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보이스피싱)번호 검색
« 2024/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LG경제연구원 '제조 강국 독일 기업의 경쟁력 해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독일 경제가 예상 밖의 좋은 성과를 보이면서 독일 산업의 경쟁력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독일 산업에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특히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일본 전자·광학 기업들의 공세에 독일 유수의 기업들이 무너지던 시기에는 독일 장인제도의 종언이 다가오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독일 기업들은 90년대 통독과 유럽통합 이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내면서 독일 제조업의 저력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독일 제조업이 강한 원인으로는 먼저 수출은 개도국으로, 아웃소싱은 유럽 역내로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했다. 이 전략을 통해 독일은 성장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근접지 아웃소싱을 통해 품질을 지키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유럽 연합 차원의 산업정책과 독일 고유의 경쟁정책이 공존한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환경을 통해 독일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반과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적 기업 환경을 마련하면서도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 확보도 가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첨단은 포기할 수 있지만 핵심은 버리지 않는다’는 핵심 역량을 중시하는 전통과 뛰어난 디자인 역량, 산학연의 협동을 통한 시너지 창출 역량 등의 독일기업 고유의 전통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 외에 독일이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화 도입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거시환경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어려운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도 제조업 강국으로 저력을 이어나가고 있는 독일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사점을 찾아 본다. 
  
 
< 목 차 > 
  
Ⅰ. 위기를 이겨낸 독일 기업의 경쟁력 
Ⅱ. 독일 기업 경쟁력의 토양 
Ⅲ. 한국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Ⅰ. 위기를 이겨낸 독일 기업의 경쟁력 
  
 
1. 일본의 공세와 독일 경제의 위기 
 
1970년대 이후 독일 경제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유럽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여러 독일 산업 가운데에서 전자, 광학 산업 등이 일본의 파상적인 공세에 급격히 위축하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세계 2위 수준을 지키던 전자 산업의 AEG, 텔레풍켄, 그룬디히, 베가, 뢰베, 노르트멘데(AEG, Telefunken, Grundig, Wega, Loewe, Nordmende) 등 주요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연관분야로 전환하게 되었다. 작고 가벼운 제품(경박단소(輕薄短小))을 앞세운 일본 전자 기업의 유럽 진출로 인해 크고 튼튼한 전자제품으로 오랜 시간 유럽 가전 시장을 장악해 온 독일 기업들이 급격하게 시장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일본의 뒤를 이어 특히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과 중국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2000년 이후 독일 전자 산업은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3국 모두에 뒤처지게 되었다(<그림 1> 참조).  
 
이와 유사한 사례는 광학 산업에서도 나타났다. 라이츠(Leitz), 롤라이(Rollei), 칼 짜이스(Carl Zeiss), 포익트랜더(Voigtlaender)와 같은 업체들이 전자 회사와 비슷한 길을 걸어 몰락하였다. 일본의 캐논과 니콘, 올림푸스, 야시카 등 광학업체들은 각종 편의기능과 저렴한 가격을 기반으로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교전 당사국이었던 연합국마저도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독일 광학기기를 몰아내고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이러한 독일 수출의 상대적 약세는 전체 수출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이를 전통적인 수출 대국인 독일과 일본의 수출액  비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수출액은 평균적으로 일본의 약 1.7배 수준으로 1960년대 일본의 4배에 이르던 수출액이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거의 동일한 수준까지 낮아지다가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약 2배 가량으로 격차를 다시 크게 하고 있다(<그림 2> 참조). 일본 수출 경쟁력 대비 독일의 수출 경쟁력이 가장 낮아진 시점을 70~90년대 시기로 볼 수 있고, 특히 이 시기를 전자, 광학 산업을 중심으로 일본의 상대적 경쟁력이 가장 빛을 발한 시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 수출로 본 독일 산업의 힘 
 
이와 같이 이른바 일본을 필두로 한 동아시아 수출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서구 기업들이 위축되면서 독일 제조업에도 잠시 시련의 시기가 찾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이 소니와 토요타를 앞세운 일본 제조업에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밀린 반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기본기(German Engineering)에 충실했던 독일 기업들은 자동차, 기계 부품 등 여러 시장에서 일본 기업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독일 산업은 그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2010년 독일은 전년 대비 14.2% 성장한 수출과 9.4% 증가한 시설 투자에 힘입어 3.6%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수 년 만에 찾아온 호황으로 인해 특히 제조업이 발달된 몇몇 지역에서는 신규 노동자들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실업률이 3%대로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는 중소기업들이 해외 인턴 1년 보장 등의 조건을 내걸고 고등학교 졸업자들과 졸업 전부터 채용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이러한 독일 산업의 힘을 독일 수출 산업의 다양성을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독일 수출 산업의 다양성 
 
독일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상위 수출 15개 품목을 비교해 본 결과 독일이 2,712억 달러, 일본이 1,846억 달러 그리고 한국이 1,616억 달러 수출로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인 품목에서 독일이 일본에 비해 약 1.5배 많은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전체 수출은 독일이 일본의 2배, 한국의 3배에 달한다. 결국 주요 경합 품목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 독일의 수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역으로 일본과 한국은 상대적으로 몇몇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인구 1.5배인 일본에 비해 독일이 수출에서 앞서고 있는 이유는 폭넓은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 품목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과 같은 경우는 선박, 자동차, 반도체, LCD 등 특정 품목에 수출이 집중된 반면 독일은 수출액이 월등한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품목들에서 고르게 수출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품목 수에서 볼 때 한, 독, 일 3국 가운데에 독일이 수출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품목이 678개인 반면 일본은 123개 품목, 한국은 55개 품목에 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은 자동차 외에도 화학, 의약, 항공, 기계, 신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품목에서 상당한 비교 우위를 바탕으로 거의 전 산업 부문에서 세계 수출의 수위를 다투고 있다. 
 
이러한 수출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금 독일 경제는 경쟁국인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볼 때 훨씬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2010년 독일 경제는 GDP 6%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미국 -3.2%, 일본 3.1%)에 75% 수준의 국가 부채(미국 93%, 일본 226%), 경제 성장률도 3.6%(미국 2.5%, 일본 2.2%)라는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Ⅱ. 독일 기업 경쟁력의 토양 
  
 
그렇다면 독일 경제 성과의 강력한 기반을 이루는 독일 기업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독일 기업들의 성과는 2010년 독일 경제의 성장률 3.7%을 훨씬 웃도는 제조업 성장률 12%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제조업 가운데에서도 금속 25%, 화학 17%, 자동차 19% 등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기업별로 살펴보면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폴크스바겐 14%, 벤츠 12%, BMW 15%, 자동차 부품의 보쉬 24% 등 급격한 매출 증대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수출은 개도국, 아웃소싱은 유럽 역내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독일 기업들의 수출은 BRICs 국가들과 같은 고성장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10년 BRICs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출은 위기 이전인 2008년 대비 20.3% 성장이 이루어진 반면, 위기를 상대적으로 크게 겪은 유럽 역내 국가들을 상대로 한 수출은 같은 기간 -7.9% 감소하여 신흥개도국에 수출의 방향을 집중한 많은 독일 기업들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그림 7> 참조).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은 2010년 중국내 판매가 전년대비 35% 증가한 151만 대에 이르러 전체 판매 450만 대의 1/3을 중국에서 달성하였다. 벤츠 또한 중국 내에서 15만 대를 생산해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의 판매신장을 이루었다.  
 
독일 기업들이 개도국의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대(對)개도국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자동차보다 더 큰 시장이 중전기 산업 부문에서 나타났다. 중전기 산업은 개도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핵심적인 투자 대상으로 지목되며 지멘스, ABB 등을 중심으로 2010년 중국에서 46% 성장, 인도에서 55% 성장을 기록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107%의 성장을 기록하는 등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독일의 대 개도국 수출 증가의 핵심이 되었다. 또한 화학 산업도 개도국에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약 20%의 수출 증가를 이루는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독일 기업들의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반면 이러한 성장의 기반을 이루는 분업의 확대와 아웃소싱은 주로 유럽 역내에서 이루어졌다. 이른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라고 불리우는 공장의 해외 이전이나 해외 협력사 확보를 통한 해외 아웃소싱의 경우는 원가 절감 외에도 혁신적인 부품 혹은 높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받거나 납기 준수, 고객의 취향에 대한 맞춤형 대응 등의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요구에 가장 쉽게 대응이 가능한 지역이 독일 기업들에게는 그 동안 EU 역내 국가들이었다. <그림 8>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동유럽과 서유럽 국가를 포함한 EU 역내 국가들은 독일 기업들의 전체 오프쇼어링에서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독일 기업들의 근접 지역에 대한 선호는 이른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즉 인근 국가로의 공장 이전 추세를 보여준다. 인근 지역으로의 공장이전을 통해 독일 기업들은 이른바 품질(Quality)과 비용(Cost)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한 것이다.  
 
특히 유럽 연합이 동유럽으로 확대되면서 이들 지역에서의 고품질 저가 부품 조달이 가능해졌으며 다른 한 편으로 품질 개선 과정도 훨씬 용이한 상황이 되었다. 유럽 전체가 독일의 아웃소싱 지역으로 확장되면서 독일 기업들은 “Made in Europe” 이라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생산지로서의 매력이 두드러진 배후 지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로 동유럽 국가들은 사회주의 시기에 전문 기술 인력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것이 최근 독일이 직면한 전문인력 부족(Fachkraeftemangel)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 결과 독일은 오스트리아에 이어 동유럽 국가 내에서 가장 많은 자회사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그림 9> 참조). 오스트리아는 국가 전체적으로 동유럽과의 교류가 매우 중요한 교량형 국가로 동유럽과 서유럽을 잇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동유럽에서 중소형 도소매 사업 등 비제조업형 산업을 많이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오스트리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독일은 순수 제조업 관련 투자가 동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일 기업들 사이에서는 핵심적인 부품 생산이나 지적재산권이 중요한 공정이 포함된 시설 투자를 다시 독일로 U-턴시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독일 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 및 독일 복귀 추이를 살펴보면 해외 이전 기업은 2003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독일로 복귀하는 기업은 그 추세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2009년의 경우 161개 기업이 해외로 이전한 반면, 재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복귀한 기업은 46개에 이르렀다(<그림 10> 참조).  
 
독일 본국으로의 복귀 이유로는 주로 품질에 대한 우려와 유연성 부족, 점차 상승하는 현지 임금 및 물류 비용, 협력 비용 증가, 전문 인력 부족, 노하우 및 지적 재산권에 대한 우려 등이 지적되고 있다. 
 
2. 혁신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적 강점  
 
독일은 정책적 관점에서도 혁신 기업 성장에 유용한 제도상의 강점을 보였다. 먼저 활발한 M&A가 가능한 정책환경을 조성하여 기업 규모에서 최적의 효율성을 이룰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여기에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회원국들의 내수시장 보호를 위한 개별적인 보호주의 정책들이 EU의 강한 반독점 정책으로 인해 사라지며 효율적인 M&A가 가능하였다. 각국의 대표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내셔널 챔피언(National Champion) 전략을 유럽 전체의 유로피언 챔피언(European Champion) 육성 전략이 대체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에어버스를 생산하는 EADS,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기업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독일은 대표적으로 경쟁 정책이 경제 정책의 근간으로 사용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적극적으로 M&A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한편으로 중소기업이 균형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강화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독일은 “유효경쟁”에 대한 관점 하에서 일관된 경쟁 정책을 추진하여 가격 담합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해소해 왔고 각 시장 내에서 효율적인 경쟁자들이 활발히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던 것이다(<표 1> 참조). 유효경쟁의 원칙은 보통 산업별로 최소 3개 이상의 플레이어를 장려하고 특정 기업이 독점 혹은 과점을 통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독일 정부가 2차 대전 이후 일관된 원칙으로 경쟁 정책을 추진한 결과 독일의 경쟁 강도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결국 독일의 상당수 산업 부문에서 적절한 수의 플레이어들이 경쟁을 통해 최적의 성과를 끌어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자동차 부품회사의 경우에도 보쉬(Bosch), 지멘스(Siemens), 컨티넨털(Continental), ZF, 쉐플러(Schaeffler)와 같은 기업들이 해당 부품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완성차 업체보다 훨씬 우월한 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독일 제조업의 이점으로는 유럽 연합의 성립으로 독일 혹은 유럽 표준의 글로벌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개별 기업 기술의 고립화(갈라파고스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표준의 국제화 능력이 부족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자국 시장에 만족하는 한계에 머물렀다면 독일 기업들은 유럽의 대표주자로서의 표준화에서 큰 강점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다. 
 
3. 제조역량 강화에 주력하는 독일 기업의 전통 
 
지금까지 살펴본 시장적 측면과 정책적 측면의 독일 기업의 특징 외에 독일 산업의 역사와 함께 한 독일 기업의 전통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는 핵심보존 역량, 디자인 역량, 부품·소재 역량을 지적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첨단산업일지라도 포기한다. 하지만 핵심은 남겨놓는다”는 전략을 지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피니언(Infineon)은 지난 9월 미국의 인텔(Intel)사에 자사 전체 사업 규모의 1/3을 차지하던 무선사업부 부문을 양도하기로 하였다. 애플, 노키아, 삼성 등에 무선 반도체를 공급하던 인피니언은 핸드폰 등 무선 기기의 확대로 무선사업부의 모바일 칩 사업이 미래 핵심사업으로 지목되는 부문이기는 하지만 자국에 R&D 및 생산기지 모두가 남아 있는 자동차 전장용 사업 및 산업용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단행한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다른 산업 부문에서도 다수 발견된다. 풍력 산업에서 펜시스(Vensys), 리파워 등 확고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장 변동성 대응에 실패한 기업들은 자사 매각의 조건으로 R&D와 핵심 생산 기지의 독일 잔류를 내세워 이를 관철시키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바우하우스의 전통, 디자인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들 수 있다. 2차 대전 이전 이미 실용적인 디자인 전통을 뿌리내린 바우하우스의 전통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3대 디자인 상 가운데 iF(국제포럼 디자인 상)와 레드닷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두 가지가 독일에서 주최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독일 산업 디자인의 힘은 독일 제품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러한 디자인의 힘이 독일 기업들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폴크스바겐이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 기업 지우지아로(Giugiaro)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 전략까지 동원한 디자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학연 연계에 기반한 부품·소재 기업들의 강한 경쟁력”을 들 수 있다. 독일 기업들은 산학연 연계에 의해 기초 연구의 강점을 나타내 부품·소재 산업에서의 경쟁력이 뛰어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보쉬, 지멘스, 컨티넨탈, 풍력산업의 리파워, 디스플레이 산업의 머크, 화학의 바스프 등 기존 산업에서 신산업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부품·소재 기업들은 막스-플랑크 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 헬름홀쯔 연구소 등 산학연 연계의 기술 개발을 통해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Ⅲ. 한국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성장 모델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최근 독일이 수출을 중심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독일 산업의 경쟁력과 강점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방안들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물론 독일의 장점을 쉽게 복사해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폭넓은 산업기반 확보와 같은 과제는 꾸준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다각도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함께 결합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특성에 맞게 취사 선택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부분도 물론 있다. 우리에게 유용한 몇 가지 분야의 시사점을 살펴본다. 
 
먼저 제조업 기반을 역내에 유지하는 전략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 국가들과의 분업 구조를 만들기 보다는 아시아 국가들을 단순한 원가 계산에 근거한 수출 하청 기지로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독일 기업들은 일찌감치 유럽 역내의 분업구조를 확고히 구축하여 품질과 가격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아울러 자국 내의 생산에서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시아 국가들 혹은 중국으로의 오프쇼어링 전략에서 아시아 국가들간, 혹은 아시아 생산지와 북미나 유럽 등 최종 판매지와의 최적의 분업 구조를 이루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앞에서 지적한 혁신 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산업·경쟁 정책을 통해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국 차원에서 추진 불가능한 규모의 경제와 관련된 정책 수립은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서라도 확보하여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유로피언 챔피언 전략과 유럽 공조를 통한 표준화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차원에서도 핵심 역량의 보존이나 디자인 역량 강화와 같은 부문에서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핵심 역량의 보존을 위한 산학협력 R&D 센터의 설립이나 디자인 어워드 개최, 디자인 센터의 설립과 같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우리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끝>
사업자 정보 표시
(주)부동산중개법인이산 | 박우열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3-8, 지하1층 69호(삼창빌딩) | 사업자 등록번호 : 528-88-00035 | TEL : 010-3777-1342 | Mail : 1004kpwy@hanmail.net | 통신판매신고번호 : 해당사항없음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