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설비 및 인력의 과잉을 느끼는 일본기업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 5> 참조). 이에는 단순한 수요 요인 이외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Ⅱ. 내수형 신성장 정책 모색 
  
 
단기적 경제부양과 중장기적 성장활력 제고에 주력  
 
일본정부는 마이너스 성장을 수반한 극심한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2008회계연도 1, 2차 추경예산과 2009년도 예산을 통해 총 사업 규모 75조엔, 재정지출 규모 12조엔의 경기부양책과 IMF에 대한 1,000억 달러의 자금 지원 등에 나서는 한편 추가적인 경기부양도 모색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G20회의에서 합의된 내수부양 정책을 착실히 추진하면서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당분간 재정지출의 확대 기조 유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정부채무는 GDP의 200% 수준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당분간 재정 건전성 제고 정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과거 장기불황기에는 일본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단속적으로 이루어져 경제회생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데, 이번에는 글로벌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지표상의 단기적인 경기순환에 과도하게 대응하여 재정지출 규모를 조절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재정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정부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수출 등 민간수요의 급락에 대응하여 재정지출을 통한 수요창출, 금융시장 안정화 등에 주력하는 한편 이러한 경기부양책이 장기적으로는 민간주도의 성장세 제고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9일에 아소총리가 발표한 ‘신성장 전략’에서는 향후 3년간 정부가 40~60조엔의 수요를 창출하면서 140~2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 저탄소 사회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 △ 안심하고 건강한 장수 사회 실현 △ 일본의 매력 발휘 등을 통해 일본경제의 중장기적인 성장 활력을 제고하여 2020년까지 실질GDP를 120조엔 확대하겠다는 구상이 제시되었다.  
 
의료 및 요양 관련 서비스 산업의 이노베이션 모색 
 
일본정부의 신성장 전략은 기존의 수출형 제조업에 대한 지원보다도 내수형 산업을 포함한 새로운 산업이나 사업의 부흥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패턴이 미국의 버블 붕괴로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인식에 따라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는 의료 관련 서비스, 농업, 관광 등 내수형 산업의 부양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대응하면서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의료 및 요양 관련 서비스 분야가 주목되고 있다.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건강·장수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비전과 함께 현재 고용 385만명, 시장 규모 41조엔 정도에 달하는 의료 및 노인요양 산업을 2025년까지 670만명, 90조엔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역 의료 네트워크의 정비, 규제 효율화를 통한 기업의 참여 촉진, 재택의료 기반 조성, 관련 인력 양성 등의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첨단 기술의 개발, IT의 활용 및 인프라 기반 조성, 규제 효율화를 통한 기업 투자 촉진 등의 방법을 통해 의료, 요양, 보육 등의 서비스 산업을 부양하여 일자리 창조와 함께 건강하고 안심해서 생활할 수 있는 건강·장수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수출 산업에서 내수 산업으로의 이행 등 산업의 조정 과정에서는 근로자의 스킬 전환 등의 조정을 위해 각종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규제의 효율화를 통해 신규 진출기업을 늘리면서 취업과 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듀얼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러한 조정 코스트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요양 분야의 종업원 임금인상은 보험 재정이나 이용자의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는 어려움이 있으나 기업 등의 참여를 촉진하면서 생산성 향상 등의 성과를 거둔다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의료 및 요양 분야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는 내수 부양과 일자리 창조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스즈키 와타르 가쿠슈인 대학 교수의 시산에 따르면 노인 요양과 보육 분야에 6,637억엔의 재정투자를 실시할 경우 46.6만명(비정규직 기준 100만명)의 고용과 2조 5,532억엔의 수요 창출 효과, 140만명의 서비스 대기자의 불평 해소를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 효과 95.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서비스 분야에 대한 재정 지출의 승수 효과 및 사회적인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것이다.  * 鈴木亘, サ一ビス擴大へ規制緩和, 日本經濟新聞, 2009.3.16 
 
다만,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정부가 의료·요양 사업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민간기업의 참여와 창의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과 제도정비에도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의 잠재력 활용한 신산업 
 
일본정부는 농업의 잠재력에도 주목하면서 농업을 이용한 내수 경제의 활성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농림수산부 장관이 제출한 농업의 잠재력 활용 방안에 따르면 일본의 경작 포기 지역 39만 ha 중 약 1/4에 해당하는 10만 ha을 경작하게 될 경우 약 1,000억엔의 농업생산이 가능하고 경작이 어려운 4만 ha에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하면 약 650만 가구분의 연간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지푸라기, 가축 배설물 등의 미활용 농촌 바이오매스 자원을 이용할 경우 1,600만 가구분의 연간전력(일본의 원유 수입량의 6.5% 수준)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일본 농업은 종자 개량, 고품질 작물 생산 등에 주력해 왔으며, 건강증진 부가가치 제고 능력이라는 질적인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일본 농업의 잠재력을 화학, 고무, 섬유, 의약, 식품, 에너지 산업 등과 연계한다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농림수산부의 생각이다. 예를 들면 목재를 이용한 나노카본 등의 신소재, 기능성 식품, 의약품 원료, 바이오 플라스틱, 바이오 전력 등의 사업을 통해 약 6조엔 수준의 신규산업 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첨단기술을 통해 농업의 잠재력을 활용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농림수산부는 경제계와 정부가 협력하여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표 3> 참조).  
 
이러한 농림수산부의 전략이 앞으로 얼마나 구체화될 것인지 불확실한 부분도 있으나 앞으로 일본정부는 첨단기술이나 IT기술을 접목하면서 농업을 활용한 신사업의 창출이나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주력한다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촌 지역에 대한 재정지출이 과거 1990년대 초·중반의 장기불황기 초기와 같이 경제적 효과가 떨어지는 분야로 낭비될 경우 그 효과가 반감될 우려도 있다.  
  
 
Ⅲ. 저탄소 혁명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 추구 
  
 
그린 산업 촉진 위한 정책 지원 확대 
 
세계 각국에서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환경 및 에너지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그린 뉴딜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경우도 이러한 세계적인 트렌드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그린 뉴딜의 성공은 차세대 신성장 산업의 육성을 통한 고용의 확대와 함께 기존 제조업의 경쟁우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이 지난 1월에 작성한 일본판 그린 뉴딜 초안은 기업의 환경 투자를 지원하고 차세대 친 환경 자동차 등의 보급을 촉진해서 2015년까지 환경산업을 30조엔 늘려 100조엔으로 육성하고 80만명의 고용을 새로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편, 아소총리도 2020년까지 저탄소 혁명 분야에서 신규 50조엔의 시장창조와 140만명의 고용창조라는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저탄소 혁명이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산업사회를 혁신하는 동력으로 보고 일본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일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아소총리는 저탄소 사회에 대한 집중 지원을 통해, 태양전지, 전기자동차,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을 새로운 3대 라이프스타일 혁신형 소비재로 지목, 저탄소 사회를 주도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이고 있다. 
 
일본정부는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전환을 통한 저탄소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산업 차원의 노력과 함께 가정의 전력 수요나 수송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전체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혁신에 주력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즉, 태양전지 등의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과 이를 전기자동차로 연결하는 에너지 공급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석유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가정에 보급시킬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자동차가 태양전지 전력을 축적하는 역할도 하게 되는 분산형 전력 생산 및 공급 시스템을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정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정책은 친환경 분야에서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품·소재·기계류 등에 관한 일괄적인 경쟁력을 살릴 것으로 보인다.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샤프가 2007년에 독일계 기업에게 역전 당한 세계 1위 기업의 위상을 회복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 자동차 등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주력 제조업도 친환경 기술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활용해서 회생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기업, 미국 등 각국의 그린 뉴딜 시장 공략에 박차  
 
일본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함께 미국, EU의 그린 뉴딜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첨단 부품 및 소재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일본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신재생 에너지 등의 친 환경 분야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정부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오바마 정부의 친 환경 정책도 기대되고 있어서 일본기업들은 앞 다투어 미국 환경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거대한 태양열 발전소 건설이나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어서 일본기업들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도쿄전력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미국에서 52.4만kw급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를 조업 중이며, 추가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풍력 발전용 기계를 제조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은 미국시장 확대를 예상하여 일본 내 생산능력을 30% 확대한 160만kw로 할 방침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최근 미국의 풍력발전 설비 설치 규모가 수직 상승세를 보이면서 독일을 능가하는 등 시장 확대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LCD, 반도체 사업이 적자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경우 태양전지,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분야의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샤프의 경우 이탈리아 현지에서 189메가와트급의 발전소를 합작형태로 설립하면서 유럽시장에서의 태양전지 판촉에 주력하고 있다. 샤프는 현재 일본의 사카이시에 대규모 LCD·태양전지 모듈 복합 단지를 건설 중이며, 태양전지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함께 전력 공급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하여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샤프는 태양전지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시장에서도 적극적인 공세를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기술적 강점을 가진 Only One 기업(독자기술을 가진 독보적 기업)으로 성장해 왔으나 태양전지 사업에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개척에 주력하여 서비스 분야까지 포함한 일괄적인 사업 체제를 가지고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메이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도시바의 경우 에너지 절약 효율이 높은 LED 조명용 핵심 부품의 양산에 들어가 2009년도에는 수만 개, 2011년도에는 수십만 개의 생산량을 확보할 계획으로 있다.  
 
화학 등 소재업체들의 경우도 디스플레이 등 기존의 전기전자 부품을 위주로 부가가치를 고도화시켜 왔던 방향을 조정하면서 친 환경 소재 분야로 신사업의 축을 서서히 시프트하고 있다. 미쓰비시화학은 차세대 친환경 조명 부품인 백색 LED에 사용되는 재료 분야를 강화하고 있으며, LCD 유리 소재의 강자인 아사히유리는 태양전지용 유리 기판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히타치그룹의 경우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용 전지 재료나 모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 분야에서는 혼다자동차가 연비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이면서 일반 차량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신형차를 금년 초에 출시, 큰 호응을 얻자 도요타자동차도 이에 맞서고 있다. 도요타도 새로운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델의 가격을 대폭적으로 낮추면서 차량 위에 태양전지 패널을 탑재하여 에어컨용 등의 전력을 생산하는 한편 헤드라이트에 전력 소모도가 적은 LED램프를 채용한 모델을 금년 5월에 출시할 계획으로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일본기업은 이미 시장 확대 추세에 한계를 나타낸 기존의 자동차, TV 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내구소비재의 확대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가정용 태양전지, 가정용 축전지,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LED 조명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소재, 부품, 시스템, 일부 서비스 사업을 일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다만, 태양전지, 가정용 축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다양한 분산형 차세대 전력 에너지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이들 분산형 에너지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각종 분산전력을 연결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시장이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구글, IBM, GE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에너지 네트워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 분산형 계측 및 네트워크 기기 시장 등에서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은 이러한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필요한 고효율 송전선 비즈니스에 주목하면서 초전도(超傳導) 기술의 개발에 다시 주력하기 시작했다. 상온에서 전기저항을 0으로 하는 초전도 기술은 송전선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후지크라는 초전도선 재료를 개발했으며, 스미토모전기공업은 미국의 전력 회사와 초전도 송전 실험에 나서고 있다. 츄부전력의 경우 초전도 에너지 저장 장치를 연구 중이며, 미쓰비시중공업은 선박용 초전도 모터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초전도 기술은 2040~50년 정도에 실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미래의 에너지인 핵융합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기업은 한 때 축소 추세를 나타낸 초전도 기술의 개발 자금을 이번 기회에 확대하면서 핵융합의 실현 시기를 앞당기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Ⅳ. 일본경제의 구조 변화 가능성과 시사점 
  
 
이상과 같이 일본정부와 기업은 현재 일본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가 일시적 수요 요인과 함께 구조적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새로운 성장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앞으로 일본경제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높인다면 글로벌 경제위기 타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투자은행을 통해 미국으로 집중되는 자금 흐름에 기인한 자산 버블의 붕괴에 따라 촉발된 것인데, 그 기초가 된 글로벌 임밸런스를 시정하면서 세계경제가 새로운 성장 패턴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더불어서 일본과 같이 대외순자산 누적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내수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중반에 농촌 지역의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에 4차선 도로를 정비하는 식의 효과가 없는 재래형 공공투자를 피하고 고령화 사회 대응, 친환경 사회·산업 인프라 구축이라는 보다 효과적인 분야에 공공투자를 확대한다면 일정한 내수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공공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2000~2008년 사이에 매년 공공투자를 줄인 결과 공공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9년이나 연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 왔다. 이것이 엔저 유도 정책과 함께 일본의 지나친 수출 주도형 성장을 고착화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일본의 공공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결과적으로 그 효과를 과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일본이 저부가가치 제조업 분야를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술 및 산업 흐름을 강화한다면 아시아 경제가 역외 소비재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한 보다 진정한 의미의 역내분업을 활성화시키는데 있어서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샤프의 경우 중국 현지에 LCD 패널 생산 라인을 이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볼 때 앞으로 일본기업들도 해외투자를 통해 아시아 역내 분업을 활성화시키면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도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통, 서비스 등 일본 서비스업체들도 아시아 진출에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의 내수 시장 활성화 대책도 활용하면서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선행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나 노하우를 활용해서 아시아 역내시장을 개척하려는 일본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은 금융 산업의 활성화 및 대아시아 투자·융자 전략이 다소 간과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타격을 받은 금융 산업은 세계적으로 축소 압력을 받고 있고 국제적인 규제와 감시도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식 투자은행과 달리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확충과 무역 및 기업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역할에 대한 수요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본정부도 ODA(정부개발 원조)를 통해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일본 제조업체의 경우와 같이 구미 각국 은행과 차별화된 경영노하우를 가지고 아시아 역내 시장 활성화 비즈니스에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의 변화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극히 완만하고 느리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본경제의 성장세가 내년 이후에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아소총리가 발표한 ‘신성장 전략’이나 15조엔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추경 예산에 대해 일본 야당이 반대함으로써 정책의 집행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극심한 엔저 과정에서 발생한 일본기업들의 구조적인 과잉생산 능력이 친환경 정책이나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내 내수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활성화될 경우 일본경제의 회복세도 빨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일본경제의 조정 과정을 통해 일본 경제의 내수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일역조 개선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겠지만 낙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년도에는 지나친 엔저의 시정 효과도 겹칠 것으로 보여 그동안 확대하기만 했던 우리나라의 대일무역 역조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장기화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또한 일본의 내수시장 활성화 노력에 맞게 일본 시장에서의 한국제품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다. 일본 산업이 앞으로 친환경 기술과 고령화 대응 노하우를 활용하면서 점진적으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부품·소재 분야에서의 대일의존 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분야에서의 한일격차까지 확대된다면 한일역조 개선 추세를 장기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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