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보이스피싱)번호 검색
« 2024/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LG경제연구원 '2012년은 중국 소비주도 성장의 원년'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은 2005년 이전 ‘내수확대를 통한 성장 촉진’ 에서 2006~2010년 ‘내수와 외수의 균형발전’으로 전환하고, 다시 2011년 이후 ‘소비 중심의 내수확대’로 발전한다. 이러한 시각 변화는 수출과 투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더 이상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체질, 생산능력 과잉과 잠재부실 누적, 소득분배 구조 악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인식 변화에 따라 소비부양책의 주조(主調)는 금융위기 이전의 ‘소극적 소비부양책’,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의 ‘적극적 소비부양책’, 그리고 올해 전면 시행되는 ‘구조적 소비부양책’ 등으로 진화해왔다. 올해 소비부양책은 간접 방식 위주로,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고, 민간 경제주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등 지난 3년간의 소비부양책과 상반되는 특징을 띠고 있다. 올해엔 또한 구조적 감세 이외에도 임금 인상 지속, 사회보장제도 개혁, 소비금융 활성화 등 전방위적으로 소비환경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노력에 힘입어, 올해 중국 경제에서는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고, 소비의 성장기여율이 투자의 성장기여율보다 커짐은 물론, 이 같은 소비지표 추세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2012년은 ‘중국 소비주도성장의 원년(元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주도성장의 심화는 정부주도 경제운영과 사회주의적 소유 및 분배제도에 대한 개혁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발이 매우 거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주도성장은 상당히 더디게 진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소비주도성장 전환으로 인해 임금 코스트 상승, 국내시장 프리미엄을 가진 로컬기업들과의 내수경쟁 가열 등의 도전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 목 차 > 

Ⅰ. 수출에서 내수로, 다시 소비로
Ⅱ. 왜 소비주도성장인가?
Ⅲ. 소비주도성장 정책과 평가
Ⅳ. 요약 및 시사점
 
  
  
올해는 중국의 중대 전환기이다. 정치적으로는, 가을에 열릴 제18차 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 제4세대 지도부로부터 제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교체가 이루어진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적정 성장률을 유지함과 동시에, 작년 연중 힘겨운 ‘물가와의 전쟁’을 통해 간신히 움켜잡은 물가 고삐를 단단히 죄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숙제를 안고 있는 한 해다. 중국 정부가 올해 정국 운영의 총기조로 제시한 ‘온중구진(稳中求进)’이라는 말에서 이런 시대 흐름에 대한 인식과 담담한 각오가 엿보인다. 

‘온중구진’이란 ‘안정 속의 전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온’(안정)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무리를 하지 않고 적정한 상태로 관리해 나가는 걸 말한다. 그렇다고 현상유지만 하는 게 아니라 장기 정책과제는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진’(전진)에 담겨 있다. 중국 정부가 이런 ‘진’의 영역에 집어넣은 것이 ‘경제구조 조정’(핵심 정책과제는 소비 위주의 내수 확대), ‘개혁개방 심화’(수출 업그레이드와 고(高)부가가치 제조업 및 현대적 서비스 부문 외자유치), ‘민생 개선’(부동산시장 안정) 등 세 가지다. 

전진 영역의 핵심과제들 가운데 영향력의 범위나 강도, 그리고 시대사적 의미에 있어 단연 주목되는 것이 ‘소비 위주의 내수 확대’이다. 중국 경제의 장기 추세로 보나, 정책 방향이나 실행의지로 보나, 실로 올해는 중국 경제가 소비주도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는 첫 해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Ⅰ. 수출에서 내수로, 다시 소비로 
  

그 동안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수출은 매우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래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까지 대외교역은 투자보다 성장에 더 많은 기여를 했다(<그림 1> 참조).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장기부진에 빠지면서 대외교역은 오히려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전락했다. 수출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은 현실에서는 수출 기업들의 실적 저하와 파산, 대량 실업, 노동쟁의 확산 등으로 나타났다.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는 과거 성장방식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뒤따랐고, ‘내수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급부상했다. 

‘내수 확대’가 중장기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식 채택된 것은 2006년 3월 ‘11.5 규획(제11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규획) 강요(綱要)’ 문건에서다(<표 1> 참조). ‘개혁개방 과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 해결’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맡기면서 덩샤오핑(邓小平)이 중국 최고의 지도자로 낙점한 바 있는 후진타오(胡锦涛) 당시 신임 국가주석이 ‘과학적 발전관의 전면적인 관철’이라는 발전목표 하에 제시한 6개의 총괄지도원칙 중 첫 번째가 바로 ‘내수 확대를 통한 안정적이고 비교적 빠른 경제발전’이었다. 

‘내수 확대’라는 표현 자체가 ‘규획 강요’에 처음 나타난 것은 이보다 5년 전인 2011년 3월 발표된 ‘10.5 규획 강요’에서다. 그런데 여기서 ‘내수 확대’라는 용어는 ‘11.5 규획 강요’에서처럼 경제구조 전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지 않았다. 다만 ‘강요’의 도입부에서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내수 확대를 통해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었다”는 자랑 섞인 회고의 맥락에서 등장했다. 그리고 당시 외부충격으로부터 중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동원됐던 내수는 무엇보다도 투자, 그 중에서도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부동산투자였다(<그림 2> 참조). 

외부충격 완충용 내수 확대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확산 때도 재현됐다. 당시 중국 실물경기는 WTO 가입에 따른 수출 급증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여기에 SARS 충격 완충 목적으로 유동성이 대량 공급되자 제조업 투자는 경제개방 이후 가장 극심한 과열 양상을 빚게 된다. 

‘11.5 규획 강요’에서 나타난 ‘투자와 소비 관계 조정’이나 ‘투자 규모 합리적으로 억제, 성장에서 소비 역할 제고’ 등에 대한 강조는 1996~99년 경공업 과열투자로 인한 생산능력 과잉 사태 이외에 SARS 시기에 투자 중심의 내수 확대가 초래한 후유증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11.5 규획 강요’를 통해 드러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6~2007년의 투자 붐 시기에 현실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 첫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 내놓은 강력한 통화긴축이 몇년 더 견지되었더라면, 과열투자를 식히고 부동산 버블을 해소함으로써, 소비 주도의 내수 확대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그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만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중국 정부가 곧바로 위기대응 태세에 돌입해 4조 위안 규모의 재정투자, 부동산 경기부양, 유례없는 대출 확대, 가전제품과 자동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강력한 충격 완충용 정책패키지를 내놓은 것이다. 기민한 대응 덕택에 중국 경제는 혹독한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 가장 선방했으나,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내수, 특히 소비 확대를 통해 소비와 투자, 내수와 외수의 균형발전을 기한다”는 ‘11.5 규획’ 정신의 방기가 최대 손실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다급한 김에 ‘규제’에서 ‘부양’으로 관점을 180도 바꾼 부동산시장이 버블의 정점에 이르렀고, 지방정부를 앞세워 드라이브를 걸었던 SOC 투자가 중복과잉투자에 따른 투자효율 저하와 각종 안전사고 빈발, 지방정부 재정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으며, 수요 부진과 투자 과열이 상승작용을 하여 생산능력 과잉 문제가 더는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단순히 5년을 허송세월한 데 그치지 않고, 시계를 거꾸로 돌린 셈이 된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 지나간 2009년 하반기, 중국 정부는 이처럼 불가피했던 정책 퇴행을 바로잡는 데 착수한다. 우선 급한대로 생산능력 과잉 산업에 대한 정리 및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2009년 말에는 부동산시장의 고삐를 다시금 움켜쥐었으며, 잇달아 터진 대형 교통사고를 계기로 ‘묻지마’식 SOC 투자에 급제동을 걸었다. 

2011년 3월 발표된 ‘12.5 규획 강요’는 마침내 ‘11.5 규획 강요’의 패러다임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이를 한층 더 발전시킨다. “투자가 내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투자구조를 개선한다”는 선언이 성장동력에 대한 관점 이동(수출→내수)을 재확인한다면, “소비가 내수 확대의 전략적 중점”이라는 단언은 내수 확대의 방법론에 대한 진일보된 인식(투자 중심→소비 중심)을 반영한다. 

‘12.5 규획 강요’ 패러다임은 2012년 경제정책에서 구체적인 표현을 얻게 된다. 단적으로, 2012년 내수 확대 정책의 초점은 투자가 아닌 소비에 맞춰졌다. 또한 소비 확대 정책은 가전하향(家电下乡), 이구환신(以旧换新) 같은 구매 보조금 지급보다는 감세나 임금인상 등을 통해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간접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한이 종료되는 일부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의 연장 여부가 논의되고 있으나, 연장되더라도 에너지 절감 및 환경 보호, 서민 공공주택 건설 등 구조전환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 한도 안에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소비 부양책은 민간 소비 주체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한 부양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구조적 소비부양책’이라 할 만하다(<그림 3> 참조). 
  

Ⅱ. 왜 소비주도성장인가?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은 10.5 규획 시기에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 촉진’에서 11.5 규획 시기에 ‘내수와 외수의 균형발전’으로 전환하고, 다시 12.5 규획 시기에 ‘소비 중심의 내수 확대’로 발전한다. 이 같은 전환은 중국 경제구조의 변화와 대내외 경제여건의 변동 추세에 비춰볼 때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1) 수출의 성장동력으로서의 한계 

첫째, 개혁개방 후 2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동력으로서 수출의 역할이 한계에 다다랐다. 수출과 수입, 즉 대외교역은 WTO 가입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 변동을 초래한 최대요인이었다. 그리고 대외교역은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플러스 요인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전에 대외교역은 꾸준히 규모가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확대와 성장률 증가를 가져왔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그 규모가 종전처럼 빠르게 늘어나지 않을뿐더러 규모 증가가 무역흑자 감소를 동반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그림 4> 참조). 이렇게 무역을 통한 성장률 제고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중국 내수 성장세가 수출 대상국들의 내수 성장세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즉, 중국 내수의 확대는 대외교역의 성장 기여도 약화의 원인이자, 그 대안인 셈이다. 

(2) 글로벌 리밸런싱에서 중국의 역할과 의도 

둘째, 중국이 더 이상 수출로 성장해 나갈 수 없는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은 이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무역흑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시장인 선진국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서려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 때까진 중국 경제의 상대적 고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5> 참조). 사실 중국 정부는 “G-2 국가로서 위상과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면 의식적으로라도 시장수요를 적극 창출하여 선진국 경기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고려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전진’ 정책과제 중 하나인 ‘개혁개방 심화’의 실행목표가 ‘수출 업그레이드’ 이외에 ‘수입 확대’와 ‘국제수지 균형’으로 설정되어 있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수출 업그레이드(저임금에 의존하는 저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내리고 고기술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 제고)가 수출 규모의 증가세 둔화를 낳을 개연성이 큰 상황에서 수입 확대는 무역수지 균형을 앞당길 수 있다. 대외교역에 관한 한 중국 정부의 의도와 선진국들의 요구, 실물경기 추세 등이 서로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3) 만성적 투자 버블에 따른 생산능력 과잉과 잠재부실 누적 방지 

경제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출주도형 성장은 투자주도형 성장과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본이 부족한 저개발 상태에서 경제성장에 시동을 걸려면, 전 산업의(특히 농업부문의) 잉여를 공업부문으로 이전시켜 집약적으로 활용하고, 생산된 제품의 가치실현은 구매력이 부족한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과거 일본 같은 후발 선진국이나 한국 등 신흥공업국들이 고도성장 시기에 높은 투자율을 보인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중국은 1990년 투자 사이클이 시작된 이래 줄곧 일본이나 한국의 투자사이클 상 비슷한 시기에 비해 높은 투자율(GDP 대비 투자 비율)을 보여왔는데, 이는 사회주의적 소유제의 기반 위에서 자본 동원 능력 및 활용 집약도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그림 6> 참조). 

중국의 전체 자산 가운데 3/4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며, 전체 제조기업 자산 중 국유기업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비중이 42%에 이른다. 국유 제조기업은 수적으로 전체 제조기업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제조업 기업 이윤의 1/3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상장 국유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국유기업들은 정부가 대주주인,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으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현금배당금액 비율)이 지극히 낮다(<그림 7> 참조). 국유기업들의 막대한 이윤은 계속 재투자되면서 만성적인 투자 버블을 초래해왔다. 

자국과 세계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투자 증가율은 생산능력 과잉을 불러왔다. 이미 1990년대 후반 경공업 부문을 중심으로 설비 과잉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으며, 2005년 이후 지금까지는 중화학산업 분야 약 20개 업종에서 또 다시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자 버블은 또한 투자효율 저하와 이에 따른 잠재부실 누적을 초래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인프라 및 부동산 투자 프로젝트가 급증했는데, 최근 이와 관련된 대출이 부실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4분기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규모는 3분기에 비해 4.9% 증가했으며, 부실대출 비율 역시 3분기 0.9%에서 1%로 상승하여, 2005년 이래 처음으로 규모나 비율이 커졌다. 

생산능력 과잉 및 잠재부실 누적은 어느 정도는 고속 경제성장에 수반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잘 해결해 나가느냐’ 이다. 한국 역시 개발연대에 약 10년 간격으로 생산능력 과잉 문제에 직면했으며, 이를 산업 합리화, 부실기업 정리, 빅딜(big deal·사업교환) 등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온 바 있다. 중국은 두 가지 방면에서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는 산업구조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투자의 산업간 재배치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 주도의 내수 확대를 통한 시장 창출이다. 

(4) 소비주도성장과 소득재분배의 높은 상관성 

가용 투자재원을 줄임과 동시에 내수시장 구매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투자 버블과 이로 인한 부작용을 좀더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특유의 사회주의적 소유제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다. 국유기업 수중에 있는 막대한 이윤과 자산을 소비자, 즉 가계로 재분배하여 투자율을 낮추고 소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소비주도성장으로의 경제성장 모델 전환과 정부 부문(공무원, 국유기업 근로자)과 민간부문(일반 근로자) 간 극심한 소득불평등 문제 해결이 맞물리는 지점이다. 

국유기업 이윤의 정부배당은 2007년 처음 실시된 이래 적용 대상 기업의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배당률도 점진적으로 상향조정되어오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국유자산 경영예산’ 수입 중 일부는 의료보험, 양로보험 등 사회보장기금을 보충하는데 쓰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 흐름은 중국 정부가 소비주도성장과 소득재분배의 상관성에 주목하고 이를 구조적 문제 해결에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이윤 이전(移轉)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재분배 방법이 국유기업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국유기업 주식을 국민주 방식으로 민간에 나눠줄 수도 있고, 국유기업 자산을 매각하여 그 수익금을 민생 프로젝트 또는 사회보장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사회주의적 소유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 활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Ⅲ. 소비주도성장 정책과 평가 
  

내수 확대 정책은 11.5 규획 시기(2006~2010년)엔 투자와 소비 간 관계에 대한 불명확한 인식과 글로벌 금융위기 내습으로 인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으며, 2011년에 들어서야 ‘소비 주도의 내수 확대’ 방향으로 확실한 정리가 이뤄지고, 올해 전면적으로 실시되기 시작했다. 소비부양책 관점에서는 금융위기 이전의 ‘소극적 소비부양책’,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적극적 소비부양책’,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구조적 소비부양책’ 등으로 시기구분을 할 수 있다(<표 2>와 <그림 3> 참조). 

그 동안 중국 정부가 내놓은 소비부양책들을 보면 커버리지나 접근방식에서 진화를 거듭해왔음을 알 수 있다. 금융위기 이전의 소비부양책은 농촌 인프라 건설, 농가소득 향상 지원, 농촌 유통센터 설치 등 주로 농촌 지역에 초점을 맞추었다. 본격적인 의미의 소비부양책이라기보다는 도농 균형발전 촉진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책들이라 할 수 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작년까지는 가전하향, 이구환신, 절능혜민 등 소비확대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인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대한 직접적인 구매보조금 지급 방식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런데 보조금 지급 정책은 정책 시행 초기에 강력한 임팩트를 낳지만, 이후 급속히 약발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소비 유인 효과를 갖지 못하고 소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돼버렸다(<그림 8> 참조). 

올해 시행되는 소비부양책들은 간접적으로 소비 확대를 유인하며, 효과가 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일시적으로 소비를 끌어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비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구조적 감세다. 작년 9월 발효되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개인소득세 개편은 월 소득 5,000~1만 위안 중간소득층에게 앞으로 매년 1,600억 위안의 세금 경감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의료보험, 양로보험 등 5대 사회보험 확대 및 시스템 개혁은 2008년부터 산발적인 논의가 있어왔으나, 올 들어 중국 정부가 확고한 정책의지를 밝혀 머지않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보험의 경우 지난 3년간의 적용범위 확대 노력을 통해 기본의료보험제도의 전국 커버리지가 95%에 이르렀는데, 올해는 공립병원 의료비 인하 등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의 경우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늘려온 결과 2011년 말 현재 가입자가 3억 6,000만 명, 연금 수혜자가 1억 명 남짓에 이르며, 올해는 전 국민 기본양로보험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소비부양책은 거의 모든 소비 결정요인을 커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표 3> 참조). 일반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려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소비성향이 커져야 한다. 올해 중국 정부는 ‘임금배증 계획’을 재확인하고 최저임금 기준 금액을 13% 인상하기로 함으로써, 전국 평균임금 수준을 15% 상승시킬 수 있는 지지대를 확보했다. 각종 구조적 감세와 사회보장제도 개혁 강화, 국유기업의 정부 배당 확대, 주택시장 안정화 등은 장기적으로 저축률을 인하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소비성향을 제고시키기 위해, 급성장 중인 소비금융을 더욱 활성화시키기로 했으며, 이구환신과 가전하향 프로그램의 새로운 버전을 경제구조 조정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2년 소비부양책은 최근 견조한 상승 흐름세를 타고 있는 소비가 한 단계 레벨업하는 계기 내지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가계 소득은 실질 기준으로 작년에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이 가계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여, 한계 소비성향이 커지는 흐름이 뚜렷이 나타났다(<그림 9> 참조). 올해 소비부양책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뀌어 성장률에 대한 단기 임팩트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 감세를 비롯해 올해 소비부양책의 상당수가 작년부터 발효 또는 시행되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올해부터 조기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Ⅳ. 요약 및 시사점 
  

올해는 중국 경제의 소비주도성장의 원년(元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이미 작년에 가계의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과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가계소비 증가가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강력해졌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2009년에도 나타났지만, 당시는 구매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이 단기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덕이 컸다. 적극적 부양책들의 효과가 거의 소멸된 작년에 이런 현상이 재현된 것은 ‘가계소비의 홀로서기’가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올해 중국 경제는 소비확대 관련지표에서 중요한 임계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즉, 소비의 성장기여율이 2001년 이래 처음으로 투자의 성장기여율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1년 동안 늘어난 소비 금액이 올 한해 증가한 투자 금액보다 많아져 소비가 투자보다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올해는 구조적 소비부양책들이 전면 시행되는 첫 해다. 구조적 소비부양책은 시행기간이 장기이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며 민간 경제주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표 상 가계소비의 도약이 이러한 정책환경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서 소비의 비중 및 역할 확대가 앞으로 탄탄한 추세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경제가 올해를 기점으로 소비주도성장의 길로 들어가지만, 그 진전 속도는 상당히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왜 그럴까? 지출국민소득 변화는 분배국민소득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투자주도성장에서 소비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은 곧 투자 잠재재원이 소비의 잠재재원으로 옮겨진다는 것이다. 경제주체 관점에서 이는 기업과 정부로부터 가계로의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의미한다. 기업이 정부에 지배당하고 있는 중국에서 이는 곧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으로부터 민간주도의 경제성장으로의 전환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경제운영의 큰 틀을 바꾸는 문제가 될 수 있고, 나아가 사회주의적 소유제도의 희석 내지는 점진적인 폐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말하자면 ‘시장화’이자 ‘민영화’이다. 중국 정부 내 개혁파는 이런 방향이 중국이 살 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수파 관료, 국유기업 등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경제구조 조정뿐만 아니라 정치개혁이 필요한 과제이다. 시장화와 민영화는 곧 민주화이기도 한 것이다. 소비주도성장의 전도가 험난하다고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운영의 기본 틀이나 사회주의적 소유제도의 근간을 건드리지 않고, 정부가 아주 느린 속도로 절묘하게,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경제를 운영해 나가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정부 몫의 민간 재분배 부분을 줄이고, 대신 민간 내부의 재분배, 즉 기업에서 가계로의 재분배(임금인상)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요즘 얘기되는 ‘베이징 컨센서스’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 없이는 기업에 타격을 주고 성장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 경우 임금인상에 있어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요컨대, 시장화-민영화-민주화 노선이든, 베이징 컨센서스 노선이든 어느 경우나 소비주도성장의 진전은 매우 느리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소비주도성장 전환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판이 바뀐다’고 할 정도로 커다란 환경변화 요인이다. 중국 진출 기업들에겐 임금 코스트 상승의 충격이 클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여 제3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중국을 시장으로 삼는 기업들에게 소비주도성장은 축복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복을 누리려면 국내시장 프리미엄을 가진 로컬기업과의 내수시장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인구구조, 지역 경제지리, 정책 패러다임 등 중국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고, 그것들을 비즈니스에 접목시켜야 간신히 이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 그랬듯 중국 내수시장 확대는 ‘그림의 떡’, 심지어 ‘축복을 가장한 재앙’이 돼버리고 만다. 중국 기업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B2B 기업들도 강 건너 불구경’ 할 수만은 없다. 로컬 거래선 비중을 수출기업 위주에서 내수기업 위주로 바꾸고, 최종고객인 소비자 트렌드에 눈과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 

소비주도성장의 진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중국 정부의 통제 범위 내에서 그러한 구조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상황이 바뀌어가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것보다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외국기업의 푸념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중국 투자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자격요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외국기업들에게 중국의 소비주도성장 전환은 그리 즐거운 소식만은 아니다.  <끝>

사업자 정보 표시
(주)부동산중개법인이산 | 박우열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3-8, 지하1층 69호(삼창빌딩) | 사업자 등록번호 : 528-88-00035 | TEL : 010-3777-1342 | Mail : 1004kpwy@hanmail.net | 통신판매신고번호 : 해당사항없음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