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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신창타이’ 중국 경제, 소비시장 커지지만 사업환경은 더 팍팍해진다"

‘뉴노멀’이라는 뜻을 갖는 ‘신창타이’는 서구에서 ‘뉴노멀’이 처음 논의된 지 5년여 만인 올해 5월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신창타이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 흐름에 대한 기본관점이자 향후 경제정책 운영의 기본방향이라 할 수 있으며, ①약 10%의 고속성장 단계에서 7~8%의 중고속성장 단계로 전환 ②서비스업 비중 확대, 소비 위주 성장, 도농격차 축소, 소득분배 개선 등의 구조 개선 ③요소투입을 대신해 과학기술 혁신이 성장의 원천으로 부상 ④부동산시장 급랭, 지방정부 부채위기, 금융시장 리스크 등 도전요인들의 잔존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신창타이 패러다임에는 향후 중국 경제의 전개양상에 대한 경제법칙에 의거한 전망과 경제의 질적 측면의 개선에 대한 정책 의지 표명이 결합되어 있다. 

신창타이 전환은 성장둔화 현상이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질적인 측면들이 서로 다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일찍 출현할 수 있으며, 성장 축 교체의 와중에 성장률 부침이 빈번히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일관된 경제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기가 어려운데다 정치사회적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 대외 경제부문을 적극 활용하고 국제적인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신창타이 하에서 중국의 사업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성장 둔화 속에서도 시장이 빠르게 커지지만, 개별기업의 사업기회나 사업성과가 그 만큼 많아지거나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기업 수 급증 추세가 이어져 시장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창타이 하에서 소비는 업그레이드되지만, 소득재분배 정책이 조기에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은 싱자비(性价比·성능 대비 가격)를 중시하며 보수적인 소비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신형 도시화, 중서부 개발 등의 영향으로 일부 2선도시들이 1선도시와 맞먹는 새로운 소비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신창타이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 판도의 급변은 시장환경과 소비자 트렌드 파악에 있어 비교우위를 가진 로컬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홈 그라운드 이점을 가진 로컬기업들이 강력히 도전해오는 신창타이 국면에서 외국기업들은 중국 사업의 의미를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분명한 자기인식에 기반해 목표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보수화하고 시장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선 좋은 제품을 좋은 타이밍에 좋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사업의 기본을 완벽히 이행하지 못하면 아예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다. 또한 중국 경제 및 산업의 성장 축이 교체되는 큰 폭의 변화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중국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과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신창타이 하에서는 시장환경이나 소비자 니즈의 변화를 빨리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긴요하며, 현지감성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중국 사업 성공 노하우의 기본 중의 기본이랄 수 있는 고객, 현지직원, 협력업체, 정부, 여론 등 중국의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s)에 대한 존중은 신창타이 하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목 차 > 
  
1. 중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신창타이(新常态)
2. 신창타이의 모습과 이행과정 상의 특징
3. 중국 사업환경 변화와 사업전략 방향
 
  
  
1. 중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신창타이(新常态)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중순 허난(河南)성을 시찰하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우리나라(중국)의 발전은 지금 중요한 전략적인 기회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더욱 굳건한 믿음을 갖고 현재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단계적인 특징에서 출발하여 신창타이(新常态·뉴노멀)에 적응을 하고 전략 상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쉽게 풀어 보면 이렇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한 단계 하락해 걱정들이 많겠지만,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고 이런 상황이 중국 경제의 정상적인 상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 그러니, 불안감을 떨쳐내고 마음을 다잡아 노력을 해 보자.” 

시 주석의 이 발언은 두 가지 면에서 주목을 끈다. 첫째, 서구에선 철 지난 유행어 취급을 받고 있는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그것도 중국의 최고지도자에 의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지금까지 현실경제의 흐름에 대해 말을 아꼈던 시 주석이 ‘지금보다 한 단계 낮은 성장률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통상의 화법에 비해서는 상당히 명쾌하게 표현했다. 이 두 가지는 중국 경제의 흐름에 대한 중국 내부의 컨센서스 형성 과정이 서구 국가들과 달랐다는 점을 시사한다(<그림 1> 참조). 

선진국들, 특히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 강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저성장, 고실업률, 고위험 등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에 대한 컨센서스가 비교적 일찍이 형성되었다. 반면, 신창타이에 대한 중국 내부의 컨센서스 형성은 이보다 늦었고 순탄치 않았으며, 5년 간에 걸친 정책 실험과 치열한 논쟁이 필요했다(<표 1> 참조). 

시 주석의 신창타이 발언은 지난 5년간의 정책 논란을 총괄정리 

중국은 금융위기 발생 직후 4조위안의 재정지출, 가전하향(家电下乡)을 비롯한 소비보조금 지급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동원해 성장률 8%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년여 만인 2009년 후반부터 물가와 집값 급등, 소비시장 경기 급등락, 생산능력 과잉 등 부양책의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부양책의 공과와 향후 경제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떠들썩한 논란이 벌어졌다. 경기부양책이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시켰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개혁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수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의 기적을 낳은 중국 특유의 경제성장 모델(‘베이징 컨센서스’)은 여전히 유효하며, 금융위기 직후의 경기부양책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실행되었으며 과(過)만큼 공(功)도 많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나아가, 중국이 ‘중등소득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장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으며, 구조적 병목요인들을 해소하고 ‘후발자 이득’을 적극 활용한다면 향후 20년간 8% 성장도 충분히 가능하다(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는 낙관론까지 나왔다. 2011년 접어들면서 성장률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그 해 11월 당 권력을 공식승계한 5세대 지도부가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그 다음해인 2012년 11월 3중전회에서 ‘전면개혁’을 국정의 기치로 내걸면서 논란의 균형 추는 개혁파 쪽으로 완연히 기울었다. 하지만 개혁 추진과정에서 성장률의 바람직한 혹은 감내할만한 수준에 대해서는 권위있는 해석이 내려지지 않는 가운데 2012년 들어 분기 성장률이 계속 8% 미만 수준을 기록하자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다만,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3중전회를 전후해 경제정책 운영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 “고용 문제가 해결된다면 무리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 “올해 정책 목표인 1000만명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7.2%의 성장률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성장률 목표에 대해 종전과 사뭇 다른 시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성장률 하락에 대한 용인도가 점차 높아졌다. 그러던 중 올 5월 시 주석의 문제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요컨대 시 주석의 발언은 맥락 상 중국 정부 안에서 지난 약 5년간에 걸쳐 진행된 중국 경제의 현상과 향후 전개방향을 둘러싼 정책 논란을 총괄 정리하는 의미가 있다. 

시 주석이 그 간의 논란을 정리하는 방식은 상당히 묘미가 있다.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에 필적하는 현실경제에 대한 촉과 실무정책 역량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리 총리의 판단을 최고지도자로서 간단명료하게 승인한다(“그래, 리 총리 말이 맞아. 성장률이 한 단계 떨어졌고, 그게 바로 (경제의) 신창타이야"). 그리고는 ‘적응’과 ‘평상심’, ‘전략적인 기회’를 이야기한다 (“자자, 진정하고,이제 당신들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보자구. 기회는 분명히 있으니까"). 기나긴 논란을 일거에 정리해 분위기를 바꾼 뒤, 곧바로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격이다. 시 주석의 ‘신창타이’가 국정운영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고 중국 정계에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시 주석의 권위와 발언 타이밍, 그리고 이러한 화법 때문이다. 토마스 쿤(Thomas Kuhn)에 따르면, 과학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변칙현상들이 잇달아 나타날 때 위기를 맞으며, 이런 현상들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면서 단절적으로 발전한다. 시 주석의 ‘신창타이’는 중국 경제에 대해 내용은 빈약하지만 최고의 권위가 실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중국 경제에 대한 수년에 걸친 논란을 매듭지었다. ‘성장률의 단계적 하락’ 이외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나머지 내용을 확정하는 과제는 경제정책 실무자들에게 맡겨졌다. 

신창타이에 대한 중국 정부 내부의 컨센서스 

후속토론 과정을 거쳐 형성된 신창타이에 대한 컨센서스는 다음의 네 가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첫째, 중고속성장. 중국 경제가 과거 연평균 10% 안팎의 ‘고성장’ 단계에서 연평균 7~8%의 ‘중고속성장’ 단계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불균등성장을 해온 대국(大國)경제로서, 앞으로 성장둔화 상황에서 성장 축이 빠르게 교체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곧바로 4% 수준의 ‘중속성장’ 단계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둘째는 구조 개선이다. 산업 측면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고, 총수요에선 소비 역할이 강화되고, 지역별로는 도농격차가 축소된다. 또한 소득분배가 개선되어,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지고, 임금소득이 GDP보다 빠르게 커질 것이다. 

셋째, 생산요소 측면에서는 과학기술 혁신이 성장의 원천으로 부상하여 과거 요소투입이나 자본투자가 하던 역할을 대체한다. 

넷째, 부동산시장 급랭, 지방정부 부채위기, 그림자 금융을 비롯한 금융시장 리스크 등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도전요인들이 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신창타이 개념이 구체화되고 컨센서스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긴밀한 관련이 있는 두 가지 방향성이 담기게 되었다. 

먼저, 신창타이는 시 주석이 이야기했던 ‘기회가 남아있는 성장률의 단계적 하락국면’에서 ‘질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는 중고속성장 단계’, 나아가 ‘내용적으로 과거보다 개선된 중고속성장 단계’로 훨씬 더 긍정적으로 묘사되었다. ‘리커창 경제학’에서 일부 개혁과제들이 체계적으로 선정·열거되었다면, 신창타이 담론에 이르러 개혁의 이미지들이 ‘이상형(ideal type)’의 모습으로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신창타이에는 물리법칙처럼 불가항력적인 변화나 자연스런 경제 운행의 결과 이외에 의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공유되었고, ‘우리가 신창타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정책의지 표명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2. 신창타이의 모습과 이행과정 상의 특징 
  

일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가는 정책의지 요소가 신창타이 개념에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신창타이의 제반 측면들은 불균등한 전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즉, 각 측면이 동시에 출현했다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식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중국 경제의 양적 측면(경제성장률)과 질적 측면(경제 및 산업 구조)이 신창타이로 이행하는 시점이 다르고, 질적 측면의 다양한 구성부분들 간에도 전환 타이밍이나 속도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1) 신창타이의 양적 및 질적 측면의 모습 

가장 먼저 신창타이로 들어가 있는 것은 양적 측면, 즉 경제성장률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2년 들어 8%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에도 8%선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 3년 연속으로 8% 미만에 머물게 된다. 1978년을 기점으로 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연속으로 8% 아래에 머문 것은 세 번 있었는데, ▷1979~1981년(2차 오일쇼크와 남미 외채위기), ▷1989~1990년(인플레이션 대응 실패) ▷1998~1999년(아시아 금융위기) 등이다(<그림 2> 참조). 세 번 모두 성장률이 탄력 있게 반등했지만, 이번에는 성장률이 다시 8% 이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신창타이론(論)의 기본 논지이다. 과거 성장률 하락의 원인은 외부충격이나 정책대응 실패였지만, 이번에는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근본요인들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진행되면서 성장잠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성장잠재력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투입량과 생산성(총요소생산성)에 좌우된다. 먼저, 노동투입 측면을 보면, 중국의 노동연령(15~59세)인구는 2012년부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절대규모까지 떨어지고 있다(<그림 3> 참조). 노동연령인구는 2010~2020년에 2,900여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중국의 부양비율 역시 2012년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연령인구 감소는 노동투입 둔화를 초래하고, 부양비율 상승은 현재 약 30%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계저축률을 떨어뜨림으로써 투자와 자본투입의 확대를 제약할 것이다. 문제는 ‘생산성이 얼마나 빠르게 높아질 것인지’인데, 생산성이 요소 투입 둔화세를 상쇄할 만큼 빠르게 향상되어 성장률을 재차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신창타이의 관점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전반적인 기술수준이 높아지거나 요소 투입량이 줄어들더라도 생산요소를 지역간 혹은 산업간에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조치들은 성장회계 관점에서는 바로 이러한 요소 재배치와 기술수준 제고를 위한 노력이다. 예컨대, 도시화를 통해 농촌의 유휴노동력이 도시로 재배치되어 생산영역에서 활용되거나 동부지역에서 노동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제조업체들이 중서부로 이동한다면 경제 전체적으로 전과 동일한 양의 요소를 투입해 더 큰 GDP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선진기술을 로열티를 주고 사들이거나 선진기업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합작과정에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면 중국 기업의 기술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개혁 추진과정에서 예상되는 요소 재배치 방식이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신창타이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인 서비스산업의 비중 제고는 생산성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영역에서 생산성이 그보다 낮은 서비스산업으로 인력을 이동시킴으로써, 전반적인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톡톡히 ‘후발자 이득’을 누렸던 30여년에 걸친 기술 캐치업 단계가 이제 끝나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수준 제고의 여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잠재성장률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성장률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한국이나 일본, 대만처럼 성장률이 고도성장기의 8% 이상에서 4%대의 ‘중속성장’ 단계로 곧바로 이행하진 않을 것이며, 중국 경제는 향후 상당기간 7~8% 수준의 ‘중고속성장’ 단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근거를 ‘중국은 불균형성장 전략을 채택해 고속성장을 해온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찾는다. 즉, 그 동안 국유기업, 동부, 요소집약적 제조업, 수출기업 등을 앞세워 성장을 해왔는데, 성장의 선수교체가 필요하다면, 민간기업, 중서부, 기술집약 산업, 서비스업, 내수기업 등 그 동안 억눌려왔던 부문들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여 성장률 하락을 상당부분 방어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5세대 지도부가 주창하는 전면개혁의 경제 방면 어젠더인 경제/산업 구조 조정 및 업그레이드는,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바로 이처럼 성장 축을 옮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장 축의 변화야말로 신창타이 하의 중국경제의 질적인 측면의 변화의 핵심이다. 

신창타이 하에서 성장 축은 소비, 서비스업, 중서부, 과학기술 혁신으로 이동 

첫째, 신창타이 하에서 총수요 방면의 성장 축은 과거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로 이동할 것이다. GDP 대비 소비, 투자, 순수출의 비중 변화를 살펴볼 때, 이러한 변화의 초기 양상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의 수출 비중은 2007년에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하락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투자 비중은 2012년 이후 하락하고 있는 반면, 소비 비중은 정반대로 2011년부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그림 4> 참조). 순수출 비중은 주로 요소비용 급등에 따른 중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와, 선진국들의 재(再)공업화, 후발 개도국들의 거센 도전 등으로 인해 점차 0(zero)으로 수렴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성장의 최대 변동요인이었던 투자의 경우, 인프라투자와 부동산투자의 절정기가 2015년 전후에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제조업 투자가 과잉 생산능력 문제에 발목을 잡혀 있어 앞으로도 둔화세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중국의 성장률은 과도하게 높은 저축률에 억눌려 있던 소비의 확대 속도에 좌우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소득 재분배와 사회보장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소비의 지속적인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둘째, 신창타이 국면에서 산업 성장의 축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한다. 서비스산업은 GDP 대비 비중 면에서 2013년에 처음으로 2차산업(광공업+전력가스수도+건축업)을 능가했으며, 올해 1~3분기에도 46.7%로 전년대비 1.2%p 상승하는 등 2차산업과의 격차를 점점 더 벌려가고 있다. 서비스업은 GDP 100단위 당 11.3명의 고용을 창출하여 제조업의 9.3명에 비해 고용창출 능력이 강하다. 서비스업 비중의 지속적인 확대는 중국 정부의 전면개혁 추진 과정에서 최대 제약조건인 고용창출을 보장할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성장 둔화 흐름 속에서도 운신의 폭을 넓히려면 서비스업 성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겠다. 

셋째, 동부에서 중서부로의 성장 축의 지역간 이동은 비교적 일찍이 성과를 낸 부문이다. 2000년 장쩌민(江泽民) 전 국가주석의 서부대개발 선언 이후 중국의 세 지역간 소득격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어왔다. 예를 들어 동부와 서부 간 1인당 GDP 격차는 2000년 2.4배에서 2013년 1.8배로 좁혀졌다(<그림 5> 참조). 소비와 투자 지표의 성장세도 모두 서부, 중부, 동부 순이었고 중서부 지역에 대한 FDI 역시 꾸준히 동부지역을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6> 참조). 동부지역은 제조업 업그레이드와 서비스업 비중 확대를 통해 성장 둔화를 막고 중국 경제 발전의 향도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가도록 하고, 중서부지역은 동부 전통제조업 유치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현실화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지역개발 방향이다. 

넷째, 성장의 주된 원천을 요소 투입에서 과학기술 혁신으로 전환시키는 과제는 중국 정부의 가장 야심찬 목표이지만, 아직까지는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영역이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기술혁신 주도 국가가 되기 위해 혁신 인프라를 의욕적으로 정비해온 결과 혁신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혁신을 위한 투입과 산출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혁신 효과는 여전히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중국 정부는 자평하고 있다(<그림 7> 참조). 

지금까지 살펴본 중고속성장과 구조조정, 다방면에 걸친 성장 축 변화 이외에 신창타이 패러다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중국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깨뜨릴 개연성이 있는 ‘도전요인들’로, 2013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부동산 버블 리스크, 지방정부 부채위기, 그림자금융을 비롯한 금융리스크 등이 그것들이다. 이 중 부동산 리스크와 지방정부 부채위기는 과거 개혁개방 연대의 성장방식에 뿌리를 둔 것으로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 과정에서 휘발성을 띠게 된 것이며, 금융 리스크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 자유화 추진 과정에서 시중자금 분배가 왜곡되면서 고질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이들 도전요인은 중국 정부의 운신 폭을 제약하면서 신창타이 안착을 위한 정책 추진에 지장을 줄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올 5월부터 시작된 부동산시장 조정이 너무 급하게 이루어져 또 다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게 됨으로써 전체적인 개혁작업이 후퇴하게 되는 상황이다. 

(2) 신창타이 전개과정 상의 특징 

신창타이로 나아가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인 제약요건들과 치명적인 도전요인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여러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개혁과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만큼, 신창타이 이행의 목표 달성이 늦어지는 분야가 있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기간의 개혁 유보 혹은 개혁의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첫째, 신창타이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실제 성장률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는 신창타이의 각 구성부분이 얼마나 빨리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가느냐에 달려 있다. 즉, 인구구조, 저축률 등 구조적 요인들의 변화에 기인하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세를 질적 측면들의 개혁을 통해 어느 선에서 방어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현재의 개혁 진전 속도를 보면, 중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6.5~8%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국 내부의 관측이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성장의 골짜기는 의외로 이른 시점에 나타날 수도 있다. 가까이는 금융위기 직후(2009~2011년), 멀리는 2005년 이후의 장기 경기 확장기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누적된 과잉 생산능력과 과잉 재고가 문제다. 단적으로 20여개 생산능력 과잉 업종의 생산능력 이용률은 2012년 현재 대체로 60~70%선에 머물러 있으며, 그 이후에도 설비 도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개선이 없는 상태다(<그림 8> 참조). 또한 금융위기 이후 경기과열에 뒤이은 약 3년 간의 불경기 속에서 원료, 부품, 상품(주택 포함) 등의 재고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국가총자산 대비 재고자산의 비중이 빠르게 커졌다(<그림 9> 참조). 과잉 생산능력과 과잉 재고는 향후 수년간 투자(특히 설비투자와 부동산투자)의 발목을 잡으면서 성장률의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성장률의 부침이 빈번히 나타날 수 있다. 신창타이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과거와 같은 총수요 관리보다는 성장 축의 교체에 정책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런데 수출에서 소비로, 전통제조업에서 첨단제조업 및 서비스산업으로 성장 축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성장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한 반면, 기존산업의 사양화는 정보유통 속도가 빨라지고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상당히 빠르고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 축이 제 역할을 하기 전에 과거 성장 축의 퇴장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면 성장률이 급락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칫 개혁에 대한 회의가 고개를 들거나 경기부양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셋째, 중국 정부가 일관된 스탠스를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일관되게 리커창 경제학의 기본 룰을 지킬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즉, 신규고용 창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저 성장률을 사수하되, 용인가능한 성장률 구간을 넓게 설정하고, 개입의 필요가 있을 때는 금리, 통화량 같은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진 정책수단을 피하고 좁은 범위에서 최소한도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리스크 요인들이 잔존하고 성장률이 부침하는 상황에서 이런 대범한 태도를 견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임기응변을 해나가면서 개혁 추진에 대한 예상과 기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넷째, 내치(內治)에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대외 경제부문을 적극 활용하고 정치경제적인 대외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성장탄력을 낮추는 생산능력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FTA 등 다양한 형태의 교역자유화를 적극 추진해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자국 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 산업과 기업들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선진 외국기업 인수, 해외기술 흡수를 위한 인바운드(inbound) FDI와 선진제품 및 부품의 수입 확대 등이 꾸준히 추진될 것이다. 

다섯째, 신창타이로의 이행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신창타이 개혁은 단적으로 말해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구조를 바꾸는 문제이다. 경제 권력과 정치 권력이 합쳐져 있고, 경제 구조와 정치사회 구조가 맞물려 있는 중국 체제에서, 이는 곧 정치사회 권력의 재분배를 조건이자 결과로 하는 격동적인 변화이다. 지방정부, 국유기업 등 과거의 구조에서 일방적인 수혜를 입어온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신창타이 개혁은 이들 기득권 세력, 즉 반개혁 세력과의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을 낳을 것이며, 5세대 지도부가 취임일성으로 반(反)부패를 부르짖었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점에서 중국 정부는 신창타이 이행을 개혁 세력과 반개혁 세력 간의 세력균형을 저울질하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개혁의 판을 깨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것이다. 중국 내부의 사회정치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경주되면서 시기에 따라서는 중국 내부의 개혁과정이 대외 강경노선과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3. 중국 사업환경 변화와 사업전략 방향 
  

(1) 신창타이 하에서 중국 내수사업 환경 변화 

중국 경제의 신창타이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시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변화는 중국 사업환경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환경 변화의 폭과 강도는 사업의 종류(소속 산업, 제품 종류, 밸류체인 상의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전반적인 변화 방향은 구조 변화의 성격에 기반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을 주로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사업의 경우 요소비용 증가, 특히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며, 그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 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대안이 점차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중국 사업에 대한 관심은 이미 충분히 거대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빠르게 커져갈 중국시장 공략의 각도로 문제로 옮겨지고, 중국 사업의 의의 역시 그런 각도에서 조명될 것이다.중국 내수시장 공략 관점에서 살펴볼 때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 추세들이 주목된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지만, 개별기업의 사업 성과가 그만큼 좋아지진 않을 것 

신창타이 이행과정에서 성장률은 둔화하지만, 중국은 향후 상당기간 최대의 성장국가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경제성장률 7.7% 하에서 중국의 GDP 증가액은 경제규모 세계 17위인 터어키의 GDP 총량보다 많았으며, 그 해 한국 GDP의 약 78%에 이르렀다. 앞으로 성장률이 6.5~8% 수준에 머물더라도 중국의 성장 폭은 갈수록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비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체 소비시장 규모는 경제 덩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다. 중국의 연평균 소비시장(총소비지출) 규모는 보수적인 가정 하에서도 향후 5년간(2014~2019년) 평균 7.9조 달러로 최근 5년간(2009~2014년) 평균 3.9조 달러의 2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10> 참조). 불변가격 기준으로도 향후 5년간 소비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에 비해 연간 10%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 내 기업들의 사업 기회가 그 만큼 많아지고 사업 전망이 그 정도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 수가 경제 규모가 커가는 속도에 못지 않게 빠르게 늘어나 시장 획득 경쟁이 가열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업 수는 2000년대 초반에 미국과 비슷했지만, 그 후 약 10년만에 미국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그림 11> 참조). 그 결과 거시경제 성장세와 기업이 체감하는 시장 성장세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미국 GDP 대비 중국 GDP는 2002년 약 13%에서 2011년 약 47%로 커졌지만, 중국 내 기업 한 곳 당 GDP는 2002년 미국 내 기업 한 곳 당 GDP의 13%에서 2011년 미국의 28%로 커지는데 그쳤다. 또한 2008~2013년 기간에 중국의 실질GDP는 8.9% 증가하고 실질소비는 9.1% 증가했지만, 중국 기업 수는 이보다 많은 9.5% 증가했다.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평균적인 기회의 크기를 살펴보려면, 전체 시장의 성장 폭을 다소 깎아서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은 커지지만 기업 수 급증으로 인해 시장 획득 경쟁은 그 이상으로 치열해지는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신창타이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사실상 사문화되었던 기업 파산 및 퇴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간 인수합병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업 수 급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거 국유기업이 독점해오던 사업영역에 민간기업의 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민간의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신창타이 이행 과정에서 중국 내 기업 수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희박하다. 

금융위기 이후에 중국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경기 둔화와 요소비용의 전반적인 상승 이외에 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공업기업들의 수익률은 경기부양책의 영향이 소멸된 2011년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외국 공업기업의 수익성은 이보다 앞선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그림 12> 참조). 외국기업들이 기업간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로컬기업에 밀려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갖가지 차별과 진입장벽, 제도의 불투명성, 철저히 자국기업을 우선시하는 산업정책 등이 외국기업의 상대적 열세를 낳은 주범이다. 

소비는 업그레이드, 소비자는 보수화, 새로운 소비중심 형성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과 구매력 증가에 따라 소비 품목이 확대되고 고가제품에 대한 소비 비중이 느는 등 소비시장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임금(평균임금 2015년까지 2010년 수준의 2배 수준으로 제고)이나 가계소득(농민 1인당 순소득을 2020년까지 2008년의 2배 수준으로 제고)을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보수적인 소비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이후 임금 상승률이 점차 떨어지고 도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면서 소비자들의 싱자비(性价比·성능 대비 가격)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그림 13> 참조).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인 바이두(百度)의 검색지수를 키워드 별로 살펴보면, 공격적인 소비패턴을 상징하는 ‘유행’의 검색지수가 빠르게 떨어지고 보수적인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가성비’의 검색지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그림 14> 참조). 이러한 소비자들의 보수화 흐름은 가계 위주로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뚜렷한 효과를 얻기 전에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확대 및 업그레이드는 지역적으로 불균등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내수 확대의 기반 마련을 위해 적극 추진 중인 ‘신형 도시화’ 정책은 1선도시들의 성장을 억제하고 2선 이하 도시들의 성장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중서부 지역 개발 역시 2선도시 급의 주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양상이다. 이런 정책 환경 하에서 최근 수년간 인구나 자원이 집중되고 있는 2선 도시들이 중국의 새로운 소비 생장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선도시들 가운데 일부는 구매력은 물론 생활여건(생활비, 거주 인프라)과 소비시장 성장잠재력 면에서 중국 젊은 근로자들의 거주지와 외국기업들의 입지로 최근 2년간 각광을 받으면서 ‘새로운 1선도시(新一线城市)’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그림 15> 참조). 

시장 판도의 변화는 외국기업에 불리하게 작용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동부에서 중서부 지역으로, 독점 국유기업에서 민영 중소기업으로 성장 축의 이동은 다방면으로 영향을 주면서 기업 경영에 위협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범위를 좁혀보면, 개별 업종이나 제품시장에서도 새로운 유형의 경쟁기업의 부상, 새로운 소비 성장거점의 등장 등에 따른 시장 판도의 변화는 기업간 경쟁에 있어 상당한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시장 지배적 기업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고, 지위가 낮은 기업이 그 틈을 타 일거에 도약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중국 시장환경 급변은 외국기업들에 비해 경쟁상대인 로컬 대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영업망, 협력업체 네트워크 등 기업 활동 영역에서 넓은 커버리지를 갖고 있는 로컬 대기업들이 높은 불확실성을 띤 채 진행되는 근본적인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로컬기업이 갖고 있는 시장 및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의 선천적 비교우위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 

(2) 외국기업의 중국사업 전략 방향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사상 최악의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 세 번의 굴곡을 겪어왔다. 첫 단계는 1990년대까지로, 중국에 일찍이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강력한 로컬 경쟁기업들이 없는 가운데 중국시장 고속성장의 과실을 사실상 독차지하는 황금기를 보냈다. 두 번째 단계는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로, 중국의 WTO 가입에 힘입어 중국 경제가 최고의 성장기를 구가하는 가운데 로컬기업이 대거 등장하여 점차 경쟁력을 키워갔다. 중국을 주로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제품의 생산기지로 활용하던 외국기업들은 로컬기업들과 성장의 과실을 나눠가져야만 했지만, 로컬기업에 비해서는 여전히 경쟁우위를 유지했다. 세 번째 단계는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는 가운데 로컬기업들의 경쟁력 빠르게 레벨업 되는 2000년대 후반 이후 시기다. 요소집약적이거나 모듈제조의 성격이 강한 제조업 영역에서 외국기업들이 로컬 대기업들에 밀리기 시작했으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설상가상으로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외국기업의 운신 폭이 크게 좁혀졌다. 

재중국 EU 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발표한 회원기업들에 대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중국 내 유럽 기업의 절반이 ‘중국 시장의 황금기는 끝났으며(46%) 중국 사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51%)’고 느끼고 있다. 중국을 No.1 투자 대상지로 꼽은 기업은 전체의 21%로 2012년 33%에서 크게 떨어졌고, M&A 의도를 가진 기업은 작년 41%에서 올해 15%로 줄었다. 재중국 미국상공회의소가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서베이에서 회원 미국 기업들의 41%가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환영받고 있다’는 기업은 11%에 불과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정서가 확산되면서 ‘올해 2014년 중국 내 투자를 전혀 늘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미국 기업은 27%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를 10% 이하로 늘릴 계획을 잡은 회사는 급증했고, 10%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투자를 증액하는 회사의 비율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향후 사업 전개에 있어 최대의 도전요인이자 향후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중국 경제 둔화, 노동비용 상승, 불확실한 정책환경, 시장 진입장벽, 모호한 법규, 자의적인 규제 등이 꼽혔다(<표 2>와 <그림 16> 참조). 이들 요인 중 대부분은 신창타이 이행 과정에서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기업 중국 사업의 어려움은 앞으로 점차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기업들, 관점과 접근방식의 변화 없이는 큰 어려움 겪을 것 

외국기업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업환경을 극복하고 중국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나가려면 관점과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업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로컬 경쟁기업들이 홈 그라운드 이점을 앞세워 더욱 강력히 도전해오는 신창타이 국면에서는 중국 사업의 의미를 냉정하게 짚고 분명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시장을 지배하고 게임 룰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제품 커버리지 및 품질,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경쟁상대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 중국사업의 황금기에서처럼 외국 브랜드라는 이유 만으로, 혹은 중국에 없는 제품을 가져왔다는 이유 만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는 시기는 다신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최소한 경쟁기업만큼 잘 하고 하나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목표한 지배적인 지위로 올라설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갖고 경쟁을 벌여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면대응을 삼가고 전선을 좁혀 특정 세그먼트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경영자원의 지속적인 투입 없이 시장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매출, 이익을 모두 챙기겠다고 하는 것은 자원만 낭비하고 말게 되는 비현실적인 목표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목표로 하든 특정 세그먼트나 특정 섹터에서 승부를 걸든 좋은 제품을 좋은 타이밍에 좋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본을 완벽히 이행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중국 고객이 요구하는 가성비를 맞춰주지 못하면 팔리지 않고, 아무리 성능이 탁월하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라도 경쟁업체들에 비해 출시 시기가 늦다면 모델 교체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중국 내 시장경쟁에서 버텨내기 어렵다. 

셋째, 신창타이 이행 과정에서 산업, 지역, 기업유형 전반에 걸쳐 중국 경제의 성장 축이 바뀌는 큰 변화가 강력히 추진되는 것을 감안하여 중국 사업에 대한 접근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중서부 시장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신1선도시로 자원이 집중되는 변화의 흐름을 타기 위해서는 지역별 마케팅 및 영업 역량 배분을 과감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비스업 비중이 커지고, 전략적 신흥산업 등 미래산업에 정책 지원이 집중되고, 민영기업의 진입 영역이 넓어지고, 국유기업 민영화가 본격화되고,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는 등의 추세를 활용해 중국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과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꾀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 내 유망 신생기업들에 대한 자본투자나 비유기적 확장,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민영기업과 공동으로 넥스트차이나 시장에 진출하는 등 중국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은 신창타이가 주는 호기가 될 수 있다. 

넷째, 시장환경 변화나 소비자 니즈 변화를 정확히 빨리 포착하기 위해서는 예민한 현지감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로컬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가 깊은 로컬기업들의 경영사례를 적극 배우고, 인력의 현지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사례를 굳이 외국기업 중에서 찾는 것은 편견이다. 오랫동안 ‘외국기업 중국 사업의 교과서’로 칭찬을 받아왔던 P&G마저 두 손을 드는 마당에 외국기업 가운데 역할모델을 찾으려 해도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섯째, 중국 사업 성공의 ABC 중 A는 고객, 현지직원, 협력업체, 정부, 여론 등 중국의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중국에선 꽌시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관계자를 자주 만나고, CCTV 소비자 프로그램에서 품질불량으로 고발이 되면 매출이 급락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앞으로 중국의 사업환경 변화를 이해하고 그것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이고, 끊임없이 변하는 사업의 게임 룰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 태도가 더욱 절실하다. P&G의 중국사업 실패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한 협력업체 사장이 그 중 한 가지 원인으로 “미국인들은 본사의 관념을 고수하는 경향이 강해, 중국 시장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든 것을 한 번 곱씹어 볼 만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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