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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중국, 버블·부실 논란 있지만 위기는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면서 위기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 경제가 우려 대상 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위기 요인은 크게 나눠보면 부동산 버블과 부실채권 문제이다.  
 
일부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버블 논란이 재차 일고 있다. 이들 지역은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지난해 이미 10을 넘어 버블 영역에 진입했다. 하지만 전 도시 기준 PIR은 6~8 수준으로, 높은 소득 증가율, 왕성한 대체수요 등을 감안할 때 버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수요 및 공급 잠재력을 살펴볼 때 향후 상당기간 집값 상승 압력이 높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이후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내놓고 있다.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고 시장 장악력이 강한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무제한적 자금 대출과 막대한 공공투자를 통해 이번 위기에 대응하면서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부실채권 발생 우려가 크다. 하지만 지난해 풀린 자금 중 설비 및 건설 투자에 투입된 부분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쳤으며, 그 중 큰 몫을 차지하는 SOC 부문의 집중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 측면까지 고려하는 균형 잡힌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신규대출 중 부실화된 부분과 정부 산하 배드뱅크가 떠안은 과거의 은행 부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부실 등을 모두 가산할 때 잠재적 공공부채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져 향후 중국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 
 
중국 경제시스템의 위기 저항력과 중국 정부의 경제에 대한 통제력 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중국 정부는 8~10%대의 안정적 고도성장을 유지해 시간을 벌면서 위기 요인들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목 차 > 
 
1. 부동산 버블 형성 및 붕괴 우려 
2. 은행 대출 부실화와 은행위기 가능성 
3. 위기 제어 능력과 문제 해결 전망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다른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잘 대응했지만, 그 과정에서 고질적 문제들이 악화되는 한편 새로운 문제들까지 생겨났다는 것이다. 두바이 사태 이후 ‘글로벌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환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의 다음 번 문제아’로 중국을 꼽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부동산 버블의 붕괴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총투자의 40%를 차지하는 인프라 및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을 시행한 결과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후유증이 나타났으며, 경기과열 방지를 위한 금리인상 등을 계기로 이 버블이 꺼지게 된다면 중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경제가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둔 데는 10조 위안에 이르는 막대한 대출자금이 풀린 것이 큰 역할을 했는데, 그 후유증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프라 건설에 투입된 금액 중 상당부분은 중복 및 낭비 투자 혐의를 받고 있으며, 제조 기업들에 풀린 돈 중 일부도 해외수요 위축과 만성적 생산과잉 속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부실화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고에서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위기 상황이 초래될 공산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중국의 주택 가격 수준과 동향을 점검하고 버블 여부를 진단해본다. 이어 중국의 부실채권 문제를 공공부채 문제와 한데 묶어 살펴본다. 현재 중국 경제에서 위기 요인들이 뚜렷이 돌출되고 있지만, 중국 경제 시스템의 위기에 대한 내성과 중국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 등을 고려할 때, 머지않은 시기에 위기가 터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1. 부동산 버블 형성 및 붕괴 우려 
  
 
최근 중국 부동산시장 동향 
 
중국 20개 주요 도시 중 12개 지역의 주택 거래가격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머지 8개 도시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다(<그림 1> 참조). 북경의 경우 인기 주거단지 50곳 중 40곳은 50% 이상 올랐으며, 그 중 6곳은 100% 가까이 올랐다. 스환(四環) 이내 주택의 분양가격은 지난해 들어 44.2% 상승해 11월말 현재 ㎡당 2만 위안을 넘어섰다. 한국 원화로 환산하면 3.3㎡ 당 1,200만원 선으로, 대략 서울 강북의 아파트 값 수준에 해당한다. 거래도 활발해서 준공주택 거래량이 35% 증가했다. 주택 재고량이 11월 10만 채를 하회하여 조만간 주택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개발 투자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땅값도 뛰었다. 지방정부의 주택용지 경매 때마다 개발상들이 초만원을 이루면서 ‘띠왕(地王·금싸라기땅)’이 속출했다. 경쟁적 은행 대출 덕에 거금을 거머쥔 국유기업들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주변 집값보다 땅값이 높은 값에 거래되는 현상도 종종 생겨났다. 그 절정이 12월 22일 있었던 광주아시안게임아파트 부지에 대한 경매였다. 이 부지는 47회에 걸친 열띤 경합 끝에 지방정부의 예상가 175억 위안보다 80억 위안 많은 255억 위안(㎡당 5821.6 위안)에 낙찰되었다. 
 
그 즈음 중국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과열 억제 대책을 내놓았다. 12월 9일 한국의 양도세에 해당하는 영업세의 면제 대상 주택 보유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환원시켰고, 17일에는 개발상들이 내는 1차 납입금 비율을 20%에서 50%로 높였다. 하지만 대책 발표 뒤에도 베이징, 청두, 쿤밍 등 일부 도시들의 주택 거래량은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북경의 경우 거래 계약 건수가 5,250건으로 전월대비 18.6%, 전년동기대비 100.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도시지역 PIR 분석과 해석 
 
일부 대도시들의 집값은 이처럼 버블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만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들 대도시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보면 선전, 베이징, 샤먼, 광저우, 항저우 등지가 2008년에 10을 넘었고, 지난해에도 가처분소득과 집값이 나란히 연초대비 10% 안팎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2> 참조). 이는 미국에서 부동산 버블이 한창일 때의 인기지역들과 맞먹는 수준이며. 지난해 11월 현재 서울 중위수준 기준 PIR 값인 12.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들 1급 대도시 지역의 PIR 추이를 보면 2007년까지 빠르게 상승하다 2008년 이후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2, 3급 도시를 포함한 35개 도시의 경우는 <그림 3>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 6~8선에 머물고 있으며, 2008년 이후 하락 폭이 주요 대도시들에 비해 큰 편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집값 밸류에이션 기준에 따르면 PIR 3~6선이 안정적이며, 6 이상은 버블 리스크가 있다고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중국 집값은 버블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엔이 10여년 전에 소득수준이 높은 96개국 사례를 참조하여 제시한 이 기준을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는 개도국인 중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PIR 수치로부터 밸류에이션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낼 때는 각국 주택 공급제도의 특성과 경제 펀더멘털의 동태적 추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000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연평균(CAGR) 11%로 세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동일한 PIR 수치를 보이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장기적으로 가계의 주택 구매력을 높게 봐 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중국은 또한 과거 사회주의 주택공급의 유산으로 자가 보유율이 80%를 상회할 정도로 높지만, 원래 공장 기숙사 등 집단거주용으로 지어진 낡고 불편한 집이 상당부분에 이른다. 이에 따라 현재 거주하는 노후한 집을 팔고 아파트 같은 현대적인 주택으로 옮아가려는 대체수요가 대단히 왕성하다.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현재 주택의 가격은 대체로 구매 대상 주택 가격의 30%선에 해당된다고 한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인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바링허우(八零后·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면서 주택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시작하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매력과 실수요을 볼 때 중국의 비교적 높은 PIR을 버블, 즉 매매차익을 챙기려는 투기적 수요로 인한 과도한 가격 상승 때문으로 볼 수만은 없다. 적어도 중국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은 PIR 수치에서 느껴지는 것보다는 높다고 하겠다. 
 
주택 수급 잠재력 국제비교 
 
<표 1>과 <표 2>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흐름을 가늠케 하는 주요 여건들을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본 것이다. 중국은 도시화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GDP나 1인당 GDP 증가 속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주거 취향이 고급화함에 따라 1인당 거주면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맞춰 중국 도시의 1인당 건축 면적은 1998년 17.8㎡에서 2007년 28.0㎡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도시 가구의 구성원 수는 같은 기간 3.16명에서 2.91명으로 줄어들었다. 인구 증가 속도는 미국보다 낮지만,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중국에서 주택 수요의 잠재력은 매우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주택 건설이 가능한 공간을 가늠케 하는 인구밀도나 경지면적, 최근 주택 공급 실적 등을 통해 본 중국의 주택 공급 잠재력 역시 미국과 더불어 한국, 일본, 영국 등 기타 비교 대상국들보다 강한 편이다. 그런데 부동산 상품의 특성 상, 부동산 공급은 수요 변동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 내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은 도시화, 소득 증가 등 수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경제 및 사회 발전이 성숙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성장과 소득 증가가 지속된다면 주택 버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쏟아지는 부동산 투기 억제책의 배경  
 
최근 중국 정부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2008년 11월 이후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쏟아냈던 세제나 규제를 원상복구시키고 있다.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 흐름에 문제가 있다’거나 ‘시장교란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노골적 경고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표 3> 참조). 최근 내놓은 정책수단들과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건대, 중국 부동산 시장 전반에는 아직 문제가 없으나, 투기 행위와 이에 따른 부동산 버블이 국지적으로 존재하며, 이것이 사회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살 수 없는 집(買不起的房)’, ‘집값보다 비싼 땅값(面粉貴過面包)’ 같은 유행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최근 부동산 과열 현상은 천양지차의 소득격차를 구체적으로 실감케 하는 프리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갈수록 벌어지는 소득격차가 주택 구매력으로 그대로 연결되면서, 중산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도시지역 거주민의 PIR을 소득계층별로 나눠 살펴보면, 최상층의 경우 1999년 4.1에서 2008년 3.5로 줄어드는 동안 하층은 1999년 14.1에서 2008년 20.9로, 중층은 8.9에서 11.0으로 커졌다(<표 4> 참조). 
 
부동산 투기 억제책 효과 발휘할까 
 
최근 중국 경제의 흐름을 볼 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무리한 정책 선택은 아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2분기 공공인프라 투자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글로벌 금융위기 하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중국 경제의 흐름 상 이젠 바통을 다시 위기 이전처럼 민간부문(민간소비, 설비투자)에 넘겨줄 때가 되었다. 지난해 4분기 들어 부동산 투자의 후선 복귀가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기도 한 국면이 조성되었다. 선진국 경제의 회복으로 수출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투자와 소비도 꾸준히 회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여전히 국내외 경제회복 기반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지만, 수출 증가율의 플러스 전환이나 제조업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전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을 상회하는 등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좀더 분명한 시그널이 나올 경우 더욱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억제책과 함께 부동산 투자는 단기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2009년 11월 현재 제조업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26.8%로 여전히 전체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32.1%를 밑돌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후퇴하는 것은 공공용지 사용권 판매를 통해 전체 투자재원의 30% 정도를 충당해왔던 지방정부로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로서는 국지적 부동산 버블을 제거하고 집값을 안정시켜 중산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는 것이 정치적으로 훨씬 다급한 선택이 될 것이다. 
 
부동산 속도 조절이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서 국지적 부동산 버블의 확산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정부 대책이 먹혀 들지 않아 버블이 커지고, 전반적 경기 상승 속도가 빠를 경우 자칫 금리인상 등을 계기로 부동산 버블이 폭발할 우려가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를 통해 개발용 토지 공급권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다. 창구지도를 통해 부동산 금융의 규모와 배분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시장 장악력이 강하고 시장 안정 의지가 확고한 만큼,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볼만한 이유가 많지 않아 보인다. 
  
 
2. 은행 대출 부실화와 은행위기 가능성 
  
 
글로벌 경제위기가 중국 기업에 미친 영향 
 
중국 경제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해외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이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 삽시간에 일파만파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번지면서 중국 경제가 해외수요 위축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겠다’는 통화정책 스탠스를 취하고, “2년간 4조 위안의 재정투자를 일으켜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하자 정반대의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었다. 막대한 자금이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와 가망 없는 기업에 투입됨으로써, 엄청난 비효율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고질적 과잉생산 문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며, 은행은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쏟아졌다. 
 
중국 기업들은 위기 초기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내수부양이 효과를 드러내고 선진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빠른 반등세를 보였다. 
 
중국 기업의 재고와 생산은 위기 발생 직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그림 4> 참조). 경기 바닥이었던 2008년 말 현재 4,300만개의 중소기업 중 7.5%가 문을 닫거나 가동을 전면중단하고, 3,000만 명의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정도로, 이른바 ‘재고조정’은 혹독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재고조정은 2008년 11월 시작되어 2009년 2, 3월경에 절정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2사분기 들어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고 해외수요가 살아나면서 중국 기업들은 생산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었다. 임금 동결, 감원 등 코스트 절감에 힘입어 수출제품의 단가를 인하하여 약화된 해외시장 구매력에 대응한 것이 수출이 빠르게 살아나는 한 원인이 되었다(<그림 5> 참조). 특히 6월 이후에는 본격 경기회복에 따라 생산 증가율과 가동률이 상승하고 이에 따른 의도된 재고가 대폭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장기업의 실적은 해외시장 경기 흐름과 동일한 패턴을 나타냈다. 매출과 이익지표가 모두 2008년 4분기를 저점으로 하여 빠르게 회복 중이며, 2009년 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6> 참조). 기업 실적에 있어 업종별 명암이 아주 뚜렷했다. 생산능력 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석탄 및 코크스, 철강 등과 경기에 민감한 비유기화학, 비철금속 등이 수출시장에서 입은 타격을 내수시장에서 만회하지 못하고 큰 폭의 수익 감소를 경험했다. 반면 건축, 부동산, 공정기계, 고속도로 및 철도 운수 등 산업은 내수부양의 혜택을 받아 수익이 대폭 향상됐다. 
 
경기부양책 부작용 논란 
 
지난해 집행된 막대한 신규대출과 재정투자가 재테크 자금으로 전용되거나 비효율적으로 투자됨으로써, 자산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부실을 키웠을 것이라는 의혹이 많다. 신규대출 자금의 경우 전체의 30~40%가 부동산 또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0% 정도는 어음 할인을 통해 기업 운전자금으로 대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 30~40%가 설비 및 건설투자 용도로 쓰였는데, 중국 정부 재정투자의 주 영역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부문에 집중되었다. 일각에서는 SOC 부문 투자를 검은 돈 거래와 중복 및 낭비투자 사례가 많은 영역으로 보고 있으며, 부실 및 부작용 논란은 주로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중국의 SOC 투자와 관련해서는 과장과 오해가 적지 않다. 중국은 여러 기준으로 볼 때, 도로, 철도 등 교통운수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더욱이  이제 막 ‘자동차 붐’ 시기에 진입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교통운수 인프라 과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복낭비투자의 기준도 좀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미 기간 교통망이 커버하고 있는 대도시들을 다시 고속철로 연결하는 사업을 중복투자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중국 정부는 2012년까지 서부지역을 제외한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들을 ‘8시간 교통권’으로 묶는다는 목표를 앞세워 고속철 건설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징후고속철(베이징~상하이·2012년 완공 예정) 덕분에 베이징과 상하이 간 거리가 10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어들고, 우광고속철(武廣高鐵·2009년 연말 개통)로 인해 우한과 광저우 간 거리가 10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될 때 생겨날 경제적 사회적 시너지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단적으로, 징후고속철로 연결되는 4개 성과 3개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텐진)의 인구는 중국 전체의 25%이며, GDP는 중국 전체의 40%에 달한다. 고속철 사례는 중국 SOC 투자의 대부분을 중복낭비투자로 간주하는 것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SOC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정투자의 무모성과 비효율성에 대한 의심은 ‘2년 남짓 기간에 GDP의 12.7%에 달하는 금액을 쓴다’는 계획 자체의 거창함에 대한 인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최근 중국 관방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2009년 집행이 예정된 9,080억 위안 중 2,000억 위안이 11월말 현재 아직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사업 거리를 찾지 못한 탓도 있지만, 수출과 민간투자가 살아나면서 정부가 투자 사업을 더 이상 벌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풀린 돈 가운데 어느 정도가 부실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추정치는 10~30% 사이에 있다. 새로운 부실이 과거의 부실에 더해져 부실채권이 크게 불어난다면 은행들이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몰릴 수도 있다. 
 
과거 은행 부실채권의 규모와 처리 방법 
 
중국의 과거 부실채권은 정확한 정보가 부재한 가운데, 규모와 처리 수준에 대해 말이 많은 문제이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명목금액 기준 3조~3조5,000억 위안이 처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첫 번째로는 1999~2000년에 1조4,000억 위안의 부실채권이 처리됐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2006년 금융시장 개방’을 선언하면서 은행들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차원에서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국유은행들의 해외증시 상장에 대비하여 대차대조표 개선 차원에서 모두 1조3,000억 위안의 부실채권이 처리됐다. 처리 방식은 재정부 산하의 4대 자산관리공사가 은행 부실채권을 액면가로 사들이는 대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10년 만기 채권과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성업공사(현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은행 부실을 처리한 한국의 경험을 차용했다(<그림 7> 참조). 자산관리공사의 자산 매각은 지난해 5월 현재 1차분 기준으로 50%(1조4,000억 위안 중 7,000억 위안)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입 금액 대비 회수율은 당초 목표 30~50%를 밑도는 20.5%에 그쳤다. 1차분과 2차분(상각률 72%)에 이 정도의 회수율을 적용하고, 농업은행으로부터 사들인 3차분의 부실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것을 감안할 때, 과거 부실채권 중 자산매각을 통해 회수하기 힘든 잔여분은 약 1조3,000억 위안으로 추정된다. 
 
부실채권을 포함한 공공부채 규모 추정 
 
은행 부실채권 미회수분까지 공공부채에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부실채권은 국유은행의 장부에 남아있든 자산관리공사가 떠안고 있든 결국 사실상의 관리자이자 지급보증인인 중국 정부의 부담으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실채권 부분을 포함한 공공부채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현재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중앙정부의 부채는 2009년 7월 기준 약 8,400억 달러로 GDP의 20% 정도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와 관련 공공기관들의 채무 중 부실 부분 역시, 이들 기관이 중앙정부의 지시 및 감독 하에 재정사업을 벌이는 점을 감안할 때 결국 중앙정부가 떠맡아야 한다. 지방정부들의 채무총액은 2007년 말 현재 약 4조 위안으로, 당해년도 재정수입의 143.7%에 달했었다. 2008년 말 이후 중앙정부의 독려 하에 대대적인 재정투자 사업에 나서는 바람에 채무총액은 5조 위안으로 늘어났다. 이 바람에 지방정부의 재정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정부와 지방정부의 투자사업 통로이자 자금조달 창구인 지방융자기구의 부실화된 부분을 포함한 정부부채 또는 공공부채는 GDP의 40%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다시 앞에서 살펴본 과거 부실채권 부분까지 포함시키면 공공부채는 GDP의 70%로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과거 부실 중 자산관리공사로 넘겨지지 않은 부분과 지난해 신규대출 중 부실화 부분 등으로 이루어지는 현재 은행 대차대조표 상의 부실채권은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자들의 추정치는 GDP의 30%에서 80%까지 넓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표 5> 참조). 잠재적 부실채권을 모두 포함하여 공공부채 규모를 산출하면 최대 GDP의 150%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1990년대 초 잃어버린 10년 전야의 일본의 공공부채 수준 200%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추정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특성상 중국 정부가 국유은행이나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의 최종적 재정보증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추정치가 맞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넓은 의미의 중국 부실채권이나 공공부채의 크기는 현재 대출이 된 자산이 어느 정도 부실화할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리고 이는 향후 경기가 어떻게 될지에 달려 있다.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8~10%선의 안정 성장 궤도에 안착한다면 부실채권이 예상보다 감소하고, 이에 따라 사실상의 공공부채 규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중국 경제가 자생적 성장기반을 다지지 못한 가운데 글로벌 경제 여건이 재차 악화하여 성장률이 급락한다면, 중국 경제는 성장 정체 이외에 부실채권 및 공공부채 급증이라는 이중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3. 위기 제어 능력과 문제 해결 전망 
  
 
중국 경제시스템의 위기 제어 능력 
 
중국 경제에는 현재 부동산 버블 팽창과 폭발, 은행 대출 부실화 등 위기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머지 않아 위기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경제시스템 특성 상 위기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정부가 위기를 해결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커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위기관리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2009년 6월 현재 2조1,316억 달러로 외채(3,605억 달러)의 약 6배에 달하고 단기외채 비중이 54%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하면 대외채무 불이행 형태로 나타나는 외채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외환시장을 정부가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국통화의 급격한 절하로 나타나는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 역시 낮다. 만일 경제위기가 생긴다면, 은행이 부실채권 문제로 인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는 은행 위기의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은행위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내생적인 위기 억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첫째, 중국은 금융 중개의 약 75%가 은행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주식 채권시장 등 변동성이 큰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리스크에 민감한 직접금융시장 투자자들이 문제기업의 주식 및 회사채 매도를 통해 기업 도산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거래은행이 덩달아 부실화되는 기제가 원천적으로 약하다. 둘째, 높은 저축률(총저축률 2008년 현재 51%, 가계저축률 2009년 9월말 현재 30%)에 힘입어 중국 은행들은 증자나 채권발행이 아닌 은행예금을 주된 자금조달원으로 하고 있다. 예대율이 2008년 말 현재 65%에 그쳐 한국(88.2%)이나 미국(2007년 6월말 현재 89%)에 비해 크게 낮다. 그만큼 직접금융시장의 변덕으로부터 벗어나 있어 부실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개도국 위기의 대다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관적 전망이 시장 전반의 심리적 공황과 뱅크런을 유발하여 발생하는데 중국은 끊임없는 개방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참여도가 낮아 눈치 빠른 외국자본이 위기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국 정부는 경제 전반에 대해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창구지도 만으로 몇 달 만에 수조위안의 대출을 일으킬 수 있고, 전체 사회적 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유자산을 배경으로 정책대출의 부실화된 부분을 단기간에 클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버블 우려가 큰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의 장악력은 특히 강하다. 모든 토지는 법률 상 공공의 소유, 사실상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개발용 토지의 공급을 원천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부동산 공급물량을 좌우할 수 있다. 
 
위기요인 해결 전망 
 
중국 정부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과열을 억제하는 정책수단을 동원해 공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부문의 부실채권 문제에 대해선 실상을 숨기면서 문제의 소재와 형태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부동산 자산가치의 하락을 통해 가계 부문에 타격을 가하고 부동산 투자 감소, 은행 부동산 대출 부실 심화 등의 연쇄적인 파장을 낳을 것이다. 부실채권 누적에 따른 은행위기는 금융부문의 정상적인 자금중개 기능을 어렵게 하여 전반적인 경기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부실채권은 결국 정부 부담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차후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경기부양 여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와 같은 잠재적 위기요인들이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는 향후 수년간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에 달려 있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거나 해외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어 부동산 투자의 구원투수 역할이 필요없어지면 부동산 과열은 제어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안정적 성장세가 이어지면 추가부실 발생이 적어지고 부실채권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GDP 대비 부실채권의 상대적 규모가 줄어든다. 이처럼 요즘 주목 받는 위기요인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중국 문제’의 핵심은 결국 성장의 문제이다. 
 
향후 적어도 2~3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 시기에 비해 둔화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 신흥 전략산업 육성, 금융개혁 등 구조전환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내수가 살아난다면 수출 공백이 메워지면서 위기요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저성장 하는 가운데 구조개혁의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 선택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부실채권 문제는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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