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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4년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2014년 세계경제는 지난 해에 이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각국의 재정불안이 잦아들었으며, 우려가 높았던 미국의 출구전략도 신중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 위기 이후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때에는 감춰져 있었던 문제들이 오히려 경제가 정상화 되어가는 국면에서 점차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경제의 양대 축이 모두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잠재 불안을 없애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는 차원이지만, 당장 각국 및 글로벌 성장세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남미와 아시아 신흥국들은 이들 국가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아 향후 경상수지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대내 신용버블이 심하고 정책 여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취약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해외자본이 이탈하며 금융불안을 겪을 우려도 있다. 유로존과 일본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최근 선진국 발 디플레이션 우려의 진원은 유로존이다. 금융부문의 정상화가 더딘 상황에서 디플레가 심화될 경우, 90년대 일본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경제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단기 정책효과에 의지한 부분이 커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 역시 글로벌 불안요인들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민간 부채가 많은 데다 한계기업 및 저신용자 대출이 증가하는 등 부채의 질도 악화된 상황이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국내 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경우 상환 부담이 증가하며 내수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을 둘러싼 대북 불안 및 동북아 리스크도 점증하고 있다. 환율은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자본의 대미 환류로 인한 절하 우려뿐만 아니라, 원화의 안정성 부각 및 환율 경쟁으로 인한 절상 위험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위험요인에 대응하고 경기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완화적인 정책스탠스를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자본유출에 대한 대응여력을 확충하여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구조적 원화절상 압력을 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목 차 > 

1. 미연준 출구전략의 파장
2. 선진국발 디플레이션 우려
3. 아베노믹스의 투자·소비 선순환 불발 가능성
4. 여전히 취약한 신흥국
5. 속도조절에 나선 중국경제
6. 고조되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7. 취약해지고 있는 민간부문의 건전성
8. 급등락 위험 확대되는 환율
맺음말
 
  

2014년 우리 경제는 세계경기 개선과 더불어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선진국의 소비수요가 살아나면서 우리의 주력제품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에너지가격 안정 등에 힘입어 몇 년 간 이어 온 소비침체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전망이다. 2014년 경제전망에서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특징적인 사실은 그간 국내외경제 회복을 가로막았던 유럽의 재정위기나 예산 및 정부부채한도를 둘러싼 미국의 정치적 불협화음과 같은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안심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설마하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져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곤 했다. 리먼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금융위기나 일본 동북부의 대지진과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충격 등이 그것들이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들은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2014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시점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여진에 시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를 겪은 각 경제주체들은 아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태다. 가계와 정부의 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데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가 부진하고 유동성 함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반응이 급격히 확산될 수도 있다. 충격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한껏 높아졌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조짐이 보이거나 유럽 등지로 디플레이션이 확산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혹은 북한 내부사정의 급변동 가능성이 감지될 경우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정책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잠재 위험요인들을 간과하고 섣불리 위기가 끝난 것으로 결론짓거나 출구전략 등 위기 이후의 정책을 서두른다면 그 자체가 불안정성을 높이는 악수(惡手)가 될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2014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 리스크 요인들을 살펴보고, 그 위험성에 대해 판단해보고자 한다. 
  

1. 미연준 출구전략의 파장 
  

지난 12월 18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14년 1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월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이 출구로 방향을 튼 것이다. 속도도 금융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신중한 출발인 셈이다. 막대한 규모의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강한 처방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 경제지표 개선 소식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고, 미연준 의장의 한 마디에 몇몇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큰 걱정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이다(<그림 1> 참조).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푼 돈은 3조 달러(연준 자산 기준)로 미국 GDP의 20%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동안 유로존과 일본이 공급한 통화량을 합한 것보다도 약 30% 이상 많다.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었지만 자산버블이 생기고 물가가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 그러면서도 경기회복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은 흡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출구전략 구사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미국으로 자본이 환류되면서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의 경기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데다 선진국의 초저금리와 통화약세로 신흥국 투자의 기대수익도 더 높아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선진국이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를 보이거나 신용버블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들은 대규모 자본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의 자기자본투자 등을 제한하는 미국의 볼커룰(Volcker Rule) 및 유로존의 은행 건전성 평가 등 앞으로 계획된 금융규제도 신흥국으로의 자금흐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출구전략은 경기상황에 가변적 

그렇지만 출구전략이 사전에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상황에 따라 규모나 시기가 가변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좌우될 것이며 신흥국의 상황도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버냉키 의장도 신흥국 경제여건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동성 흡수에 따른 충격도 크지 않을 수 있다. 미연준의 초과지준 규모는 1.9조 달러로 풀린 자금 중 많은 부분이 은행권에서 맴돌고 있어 유동성 회수로 인해 나타날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 시중 유동성 창출이 활발해져 연준이 흡수한 유동성을 메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지난해 8월의 혼란이 투자자에게 학습효과를 심어줬다는 측면에서 볼 때 충격의 크기는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 또한 미국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주가수익률(PER)도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이미 미국 금융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는 점도 신흥국에서의 추가적인 자본 유출을 제한하는 요인이다(<그림2> 참조).
마지막 우려는 금리인상 논의이다. 2014년 하반기 중 미연준의 추가 자산매입이 중단되고 나면, 다음 수순인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지난 12월 FOMC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4분기 미국 실업률은 에반스룰에 명시된 6.5% 전후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여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신중한 행보를 고려할 때 실업률만이 금리인상의 유일한 잣대가 될 수 없으며 물가상승률 등 다른 여러 경제지표를 동시에 고려할 것이다. 실업률이 6.5%이하로 하락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장기목표치인 2%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작된 출구전략의 충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일 것이다. 불안감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널뛰는 금융변수들 사이에서 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결국 경기회복세를 확인하며 출구전략이 신중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결국 각국 당국의 기대 관리(managing expectation) 능력에 2014년 금융시장의 안정 여부가 달려 있다. 
  

2. 선진국발 디플레이션 우려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경기개선흐름에도 불구하고 낮아지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로존은 디플레 우려로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도 다소 불투명해졌다. 이달 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저물가 상황에 대해 일본식 디플레 징후가 아니라고 언급하며 시장우려를 진화하고 나선 바 있다. 그 주요 이유로 중기 기대 인플레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디플레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빈약한 근거 제시였다. 그리스는 올 3월 이후 9개월 동안 물가가 감소하고 있으며, 11월에는 전년동월비 기준 -2.9%로 디플레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그림 3> 참조). 포르투갈, 스페인 등 다른 남유럽국가도 물가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등 0% 내외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회복이 부진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물가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확산되어가는 양상이다. 

사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은 데는 원자재 부문의 투자 지속과 수요위축이 겹치면서 나타났다. 세계경기의 회복흐름이 개도국보다는 선진국 주도, 투자보다는 소비 주도로 이루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는 모습이다. 주요 원자재 소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석탄 50.2%, 구리 43%, 석유 11.7% 등 매우 높은 수준인데, 중국 등 거대개도국의 성장 감속과 소비 중심의 성장전환은 향후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반면 타이트오일 생산 증가, 남미 지역의 신규광구 증가 등 원자재 공급능력은 계속 확대되면서 생산비용 측면에서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다. 

대체로 물가안정은 긍정적이지만 디플레이션 경고가 나오는 것은 구미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이 1990년대 일본의 경험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9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약 7년간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을 경험하였다. 다만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저성장기를 겪은 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1991년 버블붕괴 이후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기업과 금융부실이 확산되었고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되었다. GDP 성장률이 1%내외에 그치는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었지만 물가는 1% 내외의 상승률을 유지하였다(물론 물가상승률도 한단계 하락하였다. 80년대 평균 1.9%에서 ‘93~’98년 불황기에는 0.7%로 낮아졌다). 버블붕괴 기간중 부실채권의 처리가 지연되고 금융권 부실문제가 오랫동안 해소되지 못하면서 금융기능저하도 가져왔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된 후 대형 금융기관 파산 등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하면서 디플레가 시작되었다. 

유럽의 디플레 위험 큰 편 

최근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잠재력에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이 과거 일본처럼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는 민간부문의 활력이 회복되면서 고용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2009년 10%까지 올랐었던 실업률은 최근 7%까지 하락하였다. 반면 유로존의 경우 두자릿수를 넘는 수치를 보이면서 개선폭이 미미한 모습이다. 금융기능도 크게 저하되어 있다. 특히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능을 비교적 빠르게 정상화시킨 미국에 반해 유로존 은행들의 경우 부실채권 처리가 지연되면서 금융기능 정상화가 요원해 보인다. 내년 중 단일 은행감독체제의 출범에는 합의하였지만 부실정리기금 및 단일 정리기구 설립과 같이 각국 재정부담이 걸려있는 부문의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성장세가 미진한 유럽은 최근 디플레 진입 가능성을 한껏 경계하는 모습이다. ECB는 11월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25%로 하향 조정했으며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하할 여지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저금리장기대출 프로그램(3차 LTRO) 재개 등 추가적인 양적완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의 경우에도 자산매입의 축소가 시작되었지만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통화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경기회복이 미진한 국가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미래의 인플레이션보다 현재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특히 유럽국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일본이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지면서 저성장이 더욱 고착되었던 것처럼 유로존이 디플레 상황에 놓일 경우 불황에서 빠져나오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세계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특히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내년에도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아베노믹스의 투자·소비 선순환 불발 가능성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013년 일본경제는 회복세를 보였다. 엔저가 지속되면서 기업수익이 증가했고 주가도 크게 올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회복은 효과가 단기적일 수 밖에 없는 정책에 기댄 부분이 크며, 결국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 증가가 투자 및 민간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본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중요하며,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지만 규제완화 및 투자 활성화 등 중기적 성장전략도 착실히 준비되어야 한다. 2014년 일본경제는 일본기업들의 수익 증가가 제한적이나마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1%대 중반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완만한 성장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도 남아 있다. 우선 내년 4월에 소비세가 현행 5%에서 8%로 인상됨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위험이 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내년 2분기 성장률이 -4%(전기비 연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5.5조엔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집행하여 소비세 인상의 충격을 흡수하려 하겠지만, 엔저로 물가는 오르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임금인상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소비 여력은 크게 확대되기 어려울 수 있다. 

2014년 중 재정확대 정책이 한계에 부딪칠 위험도 있다. 일본경제의 2013년 실질성장률에서 공공수요에 의한 성장기여율(전기비 연율)은 1분기의 15.6%에서 2분기 47.2%, 3분기 127%로 계속 높아져 왔다. 그러나 GDP의 230%를 넘는 일본의 막대한 국가채무를 고려할 때, 2013년에 확대한 공공사업 규모 이상으로 2014년의 재정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2014년 하반기에는 공공지출이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그 전에 민간부문의 성장동력이 확충되지 못할 경우 일본 경제의 성장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완화 정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4월 일본중앙은행은 본원통화를 2012년 말 138조엔에서 2014년 말 약 270조엔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앞으로 물가 상승세가 더욱 확대될 경우 악성 인플레이션이나 일본국채의 신뢰도 하락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질 것이다. 자칫하면 물가가 상승하여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오히려 국가부도라는 커다란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 해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산업의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완화 정책을 축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수출 경기의 더딘 개선과 커져가는 부작용 우려 사이에서 정책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결국 경기부양책을 축소해 나가는 시기와 속도는 민간부문의 회복세에 따라 달려있다. 그러나 내년 중 확장적인 정책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 당국도 섣불리 정책기조를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급한 출구전략은 급격한 엔고로 이어져 일본 경제를 심하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물가상승세를 감안하여 추가적으로 완화기조를 확대하기 보다는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하며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 여전히 취약한 신흥국 
  

2013년은 신흥국과 선진국의 처지가 뒤바뀐 해였다. 2008년 이후 경기후퇴와 국가부채문제로 고전하던 선진국 경제는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모습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1% 후반대의 성장률을 보였고 유럽도 2013년 하반기에는 미약하나마 성장을 시작했다. 반면 선진국에서 터진 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신흥국의 경제는 취약성을 드러내며 크게 흔들렸다. 자원에 의존하던 러시아, 브라질이 2%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였고,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두 경제권의 상황이 이처럼 엇갈리면서 신흥국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타났다. 

2009~2010년에 보여줬던 회복력(resilience)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1980년대와 같은 무기력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에 대한 우려가 시발점이 되었지만 신흥국 경제는 이미 이전부터 취약성을 노출해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경상수지 적자가 커졌다는 점이다(<그림 6> 참조). 2008년 이후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터키 등 대부분의 신흥국은 선진국의 수출경기 둔화에 대응하여 금리는 낮추고 재정은 풀어 경기둔화에 대응하였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을 기다리는 전략이었다. 그렇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국가부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기다리던 수출수요 증가는 요원하였고 양적완화의 부작용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려들었다. 2012년에는 2009~2011년 사이의 유입액 보다 1.5배 많은 3,043억 달러에 이르렀다. 내수활성화 정책과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출증가는 결국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물가상승과 자산가격의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정타는 중국의 성장둔화였다. 중국의 성장률은 2년 연속 8%를 밑돌았다. 이처럼 선진국의 느린 회복 속에 신흥국의 자원을 빨아들이던 중국경제가 주춤하자 신흥국 경제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 5월 미 연준은 양적완화 축소(Tapering)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였고, 신흥국의 주가와 환율은 급락하였다. 5월 1일 이후 최저치를 기준으로 주가지수는 인도네시아가 21.6%, 브라질 18.6%, 터키 26.2% 떨어졌다.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통화가치도 떨어져 인도네시아 25.2%, 브라질 22.1%, 터키 15.3%씩 하락했다. 그나마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이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안정을 찾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4년 신흥국 위험도는 다소 줄어들 듯 

2014년에도 신흥국의 이러한 처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2.6%)을 필두로 선진국(일본 1.4%, 유로 0.7%)의 경기는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중국경제 성장률이 7.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에너지 및 자원 효율이 높은데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중국의 경기둔화를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나 재정 등 정책 수단에 여유가 있는 편도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질금리는 낮으며 저금리로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거품의 우려도 있고 재정적자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브라질, 인도는 자금유출을 걱정해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신흥국 금융시장에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4년이 아니더라도 양적완화 축소 후에는 당연히 다음 수순인 금리인상을 예상할 수 있다. 채권매입 중단 검토만으로 흔들린 금융시장은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만으로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신흥국에서는 해외로의 자금유출과 금융시장 심리악화가 나타날 것이다. 성장속도가 느려지면서 태국의 시위 같은 사회적인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도 나타날 것이다. 
  

5. 속도조절에 나선 중국경제 
  

2014년 중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문제는 성장 둔화 폭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와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버블 등 리스크 요인들이 돌발적인 위기를 낳을 가능성은 없는지의 문제다. 작년 11월에 열린 3중전회에서 제5세대 지도부가 국정 운영의 중심을 ‘전면개혁’에 두겠다고 선언한 이상 개혁의 첫 해인 2014년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둔화 폭이 얼마나 될 것이며, 중국 정부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다. 

2014년 경제 운영의 윤곽이 드러난 중앙경제공작회의(작년 12월 10~13일)에서 중국 정부는 2014년 성장률과 물가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안정적인 성장 추구’라는 수년째 반복 제시된 기조 하에 “경제 발전의 질과 효과를 제고하고 후유증이 없는 속도를 유지한다”는 원칙이 강조되었다. 어느 정도의 성장 둔화는 용인할 것이며, 성장률이 급락하지 않는 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사의 표현이다. 

경제 운영을 책임지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미 ‘성장률 목표를 하나의 수치가 아닌 범위로 가져가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원활한 일자리 창출을 보장하는 제일 낮은 수치로 2014년 리 총리가 생각하고 있는 성장률은 7% 중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1,000만 명의 신규 일자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7.2% 수준을 상회한다면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을 삼가는 것은 물가 자극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다. 작년 중국 소비자 물가는 연평균 3% 수준으로 당초 목표인 3.5%를 크게 밑돌았으며, 2014년에도 실물 부문에서는 이렇다 할 물가 불안 요인이 없다. 물가 급등이 나타날 수 있는 시나 리오는 현재 숨을 죽이고 있는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 인플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부동산, 농산물 등 민감한 부문으로 일시에 몰리는 상황이다. 중앙정부는 경기부양이 그 동안 강력히 억제되어온 투기 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이 허용된다는 그릇된 시그널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통화량을 ‘온건하게’ 관리하는 한편, 시중 자금 배분을 부동산, 인프라 부문으로부터 서비스업, 중소기업, 삼농(三農·농업 농촌 농민) 부문으로 유도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버블의 전면위기화 가능성 낮아 

현재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이다. 낮은 투자 수익률, 투자수익 회수와 대출자금 상환 간 만기 불일치 등의 문제가 중첩되면서 일부 지방정부는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작년 8월에 시작된 지방정부 자산부채 전면실사의 결과는 3월 양회를 전후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최소 20조 위안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관변에서 나오는 추정치들은 이보다 낮은 15조~17조 위안 수준이다. 경제공작보고에서 별도의 항목으로 이 문제를 다룰 정도로 지방정부 부채 구조조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실사 결과를 토대로 자산 매각을 통한 기존 부채 상환을 압박하고,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눈치를 보며 버티는 지방정부들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 규모가 크지 않은 일부 지방정부들의 파산을 수수방관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금융시장은 해결과정에서의 부작용보다 해결 전망 자체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뇌관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작년 2월 말~3월 초 ‘부동산 매매차익에 대한 20% 소득세 부과’ 조치 이후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1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과 토지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자 10월부터 지방정부를 앞세워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12월 초까지 1선도시 4곳(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과 2선도시 17곳에서 주택 구매 관련 대출 억제, 추가 주택 구매 자격요건 강화, 서민주택 공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 가격 규제가 잇달아 발표되었다. 중앙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은 현재 내수부문에서 가장 기여도가 큰 부동산 시장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전체 경기가 급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연한 설비 과잉은 중국 경기가 수요 회복에 둔감해진 근본원인이다. 현재 설비 과잉 수준은 2012년보다 낮지만 2009년보다 높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특히 설비과잉 우려가 큰 화력발전, 철강, 전해알루미늄, 조선, 에틸렌 등 부문은 ‘국가발전과 개혁위원회’가 직접 심사비준을 챙기고 있다. 기존 과잉설비에 대해서는 인수합병, 시설폐쇄 등을 통해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은 재고용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6. 고조되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2013년 연말에는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이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봄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까지 이르렀던 긴장 고조 사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에서 12월 초 정권의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이 처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일과 중국간의 갈등이 잠재해 있던 동중국해에서는 11월말 중국이 일본이 영유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여 주변국의 반발을 낳았다.
2014년의 한국 경제는 이같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껴안고 출발한다. 이러한 분쟁이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국지적인 충돌과 긴장 고조로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을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 리스크는 대체로 국내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사건 당일에는 시장이 어느 정도 충격을 받더라도 며칠 지나지 않아 곧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V’자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수 차례 대북 긴장 국면을 경험해 오면서 북한 변수에 대해 이른바 ‘학습효과’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봄 금융시장이 보인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김정은이라고 하는 젊은 지도자에 대한 불안감에 더하여 두 달이 넘도록 크고 작은 긴장 국면이 연속적으로 반복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전과는 달리 자금을 회수하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그림 7> 참조). 

이번 장성택의 숙청으로 국제 사회는 김정은 정권을 더욱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백악관과 케리 미 국무 장관은 이 사건을 논평하면서 김정은 정권을 묘사하는 데 야만적인(brutal), 무모한(reckless), 무자비한(ruthless), 불안한(insecure) 등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였다. 북한 정권의 위협 행위에 대해 국제 사회가 이전과 같은 인내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같은 국제사회의 인식변화에 따라 북한 리스크에 훨씬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면 국내 금융시장도 전례 없는 크기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충격의 크기가 크고 지속기간이 길어지면 실물 경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중일 3국의 힘 겨루기, 경제에 악영향 우려 

한중일 3국의 영토와 안보를 둘러싼 갈등은 보다 직접적으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세 나라 경제가 긴밀한 무역 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주된 생산, 수출 패턴은 일본으로부터 소재와 부품을 수입하여 반제품을 생산하고 중국에 설립한 조립공장이나 중국 현지업체에 수출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중국은 그 제품을 일본을 비롯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연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문제가 되었던 동중국해에서 국지적 충돌과 같은 긴장 고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일 간의 동중국해를 둘러싼 대립은 2012년에도 한 차례 격화되어 중국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진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의 민주당 내각은 상대적으로 유화책을 취하였고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았다. 민주당 정부의 그러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등장한 아베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통해 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를 추진하는 등 안보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 또한 영토,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발적, 국지적 충돌로 인한 긴장이 장기화되거나 양국간의 경제적 대립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한일 간에는 영토 문제 외에도 징용 배상 판결이라는 난제가 있지만 양국의 새정부 출범 이후 정상회담은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동중국해에서의 사태 추이에 따라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발언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이미 일본 재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징용 배상 판결의 귀추에 따라서 한일 경제 관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한중일 3국 가운데 우리 경제가 삼국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총수출 중 대중국, 대일본 수출의 비중은 2012년 32%에 달했다. 이것은 중국의 총수출 중 일본,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인 12%보다 훨씬 높고 일본의 같은 비율인 26%보다도 높다.1 따라서 정치적, 군사적 갈등으로 동북아 삼국 간의 무역관계가 위축될 경우 나머지 두 나라보다도 우리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노력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7. 취약해지고 있는 민간부문의 건전성 
  

우리나라의 민간부채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소득 및 GDP에 비해서는 증가 속도가 빠른 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민간부채가 줄어드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2007년말 GDP 대비 81.5%에서 2013년말에는 91%대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기업의 금융부채도 2008년말의 GDP 대비 136%에서 2010년말 123%까지 낮아진 후 2013년에는 다시 125%를 넘어섰다. 

대출연체율이 아직 높지는 않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12년 10월말의 1.64%에서 2013년 10월말 1.25%로 하락했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1.01%에서 0.86%로 떨어졌다. 하지만 부채 규모가 그 동안 계속 늘어온 데다 질도 악화되는 추세여서 부실 증가 우려는 여전히 큰 편이다. 

기업부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화되던 채무상환능력이 2013년 들어 개선되었다. 2012년 2.6까지 하락했던 비금융 상장기업의 이자보상배율(중앙값)은 3.2로 상승했다. EBITDA/차입금 배율도 0.20에서 0.33으로 높아졌다. 문제는 부실위험이 높은 한계기업이 여전히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3분기까지 실적을 보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이자보상배율 1 미만), 차입금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의 3배 이상으로 차입금 부담이 과중(EBITDA 대비 차입금 배율 3 초과)하여 투기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 한계 기업의 비중은 2010년 19.6%에서 25.7%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차입금 비중도 10%p 상승한 34.5%에 이르러 기업대출금 중에서 1/3 정도가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그림 8> 참조). 

2013년 9월말 기준 한계기업의 평균 차입금 규모는 7,951억원으로 2007년말에 비해 3.4배 증가했고, 정상기업의 5,226억원에 비해 1.5배 정도 크다. 또한 비금융 상장 한계기업 중에서 82%가 대기업 범주에 속하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다. 한계기업이 대형화되면서 특정 기업의 부실이 파급되는 상대적인 영향력이 커진 셈이다. 게다가 이 기업들은 회사채로 부채를 조달한 비중도 높아 특정 기업의 부실이 자본시장 전체로 확산될 위험도 있다. 

가계부채 질적으로 악화 

가계부채도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은행권보다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그림 9> 참조). 2012~2013년 중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2%대였으나 비은행권 대출증가율은 연 8~9%였다. 은행권 대출이 용이하지 않은 저소득자,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비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전체 가계대출 중에서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말 40% 수준에서 2013년 9월말에는 절반에 육박했다. 가계부채의 위험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충격에 따라 가계 및 기업 부채가 부실화될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세계경제 급락에 따른 급격한 경기침체가 발생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일시에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증가하면서 신용경색이 유발되어 경기침체가 더욱 가속될 우려가 있다. 

현재로서는 유럽재정위기나 미국경제의 더블딥 및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 세계경제 불안요인이 과거에 비해 크게 완화된 상태다. 정책당국의 주택공급 조절과 각종 부동산경기 부양정책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급락할 위험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이미 시작된데다 경기회복세로 인해 국내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향후 실적 개선이 소폭에 그치거나 금융시장에서 신용위험을 기준으로 자금조달의 차별화가 심해질 경우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투자활동을 현금흐름 이내로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늘면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나가려 하는 가계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 문제가 위기 상황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투자를 약화시키고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8. 급등락 위험 확대되는 환율 
  

2014년에도 원화환율의 향방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투자자금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해 말 시작된 미연준의 출구전략이 어느 정도의 속도와 강도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양방향으로의 위험이 모두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출구전략 자체는 달러강세 요인이다. 연준이 예정하는 기나 긴 출구전략의 초입에서 빠르고 강도 높은 실행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이 흘러가는 방향에 있어서는 지난 해에 이어 2014년에도 작지 않은 규모의 대미 환류가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회복 및 금리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유인이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이러한 흐름은 원/달러 환율에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 연준의 출구전략이 예상 밖으로 속도를 낼 경우 신흥경제권은 다시 한 번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거 유출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7월과 유사한 불안양상이 재연될 수 있다. 여타 신흥국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는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강한 상승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대북 리스크가 불거지고, 특히 엔저로 인한 수출경쟁력의 훼손이 심각해지면 외국인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 등을 돌리면서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흐름이 가시화될 수 있다. 

이 경우 금융기관이 조달한 외화자금에 대한 상환 및 만기연장을 둘러싼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기가 돌아온 단기외채에 대해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신규조달에 대한 금리부담이 커질 수 있다. 만기상환 압력이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가 느닷없는 불안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점증하고 있는 기상이변이나 질병과 같은 자연재해와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식량 및 원자재의 공급차질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결부될 경우 국내물가에 주는 부담은 상당히 클 전망이다. 

환율갈등 고조되면 달러당 1,000원 선 붕괴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준이 강하고 적극적으로 출구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경제의 회복세 지속을 낙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원화가치는 오히려 가파른 절상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신흥국들 가운데 우리경제의 안정성과 복원력에 대한 평가는 과거에 비해 월등히 개선되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실물경제 측면에서 안정적인 외화 수급구조를 지니고 있고, 외환보유액 확충, 외환건전성 규제 도입을 통해 급격한 자본유출입의 충격에 대한 대비도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문제는 국내외 정책환경의 급변으로 인한 원화가치가 우리경제의 펀더멘털 이상으로 절상되는 경우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유로존과 일본이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인도 등 일부 신흥국들의 환율불안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달러화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의 환율이 약세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 나타날 수 있다. 정책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경기를 살리고 환율절상압력도 완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헝가리나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 걸쳐 이미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국통화의 강세를 경험하게 될 미국의 주도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들에 대한 환율절상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등이다. 중국의 경우 과거 고성장기에 비해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된 데다, 외환시장에 대한 정책당국의 통제능력도 대단히 강하다. 대만이나 말레이시아도 우리나라보다 금융시장의 규모나 개방도가 덜하다. 그렇게 되면 국제적인 절상 압력과 그러한 기대에 투자하는 자금이 일거에 우리나라의 원화로 집중되면서 달러 당 1,000원선이 붕괴될 수도 있다. 

명목환율의 절상이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닌 국내외 정책환경의 급변에 의한 것일 경우에는 심각한 후유증이 뒤따른다. 2014년 우리경제에 있어서도 원화가치의 빠른 절상으로 인해 수출경쟁력의 약화와 함께 실물경제 활력 저하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생산과 고용, 소비지출이 동반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경상수지는 불황형 흑자를 이어가는, ‘일본식 불황’의 초입일 수도 있다. 외환시장의 급변동을 완화하는 한편, 원화가치가 중장기적으로 적정한 수준을 과도하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맺음말 
  

지난 몇 년간에 비해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리스크 요인은 줄어들었다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경기회복 흐름이 그다지 굳건하지 않고 이 흐름을 해칠 수 있는 불안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경제정책의 목표는 경기 안정화와 반등이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살아나면서 자산시장이 안정되고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고, 이것이 세수 증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는 선순환구조가 나타나기를 바란 것이다. 경기회복은 각국 정책의 목표인 동시에 위기의 후유증을 지울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인 셈이다. 

세계경제가 기나긴 부진에서 벗어나 완만하나마 회복세로의 전환을 이끌어낸 상황이다. 만일 이러한 흐름이 연결되지 못하고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인다면 이는 단순히 순환적 차원의 일시적인 경기저하라기보다는 세계경제가 긴 위기를 벗어나는 로드맵에서 이탈함을 의미할 수 있다. 특히 유로존 등 선진국의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아베노믹스가 좌초할 경우 세계경제는 다시 한 번 깊은 침체를 경험하면서 회복에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선진국들의 수요 증가를 기다리던 신흥국들의 상황도 더욱 악화될 것이다. 

세계 각국도 이러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신중한 출구전략은 아직은 양적 완화를 지속하겠다는 데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재정확대와 금융완화 지속 및 유로존의 추가적인 통화완화 가능성도 결국은 경기부양기조를 가능한 한 길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자금유출 우려가 적은 신흥국들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될 경우 우리경제도 추세적인 성장세 하락의 늪에서 헤어나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더욱 늦추어지면서 경제여건에 비해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절상될 수 있으며, 더딘 소득 개선으로 인해 가계 및 기업부채의 부실화 위험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결국 우리로서도 현재의 경기회복세를 유지 강화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 동안 위기관리에 중점을 두어 온 정책스탠스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세를 탈피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먼저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요부진이 국내 물가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비해 디플레이션의 폐해가 비대칭적으로 크다는 점에 유념해 긴축 전환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교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 자금시장 및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제2의 외환보유고라 할 수 있는 주요국과의 통화스왑 규모 확대 및 국가신용등급 개선 등을 통해 국제금융시장 혼란에 휩쓸리지 않고 차별화된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구조적인 절상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특히 우리 경제의 질적 전환과 저성장세 탈피의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장세를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을 늘려 원화절상압력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국내외 경기가 회복기인데다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글로벌 리스크도 비교적 작은 지금이 중장기적 안목에서 성장 비전을 설정하고 추진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적기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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