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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국내 제약산업 도약의 디딤돌, 바이오 CMO'

제약산업에서 생산 대행기업, 즉 CMO는 생산 역량이 부족하거나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바이오/제약 기업에게는 해결사와 같은 존재다. 한국은 CMO 시장 중 이미 가격 경쟁 위주의 범용화가 진행된 합성 의약품 분야보다는 기술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바이오 CMO 분야에서 이점을 갖고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품질 경쟁력이 낮은 신흥국들과 가격경쟁력이 낮은 선진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바이오 CMO의 경쟁우위를 높여 간다면,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바이오 신약 개발에서도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 세계 제약산업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위기’이다. 이런 상황은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약품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보험사는 약가 인하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임상시험 및 허가 과정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많은 신약들의 특허는 끝나가고 있는데 반해 신약의 출시는 더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들의 R&D, 생산, 영업/마케팅 전 영역에 걸쳐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그 수단의 하나로 아웃소싱 서비스의 중요성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제약기업의 해결사, CMO 

CMO는 제약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종류의 아웃소싱 업체 중 생산 대행기업(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을 뜻한다(<그림 1> 참조). 생산 아웃소싱은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았거나 부족한 중소형 바이오/제약 기업뿐 아니라 효율적인 경영을 꾀하는 대형 제약기업들에게도 중요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약기업들이 CMO를 필요로 하는 이유로는 먼저, 공장 건설에 필요한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 소요되지 않고, 공장 운영과 관련된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생산 원가 측면에서도 일반적으로 CMO들의 생산 원가가 제약기업들보다 낮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비용 절감 효과는 인도, 중국 등 인건비와 재료비가 저렴한 신흥국의 경우 더욱 커진다. 

또한 내부적으로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외부의 전문 기업에 이를 의뢰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동물세포 배양 기반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예로 들면, 공장 건설에 2~4년이 걸리고, 1~1.5억 달러 이상의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기존에 적절한 생산설비를 보유하지 못한 제약기업이 새로운 바이오 의약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면, 허가 받기 2~4년 전부터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허가 예상 시점의 2~4년 전에 그 약이 100% 허가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요의 가감에 따라 생산 용량(capacity)의 가감이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도 있다. 의약품의 경우 생산지를 변경하려면 추가적인 허가 절차가 필요하여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CMO를 포함하여 복수의 공장에 대해 사전에 허가 작업을 진행해 놓으면 수요 급증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제품 품절을 막을 수 있다. 
실제 제약기업의 예를 들어 보자. 글로벌 대형 제약기업인 GSK의 경우, 평균적으로 볼 때 신약 10개 중 4개만이 내부 R&D를 통해 개발되고, 나머지 6개는 외부기업으로부터 도입(판권계약 또는 인수)된다. 외부기업으로부터의 도입은 대체로 임상시험 진행 중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허가절차 진행 중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GSK와 같은 대형 제약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생산에 필요한 기술, 판매 예상 규모 및 지역, 수익성 등을 분석하여 자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할지 외부의 CMO에 아웃소싱 할지를 결정한다. 

반면, GSK 같은 대형 제약기업에 신약 10개 중 6개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중소 규모의 바이오/제약 기업으로, 이들은 주로 연구(Research) 단계의 역량이 강하고 임상 시험 진행 및 약품 생산 등의 역량은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CRO(연구개발 대행기업,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MO 등의 서비스 기업을 활용한다. 

당초 CMO가 생산을 담당하고 있던 중소 바이오 기업의 약품이 생산 역량을 갖춘 대형 제약기업에 도입된 경우에도 기존 CMO가 생산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제약기업도 점차 아웃소싱에 호의적인 추세인데다, 생산지를 변경할 경우 허가절차 등에 추가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이 곧 돈인 의약품 허가 전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MO 시장 규모와 성장률은 발표하는 기관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시장 규모 319억 달러, 향후 5년간 연간 성장률 12%로 예측하는 의견부터, 시장 규모 134억 달러, 향후 5년간 성장률은 7%로 예측하는 의견까지 존재한다. 

전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2년에 9,650억 달러였고 이는 2017년에 약 1조 2천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연간 성장률 4.2%). 의약품 시장에 비해 CMO 시장의 절대 규모가 확연히 작긴 하지만,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더 높게 보고 있다(<표 1> 참조). 

CMO의 사업모델을 살펴 보면, 스위스 론자(Lonza)처럼 CMO로서 타 바이오/제약 기업을 위한 생산대행 사업에 집중하는 형태와,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처럼 제약기업과 CMO를 겸하는 형태, 즉 직접 판매할 의약품의 생산과 타 기업을 위한 생산을 병행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의약품 시장 및 CMO 시장 트렌드 

CMO 시장은 의약품 시장의 일부분인 만큼, 큰 흐름에 있어서 의약품 시장을 그대로 닮아 있다. 즉, 바이오 의약품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신흥국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특히 합성 의약품 CMO를 중심으로 통합 추세를 보이고 있다. 

① 바이오 의약품과 바이오 CMO의 중요도 상승 

의약품은 분자 타입에 따라 크게 (화학)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두통약, 고혈압약 등의 정제/캡슐 의약품은 대부분 합성 의약품이고, 인슐린과 같은 단백질 의약품, 항암제 등으로 쓰이는 항체 의약품, 백신 등이 바이오 의약품에 속한다(<표 2> 참조). 

합성 의약품은 대부분 특정 환자군을 타깃하지 않고 다수의 환자군에게 폭 넓게 쓰일 수 있는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합성 의약품은 신약개발 건 수가 점점 낮아지는 가운데 기존 블록버스터 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시장규모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반면 바이오 의약품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유전공학, 항체기술 등을 기반으로 특정 환자군을 타깃으로 하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도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비중은 2007년 15%에서 2017년 19%로 증가할 전망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항체 의약품과 인슐린이다. 인슐린, 성장호르몬 등의 바이오 의약품을 1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분류하는데, 주로 효모나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을 배양하여 추출한다. 미생물은 증식이 빠르고 대량 배양이 용이하며, 배양 환경 또한 비교적 저렴한 특징을 가진다. 

이에 비해 항체 의약품 등은 2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분류하는데, 1세대에 비해 복잡하고 거대한 분자 구조를 가진다. 2세대 바이오 의약품은 햄스터, 생쥐 등의 동물 세포에서 생산하는데 성장속도가 느리고 배양 환경 조절이 어려우며, 배양기와 배양 배지의 가격이 높은 특징을 가진다. 이 외에 세포치료제 등의 바이오 의약품도 동물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된다(<그림 2> 참조). 

바이오 의약품은 합성 의약품에 비해 신약 출시와 매출 성장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될뿐만 아니라, 생산 기술과 자본 측면에서 진입장벽도 더 높다. 제약기업들도 바이오 의약품을 내부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고 아웃소싱에 점점 더 의존하는 추세이다. 바이오플랜(BioPlan Associates)의 조사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내부적으로 100% 하겠다(아웃소싱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비율이 2006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그림 3> 참조). 따라서 바이오 의약품 CMO 또한 합성 의약품 CMO에 비해 더 높은 매출 성장률과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② 파머징 시장의 약진 

파머징(Pharmerging)은 제약을 뜻하는 Pharma와 신흥을 뜻하는 Emerging을 합쳐서 만든 단어로 제약산업에서의 신흥시장을 뜻한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BRICs 국가 외에 폴란드, 멕시코 등 총 21개 국가가 포함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글로벌 제약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독주하는 시장이었다. 미국과 유럽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파머징 시장의 비중은 불과 14%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2년에는 파머징 시장의 비중이 23%로 증가했고, 2017년에는 3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경우 향후 5년간 제약시장 성장률이 1~4%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파머징 시장의 경우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파머징 시장은 절대 인구 수 및 인구 증가 속도가 높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높고 이에 따라 소득증가도 빠르며, 의료 인프라 확대속도가 빨라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소비량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 중국 등 파머징 시장에서 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MO 산업도 동반 성장하였다. 자체 의약품 시장규모와 성장률이 높은 것에 더해 생산원가가 저렴한 이점을 살리기 위해 자국 CMO 기업들뿐 아니라 글로벌 CMO들도 이들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여 내수/수출용 의약품 생산을 시작하였다. 

신흥국의 CMO 경쟁력은 특히 합성 의약품 부문에서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기술 차별성이 높지 않고 상당 부분 범용화된 경구용 고형제제(일반적인 정제, 캡슐 등)를 중심으로 이들 국가의 CMO는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현재 상위 10개 합성 의약품 CMO 중에 2개의 인도 기업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이들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기술장벽이 높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있어서는 아직 파머징 국가들이 합성 의약품 CMO 만큼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플랜에서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29개국의 후보군 중 바이오 의약품 생산 아웃소싱을 할 의향이 있는 국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2012년 26.2%에서 2013년 10.6%로, 인도는 18%에서 14%로 감소하였다. 반면 미국은 16.9%에서 26.3%로 싱가폴은 13.9%에서 15.8%로 상승하였다. 

③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 

앞에서 언급했듯이 경구형 고형제제를 중심으로 중국, 인도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북미와 서유럽의 CMO 강자들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여 풀 서비스(Full-service) 제공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중소형 CMO들은 반고형 제제 등 특화된 기술이 필요한 니치(niche) 영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독일 애노바(Aenova)의 경우 설립 초기 고형 제제 관련 기술만 보유했었으나, 2012년 템러(Temmler) 인수를 통해 연고제, 액제, 좌약 등의 역량을 확보했고, 2014년 하우프트 제약(Haupt pharma) 인수를 통해 무균주사제, 동결건조 제제, 경구 피임약 등의 역량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다. 

이로서 애노바는 미국의 카탈란트(Catalent)와 파테온(Patheon)에 이어 세계 3위의 CMO가 되었고, 서비스 분야 확장은 거의 완료 단계에 이르러 앞으로는 지역적 확장 위주의 인수합병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파테온은 로얄DSM(Royal DSM)의 제약 부문과의 합병을 올해 3월에 완료하고 세계 2위 규모의 CMO가 되었다. 

대형 CMO 업체들이 원스탑 샵(One-stop shop)으로의 포지셔닝을 위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반대로 일부 니치 영역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유지하는 스페셜티 CMO도 존재한다. 반고형(Semi-solid) 제제의 경우 중소형 CMO인 미국의 DPT 연구소가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대형 CMO인 파테온은 2011년 반고형 제제 생산 대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니치 영역의 예로는 충진형 주사기와 동결건조 주사제 등의 무균 제품, 흡입제나 패취제 등의 특화된 약물 전달 기술 등을 들 수 있다. 

한국, 바이오 생산 아웃소싱의 최선호국? 

한국은 CMO 시장 중 이미 상당 부분 가격 경쟁 위주의 범용화가 진행된 합성 의약품 분야보다는 바이오 CMO 분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및 바이오 의약품 생산 등 바이오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LG생명과학은 2006년에 성장호르몬 밸트로핀의 유럽 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글로벌 제네릭 기업인 산도스(Sandoz)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유럽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2013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항체 의약품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유럽 허가를 획득하였다. 현재 셀트리온뿐 아니라 LG생명과학, 삼성 바이오에피스, 한화 케미컬 등이 항체 의약품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R&D 건수 및 속도에 있어서 현재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CMO로 사업을 시작하여 제약기업으로 거듭난 경우이다. 2002년 설립 후 2005년 5만 리터 규모의 제 1 공장을 완공하고 글로벌 제약기업인 BMS와 생산대행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셀트리온은 CMO 사업을 축소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로 확장하여 글로벌 생명공학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삼성은 2010년 ‘비전 2020’ 발표를 통해 바이오/제약 부문에 2조 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현재 삼성 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삼성 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진행 중이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3,400억 원을 투자하여 2012년에 3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완공하였고(글로벌 CRO 기업인 퀸타일즈가 5% 출자), 2017년까지 약 7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여 15만 리터 규모의 제 2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기업인 BMS, 로슈와 생산 계약을 맺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제 2 공장을 완공할 경우 총 18만 리터 규모로, 셀트리온의 14만 리터 공장과 더하면 총 32만 리터의 규모가 되며, 이 두 회사의 규모만으로도 전세계 바이오 의약품 생산 규모의 10%에 육박하는 규모가 된다. 

바이오 CMO의 성공 요인으로는 선진국 의약품 허가기관의 기준에 맞는 높은 품질 수준 충족, 생산성 향상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지적 재산권 보호 등을 들 수 있다. CMO 산업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중국, 인도는 아직 이 부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의 바이오/제약 업계가 바이오 의약품 생산 아웃소싱의 최선호국으로 포지셔닝 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바이오 CM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바이오 신약에 비해 생산원가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더 높은 가동률과 효율적인 공장 운영 시스템을 가진 CMO가 일반 바이오/제약 기업에 비해 더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이다. 

또한 바이오시밀러는 신흥국에서의 수요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신흥국에서의 수요는 신흥국의 CMO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될 가능성이 높지만, 바이오 의약품의 특성상 높은 기술 수준을 요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신흥국의 급증하고 있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자국에서 생산된 바이오시밀러 제품보다 더 고품질의 제품을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한국이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을 잘 포지셔닝 할 수 있다면 신흥국 시장 또한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 산업 발전의 디딤돌, 바이오 CMO 

바이오 CMO 사업이 바이오 산업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바이오 CMO 사업은 바이오 의약품 사업과 기술 및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는 생물공정기술과 생산된 제품의 품질을 증명할 수 있는 최첨단 특성분석기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 분석기기, 생산설비 등의 인프라는 바이오 CMO 및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공통된 핵심 필요 역량이고, 바이오 신약 개발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둘째, 바이오 CMO 사업은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현금 창출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6~10년의 기간 및 1~2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고, 바이오 의약품(신약) 개발에는 6~15년의 기간 및 3.5~8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바이오시밀러 또는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에 착수한 후 매출이 발생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CMO 사업이 장미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주의해야 할 위험요인도 있다. 첫째, 의약품은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품질의 중요성이 매우 크고, 안정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품질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품질 이슈가 한번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고 원래의 이미지로 복귀하는 데에는 긴 시간과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일례로 베링거 인겔하임의 자회사 중 하나인 벤 베뉴 연구소(Ben Venue Laboratories)는 무균 주사제를 생산하는 CMO인데, 2011년 미국과 유럽의 의약품 허가 기관에 의해 품질 이슈를 지적 받고, CMO 사업을 중단하였다. 

둘째, 제약기업을 겸하는 CMO의 경우 고객 제약기업과의 경쟁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CMO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다. 일례로 상위 CMO 중 베링거 인겔하임은 제약기업과 CMO를 병행하고 있고, 세계 1위 제약기업인 화이자(Pfizer)의 경우에도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 중 일부에 대해 CMO 허가를 받아 경쟁 제약기업에 생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기 위해 CMO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바이오 의약품의 전망에 대한 기대로 전세계적으로 다수의 기업이 공장을 증설하고, 기술 발전으로 수율이 빠르게 개선될 경우 과잉 생산 능력(overcapacity)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한국의 지리적인 위치는 바이오 의약품 성장의 수혜를 받기에 최적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잉 생산의 위험에서 벗어나 수혜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중국, 인도의 CMO들보다 한발 앞서 높은 품질 신뢰도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여 수율, 즉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2013년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지원 방안’에서 ▲바이오시밀러, ▲줄기세포치료제, ▲백신 자급품목, ▲다국가임상 수행 CRO,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MO 등 5개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2017년 ‘세계 7대 바이오 의약품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기 5개 분야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선순환을 이룬다면, 바이오 산업 전반의 역량이 빠르게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품질 경쟁력이 낮은 중국과 인도, 가격 경쟁력이 낮은 북미와 유럽 사이에서 한국이 바이오 CMO에서 탄탄한 경쟁우위를 점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바이오 신약 개발에서도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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