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31년만의 일본 무역적자, 일시적 충격에 약해진 체력 드러내'
2011 년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동일본대지진 등의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역입국에서 투자입국으로의 중장기적 변화도 반영되고 있다. 엔화환율에 보다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투자 수익에 힘입어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31년만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는 엇갈리는 시각
작년 일본의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2조 4,927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통관기준으로 일본이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제2차 유가파동으로 석유 수입액이 급증한 1980년 이후 31년만의 일이다.
작년의 경우를 보면 수출증가율이 2010년의 24.4%에서 2011년 -2.7%로 급락한 반면, 수입증가율은 2010년 18%에서 2011년에도 12%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 무역적자를 초래했다. 일본은 그동안 막강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1,000억 달러 정도의 무역수지 흑자를 누적하는 국가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일본 무역수지의 적자 반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후루카와(古川元久) 경제재정·국가전략 장관은 2011년의 무역적자가 동일본대지진이나 유가급등 등의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1월 25일 기자회견).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복구 이후 발생한 태국 홍수 사태로 인한 일본기업의 추가적인 생산차질 충격, 유럽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기 위축, 엔고 지속, 원자력 발전소의 잇따른 가동 중단으로 인한 액화천년가스(LNG) 등의 수입확대 등이 일본의 무역적자를 가져온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경단련의 요네쿠라(米倉弘昌) 회장은 적자가 일시적인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면서도 엔고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의 무역적자가 정착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일본무역회 무역동향조사위원회의 전망치를 보면 2012 회계연도의 무역수지가 3조엔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도 2012년의 무역수지가 6천억엔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2012.1.12).
한편, 일본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보는 이코노미스트도 많다. 크레디 스위스증권의 시라카와(白川浩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의 무역수지 적자가 5조엔 정도로 확대되고 향후 3~4년에는 10조엔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이와총합연구소의 쿠마타니(熊谷丸亮) 수석연구원도 무역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인해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상수지도 빠르면 2015~2020년 전후에 적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일본경제신문, 2012.1.26 조간 인터뷰).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일시적 충격이 크게 작용
작년 일본 수출 감소에는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2011년의 일본 수출입 동향을 보면,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인 2월의 수출은 전년동월비로 9%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3월에 들어서는 11일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수출증가율이 -2.3%로 급락, 4, 5월 연속으로 10%를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그 후 피해를 입은 생산 공장 등의 복구에 힘입어 일본의 수출도 회복세를 보여 8, 9월에는 2%대의 수출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작년 4월에 전년동월비로 -67%까지 떨어졌던 것이 8~10월에는 5%대로 급격히 회복했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자동차부문이 2011년 일본의 수출 감소율 2.7% 중 절반을 넘는 1.4%p의 기여도를 기록했다(<그림 2> 참조).
그러나 작년 8, 9월에 회복한 일본의 수출은 태국 홍수 사태 및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10월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제는 태국 홍수의 피해 영향은 소멸되었고 미국의 경기회복세로 일본의 대미 수출도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세계경기가 2011년에 비해 뚜렷하게 개선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은 2012년에 어느 정도 회복되겠지만 그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측면을 보면 원유, LNG(액화천연가스) 등의 광물성연료의 수입이 2011년에 25.2%의 증가율을 기록해 전체 수입증가율 12% 중 절반을 넘는 7.2%p의 수입증가 요인이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 때문에 동일본 이외 지역에서도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잇따라 중단됨으로써 화력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LNG 등의 수입이 늘어난 결과이다. 광물성연료의 2011년 수입금액은 21조 7,834억엔에 달해 2010년 대비로 4조 3,855억엔이나 늘어났다. 이는 2011년 전체 무역수지 적자인 2조 4,927억엔의 1.75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작년 일본의 수입 동향을 보면, 여름 및 겨울의 냉방·난방 수요가 확대되는 시기에 광물성 연료수입이 확대되고 전체 수입금액도 급증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와 같이 2011년의 수입 증가에는 원전사고라는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원전사고 이후 탈 원전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 54개의 일본 원전 중 1월말 기준으로 51개가 가동을 중단했으며, 2012년 4월까지 나머지 3개의 원전도 가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2011년에 이미 탈 원전이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2012년에 광물성 연료 수입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 위기에 따른 유가 급등 리스크가 있으나 2012년의 경우 일본의 광물성 연료수입 증가율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2011년의 수출입에서 일시적 요인이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2011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무역적자 기조가 시작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나 이란 핵 위기 등의 여파로 일본의 무역수지가 소폭의 적자를 보일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2012~2015년 정도의 중기 동안 합계치로 일본이 무역적자국으로 빠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수출경쟁력의 추세적 하락으로 장기적으로는 무역적자 구조화
그러나 수출강국이었던 일본이 이제는 지진이나 해외경제 환경의 변화 등 일시적 요인의 충격을 크게 받을 만큼 무역 구조가 과거에 비해 취약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4>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일본의 수출특화지수는 1980년대 후반에 정점을 친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다. 일본은 그동안 제조업을 중시하여 서비스 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으며, 기존 제품이나 사업을 대신하는 고부가가치 신사업, 신제품의 개발도 부진했다. 게다가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의 경우는 점점 일본 내에서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이 미국에 비해 생산거점의 해외이전을 인위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을 보여 왔지만 신흥국의 공업화와 함께 제조 거점의 해외 이전 흐름을 막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작년의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공급망의 불안 확대와 엔고의 지속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의 약화로 그동안 일본 내 생산을 선호해 왔던 부품 및 소재 산업의 경우도 해외생산의 확대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일본기업 해외법인의 현지매출액은 지난 2005년 이후 일본의 전체 수출액을 능가하였으며, 일본은 수출입국에서 투자입국으로 서서히 변해 왔다. 닛산자동차의 경우 태국 거점에서 생산하고 있는 현지 중산층 시장 공략용 차량인 ‘마치’를 일본으로 역수입하겠다고 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 제조업이 더욱 해외로 진출하는 한편, 해외생산 거점에서 일본시장에 수출하는 역수입이 자동차 분야 등으로 확대될 경우 향후 10년 이내에 일본의 무역수지는 구조적으로 적자 상태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는 상당 기간 지속 전망
일본의 무역수지는 단기 적자 경향, 중기 소폭 흑자구조 유지, 장기 적자화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서도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림 6>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일본의 경상수지는 2011년 1분기에서 3분기까지의 누적 기준으로 8조 6,244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중 무역수지, 서비스수지, 이전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소득수지가 11조엔을 넘는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0년 말 기준으로 3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순채권국이며, 막대한 해외자산으로 인한 금리, 배당 소득이 경상수지 흑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이 중장기적으로 수입이 확대되고 무역적자로 바뀌는 가운데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엔고 기조가 단기간내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점차 그 강도는 약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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