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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석유화학 경기, 낙관적 전망을 경계하는 이유'


최근 한국 석유화학산업에 대하여 상반된 시각들이 공존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업종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상반기 실적도 좋고 하반기 전망도 양호한 업종이라는 발표도 나온다. 또 중장기적으로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대형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기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업계의 산업경기 전망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석유화학의 호황은 2017년경 완만하게 하향세로 바뀌겠지만 큰 어려움 없는 조정 수준이고, 1~2년의 조정기간을 거쳐 다시 상승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위축되었던 설비투자가 다시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거시 환경 변수나 경쟁구도 변화를 볼 때, 석유화학 산업의 경기를 예상보다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이 적지 않다.


첫째, 수요성장이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매년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석유화학 수요 성장도 예상에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리스크다. 가스 및 석탄 기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제품 수요 위축과 상대 원가경쟁력 약화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세째, 중국시장의 자급화가 석유화학 전제품으로 확산되는 것과, 또 중국 석유화학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갖는 제품들이 이제는 범용뿐만 아니라 기능성제품에서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번째 리스크는 최근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석유화학 설비투자 검토 및 추진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현재 검토 계획들 중 과반수 정도만 추진되어도 중장기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섯번째는 중국의 석탄화학처럼, 미국과 중동 등 산유국에서 천연가스나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의 상업화가 검토되고 있다. 경쟁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향후 석유화학산업 경기에서 리스크 요인들이 어떤 양상으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 발생 가능성과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 기업 스스로가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대형 설비투자에 보다 신중을 기하면서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고, 제품/품질 고도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내부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체질 구축을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목 차 >


1. 석유화학 경기에 대한 업계의 시각
2.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5가지 리스크 요인
3.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과제

 


최근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평가가 양분되어 나타나고 있다. 5대 취약 업종 또는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상반기 기업들의 경영실적도 좋고 하반기 경기 전망도 양호한 호경기를 구가하는 업종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또한 중장기 전망에 대한 시각도 양 방향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과, 대형 플랜트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기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한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대체적으로 전망 주체에 따라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 및 관련 연구기관, 언론 등 업계 외부에서는 주로 부정적으로 보고, 업계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최근 국내외 석유화학 업계의 설비 투자 검토 발표가 증가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경영진의 코멘트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금년에 개최된 세계 석유화학 회의를 비롯하여 구미 메이저 기업의 IR 설명회에서도 석유화학 경기를 낙관하는 전망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최근 업계에서 나타나는 경기 전망에 대한 시각을 점검하고, 이러한 시각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리스크 요인,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고민해야 할 이슈와 과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석유화학 경기에 대한 업계의 시각

 


세계 석유화학, 불확실성이 만든 경기 기대


매년 3월말 미국 휴스톤에서는 화학산업 컨설팅 및 연구기관인 IHS Chemical(구 CMAI)이 ‘세계 석유화학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곳은 전 세계 10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서 발표를 듣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산업의 이슈와 전망에 대한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IHS는 회의에서 향후 5년의 산업 경기 전망을 발표하는데, 그 내용이 업계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어 왔다. 올해는 2014년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호경기가 2017년부터 하강하고, 2019년까지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발표되었다(<그림 1> 참조). 그러나 경기 저점의 이익 수준이 과거대비 높고, 경기 조정기간도 2~4년 수준으로 과거 보다 짧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십년간 경기 변동 속에 혹독한 불황도 경험했던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금번 경기 하강은 큰 어려움은 없는 가벼운 조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IHS는 현재의 호경기 뒤 경기 조정이 이렇게 완만한 이유에 대하여 “기업 경영진들의 요구 수익성 기준이 과거보다 높아져, 설비투자 결정이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에너지의 상대 가격, 세계 경제, 자원보유국 후발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 가능성 등 중요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 경영진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졌고, 향후 기업의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히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셰일혁명 이후 낮아진 원료가격 및 에너지 비용으로 호경기를 구가하는 미국 화학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더욱 낙관적이다. 미국의 대표 석유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은 세계 에틸렌 설비 가동률이 중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타이트한 에틸렌 수급상황이 2020년까지 기초설비 보유 석유화학기업의 경기 호황을 가능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① 유가급락으로 투자 주도세력이던 미국 및 중국의 설비투자 지연 및 보류가 지속되고 있고 ② 구미지역 오래된 舊설비들의 가동 차질 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③ 이란과 중국 등 지역 신규 참여 기업들의 초기 설비가동 불안정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이다.


국내 석유화학, 경기 기대감으로 투자 검토 활발


이런 분위기는 국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원료설비(NCC, 나프타분해설비)를 보유한 전통 석유화학기업들의 경영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또 상당수의 합성섬유원료나 합성고무, 우레탄 등 개별 제품 기업들은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극적인 감산과 원료가격 하락 수혜로 수익성이 소폭 개선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그림 3> 참조). 경영실적 개선으로 원료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규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검토·진행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온 롯데케미칼과 한화토탈 뿐만 아니라, 대한유화와 여천NCC, SK종합화학과 S-Oil 등 정유사의 화학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존 설비 확장 또는 해외 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2.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5가지 리스크 요인

 


석유화학 산업의 양호한 업황이 올해까지 유지되고, 2017년 하반기 또는 2018년부터 하향 조정기간을 가질 것이라는 시각은 대체로 유사하다. 즉 단기적으로 큰 위기라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문제는 중장기에 대한 부분이다. 상황이 좋을 때에는 현재의 추세가 유지된다고 보고 투자계획이 수립되는 경향이 있는데, 보다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하지만 중대한 리스크들이 많고,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한 분위기가 경기 하향을 당초 예상보다 더 어렵고 길게 만들곤 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년간 업계 및 관련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중기 석유화학 경기전망이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2000년대말 석유화학 경기가 중동과 중국발 대규모 신규설비 가동으로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신규설비 가동 지연과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으로 호황이 유지되었다. 또 반대로 2011년에는 ‘커머더티 슈퍼싸이클(Commodity Super-cycle)’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면서 장기호황이 예견되었지만, 지연되던 중동국가들의 설비 가동이 집중되고 중국정부의 긴축이 시작되면서 경기 급락을 경험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석유화학 경기는 수치적으로 계산되는 수급 전망 외에도 에너지 가격, 세계 정치환경 변화, 주요국 정부정책, 대형 플랜트의 가동 이슈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에 의해 경기 방향성이 바뀌고 높낮이가 변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전문 연구기관들의 수급 데이터에 기반한 경기 전망보다는, 경기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핵심 가정과 변수들을 모니터링 하면서 전략 실행의 기회와 리스크 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향후 경기 전망의 리스크 요인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자.


리스크 1 : 기대에 못 미치는 수요 성장


향후 석유화학 경기 변수 중 가장 큰 리스크는 ‘수요 성장’ 이슈라고 보인다. 그 이유는 석유화학은 제조업 전반에서 사용되는 기초소재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 성장률, 그 중에서도 제조업 성장 추세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 세계 경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을 매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성장요소 중에서도 세계 교역 둔화와 함께 제조업에 대한 투자 및 성장이 더욱 둔화되는 추세이다.


현재 석유화학 제품 수요 전망은 다소 낙관적인 경제성장 전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문 분야가 아닌 무언가를 전망해야 할 때에는 권위 있는 글로벌 기관의 전망 수치를 참고하게 되는데, IMF나 세계은행 등 글로벌 경제전망 발표 기관의 경제전망 수치가 최근 몇 년간 현실보다는 낙관적인 경향을 보여왔다(<그림 4> 참조).


이것은 2011년 중국의 감속 성장이 시작된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은 3%대 초반으로 낮아졌는데, 경제성장률 전망은 매년 지금보다는 회복되어 과거 평균 수준인 4% 대로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과소평가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해와 같은 3% 전후의 세계 경제 성장이 경기 위축 국면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 단계 낮아진 균형 성장 수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금년부터 향후 5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이 현재 국제 기관의 전망처럼 3.5% 이상이 아니고, 현 수준인 3.0%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세계 기초 석유화학제품의 수급 밸런스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IHS의 에틸렌 수급 밸런스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에틸렌 수요 성장률은 연평균 3.7%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에틸렌 설비의 향후 가동률은 2015년 88%에서 2018년 86%로 소폭 조정되었다가, 2020년 89%로 다시 타이트해 지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을 3.0%, 에틸렌 수요의 GDP 탄성치를 0.8로 가정할 경우, 세계 에틸렌 설비의 가동률은 2015년 88%에서 2018년 83%로 낮아지고 2020년까지도 저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세계 경제성장과 제조업의 회복을 보수적으로 볼 경우에는, 석유화학 경기 지표인 에틸렌 설비의 가동률이 하향 조정 후 당분간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림 5> 참조).


리스크 2 : 예상보다 빠른 고유가 회복


두번째 리스크 요인은 ‘유가 상승’이다.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이 석유화학 경기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말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유가 상승이 경기 호조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일 때에는, 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가 용이해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수요 요인 없이 공급 차질에 의한 것일 때에는 석유화학 원가를 높여 제품 수요를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여 경기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유가 변동이 석유화학에 미치는 영향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 혁명 이후 고유가는 한국과 같은 석유기반 기업들에게는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 전세계 석유화학 기초제품 에틸렌의 원료가 석유 기반의 전통원료와 가스·석탄 계열의 비전통원료로 양분되면서, 상대적인 원가경쟁력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석유제품을 원료로 투입하는 석유기반 설비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비전통자원 기반 설비들이 가동률을 높이면서 공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더욱이 세계 석유화학 설비투자를 주도하는 비전통자원 보유 국가들의 신규 투자 추진이 활발해지면서 중장기 공급과잉 가능성까지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고유가 환경은 한국 석유화학기업에게 부정적이고 반대로 저유가 환경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5년에 시작된 저유가 상황은 한국 석유화학 기업에게 우호적 환경이다. 공급 측면의 이슈로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다, 원가 하락 대비 제품가 변동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양호한 수급 밸런스로 가격 하락이 제한적이었다. 더욱이 저유가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전망도 불투명함에 따라, 일부 가스/석탄 기반 대규모 투자가 보류 또는 지연되고 있다. 현재 한국 석유화학 기업 실적 호전과 낙관적 전망의 상당부분은 ‘저유가’ 환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유가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각 차가 크다. 미국 셰일 오일의 탄력적 생산량 조정으로 중기 균형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과, 세계적인 석유개발 투자 감소 및 산유국 경기 침체에 따른 정치 불안정으로 공급이 불안정해 지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고유가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그러나 어떠한 시각이든 올해 상반기에 경험한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의 유가는 지속되기 어렵고, 중기적으로 배럴당 50~80달러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즉 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저유가 수혜는 지속되기 어려운, 한시적 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리스크 3 : 중국이 자급화를 넘어 수출시장 경쟁자로 변신


중국 시장, 중국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변신할 것인가의 문제도 한국기업에게는 중요한 변수다.


한국 석유화학기업에게 중국 시장은 ‘성장의 기반’이자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이것은 한국 석유화학의 성장이 한창 진행된 1990년대부터 세계 금융위기 속에도 중국이 경기부양 정책으로 높은 수입 증가세를 유지한 2011년초까지, 장기간 업계 전반에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1년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이 시작되고 감속 성장이 진행되면서, 수출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중국의 주요 석유화학제품 9개 품목의 순수입은 2010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중 폴리에틸렌(PE)과 에틸렌글리콜(EG)의 수입이 크게 증가해서 감소폭을 축소했지만, PE와 EG를 제외한 제품들의 순수입은 5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더욱이 2016년 1월부터 4월 누적 기준 수출입 통계를 보면 수입이 증가해온 PE와 EG도 수입량이 각각 2%, 26% 감소했고, 수입이 유지되던 폴리프로필렌(PP)은 프로판 및 석탄 기반 설비들이 가동되면서 수입량이 21%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석탄/가스 기반 설비 영향이 가시화 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수입이 빠르게 감소해온 폴리염화비닐(PVC)과 테레프탈산(TPA)은 오히려 순수출로 전환되었다. 자급체제를 구축한 일부 중국 제품은 이제 수출시장의 경쟁자가 된 것이다.


중국도 세계 시장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국의 자급화가 한국 석유화학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 장치산업의 특징적 현상인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경기 싸이클이 사라질 것으로 볼 이유도 없다. 그러나 글로벌 잉여물량을 안정적으로 흡수해온 수입 시장이 사라질 경우, 각국 과잉설비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업계의 경기 싸이클을 관통하는 평균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중국의 위협은 양적 성장뿐만 아니다. 중국기업의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한 이슈이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중국기업의 질적 성장은 두가지 방향이다.


첫번째는 민간 기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며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2010년 중국 주요 석유화학제품 설비에서 민간 기업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즉 대부분의 설비가 국영기업에 의해 운영되면서, 기업 운영에서 효율성이나 수익성, 성장 등의 이슈에 크게 천착하지 않아왔다. 특히 중국의 3대 국영석유화학기업(Sinopec, CNPC, CNOOC)은 모두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서, 석유화학사업은 매출 비중이 10~20% 수준으로 전략적 의미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중국의 석유화학 투자를 민간에서 주도하면서 현재 민간기업 설비 비중이 40%를 넘어섰고, 2020년에는 50%에 이를 전망이다.


민간기업은 석유화학 투자를 ‘기초소재 자급화’라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익 추구를 위해 진행한다. 따라서 기술 확보가 되고 원가 경쟁력을 갖춘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수급에 관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자를 실행한다. 이 때문에 테레프탈산이나 우레탄 원료 등 제품의 생산능력을 몇년만에 3~5배로 급격히 증가시켰으며, 가동률 유지를 위해 수출시장 공략까지 나서는 등 과거 국영기업과 다른 경쟁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두번째는 기능성 제품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는 범용제품은 국영기업 주도 또는 해외자본의 유치를 통해 건설하고, 자국 민간기업은 기능성 고부가가치 사업 육성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국기업이 기술의 학습을 통해 공정기술력을 확보하면, 기술이 여러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생산능력이 급증하면서 해당 제품에서 글로벌 메이저 생산국가로 부상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과거 한국과 같은 신흥국이 범용제품을 거쳐 기능성 제품으로 점차 나아가던 것과는 다른 경로이다. 범용제품과 기능성제품을 동시에 육성하여 후발기업이 바로 선발 기업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이례적인 성장 경로를 만들고 있는데, 막강한 시장의 힘을 가진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사례로 폴리카보네이트(PC) 사업을 볼 수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2000년대 중반까지 공정기술 라이선스가 어려운, 진입장벽이 있는 고기능 플라스틱으로 분류되었다. 실제로 공정기술을 바이엘(현 Covestro)과 바스프, 다우, 미쓰이, GE(현 SABIC) 등의 회사가 독점 보유하면서, 전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 GE Plastic이 사우디 국영기업 사빅(SABIC)에게 매각되고,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기업들이 공정기술을 제공하면서 한국 기업도 설비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도 사빅의 대규모 설비투자 추진, 공정기술 라이선스, 자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폴리카보네이트의 설비투자가 급증했다. 동시다발적 투자 결과 2020년 중국의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능력은 한국 생산능력의 3배 이상, 세계 생산능력의 29%를 점유할 전망이다. 대표 고기능수지로 분류되던 제품에서 중국이 10년만에 메이저 생산 국가가 된 것이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에서 나타나는 제품별 업황의 차이, 전망의 차이도 중국기업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중국 덕분에’가 ‘중국 때문에’로 바뀌는 데에는 5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여러번 보아왔다. 이것이 우리가 중국 기업의 동향을 더욱 민감하게 주시해야 하는 이유이다.


리스크 4 :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투자 재개


네번째 리스크는 세계 석유화학업계에 위축되던 투자가 다시 활발하게 검토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내외 석유화학 업계에서 중장기 경기를 낙관하는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석탄화학, 미국의 셰일기반 화학 투자가 마무리 되는 2018년부터 대형 플랜트 투자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2~3년의 신규설비 물량이 점차 시장에 흡수되면, 수급이 밸런스를 찾고 다시 공급이 부족해지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업계가 전체적으로 이런 기대감을 가지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북미 지역을 필두로 중국과 중동, 동남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에틸렌 설비 투자 계획을 확정 또는 검토하고 있고,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증설계획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유가 하락과 투자비 증가로 최종 결정을 미루던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 진행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동북부지역에 Shell이 에틸렌 연산 150만톤의 에탄 크래커 건설을 확정지었고, 룻데케미칼이 주도하는 에틸렌 연산 100만톤의 에탄크래커도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또한 브라질 브라스켐(Braskem)과 멕시코 이데사(Idesa) 합작 프로젝트도 멕시코에 투자비 52억 달러를 들여 에틸렌 설비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태국 PTT와 대만 Formosa도 미국에서 각각 100만톤과 120만톤 규모의 에틸렌 설비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이집트 카본홀딩스(에틸렌 150만톤), 태국 PTT(에틸렌 50만톤), 카자흐스탄 KPI(에틸렌 84만톤), 러시아의 Sibur(에틸렌 150만톤) 등 전세계 곳곳에서 투자 검토가 발표되고 있다. 또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중국 셴화와 사우디 사빅이 합작으로 중국에 대형 석탄화학 콤플렉스 건설 검토를 시작했고, 이란도 수출 금수 해제 이후 석유화학 콤플렉스 투자에 동참할 글로벌 투자자들을 적극 물색하면서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과거처럼 중동, 중국, 미국 등 특정 지역 주도의 투자 러시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투자 검토 계획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라도 추진될 경우 2017~2019년 미국의 셰일기반 설비에 의한 경기 조정 이후에도 상당기간 공급 과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리스크 5 : 신공정 석유화학제품 생산공정의 상업화


2010년 이후 중국은 석탄화학이라는 오래된 기술을 에틸렌/프로필렌 생산공정으로 상업화 시켜서 자국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석탄은 화학산업 초기 중요한 원료였지만, 나프타(석유제품)와 에탄(천연가스 부산물)에 밀려서 실제 대형 상업 공장에서는 원료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이 오래된 공정기술의 대형화, 상업화를 성공시키면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새로운 석탄화학 산업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제 석유와 천연가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천연가스에서는 부산물인 에탄/프로판을 원료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천연가스(주성분 메탄)에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풍부한 미국, 이란, 트리니나도토바코 등이 일차 추진 지역이다. 미국에서는 BASF가 천연가스기반 프로필렌(Methane to Propylene) 공장 건설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가스나 석유제품 부산물인 프로판을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것 보다는, 투자비가 좀 더 들더라도 천연가스에서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것이 장기 수익성에서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이다. 당초 2019년 완공예정 프로필렌 연산 45만톤 설비 건설을 계획했으나, 최근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프로젝트 추진이 보류되고 있다. 반면 이란의 Badr-e-Shargh Petrochemical은 천연가스 기반 프로필렌 51만톤 설비 투자계획을 추진, 현재 공장 설계 엔지니어링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석유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 국영석유화학기업인 사빅이 ‘oil-to-chems’ 콤플렉스의 일차 검토를 수행했고, 2017년초까지 아람코와 함께 상업 플랜트 건설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는 석유에서 나프타를 생산하고, 나프타가 석유화학 공장의 원료로 투입된다. 그러나 세계 석유제품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국내 추가 석유화학산업 원료 공급이 제한되면서, 석유를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투입하는 공정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제품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다양한 유도품이 생산될 예정으로, 발표된 투자비 규모는 300억 달러 규모이다.


만약 천연가스 또는 석유에서 직접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여 확산될 경우 중장기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투자 및 경쟁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고, 에너지 수입국에 위치한 석유화학 설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3.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과제

 


앞에서 본 국내외 석유화학 업계의 업황 전망과 리스크 요인들을 종합해 볼 때, 현재 한국 석유화학산업을 보는 시각이 큰 격차를 두고 양분되는 상황은 당연하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을 오랜기간 경험한 업계에서는 과거에도 다양한 리스크들이 있었지만 우려만큼 크게 작동하지 않았고 예상 밖의 호재들이 등장해서,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성장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주변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타 산업 사례를 보는 사람들은 산재한 리스크 요인 중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현실화 되면, 과거 업계의 경험과 기대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를 사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고, 그만큼 반대 입장의 견해에 설득되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업계 스스로가 리스크 요인들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합리적으로 대응을 해나가는 것일 것이다. 개별 리스크 요인에 대해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을 준비한다면, 불확실한 리스크 요인도 일정부분 사전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한번 더 생각해야 할 몇가지 과제들을 생각해 보자.


첫째, 대형 신규 투자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도 기존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 검토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이라면 성장이 중요하고, 양호한 실적으로 현금이 쌓이면서 새로운 성장기반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이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들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과잉설비로 심각한 휴유증을 겪고 있는 타 산업의 사례들과, 중국이 손쉽게 과잉구조를 만든 여러 석유화학 제품들의 사례들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여, 현재 투자를 검토하는 사업은 이들 사업과 다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석유화학 같은 장치산업은 한번 투자하면 20~30년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하고, 퇴로를 찾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둘째, 재무건전성과 안정성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은 개별 이슈 하나에도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자본시장의 펀더멘탈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현상이다. 석유화학 기초원료(에틸렌, 프로필렌, 아로마틱스) 부문은 중국의 자급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비가 조 단위로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주요 투자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그만큼 투자에 대한 재무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이다. 보통 석유화학 투자는 호경기에 검토되기 때문에, 미래 수익에 대하여 낙관적 경향을 갖기 쉽다. 이 부분에 대하여 부정적 시나리오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하고, 재무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옵션들도 적극적으로 탐색되어야 할 것이다.


세째, 제품/품질 고도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BASF의 경우 엔지니어링플라스틱과 폴리우레탄을 기능성솔루션(Functional Solution) 사업부문으로 구분하고, 이 제품들은 고객에게 기술서비스와 맞춤형 소재를 결합시킨 ‘소재 솔루션’으로 공급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 때문에 고객 사업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당장의 거래로 연결되지 않아도 기술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고객의 소재 가공기술에 대하여 더욱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단기적으로는 제품 수익성이 높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소재 파트너로 인정받을 경우, 안정적 거래와 수익을 창출하면서 후발기업이 주도하는 경쟁을 하지 않고 외부 환경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범용 및 기능성 제품 영역 구분과 관계없이 모든 소재기업이 견지해야 할 방향성일 것이다.


네째, 장기 관점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기업들 대부분이 미래 성장동력에 대하여 장기간 고민하고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명확한 책임 주체와 전담 체계가 없을 경우, 업황 변화에 따라 연속성 없이 흔들리고 실제 육성으로 연결되기는 매우 어렵다. 즉 업황이 좋을 때는 기존사업을 계속 키우고 싶고, 안좋을 때는 불황극복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은 후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 선진국 화학기업들의 경우 법인 산하에 벤쳐케피탈이나, 신사업육성센터 등을 두고, 신사업 탐색 및 육성을 전담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사업은 대부분 기술과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범용 석유화학제품처럼 성숙 사업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불편하고 매력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결국 미래 성장동력은 경영진의 명확한 의지와 전략적 의사결정으로 발굴하고 육성해야 씨앗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현재 상황은 타산업 대비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환경 요인에 따른 부분이 크기 때문에 편하게 보기는 어렵다. 환경이 우호적인 현 시점이 향후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위기 준비를 할 수 있는 적기이다. 우리 회사의 사업은 다를 수 있다는 낙관적 편향이 나타나는 순간, 내부 논리에 빠져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에서 누군가는 사업의 객관적 상황과 리스크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공유하면서, 충분한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기업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사업을 성장시키는 체질 구축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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