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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시대, 이제 시작이다

■ 경제보고서 ■ | 2016. 1. 11. 22:09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3D 프린팅 시대, 이제 시작이다'


3D 프린터가 시제품 제작을 넘어 맞춤형 소량 생산 제품이나 복잡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제품 제작에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까지 3D 프린터의 성능, 소재, 제품 디자인, 품질 관리 측면에서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 문제들이 한 단계씩 해결되어 가면서 3D 프린팅 방식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3D 프린팅이 특정 영역에서는 고객가치 창출과 제조 경쟁 우위를 갖춘 제조 기술로 자리매김 할 전망이다.


2012년, 3D 프린팅은 제3차 산업혁명을 이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기술로 각광을 받았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생산 방식이 획일화된 대량생산 방식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지금 상황은 다소 실망스럽다. 제조업체들은 3D 프린터를 시제품 제작에 주로 활용할 뿐, 상용 제품 생산에는 좀처럼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3D 프린팅의 성능이 미흡하기도 하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해 3D 프린팅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제조업체들은 말한다.


3D 프린팅 확산의 한계를 지적한 의견들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폭스콘의 테리 궈(Terry Gou) 회장은 “3D 프린팅은 속임수에 불과하다(3D printing is gimmick)”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폭스콘에서 3D 프린팅 기술이 나온 초기부터 3D 프린팅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였으나, 대량생산에 적합하지도 않고, 어떠한 실질적인 상업적 가치도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옥스퍼드 경영대학의 매티아스 호워그(Matthias Holweg) 교수도 3D 프린팅이 제조업 혁명을 일으키기는 어려우며, 전통적인 제조 방법을 보완하는 방식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향후 3D 프린팅 기술이 어디까지 도입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3D 프린팅의 현실적인 활용 가능성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파급될 수 있을까?


3D 프린팅, 제한된 영역에서 활용 확대


사출성형(Injection Molding)이나 다이 캐스팅(Die Casting) 같은 대량생산 방식은 오랫동안 제조업 생산 방식의 표준이었다. 대량생산 방식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제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러 제품을 제작하는 경우, 각 제품에 맞게 금형이나 공구 등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사출성형, 다이 캐스팅, CNC 기계와 같이 틀 속에서 제품을 찍어내거나 깎아서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으로는 복잡한 디자인을 구현하기에 한계가 있다.


3D 프린팅은 기존 제작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제품을 전환 비용 없이 유연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맞춤형 제품 제작과 같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경우 3D 프린팅이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한 층씩 쌓아 올려서 제품을 제작하는 적층가공 방식이기 때문에 디자인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복잡한 디자인의 제품을 제작하는 경우, 3D 프린팅이 기존 제작 방식보다 우위에 있다.


3D 프린팅이 기존 제작 방식에 비해 유리한 영역을 <그림>과 같이 구분해 볼 수 있다. ① 영역은 구조 복잡성은 크지 않으나, 수량이 적어 기존 방식으로는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영역으로 소량 맞춤형 제품이 포함된다. ② 영역은 소량 맞춤형 제품 중에서도 복잡한 디자인이 적용되는 영역으로 고부가가치 맞춤 생산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 ③ 영역은 제품 생산 수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디자인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제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여러 성능 요구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 각 영역에서 시제품 제작을 넘어 상용 제품 생산에 3D 프린팅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3D 프린팅의 현실적 활용 가능성과 그 한계를 살펴보자.


① 저부가가치 제품 맞춤형 소량 생산 – 솔스 사례


3D 프린터가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보청기, 치과 가공물, 의수/의족과 같은 의료 보조 기구 분야이다. 이 제품들은 개인 특수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 중 보청기 산업은 3D 프린팅을 생산에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산업이다. 미국 보청기 업계는 기존 생산방식에서 100% 적층가공 생산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500일이 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빠르게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였다. 복잡한 공급 사슬을 거치지 않고 제품 제작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여 고객의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멘스(Siemens)도 보청기 제작에서 3D 프린팅을 도입하여 제조 공정을 50~80% 가량 줄일 수 있었고, 작업 시간 또한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최근에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제품 사업이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까지 확장되고 있다. 솔스(SOLS)라는 업체는 서로 다른 신체 조건, 생활 방식을 고려해 개인별 맞춤 신발 안창을 제작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솔스의 CEO는 3D 프린팅 제조 서비스 기업인 쉐이프웨이즈(Shapeways)에서 근무하면서 3D 프린팅 관련 경험을 축적한 뒤, 2013년 6월 솔스를 창업하였다. 이 업체는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신의 발 사진을 찍어 보내면, 고객에게 적합한 맞춤형 안창을 3D 프린터로 제작하여 배송한다. 솔스의 제품 가격은 50~125 달러로 신발 한 켤레 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싼 가격임에도 지금까지 1만 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였다. 현재까지 총 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3개 국가에 진출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솔스의 사업이 성장하면서 벌써부터 신발 안창을 생산하는 같은 사업 모델의 후발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2월에 캐나다의 스타트업 위브웨어러블(Wiivv Wearables)이 35억 원 규모의 자본금을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했다. 아직 위브웨어러블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클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솔스의 모델을 따라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② 고부가가치 제품 맞춤 생산 – 로컬모터스 사례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새롭게 이슈가 되는 기업이 바로 로컬모터스(Local Motors)다. 로컬모터스라는 사명은 해당 지역에 적합한 자동차를 생산하자는 회사의 비전을 잘 반영하고 있다. 로컬모터스는 대량생산에 특화된 컨베이어 생산방식과는 다른, 셀 생산방식으로 자동차를 제작한다. 셀 생산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BAAM(Big Area Additive Manufacturing) 3D 프린터를 활용해 차량 외형 제작 과정을 매우 단순화시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약 2만개로 알려져 있으나, 로컬 모터스가 2014년에 출시한 스트라티(Strati)는 불과 40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대면적 3D 프린터인 BAAM을 활용해 바디와 섀시, 대시보드, 콘솔, 후드 등 차체의 주요 부분을 결합한 복잡한 구조를 한번에 출력하기 때문이다. 차량 외형 제작에는 ABS 플라스틱을 탄소섬유로 강화한 소재를 사용해 차체 무게를 약 200kg까지 경량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로컬모터스는 3D 프린팅 방식을 적용한 2015년 새로운 전기차 ‘스윔(LM3D Swim)’을 선보였다. 스윔은 2017년 고속도로 주행까지 가능한 전기차로 상용화 준비 중이다. 현재 스윔은 미국 연방자동차 안전기준(Federal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s)을 준수하기 위한 검증 단계에 있다. 과연 3D 프린터로 제작한 플라스틱 소재 전기차가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자동차 업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스윔의 판매 예상 가격은 53,000 달러(약 6,200만 원)으로 2016년 2분기부터 선주문을 받을 계획이다.


3D 프린팅 방식은 별도의 금형이 필요하지 않아, 한 대의 프린터로 다양한 제품을 출력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로컬모터스는 다양한 차량 외형 디자인을 제안하고 발전시켜 고객별 맞춤 차량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IT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듯이, 로컬모터스는 차량의 하드웨어를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로컬모터스는 기능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서스펜션, 전기구동시스템, 전장부품, 안전장비 등은 이미 대량생산하고 있는 다른 자동차 업체로부터 구입하여 기본 플랫폼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스트라티 모델의 경우 르노의 트위지(Twizy) 전기구동시스템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로컬모터스의 생산공장인 마이크로팩토리(Microfactory)는 고객과의 밀접한 의사소통과 유연한 생산역량을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로컬모터스는 주문을 받는 즉시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고 부담 없이 소비자의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로컬모터스의 생산공장은 주요 도심에서 50km 이내 위치하고, 100명 이내 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따라 설립된다. 현재 미국 워싱턴 D.C. 근처 내셔널 하버(National Harbor)와 테네시의 녹스빌(Nokesville) 두 곳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각각의 공장에는 5대의 BAAM 디지털 제조 장비를 설치하고, 연간 2,500~3,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③ 복잡한 디자인의 대량 맞춤 생산 - GE 사례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부품/제품 제작 시 다양한 기능적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 높은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의 연료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볍지만 내구성이 강한 부품을 제작해야 한다. 제품 설계가 디지털화되면서 무게와 내구성 등 다양한 요구 조건을 만족하는 위상 최적설계(Topology optimization)가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기존 제작 방식으로는 위상 최적설계로 만들어진 디자인을 구현하기 어려워, 실제 제품 제작에는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GE, 보잉(Boeing), 스페이스엑스(SpaceX),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등 많은 항공업체들이 3D 프린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 3D 프린팅을 직접 생산에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GE이다. GE는 2005년부터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자체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2011년에는 GE의 글로벌리서치센터(Global Research Center)에 3D 프린팅 기술과 새로운 소재 개발을 전담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2012년에는 금속 3D 프린팅 전문 기업인 Morris Technologies를 인수하는 등 관련 전문 지식과 역량을 보강해 왔다. GE는 2020년까지 10만 개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향후 5년간 30억 달러를 산업용 3D 프린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GE는 3D 프린팅 기술을 부품/제품 제작에 활용하기 위해 이미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투자 및 연구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심 제조 기술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GE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 끝에 2013년부터 3D 프린터로 출력한 부품들을 실제 항공 엔진에 적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GE가 3D 프린터로 만든 부품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GE90-94B 엔진에 포함된 T25센서 보호용 부품(T25 sensor housing)과 차세대 LEAP 엔진에 포함된 연료 노즐(Fuel nozzle)이다. 기존 T25센서 보호용 부품에 얼음이 쌓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디자인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새롭게 변경된 구조를 기존 방식으로 제작하기는 복잡했기 때문에 3D 프린터로 직접 출력하게 되었다. 2015년 2월, 3D 프린터로 출력한 T25센서 보호용 부품이 미국 연방항공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의 승인을 받으면서 현재 약 400대의 GE90-94B 엔진에 이 부품이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차세대 LEAP 엔진에 적용될 연료 노즐이다. 이 연료 노즐은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기존에는 25개의 서로 다른 세부 부품들을 조립해서 만들었다. 3D 프린터를 도입한 뒤로 하나의 부품으로 출력하여 불필요한 조립과정을 줄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부품 제작 비용도 75%를 감축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구조 최적화를 통해 기존 부품보다 내구성이 5배나 높으면서 무게는 25% 가벼운 제품을 만들어냈다. 현재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부품이 장착된 LEAP 엔진의 성능을 시험 중이다. GE는 차세대 LEAP 엔진을 2016년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3D 프린팅 확산을 위한 선결 과제


3D 프린팅은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개인 맞춤형 제품이나 복잡한 디자인의 제품 생산에 제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시제품 제작에서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그렇지만 3D 프린팅이 특정 영역에서 자리잡기까지도 아직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① 3D 프린터의 성능 개선


3D 프린팅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3D 프린터의 성능이다. 이론적으로 3D 프린팅이 기존 제작 방식에 비해 제품 제작에 유리한 영역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제품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3D 프린팅이 활용되기는 어렵다. PwC가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이 3D 프린팅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3D 프린터의 출력 품질(47.2%), 가격(31.5%), 소재 혼용(22.2%), 출력속도(19.4%) 등 주로 3D 프린터의 성능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3D 프린터로 제품 출력시, 디지털 설계 도면과 치수가 일치하지 않거나, 형상이 유지되지 않고, 중간에 틈새가 생기는 등 제품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국내의 한 병원에서는 3억 원이 넘는 산업용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는데, 실제 출력물과 디지털 설계 사이에 오차 때문에 여러 번 제품을 출력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또한, 3D 프린터의 느린 출력 속도는 생산성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BCG)에서 사출성형과 3D 프린팅의 제품 제작 속도를 비교한 결과, 그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났다. 사출성형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제작했을 때, 하루에 약 2만 6천 개의 제품을 제작한 반면, 같은 시간 동안 3D 프린터로 제작한 제품은 111개에 불과했다.


현재 대부분의 3D 프린터는 단일 소재로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완제품 제작에 많은 제약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3D 프린터 제조업체에서 고무,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혼용해서 출력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출시하고 있다. 2015년 CES에서 벤처기업인 VOXEL8은 전도성 금속과 플라스틱 소재를 혼용해서 전자회로를 출력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3D 프린터의 성능 향상은 곧 3D 프린터의 활용 범위 확장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3D 프린팅 시장이 성장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3D 프린터 제조업체들은 3D 프린터 성능 향상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연구기관, 대학교, 기업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3D 프린팅 기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2020년 즈음에는 3D 프린팅의 출력 속도가 현재의 10배, 정밀도는 5배로 향상되고, 가격은 1/2배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② 소재의 다양성 및 가격 경쟁력 확보


3D 프린터의 성능이 발달하더라도 제품에 적합한 소재를 사용할 수 없으면 3D 프린팅 활용이 불가능하다. 즉, 3D 프린팅 활용 범위 확장은 새로운 소재 개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종이, 유리, 금속 화합물 등 다양한 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더 나아가, 전기회로, 전기배터리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전도성 금속이나, 체내 이식 인공 뼈, 인공 장기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소재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3D 프린팅 소재 연구 중 대부분이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다.


3D 프린팅에 사용되는 소재의 가격도 아직은 대량 생산 방식에 비해 비싸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사출성형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같은 경우 1kg에 약 3천 원이다. 반면 3D 프린팅용 광경화성 수지(photopolymers)의 가격은 1kg에 10~30만 원 수준이다.


현재는 플라스틱과 일반 금속을 중심으로 제품의 외형 부분이나, 첨단 기계 산업에 제한적으로 3D 프린팅이 활용되고 있다. GE는 금속 3D 프린팅에 티타늄, 인코넬 합금 등을 주로 활용한다. 이 합금들은 용접이 쉽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로컬모터스는 차량 외형 제작에 탄소섬유로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GE와 로컬모터스 모두 제품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재 공급 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컬모터스 같은 경우는 화학기업인 사빅(SABIC) 및 애리조나 대학과 함께 소개 개발을 진행 중이다.


③ 품질 관리 비용 축소


금속 3D 프린팅 확산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출력 부품의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GE처럼 금속 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부품을 신뢰성이 절대 필요한 엔진이나 발전기에 사용하는 경우 품질 관리는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지만, 로컬모터스의 차량과 같이 3D 프린팅 출력물이 충격을 견디는 등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도 품질 문제는 중요하다.


제품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무엇이고,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수 십 년간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관계가 수식으로 완성되어 있다. 즉, 활용 소재와 제조 방식을 알면 생산 제품의 물성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3D 프린팅은 새로운 제조 방식이기 때문에 소재와 프린팅 방식에 따라 어떤 물리적 성질을 갖는 제품이 출력될지 예상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따라서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수많은 실험을 거쳐 데이터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만들어진 제품의 물리적 성질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실험을 통해 보정해야 한다. GE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사에서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에 필요한 3D 프린팅 방식, 소재, 성능, 품질관리 기준 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보통 3D 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하는 경우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현재 3D 프린터의 경우, 제품 제작 중간에는 품질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출력을 마친 뒤에야 제대로 제품이 완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제품 제작 과정 중에도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X-ray나 CT 스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④ 최적 디자인 확보를 통한 고객가치 제고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제품은 구조적 디자인의 제약이 없다. 따라서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각 상황에 맞는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찾는 과정이 중요해 진다. 기업에 소속된 소수의 디자이너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3D 프린팅 활용 기업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설계를 확보하고 있다. GE는 온라인 엔지니어 커뮤니티 GrabCAD와 협력하며, 수시로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에 개최한 항공 엔진 브래킷 설계 공모전이다. 브래킷 설계 공모전에 56개 국가에서 7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출품되었다. 최종 우승 디자인을 3D 프린터로 제작하여 검증을 거친 결과, 물리적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2kg이 넘는 브래킷의 무게를 0.3kg으로까지 줄일 수 있었다. 로컬모터스는 일종의 자동차 공동 제작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 차량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온라인 공동제작 플랫폼인 Open IO를 활용한다. 3만 명 규모의 이 플랫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제품 디자인 단계에 참여하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함께 디자인을 완성시켜 나간다. 스트라티와 스윔 모두 플랫폼 내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디자인이다.


솔스가 사업을 영위하는 맞춤형 제품 생산에서는 다양한 변수들 사이에서 최적의 제품 디자인을 제안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핵심 역량이다. 예를 들어, 솔스는 발의 움직임에 따른 충격에 미치는 변수들을 분석하여,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창의 굴곡, 쿠션 정도 등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수 정보는 개인별로 다르다. 따라서 고객의 신체 정보 및 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제품 디자인을 제안해 줄 수 있는 역량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구현될 수 있다. 솔스는 이 알고리즘을 꾸준히 개선시키기 위해 긴밀한 고객 관계를 형성하고, 제품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생체역학(biomechanical) 엔지니어 및 의사 등 전문가들과도 협업 중이다.


3D 프린팅 활용의 미래


3D 프린팅은 시제품 제작을 넘어 상용 제품 제작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제조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 보다는 3D 프린팅이 강점을 가진 소량의 맞춤형 제품 생산과 복잡한 디자인 제품 생산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창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3D 프린팅으로 출력한 제품(최종 부품/제품)시장 규모는 2013년에 8,100만 달러에서 2025년 32억 달러로 매년 36%씩 성장할 전망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제품 생산은 부가가치가 낮은 맞춤형 제품 제작(① 영역)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미 보청기 같은 제품에서는 현재의 3D 프린팅 성능으로도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 향후 3D 프린팅의 가격이 하락하고, 전문 인력이 늘어나면서 의류, 장난감, 액세서리 등 다양한 소비재 산업으로 맞춤형 제품 제작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 맞춤형 제품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시중에 출시된 3D 프린터를 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에는 3D 프린팅 도입으로 다른 경쟁 기업에 비해 제조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만 경쟁 기업들이 3D 프린팅을 똑같이 도입하게 되면, 3D 프린팅은 핵심 경쟁 요소가 아닌 그저 필수 요소가 된다. 오히려 다양한 데이터 수집, 분석, 최적 결과 도출 역량이나, 고객서비스, 브랜드 이미지 같은 요인들이 경쟁 우위 확보에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또한 맞춤형 제품이 확대되는 시장에서는 소품종 대량생산에 집중하는 기업들의 지위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3D 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제품 제작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맞춤 제작(②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고부가가치 맞춤형 제품 같은 경우, 3D 프린팅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 시장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로컬모터스는 고부가가치 맞춤형 제품이라는 틈새 시장을 직접 노리고 시장에 진입한 사례이다. 이보다는 오히려 이미 대량생산 방식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작하는 기업들이 이벤트 성격의 특별 제품을 제작하는데에 활용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맞춤형 제품 제작에 초점을 둔 ① 영역과 ② 영역은 소규모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3D 프린팅이 활용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맞춤형 제품 제작에서 3D 프린팅 활용 확산이 제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③ 영역에서 3D 프린팅이 제조 기술로 자리잡게 되면 산업적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다. GE와 같은 기업이 3D 프린팅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 제품의 대량 맞춤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면, 3D 프린팅 확산은 가속화 될 수 있다. 이 영역에서 3D 프린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제조업에서 새로운 산업 경쟁력을 찾고 있는 GE가 3D 프린팅에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투자를 해오고, 앞으로도 이를 더 확대하려는 이유이다.


3D 프린팅 시대의 서막은 올랐다. 3D 프린팅의 한계가 극복되면서 3D 프린팅이 유리한 제품 영역은 점차 넓어질 것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제작하고 있는 제품이 과연 3D 프린팅 방식이 유리한 영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제조 경쟁 우위 및 고객가치 확보를 위해 3D 프린팅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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