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한국의 FTA 10년, 교역 늘고 투자효과는 아직 불확실'
한국의 첫 번째 FTA 발효 이후 만 10년이 흘렀다. FTA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기간이 아직 짧고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지만, 각 FTA 발효 전후의 주요 지표 추이를 관측한 결과, 교역 면에서는 FTA가 비교적 긍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투자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생산성에는 제한적이나마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2004년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인 ‘한-칠레 FTA’ 발효 이후 만 10년이 흘렀다. 전 세계 차원의 다자간 무역 자유화를 주장하며 1990년대 후반까지 단 한 개의 FTA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FTA 지각생 대한민국. 그러나 한국은 한-칠레 FTA 협상과 타결을 계기로 지난 10년 동안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미국, EU 등의 거대 경제권을 포함하는 총 12개의 FTA를 체결했으며, 그 중 9개는 이미 발효 중이다. EU(28개 국), ASEAN(10개 국) 등 복수 회원국이 포함된 FTA가 많아 총 47개 국과 특혜 관세 혜택을 주고 받는다.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FTA도 6개에 이른다.
통상정책 무게중심, 다자주의에서 지역주의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무역질서는 GATT/WTO 체제 중심의 다자간 무역 자유화를 기본 목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다자체제의 더딘 진전 속도와 한계를 극복하려는 유럽 및 중남미 국가들의 지역별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 되었고, 그 후 약 20여 년 간 제한된 여건 하에서나마 역내 무역을 확대하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할 목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관세동맹(Customs Union), 공동시장(Common Market) 등 다양한 형태의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이 급증하였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는 그 때까지 지역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까지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왜 FTA인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지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된 이유가 뭘까? FTA가 보장하는 역내 회원국끼리의 호혜적인 특혜 관세와 각종 제도적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 해외직접투자 유치, 외교 및 안보 차원의 유대 강화 등이 가능하고, 궁극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여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FTA는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경로는 무역 확대이다. 무역은 각 나라마다 노동생산성, 부존자원, 경제제도 등의 생산 조건이 달라서 발생한다. 이런 상이한 조건으로 말미암아 상품이나 서비스의 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이 달라지고, 각국이 이 가격 차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무역이 이뤄지는 것이다. 양국간 무역이 늘어날수록 두 나라의 생산요소는 점점 더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각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자본, 노동, 기술 등의 생산요소가 숙련이나 규모의 효과 등을 통해 더욱 집약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이처럼 무역 확대를 통해 자본이나 노동의 쓰임새가 개선되면 해당 생산요소를 보유한 경제 주체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곧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경로는 투자 촉진이다. FTA로 무역이 늘어나면 생산 전문화에 따른 규모의 효과로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개선되어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투자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 따르면 모든 FTA가 회원국들 간 직접투자를 확대시키는 것은 아니다. 양국의 무역구조가 크게 다를 때는 분업을 통한 생산 전문화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으며, 무역구조가 유사하고 경쟁적일수록 역할 분담에 따른 산업 내 무역 확대 및 이에 따른 투자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생산성 제고 효과가 꼽힌다. FTA가 체결되면 일차적으로 무역량 확대와 투자 촉진을 통해 생산성이 개선된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무역 증가를 초래하지 않는 제도 개선, 기술 협력 등의 비 교역 요인들도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실증 분석들이 적지 않다. 즉, 무역 확대가 자본과 상품의 단순한 유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형자산인 인적자본의 증가, 기술 변화,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한 기업 간, 혹은 산업 내 파급효과를 야기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직접투자가 경쟁을 촉진해 기술 혁신을 유도하거나, 자본재와 중간재 수입이 자본 축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험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 효과로 생산성이 향상되는 경우 등이 좋은 예다.
그 동안 한국 정부가 FTA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제시해 온 ‘수출 확대 및 주력시장 점유율 회복’, ‘외국인직접투자 확대를 통한 산업구조 고부가가치화’, ‘세계경제 블록화 및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화 대응’, ‘서비스 산업 경쟁력 확충과 혁신 기반 마련’ 등의 목표 역시 같은 맥락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FTA 참여와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이런 긍정적 전망에 대한 반론 역시 적지 않다. FTA를 통해 과연 기대하는 만큼의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그 반론의 종류도 다양하다. 정치적 판단이 엇갈리면서 현재의 통상 정책 방향이 올바른지, 수정할 필요는 없는지 등의 질문들도 쏟아진다.
한 가지 분명한 건 FTA가 유일한 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역 규모는 무역 당사국 양국의 비교우위를 결정하는 다양한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다. FTA는 무역을 늘리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선택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그 여러 변수들 중 부존자원이나 노동생산성과 같은 조건들은 짧은 기간 내에 원하는 만큼 갖추기가 어려워 무역 확대를 위한 정책 변수로 활용하기가 어려운 반면, FTA 체결과 같은 제도적 요인들은 각국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결정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좀 더 용이한 수단이라고 할만하다.
FTA 10년의 성과 평가
그렇다면 지난 10년 간 한국이 추진해 온 FTA 전략과 정책은 성공적이었을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즉 성공 여부를 판단할 ‘기준 변수’와 그 기준 값의 크기와 방향을 제대로 보여줄 ‘데이터’가 필요하다.
먼저, FTA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은 대체로 명확한 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FTA의 최종적인 목표는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이고, 교역 확대, 투자 촉진, 생산성 향상 등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경로이다. 따라서 해당 FTA 발효 덕분에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면 그 FTA의 성과는 손쉽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한 경제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설명 변수가 워낙 많아서 성장률의 변동이 FTA 참여 여부 때문인지 아닌지를 밝혀 내기가 쉽지 않다. 차선책으로 중간 경로 역할을 하는 교역, 투자, 생산성 등을 간접적인 측정 기준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지표들 역시 다른 설명 변수들과의 인과관계가 복잡해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
기준 값을 설명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장 큰 제약은 관측치 숫자 부족이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가 12개나 되지만 그 중 현재 발효 중인 FTA는 9개, 그나마 5년 이상 관측치가 쌓인 FTA는 한-칠레 FTA, 한-싱가포르 FTA, 한-EFTA FTA 등 3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이제 겨우 2~4년 간의 데이터가 쌓였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계량적으로 신뢰할만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그 밖에도 유의해야 할 기준들도 적지 않다. FTA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적정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 FTA 발효 후 충분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는 일시적 변동, 계절 효과 등의 충격이 평가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거래나 자본재 교역은 주로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이 비중이 높을수록 FTA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 신보호주의 부상 등 FTA와 무관한 대내외 환경 변화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FTA를 통한 자원 배분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접투자 추이, FTA 활용도 등을 눈 여겨 봐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소비자 후생과 고용 변화 효과도 중요한 변수들이다.
● 아전인수(我田引水) 식 해석은 금물
한 예로, 한-EU FTA 발효 이후 3년 새 EU로부터의 수입은 늘고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통계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해당 기간에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했다는 점, FTA 적용 상품과 비적용 상품의 수출입 변화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 한국의 대 EU 수출 감소 폭이 우리의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적었다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지표를 이용해서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결론을 강하게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그 변동 폭 안에는 거시경제 여건, 무역구조적 요인, 경쟁국 경기, 특정 상품의 가격 변동 등 다양한 요인들이 섞여 있고, 그나마 데이터가 3년 치에도 못 미치는데 그 안에서 FTA 발효와 같은 무역구조 요인과 기타 요인들을 분해(decomposition)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량적 판단이 어려운 형편이다 보니 FTA에 대한 분석자의 입장에 따라 아전인수 격 해석이 이뤄지기도 한다. 한미 FTA 발효 2주년 성과를 분석하면서 지난 2년 간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 한미 FTA 발효 덕분이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한-EU FTA 2주년 성과를 분석한 자료에서는 대 EU 수출이 줄어들고 무역수지가 악화된 이유로 EU 경기 부진을 꼽는다. 즉, 수출이 늘어난 것은 FTA 덕분이고 수출이 줄어든 것은 상대국 경기가 좋지 않았던 탓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반대 경우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가 참여 중인 FTA 수가 아직 많지 않고 발효 기간도 짧은 만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제시할 만큼의 데이터가 누적될 때까지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이제 겨우 2~3년 밖에 되지 않은 FTA를 두고 그 성공이나 실패 여부에 따라 향후 FTA 정책의 방향과 존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식의 정책 검토도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경제나 EU경제 모두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FTA에 따른 시장 개방 역시 아직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아직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고, 우리 역시 법률/회계 등의 사업서비스나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기까지는 몇 년 더 남았다. 서로 간의 교역 규모나 무역수지 추이가 뒤집힐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에 미친 각 FTA의 영향을 진지하게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그 후에나 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 FTA의 긍정적 역할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이런 제약들이 해소되지 않아 FTA 성과에 대해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지난 10년간 각 FTA 발효를 전후해 나타난 교역 및 투자의 변화 추이는 FTA가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그림 1>은 각 FTA 발효 이후 해당 국에 대한 교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각 국과의 FTA가 발효된 해의 실적을 표준화(=100)해 변화 추이를 나타냈다. 예를 들어, 칠레는 2004년, ASEAN은 2007년 값을 기준으로 환산했고, 상대적 비교를 위해 우리나라의 대 세계 수출이나 수입 등을 2004년 기준으로 표준화해 굵은 실선으로 표시했다. 인도와 EU를 제외한 모든 FTA가 대 세계 수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출이 늘어났으며, 그 중에서도 대 칠레 수출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FTA 체결의 목적이 수출이나 무역수지 확대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의 합 즉 총 교역 확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를 제외한 모든 FTA 발효 이후 총 교역이 대 세계 교역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
<그림 2>는 각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 총 교역에서 해당 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앞 <그림 1>의 결과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인도를 제외한 다른 모든 파트너에 대한 교역 비중이 FTA 발효를 계기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이후 줄곧 교역 비중이 줄어들어 오던 미국과 EU가 완만하게나마 상승세로 바뀌었고,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ASEAN과의 교역 비중이 2007년 이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인도 CEPA의 활용률이 17.7%(2012년 기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인도의 부진은 짐작 가능하나 그 동안 마찬가지로 FTA 활용률이 낮았던 ASEAN과의 교역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다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투자 측면에서는 아직 FTA 효과가 불분명해 보인다. <그림 3>은 FTA 발효 이후 각국과의 직접투자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추이를 나타낸다. 먼저, 첫번째 그림은 2002년 이후 한국의 전체 해외직접투자(outflow FDI)와 외국인직접투자(inflow FDI) 실적이며, 두번째, 세번째 그림은 미국, EU 등 주요 FTA 파트너들과의 해외직접투자 및 외국인직접투자가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직접투자 및 외국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 비중 추이에서는 FTA 발효 전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아 투자자 여건이나 투자 대상지 상황 등 다른 변수들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짐작된다.
● 생산성 향상에도 일부 기여
대상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크긴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배찬권 외, 2012년)에서 2001~09년 기업 데이터를 이용해 고정효과모형과 이중차분모형(DID, Difference in Difference)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FTA 발효와 한국 기업의 생산성 사이에 대체로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 효과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고정효과모형을 이용한 분석에서 2006년까지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던 모형에서 ASEAN 등이 참여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한 긍정적 관계가 나타났다. 또, 이중차분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는 FTA 발효가 수출 확대 효과를 통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특히 FTA 발효 후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성 효과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상에서 살펴 보았듯이 지난 10년 간 한국의 FTA 참여가 한국경제에 미친 효과는 아직 성공/실패 여부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이다. 다행히, 긍정적인 신호로 볼만한 변화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아울러, 한-칠레 FTA보다 10년이나 앞서 거대 시장 미국과 NAFTA를 체결했던 멕시코의 경험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FTA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판단해야
발효 후 10년을 맞이했던 2004년까지만 해도 멕시코 경제에 미친 NAFTA의 영향은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위기와 과열을 반복하던 경제가 거시경제적으로 안정되었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 소득 분배, 평균 임금 등 여러 면에서 고무적이었다.
1994년에 52.4를 기록한 데 이어 페소화 위기 직후인 1996년 69.0까지 치솟았던 구매력 부족 빈곤층 비중(CONEVEAL, 2014)이 2004년에는 47.2까지 떨어졌으며, 1994년 20.9였던 극빈층(ECLAC, 2014) 비중 역시 2005년 15.4로 크게 개선되었다. 1996년 78.8이었던 실질임금(ECLAC, 2014)은 2005년 99.8로 올라갔다. 실업률 역시 1995년 6.2%에서 2004년 3.9%로 낮아졌다.
그러나 그 후 10년. 2014년에 평가한 NAFTA 효과는 비관적인 숫자 일색이다. 2004년에는 47.2까지 떨어졌던 구매력 부족 빈곤층 비중(CONEVEAL, 2014)이 2012년에는 52.3으로 다시 높아졌으며, 2005년 99.8이었던 실질임금(ECLAC, 2014)은 2012년까지 7년 동안 102.3으로 2.5p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업률도 2013년 현재 5%대로 올라섰다.
즉, NAFTA 출범 이후 첫 10년 간 맞이했던 긍정적인 변화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그 후의 10년 간은 오히려 중남미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경제·사회적 실적을 보여줬다. 유로존 출범 이후 경제통합 효과를 누리며 극도의 호황기를 맞이했던 남유럽 국가들이 자산 버블이 꺼지면서 재정위기 상황에까지 내몰린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FTA는 성장과 고용을 이어가기 위한 한 가지 제도적 선택에 불과하다. 단기간에 무역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는 마중물로써는 훌륭하지만 그 효과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경제주체들의 끊임 없는 노력과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 경제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의 초점은 FTA 발효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효과나 피해를 가져다 줬는가를 셈하기보다는 새롭게 다가온, 그리고 한중 FTA 등을 통해 앞으로 더욱 크게 열릴 기회와 위험의 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쪽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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