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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소비성향 더 하락할 가능성 크다'


최근 소비성향 하락은 장기성장률 저하에 대한 예상과 기대수명 증가로 가계가 일생에 걸친 소비 스케쥴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장기 성장률에 대한 가계의 기대가 추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비성향 저하 추세가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소비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2012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3년 연속 1%대에 머무르면서 경제성장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도 민간소비는 1.5% 성장에 머물러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더 떨어졌다. 메르스 사태라는 충격 요인이 있었지만 저유가·저금리 호재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한 것이 소비부진의 주 요인이다. 

사실 우리 경제의 소비부진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소비 증가율이 뚜렷이 감소하면서 경제성장에 크게 못 미치는 소비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그림 1> 참조). 하지만 지금 소비부진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구조 변화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수출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갔기 때문에 소비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세계경기 침체와 함께 중국 등 개도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제 수출이 경기를 이끌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내수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소비가 성장을 이끄는 방향으로의 구조변화가 필요하지만 소비는 더욱 부진해지고 있어서 그러한 구조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소비성향, 금융위기 이후 더 빠르게 하락 

소비가 부진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제의 성장활력이 떨어지고 가계의 소득이 잘 늘지 못한다는 점이지만 우리나라의 소비는 소득보다 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가계소비성향은 2000년대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비교적 안정되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인 이상 가구의 전체 평균소비성향은 2007년 76.6%에서 2014년 72.9%로 낮아졌다(<그림 2> 참조). 올해 1분기에도 하락추세는 지속되어 72.3%를 기록하며 1분기 수치로는 2000년대 들어 최저치를 보였다. 

소비성향 저하의 원인으로 자주 지적되는 점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대비가 부족한 은퇴 연령층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의 배경에는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 기대수명 상승, 불확실성 증가 등이 있다. 생애주기 가설에 따르면 소비자는 일생동안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총소득 규모에 맞추어 소비를 균등하게 배분할 때 효용이 가장 커진다.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게 되면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부터 소비를 줄여서 미래에 대비하게 된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경우에도 한정된 평생소득으로 더 많은 기간으로 나누어야 되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생애주기모형을 바탕으로 최근 성장률 저하 및 기대수명 증가가 가계의 소비성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장기 기대성장 변화가 소비성향 하락의 주요원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연평균 4.9%를 기록하다가 금융위기 이후에는 3%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낮은 성장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도 계속 떨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사람들이 자신의 생애기간 중 우리 경제의 평균성장률이 현재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경제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성장저하로 사람들의 기대 예상 성장률은 당초보다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생애주기 모형을 통해 분석해보면 미래 기대성장률이 0.5%p만큼 일시에 하락했을 경우 소비성향에 미치는 단기적인 충격은 4.9%p 하락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그림 3> 참조). 다만 사람들의 기대가 한꺼번에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기대의 조정이 완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소비성향의 변화도 점진적으로 조정될 것이다. 2007년 대비 2014년까지 사람들의 예상 기대성장률이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고 가정할 경우 7년에 걸쳐서 소비성향은 2.9%p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충격은 저연령층에서 더 크다. 성장률 하락이 순차적으로 발생할 때 1기에 소비성향 하락폭은 20대가 1.4%p로 가장 높고 60대와 70대는 각각 0.4%p, 0.3%p 하락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4> 참조). 남은 노동기간이 긴 젊은층일수록 소득 증가율 하락에 따른 평생소득 감소폭이 크고 소비를 줄이는 정도도 커지기 때문이다. 기대여명이 길지 않고 소득보다는 주로 자산을 충당하여 소비를 하는 고령층의 경우 미래소득 증가세 감소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기대수명 증가로 소비 재조정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소비성향 저하 효과도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의 기대수명은 2000년대 이후 매년 평균 0.46세씩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2007년 대비 2013년 평균 기대수명은 2.38세 늘었다. 연령별 기대여명의 증가가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면 기대수명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을 경우 이와 같은 기대여명의 변화는 소비성향을 최대 4.5%p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5> 참조). 

기대수명 증가가 소비성향을 하락시키는 효과는 고령층에서 크게 나타나고 젊은층에서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은퇴가 가까운 고령층일수록 미래 소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저연령층보다 짧기 때문에 현재 소비를 더 크게 줄이게 한다. 만약 기대수명이 증가할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가정할 경우 60대의 소비성향 저하 폭은 10.9%p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그림 6> 참조). 물론 실제 사람들은 과거의 흐름을 통해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충격은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적 동기의 저축 증대 

장기적인 성장세 하락에 따른 소비의 하락은 합리적인 조정에 의한 것이며 이는 장래 소득의 예측에 불확실성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도출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소득 변화는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갑자기 실직하게 된다든지 미래소득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경제주체들이 미래소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이에 대비해서 소비를 더 크게 줄이게 될 것이다. Carroll(1994)에 따르면 가계의 자산 중 3분의 1이 예비적 저축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된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금융위기 이전에는 4~5% 경제성장률을 유지하였으나 위기 이후 성장률의 변동이 급격해졌다. 금융위기 이전 2001~2007년 경제성장률의 표준편차는 1.6인 반면 2008~2014년 경제성장률의 표준편차는 2.2로 높아졌다. 환율 등 금융지표의 변동성도 금융위기 이후 한 단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7> 참조). 특히 유럽재정위기 등을 경험하면서 국가의 안전판 역할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본형 장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저성장과 고령화로 공적연금 보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점도 가계의 소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소비성향 하락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 높아 

국민들의 소비성향 하향조정이 언제 멈출 것인가가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 경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경제불확실성 측면에서는 향후 다소 진정될 여지가 있다. 미국의 가계부채위기, 유럽의 재정위기 등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우려도 과거보다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다. 물론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이나 취약 개도국의 외환위기 가능성 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금융위기 직후보다 불안감이 더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소비저하 요인도 점차 진정될 것이다. 향후 기대수명 증가는 계속되겠지만 증가속도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람들도 이러한 기대수명 증가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상당부분 소비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가계가 기대하는 장기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2012년 이후 성장률이 점차 반등해서 지난해 성장률이 3%대로 회복되었지만 올해 다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은 향후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생산성 향상을 주도했던 수출제조업의 활력이 약화되면서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취업자수 증가로 노동투입의 확대가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당장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예상되어 노통투입을 통한 성장도 곧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위축되고 2020년에는 1%대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그림 8> 참조). 

이에 따라 소비성향의 조정이 향후 수년간 추가적으로 더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정부나 일반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3%대 초중반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 하다. 그러나 2%대 성장률이 올해 이후 지속될 경우 기대성장률도 추가적인 하향조정 여지가 크다. 

일본의 경우에도 1980년대 중반 이후 10년 이상 소비성향 하락이 지속된 바 있다(<그림 9> 참조).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일본 국민들이 미래 기대소득 증가율을 낮추고 소비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자산가격 하락으로 부채상환 압력이 높아지고 가계부채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소비여력이 감소한 것도 소비성향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의 소비성향이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이후였다. 디플레이션 발생으로 여전히 경제상황이 어려웠지만 버블 붕괴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등 심한 충격효과가 다소 완화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소폭 높아진 데 따른 측면이 크다. 2000년대 개호보험의 도입 등 고령층의 노후 불안이 다소 완화되는 정책이 시행된 것도 고령층을 중심으로 소비성향이 상승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내수확대를 통한 경제 선순환 필요 

소비성향 저하는 미래 소득 저하 예상에 대한 소비자의 합리적인 조정에 따른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개인들이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비 위축을 가져와 성장과 소득을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소비성향 하락이 성장세 급락에 기인한 것이지만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 생산과 고용, 소득 감소로 이어져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발생시키고 저성장을 장기화 시키는 역할을 했다. 

내수서비스 육성은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소비성향도 제고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사람들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면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높임과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여가관광, 헬스케어 등 향후 수요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는 부문에 규제완화, 세제 지원 등 정책을 집중하고 공급측면에서 시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확대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늘리고 단기적으로 안전망을 구축해서 노후불안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과도한 소비 위축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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