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고용 증가, 경기 못지 않게 공급 요인이 주도

LG경제연구원 '가파른 고용 증가, 경기 못지 않게 공급 요인이 주도'

취업자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실물경기 회복세가 반영되면서 상용직 근로자가 고용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여성 및 고령층의 노동시장 재진입이나 은퇴연령층의 노동시장 잔류 등 노동공급 측 요인도 크게 기여하였다. 
  
국내 고용이 뚜렷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1, 2월 평균 취업자수가 전년동기대비 77만명 증가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10년 1월~2014년 2월)의 평균 증가폭 41만명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다. 물론 지난해 1분기 취업자수가 2천4백만명으로 다소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 10만명 내외는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60만명 내외의 매우 높은 취업자 증가세가 1~2월에 나타났으며, 고용률(계절조정 기준)도 상승하여 2008년 1월 이후 6년만에 60%를 상회하였다(<그림 1> 참조).
다만 실물경기의 회복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의 높은 고용 증가세라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분명 작년 하반기 이후 실물경기회복에 따른 노동수요 증대가 취업자수 증가를 이끌고 있지만, 고령 및 여성 계층의 노동시장 진입, 은퇴 연령층의 노동시장 잔존 등 노동공급 측 요인도 고용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로는 크게 4개 산업 부문이 고용증가를 이끌고 있다. 도소매업 취업자가 전년동기대비(1, 2월 평균) 15만4천명 증가하였고, 숙박 및 음식점,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제조업 등이 각각 10만명 이상의 취업자 증가세를 보였다(<그림 2> 참조). 제조업 부문의 고용증가세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나, 그 밖의 고용 증가가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저부가가치 생계형 서비스 부문과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같이 정부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고용증가의 한계점도 보인다. 
최근 고용 회복의 긍정적인 측면과 한계점을 짚어보기 위해 고용증가세를 이끈 4개 부문을 중심으로 좀더 세부적인 특징을 살펴본다. 
  
상용근로자, 신규유입 증가는 긍정적 

작년에 이어 임금근로자, 특히 상용근로자(고용계약 1년 이상)가 고용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임금근로자는 약 74만명 증가하면서 전체취업자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73.7%로 작년 대비 1.1 %p 상승했다. 반면,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는 3만명 증가에 그치면서 비중은 작년 27.4%에서 26.3%로 감소했다. 상용근로자의 확대에 노동공급 측 요인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보기 위해 연령별, 근속년수 별로 고용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용근로자는 올 들어 65만명 증가하였는데, 50대 이상이 33만명이나 늘어 증가분의 52%를 차지하고 있다(<그림 3> 참조). 근속년수별로 분류하여 보아도 근속기간이 10년 이상인 근로자의 증가가 18만명으로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만 보면 50대 이상이 15만명 증가하여 증가분의 79.6%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장기근속자의 유출 감소로 인한 상용근로자 증가 현상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30세 미만 청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1년 미만 신규 취업자수도 7만명 증가하여 작년 상용근로자가 중장년에서만 늘어나던 양상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상용근로자 비중이 71%(2014년 1,2월 기준)로 높은 제조업만을 좀더 살펴보면, 앞의 전반적인 특징들이 유사하게 관찰된다. 제조업 상용근로자도 50대가 9.6만명 증가했고,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6.7만명 늘어 고용 확대를 주도했다. 반면 30대 미만 청년층은 4천명 증가에 그쳤다. 1년미만 신규취업자 수가 5만명 증가했다는 점에서 신규유입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1년 이상 근속자 중 청년층의 유출도 빠르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자영업자 조정 여전히 진행 중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2011, 12년에는 자영업자수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특히 노후대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고령층 인구가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흡수되었다. 그렇지만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전통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산업에 집중되면서, 경쟁환경이 더욱 열악해짐에 따라 작년에는 자영업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조정국면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자영업자 조정이 다소 완화된 것이 최근 고용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중순(5~7월) 전년동기 대비 11만명씩 감소하던 자영업자수는 올해 감소 폭이 2만명으로 크게 축소되었다. 작년에 전 연령에서 자영업자수가 줄어든 반면 올 들어서는 30세 미만 청년층과 50대 이상 고령층에서 회복되는 모습이다(<그림 4> 참조). 

다만 자영업자 조정이 일단락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자영업자가 가장 많은 도소매업은 올해에도 취업자가 월평균 2.2만명 감소했고, 건설업 3.4만명, 기타개인서비스업 3.2만명, 부동산 및 임대업 1.1만명 등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산업부문에서 여전히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자영업 진출 유인이 지속되고 있다. 은퇴연령이 늦추어지더라도 고령층의 인구수는 계속 늘고 있다. 임금근로 형태로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자영업 창출이 활성화되지 않는 한 최근 2~3년동안 나타났던 자영업자 증가, 경쟁심화 후 자영업자 재조정이라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자영업이 활발하게 늘어난 부문은 운수업과 음식숙박업 등 여전히 생계형 서비스 부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작년에도 이들 부문은 다른 연령계층에서 감소한 반면 50대 이상은 2.3만명씩 순증하였고 올해도 각각 3.4만, 3만명씩 증가하는 모습이다. 

자영업자 고용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측면은 고부가가치 영역의 자영업자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에서 교육서비스, 출판영상방송정보서비스, 여가관련서비스, 제조업 부문 등에서 자영업자수가 증가하였다(<그림 5> 참조). 고령층과 달리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운수업, 음식숙박업, 도소매업의 청년층 자영업자 수는 모두 줄어드는 모습이다. 2012년 청년 창업이 주로 도소매업에 집중되었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는 분명 긍정적인 모습이다. 
  
여성고용은 50대,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에 집중 

여성 고용의 증가세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1, 2월(평균) 여성 취업자수는 전년동기대비 35만명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의 증가폭 26만명보다 더욱 늘어난 수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져 가고 있으며, 시간선택적 일자리 등 정책 설계 및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여성 고용이 늘고 있는 부분은 여전히 취약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로 보면 교육서비스, 전문사업서비스 부문에서 각각 3.4만명, 3.2만명씩 증가하기도 하였지만, 여성 고용이 가장 크게 늘어난 부문은 저부가가치 서비스 영역인 도소매업과 보건사회복지 서비스부문으로 각각 8.7만, 8.4만명씩 증가하였다. 연령별로는 50대 취업자 증가가 17만명으로 여성고용 증가의 48.2%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성고용이 크게 늘어난 사업부문 중 사업전문서비스만이 3, 40대 고용이 50대를 능가하고 있고, 나머지 산업들은 대개 50대가 주도하는 모습이다. 

여성고용 비중이 81%로 특히 높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부문도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그림 6> 참조).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부문의 고용을 고령층이 주도하는 현상은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복지 수요의 증대, 정책 지원 확대 등으로 이 부문의 노동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다, 무상보육 정책효과로 50대 이상 보육교사가 크게 늘어난 것도 고령 여성층의 진입을 쉽게 만든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률을 웃도는 고용회복세 당분간 이어질 듯 

최근의 고용 증가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경기회복을 반영하고 있어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전산업에 걸쳐 상용근로자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작년과 달리 1년 미만의 신규유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청년층의 상용근로자 수도 증가하였다. 고부가가치 산업부문에서 자영업자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청년층에서 이러한 양상이 더욱 부각되는 특징을 보였다. 

그렇지만 최근의 고용증가는 노동공급 측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의 경기부진 속에 인구구조적 변화와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고령층과 여성층의 경제활동 참가가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자영업 창업보다는 임금근로 형태로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경향이 보이며, 이들 계층의 고용이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부문도 대부분 저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다. 

1, 2월 고용증가에 나타났던 기저효과나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증가 요인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노동공급 측 요인들이 고용증가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여 2000년대 평균보다 높은 고용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회복을 이루지 못하는 한 이러한 고용회복세는 결국 국민경제 전체로 볼때 일자리 나누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