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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스마트폰의 두뇌가 자동차에 이식되기 시작하고 있다'

자동차에 전장 부품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ADAS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plication Processor(AP) 업체들은 모바일 AP의 적용 분야를 자동차까지 확대하기 시작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ADAS의 도입으로 자동차와 IT 산업간 협력과 경쟁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서 모바일 AP 도입으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수도 있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ADAS 

2012년 출시된 Tesla의 Model S는 대용량 배터리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고, 태양광 발전을 통한 충전 시스템을 사용하는 등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한 전기자동차로 잘 알려져 있다.  Model S는 전기자동차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대형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자율 주행을 위한 센서 등 편의와 안전을 위한 첨단 전장 부품들도 다수 탑재하고 있어 향후 자동차의 발전 모델을 제시해주었다. 

Model S와 같이 자동차 탑승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자동차 전장 부품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은 전장 부품들이 자동차에 장착되고 있고 앞으로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자동차 전장 부품의 시장규모는 2012년 210조원에서 2020년에는 3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다양한 전장 부품들 가운데서도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크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ADAS 관련 부품들이다. 이들 전장 부품들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높은 시장 성장성과 더불어 자동차 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조를 이루는 파워트레인(Powertrain), 섀시(Chassis), 차체(Body), 시트(Seat) 등의 구조는 지난 20여년간 형태가 크게 변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ADAS는 이전의 자동차 구성 요소들과 달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990년대까지 주로 오디오 기반의 단순 음향 기기로 구성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내비게이션의 적용이 크게 늘어났으며 최근 들어서는 대화면, 고화질 디스플레이 탑재 증가, 외부 및 내부 기기와의 연결을 위한 Connectivity 장치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ADAS에서는 카메라, 레이더, 초음파 등 각종 센서들을 이용해 주행이나 주차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을 알려주는 장치들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운전자에 경보를 주는 단계를 넘어 차량이 운전자를 대신해 부분적으로 제동 및 조향을 제어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고, 향후 자율주행을 위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ADAS의 혁신적인 변화는 IT 산업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자동차 산업으로의 진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IT 업체들은 기존 영역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을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와 ADAS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ADAS에서는 카메라와 같은 영상인식 센서에서 인포테인먼트에서는 대형 디스플레이 및 4G 텔레매틱스(Telematics) 등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영상 처리 기술 전문 업체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Mobileye)는 전 세계 자동차용 카메라에 들어가는 영상처리 솔루션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저널리스트 모모타 겐지는 “IT 기술의 발달로 IT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모든 요소가 IT산업의 지배를 받게 될 수 있다”라고 예상하고, “IT化 속도는 자동차 업체들의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바일 AP 업체, 자동차 시장 진입에 적극적 

IT산업의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모바일 기기의 핵심 부품인 Application Processor(이하 AP)를 제작하는 업체들도 자사의 AP 적용 분야를 자동차까지 확대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열린 2015 전미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이하 CES)에서 주요 모바일 AP 제조업체들인 NVIDIA, Qualcomm, Intel 등은 AP를 이용한 자동차용 솔루션들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었다. NVIDIA는 자사의 최신형 AP인 Tegra X1을 선보이면서, 기존 컴퓨터 그래픽용 제품들의 전시를 배제하고 오로지 모바일 AP를 활용한 자동차용 솔루션들만 전시해 향후 자사의 주요 전략 방향이 자동차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었다. NVIDIA는 3년전부터 주요 역량인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ADAS 및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개발에 들어가 어라운드뷰(Around View) 모니터, 디지털 클러스터(Digital Cluster) 등 다양한 자동차용 솔루션들을 선보였으며, 이미 Audi와 Tesla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자사의 모바일 AP를 공급하고 있다. 모바일 AP 시장의 선두 주자인 Qualcomm 역시 전시장에 자사의 모바일 AP인 Snapdragon을 탑재한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이며 자동차 시장에 대한 진출 의지를 드러내었고, 모바일에서 Qualcomm 등에 밀려 있는 Intel도 전시장 한쪽에 AP를 탑재한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모바일 AP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모바일 AP가 가지고 있는 빠른 그래픽 처리 능력 및 통신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LTE급 텔레매틱스 등과 같이 자동차에 장착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성능이 고도화되고, ADAS 확대에 따라 카메라의 영상 정보 처리 등 대용량 Data의 고속 처리 필요성이 증가하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Strategy Analytics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2013년 275억달러에서 2021년 41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 웨버 Strategy Analytics 부사장은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연구개발로 인해 고성능 프로세서·메모리·신호IC(집적회로)·카메라·센서 장치 등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과 스마트 디바이스와의 콘텐츠 연동 및 자동차 무선연결 등을 제공하는 반도체에 성장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바일 AP 시장에서 한 발 뒤쳐진 업체들은 이미 경쟁의 결과가 명확해진 스마트폰 시장보다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이미 독주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는 Qualcomm은 2013년 모바일 AP점유율에서 2위 업체보다 2배 가량 높은 점유율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그림 1> 참조). NVIDIA와 Intel은 상대적으로 뒤진 모바일 시장에서 앞선 업체들을 쫓아가기 보다는 시장규모는 아직 작지만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시장을 선점해 자사의 AP 사업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모바일과는 전혀 다른 사용 환경 

다양한 IT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은 모바일 산업과 차이점이 있어 자동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의 영향력이 아직 강한 산업이다. 모바일 AP 제조 업체들 역시 자동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은 전자·IT 업체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자동차 산업만의 특성이 있다. 

● 혹독한 사용 환경, 엄격한 안정성 

모바일에서는 용량이 제한적인 소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모바일 기기 안의 작은 공간에서 AP가 원활히 동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전력, 저발열이 모바일 AP의 중요한 설계 요소들이다. 하지만 자동차에서는 저전력, 저발열과 함께 모바일 기기 대비 가혹한 외부 환경에서 오동작 없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내구성 및 신뢰성, 안정성 등도 중요한 설계 요소들이다. 실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과는 달리 자동차는 대부분 실외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최저 영하 30℃에서 최고 영상 50℃의 극한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해야 하며,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날씨에서도 오류가 없이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의 대부분의 부품들은 안전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AP를 사용한 시스템이 운행 중에 잠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테스트를 거치고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개발 기간이 모바일 기기에 비해 길 수밖에 없다. 

● 2년 사용 VS. 10년 사용 

모바일 기기와의 자동차의 소비자 사용 패턴에도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자동차의 경우 10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자동차에 들어가는 AP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및 업그레이드에 어려움을 있을 수 있다. 또, 모바일 AP의 경우 매년 새로운 모델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성능이 좋아지고 신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자동차는 개발에만 약 2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신형 모바일 AP를 적용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출시했을 때에는 탑재된 AP가 이미 구식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자동차 생산 기간과 애프터 서비스 기간 동안 지속적인 AP 공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AP업체들이 자동차용 AP를 따로 생산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의 시장 규모가 아직 모바일 대비 작아 이들 업체들이 자동차 전용 AP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수 있다. 

● 기존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의 탄탄한 공급망 

모바일용 AP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기존 대형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인 Freescale, Renesas, Infineon STMicro, NXP 등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자동차 부품 공급망이 탄탄해 이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40.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내구성과 신뢰성을 중요시하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특성 때문으로 새로운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업체들의 Reference가 매우 중요해 신규 업체들인 모바일 AP업체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또, 기존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 역시 자동차에 사용할 AP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향후 기존 반도체 업체들의 AP와 모바일 AP업체들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 고사양보다 안정성 

지금도 일부 차량을 중심으로 모바일용 AP가 탑재되고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고 하지만, 아직 인포테인먼트 기기들이 고성능의 프로세서를 필요로 할 정도로 사양이 높지 않고, 외부와의 통신 연결을 위한 텔레매틱스를 장착한 차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모바일 AP가 자동차에 크게 확산되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고급형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AP의 동작 속도는 2~2.5Ghz인데, Model S에 사용된 AP인 Tegra3의 동작 속도는 아직 1.6GHz에 머물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점점 진화하여 Full HD을 넘어 QHD에 달하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기기는 아직 VGA나, HD급에 머물러 Full HD급 제품들은 거의 없다. 통신 속도 역시 스마트폰에서는 LTE를 넘어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5G 네트워크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자동차용 텔레매틱스는 최근 들어서야 LTE를 이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IHS가 2014년 10월 Tesla Model S에 사용된 전장부품들을 분해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Tesla는 모바일 제품을 설계하는 것처럼 자동차의 전장부품들을 설계해 모바일 AP 2개를 클러스터와 중앙 디스플레이의 그래픽 솔루션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IHS는 이들 솔루션을 차량용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자동차에 고성능 모바일 AP를 사용한 Tesla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인 동시에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너무 고성능의 AP 탑재가 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자동차와 모바일 융합 환경에서의 새로운 경쟁구도 

고성능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사용되는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아직까지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확산되지 않았지만, 안전과는 어느 정도 독립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안정성을 먼저 검증 받는다면 안전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ADAS에도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모바일 AP가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자동차 이용자들은 지금보다 발전된 다양한 기능, 3D 클러스터, AR HUD, 자율 주행 등을 차량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Google, Apple 등의 SW 업체들의 자동차 산업 진출과 맞물려 기존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되는 Android와 같은 모바일 OS가 자동차용으로 사용이 확대될 수 있으며, 다양한 모바일 Application들을 자동차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자동차와 모바일 환경의 융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기존 핸드폰 산업을 크게 뒤흔든 것처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ADAS의 도입으로 자동차와 IT 산업간 협력과 경쟁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서, 모바일 AP 도입으로 발생할 자동차와 모바일 융합 환경에서는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기존 플레이어들은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쟁자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변화를 신속하게 적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스마트폰 시대에 사라져 버린 Nokia와 Motorola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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