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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인도의 단일부가세(GST) 도입, 빅뱅식 개혁 급물살 예고'


인도의 단일부가가치세(GST) 도입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모디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연되어 왔던 빅뱅식 개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내년 4월부터 인도 전역에서 단일세율의 부가가치세가 적용됨에 따라 29개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단일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우리 업체들은 새로운 GST 세제 시스템에 대비하는 한편 규모가 더욱 확대될 인도시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인도 독립 이후 최대 규모의 조세개혁안


인도의 단일부가가치세(GST : Goods and Services Tax) 도입을 골자로 하는 122차 헌법수정안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당초 지난해 5월 하원에서 통과됐던 수정안은 상원에서 계류 상태였다가 지난 8월 3일에 통과되고, 다시 하원으로 이송된 재수정안이 지난 8월 8일에 최종 통과됐다. 앞으로 한 달 이내에 29개 주의회 가운데 16개 주 이상에서 비준이 이뤄지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게 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헌법수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인 입법 작업이 시작된다.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GST 단일세율, 면세범위, 환급절차, 분쟁해결절차 등이 입법안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입법이 완료되면 GST는 2017년 4월 1일부터 인도 전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일까지 다소 빠듯한 일정일 수도 있지만 논의가 시작된 시점을 감안하면 매우 늦은 감이 있다. GST 도입 문제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렇지만 지방분권이 강한 인도 현실에서 주정부들이 징세권과 세수감소를 우려하여 반대해 왔고, 정부의 준비 과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정부들은 중구난방식으로 간접세 항목들을 늘리고 서플라이 체인의 여러 단계에서 과세, 때로는 이중과세 함으로써 비효율적 조세환경을 조성하게 되었다.


상품과 서비스 거래에 단일세율 적용


더욱이 인도 주정부의 조세징수액 가운데 간접세 비중이 89%에 달하는 상황에서 비효율적이고 불명확한 간접세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게 됐다. 정치적으로 인도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경제적으로 상이한 간접세율이 적용되고 주경계마다 통행세가 부과되는 등 단일시장의 면모를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GST 도입의 가장 큰 의미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거래에 단일세율을 적용하여 인도 단일시장을 형성하는 데 있다. 모디 총리는 GST 헌법수정안의 의회 통과에 대해서 ‘하나의 인도(team india), 변혁(transformation), 투명성(transparency)으로 가는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단일 GST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18~20%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회당은 18%를 법률에 명시하자는 반면 집권 BJP당은 상한선 표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재무장관은 17~19%를 제시하고 있다. GST 세율의 결정 원칙은 ‘수익중립세율(revenue-neutral-rate)’인데, 이에 따르면 각 주정부의 현재 세수입을 감소시키지 않는 세율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 주들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서 정부는 GST 도입 5년동안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간접세에 속하는 많은 항목들도 GST로 단순화될 전망이다. GST를 보통 부가가치세로 번역하게 되는데 인도에서는 조금 다르다. 현재 간접세 시스템에서는 유통업체에게 부과하는 부가가치세(VAT) 외에 공산품 출고시 제조세(excise tax)와 서비스 공급시 서비스세(service tax)가 공존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의 계산서에는 세금과 상관없는 식당의 서비스료(8~12%)가 부가되며, 간접세로서 VAT와 서비스세가 각각 더해진다. 앞으로 GST가 도입되면 VAT와 서비스세가 단일 GST에 흡수되면서 과세항목이 단순해질 전망이다.


인도 단일시장의 초석 마련


공산품의 경우는 GST 단일세율의 적용과 진입/통행세의 폐지로 인해 단일시장에서 판매되는 효과를 비로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인도 내 29개의 주들이 상이한 간접세율을 부과했으며, 주 경계를 넘는 상품에 대해서는 진입세/통행세가 부과되어 왔다. 주 경계의 요금소에는 통행세를 내기 위해 화물트럭들이 길게 줄을 서게 되고 그만큼 운송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트럭 운송시간의 평균 16%가 단지 요금소를 통과하는데 소요되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인도 Economic Times지 보도에 따르면 주경계의 요금소만 없애도 트럭 1대당 1일 평균 6시간을 더 운행할 수 있다고 한다.


내년 4월부터 GST가 도입되고 주 경계의 의미가 퇴색되면 기업들은 인도 단일시장을 겨냥하여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주별 세금장벽이 철폐되어 인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제조 허브가 탄생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면서 인도 정부의 ‘Make in India’ 캠페인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공산품 가격인하 전망


한편 GST 세율이 현재 간접세율보다 낮아짐에 따라 공산품의 경우는 가격인하가 예상된다. 현 간접세 체제에서는 제조업체, 유통업체 별로 다른 세목과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GST 단일세가 도입되면 공산품의 간접세율은 기존 25~26%에서 낮아지는 반면 서비스세율은 기존 15%에서 다소 상승할 전망이다.


<표 1>에서 예시된 경우를 보면 현재 시스템에서 제조업체는 제품이 공장 문을 나서는 순간 12.5%의 제조세를 납부한다. 그리고 제품이 다른 주로 판매되는 경우 2%의 중앙판매세(CST : Central Sales Tax)를 추가 납부한다. 서플라이 체인 상 다음 단계인 유통업체들에게는 제조세 대신 12.5%의 부가가치세(VAT)가 적용된다. 이러한 간접세 부과 단계를 거친 후 최종 매출액은 252.5루피로 책정된다. 제조업체와 도매업체, 그리고 소매업체는 부가가치세 환급분을 제외하면 모두 합해 52.5 루피를 납세한다.


이에 비해서 GST 체제에서는 제조세, CST, VAT 등이 모두 GST 단일세로 통일된다. 편의상 20%의 GST 세율을 가정했을 때 최종 매출액은 248루피로 현재의 간접세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에 비해 4.5루피 낮아지게 됨을 알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과세 시점이 제품이 공장문을 나서는 순간이 아니라 최종 소비 시점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과 제조업체도 GST를 내게 됨에 따라 다음 거래자인 도매업체가 GST 환급을 받을 수 있어 순 부담액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만약 GST 세율이 18%로 정해지면 가격인하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표 1>의 GST 세율을 20% 대신 18%를 대입해서 계산해 보면 최종 매출액은 242.4루피로 낮아진다.


업종별 명암 엇갈려


업종별로는 소비재, 가전, 의류 등에서 대부분의 제품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SUV와 같은 중대형 차종은 현재 제조세율이 27~30%로 높기 때문에 단일세율이 도입되면 가격인하 효과가 다른 품목에 비해 더욱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 13차 인도 금융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GST 도입으로 공산품 가격은 1.22~2.53%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미 감세혜택을 받고 있는 품목이나 서비스 업종은 세금인상 효과가 발생하면서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제조세율이 8%에 불과한 소형차 등은 GST 단일세율이 적용되면서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다. 서비스업은 면세가 적용되는 구급서비스, 문화활동, 선교 등을 제외하고는 현행 14.5%의 서비스세율이 단일 GST세율(18~20% 예상)로 인상되면서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즉 내년 4월부터 인도의 외식비, 여행비, 전화요금, 은행 및 보험서비스, 영화요금, 스포츠 관람료 등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인도중앙은행의 라구람 라잔 총재는 GST 도입으로 간접세제가 단순화하면서 경제적 이득이 크겠지만 서비스 요금인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GST 단일세율은 어쨌든 현행 서비스세율보다는 높게 정해질 것이고 시행 첫해에 0.2~0.7%p의 물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와 경제성장 제고 효과 기대


그렇지만 GST 도입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비해서 투자 및 경제성장 기대를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GST는 복잡한 간접세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주경계를 허물어 단일시장을 형성하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업환경이 개선되면서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성장과 고용확대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도 국가응용경제연구위원회(NCAER)는 GST 도입으로 인도 GDP가 0.9~1.7% 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룬 자이틀리 재무장관도 GDP가 2% 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의 전망에서는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 민간부문에서는 HSBC은행이 GST 도입 이후 3~5년에 걸쳐 GDP가 0.8%p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마헤쉬 굽타 PHD 상공회의소 회장은 “GST 도입으로 제조업 생산능력이 늘어나고 서비스업은 본격적 성장궤도에 안착되는 한편 외자유치에 박차가 가해지면서 수백만명의 신규 고용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지기업 호의적 반응


현지기업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인디아의 바스카르 프라마니크 회장은 GST가 2017년 4월부터 시행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로 인해 사업환경이 개선되고 간접세제의 복잡성이 사라지면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일시장 형성으로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물류업체들도 GST 도입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GST 수정안 통과 뉴스가 발표되자 인도 주식시장에서는 물류업체들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2% 가량 상승하기도 했다. 수혜가 예상되는 소비재, 의약, 고급자동차 등의 해당 업체들도 GST 도입이 차질없이 이뤄지기 바란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호의적 반응과 별도로 GST 법안의 내용을 미리 예상해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산업계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GST 수정안 통과 직후 푸네와 구르가온에서는 GST 관련 기업세미나들이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단일세율이 과연 어느 선에서 결정될 것인지 환급절차는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또한 세무당국과의 세무분쟁 해결절차는 어떻게 정해질 것인가에 대해 주로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법안이 마련 중이고 가이드라인만 나온 상태에서 당사자격인 기업들이 많은 의문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업체들에게 인도사업 확대의 계기


인도 현지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도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준비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1일 GST 시행일이 다가오기 3~4개월 이전까지 기업 내부적으로는 준비를 마치는 것이 필요할 전망이다. GST 도입에 맞춘 회계시스템 변화, 회계교육, 물류망 재구축 등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초기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인터넷에 기반한 GST 포탈이 등장할 것이므로 IT시스템의 정비도 필요하다. 현재 인도 유수 IT업체인 Infosys가 GST 포탈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GST 포탈을 통해 납세자 등록, 납세, 환급 등이 이뤄질 것이며, 750만개의 사업체가 이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부적으로 ERP(비즈니스 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GST세제와 본사 시스템이 합치하도록 현지 시스템을 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GST 도입 초기에 우리 업체들이 대응체제를 구축하는데 어느 정도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기회 확대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 인도에서 단일시장이 형성되고 상품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시장확대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간접세 개혁으로 물꼬가 터진 빅뱅식 개혁이 노동과 토지 개혁으로 이어질 경우, 인도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3위 거대시장과 사업대상지로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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