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최근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 진단'
전세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세입자 가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올해 평균적인 전세가격 증가분을 대출이자로 환산할 경우 전세 재계약 가구의 추가부담액은 약 3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월세이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보증부 월세가구들도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가구들의 추가부담액은 전세나 월세를 유지하는 가구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주택투자가 마이너스 성장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은 1~2년의 시차를 두고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주택투자 감소가 컸던 지역일수록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다. 주택공급 감소에도 불구하고 2009년을 기점으로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상승률 하락은 전세공급을 월세로 전환시켜 추가적으로 전세가격을 높이고 월세이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속도는 다소 둔화될 여지가 있지만 전세가격 상승기조 자체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택공급은 내년에 올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 부족을 해소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공급증가가 충분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능력의 저하,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 기대상승률이 다시 반등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향후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의 주택공급 축소 정책은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하우스푸어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이지만 세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전월세 가격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주택의 수급이기 때문이다. 주택의 공급조절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적정한 규모의 주택공급을 통해 주택가격이 연착륙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임대료 보증제도의 도입, 주택 임대관리업의 활성화 등으로 전월세 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 목 차 >
1. 임대차 시장 동향 및 가구부담
2.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
3. 향후 전망
4. 정책적 시사점
1. 임대차 시장 동향 및 가구부담
주춤하던 전세가격 올해 들어 다시 치솟아
전세가격 상승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2011년 평균 10% 이상 급등했던 전세가격은 지난해 다소 진정되는가 싶더니 지난해 말부터 다시 오름세를 재현하고 있다(<그림 1> 참조). 특히 올해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전세가격 부담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는데 2010년 1월 대비 올 11월까지 약 4년 동안 전국 전세가격지수의 상승률은 26%에 달했다. 연평균 6% 이상 높아진 셈이다.
이 기간중 전세가격지수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경남(36%), 대구(35%), 부산(31%)의 순이었다. 반면 전북, 인천, 제주, 전남은 20% 이하로 가격이 안정되었다(<그림 2> 참조). 수도권 지역은 24%로 전국 평균과 유사한 상승세를 보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서울, 경기 등 지역에서 상승속도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가 35% 올라 가격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소득증가보다 전세가격 상승 더 빨라
사실 올해 전세가격 상승률은 11월까지 전년대비 2.8%로 2011년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고통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높아진 가격이 추가적으로 더 상승하면서 세입자 가구의 부담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세가격 상승세가 국민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가계가 버텨낼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세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득 상승이 그것을 상회한다면 임차 가구의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실제 전세 재계약을 하는 가구들의 입장에서 보면 2011년 1분기까지는 지난 2년간의 전세가격 상승률보다 일인당소득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그림 3> 참조). 하지만 2011년 2분기부터 상황은 역전되어 올 3분기까지도 전세가격 상승률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이 기간중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가구들은 소득보다 빨리 늘어나는 전세가격 부담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1/4분기에 우리나라의 평균 일인당소득은 2년전과 비교했을 때 6.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세가격은 11.2% 상승했다.
주택보유가구, 월세전환 가구도 어려운 상황
최근의 주택시장의 변화는 전세가구뿐 아니라 월세전환 가구, 주택보유 가구의 어려움도 확대시키고 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매매가격은 하향 내지 정체되면서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산 하우스푸어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였으며 올해 들어서도 정체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매매가격 비율(아파트)이 꾸준히 상승하면서(2013.11=68.5) 2001년의 정점 수준(2001.11=69.5)에 근접해가고 있다.
임대차 유형별로 보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실거래가 DB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월세 거래는 2011년 월 평균 12,940건에서 2013년에는 16,820건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5%에서 올해 1/4분기에는 30%로 높아졌으며 10월에는 34%로 증가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이다(<그림 4> 참조). 현재 월세 이율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월세로의 전환은 임차가구 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추가 전세보증금 마련에 연간 이자비용 32만원
2년만에 전세 재계약을 하게 되는 가구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계산해보았다. 이는 전세가격 상승분만큼 대출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자부담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올해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9,300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약 720만원 늘어났으며 여기에 평균 대출이자율 4.4%를 곱하면 전세 재계약 가구의 추가부담액은 32만원으로 계산된다.
2011년의 71만원보다는 줄어든 수치인데 이는 전세가격 상승률이 2011년보다 낮았고 또 금리도 하락했기 때문이다(<그림 5 참조>).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2011년 계약시보다 줄어들었지만 부담이 누적되기 때문에 세입자 가구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더 커졌을 수 있다.
물론 기존 전세자금을 대출에 의존했던 가구는 금리하락으로 전체적인 주거비부담이 낮아졌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전세 보증금을 모두 대출에 의존하고 있던 가구라면 2013년 재계약시 추가 부담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그렇지만 2011년 가계금융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 가구의 보증금 중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에 지나지 않았으며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한 가구는 전체 전세 가구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택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가구의 추가부담액이 2013년 60만원으로 평균을 상회한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지역이 46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서울(40만원), 울산(38만원) 순으로 나타난다(<그림 6> 참조). 수도권 지역이 전세가격 상승률에 비해 추가부담액이 큰 것은 평균 전세가격이 1억9백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기 때문이다.
월세 가구도 주거비 부담 늘어
월세가격지수가 2011년 9월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일견 월세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 월세가구의 주거비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7> 참조). 월세가격지수는 보증금 없이 집세를 모두 월임대료의 형태로 내는 완전월세를 가정해 집계하는 지수이다. 그러나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월세가구의 85%가 보증부 월세였다.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을 맡기기 때문에 전세의 성격과 월세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
전세가격지수는 올라가고 월세가격지수는 내려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보증금 비율이 얼마냐에 따라 주거비 부담이 늘었을 수도, 줄었을 수도 있다. 전월세 가격지수의 상대적인 변화 크기를 고려했을 때 2013년 3분기 기준으로 월세가 보증금의 5.0%보다 적은 수도권 가구는 주거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 1,000만원일 때 월세가 50만원보다 적었던 가구는 보증금이 변하지 않았을 경우 더 많은 월세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월세자료 이용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을 살펴보면 보증부 월세의 평균 보증금은 1,700만원이고 월세는 32만원으로 월세/보증금 비율은 1.9%에 불과하다(2011년). 따라서 대부분의 월세가구에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월세 가구의 추가 부담도 전세 가구와 같이 계산해볼 수 있다. 평균 보증금과 월세를 내는 수도권 대표가구의 경우 재계약시의 추가부담액은 2013년 평균 11만원으로 추정된다. 전세가구의 추가부담액 31만원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월세가구의 평균적인 주택가치가 전세가구보다 낮기 때문이다. 비교가능하도록 주택가치의 차이를 보정하면 월세가구의 추가부담액은 21만원으로 늘어난다.
월세 전환 가구는 2배 이상의 부담에 직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세입자가구의 부담이 가장 클 것이다. 월세이율(전월세 전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 이자율보다 높다. 2013년 9월 기준 전국 평균 월세이율은 0.82%(연리환산 9.8%)로 대출 금리의 2.4배에 달했다(<표 1> 참조). 보증금 증가액이 모두 월세로 전환되는 가구는 매월 부담하는 금액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세가구, 월세가구, 월세 전환가구의 통계 집계가 모두 가능한 수도권을 기준으로 비교해볼 때 월세 전환가구의 추가부담은 70만원으로 다른 가구들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9> 참조). 특히 추가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가구일수록 월세로의 전환이 빈번했을 것으로 생각되고 이에 따른 어려움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2.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
지난 수년간 주택공급 감소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의 매매가격, 전월세가격 등 가격변수들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우선 주택의 실제 거주수요와 공급이라는 수급요인, 그리고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이라는 기대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주택의 매매가격은 미래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만 전월세가격은 주로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
주택수요가 인구요인 등에 의해 완만하게 변하는 반면 주택공급은 매년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전세가격은 주택공급과 상당히 밀접한 모습을 보여 왔다. 과거 추이를 보면 주거용 건물 투자의 변화는 약 1~2년의 시차를 두고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0> 참조).
외환위기 이후의 주택건설 급감(1998-2000년 평균 -7.9%)은 2년 후인 2000년부터 두 자리 수의 높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바 있다. 2001년 이후에는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정책과 수도권의 제2신도시 건설,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 연간 5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분양된 바 있는데 이는 2003~2005년 기간중 전세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전세가격 상승세는 2008년 이후 4년간 주택투자가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공급이 부족했던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 주택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완공에 이르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입주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주택공급이 부족했던 지역에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높게 나타난다. 주요 지역별로 금융위기 이후 평균 주택공급과 전세가격 상승률을 보면 뚜렷한 역관계가 나타난다(<그림 11> 참조). 대구광역시의 경우 2008년 이후 3년간 주택건설 기성액 증가율이 연평균 -37%를 기록해 가장 주택공급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0년 이후 최근까지 전세가격 상승률도 9.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밖에 주택건설이 크게 줄어든 광주, 충청북도, 경상남도 등이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주택공급이 확대된 제주도, 대전, 인천, 전라남도 등은 전세가격 상승률이 전국평균을 크게 하회하는 모습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에 대한 상승기대 하향세 전환
주택공급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주택의 매매가격이 하향세 내지는 보합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가격상승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다. 즉 수급측면에서는 가격상승 요인이 존재하지만 기대 측면에서는 하락요인이 작용해 두 힘이 서로 상쇄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매매가격 비율과 월세이율을 통해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 움직임을 추산해볼 수 있다. 균형상태에서 전세나 월세로부터의 기대수익률이 같다는 가정하에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을 구해보았다. 2009년 이후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이 하향추세를 보여 현재까지 계속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2> 참조). 단기적인 가격상승률이 등락을 거듭하는 데 비해 기대상승률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보다 장기적인 흐름에 기반해 가격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은 보다 장기적인 주택가격 상승률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가격상승률을 보면 금융위기 이후 꾸준한 하향추세로 돌아서 기대상승률과 유사한 모습을 나타낸다.
2009년부터 주택의 기대가격상승률이 한 단계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한 단계 떨어진 것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은 우리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실질소득과 비례하게 될 것인데 성장률이 낮아지면 그만큼 실질소득 증가율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그만큼 주택에 거주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주택수요의 감소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 우려가 불거진 것도 금융위기 직후이다. 주택구입 주력세대인 중년층 인구가 2011년을 전후로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일본, 미국과 같은 주택가격 급락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던 바 있다. 이는 당시까지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유지하고 있던 부동산 불패신화를 깨뜨리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주택공급 둔화로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가운데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은 떨어지면서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세가격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것도 전세가격 상승요인
최근에는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전세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된다. 미래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경우 주택을 구입하기보다는 세를 들어 살려고 하는 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전세에 대한 초과수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바뀌어서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주택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택을 팔려고 시도했던 집주인들은 해당 주택을 비워두기보다는 세를 놓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공실률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매매되지 않은 주택들이 대부분 전월세 공급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세수요가 늘어난 만큼 매매되지 않은 주택의 전세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안정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만 가격상승 기대가 떨어지게 되면 전세공급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이 높아지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월세이율이 전세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이자율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이 전세를 선택한 이유는 주택구입 자금이 부족해 전세금을 이용했거나 혹은 전세금을 가지고 새로운 주택구입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전세금 규모만큼 본인의 직접적인 주택투자 금액을 줄이는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이다.
기대상승률이 낮아지면 집주인은 굳이 전세자금을 이용해 주택투자를 하고자 하는 유인이 줄어들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에 따라 전세의 공급이 월세로 일부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은 상승하고 월세이율은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상승률 변화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효과는 주택의 수급변화에 따른 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과 전세가격과의 관계는 뚜렷하지 않다(<그림 13> 참조).
3. 향후 전망
주택공급 부진 중기적으로 지속될 전망
내년에 주택수급 여건은 다소 호전될 여지가 있다. 지난 4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주택투자가 올 상반기에는 플러스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주택공급에 따른 시차가 1~2년 존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의 주택투자 증가가 내년 이후부터는 실제 주택공급 증가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추계에 따르면 내년도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28.5만호로 올해 20.9만호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내년 입주물량 확대가 주로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되면서 수도권의 공급부족 현상은 크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서울지역의 입주물량은 2.8만호에서 3.1만호로 3천호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며 수도권 전체로도 약 7천호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늘었던 주택건설투자가 내년에는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하우스푸어 문제, 건설사 경영난 등이 과도한 주택공급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공공분양주택의 공급물량을 기존의 연 7만호에서 2만호 이하로 축소하기 위해 2013~17년까지의 신규 인허가 물량을 1만호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하였으며 민간주택도 공급속도 조절을 위해 승인 후 의무 착공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결국 내년에 입주물량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내후년부터는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며 중기적으로 주택공급이 미진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가격 기대상승률 반등 여력 크지 않아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국내경기는 향후 다소 호전될 여지가 있다. 지난해 2.0%, 올해 2.8% 성장에서 내년에는 3%대 중반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경기의 호전이 주택가격 기대상승률 증가로 이어질 것인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내년의 3%대 성장은 2000년대 평균 4~5% 성장에 비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선진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세계교역이 크게 살아나지 못하고 더욱이 원화도 절상되고 있어 수출이 우리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 높지 못하다. 중기적으로도 우리경제는 평균 4%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택을 구매하는 데 있어 장기적인 가격상승 기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이 다시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요인들을 종합해볼 때 향후 전세가격은 상승속도 측면에서는 다소 둔화될 여지가 있지만 상승기조 자체는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공급은 내년에 올해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가격 상승률 하락으로 전세보다는 월세로 공급하는 경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거주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월세 이율은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월세이율 하락이 주거비 부담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전세가격 상승으로 평균적인 주거비 부담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특히 수도권 지역의 공급증가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도권의 전세난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가속될 전망
전세/매매가격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역이나 주거형태에 따라 전세거래에 따른 위험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전세계약의 만기가 도래하거나 어떤 사정으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됐을 때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깡통전세’ 문제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보증금을 고려한 실질 담보인정비율(LTV)이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를 넘는 주택의 비율이 2013년 6월 현재 전체 전세주택의 9.7%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에 고유한 전세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었지만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이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전세금을 주택투자자금으로 이용하려는 임대인들의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기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일정 비중 이상으로 높아지는 지역에서는 전세자들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전세제도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주택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일정 비율(예컨대 80%)을 넘어서면 주택가격의 하락위험이나 경매에 넘어갔을 때의 가격하락 등을 고려해 전세입주를 꺼리는 경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전세/매매가격 비율과 전세비중은 유사한 상관성을 보이고 있다(<그림 14> 참조). 전세/매매가격 비율이 높은 광주에서 전세비중이 38%로 가장 낮게 나타나며 반대로 전세/매매가격 비율이 가장 낮은 서울 강남 지역은 전세비중이 62%로 가장 높았다.
4. 정책적 시사점
공급조절 정책은 세입자 부담 확대 요인
주택보유자와 전세 및 월세입자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책의 방향이 주택가격을 높이는지 혹은 낮추는지에 따라 주택보유자와 무주택자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주택정책 방향은 공공주택 공급 축소와 거래활성화를 통한 주택가격 상승 유도, 임대주택 확대 및 전월세 자금지원 확대 등이다. 이중 공공주택 공급 축소와 거래활성화, 주택자금 대출확대 정책은 가격 상승 및 거래확대를 유도해 하우스푸어의 어려움을 줄이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이 떨어질 경우 주택담보로 대출을 받은 하우스푸어 가계의 부실이 커지고 이것이 금융부문으로 확산되어 안그래도 재무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리스크를 방지하겠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정적자나 공기업 부채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공급의 역할을 정부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더 이전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보다는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세가격이 높아지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전세가격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주택의 수급요인이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확대 및 전월세 자금 지원 확대 등 세입자들을 위한 정책도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의 예산제약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정책의 효과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건설기업의 부실이 누적되어 있고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의 공급조절 정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공급축소가 과도할 경우에는 주택 및 전세가격 상승으로 무주택자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적정한 규모의 주택공급을 통해 주택가격이 연착륙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중이 계속 높아지지 않도록 주택가격 상승률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유지하여 장기적으로 서서히 주택보유 부담을 줄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택수요를 늘리기 위한 주택대출 지원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의 평균 상승률이 떨어져 있고 가계의 부채부담이 큰 상황임을 고려할 때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수요확대를 위해서는 거래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들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높은 취득세, 양도세 중과세 등 주택가격의 대세상승기에 필요했던 제도들은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세전환에 따른 부담 축소에 주력해야
그동안 주택가격의 상승기대에 따라 무주택자들이 전세를 통해 매매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수요를 누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주택가격 기대상승률 저하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계속 가까워지는 가운데 전세는 점차 월세로 바뀌어갈 가능성이 높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해당 임차 가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이율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임대료 보증제도의 도입, 주택 임대관리업의 활성화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월세 거주 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통계의 개선도 요구된다. 현재의 완전월세 개념에 기초한 월세가격지수는 대다수 보증부 월세 가구의 부담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월세로의 전환이라는 현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가구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좀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월세 상한제 시행은 좀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보증부 월세제도하에서는 보증금과 임대료 혹은 월세이율 등 어느 부분에 상한을 설정해야 하는지 설계가 매우 복잡해지게 된다. 더욱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상한의 설정이 시장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흐름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끝>
사업자 정보 표시
(주)부동산중개법인이산 | 박우열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63-8, 지하1층 69호(삼창빌딩) | 사업자 등록번호 : 528-88-00035 | TEL : 010-3777-1342 | Mail : 1004kpwy@hanmail.net | 통신판매신고번호 : 해당사항없음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 경제보고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의 동력 되려면 (0) | 2013.12.25 |
---|---|
◎중국 3중전회, ‘점진적 개혁 통한 안정적 성장’ 노선 채택 (0) | 2013.12.24 |
◎한국 제조기업 수익성 장기 하향 추세 (0) | 2013.12.22 |
◎일본으로부터의 교훈 : 디플레 경계심 높여야 (0) | 2013.12.21 |
◎2014년 국내외 경제전망, 성장률 3% 중반의 완만한 회복 (0) | 2013.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