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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리딩기업의 변화를 통해 본 성공하는 화학기업의 특징'


‘지속적인 고성과를 창출한 화학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19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세계 화학산업을 선도해 온 Top 50 기업의 변화를 시대별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 보았다.


분석 결과 화학산업은 변화에 둔감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 역할 및 구성이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기업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종별로는 기초소재의 비중이 감소하는 반면, 헬스케어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략 유형별로는 다각화형에 비해 전문형 화학기업의 비중 확대가 두드러졌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1990년대 이후 바이오 기술 확산에 따른 혁신화학기업의 비중 확대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성장 및 수익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한 기업들의 사례 분석 결과 첫째, 화학사업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둘째, 메가트렌드 변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이를 사업으로 연계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셋째, 중장기 관점의 포트폴리오 관리 및 조정을 중시한다는 공통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공통적인 역량 이외에 전략 유형에 따라 특징적인 역량도 있었다. 종합화학기업의 경우는 탑다운 중심의 의사결정구조와 고도의 사업관리 역량이, 전문화학기업에게는 강력한 글로벌 사업 역량과 함께 선제적 고객 커스터마이징 역량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융합화학기업에게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와 이질적 자원의 통합 및 연계 역량이, 마지막으로 혁신화학기업은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과 뛰어난 변화관리 역량이 특징적이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많은 화학기업들이 미래의 성장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점검과 함께 사업 및 역량을 과감하게 재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환기의 화학산업에서 주어진 환경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 목 차 >


1. 기로에 선 화학산업
2. 화학산업의 변천 
3. 성공기업의 특징
4. 시사점

 


1. 기로에 선 화학산업

 


화학산업은 일반적으로 타산업에 비해 라이프사이클이 긴 산업으로 알려져 왔다. 수십 년 전에 개발된 제품이 여전히 팔려나가고, 그것으로 높은 수익을 향유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화학산업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좋은 산업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성장성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변화에 둔감한 저성장 산업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어느 쪽이든 한 부분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면이 없지 않지만 실제 사례를 통한 판단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학산업의 특성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수요기업의 니즈가 갈수록 다양화, 고도화되고 있고, 신흥국 화학기업의 무서운 발전은 일부 영역에서 선두 기업들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기술 기반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오기술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화학기반 기술의 대체를 시도하고 있으며, IT기술의 성숙은 화학 R&D의 효율을 한 단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갈수록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환경·안전 의식, 예측을 불허하는 유가 급등락 등 최근 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가히 전방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화학기업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지금의 성장사업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지, 향후의 성장기회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 변화를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물론이고 견실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 역시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세계 화학산업 전반에서 대형 M&A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과거 화학산업의 경험으로부터 이러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보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화학산업의 성장을 주도해 온 리딩기업들을 통해 화학산업이 어떠한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고, 그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고성과를 창출한 기업들의 성공요인을 유형별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가 현재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에 대해 하나의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2. 화학산업의 변천

 


포괄적 시각에서 화학산업 내 역사적 변화 과정 탐색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분석에서 사용하는 화학산업의 정의와 연구 방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본 연구에서는 화학산업을 ‘화학(Chemistry)을 핵심 기반 기술로 사용하는 산업’으로 정의한다(<그림 1> 참조). 석유화학, 정밀화학 등 협의의 화학산업은 물론 화학 관련(또는 화학 파생)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일반적인 산업 분류와 달리 화학산업을 폭넓게 정의하는 것은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유용한 물질과 소재를 공급’하는 화학산업의 역할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동시에 최근 화학기업들의 사업 범위가 전통적인 화학산업의 경계를 넘어 이종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현상도 화학산업을 광의로 정의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다음으로 화학산업의 변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약 10년 간격으로 매출 기준 글로벌 Top 50 화학기업을 선정하고 이들의 구성 및 특징을 시대별로 나누어 관찰하였다(5페이지 BOX 참조). 산업 데이터를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산업의 변화상을 반영하지는 못하겠지만 전반적인 산업 트렌드를 개략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자료 입수의 한계로 관찰 기간이 196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약 50여 년으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현대 화학산업의 본격적인 팽창기가 1960년대 이후임을 감안할 때 최근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았다(<그림 2> 참조).


업종별 변화의 양상


먼저 업종별 분석 결과를 살펴보자. <그림 3>은 Top 50 기업들의 업종별 구성 비중(기업 수 기준)이 시대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가장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기초소재기업의 경우 1980년대 비중이 56%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산업 사이클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기업 간 합병의 영향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조적인 점은 제약기업의 비중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기업의 비중은 1980년대까지 10%대를 유지하다가 1990년대 이후 급증하기 시작, 가장 최근에는 30%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서의 고령화에 따른 의약품 수요 확대와 바이오기술 혁신에 따른 대형 신약 개발 등으로 고성장을 위한 여건이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가공소재 업종의 경우 수요산업의 성장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 및 타이어 기업의 경우 천연소재 대체, 자동차 대중화 등에 힘입어 1970년대까지는 강세를 유지하였으나, 이후 비중이 뚜렷하게 하락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시적이지만 I&E(IT&Electronics) 소재부품기업의 등장은 1990년대 IT 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업종별 비중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그림 4> 참조). 1991년 이후 시장가치 측면에서는 제약기업의 비중이 이미 기초소재기업을 넘어섰으며, 그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약기업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이 시장가치에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업종별 분석 결과는 산업별 성장 격차가 기업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기술 혁신이 업종별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술 혁신이 저조한 기초소재 분야와 기술 혁신이 활발한 제약 분야의 상반된 성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 유형별 변화 양상

 

다음은 기업의 성장전략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았다(화학기업의 전략 유형별 분류는 <그림 5> 참조). <그림 6>에서 보듯이 1990년대까지는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는 종합화학기업들의 비중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다가, 2000년 이후 그 비중이 급속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구미 화학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어 온 구조조정 노력의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 융합화학기업과 혁신화학기업 유형도 그 수는 적지만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혁신화학기업의 경우 1990년대의 몬산토(Monsanto)를 시작으로 암젠(Amgen), 로슈(Roche), 길리어드(Gilead), 테바(Teva) 등이 가세하면서 2014년에는 전체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부분 기업이 농업 및 제약 분야에서 바이오기술 혁신을 주도한 기업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적으로는 전문형 화학기업(전문화학기업과 혁신화학기업)의 비중 확대가 두드러지는데 2014년 기준으로 보면 전문형 기업의 비중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기업의 성장, 수요 침체에 따른 경쟁 가열 등으로 다수의 기업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현재의 자료만으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지 않고서는 생존조차 어렵다는 기업들의 엄중한 상황 인식을 고려할 때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3. 성공기업의 특징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서 성공기업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실 조심스러운 일이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기업이 순식간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그 이름 자체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을 보장해주기 어려운 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기업을 거론하는 것은 비록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장기간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둔 기업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기업들 중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히 높은 성과를 창출해 왔거나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기록한 기업들을 선별하였으며, 이들의 사례를 통해 성공기업들이 지닌 특징을 살펴보고자 했다. 한편 이들 기업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역량에 더해 세부 전략 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차별적인 역량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분석 기업들을 선정함에 있어 앞서 설명한 4개 전략 유형별 기업들이 고루 포함되도록 고려했다.


공통적인 역량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들을 요약하면 <그림 7>에서 보는 바와 같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업들의 핵심 가치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핵심 사업의 육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구사에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화학기업으로서의 강점 내지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① 화학사업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


기본적으로 화학은 물질의 성질과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분야다. 대부분의 선진 화학기업들은 물질을 통한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R&D를 중시하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유리 기업인 코닝(Corning)은 유리, 세라믹, 광 물리학(Optical Physics) 등 소재 기술의 전문성과 공정 노하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이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해 고수익을 창출한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그림 8> 참조). 1851년 설립 이후, 백열전구용 유리부터 내열 주방용품, 브라운관용 유리, 광섬유, 디스플레이용 유리, 생명과학용 유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오는 동안, 이러한 신념은 예외 없이 지켜져 왔다. 지난 10년 간 코닝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평균 9.4%로 R&D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후지필름(Fujifilm Holdings)의 사례도 상징적이다. 사진용 필름의 쇠퇴와 함께 경영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후지는 사진용 필름 사업으로 축적한 기술이 다양한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재료화학, 광학 등 기반 기술에서 파생된 기술을 12개 핵심 기술로 정의하고, 이들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디스플레이용 필름, 의약품, 화장품 등의 신사업을 발굴, 육성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② 메가트렌드 변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사업에의 연계


화학산업은 기초적이면서 다양한 소재를 공급하는 사업의 특성으로 인해 수요산업 기반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 때문에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구상하는데 있어서 미래의 환경 변화나 수요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주요 화학기업들은 명시적이든 아니든 메가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며, 특히 대형 화학기업들은 메가트렌드의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이를 반영한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에 적극적인 자원 투입을 아끼지 않아 왔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BASF를 들 수 있다. BASF는 2001년 BASF New Business를 설립한 이후, 지속적으로 메가트렌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론 메가트렌드 파악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BASF는 메가트렌드 분석을 통해 자사의 핵심 성장 분야를 선정하고 육성이 필요한 중점 기술을 정의한다. 내부에서 조달할 수 없는 역량에 대해서는 BASF Ventures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나 협력을 모색한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선제적으로 탐색하고 이를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BASF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한편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Mitsubishi Chemical Holdings)는 2009년 그룹의 싱크탱크이자 글로벌 연구기관인 ‘KAITEKI(쾌적)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그룹의 미션인 ‘KAITEKI 실현’을 위해 20∼50년 후의 미래 사회 모습을 예측하고, 이와 연계된 그룹의 사업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③ 중장기 관점의 포트폴리오 관리와 조정


마지막으로 너무나 당연한 특징으로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화학기업들이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명확하고도 일관성 있는 목표와 도전정신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포트폴리오 관리이다.


주로 장수하는 화학기업들의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이 주목을 받는데, 이는 그들의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 자체가 지속적인 성장 및 생존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350년의 전통을 지닌 독일의 화학기업 머크(Merck)는 지속적인 변신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노장 기업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생명과학 분야로 사업 및 기술 기반을 재구축함으로써 ’생명 기술 분야의 선도기업(A Pioneering Company that advances technologies for life)’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였다.


지난해 12월에는 화학산업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 다우케미컬(Dow chemical)과 듀퐁(DuPont)의 충격적인 합병 발표가 있었다. 양사 공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할 뿐 아니라 뛰어난 포트폴리오 관리 역량으로 정평이 난 기업들이었다. 듀퐁과 다우케미컬 합병의 성공 여부를 현 시점에서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들의 희망대로 더욱 강력한 시장 지위를 구축한다면 이들의 합병 또한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전략 유형별 필요 역량

 

샘플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는 하지만(특히 융합화학기업과 혁신화학기업), 기업이 택하는 성장전략 유형에 따라 차별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성장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고, 그로부터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략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특정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이러한 세부 전략 유형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혁신화학기업으로 출발하여 다각화 과정을 거쳐 종합화학기업으로 성장한 후, 다시 구조조정을 통해 전문화학기업으로 변신한 기업들의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있을 것이며,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하에서 제시한 사례만으로 해당 기업의 성격을 획일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① 종합화학기업


종합화학기업 유형의 기업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Top-down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화학기업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다양하고도 상대적으로 이질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고 조정해줄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기업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BASF나 다우케미컬(Dow Chemical) 같은 기업은 Top Management Team을 구성하여 전사 차원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수행해오고 있다.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는 이질적 자회사들 간의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하고, 신사업 진출 및 사업구조조정을 가속하기 위해 지주회사 형태로 조직을 전환한 경우이다.


다음으로는 사업의 복잡성을 관리하고 포트폴리오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사업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중장기 포트폴리오 관리가 총론이라면, 사업관리는 이를 실제로 구동하기 위한 세부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BASF는 미래 예상 수익률에 따라 모든 사업을 Green(집중 육성), Yellow(경쟁력 유지), Brown(투자 제한), Red(사업 철수) 등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위치에 따라 사업전략을 철저히 차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Green으로 구분된 사업에 대해서는 전사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사업 확장을 위한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② 전문화학기업


전문화학기업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좁은 사업 범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제품 확장보다는 지역 확장이 중요한 성장의 수단이 된다. 따라서 동일한 규모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글로벌 사업 역량을 필요로 한다. 세계 1위의 접착제 기업인 헨켈(Henkel)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서 기인하는 경기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신흥국 진출을 추진해 왔다. 또한 지역별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7개 지역에 R&D 센터를 신규로 설립하였다. 헨켈은 독일기업이지만 철저한 성과지향적 평가 시스템 하에 국적과 무관하게 차별 없이 인력을 운영하고 육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역량도 중요하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L’Oreal)은 지역별 소비자의 다양하고도 독특한 미용 습관을 이해함으로써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특히 R&D는 기초 연구를 통한 제품 혁신과 함께 전세계 주요 거점에 로컬 R&D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마케팅 부서와 함께 로컬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③ 융합화학기업


융합화학기업은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 3M 등과 같이 사업의 범위나 사업 방식에 있어 정형화된 특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실상 이들은 화학적인 전통이 강할 뿐 이제는 화학기업이라 부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융합화학기업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다양성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질적 자원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역량이 뛰어나다. 존슨앤존슨은 기업의 경쟁우위가 조직 다양성 확보에서 비롯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조직 내에 최고다양성관리자(CDO; Chief Diversity Officer)를 두고 있을 정도이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는 기술/제품/사업 간 유기적 통합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혁신적 사업 재편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존슨앤존슨은 다양한 기업의 M&A를 통해 부족한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내부 역량과 결합하여 신사업을 창출하는 역량이 매우 뛰어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④ 혁신화학기업


마지막으로 혁신화학기업의 사례로는 로슈, 코닝, 머크(독일) 등을 들 수 있다.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반적 의미의 혁신기업과 달리 혁신화학기업은 자신의 사업 분야를 유지하면서 기술 혁신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구조 혁신에 주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급격한 사업 및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종합화학기업에서 요구되는 최고 경영층의 역할이 주로 사업의 복잡성을 관리하고 조정하는데 중점을 둔다면, 혁신화학기업의 경우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리스크와 조직 내 저항을 감수하고 직접 변화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앞서 소개한 머크의 사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머크는 오너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를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시스템을 전통으로 고수하고 있는 기업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모두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며, 일단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일관성있고 공격적인 실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머크는 공격적인 사업 재편을 하기로 유명한데, 2002년에서 2014년 사이 70억 달러 규모의 사업 철수와 310억 달러 규모의 M&A를 추진한 바 있다. 한편 공격적인 사업 재편의 이면에는 뛰어난 변화관리 역량이 존재한다. 머크는 인수기업의 빠른 통합을 위해 신속한 PMI(Post Merger Integration)와 함께 ‘One Merck Brand’를 강조하고 있다. 이질적인 사업 및 자원의 신속한 융합을 위해 조직의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융합화학기업과도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4. 시사점

 


진화하는 화학기업


지금까지 리딩기업을 중심으로 1960년대 이후 화학산업의 변천과 기업들의 성장전략 변화를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화학산업의 역할 및 구성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산업 관점에서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지만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화학산업도 꾸준히 변화하여 왔다. 예컨대 기초소재의 업종별 비중이 최근 들어 감소하고, 반대로 헬스케어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보면 농화학, 제약 등 같은 업종 내에서도 새로운 기술 기반의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업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이전에는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요산업의 성쇠와 기술기반의 변화, 새로운 경쟁자의 부상 등에 따라 과거에도 많은 화학기업들이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했으며, 이 중 도전을 극복한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기업의 특성이나 처한 환경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구조가 되었건 기술 기반이 되었건 ‘혁신을 멈추지 않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業)에 대한 재정의로 미래에 대비해야


그렇다면 기업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인가. 앞서 살펴본 성공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향후 고민해야 할 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자신의 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앞서 화학산업의 변천과 그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았다. 전략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변화에 대한 의지라고 요약할 수 있다. 최근처럼 기술, 환경의 변화가 심할 때 자신의 사업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것은 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들어 업종에 대한 경계, 기술에 대한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특정 영역의 기업이 아닌 ‘Science Company’, ‘Technology Company’, ‘Inventing Company’ 등으로 규정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산업의 경계나 기술의 경계가 아닌 고객의 변화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이 집중할 분야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업에 대한 재정의와 함께 전면적인 사업 재편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사업 역량을 재정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성적으로 기존의 사업 방식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시장지위가 높은 기업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기업을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존의 사업 역량이 어느 순간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재편 여부와 관계없이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 역량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기존 역량 이외에 신규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학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물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화학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은 화학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의 원천이다. 새로운 사업이든 새로운 기술이든 이를 기존 역량과 화학적으로 융화시켜 새로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리딩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 및 시사점은 국내 기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화학산업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환경 변화의 속도나 심각성이 덜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교훈은 얻을 수 있다. 화학산업은 수요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전해왔으며,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화학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기업들의 멈추지 않는 혁신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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