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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G2 리스크에 휘둘리는 원화 환율, 향후에도 변동성 위험 크다'


약세를 보이던 원화가 최근 급격히 절상된 것은 G2리스크가 일시에 잦아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금리인상을 전후로 다시 달러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의 흐름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리스크가 커질 경우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말 달러당 1,068원에서 9월 들어 1,200원선까지 크게 오르더니, 10월 들어서는 다시 1,120원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9월 29일 달러 당 1,202원을 기록한지 14거래일 만에 원화가 달러 대비 7% 이상 절상된 것이다. 이런 급격한 변동은 지난 몇 년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외환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원화 환율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물론, 실물 경제활동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원화 환율을 둘러싼 외환시장 여건을 살펴보고 향후를 진단해본다.


G2 리스크 커진 외환시장


사실 지난 수개월 동안 외환시장의 큰 변동을 겪은 것이 비단 우리 뿐만은 아니다. 몇몇 주요 선진국 통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통화가 비슷한 혼란을 겪었다. 미국 금리인상이 점점 다가오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대표되는 경기리스크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전자가 미국에 대한 투자유인을 확대시켜 강달러를 유발시킨다면 후자는 위험기피경향을 높임으로써 취약국가를 중심으로 한 통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이미 반영되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미연준의 스탠스에 따라 각국의 자본유출입은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올해 중반 들어서는 미연준 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연내 금리인상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달러는 강세, 다른 통화는 약세 압력을 받았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9월 FOMC에서 첫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발표한 것도 달러 강세 요인이었다.


여기에 중국 발 경기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신흥국 통화 약세는 더욱 심화되었다. 사실 이미 자원수출국들을 중심으로 불안이 재차 고조된 상태이기도 했다. 반등하는 듯 하던 국제유가가 4월말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위안화가 대폭 절하되는 등 중국 경착륙 우려마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 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 압력을 통해 자원수출국들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었다. 글로벌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으며 각국에서 자본유출이 발생했다. 아시아 및 중남미 신흥국은 물론이거니와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자원의존도가 높은 선진국도 큰 폭의 통화 절하를 경험했다.


약세를 이어가던 각국 통화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9월말에 들어서였다. 미국과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다시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고 제조업지수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IMF의 세계 경제전망치도 하향 수정되면서 대내외적으로 미국 경기가 금리인상을 서두를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이어서 나온 피셔 미연준 부의장의 “연내 금리인상은 예상일 뿐 약속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미국 금리인상 기대를 약화시켰다. 한편 중국은 9월 제조업지수가 호조를 보이고, 3분기 GDP도 연율 6.9%로 당초 예상보다는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 뚜렷해 지면서 향후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달러 강세, 기타 통화 약세를 이끌던 커다란 요인 두 가지가 동시에 약화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되돌려졌다. 지난 4월말 이후 달러 대비 12% 가량 하락했던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10월 들어 8.7% 절상되었고, 원화 역시 같은 기간 동안 11% 가량 절하되었던 것이 7.2% 강세로 반전되었다.


중국 불안 심화로 다시 나타난 원화의 신흥국 통화 패턴


통화가치가 크게 출렁인 국가들을 살펴보면 대체로는 이미 취약 신흥국으로 분류되었던 국가들이거나, 혹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경제구조적 문제가 불거진 국가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외환건전성 등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원자재 수입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원화의 변동폭이 큰 것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중국과의 연관성이다. 최근 외환시장 급변동의 배경에는 중국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증시의 급락과 같은 극적인 상황도 맞물리면서 실제 경제여건에 비해 심리가 더욱 심하게 위축되었을 소지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중국과 교역연관성이 높을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의 경쟁관계도 작용하고 있어 중국 경기둔화 및 위안화 절하의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큰 상황이다. 글로벌 자금흐름에서 중국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 역시 큰 폭의 등락을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요인이 커지면 원화가 다른 아시아 신흥국 통화들의 대용(proxy) 통화로 사용될 개연성도 더 늘어나게 된다. 사실 이런 현상은 원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점차 줄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거래가 의미를 가지려면 원화와 다른 아시아 통화와의 방향이 같아야 하는데, 지난 몇 년간 다른 신흥국 통화와 원화의 방향이 차별화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버냉키 쇼크 이후 2014년 초까지 이어진 신흥국 불안 당시에도 원화는 다른 아시아 통화들과는 달리 빠르게 안정세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요인의 영향이 커질 경우, 선진국/후진국 여부나 기존 건전성 지표의 차이보다는 중국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통화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화는 다시 여타 아시아 통화와 동조화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과거와 같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원화를 이용할 유인이 커지게 된다.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원화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또 다른 요인인 것이다.


정책적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통화정책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행의 금리동결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글로벌 각국이 통화완화를 이어가면서 우리나라 역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연속적으로 금리를 동결하자 향후에도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늘어나게 되었다. 최근 국내 3분기 GDP가 전기 대비 1.2%로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된 것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원화가치의 상승 폭도 더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외환정책 상의 제약요인도 있다. 원화가 절하될 때에는 외환시장 개입의 대외적 부담이 크지 않지만, 원화가 절상될 때 절하를 유도하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8%에 달하는 데다 대미 무역흑자도 확대되는 추세에 있어 외환정책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공교롭게도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었던 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놓고 한미정상회담까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외환시장 개입은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이 급격한 원화 강세에도 스무딩 오퍼레이션이나 강력한 구두개입이 없었던 것의 배경에는 이런 측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달러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 재개 가능성


최근 우려가 다소 잦아들기는 했지만, 미국 발 통화긴축 압력과 중국 성장세 저하는 단기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잠잠한 듯 하다가도 다시 불거지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글로벌 경기 및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올해 G2리스크가 동시에 확대·축소된 것은 다소 예외적인 상황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정책 정상화가 경기회복을 전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중국 등 신흥국이 타격을 받게 되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금리인상이 늦춰지고, 중국 우려가 잦아들면서 위험선호가 확대되면 다시 미국 금리인상에 우호적인 여건이 마련되는 등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르게 말하면 두 가지 리스크가 동시가 아니라 서로 번갈아가며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불거지는 쪽은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 경기흐름이 개선된데다,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재개되는 자체가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심하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시장의 예상이 점점 늦춰지고는 있지만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미국의 첫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시점을 전후로 주춤했던 달러 강세 및 신흥국 통화 약세 흐름도 점차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달러 강세가 급격히 진행되기 보다는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완만한 강세 폭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미연준의 금리인상 자체가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리스크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정책 속도가 빠르기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로 경기불안이 커질 경우, 이 자체가 미국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을 훼손시켜 미연준으로 하여금 정책속도 조절에 나서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리스크와 경기리스크가 서로 맞물린 상황에서 자동교정기제(Self-Correcting Mechanism)가 작동하는 셈이다.


중국의존도 높아 원화의 변동성 확대 우려


최근 일련의 상황을 통해, 불안국면에서 원화는 주요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통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 이슈만 불거졌을 때에 비해 중국 불안이 확대되자 절하 폭이 더욱 확대되며 다른 아시아 통화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앞으로도 중국이 글로벌 불안의 한 축인 이상 우리나라가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의 급격한 원화 강세도 이전의 약세와 마찬가지로 오버슈팅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된다. 향후 미국 금리인상 및 중국 불안 재연 가능성을 감안할 때 원화 역시 다시 약세 흐름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통화완화가 이어지며 위안화의 추가 절하가 예상된다는 점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표 1> 참조).


물론 양호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원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되며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지금은 중국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다소 잦아든 상태지만 앞으로는 또다시 빈번하게 불거져 나올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은 첫 인상시점과 인상 속도를 확인하고 나면 오히려 다소 잠잠해질 수도 있다.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지면 정책의 속도를 더욱 크게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여타 신흥국, 그리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얽혀있는 문제는 그렇지 않다. 불안이 촉발될 수 있는 수많은 취약한 고리가 있는데다, 경제 펀더멘털의 문제라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향후 G2리스크 중 중국 리스크가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유다.


원화는 경상수지 흑자라는 강세요인과 높은 대외개방도라는 약세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불안의 영향이 더 커지게 되면 원화의 불안정성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불안이 심화될 때마다 해외자본이 더 큰 폭으로 유출되었다가 불안이 잦아들고 나면 양호한 펀더멘털이 부각되며 자본이 대거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까지 최근 원화의 변동성이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원화의 급등락 현상이 빈번히 재연될 우려가 있다(<그림 4> 참조).


환율 변동성 확대는 그 자체로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환위험 관리비용 증가가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도 기대의 쏠림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적절한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책 당국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미리 기대의 쏠림을 막는 한편, 중기적으로 불황형 흑자의 구조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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