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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험난한 유럽의 미래, 필사적인 노력에도 흔들리는 유로화'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위기는 유로존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유로존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은 잘못 설계된 유로통화체제의 결함에 있다.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기에는 이질적인 16개국 경제를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단일통화지역으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개방되고 화폐가 통합되었지만 임금도 가격도 수렴하지 않았다. 자본시장은 빠르게 통합되어 유로존의 변방국(PIIGS 국가 등)이 저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해 투자와 소비를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투자는 산업생산력 향상을 외면하고 부동산과 건설부문으로 몰렸고, 늘어난 소비는 수입을 늘렸다. 결국 유로존 10년 동안 회원국간 경쟁력 격차는 더 확대되고 경상수지 불균형은 심화되었다.   
 
세계 금융위기로 변방국 경제의 거품이 붕괴하자 유로존 국가들의 가려져 있던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세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공공부채 비중은 순식간에 위험수위를 넘었다. 위기를 모면하려면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하지만 환율정책은 수단이 될 수 없었고 산업경쟁력은 취약해져 있었다. 결국 정부는 국가를 운영하고 대외부채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고, 유럽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유로존의 위기는 유로 단일통화체제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연방제적 재정통합이 이뤄진다면 유로존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겠지만 유럽의 정치현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새로운 대안은 자국화폐를 어떤 식으로든지 부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위기의 근본 원인 : 유로 단일통화제도 
Ⅱ. 구조적 문제의 누적과 위기의 노정 
Ⅲ. 위기 극복의 대안들  
Ⅳ. 험난한 유럽의 미래
 
  
 
그리스 구제금융 이후 7개월 만에 발화된 아일랜드 재정위기가 유로화 사용지역(이하 유로존) 전체를 위기로 몰아 넣을 기세다. 유럽 지도자들은 아일랜드 문제가 드러나자 그리스 위기 때와 달리 매우 신속하게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22일 구제금융이 결정된 후 시장은 오히려 더 큰 동요를 보이고 있다. 포르투갈로 위기가 파급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되었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미 벨기에와 스페인에 가 있다.    
 
유럽연합은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안정기구의 상설화 및 기금 확충, ▲민간채권자 손실부담제도(bail-in) 도입,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추가 매입, ▲유럽단일채권 발행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당국들이 위기극복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회원국들이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안정기금의 증액 여부를 두고 분열 조짐까지 보이자 시장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Ⅰ. 위기의 근본 원인 : 유로 단일통화제도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계속 동요하고 있는 것은 대응방안의 마련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스가 1,100억 유로의 대규모 지원을 받았지만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재정위기설이 나돌던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국채금리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마침내 아일랜드 위기가 터지자 투자자들은 현재의 위기가 구제금융과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은 위기의 원인을 유로 단일통화제도의 구조적 결함에서 찾고 있다.  
 
유로존이 직면한 위기의 주된 원인이 PIIGS 국가 즉, 아일랜드와 남유럽 4개국(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의 버블경제 붕괴나 방만한 재정운영에 있다면, 시장불신이 일시적으로 높더라도 외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안정을 회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정취약국이 지원받은 자금으로 일단 지불불능사태를 막고, 장기계획을 세워 재정과 경제구조를 개혁하면서 견실한 성장을 이어간다면 지불능력을 회복하고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는 유로존이 ‘여러 국가가 하나의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통화지역이 아니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1999년에 탄생한 유로존은 2007년까지 외견상 성공한 듯했다. 환율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거래비용이 줄어들었으며, 2001년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는 회원국간 대외경쟁력의 격차가 커지면서 경상수지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었다.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은 1999년 단일통화를 도입하면서 회원국들의 물가, 임금 등 주요 경제변수가 점차적으로 수렴하여 각국의 경제상황이 유사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의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주요 경제변수들의 각국간 차이가 확대되는 ‘유로존의 이질화 현상(Euro-divergence)’이 나타났다.  
 
이질화 현상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질적인 경제권이 통합되었을 때, 국가간의 인플레이션율의 차이는 물가와 임금 등이 수렴하는 조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의 이질화 현상은 조정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다. 통화통합에도 불구하고 국경은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상품, 금융시장의 통합에도 높은 장벽이었다.  
 
유로존 내의 주요변수(임금, 물가, 인플레이션율, 실질 금리 등)의 차별화는 회원국간의 ‘경쟁력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경상수지 불균형’으로 귀결되었다(7페이지 참조).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이, 유로존의 대외경상수지는 10년에 걸쳐 거의 균형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회원국간에는 경상수지불균형이 심화되었다.  
 
경상수지 적자는 여러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나더라도 수입된 자본재로 산업생산력을 높인다면 적자는 순기능을 한 것이다. 하지만 PIIGS국가들이 유로 도입 이후 경험한 경쟁력의 약화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심화는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대외부채의 상환능력을 떨어뜨렸다.   
 
이런 결과로 단일통화의 이점보다 부작용이 더 커진 것이 현 위기의 실체이다.   
  
 
Ⅱ. 구조적 문제의 누적과 위기의 노정 
  
 
유로존 위기의 중심에 있는 아일랜드와 남유럽 4개국은 성장률과 대외무역의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유로 단일통화권에 편입된 이후 대외경쟁력의 약화와 경상수지 불균형이 심화된 과정은 매우 유사하다.    
 
아일랜드 및 남유럽 4개국의 위기 심화과정  
 
① 이자율 하락과 자원배분 왜곡 
 
유로 단일통화지역이 탄생한 뒤, 아일랜드와 남유럽 4개국의 경제는 독일 등 북유럽중심의 선진경제(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프랑스, 오스트리아)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형성되어, PIIGS국의 경제신뢰도는 크게 높아졌다. 이로 인해 PIIGS국의 국채 이자율은 독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수렴했다. 더욱이 PIIGS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율이 높아 실질이자율은 낮았다.    
 
PIIGS경제는 자금 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지자 은행을 통해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입되어 소비와 투자로 이어졌다.  
 
그런데, 투자는 생산성 향상을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아 자원배분의 왜곡이 발생했다. PIIGS국의 산업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투자는 수출산업이나 수입재와 경쟁해야 하는 교역재가 아니라 국제경쟁에 덜 노출된 부동산 및 서비스 등 비교역재에 집중되었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가입 이전부터 개방화와 자유화의 정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 경향은 뚜렷이 나타났다. 2008년 버블 붕괴이전까지 건설 붐이 두 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한편 1997년과 2007년 사이 서비스가격은 상품가격보다 연 평균 1.5%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산업의 서비스화와 금융화가 진행되어 1997년 이후 10년간 PIIGS국 GDP의 약 4%에 해당하는 자본이 제조업에서 빠져 나와 금융서비스와 부동산 부문으로 옮겨갔다. 이 수치는 북유럽 6개국 평균보다 두 배나 높다.  
 
② 내수 증가와 경쟁력 상실로 무역적자 심화 
 
PIIGS국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북유럽국가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는 연평균 4%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수 확대가 성장을 견인하면서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다른 한편 중국의 부상과 달러 약세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PIIGS국은 모두 경상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단일한 통화정책도 PIIGS국의 경상수지 악화의 한 원인이었다. ECB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취지에 따라 준칙에 따른 통화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단일한 통화정책이 각국 경제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경기확장기에 있는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에게는 너무 팽창적이었고, 저성장 국면에 있는 독일 등 북유럽국가와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에게는 지나치게 긴축적이었다. 이로 인해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은 경기과열양상을 띠었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경기활력을 살리지 못해 수입은 줄어들지 않고 수출 부진은 계속 되었다.   
 
한편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은 유로 평균보다 약 2%나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는 동안 세수가 크게 늘었다. 일시적으로 증가한 세수는 경기후퇴기에 대비하여 저축할 필요가 있지만 이들 정부는 지출을 늘렸다. 이 같은 재정운용의 미숙은 자본의 대규모 유입에 의해 상당기간 가려져 있었다. 그리스의 경우, 자본수지 적자가 1995년 GDP 대비 5%에 불과했으나 2007에는 100%에 달했다. 유로표기 국채에 거의 동일한 신용등급이 주어져, PIIGS국가들이 위기가 찾아올 때까지 낮은 비용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을 조장했다.  
 
세계금융위기와 재정위기의 표면화  
 
① 거품의 붕괴와 위기의 갑작스런 도래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PIIGS국의 가려진 문제점이 일거에 드러나도록 했다. 국제교역량이 줄고, 부동산에 대한 내수가 붕괴하자,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세수는 급격히 줄었으며 국채이자율은 치솟고 국가부채의 비중은 순식간에 위험수위까지 올라갔다. 정부는 국가부문을 유지하고 대외부채를 해결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특히 미국식 모델을 추구하던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경우,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은행부문에 큰 타격을 가해 정부에 큰 재정부담을 안겼다. 아일랜드의 경우, 팽창한 금융부분을 구제하기 위해서 GDP의 13.9%에 달하는 재정을 지출했다.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어 공공지출을 늘려야 할 시기가 되었지만, 버블붕괴로 빈사상태에 빠진 금융기관을 구제하느라 재정은 이미 소진되었다.   
 
경제가 부채위기에 직면할 경우, 통상적인 대응책은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하여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막대한 자본을 유치할 수 있게 해주었던 유로존은 환율정책을 못 쓰게 하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그 동안 산업의 중심이었던 부동산, 금융, 서비스업은 위축되고, 등한시 되었던 수출산업은 기술력 부족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산업 위축은 대규모 실업을 양산했다. 
 
② 위험을 공유한 유로 금융네트워크  
 
유로존의 문제점들이 가려져 있던 동안, 독일 등 핵심국들(Core countreis)은 무역흑자에 의해 풍부해진 자금력으로, 무역적자 상태에 있는 변방국들(Periphery countries)의 과도한 지출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자금흐름은 회원국들간의 금융적 연관성을 높였다. 그리스, 아일랜드에 뒤이어 PIIGS의 다른 나라가 대외부채에 대한 지불능력을 잃게 되면 위기는 유로존의 금융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될 것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그리스 때와 달리 아일랜드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그리스가 이미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점과 그로 말미암은 유로 금융네트워크의 취약성을 인지한 데 따른 것이다. 비유로권인 영국이 이제까지 유로존 문제에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태도를 버리고 아일랜드 지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금융기관과 영국은행들은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 PIIGS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위기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유로존의 은행이 안고 있는 아일랜드와 그리스의 국채의 규모는 4,288억, 2,209억에 달하며, 영국도 2.224억 달러의 아일랜드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현 상황은 몇몇 경제적 변방국들이 과도한 소비와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어 동맹국들이 도움을 주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단일통화제도의 도입으로 개별국가의 환율방어장치가 제거된 상태에서 각국의 경쟁력 격차는 회원국간의 ‘부의 불평등’을 낳았고 그 불평등은 채권채무관계로 발전했다. 현재 회원국들은 위기의 극복방안을 두고 정치적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유로존 회원국은 위험요인을 함께 공유하는 공동 운명체이기도 하다.   
  
 
Ⅲ. 위기 극복의 대안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타개책 : 구제금융과 긴축재정  
 
유럽연합의 현 지도부들이 검토하고 있는 유로존 안정화 대책의 기본 원칙은 ▲ 재정취약국가에 대한 금융적 지원 ▲지원요청국가의 재정건전화 계획의 의무적 추진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정화 대책은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방안이 아니라 위기 수습책일 뿐이다.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되더라도, 단일통화제도의 구조적 개혁이 없다면 경쟁력 격차와 경상수지 불균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편 현재의 대책들이 시장안정이라는 당면 과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① 안정기금을 통한 금융지원 
 
유럽연합은 2010년 5월 그리스에 금융지원을 결정하면서 유럽금융안정기구(EFSF)를 설치하고 4,400억 유로의 기금을 조성했다. 최근 기금 증액을 위한 회원국간 협의가 있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현재 공식적으로 유로존 안정을 위한 기금은 IMF의 출연금을 합쳐 7,500억 유로이다.  
 
그렇지만 이 금액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한 회원국이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면 안정기금의 할당액을 부담할 수 없게 되며 다른 나라가 대신하지 않는다. 구제금융 대상국이 늘어날수록 기금은 줄어든다.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위기의 확산을 막아 금융시장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유로 단일통화제도의 내부적인 결함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구제금융은 제도개혁을 위해 시간을 버는 것에 역할이 한정되어 있다.   
 
② 민간투자자의 손실부담제도  
 
독일의 제안에 따라 검토되고 있는 민간투자자의 손실 분담방안은 2001년 IMF에서 검토하다 폐기한 방안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이 안은 2013년 이후 발행하는 유로화 채권의 계약조건에 CACs(Collective actions clauses : 채권보유자의 다수가 전체를 대표하여 채무 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민간 투자가가 국채의 신용평가를 엄격히 하게끔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재정위기에 직면한 정부에게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거나 채무부담을 덜어주어, 경제회복을 돕고 부채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CACs는 처음의 계약조건이 이후에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하기 때문에 국채 발행국의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이미 발행된 국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2013년 이후에도 현재의 재정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2013년 이전의 부채에 대해서도 부채조정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어, 금융시장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낳을 수 있다.  
 
③ 긴축정책  
 
유럽 정치지도자들은 PIIGS국가의 재정위기가 방만한 재정운영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요청국가에게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물론 재정지출 삭감과 같은 내적 절하는 재정건전화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긴축정책과 임금삭감 등은 내수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GDP 적자 비중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    
 
또한 임금 삭감, 고용 및 복지 축소는 정치적 저항으로 인해 좌절될 수 있다. 현재,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국민들의 시위로 정국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파산의 위기를 일단 벗어나지만 부채조정이 없다면 자력으로 지불능력을 마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미 그리스는 변제 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IMF는 그리스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를 보이고 있지만 독일은 반대 입장을 일단 고수하고 있다.  
 
④ 유로국채 발행과 국채 매입 
 
금융안정기금의 증액은 회원국간의 합의가 어렵다. 그리스, 아일랜드 등의 재정안정화 계획의 실행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이 고려하고 있는 다른 방안은 유로단일국채의 발행과 ECB의 국채 매입이다.  
새로 제안된 유로 단일채권의 발행은 회원국에게 즉각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채발행은 공동으로 하지만 혜택은 재정취약국에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 방안도 추가 부담을 원하지 않는 회원국들로부터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ECB의 국채 매입은 그리스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방안이며 아일랜드 위기 이후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ECB가 불량국채를 매입함으로써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위험국가들의 경제회생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시장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채 매입이 유로존의 구조적 개혁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인플레이션의 우려만을 낳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유로화가 약세기조로 가는 것이 이득이 될 수 있지만, 미국도 양적 완화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양 대륙간의 마찰이 발생하거나 국제통화질서를 교란시킬 위험성도 있다.  
 
유로체제의 대안에 대한 논의들 
 
① 재정연방주의의 도입  
 
현 위기를 타개하고 유로 단일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론적으로 가장 타당한 제안은 재정적 연방주의를 확립하자는 안이다. 장 클로드 트리세 유럽중앙은행총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안을 제시하고 있다. 단일통화지역을 구성하는 개별 경제가 서로 성격이 크게 다르더라도 연방주의적 재정통합이 되어 있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전체경제를 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연방국가의 사례를 비춰볼 때, EU의 중앙예산이 전체 예산의 50~60%가 되어야 한다. 현재 EU의 예산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럽인들은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방주의적 재정에 필요한 수준으로 예산이 증가한다면 태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독일과 같은 핵심국 국민들은 구제금융의 지원에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로 단일통화제도에 재정연방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국가의 틀을 뛰어넘는 시도이다. 재정통합은 조세제도와 재정운영 등에 대한 합의기 필요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정치적 연대감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 정치사회에서 가장 강한 연대감을 가진 공동체는 국민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국민국가이다. 따라서 재정통합은 지금 시대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일은 수 차례에 걸쳐 연방제적 재정제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재정 연방주의의 도입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위기는 현재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재정통합의 과정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다. 지금은 ‘불을 끌 물을 찾기 위해 우물을 파기에는 불길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다’ . 
 
② 병용 통화(paralle currency)의 발행 
 
이 방안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OUs(후불 수표)를 발행한 사례를 적용하자는 안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정부는 옛 화폐인 드래크마(Drachma)화를 다시 발행하고 법령을 통해 납세를 제외한 모든 국내거래에서 드래크마화 지불을 받아들이도록 한 뒤, 드래크마화로 재정지출을 늘이는 것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임금지불도 드래크마화로 한다. 유로화와 드래크마화의 교환비율은 중앙은행이 시장상황을 반영하여 결정한다. 이런 제도가 확립되면, 그리스 민간부문은 유로화로 납세를 하고, 정부는 세금으로 거둬들인 유로화를 중앙은행과 정해진 교환비율에 따라 드래크마로 환전하여 재정을 확충한다.  
 
이렇게 할 경우 유로화와 드래크마의 교환비율은 평가절하의 효과를 가져와 그리스의 대외경쟁력은 높아지고, 중앙은행은 적립된 유로화로 대외부채를 청산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재정취약국가가 자국화폐표기 국채를 발행하면서, 지불불능사태 시 국채로 세금을 납부할 있다는 조건을 명기한다면, 적정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재정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세금으로 납부할 유로화가 없거나 유로화로 납부하기를 거부한다면 이 방안은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이중 통화의 사용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도 간단하지 않다. 또한 해당 정부가 국채발행을 남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유사한 방식이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③ 유로화와 국가통화의 이원체제 도입   
 
회원국의 중앙은행이 유로화를 대외결제와 외환준비로서만 보유하고, 국내용으로 자국의 화폐를 부활하는 중층적인 통화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안은 케인즈가 전후 국제통화제도로 제안했던 초국적 국제통화 도입안(Boncor)을 원용한 것이다.   
 
이 제안에 따르면, ▲회원국간의 대외결제는 유로화 단위로 중앙은행간 청산계정방식을 따르며 ▲유로화만을 태환통화로 삼아 각국 화폐는 오직 유로화와 교환되도록 한다. 그리고 ▲ 유로화와 각국 통화의 교환비율은 고정환율로 하되 정기적으로 경제의 변화를 반영하여 조정하는 ‘관리 고정환율제’를 실시하며 ▲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와 非유로존 통화와의 환율을 관리하도록 한다. 
 
이 방안은 환율조정이 가능하므로 경쟁력 격차를 위한 재정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환율의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어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유럽중앙은행의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하며, 외환의 집중적 관리와 단기자본 이동의 엄격한 통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경제이론적으로 논쟁적인 요소를 안고 있고 현재의 경제관행과 조화되지 않는 면이 있다. 따라서 단기간내 정책적 합의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Ⅳ. 험난한 유럽의 미래   
  
 
유로화 : 정지궤도에 진입 못한 인공위성 
 
유로화는 정지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너무 일찍 고도가 낮아지는 인공위성과 같은 신세다. 궤도진입에 실패한 인구위성의 하락 속도는 늦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지궤도로 다시 보낼 수는 없다. 정치지도자와 정책담당자들은 시장을 안정시켜 유로화의 위치를 고수하려 하지만 유로통화체제의 근본적인 재편 없이는 유로화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유로존이 일시에 붕괴해, 유로화가 갑자기 사라지고 각국의 옛 화폐가 사용되는 체제로 돌아가는 상황은 기술적인 측면만 고려해봐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그리스 등 PIIGS국이 유로존을 독자적으로 탈퇴할 수 있다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이탈의 움직임을 보이기만 해도 그 나라는 곧바로 은행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탈퇴 후에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고 유럽연합의 재정보조도 끊어지게 된다.  
 
최근 들어 유로존의 핵심지도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PIIGS국가들이 재정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구제금융의 부담을 계속 질 수 없기 때문에 유로존을 떠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아직 경고일 뿐 유럽연합의 주도국인 독일이 실제로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프랑스의 경우 좌파정당과 노동계의 지도자들이 유로존을 탈퇴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독일이 총 무역흑자의 75%를 유로존 내부교역에서 실현하고 있고, 프랑스의 대독 무역적자는 미국의 대독 무역적자보다 많다. 이것은 독일이 정책적으로 노동비용의 상승을 억제하는 데 원인이 있기 때문에 독일과의 분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도 독자적으로 탈퇴하면, 인플레이션 상승, 금융기관 도산 등 여러 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유로존이 회원국의 개별적 탈퇴로 해체의 길에 들어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재정위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확산되어 유럽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질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스페인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실업률은 30개월 만에 11%에서 20%로 늘었으며, 2010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는 1,500억 유로에 달한다. 만약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유럽금융안정기구가 확보한 자금으로 벅찰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스페인의 위기는 유럽의 지도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이다. 스페인의 경제규모는 유로존 GDP의 11.8%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의 위기는 PIIGS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은 상당히 긴 시련의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다.   
 
두 가지의 시나리오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다양한 금융안정화 방안을 통해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회원국들이 유로체제의 현실적 대안을 합의해 상호 조율된 방식으로 제도적 이행을 추진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럽의 정치적 현실에서 연방제적 재정통합은 수십 년이 지나도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은 어떤 형태로든 회원국이 자국 화폐를 부활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두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현재의 대응책을 통해 대안적인 유럽의 통화체제를 마련할 시간을 벌어 순조롭게 새로운 체제로 이행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새로운 대안을 도출하기 전에 경제에 대한 관리능력을 상실하는 시나리오이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위기는 유럽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대서양 건너편의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여 IMF를 통해 유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 수출시장의 20%를 차지하며 미국의 해외자산 중 유로화 표시자산이 50%를 넘는다. 게다가 유로존의 위기가 계속 된다면 미국은 약한 유로화를 허용해야 한다.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강세를 띠게 되면 5년 내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큰 타격일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비행기, 기계류에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고용사정이 악화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행은 유럽은행의 위기에 약 1,800억 달러가 노출되어 있다. 유럽의 경제적 파국은 이미 위약해진 미국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비관론자들은 위기가 여기에까지 이른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기피성향이 높아져 미국 금융기관을 곤경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의 위험도를 높여 결국에는 개도국에게까지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 세계 경제 지도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위기 극복방안을 두고 정치적인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위기가 더 심화된다면 국제공조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위기 의식이 공감대를 형성하면 유럽연합의 경제관리능력이 향상되어 파국적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로 단일통화제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동안 유럽경제는 장기간의 경제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며, 만약 유럽의 정책당국이 공조의 틀을 유지하지 못해 유럽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진다면 세계경제 전역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그만큼 유럽은 현재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 경제 역시 세계경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영향권 밖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유럽경제의 상황전개를 면밀히 살피는 한편,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장을 가늠해 보고 필요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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