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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정신 건강, 이제 사회적 관심 높일 때'

건강이라고 하면 흔히 신체적인 건강(Physical Health)를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적인 건강(Mental Health)이 좋지 않으면, 신체적 건강도 별 의미가 없기 마련이다. 몸을 움직이는 정신이 병들게 되면,그 몸이 제 기능을 다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신 건강의 현황과 함께 그 개선을 위한 방향을 살펴본다. 
  
 
몇년 전 KBS의 추적 60분은 ‘우울증의 공포’ 편에서 심한 우울증을 겪다가 자신의 딸을 죽인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 여성은 우울증을 앓으면서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었고 몇 번의 실패 끝에 ‘딸을 죽이면 나도 사형되어 이 고통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심각한 수준의 정신 질환(Mental Disorder)은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것만 아니라 가정, 직장, 사회 등 주변까지도 같이 파괴하곤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정신 질환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비용 손실은 암보다도 크다고 한다. 즉 한 사회의 생산성에 있어 정신 질환이 암보다도 더 위협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이는 정신 질환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소요되는 사회·경제적인 비용이 다른 어떤 질병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 질환의 간접 비용은 직접적인 치료비의 6~7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신 건강 개선을 위한 빠르고도 적절한 대처가 미흡할 경우, 그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이나 생산성 제고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미국, 유럽 등 여러 선진국들이 자국의 정신 건강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신 질환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신체적인 건강에 대한 관리 못지않게 정신적인 건강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를 보다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 정신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총진료비 자료(2002년~2007년)에 따르면 국내 21대 질병군 중 ‘암’과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나 ‘정신 및 행동 장애’가 가장 크게 증가(연평균 18.7%)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연령별로 보면 10~19세 사이 청소년의 정신 질환이 많이 늘어났는데, 치매와 알코올에 의한 증상을 제외하면 청소년 정신 질환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그림 2> 참조). 이러한 청소년 정신 질환 문제는 다른 연령층의 정신 질환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정신 질환은 다른 질병에 비해 재발률이 높은 질병인 만큼, 청소년들의 정신 질환이 높아진다는 것은 향후 정신 질환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자 실제 규모는 훨씬 크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실제 정신 질환자 규모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정신 질환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 질환이 생겼을 때 정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율은 약 1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다수는 주변의 시선 등을 의식하여 정신과 진료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정신 질환의 총진료비 규모는 암의 38% 수준 정도로 나타나지만, 잠재적인 규모까지 고려해 보면 암의 진료비 규모에 못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이러한 잠재된 정신 질환자들까지 병원을 찾게 될 경우 정신 질환 관련 의료비 증가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 건강과 직결된 사회적 문제들도 증가 
 
정신적인 문제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문제에서 가정의 문제, 직장의 문제, 사회의 문제 등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정신 건강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 주요 사회적 현상들의 최근 추이를 몇 가지 살펴보자.  
  
1. 자살 (Suicide) 
 
한 사회의 정신 건강의 현 주소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간주되는 자살률을 보면,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3> 참조). 2003년 1위를 차지한 이후 현재까지 5년 이상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자살 증가율 역시 다른 국가들은 줄거나 소폭 상승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큰 폭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률이 높게 나타난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전반적으로 자살률이 높아진 가운데, 고령일수록 자살률이 더욱 많이 증가했다. 2008년 기준으로 보면 인구 10만 명당 무려 112.9명이 자살을 선택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잘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자살이란 대개 희망이 없는 절망의 상태에서 선택하는 극단적인 방법이기에 이를 선택한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살아 남은 사람들에게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인의 자살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다. 흔히 이들을 ‘자살 생존자(Suicide Survivor)’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살률이 높은 경우,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살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많다. 특히 노인들의 자살은 젊은 사람들에게 ‘나 역시 저렇게 되는 것 아닐까, 열심히 살아도 별로 희망이 없는 것 아닐까’하는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더욱 크게 안겨줄 수 있다.  
 
2. 폭력 (Violence)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현상은 약자에 대한 폭력이다. 자신이 당하는 정신적 고통을 ‘폭력’이라는 형태로, 자신보다 약한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대표적 집단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 현황을 살펴보자.  
 
보건복지가족부의 ‘2008년 전국 아동 학대 현황 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아동 학대 상담 신고 건수가 2001년 2,606건에서 2008년 7,219건으로 무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실사에 의해 명백한 아동 학대 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2001년 2,105건에서 2008년 5,578건으로 역시 약 3배 정도 늘어났다. 대부분 부모에 의한 학대다 (<그림 4> 참조).  
 
연령별로 살펴보면 피해 아동의 73%가 12세 이하의 아이들이다. 이를 초과하는 연령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피해 건수가 줄고 있다. 폭력에 대해 저항하기 어려운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에게 학대가 중점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폭력이 문제가 되는 주요 이유는 피해자가 정신적인 질환을 겪게 될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말이 있듯이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로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로부터 학대 받은 아이는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또 다른 약자에게 폭력이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푸는 것이다. 결국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시간이 갈수록 폭력 때문에 정신이 멍드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3. 중독 (Abuse/Addiction) 
 
정신적인 고통이 심해질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중독’이다.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태를 잊기 위해 무언가 다른 대상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때 생산적인 활동보다는 학교나 직장, 가정의 문제를 쉽게 잊을 수 있는 자극적인 대상에 빠지는 경향이 많다. 대표적인 것들이 도박, 인터넷 게임, 알코올, 약물 등이다.  
 
최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발표한 ‘2008년 사행산업 현황’에 따르면 카지노, 경마 등 사행산업의 매출액과 이용객 수는 2000년 이후 크게 성장했다 (<그림 5> 참조). 카지노의 경우 매출액은 2000년 4,289억 원에서 2008년 1조 8,526억 원으로 4.3배 증가했다. GDP 대비 사행산업 전체의 순매출 비율은 0.67%로 주요 OECD 국가 평균(0.58%)을 넘어섰고, 미국(0.69%)과 유사한 수준이다.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비중을 따지면 오히려 미국보다도 높다. 중증으로 도박에 중독된 성인 비중도 약 9.5%로 타 국가 대비 전반적으로 높다. 적정 수준의 도박이나 게임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주기도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박에 몰입하는 수준은 다소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아동·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 현상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14%, 중학생의 45%, 고등학생의 36%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고 한다. 이 중 게임을 하면서 욕설 등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마약 중독과 같은 질환’이라고 발표하며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박, 인터넷 게임 등 일단 무언가에 중독되면 거기에서 빠져 나오기란 쉽지 않다. 그 자체가 주는 자극적인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것에 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가 현실 도피한 상태에서 상황은 예전보다 더 악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두려움과 괴로움 때문에 도박 등에 더 몰입하게 되고 다시 더 괴로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스트레스, 우울증, 죄책감 등 정신적인 문제는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 역시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도박 같은 경우는 금전적 문제, 가사 소홀 등으로 인한 가정 파탄에서부터 직장 공금 횡령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곤 한다. 
  
정신 건강의 개선, 무엇이 필요할까?  
 
정신 건강은 단순히 병원에서 몇 번 치료를 받는다고 금새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해 주로 문제가 생기는 신체적인 건강과는 달리, 정신 건강은 사회적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는데, 퇴원해서 집에 돌아오니 다시 발병하더라’와 같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세계보건기구나 세계 각국의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커뮤니티(Community) 중심의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신병원 장기 입원 중심의 치료에서 커뮤니티 중심의 치료로 변모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이러한 정신 건강 개선을 위한 여러 변화 노력들이 좀 더 가속되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포인트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살펴보자.  
  
1. 정신 질환 치료에 대한 인식 변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을 매우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나 상담 센터를 찾지 않는다.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나서서 만류한다.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점집을 가고 만다. 또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의지의 문제’로 생각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모두 다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신 건강의 개선을 위해선 먼저 정신 질환 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즉 정신적인 질환도 신체적 질환과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증세가 지속된다면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며 병을 키우기 보다, 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병원에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홍보 활동들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각종 홍보 활동과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1990년대 10% 수준에 불과하던 정신 건강 관련 의료 서비스 이용률을 2000년대 초반 약 28%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는 물론 의료계, 기업 등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자주 정신 건강 관련 정보를 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대중 매체 광고나 각종 이벤트를 주로 진행하고 의료계는 정신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PR 활동을 하며, 기업은 작게나마 상징적으로 정신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활동을 ‘정부가 할 일’로 생각하거나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 건강 운운하는 것은 사치’와 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구성원들의 생산성 손실을 고려하면 단순히 ‘정부의 일’이라든가 ‘사치’로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2000년 미국 예일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은 건강한 직장인보다 2배나 많은 결근률을 보이고 출근하더라도 일에 집중하지 못해 그 생산성 손실은 무려 7배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기업의 대다수는 구성원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는 EAP(Employee Assistant Program)를 적극 운영하고 있는데, 그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기업 역시 EAP를 도입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소니의 경우 본사에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사유를 알 수 없는 결근 등이 발생하면 상담과 치료를 권고하거나 직접 제공한다.   
 
2. 치료 비용에 대한 부담 경감 필요 
 
정신 건강 관련 의료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 중 하나는 비용 문제다.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정신 의료 서비스는 그 특성상 물리적인 치료보다 심리적인 상담 치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분은 모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당 적게는 약 5만원 정도에서 많게는 1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일반 서민들이 선뜻 지불하기에 적은 금액이 아니다. 더군다나 심리 상담의 경우 1회성으로 끝나기 어렵다.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상담할 경우 한번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서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의 해소를 위해서는 본인의 사고 방식이나 습관, 타인의 언행에 대한 대처 능력 등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이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료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치료 비용의 경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 질환 영역에 대한 보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보험 재정 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공보험 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공보험 재정은 지금 현재의 보험 대상 질병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도 급급한 상황이다. 잠재적 수요가 큰 정신 건강에 대해 공보험으로 모두 급여하도록 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대안은 상당 부분 민간 보험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험 회사들의 경우 정신 질환에 대한 보험 상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정신 질환의 경우 사안에 따라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10회 코스, 1개월 코스 등 상담 횟수나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향후 국내에도 이런 민간 보험 상품이 도입되어야 정신 건강 의료 서비스의 활용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전문 인력의 지속적 확충 
 
치료 비용과 더불어 전문 인력의 부족도 문제다. 정신과 의사, 상담 심리사 등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정신 건강 관련 의료 서비스 제공자 수는 미국, 일본 등 타 국가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그림 6> 참조). 실제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려 해도 적당한 전문의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변에서 상담 심리사들이 운영하는 상담 클리닉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민간 영역 뿐 아니라 공공 영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의 경우 학생들을 위한 상담 교사 확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어도 시의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신 건강 개선은 요원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보다 의료 서비스 제공 자격을 가진 유휴 인력들을 시장으로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특히 심리 상담과 같은 분야는 여성 인력들이 많은데, 상당 수가 가사 일을 주로 하면서 파트 타임으로 용돈벌이 삼아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개업을 해 봐야 별로 소득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차라리 일을 하지 않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소비자들의 인식, 비용 문제 등의 조정을 통해 시장의 저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서비스 제공자에게 다양한 세제적 지원이나 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고려 가능한 방법은 신규 공급을 빠르게 늘리는 것이다. 최근 ‘향후 전망이 밝다’는 이유로 정신과에 지원하는 전공의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등 공급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양질의 고급 인력을 짧은 시간에 제공하기엔 한계가 있다. 공급량이 적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문 자격을 획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의사는 물론이고 국내 상담 심리 전문가의 경우, 한국심리학회가 부여하는 자격증을 확보하려면 거의 의사 수준에 못지 않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예컨대 상담 심리 전문가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상담 분야 박사인 경우 상담 경력 1년, 석사인 경우 상담 경력 3년, 비상담 분야 석사인 경우는 상담 분야 박사 학위에 입학한 후 상담 경력 3년 등의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험을 보기 위한 기본 자격 요건을 갖추기까지 대학 입학 이후 최소 9~10년이 걸리는 것이다. 엄격하게 인재를 육성·선발한다는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키되,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한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뇌 연구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정신과, 심리 상담 등 전통적인 영역의 정신 의료 서비스 전문 인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뇌 분야에 대한 투자가 과감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마음의 병이 단순히 정서나 감정상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본질적으로 마음의 병은 뇌의 병이라는 것이다. 즉 뇌의 생체적 기능이 항상 최적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면 정신 질환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마음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 있다. 정신 질환은 순전히 생체 조직적인 문제이며 신경망이 엉킨 결과다”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1990년 ‘뇌 연구 10년(Decade of Brain)’이라는 법안을 만들어 꾸준히 투자해 왔으며, 유럽 역시 1991년부터 EU 차원에서 뇌 연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일본도 1993년 ‘뇌의 시대(Century of Brain)’를 선언하고 1997년부터 뇌 과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학계 역시 뇌 연구에 적극적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우 1993년부터 ‘심리-뇌-행동’의 분야를 엮은 MBB(Mind Brain Behavior) 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기존의 심리학뿐 아니라 생물학과, 컴퓨터과학과, 과학사학과를 묶어 교과를 운영한다. 전통적인 심리학만으로는 뇌 과학 영역을 탐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뇌 연구 촉진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2007년에 이르러서야 설립 추진 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었다. 학계에서도 고려 대학교의 ‘뇌 기반 심리학 사업단’ 등 2000년 전후 무렵부터 뇌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의 전체적인 투자 규모도 아직 미국이나 일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정신 질환에 대해서는 앞으로 뇌의 기능과 연계된 연구가 더욱 확대되고 치료 방법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 국가들에 비해 출발은 다소 늦었더라도 국내의 정신 질환 문제,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의 정신 질환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려면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OECD 국가 행복 지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30개 회원국 중 25위를 차지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연구한 ‘OECD 국가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비교 연구’ 결과에서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은 비교 대상 20개 국가 중 꼴찌였다. 세계 경제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은 가난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마음의 병은 신체의 병과는 달리 빈부 격차, 교육 수준, 경쟁의 강도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뇌 연구 등 새로운 분야의 의료 기술 및 의약품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심리 상담을 비롯하여 명상, 레저 프로그램 등 사람들의 마음을 정서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의 성장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민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험 체계를 구축하는 등 각종 지원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음의 병을 야기하는 근원적인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처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나가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나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정신 건강은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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