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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5년 ICT 키워드, IoT·중국·스타트업 & 인도'

2015년 글로벌 ICT 산업은 시장, 경쟁, 혁신 측면에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장 측면에서는 2014년 ICT 산업에서의 화두였던 IoT(Internet of Things)가 그 잠재력을 시장에서 보여주는 첫 해가 될 것이다. IoT의 핵심 단말인 웨어러블은 애플 워치의 시장 출시를 계기로 한 단계 판이 커질 전망이다. 스마트홈 및 스마트카의 경우 거대 ICT 사업자들의 플랫폼 전략이 보다 가시화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IoT 제품 및 서비스의 보다 구체적인 고객 찾기가 시작될 것이다. IoT 관련 산업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여러 기능들의 효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15년은 IoT 제품 및 서비스와 그에 맞는 고객과의 접점 발굴이 보다 활발해지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 인도 로컬 기업들은 보다 글로벌화 될 것이다. 2014년 중국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의 성공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중국 브랜드의 가치와 규모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2015년은 중국 기업들이 활동무대를 선진국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 기업 역시 2014년 저소득층에 맞는 특화 전략으로 내수 휴대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2015년에는 자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 인도 기업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거대 ICT 기업들은 경쟁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M&A도 서슴지 않았으며, 인수 기업의 범위는 유망 스타트업뿐 아니라 설립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까지 확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5년에는 혁신의 원천을 보다 더 외부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해 ICT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육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특히 신생 단계의 스타트업에 대한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로 인한 경쟁 심화, 중국 등 신흥 ICT 기업들의 선진 시장 진출, 그리고 IoT 본격화로 인한 ICT 산업 영역의 확대로 기존보다 더욱 광범위한 영역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우리나라 ICT 관련 기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기업들 또한 ICT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가는 한편, 스타트업을 위한 제조 플랫폼 제공이라는 전략적 포지션 또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목 차 > 

1. IoT 시장, 이륙 단계에 진입
2. 중국과 인도 기업의 존재감 확대
3. 혁신의 축, 스타트업으로
 
  

1. IoT 시장, 이륙 단계에 진입 
  

● IoT 사업화의 본격화 

2014년 ICT 시장을 움직인 키워드는 IoT(Internet of Things)였다. 스마트홈, 웨어러블, 스마트카 등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많은 영역에서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Withings, Owlet과 같은 스타트업 외에 애플, 구글 등 거대 ICT 사업자들이 참여하면서 IoT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되었다. 2014년이 IoT에 대한 아이디어 확산의 시기였다면, 2015년은 IoT 시장의 진화 방향이 구체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우선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상반기 출시 예정인 애플 워치(Apple Watch)에 의해 기존 시장의 경쟁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애플 워치는 지난 9월 발표된 내용만으로 소비자들의 확실한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마트 워치 시장이 ‘더 나은 디자인’, ‘스마트폰과의 더 쉬운 연결성’ 등을 강조해온 반면, 애플 워치는 ‘생태계 기반의 가장 개인적 디바이스’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웨어러블의 가치는 단지 스마트폰의 보조적 기능이 아닌,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용자 중심 생태계 환경’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잠재력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애플이 가장 잘 해 온 영역이다. 애플은 이미 미국 Mayo Clinic 등 전문 의료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헬스킷(HealthKit) 생태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2015년은 애플 페이(Apple pay), 헬스킷 등 애플의 서비스 생태계가 애플 워치에 본격적으로 녹아드는 해가 될 것이다. 이는 웨어러블 시장 경쟁의 축을 생태계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동시에, 시장 자체의 개화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IoT 영역인 스마트홈의 경우에도 2015년은 거대 ICT 사업자들의 플랫폼 전략이 구체화되면서, 시장을 이끄는 시기가 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단발성의 파편화된 시장이고, 스마트홈의 가치를 모든 소비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Nest와 같은 IoT 기기들이 가정에 보급되고 있고, AT&T와 같은 서비스 사업자들의 스마트홈 가입자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부터 시장이 꿈꿔온 스마트홈은 댁내 모든 기기들과 서비스가 단일 플랫폼 위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작동되는 모습이었다. 2014년에 이미 애플, 구글 등 주요 ICT 사업자들은 각자 지향하는 스마트홈 플랫폼 이미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애플은 이미 홈킷(HomeKit) 연동 기반의 디지털 도어락 등을 애플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이와 같이 스마트홈 관련 H/W, 서비스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다. 이는 곧 스마트홈의 고객 가치를 더욱 분명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인 스마트카 영역에서는 미래를 위한 기본적 토대가 구축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카 시장의 개화를 위해서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얼마나 개방적 자세를 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2014년에도 스마트카 플랫폼 도입 계획을 밝혔다가 번복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사례가 있지만 큰 흐름으로 볼 때 시장 내부적인 공감대 형성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원격 제어, 데이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AT&T의 스마트카 시스템도 지난 1년간 보급량이 20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IoT의 이론적 잠재력은 무한하다. 2015년은 그러한 잠재력이 마케팅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화되어 상품으로 구현되는 것과 가치 없는 아이디어가 가름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IoT 사업화의 중점, 기능(what)보다 고객(who) 

2014년에 기업들이 IoT의 ‘기능(What)’에 집중했다면, 201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고객(Who)’을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초기에 기업들은 사물(웨어러블, 홈, 자동차 등)들을 연결해 어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었던 초기 제품/서비스는 어느 누구의 구매욕도 자극하기 어려웠다. 시장을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IoT 시장 창출을 위해서는 성공적인 고객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IoT 기반 제품/서비스는 범용 제품인 스마트폰과 달리 각 사용자의 니즈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IoT 제품이 가진 기능들의 효용이 크게 달라진다. 기업들은 IoT 기능을 절실히 필요로 할 만한 고객을 찾아야만 IoT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고객 발굴 노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들은 사용자 ‘본인에 대한 정보’ 활용 니즈가 큰 고객으로 시장 침투를 강화할 것이다. 웨어러블로 자신의 운동량을 확인하는 기능의 경우,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있으면 좋지만 착용의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의 효용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약간 불편하고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넘어지거나 쓰러질 때 이 기능을 통해 가족에게 자동으로 연락하고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Frost&Sullivan)에 의하면 이러한 개인응급응답시스템(Personal Emergency Response System)의 시장 규모는 북미 기준 10억 달러 이상이다. 기존 제품의 경우 주로 사용자가 버튼을 수동으로 눌러야만 응급 호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IoT 기술이 접목되면서 낙상 시 자동 감지 및 호출이 가능한 제품으로 진화 중이다. 

다음으로 ‘타인에 대한 정보’ 활용 니즈가 큰 고객으로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다. 한 예로 운전 습관에 대한 정보는 운전자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보험사에게는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미국 보험사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가를 산정하는 UBI(Usage-based Insurance)를 도입했다. 운전자가 스냅샷(Snap Shot)이라는 소형 기기를 차량 진단 포트에 꽂으면 운행거리, 새벽 운행 시간, 급제동 정보가 실시간으로 프로그레시브사로 전송된다. 프로그레시브는 바람직한 운전 습관을 가진 고객에게는 보험료를 낮게 책정함으로써 사고 리스크가 적은 우량 고객을 유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심박 수는 운동 중인 본인에게는 큰 쓸모가 없을 수 있지만,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다. 심박 웨어러블 밴드로 유명한 폴라(Polar)사는 피트니스 센터 대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피트니스 센터는 회원들에게 폴라의 심박 센서를 착용하게 한다. 트레이너는 태블릿 앱을 통해 회원들의 심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그에 맞게 개별적으로 코칭해 준다. 피트니스 센터는 이를 통해 운동 효과를 향상시킴으로써 회원 유지 및 신규 회원 확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피트니스 밴드를 헬스장, 체중 감량 클리닉 등에서 활용할 경우 높은 동기 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 중국과 인도 기업의 존재감 확대 
  

● 중국 기업의 선진 시장 진출 본격화 

중국 기업들의 성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 기업들은 내수 그리고 중화권 중심의 단순 글로벌 진출을 뛰어 넘어 활동 무대를 선진국 시장으로 확장하는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선진 기업을 베껴 내던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모방을 하더라도 확실한 ‘플러스 알파’를 통해 선진 기업보다 오히려 앞서가는 분야도 하나 둘 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기업들의 선진 시장 진출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우선, 중국 브랜드에 대한 위상 변화에 주목할 필요 있다. 지난 9월,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NYSE)에 사상 최대 규모로 화려하게 IPO(기업 공개)를 했다. 시가총액(240조원) 기준으로 페이스북을 추월했다. 물론 성공적인 IPO 이면에는 중국 내수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요소가 분명 작용했겠지만, 중국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중국 브랜드’의 위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진행되었던 각종 글로벌 전자/IT 전시회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위상은 분명 달라졌다. 연초 CES(세계가전박람회)에서는 중국 TV제조사들 모두가 ‘UHD’ 키워드를 주도하면서 한국, 일본 기업을 긴장시켰고, IFA에서도 퀀텀닷(Quantum Dot) 등의 신기술을 한국기업보다 먼저 선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중국산’은 ‘저가/저품질’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그러한 이미지가 점차 사라지고 ‘혁신’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력 측면에서도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중국 기업들은 단순 모방을 넘어 더 잘 모방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의 레이쥔 CEO는 ‘애플 짝퉁’ 제품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애플 제품처럼 완성도 높은 고품질 제품을 지향하는 것은 맞지만, 애플보다 훨씬 더 고객 니즈에 귀를 기울인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애플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에 기반하여 ‘MIUI’라는 자체 OS를 개발했고, 샤오미의 열혈 팬, 소위 미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매주 업그레이드를 하는 등의 차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레이쥔은 ‘이미 삼성보다 S/W는 더 앞서 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구글 등 선진 기업조차 실패했던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샤오미는 특유의 팬덤/헝거 마케팅을 통해 보란 듯이 성공하였다. 샤오미는 더 이상 글로벌 IT기업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앞서가기 위해 담금질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글로벌 M&A를 통한 비약적 성장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레노보는 IBM PC 및 서버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까지 인수하였다. 그 외에도 하이얼이 산요 가전사업을 인수한 전력이 있다. 이런 기존 사례들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도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성장이나 수익성에 이슈가 있어 허덕이는 주요 글로벌 기업에 눈 독 들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대 기업 간 M&A가 활발히 진행된다면 중국 기업의 선진 시장 진출에 훨씬 탄력이 붙을지도 모른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대성공을 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알리바바만 하더라도 당장 선진국 시장에서 큰 힘을 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존과는 확연히 달라진 ‘중국 브랜드’ 이미지, 성공적 IPO 등을 통한 풍부한 자원/자금력, ‘단순 모방을 뛰어넘는’ 기술/품질력, 게다가 중국 내수시장 기반의 캐쉬카우(Cash Cow)가 조화를 이루면서 중국의 주요 IT기업들은 선진 기업화를 위한 선순환 궤도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의 변신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다. 

● 인도 기업의 글로벌 존재감 확대 

최근 들어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인도 자동차 메이커 타타 모터스(Tata Motors) 외 인도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Flipkart), 의료전문 기업 나라야나 헬스(Narayana Health) 등 다양한 산업에서 내수 시장을 장악하려는 현지 토종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의 격전지인 인도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인도 토종 기업은 내수 시장에서 얻은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까지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저소득층이 필요로 하는 제품에 특화하여 성장해 왔다. 2014년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인도 기업이 인도 휴대폰 시장의 32%(마이크로맥스 18%, 카본 8%, 라바 6%)를 차지, 1위 기업 삼성(29%)을 추월하며 내수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시작하였다. 인도 휴대폰 제조사들은 가격에 민감한 저소득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용 빈도가 낮은 기능은 철저히 없애고 필요 기능은 더욱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인도 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마이크로맥스(Micromax)는 소비자들이 트럭 배터리로 휴대폰을 충전하는 모습에 착안하여, 인도 최초로 30일 이상 사용 가능한 대형 배터리를 적용한 휴대폰을 출시하여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였다. 2014년 현재 마이크로맥스는 2008년 대비 약 500배의 매출(약 1조 3천억원) 신장을 이룩하였고,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TV 등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인도 기업의 제품이 단지 저가 제품인 것은 아니다. 인도 기업은 저가격에 더하여 적당한 품질도 갖추고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마이크로맥스를 비롯한 인도의 휴대폰 제조사는 스마트폰의 내적 기술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인텔, 퀄컴과 같은 반도체 칩 메이커와 제휴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맥스 외 카본(Karbonn) 역시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같은 OS를 비롯하여 애플리케이션, 유틸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머니콘트롤, 왓츠앱, 셀틱 등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 기업의 글로벌 파트너십은 인도 기업에게 선진 기술을 빠르게 내재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현지 소비자에게도 인도 기업의 제품은 ‘가격이 싸면서, 품질도 좋다’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인도 기업은 저소득 국가에서 출발하여 가성비 높은 제품을 앞세운 현지화 중심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맥스는 인도에서 전 세계 휴대폰 제조사들과의 경쟁으로부터 얻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와 유사한 환경의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팔에 진출, 현지에서 Top 3 휴대폰 제조사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게다가, 2014년 상반기에는 러시아에 진출하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마이크로맥스가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소비자들에 대한 친화적 맞춤 전략에 있다. 마이크로맥스는 러시아에서 안드로이드OS에 지메일(Gmail)과 구글 검색 엔진을 탑재하기보다는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토종 메일(mail.ru)이나 검색 엔진(Yandex) 등 스마트폰 사용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업체들과의 제휴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마이크로맥스는 러시아에서 얻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유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루마니아나 체코, 헝가리 등의 동유럽 국가들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이 애플, 화웨이, 샤오미, HTC 등 모든 글로벌 기업들과 인도 시장 내에서 경쟁을 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하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 무엇이며,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공 노하우를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으로부터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침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인도 기업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잠재적 위협에서 직접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3. 혁신의 축, 스타트업으로 
  

● 대형 사업자의 스타트업 선점 경쟁 치열해진다 

실리콘 밸리의 거대 ICT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의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주요 ICT 기업들은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속적인 M&A와 동시에 신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주요 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신흥 ICT 기업들의 등장과 IoT 환경의 본격화에 따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인해 기존 ICT 기업 간 심화된 경쟁 속에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신흥 ICT 기업들의 글로벌화는 실리콘 밸리의 기존 ICT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주식 시장 상장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알리바바의 경우 본격적인 투자와 M&A를 통해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조만간 글로벌 거대 인터넷 기업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신흥 ICT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미 구글, 애플과 같은 기존 ICT 기업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IoT 본격화로 ICT 산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그 결과 거대 ICT 기업들이 경쟁해야 할 전선 자체가 넓어졌고 경쟁 우위는 약해지고 있다. ICT 기술이 활용되는 산업 영역이 헬스케어, 자동차, 산업/환경 인프라, 농업 등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다양한 산업의 수 많은 Player를 모두 포괄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산업 영역의 Player들이 기존 ICT 기업을 배제하고 그들 스스로 ICT 기술을 받아들이며 혁신을 만들어낼 가능성 또한 높다. 

이런 환경 변화, 혁신 압력에 대응하여 기존 ICT 기업들은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강화시키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그 동안 검증된 기술기업에 대한 M&A를 통해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M&A 시장의 경쟁 심화로 검증된 기술 및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술 기업의 가치는 급등하여 최근에는 그 인수 금액이 ‘조’ 단위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재무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은 이미 검증된 기술 기업보다는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자신들의 자금을 기반으로 설립한 자체 벤처 캐피탈(Corporate VC: Corporate Venture Capital)을 활용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실리콘 밸리의 주요 벤처 캐피탈을 통한 투자 중 구글, 인텔, 퀄컴 등에 기반한 Corporate VC의 투자 비용이 2010년 이후 급증하고 있고, 이들 기업들은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의 R&D 및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 자체를 높이기 위한 기술 검증, 사업화 지원 등 실질적 지원까지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구글 캠퍼스 런던’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를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2015년에는 한국에도 ‘구글 캠퍼스 서울’을 설립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MS Accelerator’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기술 및 경영 자문을 통해 신생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 Accelerator 프로그램들은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빠르게 선별하여 투자 및 전략적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발굴된 기술은 다른 경쟁 기업 대비 우선적 혹은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해당 스타트업을 향후 자신들의 사업에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육성하기도 한다. 

● 스타트업의 부상은 우리 기업에게도 기회 

스타트업들 입장에서도 대형 사업자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원하는 바일 것이다. 대형 사업자들을 통해 자신들의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타트업들은 IoT 트렌드를 잘 활용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IoT 서비스의 특성상 대형 기기보다는 전구, 온도조절기, CCTV용 카메라 등 다양한 소형 기기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대형 업체보다는 스타트업에 유리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드웨어 제작 비용 및 시간, 공급망 관리, 유통망 확보, A/S 대응, 브랜드의 확립 및 유지 등 하드웨어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ICT 인프라의 발달, 다양한 펀딩 방식의 등장, 린 스타트업의 활성화 등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등장하고는 있다. 그럼에도 하드웨어 사업은 여전히 스타트업들에게 쉽지 않은 영역이다. 따라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제품을 출시했어도 두 번째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게 벤처 캐피탈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업자는 바로 스타트업들 자신인 만큼,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한계를 대형 ICT 업체의 힘을 빌어 극복하려는 노력이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업체로부터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넘어서는 기술적인 도움이나 사업화 관련 노하우 등 전문적인 자문 및 지원을 받는 일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사업화 후 공생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추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M&A를 통해 대형 업체에 흡수되는 것을 선택하는 스타트업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기업들도 스타트업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방향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ICT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피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인 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샌드위치 혹은 넛크래커 현상이 ICT 분야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IoT 관련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대형 업체와의 제휴나 피인수 등을 생각하고 있다면 충분히 우리 기업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한편, 미래의 먹거리 발굴에도 매우 중요한 옵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스타트업들과의 관계 구축을 상대적으로 어려워하고,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던 우리 기업들의 사고 방식이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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