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IMF 5년, 기업내실을 해부한다' 2002.11.27
외환위기 이후 5년간 국내기업의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수익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외부환경 개선에 의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컸으며 투자와 판매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12월 3일 IMF와 자금지원에 합의한지 5년이 지났다. 외환위기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우리경제는 아직도 해결하여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으나 외환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한 모범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1998년 -6.7%까지 하락했던 경제성장률은 1999년 10.9%로 상승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6.1%의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들의 연쇄도산과 인력구조조정으로 6%대까지 높아졌던 실업률은 최근 2%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30%를 넘어섰던 회사채수익률은 5%대로 하락했고 달러당 2,000원에 육박했던 원화환율은 1,200원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투기등급으로 하락했던 국가신용등급은 올해 들어 A등급을 회복했으며, 1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가용외환보유고는 2002년 11월 중순 현재 1,183억 달러로 늘어났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경제주체별로 다양하게 전개되었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기업이었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였고, 살아 남은 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에 나타난 변화를 경영성과와 재무구조를 중심으로 지난 5년간의 발자취와 현재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말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396.3%에 달했다.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였다. 정부는 부채비율 축소를 기업구조조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기업들도 자산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2002년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997년말의 1/3 수준인 135.6%로 낮아졌다. 미국 제조업체의 162.1%, 일본 제조업체의 15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부채상환능력의 개선
국내기업의 부채상환능력도 개선되었다. 국내 제조업체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1990년대 들어 외환위기 이전까지 1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간신히 부담했던 것이다. 따라서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자금조달에 의존하여 투자를 하면 할수록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내 제조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1998년 0.68배, 1999년 0.96배로 낮아져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은 빠르게 개선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제조업체의 이자보상배율은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6배로 높아졌다.
수익성 개선
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수익성 중시의 경영풍토가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기업의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되었다. 영업활동의 전체적인 수익성은 투하자산수익률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2002년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투하자산수익률은 10.3%를 기록하여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투하자산수익률은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투하자산회전율과 영업활동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로 분해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의 투하자산회전율은 1999년 1.0회를 기록한 이후 상승하기 시작하여 올해 상반기에는 1.3회로 높아져서 자산운용의 효율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업활동의 수익성도 높아져서 국내 제조업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8%를 기록하여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1997년과 비교하여 매출액영업이익률에 비해서 투하자산회전율의 개선 정도가 커서 저수익자산의 매각과 같은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자산운용의 효율성 재고가 수익성 향상에 더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투하자산수익률이 상승하면서 2002년 상반기에는 투하자산수익률이 시중금리 수준을 상회하였다. 투하자산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도 낮다는 것은 투자활동에 필요한 자본조달 비용보다도 투자, 생산 등 영업활동에서 얻고 있는 수익이 더 낮음을 의미한다. 1998년 투하자산수익률은 회사채수익률에 비해서 8.7%p가 낮았다. 이후 이러한 격차는 꾸준히 축소되었으며 2002년 상반기에는 투하자산수익률이 회사채수익률에 비해서 3.3%p 높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투하자산수익률이 회사채수익률보다 높아졌다. 이제는 국내기업들도 영업에 필요한 투자활동을 통해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치창조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보다 재무구조는 건전하고 수익성은 높아져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국내기업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올해 들어서는 미국이나 일본 기업에 비해서 국내기업의 수익성이 더 높아졌고 부채비율은 낮아졌다. 국내 제조기업의 올해 상반기 투하자산수익률은 10.3%이었다. 이는 미국의 6.1%, 일본의 3.4%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것이다. 투하자산회전율에 있어서도 국내 제조기업이 1.3회이었는데 미국과 일본 기업은 1.1회이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국내 기업이 7.8%이었는데 미국이 5.7%, 일본이 3.0%이었다. 따라서 올해 들어 수익성은 미국이나 일본 기업을 능가하고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국내기업은 부채비율(135.6%)에 있어서도 미국(162.1%)이나 일본(151.7%) 기업에 비해서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이자보상배율은 2.6배로 미국의 2.8배, 일본의 4.7배에 비해서는 낮아 단기적인 부채상환능력은 미국이나 일본 기업에 비해서 여전히 뒤지고 있다.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부채비율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이유를 살펴보자. 이자보상배율은 매출액영업이익률과 금융비용부담율로 분해할 수 있으며, 금융비용부담율은 차입금평균이자율, 차입금의존도, 자산회전율로 다시 분해할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매출액영업이익률과 자산회전율이 높을수록, 차입금평균이자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낮아질수록 높아진다(이자보상배율의 분해에 대해서는 박상수, ‘부실기업 판정기준으로서 이자보상배율의 타당성’, 주간경제 592호, 2000.10.11 참조).
국내기업의 수익성이 미국이나 일본 기업에 비해서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것은 금리부담이 크고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으나 올해 상반기 국내제조업체의 차입금평균이자율은 8.2%로 미국의 6.4%, 일본의 1.9%보다 높았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국내 제조업체의 차입금의존도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으나 2002년 6월말 현재 국내 제조업체의 차입금의존도는 33.0%로 미국기업의 27.7%, 일본기업의 30.0%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미국기업의 부채비율이 국내기업에 비해서 높은 것은 부채 중에서 리스나 연결재무제표상 타인자본으로 간주되는 외부주주지분과 같이 차입금이 아닌 부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기업의 경우에도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부채와 같이 차입금이 아닌 부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지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의 비중이 높아서가 아니다. 따라서 국내기업의 부채비율이 미국기업이나 일본기업에 비해서 낮아졌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에 대한 의존도가 더 낮아진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제조업체의 차입금 총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올해 6월말 국내제조업체의 차입금은 186.3조원으로 1997년말에 비해서 1/3정도가 줄었다.
높은 단기차입금 의존도
국내기업은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차입금의 구조에 있어서도 미국이나 일본 기업에 비해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의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으나 차입금 중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제조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1997년말 54.2%에서 2002년 6월말에는 33.0%로 21.2%p가 줄었다. 그러나 차입금 중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1%에서 47.8%로 2.3%p 줄어드는데 그쳤다. 따라서 전체 차입금 중에서 단기차입금이 여전히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기업이나 일본기업의 경우 차입금 중에서 단기차입금의 비중은 크지 않다. 올해 6월말 단기차입금 비중은 미국기업이 21.1%, 일본기업이 38.9%로 국내 제조기업에 비해서 낮았다. 차입금 중에서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을수록 급격하게 금융환경이 변화할 경우 단기간에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압력이 높아질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국내기업은 미국기업이나 일본기업에 비해서는 여전히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영환경 개선에 따른 수익성 개선
올해 상반기 국내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본질적인 영업활동에서의 수익성은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서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높아졌지만 외환위기 이후인 1998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는 평균 6.7%로서 1990년부터 1997년까지의 7.2%에 비해서 높지 못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매출액경상이익률과 매출액순이익률은 크게 개선되었다. 따라서 최근의 실적 개선은 금리하락이나 원화절하와 같은 외부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여 최종적인 경영성과의 질에는 문제가 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의 커다란 개선 없이 매출액순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것은 외부경영환경이 악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하자산수익률로 측정한 기업의 전체적인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영업활동에 필요한 자산의 감소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1999년에 3.0%, 11.9%가 증가했던 투하자산은 2000년과 2001년에 3.0%, 1.1%가 줄어들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익성이 낮은 자산의 매각으로 기업 전체적인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보수적인 경영행태로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수익의 원천적인 기반인 투자와 매출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내부자금에 의존하는 보수적 경영 관행이 자리를 잡으면서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이러한 투자위축 현상이 지속되면서 성장기반이 약화되면 향후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성장기회를 활용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수익성 개선과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주력해야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5년이 지나면서 재무구조는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수익성도 미국기업이나 일본기업에 비해서 높아질 정도로 개선되었다. 불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을 생각할 때에 외환위기 이후 우리기업이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에 얼마나 노력하였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활동은 여전히 위축되어 있으며 경영실적 제고는 외부환경의 개선에 기인하는 바가 컸다. 재무구조에 있어서도 표면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개선하여야 할 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기업은 무엇보다도 수익성 유지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수익성을 높이고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더욱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재무구조를 더욱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내기업의 재무구조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차입금, 특히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재무구조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차입금 구조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투자를 할 경우에는 사전에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수익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의한 경영이 필요하다.
올해 국내 기업은 세계경기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내수를 바탕으로 한 국내경제 성장에 힘입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등 대외불안 요인에 더하여 국내경기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업은 과거 5년간의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내실경영, 수익성중시 경영을 통해 재무구조와 경영성과의 지속성을 확보하여 어떠한 외부적인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은 튼튼한 기초를 마련하는데 더욱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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