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화학 기업의 명암'
2년 전에 시작된 금융위기는 글로벌 화학 기업의 펀더멘털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모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기업별 특성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기업들도 있었다. 어떤 특성을 가진 기업들이 경쟁자들과 다른 성과를 얻었는지 살펴본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다.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회생하는 듯했으나, 아직 더블딥의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어떤 상황일까? 포브스(Forbes)가 매년 매출, 순이익, 자산, 시장가치 등을 종합해 전세계 2000대 기업의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Forbes Global 2000에 따르면, 2009년 2000대 기업의 평균 매출 및 순이익은 2008년 대비 각각 6.1%, 13.4% 하락하였다. 제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13개 업종의 기업 수는 797개에서 793개로 4개가 줄어들었고, 매출과 순이익 평균치는 11.7%, 33.1% 감소해 비제조업 기업에 비해 하락폭이 컸다. 한편, 대부분의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화학기업의 경우, 2008년 대비 3개가 줄어든 62개 기업이 2000대 기업에 속했다. 매출액 평균치는 제조업 평균과 비슷한 11.5% 하락했으나, 순이익 평균치는 제조업 평균치보다 더 심각한 40.4%의 감소세를 보였다. 실적만으로 보면 글로벌 경기 침체가 화학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그림 1> 참조). 그러나, 시장에서 바라보는 화학산업의 전망에 대한 시각은 실적보다는 긍정적이다. 2010년 3월 1일 기준, 화학 기업의 전년 대비 평균 시장가치 상승률은 74.3%로 2000대 기업과 제조업 기업의 평균 상승률 60.5%, 59.0%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하에서는 금융 위기 후 화학 기업의 성과와 기업별 특성을 살펴 본다. 화학 사업에 특화된 분석을 위해 2007년, 2008년, 2009년의 연도별 성과는 기업별 화학 사업 실적을 발표하는 C&EN(Chemical & Engineering News)의 2008년~2010년 Global Top 50를 활용하였다. 2010년 상반기 성과와 분기별 성과 변동은 Thomson One Banker를 활용해 분석하였다.
연도별 실적 변화의 특징
최근 3개년 간 Global Top 50에 모두 이름을 올린 기업은 43개였다. 이 중 3개 기업은 화학 사업의 영업이익을 발표하지 않아, 이를 제외한 40개 기업만을 분석하였다. 지역별로는 유럽,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사업 특성별로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사업 특성에 따른 분류는 기업 매출의 화학 관련 매출 중 Commodity 매출 비중이 70% 이상인 기업은 ‘범용 중심 기업’, Specialty 매출 비중이 70% 이상인 기업은 ‘스페셜티 중심 기업’, 그 밖의 기업은 ‘다각화 기업’으로 구분하였다. 공업용 가스 및 농화학/바이오 전문 기업도 ‘스페셜티 기업’ 범주에 포함시켰다(<표 1> 참조).
● 사업 구성별 성과
40개 기업의 2009년 화학부문 매출액은 5,861억 달러로 2008년 대비 20.3% 감소했다. 2007년의 6,565억 달러보다는 10.7% 낮은 수치이다(<그림 2> 참조). 2008년 금융 위기가 4분기에 발생함에 따라 급격한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하락에도 3분기까지 지속된 고유가에 힘입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2.0% 증가하였다. 반면 2009년에는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기는 했지만,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기의 제품 가격에는 미치지 못해 여전히 매출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영업이익 규모는 3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2009년의 영업이익률이 반전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사업 환경이 호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범용 중심 기업들의 성과를 보면, 큰 변동폭을 나타내고 있다(<그림 3> 참조). 전체 분석 대상 기업의 2008년 수익성 및 2009년의 매출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사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업의 특징별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전업 화학 기업과 전업 화학 기업이 아닌 경우가 그것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절대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SABIC을 제외했을 때, 화학 사업 매출 비중이 100%가 아닌 기업의 2008년 영업이익 하락폭은 98.6%로 겨우 적자를 면한 정도다. 8개 기업의 2007년 영업이익은 260억 달러에 달했으나, 2008년에는 4억 달러에도 채 미치지 못한 것이다. 4개 전업 범용 중심 화학 기업의 영업이익이 동기간 13.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게다가 전업 기업들이 2009년 들어 2007년의 영업이익 수준을 회복한 반면, 비전업 기업들은 1/3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화학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채 화학사업 외에 보유한 에너지, 정유 등의 사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셜티 중심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4> 참조). 2009년의 매출은 2007년 수준이 유지되었고, 영업이익 규모도 비교적 낙폭이 적어 1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페셜티 중심 기업들 사이에서도 사업 영역에 따라 온도차가 존재한다. 공업용 가스는 사업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로컬 사업 성격이 강해 지역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이다. 가격 하락에 따라 2009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하락하기는 했지만, 2007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고 20%대의 영업이익률은 3년 연속 상승하기까지 했다. 농화학/바이오 기업은 금융 위기 발생 전, 원유와 함께 주요 Commodity 상품 중 하나인 곡물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2008년 실적이 급성장하여, 매출은 1.5배,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성장하였다. 2009년 금융 위기 여파로 실적 낙폭이 컸음에도 모든 면에서 2007년보다는 여전히 성과가 좋았다. 한편, 도료, 염료, 전자재료, 기능성 소재 등의 사업을 펼치는 전통적 스페셜티 중심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수익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차별화 제품을 선보이는 만큼 매출이 범용 제품처럼 경기 변동에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세로 시장에서의 수익성 하방압력이 가중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각화 기업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다(<그림 5> 참조>. 외형면에 있어서는 평균 수준의 변동폭을 보이고는 있지만, Commodity 사업과 Specialty 사업의 악재가 혼재되면서 수익성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경우, 달러 기준 매출 감소가 크지 않은 것처럼 나타났지만, 엔화 기준으로는 상당한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수요 급감 및 엔고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는 매출 감소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영업이익을 축소시켜 2009년의 영업이익은 2007년 대비 달러 기준 1/3, 엔화 기준 1/4 수준으로 후퇴하였다. 일본 외 기업들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다른 분석 대상 기업 대비 평균적인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이 2007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며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을 맛보게 되었다.
● 지역별 성과
최근의 경기 변동은 지역별로 범용 중심 화학 기업의 성과가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지역 산업의 특성을 지닌 범용 화학 산업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신흥국 시장의 맹주인 Sinopec, Reliance, Sasol, Braskem의 매출 변동은 전체 분석 대상 기업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2009년 매출은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2008년의 영업이익 낙폭이 크긴 했지만 2009년의 반등폭 역시 가장 컸다. 아시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Formosa와 LG화학도 수출 비중이 높음에도 중국 중심의 사업 전개로 비교적 안정적 사업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아시아 기업들은 Commodity의 특성상 2008년의 성과 하락은 피할 수 없었으나, 2009년 영업이익률은 8.8%로 2007년의 9.3%에 근접하게 회복되었다. 반면 SABIC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범용 전문 기업들의 2009년 영업이익률은 3.8%로 2007년의 8.2%로 회귀하지 못하고 있다.
Commodity 사업은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Specialty 사업은 선진국 중심임에도 Commodity 만큼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사업별 성과에서 살펴본 것처럼, 스페셜티 전문 기업의 성과는 안정적이었다. 농화학/바이오 기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균형 있는 지역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높은 수준의 수익을 확보하였고, 마찬가지로 공업용 가스 기업도 지역별 고객에게 밀착하는 사업 구조로 고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외의 스페셜티 중심 기업들 역시 매출 면에서는 2009년 실적이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글로벌 사업이라는 업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선진국 제조업을 백업한다는 업의 특성상 수익성 면에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각화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 타지역 기업간의 실적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타지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이 2008년과 2009년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보다 2009년 한 해 동안의 낙폭이 더 컸다. 그러나 엔화로 2007년 대비 2009년의 일본 기업 매출을 보면 엔고로 인한 매출 감소폭이 실제로는 타지역 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07년 대비 2009년 영업이익도 일본 다각화 기업들이 타지역 다각화 기업들보다 유독 심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미국의 다각화 기업들이 광범위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반면, 일본 기업들은 내수 비중이 높았던 것이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의 산업 특성상 화학 기업들이 해외보다는 일본 내 고객 기업들에 치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10년 상반기 성과 변화
2009년의 연간 기업 실적은 금융 위기로 인해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반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분석 대상 기업 40개 중 글로벌 오일 메이저처럼 화학 사업 비중이 매우 적거나 Thomson DB에서 분기별/반기별 실적이 없는 기업을 제외한 24개 기업을 분석하였다. 분기 및 반기별 성과는 화학 사업의 실적만을 확보하는 게 용이하지 않아 기업 전체의 실적을 파악하였고, 수익은 EBIT를 활용하였다.
24개 기업의 반기 매출은 2009년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상반기 매출은 전기 대비 11.9% 증가하였고, EBIT는 훨씬 빠른 속도인 62.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EBIT는 작년 한 해 동안의 EBIT를 상회하였고, 기업들의 전반적인 수익성이 향상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11.4%에 달했다. 24개 기업의 실적이 산업 전체와 사업 구성별 특성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하겠지만, 화학 기업들이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완연하다(<표 2> 참조).
대표적으로 범용 중심 기업의 대명사인 SABIC은 지난 3년간의 부진을 씻어내듯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의 EBIT를 올해 상반기에 거의 달성하면서 과거의 고공 비행을 재현하려는 모습이다. 스페셜티 중심 기업은 범용 중심 기업보다는 매출 성장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수익 측면에서 강한 상승세를 보여 대체로 예년의 수익성을 찾아가고 있다. DuPont의 경우 19.1%의 EBIT율을 달성해 예전의 영광을 찾고 있다. 다각화 기업도 전분기 대비 성장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특히, 작년에 겪었던 마이너스 상황이 반전된 일본 기업의 선전 역시 눈에 띈다.
구조조정의 활성화 예고
2007년 이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는 많은 화학 기업의 장단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범용 중심 기업의 변동성과 비전업 범용 중심 기업들의 사업 취약성이 드러났고, 특히 아시아 지역 비중이 낮은 기업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 스페셜티 중심 기업은 지역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어서 낮은 매출 변동성을 보였으나, 공업용 가스 및 농화학/바이오 외의 사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 다각화 기업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 하에서 상대적으로 지역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진 유럽, 미국의 다각화 기업의 실적이 나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들어서는 다양한 지역에 있는 다양한 성격의 기업들이 한결같이 강한 실적 상승세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지난 2년간의 경험에서 얻었을 교훈을 그냥 흘려 보낼 리 만무하다.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제 기존의 강자들은 실적 악화라는 아픔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통해 다시 사업 효율화를 진행할 것이다. 또한, 위기를 통해 위상을 확인한 신흥국 기업들이 조용히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지역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자국 시장에 기반한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유무형의 교두보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구조조정의 한 방편인 M&A 시장을 살펴보면, 실제로 올해 상반기 화학산업 M&A 거래는 금융 위기 이후 매우 활성화 된 모습이다. 상반기 동안 완료된 2,500만 달러 이상 거래의 총 규모는 290억 달러로 이미 작년 전체 250억 달러를 상회하였다(<그림 6> 참조). 거래 건수 역시 2009년 상반기의 11건을 훌쩍 넘는 32건이 완료되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M&A 딜은 전체 9건에 130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BASF는 40억 달러를 들여 Specialty 기업 Cognis를 지난 6월에 Goldman Sachs가 참여한 사모펀드로부터 인수하였다. PVC 사업에 강점이 있는 Solvay는 지난 2월 제약부문을 52억 유로에 매각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Berezniki Soda Ash의 지분 인수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 글로벌 화학 기업들의 구조조정 방향성은 향후 화학 산업의 발전 경로를 전망하기 위한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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