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수출 부진, 장기화될 가능성 크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 등 단가하락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이나, 주요 수출품에서는 물량 측면에서의 부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산유국 성장 둔화, 유럽, 일본 대비 상대적 환율 절상이 수출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 올해도 수출이 경기를 이끄는 힘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관 수출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1분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2011년까지 두 자릿수 증가세가 당연시되던 우리 수출이 2012년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뚜렷한 하강흐름을 보이고 있다(<그림 1> 참조). 최근 우리경제의 실물경기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소비 부진과 함께 수출 감소세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수출 부진은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물량보다는 단가하락 요인이 크다. 수출단가는 전년동기간(1, 2월) 대비 10% 감소한 반면, 물량은 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 수출 중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1%라는 점에서 최근의 유가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화학제품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16.6%까지 올라간다. 만약 수출 감소가 유가 하락만의 영향이라면, 최근의 수출 부진은 단순한 착시효과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가하락 요인 이외에도 수출 흐름에 부정적인 측면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석유제품 이외에도 대부분의 주요제품 수출단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반등했던 철강제품 단가는 올해 들어 다시 7.7%(1, 2월 기준 전년동기비) 감소했다(<그림 2> 참조). 중국의 공급능력 증가 등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공급과잉현상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 단가도 5.5% 감소했으며, 정보통신기기 수출단가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내구소비재의 경우, 세계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중국 등 개도국의 후발업체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수출단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단가도 올해 들어 2.3% 하락했다. 저유가로 타제품의 수출단가 약세 흐름이 가려져 있지만, 최근의 수출 부진은 주력제품들의 단가하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주력 수출품, 물량 단가 모두 부진
수출 감소세는 단가 하락 요인이 크지만 수출 물량 증가율도 지난해보다 뚜렷하게 낮아졌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나면 우리의 대부분 주력 수출품들이 단가 뿐 아니라 물량측면에서도 부진함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IT기기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의 활력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분기 실적치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구소비재의 경우 2012년 이후 세계경기의 더딘 회복으로 수출활력이 낮아져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경쟁심화로 중국 등 개도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수출 물량은 올 초(1, 2월) 전년동기 대비 18.6% 감소하였으며, 승용차는 지난해 대비 10.9% 줄어들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원자재 및 자본재의 경우도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1차금속제품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올해 수출이 다시 둔화되는 모습이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올 초 수출물량이 다소 늘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중국의 자급률이 상승하면서 수출 시장이 축소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통관수출보다 국제수지의 상품수출이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림 4> 참조). 최근 통관수출의 경우 해양플랜트의 인도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 지표간의 차이를 만든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국제수지에서는 선박 등의 장기 구조물의 경우 인도시점에서 한번에 인식하지 않고, 생산 스케줄에 따라 나누어서 선반영하게 된다.
현재의 국내경기 흐름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는 선박 수출 증가세는 제외하고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선박을 제외할 경우 우리 수출(통관, 금액 기준)은 1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6.7%로 감소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선진국 중 대미수출만 호조, 개도국 부진은 심화
지역별 수출 추이는 최근 세계경제의 성장흐름과 그 궤를 같이한다. 세계경제는 선진국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개도국은 중국 등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선진국 경기흐름이 양호한 것은 미국의 성장세가 좋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13.3% 증가했는데, 올 1분기에도 거의 유사한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그림 5> 참조). 반면 대중수출은 지난해 0.4% 감소하였고, 올 초에는 감소폭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대OECD 수출은 올 1분기 3.7% 증가한 반면, 비OECD국으로의 수출은 6% 감소하였다. 그동안 우리 수출에서 중국 등 개도국 비중이 높아져 왔었다는 점에서 세계경기흐름이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속도에 비해 우리 수출이 위축되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 가공무역을 줄이는 등 중국경제의 질적인 구조전환이 우리 수출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의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우리와의 기술격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자급률이 높아지는 점도 중국시장의 크기가 성장둔화 이상으로 줄어드는 요인이다.
산유국들에 대한 수출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00년대 유가상승기에 산유국들의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우리 수출도 빠르게 늘어난 바 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주요 산유국으로의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가급락과 러시아 경제 제재 등에 의해 최근 이들의 구매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수출 감소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산유국으로의 수출이 전년대비 1.5% 증가로 둔화되었는데, 올 초에는 -3.4%로 부진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환율 경쟁이 수출부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
유럽, 일본의 경우 최근 수출흐름이 이들 지역의 경기흐름과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ECB와 일본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를 통해 화폐가치를 절하시키면서 4분기들어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들 지역으로의 우리 수출 감소세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그림 6> 참조). 점유율 측면에서는 크게 변하지 않아 우리가 타국대비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들 지역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경기 회복 대비 전반적인 수입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우리 수출이 처해져 있는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세계적 공급과잉과 경쟁심화로 주력제품의 수출단가 하락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최근의 수출 부진은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 구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 우리 수출의 가장 큰 대상국인 중국의 성장방식 변화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다. 신창타이로 대변되는 구조 변화는 중국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변화됨을 의미한다. 교역방식도 가공무역에서 탈피하고 소비재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중 수출은 자본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저유가 또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산유국에 대한 수출효과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타이트 오일의 생산 증가로 석유공급능력이 빠르게 확대된 반면, 석유소비 효율화, 중국의 성장방식 전환 등으로 석유수요 증가는 더디다. 지정학적 돌발요인 등 유가 변동 리스크가 있지만 저유가 국면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 현재의 중론이다.
셋째, 중장기적 원화흐름 역시 수출에는 부정적인 요소이다. 원자재 가격 하향세와 만성적인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금리 인상 등으로 일시적인 원화약세가 나타날 것이나 금융시장이 안정된 이후 원화는 절상압력을 받을 것이다.
세계교역에서 우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대 중반에서 아직 크게 변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원화의 상대적 절상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계경기 흐름 속에 구조적인 부진요인들을 고려해 본다면 올해도 수출이 경기를 이끄는 힘이 매우 낮은 한 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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