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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일본으로부터의 교훈 : 디플레 경계심 높여야'

저물가 지속으로 디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일본은 저성장 지속, 금융부실과 엔화 강세, 느슨한 정책대응 등으로 장기간 물가하락을 경험하였다. 우리나라도 정도는 약하지만 과거 일본의 물가하락 직전시기와 유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저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6월 이후 18개월 동안 한국은행 물가 목표 범위 하한인 2.5%를 밑돌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작년 3월 이후 2 1개월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그림 1> 참조). 외환위기 이후의 원화절상으로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던 1999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경제의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물가불안보다는 안정 요인이 크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장기간 안정되어 있으며, 국내 농축수산품 가격 역시 올해 들어 양호한 기상여건을 바탕으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압력도 낮다. 경기 회복세가 빠르지 않아 당분간 장기 추세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수요 부족으로 인해 기업들이 가격을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디플레보다 인플레 경계가 여전히 커 

물가가 전례 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디플레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고물가, 즉 물가상승률이 높게 형성되는 것만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과 같은 저물가 상황에서도 체감물가는 더 높은 데 실제 물가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통화정책도 물가의 상향리스크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 등 보다 적극적인 완화정책으로 대응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물가목표의 하한에 대한 경계심이 상한에 비해서는 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디플레이션 발생 사례는 희소하다. 금본위제 폐지 이후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은 이웃나라 일본의 90년대 말 이후 사례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발생했을 때의 충격은 인플레이션의 충격보다 오히려 크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의 절반 이상은 디플레이션과 함께 했다. 90년대 후반 디플레이션 초기에 일본은 인플레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었다. 당시 물가 하락이 시작되자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경쟁에 의한 가격 파괴를 반겼고, 세계적으로 높았던 고물가의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으로 받아 들였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일단 시작되자 이는 좀처럼 되돌리기 힘들었고 일본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 들었다. 

일본의 디플레 원인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 직전시기의 모습들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디플레 원인을 자세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① 만성화된 저성장-저물가가 단초 

일본은 1999년 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약 7년간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 이후 약 3년간은 물가상승기로 돌아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재차 물가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 저성장, 저물가 기조의 장기화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디플레이션 발생 이전 일본은 이미 오랜기간 동안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는 불황기를 겪었다. 1991년 버블붕괴 이후 일본은 부동산 및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기업과 금융부실이 확산되었고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되었다. 이에 따른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생산과 고용이 위축되고 다시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총수요 압력 저하로 물가상승률도 낮아졌다. 특히 80년대 호황기에 고성장을 기대하면서 크게 늘렸던 기업 투자는 경제내의 만성적인 공급과잉 요인이 되면서 물가하락 압력을 확대시켰다. 80년대 평균 4.5%씩 성장했던 경제는 버블붕괴 이후 ‘93~’98년의 불황기 중 1.4% 성장률로 급전직하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0년대 평균 1.9%에서 이 기간 0.7%로 낮아졌다(<그림 2> 참조). 

플라자 합의 이후 지속된 엔고도 장기불황과 저물가를 가속시켰다. 빠르게 진행된 엔화의 추세적 절상은 일본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렸고 이는 수출활력 저하와 함께 일본의 제조업 공동화를 가져왔다. 특히 엔고로 수입물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 하락을 가속시켰다(1985년부터 1995년 10년동안 수입 물가는 연평균 7.1%씩 줄어들어 절반수준으로 감소). 만성화된 저성장-저물가 기간이 이후의 디플레이션 진입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고령화, 건설 부진 등 구조적인 내수저하 요인도 가세 

일본의 구조적인 내수저하 요인도 저성장-저물가를 부추겼다. 대표적으로 빠른 고령화를 들 수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자산가치 하락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해지면서 은퇴 연령층을 중심으로 소비성향이 낮아졌다. 더욱이 고령화는 정치적 경로를 통해서도 물가하락 요인이 되었다. 연금자산을 가지고 있는 고령층들은 물가가 낮을수록 연금의 실질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저물가 상황을 반기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 연령층의 정치적 압박은 저물가에 대한 빠른 정책대응을 늦추게 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건설투자 침체도 중요한 내수부진의 요인이 되었다. 일본은 고도 성장기간중 인프라 투자와 함께, 상업 및 공업용 건설투자가 크게 늘면서 자국내의 건설자본 스톡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고도성장이 지속될 것을 예상하고 늘려놓은 건설자본은 막상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한 상황이 되었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건설투자는 장기침체에 빠지게 되었다. 

② 금융부실, 엔고가 디플레 촉발 

급격한 성장둔화,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999년까지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고 있었고 여기에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졌다. 90년대 후반 발생한 금융권 부실문제는 일본의 성장활력을 더 떨어뜨렸고 신용경색에 따른 통화위축은 물가압력을 추가적으로 하락 시켰다. 더욱이 다소 안정되었던 엔화환율이 다시 빠르게 절상되면서 일본은 디플레이션 시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일본의 금융위기는 버블붕괴 기간중 부실채권의 처리를 지연시킨 데 따른 것이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던 주택금융 전문회사의 부실이 문제였다. 경기회복에 따른 지가상승과 자연스러운 부실채권처리를 예상하였던 일본정부의 기대와 달리 저성장과 지가하락이 계속되면서 주택금융전문회사의 부실채무비율은 9 1년 4 0%에서 9 5년 7 5%로 더욱 확대되었다. 95년 정부조사에서 농협계를 제외한 주택금융전문회사들의 부실자산은 6.4조엔으로 총자산의 절반에 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연금, 보험 등 전반적인 금융기능도 저하되었다. 안전자산인 국채 선호경향이 심해지고 주식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저금리로 연금이나 보험산업의 수익 기반도 약화되었다. 거품붕괴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97년 이후 닛산생명, 산요증권 등 대형보험회사, 증권사, 은행부도가 이어졌고, 아시아 외환위기와 맞물려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또한 부실기업의 정리가 지연되면서 이들 한계기업들이 가격파괴 등 할인 경쟁에 나서게 되고 이것이 디플레이션을 더 부추긴 측면도 있다. 

1998년 후반부터 엔화강세가 다시 가속되었는데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로 엔화의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었기 때문이다(엔화가 98년 8월 달러당 144.6엔에서 99년 1월 113.3엔까지 급속하게 절상되었다. 이기간중 수입물가도 16% 떨어졌다). 엔화강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이어졌던 디플레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된다(<그림 3> 참조). 엔화강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엔고에 대한 기대가 실제 엔화가치를 높이는 환율거품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③ 디플레이션 악순환 현상 

일단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디플레가 장기화되었다. 

오랜 저물가 상황이 이어진 후 물가하락이 시작되자 디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소비자들은 구매하려던 상품의 가격이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게 되면서 소비를 미루었다. 기업들도 미래 제품가격의 하락에 따른 수익감소가 예상되어 투자를 늦추는 현상이 벌어졌다. 결국 소비, 투자 등 총수요가 줄어들면서 물가하락 압력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자산가격 측면에서 부채디플레 악순환이 형성된 점도 물가하락의 지속요인이다. 버냉키(1983) 등의 부채 디플레 이론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으로 실질 부채부담이 증가하면서 채무자들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매각에 나서게 되고 이로 인해 자산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의 주가는 거품 붕괴 후 20년간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가는 최근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그림 4> 참조). 장기간 이어진 자산가격 하락은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성향을 떨어트리고 수요를 위축시켜 물가하락을 장기화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러한 악순환은 약화된 금융중개기능으로 인해 더욱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야 하는데, 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화폐량을 늘렸지만 금융기관에서 민간부문의 대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고, 투자, 소비 등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못했다. 이미 금융중개기능 마비로 유동성함정에 빠져버려 통화정책이 무용해진 것이다. 

④ 통화정책의 미흡한 대응 

디플레가 발생하기 이전의 버블붕괴 불황기때 일본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등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버블붕괴 이후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섰으나 1990년대 초중반 일본의 정책금리는 경상성장률 수준을 지속적으로 상회하였다. 통화정책의 대응속도가 느렸고, 인하수준도 과감하지 못했다. 

일본경제가 디플레로 진입한 이후에도 통화정책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어느 정도의 통화팽창만으로는 이미 유동성함정에 빠져있는 실물경제의 회복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디플레 초기에는 물가하락을 긍정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들이 제시되기까지 했다.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력산업 부문의 기술혁신을 통한 빠른 생산성 향상과 신흥국 저가품 수입 확대에 따른 경쟁촉진의 결과물로 물가하락을 이해했다. 엔화강세에 따른 수입물가 안정, 교역조건 개선은 경제의 생산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미치는 긍정적인 요인이 강조되었다. 물가하락은 당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던 고물가 구조에서의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으로 인식되었으며, 실질소득 개선으로 소비 등 내수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야미 마사루(2001) 당시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전자제품 등 내구재의 가격인하, 중국향 물가하락 압력 등에 대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환경에서의 통화정책 어려움을 언급한 바 있다. 

일본중앙은행의 경우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려는 기존의 정책방향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이는 70년대 고물가 시기를 거친 후 80년대 선진국 통화정책의 주요 특징 중 하나였다. 일본중앙은행은 1999년 2월 콜금리목표를 0.15%로 낮추는 제로금리 정책을 단행했지만, 통화확장에 대한 부작용 등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면서 디플레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예를 들어 2000년 8월 일본경제가 다소 회복되면서 생산자물가 및 수입물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소비자물가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0.25%로 인상시키는 등 여전히 인플레 억제를 중시하는데 초점을 둔 정책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버냉키(2000)가 환율상승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좀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등 주요 경제학자들은 디플레를 우려하면서 일본중앙은행이 과감한 통화정책에 나서도록 권유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물가 하락이 지속됨을 확인한 2001년 초에 가서야 일본은행이 양적완화에 나서게 된다. 일본중앙은행은 2001년 2월 콜금리 기준을 0.15%로 낮추어 제로금리정책으로 환원했고, 3월에는 통화정책 수단을 콜금리에서 양적지표인 당좌예금잔고로 변경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0% 이상이 될 때까지 국채매입 등을 통해 당좌예금잔고를 늘리는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당좌예금잔고의 증가 속도, 수준이 과감하지 못했고, 다양한 수단이 제시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2003)는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뿐 아니라, 회사채, 상업어음, 부동산투자신탁증권 매입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감한 양적완화에 나서 민간부문이 돈을 쓸 수 있게 해야 디플레를 타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물가목표제 시행을 제안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자산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면책 받을 수 있도록 해야 과감한 통화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고, 경제주체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국내경제의 유사한 현상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디플레 직전의 저성장, 저물가기와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 저물가 만성화 조짐 

90년대 평균 6.3% 성장을 구가하던 국내경제는 2000년대 3.9% 성장률로 한 단계 낮아지더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차 둔화되었다(<그림 5> 참조).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된 2년간은 평균 2.4% 성장에 그쳤으며, 경기회복속도가 빠르지 않아 성장잠재력이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저물가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2011년에는 구제역, 채소류 가격 급등 등 공급충격으로 물가가 4%를 넘는 상승률이었으나, 이후 2 년간은 평균 1.7% 상승에 그쳤다. 특히 최근 3 개월간은 0%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경기회복속도가 빠르지 않고, 원화절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2% 내외의 물가상승률에 머물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생산요소 투입측면에서 저성장, 저물가 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기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국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연간 2,116시간으로 OECD 평균 대비 424시간이나 더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도 하락할 여지가 크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근로시간 축소 등은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요인이 될 것이다. 

● 구조적 내수부진, 원화절상도 우려 요인 

소비, 건설투자의 구조적 내수부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부채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노후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 받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이들 연령층의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있다. 건설투자 역시 장기부진이 예상된다. 주택가격의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높은 수준의 건설투자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설자본스톡은 2012년 기준 GDP의 2.6배로 선진국 평균 수준이다. 다만 건설투자 비중은 여전히 GDP의 15.5%(2012년 기준)로 주요 선진국들의 10.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건설투자의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원화의 중장기적인 절상흐름도 우려된다. 최근의 원화절상은 GDP 대비 5%를 웃도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외국인 자금의 유입에 기인하고 있는데, 과거 일본처럼 중장기적으로도 원화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63.2%로 높아져 있어 수입의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원화절상으로 수입가격이 낮아져도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우며 오히려 국제 원자재가격 하향 안정으로 수입 둔화추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출구전략에 따른 신흥국 불안 지속으로 원화자산의 상대적 안정성도 부각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지속과 해외 자본유입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원화절상흐름이 단기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 디플레 우려 확대 

사실 최근 디플레 우려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상승률이 수요부진 속에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디플레이션 경계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미국, 유로존, 일본 모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 내외 수준에 그치고 있다(<그림 6> 참조). 

특히 경제성장세가 매우 미진한 유럽은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게 될 경우의 리스크를 한껏 경계하는 모양새이다. 10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비 기준 0.7%로 내려가면서 ECB는 11월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25%로 하향 조정했으며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인하할 여지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 저금리장기대출 프로그램(3차 LTRO) 재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자산매입의 축소 또는 중단 시기를 매우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인플레이션보다 현재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이 디플레 탈출을 위해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적정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하겠다는 물가목표제가 과거에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디플레이션 대책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에 대한 경계심이 큰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실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2%를 넘지 않도록 상한(below but close to)으로서 2%를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올 2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수개월간 목표수준을 하회하고 최근 0%대로 더욱 낮아지자, 유럽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2%에 가깝게 유지토록 할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2% 성장, 2%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조로 일본중앙은행 역시 올 초 2% 물가목표와 무기한 양적 완화를 공표하면서 디플레 탈피의 수단으로 물가목표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연방준비은행(FRB)는 물가목표제를 도입하고 있진 않지만, 물가상승률이 2.5%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등 물가상승률이 출구전략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됨을 밝힌 바 있다. 

디플레 경계심 높일 필요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매우 낮게 형성되고 있는 데는 채소류 등 국내농산품 가격과 국제원자재 안정 등 공급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무상보육 등 정책요인도 물가하락에 기여했다. 경기흐름 상 앞으로 물가는 다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올해 크게 좋았던 공급여건도 다소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경제의 성장이 한단계 떨어지고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당기간 안정되면서 추세적으로는 물가상승률도 과거 대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비대칭적인 기준, 즉 인플레 경계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의 틀은 바뀌어져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는 것은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면 걷잡을 수 없는 디플레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물가상승률이 목표범위 하한을 밑돌 경우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현 정책금리 수준이 낮은 편이며, 민간부문의 부채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고, 주택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가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발, 자산가격 거품 형성 같은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저금리 지속으로 대외금리차가 유지되는 가운데 원화절상이 예상되는 점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이다. 디플레이션을 감안한 통화정책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가범위 하한도 보다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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