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TV시장 춘추전국시대, 글로벌 지각변동의 서곡'
TV와 그 연관 산업에서 중국 내수시장 판도가 중요해진 것은, 중국이 글로벌 최대 생산거점으로서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대화면 TV시장을 놓고 벌였던 LCD와 PDP 진영의 각축전에서 다소 불리할 것 같았던 LCD 진영이 최종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것도 중국 시장을 차지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중국 TV 내수시장이 2013년부터 파란이 일기 시작해 이젠 시장판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로컬 TV 생산체인의 ODM 경쟁력 향상과 더불어 인터넷 보급으로 전통 TV에 스마트 기능이 접목된 스마트TV가 급성장하자 새로운 시장참여자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때문이다. 샤오미 알리바바와 같은 IT 강자들은 물론, 광대한 회원망을 갖춘 콘텐츠 제공업체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를 대변하는 라이선스업체들까지 TV 시장 한 구석에 둥지를 틀고 있다. TV시장의 전통적인 브랜드들로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위기다. 과연 누가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유통채널의 이해와 소비자 가치 극대화란 두 가지 관점에서 어느 진영이 가장 유리한 입장인가를 분석했다. 전자의 경우,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통합화 추세 속에서 어느 TV 진영이 유통부문과 협조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가를 비교해본 것이다. 후자의 경우, TV라는 전자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점차 어떻게 ‘소비’하고 있으며, 이런 소비패턴 변화 속에서 그들을 만족시키기 용이한 TV 진영이 어느 쪽인지를 따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터넷 전용 브랜드 출시로 맞대응을 시작한 전통 TV 제조진영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로컬브랜드 TV의 글로벌시장 공략은 최근 몇 년새 눈에 띠게 늘어왔다. 세계시장의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서도 TCL 하이센스 창훙 스카이워스 콩카 등 중국 TV브랜드들의 LCD TV 수출실적은 두자리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중국 스마트TV 전쟁이 몇 개 브랜드의 승리로 좁혀지면 중국 TV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봇물이 터지듯 가속될 것이다.
< 목 차 >
1. ‘스마트 바람’ 덕택에 문턱 낮아진 TV시장
2. 중국 TV 소비행태 변화
3. 중국 고유의 ‘정책 변수’
4. 미래시장의 승자
5. 시사점
SF영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1977년에 처음 탄생했지만, 중국 대륙에는 38년이 지난 올해 6월에야 상하이국제영화제를 통해 상륙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중국 영화 팬들은 이미 스타워즈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외국 영화도 쉽게 볼 수 있는 상업 동영상 사이트가 곳곳에서 영업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유무료로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는 영화 TV 프로그램 외에도 풍성하다. 만약 이처럼 동영상 콘텐츠로 상당한 수익을 올려온 기업들이 TV 하드웨어 사업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콘텐츠와 이를 구매하려는 수많은 회원들을 확보한 기업들이라면, TV라는 최종 전달매체까지 확보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에 틀림없다.
스마트TV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위와 같은 구상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의 수많은 동영상 사이트 업체들은 이미 스스로 TV를 만들고 있다.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은 기업은 이들만이 아니다. IT 기업과 유선TV 기업들도 있다. 신규 진입자들의 위협 속에서 전통 TV 제조업체들 역시 맞대응을 시작해, 중국 TV 시장은 이미 혼전 양상이다. 누가 두각을 드러내 결국 주도권을 쥐게 될까. 이 싸움은 향후 글로벌 TV시장의 판도는 물론, 산업체인 상 연결된 디스플레이 업계 등에도 중대한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1. ‘스마트 바람’ 덕택에 문턱 낮아진 TV시장
① IT 기반 기업의 진출 : 자사 중심의 생태계 조성에 주력
휴대폰으로 중국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샤오미가 TV 시장에 또 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2013년 9월 스마트TV를 출시한 것이다. 47인치 2K 사양을 갖춘 이 제품 가격은 2,999위안에 불과했다. 당시 타사의 동일 스펙 TV 가격은 4,500위안 이상이었다. 뛰어난 가성비에 샤오미 특유의 온라인 마케팅까지 더해진 샤오미TV는 그 해 판매량은 18,000대에 불과했지만 전통 TV 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샤오미 TV의 탄생으로 TV란 하드웨어의 높은 가격을 지탱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그런데 샤오미가 이런 저가에 스마트TV를 판매한 것은 당장의 이윤을 추구해서가 아니었다. 샤오미 창립 멤버이자 TV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왕촨(王川) 부사장은 지난 9월 초 “샤오미TV 출시 이후 현재까지 계속 적자 상태다”라고 인정했다. 샤오미가 TV 사업에 뛰어든 진짜 이유는 스마트 생태계 구축에 있어 TV를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위해 계속 투자를 해왔다. 작년에만 25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런 와중에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TV를 그냥 놔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샤오미의 TV 산업 진출 이후 인터넷 기업들도 TV에 뛰어들었다.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샤오미는 직접 TV를 제조하는 길을 선택한 반면, 알리바바는 전통 TV제조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는 하이얼과 함께 자사의 ‘홈 생태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알리윈(阿里云)’ 스마트TV를 내놓았다. 또 올해 3월엔 유력 TV제조업체인 콩카(康佳·KONKA)의 인터넷 전용 브랜드인 KKTV에도 알리윈OS를 탑재시켰다. 8월에는 인터넷업계 경쟁업체인 텅쉰(騰迅·Tencent)과도 손을 잡고 화인문화산업투자기금(华人文化产业投资基金·China Media Capital)이 설립한 웨이징커지(微鲸科技·Whaley) 인터넷TV 브랜드에 공동 투자했다. 가정 내 거실시장을 장악하려는 알리바바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②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 : 기존 수익기반 안정화가 목적
러스왕(乐视网·Letv)의 인터넷 TV 브랜드인 ‘수퍼TV’는 종종 샤오미TV와 비교되곤 한다. 러스왕은 2004년에 설립된 중국 내 유명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중국에서 드물게 판권비용을 아끼지 않고 정품 콘텐츠만 고집하는 걸로 유명하다. 현재 중국 내 70% 이상의 영화 및 드라마 단독 방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TV를 출시한 가장 큰 목적이 ‘영상 산업과 스마트 디바이스에 기반한 생태계 구축’이라고 못박았다. 자신들의 콘텐츠를 보급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인 셈이다. 러스왕의 TV 가격은 ‘하드웨어 가격+러스왕 1~2년 연회비(연 490위안)’의 방식으로 책정된다. 만기 후 서비스 재연장은 소비자들의 선택사항인데, 장기계약을 통해 콘텐츠 수입을 안정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러스왕과 유사한 목적으로 스마트TV 시장에 뛰어든 기업으로는 PPTV, 바오펑잉인(暴风影音·Baofeng), 펑싱왕(风行网·Funshion), 아이치이(爱奇艺·iQIYI)가 있다. 유통업체나 전통 TV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점이 러스왕과 다를 뿐이다. 아이치이는 2013년 9월 TV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TCL과 함께 스마트TV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어 PPTV가 쑤닝윈상(苏宁云商·Suning)과 함께 올 7월 첫 스마트TV 제품을 내놨다. 같은 달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미디어 플레이어로 시작해 지금은 수많은 콘텐츠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바오펑잉인도 TV 제조에 뛰어들었다. 하이얼 산하의 물류업체 르르순(日日?·RRS)이 보유하고 있던 퉁솨이전기(统帅电器·Leader)의 지분 30%를 매입하면서 르르순과 공동으로 스마트TV회사를 설립했다. 퉁솨이전기가 하드웨어 생산을, 르르순이 유통채널을 담당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엔 또 다른 동영상 사이트인 펑싱왕도 중국 최대의 TV OEM 업체인 자오츠(兆驰·SZMTC)홀딩스, 하이얼, 궈메이(国美·Gome)와 자본협력 방식으로 합작하여 스마트TV를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③ 광전계(广电系) 라이선스 기업 : 기득권을 매출확대 기회로 전환
중국에서 TV 방송을 관장하는 정부 기관은 ‘국가신문출판 및 라디오TV총국(国家新闻出版广播电影电视总局, 이하 광전총국)’이다. 광전총국은 중국 공산당 중앙 선전부와 국무원의 직접 지도를 받는 기관으로 중국 내 모든 라디오, TV 등 미디어를 통해 나가는 콘텐츠를 관리, 감독한다. 동시에 특정 기업에만 방송 허가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통해 여론의 흐름도 관리한다. 광전총국이 부여한 라이선스를 받아 방송 콘텐츠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기업을 광전계(广电系) 기업이라고 부르는데, 광전계 기업은 다시 콘텐츠 제조와 콘텐츠 전송 등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각 지역 방송국이 대표적인 콘텐츠 제조업체이며, 지역 유선TV업체 등이 콘텐츠 전송업체를 대표한다. 대표적인 유선TV업체로는 베이징의 거화(歌华·BGCTV)유선, 상하이의 둥팡(东方·OCN)유선 등이 있다.
스마트TV 시대 진입 이후, 광전총국은 감독 편의를 위해 콘텐츠 제조 유형의 광전계 기업 7곳에 인터넷 TV 집성(集成)사업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이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업만이 인터넷TV 집성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모든 스마트TV 디바이스는 반드시 하나의 집성 라이선스 업체와 협력해야만 스마트TV를 생산, 판매할 수 있다. 현재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은 ▲중국인터넷TV방송(中国网络电视台·CNTV) ▲상하이 바이스퉁(百事通·Best TV) ▲저장 화수(华数·Wasu) 미디어 ▲후난방송(湖南广电·Hunan TV) ▲광둥 난팡미디어(南方传媒·SMC) ▲중국국제방송(国际广播电台·China Radio International) ▲중앙인민방송(中央人民广播电台·China National Radio) 등이다. 이 중에서 중국국제방송이 올해 5월 가장 먼저 스마트TV 시장에 뛰어들었다. 라이선스란 ‘특권’을 이용하여 산업체인 상하부의 기업들을 끌어모아 새로운 스마트TV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포석이다.
콘텐츠 전송 유형의 기업 역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거화유선은 올해 5월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 TV 전통기업들과 공동 연구개발 방식으로 스마트TV를 내놨다. 스마트TV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스마트TV 시대적 조류에 올라타 유선TV 회원 수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④ 전통 TV 제조기업 : 온라인 전용 브랜드 출시로 대응
스마트TV 영역에 신규 진입자가 급증하자, 위기감을 느낀 전통 TV 제조업체들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출시로 대응하고 있다. 2013년 9월 스카이워스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쿠카이(酷开·COOCAA)TV를 출시하고, 올해 4월에는 아예 별도 회사로 분사시켰다. 하이얼 역시 2014년 1월 인터넷 전용 브랜드 MOOKA를 출시했다. 하이센스도 2013년 4월에 인터넷 전용 브랜드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는 VIDAA 시리즈 스마트TV를 출시한 뒤 지난 4월 인터넷 전용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콩카는 신규 진입자 중 하나인 알리바바와 손잡고 KKTV를 출시했다.
전통 TV 제조업체들이 별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은 새로운 사업 방식을 탐색해보고자 하는 시도라 볼 수 있다. 또한 샤오미나 러스 등의 저가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신들도 저가 제품을 낼 수 밖에 없고, 지금까지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드 훼손을 막기 위해 별도 브랜드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림 1>을 보면 TV시장의 혼전 속에서도 전통 TV기업의 점유율이 여전히 높은 점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역시 러스, 샤오미 등과 백중지세의 모습이다. 신규 시장 참여자들의 성과는 중국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에 비해서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런 차이는 중국 소비자들의 TV에 대한 ‘소비형태’ 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2. 중국 TV 소비행태 변화
2010년 구글이 구글TV를 발표한 이후, 스마트TV는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 속으로 급격히 들어왔다. 그러나 중국 스마트TV의 가장 큰 한계는 소비자들이 스마트TV를 구입하고도 ‘스마트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기존의 TV 사용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AC 닐슨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개 1선도시 4만 명의 TV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TV가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86%의 소비자들은 방송국 방영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만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스마트TV의 본질적인 기능은 여전히 ‘TV 시청’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청 방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적잖은 트렌드 변화가 감지된다.
① TV 프로그램 시청시간 지속 감소
인터넷과 모바일 등 새로운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중국 TV 시청자들의 미디어 접촉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PC, TV에서 점차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의 하루 평균 휴대폰 이용시간은 TV의 1.7배다. 중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오락 방식은 더 이상 TV가 아닌 것이다. 중앙방송국 산하의 쒀푸루이(索福瑞) 미디어 연구기관(CSM)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 시청자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역대 최저인 161분을 기록했다(<그림 2> 참조). TV는 ‘유비쿼터스’ 영상의 시대에 오히려 소외될 위기를 맞은 것이다.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가 탄생한 바로 그 날부터, 기존 방송국은 시청자들을 빼앗기고 있다. CNNIC가 올해 7월 발표한 <제 36차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발전 현황 통계보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재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49%, 네티즌 수는 6억 6,800만 명에 달했으며, 네티즌의 약 70%가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의 약 50%에 달하는 15~44세 청장년의 TV 시청시간이 가장 짧은 점은 주목할만하다(<그림 3> 참조). 전국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들은 개혁개방 이후 성장한 계층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그러나 TV 방송국 콘텐츠로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들은 더 많은 해외 오락 프로그램, TV 드라마 등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원한다. 이들이 향후 TV의 주요 소비 계층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 TV가 제공할 콘텐츠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② ‘보는 TV’에서 ‘즐기는 TV(Playing with TV)’로
TV 프로그램의 일평균 시청시간 감소는 하루 중 필수적인 오락 수단으로서 TV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부 중요한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에는 사람들은 다시 TV 앞으로 모여든다. 가족, 친구들과 한데 모여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을 그저 보는 것뿐 아니라 공감 등 상호간 감정 교류를 하게 된다. 이 때의 TV는 콘텐츠를 방영하는 매개체라기보다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통해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
이런 모습은 월드컵과 같은 중요한 스포츠경기 중계나 중앙방송국의 설 전야 특집방송 춘제완후이(春节晚会)와 같은 생방송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중국 대륙의 TV 및 인터넷 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던 중앙방송국과 중국 인터넷 TV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멀티 디바이스 및 멀티 채널 시청 플랫폼을 제공했다. 즉, 시청자들에게 TV는 물론 기타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도 시청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도 평소와는 다르게 조 예선 경기부터 TV의 시청률이 뚜렷하게 높아지더니 결승 경기에서는 TV 시청률이 85%에 달했다. 유사한 상황이 올해 2월 중앙방송국의 춘제완후이 때에도 재연됐다. 당일 전국적으로 총 7.5억 명이 춘제완후이 첫 방송을 보았는데 그 중 6.8억 명이 TV를 통해 시청한 것이었다. 그 후 7일 간 재방송까지 본 누적 시청자 수는 10.8억 명이었는데 그 중 9억 명이 TV를 택했다.
이런 현상은 TV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준다. TV가 비록 더 이상 유일무이한 오락수단은 아니지만 가정생활과 그룹 사교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럿이 모여서 같이 보는 TV는 대화면의 고화질일수록 좋은 것이 당연하다. 향후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은 함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좀 더 고스펙의 TV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③ 다양한 채널의 콘텐츠 수요 존재
45세 이상의 중년 및 노년층의 경우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이 200분 이상이다. 이들은 방송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은 계층이다. 반면 젊은 계층은 인터넷상 동영상을 더 선호한다. 대부분의 가정은 여전히 한 대 정도의 TV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 가정 내에선 TV방송과 인터넷이라는 두 가지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병존하게 된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소가정에서도 다종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지난 해 국무원이 <체육산업 발전 및 체육소비 촉진을 위한 의견>을 통해 경기 중계권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던 것이 배경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 중요한 세계 스포츠 대회의 중계권은 반드시 중앙방송국과 협상을 해서 구매해야 했다. 다른 방송국이나 미디어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 규제가 완화되자, 많은 미디어들이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앙방송국의 시청률을 빼앗아 오기 위해 지방방송국도 적극적으로 고가 중계에 뛰어들었고, 시청자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아졌다. 문제는 러스 스포츠 등 인터넷 플랫폼들이 중계권을 획득했지만, 아직까지는 중국의 인터넷 속도가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기에는 느리다는 것이다. 중국의 2.09억 광대역인터넷 사용자들 중 실제로 8Mbps 이상의 속도를 누리고 있는 사용자는 58%인 1.22억 명에 불과하다(올해 8월 말 기준). 20Mbps 이상 사용자의 비율은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23%). 미국 최대의 콘텐츠제공 서비스업체인 아카마이(Akamai)가 올해 5월 발표한 전세계 인터넷 속도 순위에서, 중국은 평균 속도 3.4Mbps로 세계 82위에 머물렀다. 이 속도로는 제대로 된 스포츠 경기 생방송 시청이 어렵다. 따라서 젋은 연령층의 경우 원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TV 앞에 모여들 유인이 충분하다.
다만 변수는 중국 정부가 광대역인터넷망 보급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광대역인터넷 발전 계획에 의하면 2020년이 되어야 전국적으로 광대역인터넷망 설치가 완료되고, 도시는 50Mbps, 농촌은 12 Mbps의 속도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시기를 변곡점으로 TV의 우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④ 구매채널의 변화
TV 시청 습관이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의 TV기기 구매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구매채널이 등장한 때문이다. 샤오미와 같은 기업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뒤, 온라인 몰을 통한 TV 판매는 급속하게 늘어났다. 온라인 판매가 전체 TV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12년에 5%에서 올 상반기 25%까지 치솟았다. 온라인 판매 채널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줄곧 상승할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현황을 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소비자들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TV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도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판매대수 기준으로 보면 온라인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판매액 비중은 그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TV의 평균판가가 오프라인 쪽보다 낮다는 뜻이다. TV 제품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판매량을 가격대 별로 나누어 보면, 제품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4> 참조). 고가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여전히 직접 실물을 본 후 구매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TV 제품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량을 인치별로 나눠서 보면, 소비자들은 대형 인치일수록 여전히 오프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60인치 이상의 경우 오프라인 판매량이 온라인 판매량의 7배나 된다(<그림 5> 참조). 화면이 큰 TV일수록 가격이 높아지므로 대형 화면 제품은 고급 제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TV 구매 채널을 선택하는 원칙은 프리미엄, 고가의 제품은 오프라인 채널을, 저가의 제품은 온라인 채널을 더 이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TV 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50인치 이상의 TV제품은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소비 업그레이드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시장의 잠재력으로 인해 오프라인 채널이 앞으로도 TV 판매의 주력 채널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2014년 상반기 미디어 관련 조사기관인 아이리서치(iResearch)가 약 만 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의 소비자들이 TV 구매시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고려하며, 그 이유는 현장에서 체험, 문의해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최근 수년간 디스플레이 기술이 점차 성숙하면서 다양한 개념의 디스플레이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2K, 4K 등 해상도 차별화에 대한 용어에 익숙해지고 있어, TV 구매 전에 이러한 디스플레이 효과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여전히 중요한 것이다(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해 본 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이 같은 구매패턴은 TV 업체들이 앞으로 어떻게 유통전략을 세워야 할 지를 알려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함께 구축하고 융합하는 전방위 채널 구축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중국 소비자들은 TV와 점차 멀어지고 있지만, 일부 현실적인 한계와 감성적 요인들 때문에 TV 시청을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우며, TV 구매채널에서도 전통적인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 중국 고유의 ‘정책 변수’
TV 소비행태의 변화와 더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중국 정부라는 변수다. 여느 국가와 달리 중국에서는 특히 정부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다. 스마트TV도 예외는 아니다.
광전총국의 규제 강화
스마트TV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 TV기업은 공업정보화부가 관리 감독해왔다. 그런데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감독기관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광전총국이다. 대부분의 스마트TV는 판매 전에 이미 운영체제와 앱 등 콘텐츠가 깔려있기 때문에 광전총국이 스마트TV의 관리감독에 나서게 된 것이다. 2012년 11월 말 국무원은 <개정 인터넷 정보관리 판법(292호 문건)>을 통해 스마트TV를 라디오TV사업의 하나로 규정했는데, 이를 통해 광전총국이 스마트TV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 문건으로 감독권을 가지게 된 광전총국은 이미 <인터넷TV 라이선스 보유 기관 운영 관리 요구(181호 문건)>를 발표한 터였다.
181호 문건은 스마트TV 사업에 대한 규제조항을 명문화했는데, 한 마디로 모든 스마트TV는 집성 라이선스 플랫폼에 연결되어야 하고, 이 플랫폼을 통해서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라이선스업체가 TV의 모델 생산기업 등을 지정해 광전총국에 제출하면, 광전총국은 규정에 따라 심사한 뒤 해당 디바이스에 인증번호를 부여한다. 다시 말하면, TV기업이 스마트TV를 생산할 때마다 일일이 광전총국의 ‘신분 인증’을 받아야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형 스마트TV 생태계
TV 제조뿐 아니다. 광전총국은 181호 문건을 통해 스마트TV 플랫폼, 콘텐츠, 운영에 대해서도 자세한 규제를 나열해놓았다. 앞에서 집성 라이선스 업체만이 인터넷 집성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는데, 집성 플랫폼은 정부 허가를 받은 콘텐츠 서비스업체의 콘텐츠만을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7개의 집성 라이선스 업체는 콘텐츠 라이선스도 동시 보유하고 있고, 이들 외에도 장쑤위성, M1905영화망(중앙방송국 산하), 산둥인터넷방송국, 베이징방송국이 나머지 4장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스마트TV는 인터넷 TV 집성 플랫폼에만 연결될 수 있으며, 그 외의 방식으로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라이선스가 없는 다른 동영상 콘텐츠 업체는 라이선스 업체와 합자나 합작사를 세워 콘텐츠 심사 및 기술지원을 거친 뒤에야 자사의 콘텐츠를 스마트TV에 내보낼 수 있다.
181호 문건이, 집성 플랫폼이 일반 인터넷 사이트에 연결하는 것을 막아놓았기에 중국의 스마트TV는 플랫폼이 허용하는, 즉 중국 당국이 허가하는 사이트 외에는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원하는 APP을 다운받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문건은 또 집성 플랫폼이 일반 인터넷 콘텐츠 외 방송국 프로그램을 직접 방영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방송국 콘텐츠를 시청하려면 유선TV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등 또 다른 경로를 통해야 한다(<그림 6> 참고). 이 같은 규제는 셋톱박스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설정돼 있다.
작년 6월 광전총국은 181호 문건을 강화하기 위해 각 집성 플랫폼 라이선스 업체들로 하여금 모든 스마트TV 제품의 동영상 사이트 앱 및 인터넷 브라우저 앱의 다운로드를 막도록 했다. 위반 시 새로운 스마트TV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각 집성 라이선스 업체도 플랫폼 내에서 직접적으로 방송국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올해 7월 광전총국은 다시 한번 7대 라이선스 업체들을 소집해 스마트TV 관련 규정 위반 사항을 바로잡고 181호 문건 규정을 철저히 따를 것을 촉구했다.
광전총국이 이토록 스마트TV 관리감독을 중시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정확한 여론 방향의 유도라는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규제를 벗어난 동영상 소프트웨어가 정치적으로 유해하고, 음란하며, 저속한 프로그램을 TV에 방영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또 다른 목적은 광전계 기업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4. 미래시장의 승자
소비자 기호도 바뀌고, 정책규제도 강화되는 가운데 스마트TV 시장의 혼전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이 혼전의 승자는 언제쯤 분명해질까. 향후 스마트TV의 승패는 여러 요인에 의해 판가름 나겠지만, 본 고에서는 유통채널의 이해와 최종 소비자 고객가치란 관점에서 어느 진영이 더욱 효과적일 지를 따져보기로 하자.
① 유통업체들은 전통 TV 업체를 선호하게 될 전망
가전 유통업체 중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쑤닝과 궈메이 양대 전자제품 판매점이다. 그리고 온라인 유통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징둥(京东) 역시 유통업체로서의 지위가 뚜렷하게 상승했다. 이 세 유통기업들의 부침은 제조기업들의 발전전략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징둥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20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을 주로 공략했던 궈메이는 2012년 6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온라인 채널의 급속한 성장과 오프라인의 몰락이 뚜렷한 대비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자극 받은 쑤닝은 2013년 상반기 회사명을 ‘쑤닝윈상’으로 개명하고 대대적인 방향전환에 나섰다. 온라인을 중점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당 해에만 106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했다. 또 온라인-오프라인 동일가격 전략을 내놨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두 플랫폼이 통일적으로 구매를 진행했고, 특히 온라인 채널에 자원을 더 쏟아 부었다. 반면 궈메이는 창업자인 황광위(黄光裕) 전 동사장이 옥중에 있었던 탓인지, 온라인 채널이 가져온 충격에도 보수적인 대응전략을 택했다. 오프라인 위주의 전략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체험을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등 개선 노력을 펼쳤다. 의외로, 이 때의 보수적인 대응이 궈메이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안겨주었다.
쑤닝은 개혁 이후, 소비자들의 온라인 채널 선호도가 급속히 높아졌음에도 오프라인 채널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정용 전자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구매 전 체험을 여전히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쑤닝이 전략적 조정을 진행하던 몇 년 동안 궈메이의 순익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쑤닝은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었을 뿐 아니라 주요 사업에서도 적자가 계속됐다. 2014년과 올해 상반기에 부득불 토지사용권을 매각하고 나서야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주요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오프라인 매장 확충에 나섰다. 올해 2분기 5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한 징둥은 8월 43억 위안을 투자하여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융후이(永辉·Yonghui) 슈퍼마켓의 지분을 사들였다. 쑤닝은 9월 완다(万达·Wanda)와 손을 잡고, 향후 모든 완다 쇼핑몰에 쑤닝의 오프라인 매장을 입점토록 했다. 유통업체들이 다시 오프라인 쪽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향후 유통업체들의 추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동하는 ‘전방위 채널’ 모델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다시 오프라인 시장에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먼저 오프라인으로 직접 상품을 체험해보고 판매원과 상담해본 후 상품 구입을 결정하려는데 있다. 특히 TV와 같은 대형 전자상품은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TV에 대한 수요가 업그레이드되는 추세에,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더더욱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게 되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국내외 통계기구들이 발표한 TV판매의 온라인 비중은,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16~25%였고, 앞으로의 최대치도 30%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된다. 오프라인이 여전히 주가 되고 온라인은 부차적인 경로로 온·오프라인이 연동되는 모드가 될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다시 한번 오프라인 확장에 나섬에 따라, 그들은 더 많은 가전 기업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특히 일정 매출 규모를 가진 가전 기업들을 유치하여 자신들의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길 원했다. TV를 중심으로 하는 가정 A/V 제품이 각 유통업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0% 이상이다. 따라서 TV 기업은 여전히 유통업체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그러나 TV 시장의 신규 진입자들의 경우에는 유통업체들에게 환영을 받기가 어려웠다. 신규 진입자들은 대부분 온라인 채널을 중시하는 데다, 이들의 매출 규모 역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샤오미TV는 온라인 판매 채널이 샤오미가 줄곧 추구해오던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한 부분이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서만 원가를 더 절감할 수 있고, 저가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샤오미TV 판매량이 아직까지 100만 대 수준에 달하지 못하고 있고, TV 사업 자체가 계속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쑤닝이나 궈메이와 같은 대형 전자 유통점과 협력할 이유가 별로 없다. 반면 샤오미는 자체 온라인 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알리바바 계열의 온라인 점포인 톈마오에 플래그 샵을 개설했다.
TV 시장의 광전계 기업은 모두 이제 막 사업을 본격화한 상태로서 매출규모가 작아 유통업체들이 반길 리가 없다. 그들이 각각 자신만의 채널을 구축한 것이 그 증거다. 중국국제방송국의 CAN 브랜드는 자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선택했고, 거화유선 역시 자체 영업점을 활용한 오프라인 채널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거대한 TV 시장 내에서 이런 움직임은 큰 파장을 미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이들 기업의 유통채널 구축은 사실상 거의 백지 상태나 다름없다.
러스왕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퍼TV의 판매 대수가 약 100만 대로, 모든 신규 진입 플레이어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러스TV는 줄곧 적자 상태다. 러스에서 발표한 TV부문 자회사인 러스즈신(乐视致新)의 재무제표와 TV 판매량을 봤을 때, 러스는 올해 상반기 TV 한 대를 팔 때마다 평균 약 260 위안(48,000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들이 러스를 자신의 매장으로 초청할 유인도 자연히 감소하게 된다. 러스가 적극적으로 자체 오프라인 체험센터(Lepar)를 개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쪽은 매출 규모가 크고 적잖은 수익도 가져다 줄 수 있는 전통 TV업체들이다. 이들은 TV 첨단기술을 갖추고 있는 데다, 저가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제품라인이 다양하다. 현재 TV 시장에서 보이는 우위가 신규진입업체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통업체들로선 포기하기 어려운 ‘이익 공동체’인 셈이다.
② 신규 참여기업들, 고객가치 제고에 한계
TV시장의 플레이어들은 그 출신 배경에 따라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장점이 될 것인 것 아니면 단점이 될 것인지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지속적으로 고객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역량 측면에서 중국 TV시장의 플레이어들을 비교해보자.
IT 기반 기업
먼저 샤오미를 비롯한 IT 기반 기업을 살펴보자. 이들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제품의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진영 TV 사업이 수익을 내려면, 더욱 원가를 낮추거나 아니면 판매가격을 높여야 한다. TV독자기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원가를 절감하려는 경우, 이는 곧 더욱 저렴한 하드웨어 부품을 채용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소비자들로선 가성비 매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판가 인상을 선택해도 가성비 우위는 희석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온라인 채널에 있어서 몸집이 가볍다는 강점이 뚜렷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접할 수 있는 소비자 규모 자체가 매우 작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TV 생산 공급체인에 대한 장악력이 매우 약하다는 점이다. 출하량 규모가 작아서 상부 공급체인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다. 샤오미가 2번째로 내 놓은 TV모델(샤오미TV2)의 경우 공급체인에 문제가 생겨 예약을 받은 지 1달 뒤에야 제품을 고객에게 배송할 수 있었다.
반면 이들의 강점은 IT 업계에서 쌓아온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해 스마트TV 운영체제와 교육, 게임 등 기타 소프트웨어의 연계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직 미미하고, 광전총국이 이러한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감독 조치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장점이 될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콘텐츠 자원은 인터넷 동영상 기업이 TV 시장에 참여하게 만든 최대의 강점이었다. 러스를 대표로 하는 이들 신규 진입자들은 TV 출시와 동시에 ‘무료 하드웨어+유료 콘텐츠’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스마트TV 시대에 진입한 이후, 광전총국에서 허가를 받은 콘텐츠만이 스마트TV를 통해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7월 15일 광전총국은 스마트TV 라이선스 업체들에게 TV 콘텐츠를 규범화하고 불법 동영상 콘텐츠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바이스퉁은 플랫폼 내부에서 아이치이와 서우후(搜狐·Sohu)와 같은 사이트 앱을 다운받을 수 있게 해놓아 광전총국의 공개 지적을 받았다. 이 조치 이후 3일 동안 러스왕의 주가는 20% 폭락해 러스는 스마트TV의 콘텐츠를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6월 국무원 법제처는 <인터넷 등 정보 네트워크 전파 시청각 프로그램 관리 판법> 초안을 발표했다. 이 문건은 앞으로 스마트TV의 콘텐츠와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를 좌우할 최종적인 감독 문건으로 평가된다. 문건에서는 지급(地?)시 이상의 방송국만 인터넷 TV 콘텐츠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으며, 성(省)급 이상의 방송국만 집성 서비스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앞으로 상업 동영상 사이트는 콘텐츠 라이선스 및 집성 서비스 라이선스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광전총국이 스마트TV의 콘텐츠를 민영기업에 임의로 맡기지 않고, 향후에도 관리감독의 강도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러스 등 이 분야 TV 기업의 콘텐츠 강점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러스가 내놓은 ‘무료 하드웨어+유료 콘텐츠’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초창기 러스왕의 콘텐츠 연회비와 함께 러스TV를 구입한 소비자들 중 1년 후 계약을 갱신한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올해 9월 하순 러스가 발표한 3세대 TV에서는 이미 콘텐츠 연회비와 연동하여 TV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을 포기했다. 또 이들 진영 역시 프리미엄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체인관리 및 기술역량 등에서의 열세가 더욱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광전계 기업
광전계 기업은 광전총국의 우산을 쓰고 있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강점이 없다. 오히려 정부의 보호가 이들 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마저 종종 나타난다. 광전총국은 스마트TV의 콘텐츠 통제에 만족하지 않고, 운영체제에까지 손을 대려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광전총국은 중국 자체 개발 스마트TV 운영체제인 TVOS 1.0를 보급하기 시작했고, 유선TV회사들로 하여금 시범운영에 참여하도록 했다. 스마트TV 셋톱박스를 추가로 구매할 경우에도 TVOS 1.0 이외의 운영체제를 깔지 못하도록 했다. 올해 7월엔 또 TVOS의 시범운영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더 많은 유선업체들을 끌어들였다.
TVOS의 기술 수준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이미 다른 운영체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단기간 내에 TVOS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인터넷 TV 라이선스 업체와 유선업체들은 광전총국의 직속 계열로서, 그들의 TV제품은 앞으로 TVOS를 보급하기 위한 용병으로 차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들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전통 기업
전통 TV 생산 기업들은 TV 제조 기술의 누적과 공급망 관리에 있어서의 강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년간 쌓아온 판매량 규모와 브랜드 이미지가 가장 귀중한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이들의 기술과 품질에 대한 신뢰도도 가장 높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스카이워스 산하의 인터넷 전용 브랜드 쿠카이다. 쿠카이는 샤오미TV와 거의 동시에 세상에 나왔는데, 모 회사의 유통파워와 브랜드 강점을 활용해 올 상반기 샤오미의 두 배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통 제조업체들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콘텐츠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TV의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TV 앞에 앉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의 부족은 전통 TV 업체가 반드시 보완해야 할 약점이 되고 있다.
전통 TV업체들이 생산제조, 기술축적, 판매역량 등에서 장점이 있긴 하지만, 신규 진입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시장환경은 점차 저성장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전통 TV 제조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인터넷 전용 브랜드를 통해 인터넷 모델을 탐색하는 것 외에도, 콘텐츠 자원을 확대하고, 디바이스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스마트TV 콘텐츠는 모두 라이선스 업체와 협력하는 콘텐츠 제공업체에게 달려 있다. 풍부한 콘텐츠를 원한다면, TV기업들은 콘텐츠 라이선스 업체와 협력을 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사와야 한다. 이를 통해 상호 윈윈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스카이워스가 바로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스카이워스의 양광인허(央广银河) 플랫폼상의 주요 콘텐츠 제공 업체는 아이치이다. 지난해 8월 스카이워스는 아이치이와 중앙방송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마술쇼 프로그램인 <대마술사>를 협찬했다. 두 달도 되지 않아, 이 프로그램은 방송국과 동영상 사이트에서 총 3억 차례 노출됐다. 아이치이는 프로그램의 독점 공급자였고, 덕분에 스카이워스의 4K TV 매출 역시 늘었다. 올해 6월에 스카이워스는 텅쉰, 중국인터넷방송국과 협력하여 스마트TV의 영화 및 드라마, 게임, 음악의 세 분야 콘텐츠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스카이워스의 콘텐츠 분야에서 성공적인 확장은 자브랜드인 쿠카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카이워스와 달리 TCL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심지어는 광전총국까지 끌어들여 협력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TCL이 설립한 자회사 취안추보(全球播·GolLive TV)가 할리우드의 영화사와 협력하여 스마트TV 소비자들에게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광전총국 산하의 중국영화과학기술연구소가 TCL 자회사 취안추보와 영화 가정 배급 시범협의를 체결했다. 취안추보가 독점적으로 중국영화 가정 배급 플랫폼에 접속할 수 있게 하여 TV에서의 영화 배급 운영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이번 협의에서는 박스오피스 분장 방식을 채택하여 발행측, 취안추보, 디바이스 제조업체가 각각 50%, 35%, 15%씩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광전총국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TCL의 노선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심지어는 적극적으로 다른 TV 제조 업체들을 이 콘텐츠 플랫폼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동영상 콘텐츠 외에, TCL은 창훙(长虹·Changhong)과 함께 스마트TV 서비스업체인 환왕커지欢网科技·Huan)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 텅쉰 역시 올해 5월 5,000만 위안을 투자하여 지분 7.1%를 사들였다. 환왕커지의 주요업무는 협력 파트너와 함께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교육 등의 합법적인 정품 콘텐츠를 모아 TV 등 디바이스에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TCL은 게임 콘텐츠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 ATET와 같은 게임 플랫폼 및 제조사들과 협력하여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스마트TV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하이센스, 창훙 역시 TV 게임 및 TV 교육 등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TV 시대에 들어섰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고스펙 TV에 대한 수요를 숨기지 않고 있다.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TCL, 창훙 등 TV업체들은 OLED, 퀀텀닷(Quantum Dot)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을 TV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하이센스의 ULED와 스카이워스의 GLED 등이 대표적인 예로 ULED는 다분할 독립 백라이트 제어 기술 적용하여 LCD TV뿐 아니라 전자의료용으로도 확장하고 있으며, GLED는 스카이워스가 중국 내 자체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저소비전력 UHD TV구현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퀀텀닷을 채용한 ULED는 OLED와 비교시연을 하면서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스카이워스는 2012년부터 시청각 기술에 강한 대만의 IC 칩 제조업체 리얼텍(Realtek)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공동 연구개발을 해왔다. 그 성과로 올해 6월에는 HDR(High Dynamic Range) TV 칩을 사용, LCD 스크린 밝기를 900니츠(nits)까지 높인 제품을 출시했다. 화웨이 산하의 칩 제조업체 하이실리콘이 스마트TV 칩을 양산하기 시작한 후, 스카이워스는 처음으로 하이실리콘과 손을 잡고 64비트 CPU를 적용한 TV 제품을 내놨다. 구동칩과 스크린에 약한 중국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알리바바 등을 끌어들여 자체 개발한 OS 외에도 적극적으로 자사 UI를 연구개발하여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앱마켓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카이워스의 톈츠(天?) 시스템, 하이센스의 VIDAA 시스템, TCL의 환스상뎬(欢视商店) 등이 있다.
스마트TV가 가져온 무궁무진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들은 현재 스마트TV를 통해 제한된 동영상 콘텐츠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 니즈와 이미 다양화되기 시작한 콘텐츠 채널 등을 볼 때 콘텐츠 경쟁력은 TV 시장 경쟁에 있어 점차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 다툼 속에서, 유통채널과 첨단 기술 두 가지 핵심 경쟁력을 지닌 전통 TV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라이선스 및 콘텐츠 업체 및 IT 기업과 협력함으로써 정책제한 범위 내에서 콘텐츠 약세를 극복해간다면 향후에도 중국 TV시장의 주도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향후 중국 TV 내수시장은 정부가 적절히 제한을 둔 콘텐츠 범위 내에서 전통 TV강자들 중심의 생태계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다.
5. 시사점
바야흐로 중국 TV 내수시장은 ‘누구나 TV를 찍어내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고, 현재의 시장실적을 고려해보면 조만간 퇴출될 브랜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 경쟁을 통해 더욱 강력한 체질을 갖춘 강자가 탄생하고, 이들이 차후에 글로벌 시장경쟁에 나섰던 것이, 지난 30년의 중국 전자산업의 경험이었다. 현재 중국 스마트TV시장의 내수경쟁은 크게 보면 ‘원가 경쟁력 제고 + 콘텐츠 확보전’에 운영체제(OS) 싸움이 겹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경쟁에 휩쓸린 글로벌 TV 브랜드들은 10년전 시장위상에 비해 크게 열세에 놓여있다. 로컬 브랜드에 비해 가성비가 뛰어난 하드웨어를 내놓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다, 콘텐츠 확보전에서도 우위를 보일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텅쉰 샤오미와 같은 거대 인터넷 소프트웨어 기업이 중심이 된 ‘OS 보급’ 다툼에서도 큰 힘을 못쓰고 있다. 샤오미나 러스와 같은 신규 진영의 출현은 어느 모로 보나 글로벌 브랜드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TV시장인 만큼, 중국 내엔 이미 디스플레이 등 전후방 산업체인이 내재화돼 있다. 8.5세대 이상 디스플레이 패널만 해도 중국에 이미 5개 브랜드 11개 라인이 조업 중이거나 가동을 앞두고 있다. O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기업들의 기술도입이나 생산제휴에도 적극적이다.
TV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가성비 뛰어난 고스펙 TV가 계속 시장에 출시되면서 콘텐츠 접근성도 수월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중장기적으로 어느 TV 진영과 협력해 새로운 경쟁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할 지 중요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비교적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적 선택은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글로벌 TV 관련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중국의 전통 TV브랜드들이 앞다퉈 ‘콘텐츠 우군’을 확보해 시장확대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협력 경험은 향후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도 그대로 성공체험으로서 이식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중국 TV브랜드가 미국 영화 콘텐츠 기업과 제휴해 미국 전자 유통매장에 TV를 내놓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 대기업 중 미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대략 200여 개이며 이 중 IT분야만 90개 정도로 집계된다. 할리우드 등 선진국 콘텐츠 기업과의 연계 및 제휴 가능성은 기존 글로벌 TV시장의 강자인 한국 일본기업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로컬브랜드 TV의 글로벌시장 공략은 최근 몇 년 새 눈에 띠게 늘어왔다. 지난 8월 TCL 하이센스 창훙 스카이워스 콩카 등 전통 5대 TV브랜드들의 LCD TV 수출실적은 198만대로서 전년 동월보다 21%가 늘었다. 올해 4~8월 수출실적은 898만대에 이른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중국 스마트TV 전쟁이 몇 개 브랜드의 승리로 귀결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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