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기업의 숨겨진 성공요소, 조직시민행동'
서로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다투는 소위 ‘콩가루’ 조직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필요할 때 서로 돕고 협력하는 응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동료나 조직을 위해 자발적으로 도움을 베푸는 행동을 장려하고 조직의 규범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조직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도전적인 비전이나 명확한 R&R, 강력한 리더십과 적절한 보상 제도, 그리고 효율적 자원활용 등 얼핏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들은 많다. 그런데 하버드대학 리차드 해크먼(Richard Hackman)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이런 요인보다 구성원 상호간 주고받는 ‘도움(Help)’의 양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선행요인이라고 한다.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자신의 동료를 위해 코칭을 하거나 자문을 해 주는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반면, 낮은 성과를 내는 조직은 서로 돕기보다 각자 자신의 일로 고군분투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애리조나대학 나산 팟사코프(Nathan Podsakoff) 교수팀이 다양한 국가의 3,500여 사업 조직을 대상으로 한 연구 분석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베푸는 행동(giving behavior)이 기업의 수익성이나 생산성, 고객만족과 비용경쟁력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베푸는 행동이 효율적인 문제해결과 조정활동을 촉진하고, 이것이 나아가 고객과 공급자 등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자면, 구성원들이 도움을 베푸는 조직시민행동을 조금씩만 더 하도록 만들면 조직의 성공도 그다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아쉽지만 실제 기업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아 보인다.
법 없이도 살 사람
펜실바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Adam Grant) 교수는 호혜(Give & Take)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기버(Giver), 반대로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고 하는 테이커(Taker), 그리고 받은 만큼 상대에게 돌려주려고 하는 매처(Matcher)의 3가지 부류가 그것이다. 이 중 남을 기꺼이 도우려고 하는 기버(Giver)들은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고 베풀며,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심성이 착한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이들은 이기적인 인간들에게 이용당하고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기는커녕 손해를 보는 모습이 주는 안타까움 덕분에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름 짓자면 기버의 비극(Tragedy of Givers)쯤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인간의 본성이 원래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 이기적 유전자
‘사람은 이기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인간에 대한 오래된 믿음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인간은 이기적으로 타고난다. 따라서 관대함과 이타주의는 가르쳐야만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오해가 생기게 된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며,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당연한 길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들이 바로 테이커들이다. 관대함(generosity)의 가치를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들인 기버들은 이들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
● 기버(Giver)의 두 얼굴, 도 아니면 모
애덤 그랜트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부분 사람들의 예상처럼 남을 돕는 기버들 중에는 저성과자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남을 돕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느라 정작 본인의 일에는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과 후나 주말에 자신의 일을 하게 되고 결국 스스로 번아웃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테이커들에게 이들은 호구(Doormat)가 된다. 이들이 기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받은 이들이 다시 되갚아주고, 부당하게 이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보호해 주는 규칙이나 약속이 있어야 할 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이들 ‘법 없이도 살 사람’은 실상은 ‘법이 있어야 살 사람’이라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우리는 ‘기버(Giver)들은 루저가 될 수 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학자들의 연구에서 밝혀진 한가지 예상 밖의 사실은, 조직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최우수 성과자들 역시 이들 기버라는 점이다.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스탠포드대 프랭크 플린(Frank Flynn)교수의 연구나,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겐트대의 필립 리븐스(Filip Lievens)교수의 연구, 세일즈맨을 중심으로 한 와튼 스쿨 애덤 그랜트 교수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편에서는 저성과자가 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남을 돕는 기버가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상대로부터의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 기버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흔쾌히 자신의 인맥과 정보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돕는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성공을 돕는 셈이다.
● 성공한 기버의 전략
그렇다면 실패한 기버들과 성공한 기버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실패한 기버들의 공통점은 거절을 할 줄 모른다는 점이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남을 위해 쓰다보니 자신의 일은 정작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그렇다면 성공한 기버들은 이 장면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일까? 성공한 기버들은 유연한 전략을 구사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기버이지만 언제 도와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도와야 할지 언제 돕지 않아야 될지를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무조건 상대를 돕기보다 처음에는 도움을 제공하고 그들의 행동패턴을 살핀 후에 만약 테이커라는 것이 확인되면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하지 않거나 좀 더 신중하게 대하는 식이다.
● 경쟁 그리고 승자독식의 원리
그런데 기버들이 저성과자가 되는 배경에는 법, 즉 제도의 영향도 큰 몫을 한다. 비즈니스세계에서는 상대평가와 그에 기반한 보상 제도가 보편적인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즉, 기업 조직내 구성원들은 제한된 자원이나 기회를 두고 동료와 서로 경쟁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경쟁에서 테이커들은 기버의 도움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대된 성과를 충분히 달성함으로써 승자가 되기도 한다. 법이 기버를 보호하기는커녕 루저로 만드는 기제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기버의 성과를 높이려면 리더의 노력이 우선 필요
앞에서 우리는 심리학 분야의 연구자들 덕분에 우리 삶에 유용한 지혜를 한 가지 얻었다. 그러나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는 구성원 개개인이 이런 깨달음을 얻고 실천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기버들이 호구로 전락하지 않고 보다 성공적인 기버가 되도록 돕는 직속 상사의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① 소심함의 극복
첫째, 실패한 기버들은 자기 주도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관대함(generosity)이라는 덕목과 함께 또 다른 특징으로서 소심함(Timidity)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변의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자신은 동료들 특히 테이커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버들은 우선 자신이 소심함의 문제를 갖고 있지 않은지를 살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타인을 대리하는 사람(agent)의 입장에 서보도록 하는 것이다. 하버드대 한나 보울스(Hannah R. Bowles)교수는 연봉협상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자신의 연봉협상에서는 소극적이고 소심한 모습을 보여 평균 3% 낮은 연봉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을 대신한 에이전트로 협상을 시켰을 때에는 도리어 평균보다 14%이상 더 높은 연봉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가족이나 동료, 또는 자기 부서와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기버들도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자기 이미지(self-image)와 가치관에 배치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②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또한 이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도움을 베푸는 시간(when to help), 방식(how to help), 대상(whom to help) 측면에서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기버들은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남부터 돕는 성향이 있으므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중근무제 등을 활용해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도움을 제공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돕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도록 중개자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테이커들에게는 매처로서 대응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받은만큼 되돌려주는 사람인 매처와 그렇지 않은 테이커를 구분해서 후자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행동을 하도록 분명히 요구하고 관철되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이들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③ 감정이입이 아닌 관점이입
마지막으로, 기버들의 특징인 감정이입의 문제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들이 고객의 부당한 요구나 동료의 이기적인 요청조차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이입(Empathy) 때문이다. 늘 상대의 입장에서 느끼고 이해하는 습성이 도리어 이들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컬럼비아대학 심리학과 애덤 갈린스키(Adma Galinsky)교수는 구직자와 면접관의 채용조건 협상 실험을 통해 재미있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Feel)에 민감한 감정이입형 면접관보다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Think)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입형 면접관이 만족스러운 협상결과를 더 잘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성공한 기버는 실패하는 기버나 테이커가 놓치는 윈윈의 해결책을 보다 잘 발견한다.
이상의 3가지 방안을 종합해 보면, 기버들로 하여금 관대함(generosity)을 보다 엄격하게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무조건 베푸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조직 차원의 제도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기버를 보다 생산적인 고성과자로 코칭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하긴 어렵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법 없이도 살 사람’에게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제도 측면의 고려도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없이 무턱대고 도움주기를 권장했다간 자칫 희생 당하는 기버만 더 양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버 개인 차원의 변화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조직 내 기버문화 내지 규범을 강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병행될 때 조직 전체의 성과제고가 용이해진다. 그 대표적인 방안으로 도움 주고받기의 장려, 기버 인정하고 보상하기, 테이커 솎아내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① 도움 주고받기의 장려
기버들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민폐를 끼치기 싫은 탓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당신들도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식의 말 뿐인 조언은 아무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려 정책을 제도로 만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시건대학 웨인 베이커(Wayne Baker) 교수가 창안한 ‘호혜 고리(reciprocity ring)’프로그램도 그런 아이디어의 하나이다. 10여명의 참가자들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동안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인데, 링컨파이낸셜(Lincoln Financial)과 에스티로더(Estee Lauder) 등의 기업에서 매주 또는 매월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서비스기업인 애플트리앤서즈(Appletree Answers)는 ‘드림온(Dream On)’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의 ‘꼭 하고 싶지만 이루기 힘든 소원’을 동료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6개월 이후부터 고질적인 이직률 문제의 개선과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조직개발 프로그램과 함께 신입 인력을 위한 지도사원 제도나 임원 및 핵심인재들을 위한 리더십 코치 제도의 도입도 큰 범위에서 보면 도움 주고받기를 장려(Facilitating help-seeking)하는 제도적 장치의 예라고 하겠다.
② 기버 인정하고 보상하기
국내기업들이 구성원과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선호하는 방법의 하나는 조직개발보다 보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즉각적이고 통제가 용이한 탓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보상 방식의 적용이 우리가 기대하는 바처럼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보상 방식이 만들어놓은 유산 때문이다.
워싱턴대학 마이클 존슨(Michael Johnson) 교수는 참가자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 한쪽은 과제 해결 시 팀으로 보상을 하고 다른 쪽은 가장 잘 한 개인에게 보상을 하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후자의 팀이 속도는 빨라지만 정확도는 떨어졌다. 중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이들 팀에게도 팀 전체 성과로 보상하는 것으로 기준을 바꾸고 다시 실험을 해 보았다. 그런데 정확도는 오르지 않고 도리어 속도까지 느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 번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한 다음에는, 즉 win-lose관계가 형성된 다음에는 기존 보상 구조가 제거되어도 구성원의 마인드는 변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버 규범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결과 중심의 보상보다, 보다 포괄적인 보상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결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게 미친 영향까지 포함하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관리자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팀 성과뿐 아니라 팀원들의 성장 정도까지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건전하고 건설적인 경쟁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것의 하나가 레스토랑에서의 팁(Tip)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즉, 자신을 도와준 동료에게 칭찬 메시지와 함께 작은 금액을 함께 보상하는 방식이다. 실제 구글, 사우스웨스트항공, 자포스 등의 기업에서는 도움을 베풀어준 고마운 동료들에게 칭찬 스티커 또는 보너스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서 상호 협력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의 인센티브는 즉각적으로 지급되는 작은 금액이어야 한다. 또한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수의 토큰(token)이 주어지는 것을 포함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런 노력과 리더의 분명한 메시지가 함께 할 경우에만 ‘끼리끼리’가 아닌 ‘조직 전체’의 협력이 증진될 가능성이 커진다.
③ 테이커 솎아내기
이상의 두 가지 접근방안은 조직 내에서 테이커들이 없을 때 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지적하는 것처럼, 기버가 미치는 긍정적 영향보다 테이커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 패트릭 던롭(Patrick Dunlop)과 이기범(Kibeom Lee)의 공동연구(2004)에서도 마찬가지로 ‘썩은 사과의 법칙’이 작동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버 규범의 구축을 위해 고려되어야 할 방안의 하나가 테이커 솎아내기(screening out takers)이다.
실제 버크셔 해서웨이나 IDEO 등의 많은 기업에서 테이커들을 채용 단계에서부터 걸러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자신을 과시하려는 행동이나 권력에 아부하는 해바라기형 특성 그리고 동료 험담하기 등의 공격적 성향을 걸러내는 심리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조직 시민행동이 활성화되는 기버문화
앞서 실패한 기버라고 이야기한 사람들은 사실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결코 아닐 수 있다. 실패한 기버라기보다는 자기희생적 기버(self-sacrificing giver)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세속적인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의 성공은 재무적 성과, 즉 매출과 이익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어야 투자와 고용도 지속될 수 있다. 베푸는 행동이 조직 내 긍정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게다가 거절하지 못하는 기버는 자칫 조직의 규율을 흐트러지게 할 수 있고 다른 구성원의 성장을 해칠 수도 있다. 실패 기버들도 성공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기버문화와 규범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한다. 그런 조직 환경하에서는 실패 기버들 역시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성공적인 기버의 행동이 조직에서 인정받고 장려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 시민행동이 활성화되는 진정한 기버문화가 정착되고 조직 성과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 문화의 구축은 ‘성과 창출과 지속적 성장 달성’ 만큼이나 기업 조직에서 달성하기가 어려운 과제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인간 존재의 다양성과 복잡성, 여기에 더해 상호작용 과정에서의 역동성으로 인해 기업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예측하거나 제어하기가 사실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적인 실행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기버 문화와 규범을 기업 조직에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단기간 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긴 안목으로 이런 조직 문화를 정착해 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채용에서부터 썩은 사과를 걸러내는 인사의 노력과, 일선 리더들의 커뮤니케이션 및 코칭 역할은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끝>
'■ 경제보고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3D 프린팅 시대, 이제 시작이다 (0) | 2016.01.11 |
---|---|
◎진화하는 인공지능, 또 한번의 산업 혁명 (0) | 2016.01.06 |
◎시스템 반도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0) | 2015.12.30 |
◎2016년 경제전망 : 세계경기 하향, 국내경제 정체 (0) | 2015.12.28 |
◎에너지 효율 혁신의 중심에 전력반도체가 있다 (0) | 2015.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