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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 인공지능의 현주소'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 인재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거액을 투자해 유망 스타트업들을 매수하는 중이다. 이런 인공지능 붐에는 바이두 등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인공지능 역량을 매개로 검색엔진이나 모바일 OS 등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을 강화하는 동시에 무인자동차, 로봇, 드론 등의 비즈니스 역량도 확보하고 있다. 인공지능 방법 중 특히 ‘심화학습(Deep Learning)’ 기법으로 인공지능 연구에 돌파구가 열린 것이 최근 기업과 연구자들의 관심 고조에 기여했다. 기계에게 이미지와 소리를 인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심화학습 기법이 영상인식, 음성인식,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구글과 기존 인공지능의 강자인 IBM뿐 아니라 MS, 바이두 등 유력 IT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인공지능 적용 분야가 IT 이외에도 의료기술 향상, 유전자 분석, 신약 개발, 금융거래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IT 강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중점분야와 향후 전략, 그리고 인공지능 관련 유망 스타트업들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짚어 본다. 
  

< 목 차 > 

1. 두뇌發 산업 혁명 오나
2. 지능,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포괄적 능력
3. 심화학습으로 새로운 돌파구 모색
4. IT 강자들의 인공지능 패권 경쟁
5.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를 위한 준비
 
  

1. 두뇌發 산업 혁명 오나 

사람의 지능을 가진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 즉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를 만들겠다는 꿈은 현대 과학기술계의 오랜 염원이자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 양식을 그대로 하거나, 혹은 추월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인류의 진화와 기술 발전의 역사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지만, 인공지능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관해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18세기 말 산업혁명의 단초를 연 증기기관의 발명과 그 이후 200여년 동안 계속된 기술 진보는 사람과 동물의 ‘뼈와 근육’이 만들어 내는 힘을 대신하고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기계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육체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단순반복 노동에서 벗어난 덕분에 더 많은 가치를 안겨주는 과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전세계 많은 지역의 사람들은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노동, 교육, 환경, 위생, 민주주의 등 삶의 조건이 현저히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박, 기차 등 각종 이동수단의 발달로 지구촌은 하나의 물리적 공간으로 통합되었고, 급기야 인류는 더 진화된 기계의 힘을 빌려 지구의 숨은 구석구석을 탐색하고, 나아가 지구를 넘어 먼 우주를 향해 인식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만약 200여년 전 사람의 뼈와 근육을 대체하는 증기엔진이 만들어진 것처럼, 사람의 ‘두뇌(지능)’를 대체할 수 있는 기계가 만들어 진다면 전세계 인류의 삶은 또 다른 차원의 도약을 경험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사람이 하던 단순 반복적인 정신노동은 물론 보통 사람의 지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했던 일을 기계가 도맡아 능숙하게 처리하는 세상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리고 과연 그 시점은 언제쯤일까? 일어나지 않은 어느 미래 시점에서의 일을 우리가 정확히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일상 생활과 제반 가치창출 현장 곳곳에서 사람의 곁을 지키면서, 혹은 사람을 대신해 일하는 좀더 똑똑한 기계(smarter machines)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그 파급효과는 200여년 전 사람과 말의 근육을 대체하고자 했던 증기기관이 인류 역사에 만들어낸 엄청난 파장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구현하고자 하는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개발은 20세기 후반 두어 차례의 짧은 도약기와 긴 정체기를 거치면서 답보상태를 유지해 왔다.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사람의 행동이나 두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발견이 큰 성과를 거두는 등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인공지능을 처음 모색하던 1950년대 당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개선되었지만, 사람의 전(全)지능을 기계로 구현하는 일, 즉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일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쉽게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 지능,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포괄적 능력 
  

인공지능은 기계로 인간의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1994년 당시 미국의 델라웨어 대학의 교육심리학 교수 린다 곳프레슨(Linda Gottfredson)을 비롯한 52명의 관련 학자들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발표한 ‘지능에 관한 주류 과학(Mainstream Science on Intelligence)’이라는 공개서한에서 제시한 ‘지능’의 정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 행동과학 등의 주류 과학자들은 ‘지능(intelligence)’을 “추론하고 계획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추상적 사고를 하며 복잡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경험으로부터 학습할 수 있는 매우 일반적인 정신능력이다. 지능은 단지 책에 적힌 내용을 외우는 것, 혹은 좁은 의미의 학문적 기술이나 시험을 보는 요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지능은 더 넓고 깊은 의미에서 우리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 ‘따라잡고’, ‘의미를 파악’하며 ‘다음 할 일을 깨닫는’ 능력”이라고 정의하였다. 

지능에 관한 주류 학계의 이런 정의에 따르면 IBM의 딥 블루나 왓슨 같은 컴퓨터 시스템은 아무리 방대한 지식을 갖고 사람처럼 말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퀴즈 문제를 풀더라도, 혹은 어려운 수학문제나 복잡한 게임을 능숙하게 풀어나가더라도 여전히 ‘훌륭한’ 기계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왓슨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인간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방대한 양의 지식정보와 과거의 출제 경향을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해 두고, 제시된 퀴즈 문제의 의미와 맥락을 분해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지식 정보와 대조함으로써 순식간에 정답에 가장 가까운 옵션을 찾아 낼 수 있게 한 IBM 컴퓨터 과학자들의 프로그래밍 역량과 컴퓨터 연산 능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지능은 사람이 가르쳐준 지식이나 사전에 프로그램화되어 주입된 정보 처리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우며, 주변 상황이나 맥락에 맞게 문제를 규정하고 해답을 찾고 실행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인간의 어린이들이 태어나자 마자 주변 자극에 반응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사물을 인지하고 생존에 필요한 언어와 사고체계, 그리고 적합한 행동양식을 배워나가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인류라는 개체가 수백만 년에 걸친 지난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체득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1940년대 앨런 튜링이 ‘지능을 가진 기계’를 구상한 이후 지금까지 6~70여년에 불과한 인공지능 개발의 일천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컴퓨터가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는 커녕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계산하는 기계’의 한계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일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3. 심화학습으로 새로운 돌파구 모색 
  

소위 ‘기계 학습(머신 러닝, Machine Learning)’은 이런 근본적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집중해 온 분야이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혹은 사람의 통찰력과 포괄적이고 유연한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기계를 만들려고 시도하기 전에, 우선 컴퓨터에게 알고리즘을 통해 무언가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방법을 찾아 보자는 것이 기계 학습의 기본 구상이다. 

프로그래머가 입력한 알고리즘에 따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일은 그 어떤 인간 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IBM의 왓슨 시스템은 잘 증명하였다. 그러나 사람이 가진 지능의 가장 기초적 단위인 사물의 형태를 인식하고, 언어를 인지하는 일은 컴퓨터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지난한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기계 학습은 기계가 수학적 최적화 및 통계분석 기법에 기반해 사람의 도움 없이도 데이터로부터 일정한 신호와 패턴을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며 적합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에 주력한다. 

이런 기계 학습 방법론에 기댄 인공지능 연구 흐름은 특히 지난 2012년 6월 구글과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포드대학 교수가 기계 학습의 한 분야인 ‘심화학습(딥 러닝, 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이용해 컴퓨터가 1천만개의 유튜브 동영상 속에서 고양이 이미지를 74.8%의 정확도로 식별하도록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커다란 도약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원래 기계 학습은 사람 프로그래머가 일일이 소프트웨어를 손으로 써서 세상에 대한 정보와 규칙을 컴퓨터에게 일단 한번 입력해 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소리나 이미지 등 감각을 가르치는 경우에도 소리를 구성하는 음절이나 동그라미, 삼각형 등 이미지의 기본 속성을 컴퓨터에게 미리 알려줘야 그 다음에 입력되는 데이터를 이런 규칙이나 속성 정보에 따라 분류하고 인식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때문에 기계 학습은 적용범위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화가 쉬운 숫자나 비교적 단순명료한 감각 정보의 경우 입력에 큰 문제가 없지만, 사람의 얼굴 표정과 같은 복잡하고 미묘한 정보나 말의 뉘앙스를 프로그램화해서 기계에게 가르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화학습은 이런 기존 기계학습의 한계를 지난 1950년대에 만들어진 ‘신경네트워크(neural networks)’ 개념을 이용해 돌파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컴퓨터에게 ‘이것이 고양이다’라고 기계에게 미리 프로그램으로 가르치려고 부질없는 노력을 하는 대신,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방한 신경네트워크 컴퓨터가 스스로 고양이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의 두뇌에서 소리, 영상, 데이터의 패턴 인식과 같은 인간특유의 학습 기능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피질(neocortext)’은 수천억개의 뉴런들의 층(layer)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뉴런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반응해 서로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을 형성한다. 만약 사람 두뇌 속의 뉴런이 하는 이런 행동을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면, 기계도 사람처럼 지능적 행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1950년대 신경네트워크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였다. 
  

4. IT 강자들의 인공지능 패권 경쟁 
  

구글의 2012년 고양이 프로젝트(원래 명칭은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이후, 심화학습은 오랜 답보상태를 지속해 온 인공지능 연구분야의 유력한 돌파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구글은 물론 기존의 인공지능 강자 IBM 외에도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심화학습이 컴퓨터 비전, 음성인식,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심화학습과 관련된 세부 기술항목들을 발전시키는 작업에 매달리면서 적용 분야가 IT 이외에도 유전자 분석을 통한 의료기술 향상, 신약 개발, 금융거래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① 구글의 전방위적 인공지능 포석 

먼저 구글의 경우를 살펴 보자. 구글은 2011년 구글 브레인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던 앤드류 응(Andrew Ng)이 지난해 5월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Baidu)로 옮기면서 타격을 받았으나, 인공지능 연구의 대가인 레이 커즈와일(Ray Kuzweil)을 인공지능 기술 책임자로 영입하고, 같은 해 초 심화학습의 새로운 유망분야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법에 독보적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유력 스타트업인 딥마인드(DeepMind)를 약 6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인공지능 분야의 최선두에서 의욕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커즈와일의 경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최단 시일내 컴퓨터가 자연어를 이해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이메일을 읽고 사용자의 모든 동작을 파악하며, 묻기도 전에 원하는 것을 알아서 검색하고 그 결과를 사용자가 원하는 맥락을 감안해서 말해주는 명실상부한 사이버 도우미(Cybernetic Friend)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OS에 애플의 시리(Siri)를 능가하는 음성인식 기능과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검색 기능을 넣어 안드로이드의 OS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도 2014년 구글은 완벽한 문장을 사용하여 사진 속에 있는 장면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사람얼굴이나 고양이 같은 단일 물체를 식별하는 과제를 넘어 “피자 두 판이 스토브의 상판 오븐 위에 놓여 있다”는 식으로 다양한 환경 속에 전개된 복잡한 이미지를 정확하게 서술하는 소프트웨어로, 역시 이미지 인식과 자연어 처리에 관한 심화학습 기법을 활용한 결과물이다. 이런 이미지 묘사 소프트웨어는 아직 본격적으로 실용화되지는 않았지만, 더 진일보한 이미지 검색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시각 장애인들이 휴대폰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을 좀 더 쉽게 움직이며 다닐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구글의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은 자사 비즈니스의 본류인 검색 엔진과 모바일 OS 이외에도 미래 비즈니스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 등에서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②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전 

구글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도 심화학습을 통한 이미지 인식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딥 페이스(DeepFace)는 두 장의 각기 다른 얼굴 사진이 같은 사람인지 여부를 식별하는 과제를 사람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수행한다. 딥페이스는 각기 다른 앵글로 찍은 두 개의 얼굴 사진을 3D 모델을 이용해 회전시켜서 정면을 바라보도록 조정한 다음, 심화학습 기법을 이용해 얼굴의 각 구성요소에 매겨진 수치 값이 두 장의 사진 사이에서 서로 충분히 일치하는지를 판단한다. 페이스북이 저장하고 있는 수억장의 사용자 얼굴 사진과 사진에 붙어 있는 태그 데이터가 이런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가능케 한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아직 검증단계에 있는 이 소프트웨어는 페이스북에 새롭게 업로드되는 사진에 태그를 붙이도록 제안할 때 정확도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나우와 애플의 iOS의 시리에 밀려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그동안 개발해 온 디지털 개인비서 코타나(Cortana)를 최근 출시했다. 코타나는 구글의 나우와 애플의 시리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데, 인공지능을 통해 사용하면 할수록 더 스마트해지도록 디자인 된 것이 구글 나우, 애플 시리와 다른 차별점이다. 즉, 코타나는 자신을 거쳐가는 모든 데이터를 통해서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사용자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데, 이는 인공지능을 위한 기계학습의 기본 실행구조를 그대로 구현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연어 인식과 기계 학습 기능을 갖춘 코타나가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될 경우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어떤 특정주제에 관한 사용자와 코타나 사이의 심도있는 대화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를 사용자가 가장 먼저 의존하는 디지털 개인비서로 만드는데 주력하는 양상이다. 

③ IBM 왓슨의 잠재력 

딥블루와 왓슨 시스템을 개발해 대중들에게 인공지능에 관한 깊은 인상을 남겼던 IBM 역시 최근 심화학습 기법을 추가해 왓슨의 상업적 가치와 활용도를 확장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IBM의 지니 로메티(Ginny Rometty) CEO는 왓슨이 제퍼디 쇼의 전설을 넘어서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젝트에 1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널리 주목을 받고 있는 왓슨의 새로운 임무는 전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암전문 병원의 종양전문 의사들을 도와 암여부를 판별하고 치료방법을 제안하는 일이다. 즉, 새로운 버전의 왓슨은 암환자의 몸에서 발견된 종양의 이미지와 종양에서 포착된 유전자 정보 등 각종 의료 데이터를 최신 의학 저널과 연구논문, 종양학 교과서, 그리고 기존의 암환자 데이터 및 병원 내부 치료 가이드라인 등과 대조하면서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하는 의학전문 시스템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IBM에 따르면 의사의 수작업에 의존할 경우 최장 5~10개월 걸리던 이런 일련의 작업을 왓슨의 경우는 유전자 데이터를 탑재하고 버튼만 누르면 단 몇 분만에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의 데이터를 통해서 배우고 피드백을 통해 성능을 끌어 올리는 일련의 기계학습 과정이 포함된다. IBM은 왓슨의 역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질 것이고 지금과는 달리 학습과정에 사람이 개입할 여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최근 IBM은 왓슨을 상업화하려는 또 다른 노력의 일환으로 심화학습 기법에 기반한 왓슨의 번역 기능 및 스피치를 텍스트로, 텍스트를 스피치로 전환하는 기능을 일반 개발자들에게 공개하였다. 이런 기능들을 기반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앱이나 웹사이트를 구축하도록 한 것이다. 개발자들은 자연어 이해와 비구조화된 텍스트 처리에 강점을 가진 왓슨 시스템을 경유해 자연어 질문으로 대규모 문서를 검색하는 기능을 갖춘 앱의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IBM은 모든 종류의 앱 개발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왓슨이 가진 데이터 검색과 자연어 사용 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것이 구글 등이 주도하고 있는 최근의 인공지능 연구 경쟁에서 왓슨의 존재감을 되살리고, 나아가 왓슨을 둘러싼 부가가치 창출 생태계를 구축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④ 바이두, 구글을 넘어 세계로 

바이두는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다. 실제로도 바이두는 구글의 거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 하고 있는 데, 인공지능에 관한 열정과 투자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두는 지난해 5월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를 이끌었던 앤드류 응을 영입해 실리콘 밸리 소재 인공지능 연구소와 베이징 연구소의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바이두는 향후 5년간 3억달러를 투입해 인공지능 연구소와 개발부서 인원 확충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두의 실리콘 밸리 인공지능 연구소가 추구하는 핵심적인 목표는 진정한 의미에서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컴퓨터 시스템에게 고양이를 훈련 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수많은 고양이 이미지에 고양이임을 알려주는 라벨을 일일이 붙여야만 하는 기존의 심화학습 기법에서 탈피한 좀 더 진일보한 학습기법, 즉 인간의 개입이 필요없거나 최소화되는 소위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기법을 개발해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을 앞서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바이두는 응이 주도하는 이런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가 자사의 비즈니스 역량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중국의 수많은 문맹자들이 목소리 만으로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자사의 검색엔진 접속자 수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아울러 바이두는 웹을 건너뛴 채 모바일로 직행해 온 탓에 인터넷 이용 경험이 적었던 수억 명의 중국 고객들을 상대해 본 자신들의 사업 노하우가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 수십억 명에 이르는 지구촌의 온라인 미개척 시장 고객들을 상대하는 일에 중요한 비교우위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존 중국시장의 고객들 뿐 아니라 이들 미개척 시장의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나 목소리 중심의 직관적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서방기업들이 따라 올 수 없는 경쟁장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바이두는 지금까지 자신을 얽매어 왔던 구글 복사기라는 오명을 벗어 던지고 글로벌 무대에서 진정한 의미의 또 다른 구글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⑤ 스타트업, 다양한 솔루션에 도전 

이외에도 인터넷 상거래 기업인 이베이(eBay)는 판매자의 포스팅 이미지를 제품별로 카테고리화하는 데 심화학습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베이는 판매자가 태그를 붙이지 않은 경우에도 제품을 분류할 수 있어 검색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 역시 심화학습을 통해 검색엔진의 성능을 끌어 올렸으며, 페이팔(Paypal)은 결제사기를 막는 데 심화학습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널리 회자된 획기적인 인공지능 활용 사례로는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의 기사작성 알고리즘을 들 수 있다. 이미 미국의 LA타임즈, 경제주간지 포브스, AP, 영국의 가디언 등은 내러티브 사이언스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상예보, 금융시장 및 기업재무, 스포츠 등 데이터에 기반해 사실 만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성 기사를 다수 송출하고 있다. 이 알고리즘은 뉴스 뿐만 아니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기업분석 보고서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타 보안, 광고, 금융거래, 신약개발, 범죄예방 등의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특히 심화학습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탐색되고 있다. 통화가치의 돌연한 급등락과 같은 시장의 변동을 예측하기 위해 심화학습 기법을 사용하는 스타트업이 출현하는가 하면,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영상 이미지를 인공지능 기법으로 분석해 유통업이나 부동산 건설 경기, 국제원유의 재고 수준과 가격 트렌드 등을 예측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약개발과 관련해, 수억개의 후보 가운데서 잠재적으로 유용한 약물 분자를 골라 내도록 컴퓨터를 훈련하는 데 심화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한 사례도 학계에 보고되었다. 

또한 갑상샘 종양을 가진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추출해 기계 학습 알고리즘으로 해석하고, 해당 종양이 암으로 진전될 지 여부를 판단하여 불필요한 갑상선 제거수술을 크게 줄이도록 한 스타트업도 있다. 심화학습 기법이 널리 알려지고 많은 연구자와 혁신적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에 참여하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지구촌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효과적 솔루션을 발견하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심화학습을 비롯한 현대 인공지능 기술은 인터넷과 SNS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훈련(학습) 데이터, 그리고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음성과 이미지 인식에서 극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은 그 자체로도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지만, 이런 인공지능 기술 기반 위에 빅 데이터, 클라우드, 애널리틱스 등 IoT 관련 기술, 그리고 헬스케어와 신재생 에너지, 무인자동차, 드론, 로봇 등 다방면의 미래 기술이 상호 융합할 경우 지금으로서는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새롭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다수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5.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를 위한 준비 
  

이상에서 2차대전이후 최근까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의 진화, 발전 경과와 주요 관련 기업들의 동향을 살펴 보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나오는 인공지능 HAL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의 출현은 상당기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간 지능과 근접한, 혹은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기계 지능을 구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좁은 특정 전문분야에서 사람의 지능을 크게 초월하는 ‘약한’ 인공지능(Weak AI)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능력을 크게 뛰어 넘으면서도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순기능에 충실한 약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구현될 개연성이 충분하며 약한 인공지능의 저변이 넓어질수록 강한 인공지능을 닮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이 초래할 가공할 미래상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세계적 석학인 스티븐 호킹 박사와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호킹 박사는 지난 5월 구글이 런던에서 주최한 자이트가이스트 2015 행사에서 “다음 100년 중 어느 시점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들이 지향하는 제반 목표에 어긋나지 않도록 확실하게 조율(align)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핵보다 더 위험한 것이며,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악마를 불러 내는 일”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인공지능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 가운데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지 누구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눈앞에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할 것인지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강한 인공지능은 물론 비록 ‘약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인공지능은 장차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 등의 조직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기계와 알고리즘이 인간 사회의 여러 당면 과제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좋은 솔루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그만큼 부작용과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이다. 좀더 스마트한 기계에 대한 사람의 의존은 더욱 커질 것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약화될 것이다. 기업과 정부, 단체 등 조직의 경우에도 정보와 의사결정권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피라미드형 위계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정보를 거르고,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던 중간 계층이 대폭 줄어들면서 양극단으로 갈라진 조직 형태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 문제이다. 앞으로 사람이 하던 일자리의 상당수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 이후 기계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팩트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기계의 시대, 인공지능의 세상에도 과연 이런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사리 단언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현대 과학기술이 추구하는 궁극의 지향점이라고 할 인공지능의 출현은 이제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인간보다 더 유능하고 똑똑한 기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급부상하는 시대, 기계와 인간이 협력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미증유의 새로운 미래를 앞두고 개인과 조직은 생존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 것인지를 생각해 볼 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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