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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 인공지능이 만드는 미래 세상'


인공지능을 장착한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가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 오고 있다. 구글, IBM 등 유력 IT기업들의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신생 스타트업 기업들의 참신한 기술 아이디어가 접목되면서 자연어 처리나 이미지 식별 등 인공지능 기법 개발에 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새롭고 창의적인 적용사례도 다수 모색되고 있다. 의료, 교육, 개인서비스, 쇼핑, 안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파괴력을 지닌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개인에게는 더 건강하고 스마트한 삶을, 그리고 경제사회적으로는 불확실성과 낭비, 재해와 범죄 등 안전관련 리스크가 최소화된 세상을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공지능의 역할 증대로 인한 일자리 소멸, 개인 프라이버시 제약, 그리고 인간성(Humanity)에 대한 근본적 위협 등과 같은 부작용 우려도 상당한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편 인공지능이 기업경영에 본격 도입될 경우 비즈니스와 조직 구조, 리더십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더 새롭고 차원 높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다 비즈니스 정보를 모으고 분석가공하는 일, 나아가 웬만한 의사결정까지도 인공지능 기계들이 도맡아 할 경우, 조직의 구조와 각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새롭게 규정할 지가 기업의 중대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기회와 위험을 내포한 채 인공지능 시대가 우리에게 점점 구체적 현실이 되어 다가오고 있다. 컴퓨터 시대의 본격 도래를 앞둔 지난 60년대 후반, 현대 경영학계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결국 기계보다 “주인이 더 똑똑해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기회를 최대한 향유하는 한편으로 기계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고 기계가 넘보지 못할 인간적 역량을 유지, 확장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LG Business Insight 1364호의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 인공지능의 현주소’(2015. 7. 29)에 이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에 나타날 제반 변화상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다가오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사회 관점의 이슈들을 짚어 본다. 
  

< 목 차 > 

1. 나만의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
2.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나
3. 인공지능 시대, 빛은 어둠을 이길 수 있을까
4. 인공지능 시대의 기업 경영
5. 인간과 기계가 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세상
 
  

1. 나만의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심장부 팔로 알토(Palo Alto)에 있는 ‘메타마인드(MetaMind)’는 직원 숫자가 10명 내외에 불과한 ‘스타트업(Startup)’ 기업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설립 후 불과 4개월 만인 2014년 12월, 실리콘밸리의 유력 벤처투자사인 코슬라 벤처(Khosla Ventures), 세일즈포스닷컴의 CEO인 마크 베니오프(Mark Benioff) 등으로부터 8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100억원 가까운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아직 뚜렷한 매출실적도 알려지지 않은 이 회사가, 실리콘밸리의 큰 손 투자자들을 선뜻 움직이도록 만든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메타마인드는 인공지능 심화학습(Deep Learning) 연구로 올해 5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리처드 소처(Richard Socher) 공동설립자 겸 CTO가 이끌고 있는 회사이다. 최근 인공지능 연구 분야 가운데 가장 ‘핫(hot)’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심화학습(Deep Learning)을 이용한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컴퓨터가 일상의 언어를 잘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와 컴퓨터 시각(Computer Vision, 컴퓨터가 이미지 데이터를 인식, 분류하도록 하는 것) 관련 기술이 이 회사의 전문 분야이다. 이 회사는 방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분석해 연관성이나 맥락, 복잡미묘한 감정 등을 추출하고 자동으로 인식 및 분류하는 등의 심화학습 기법 개발에 앞서 있을 뿐 아니라, 이런 기법들을 상용화하는 일, 즉 실제 비즈니스와 일상 생활 속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래폼의 개발과 판매에도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텍스트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실시간 감정 반응을 추출해 해당기업이 브랜드 관리, 상품 개선, 고객 응대 등에 활용토록 하거나, 텍스트 형태로 접수된 고객들의 질문과 불만 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내용으로 자동 응대하도록 하는 일과 같은 자연어 처리가 메타마인드 인공지능 플랫폼의 대표적 기능이다. 컴퓨터 시각 분야에서는 엑스레이 등 의료용 이미지로부터 각종 종양을 찾아내거나 당뇨 등 질병 정보를 추출해 의사들의 진단과 처방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음식이나 식재료 사진을 입력하면 칼로리 등 영양정보를 정확히 식별 및 계산하고, 이미지 프로세싱 만으로 자동차의 모델과 연식, 공정 거래가격(fair prices) 등을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메타마인드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가진 스펙(spec) 가운데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사용자가 직접 컴퓨터를 훈련시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나 텍스트를 식별, 분류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군대나 경찰, 세관(공항) 등에서 폭약(화약)이나 마약 등을 탐지하는 특수견의 경우, 초기 훈련을 거친 후 현장에 투입된 다음, 여러 번의 실전 경험과 사람에 의한 지도 교정 과정을 반복하면서 목표물 탐지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마찬가지로, 메타마인드가 출시한 인공지능 플랫폼도 사용자에 의한 추가적 훈련(데이터 투입과 식별, 오류 정정과 피드백의 반복) 과정을 거치면서 사용자에게 특화된 데이터 처리 능력을 키운다. 물론 마약탐지견과 마찬가지로 일정수준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는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정확하게 소기의 임무(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각종 음성이나 시각 데이터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의도한 대로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살아있는’ 동물 수준의 지능을 구사하는 기계(플랫폼)의 등장은 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의도했던 이른바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 개념에 성큼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마인드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더 많은 기업이나 조직, 그리고 개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목적에 맞게 인공지능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소위 인공지능의 범용화, 혹은 대중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이미지나 음성 인식 기능 외에 사용자가 의도하는 대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학습하게 하는 이런 ‘유연성’ 또는 ‘확장성’의 도입은 구글, MS, IBM 등 거대기업들 외에도 더 많은 기업들이나 공공기관, 그리고 창의적인 개인이나 연구자 등이 인공지능을 가치 혁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물론 메타마인드 외에도 범용 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를 앞당길 제2, 제3의 메타마인드가 계속 출현하고 관련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용도 및 활용법)의 혁신이 가속될 경우 인공지능이 우리 주변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일 인터넷과 SNS상에 쏟아져 들어 오는 거대한 용량의 데이터와 초강력, 초고속 연산이 가능해진 컴퓨터 시스템의 결합은 조만간 심화학습 기법의 극적인 발전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 유력 벤처 투자자들과 기술기업들이 이 분야에 기울이는 지대한 관심과 실제 연구개발 투자활동으로 미루어 보면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exponential) 발전과 일상 속에서의 적용 확대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짐작케 해준다. 
  

2.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나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 개막될 경우 우리 인간의 삶은 여러 측면에서 지금과는 크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간의 수많은 미래 기술예측이 말해 주듯이, 인공지능은 일단 인류의 삶을 더 건강하고 편리하며, 안전하고 쾌적하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여타 IT 기술(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공유경제 플랫폼 등)을 아우르는 기술측면의 다양한 융·복합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과 가치혁신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90년대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될 당시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거대한 변화의 회오리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먼저 인공지능으로 달라질 미래 인간 삶의 대표적 단면들을 살펴 보기로 한다. 

① “닥터 왓슨(Dr. Watson)과 상의하세요” 

인공지능은 질병의 진단, 처방, 시술 그리고 사전 예방과 사후 관리에 이르는 의료 기술과 제도 전반에 대규모 혁신을 가져 올 수 있다.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의료용 로봇(그리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활약하면서, 진단과 치료(수술), 처방 등에서 인간적 오류나 실패는 최소화되는 반면, 지금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의료 수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IBM과 유수의 대형 암 전문병원들이 방대한 양의 의학저널과 전문의사들의 기존 처방기록을 내재화한 왓슨(Watson) 시스템을 이용해 각종 암 진단과 처방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프로젝트가 진행된 바 있다. 비용이나 효과 면에서 아직은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 시스템이 향후 상당한 진척을 보일 경우, 언젠가는 인터넷이 연결된 어느 곳에서나 최첨단 현대의학 지식과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는 미래를 점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세계최고 수준의 미국 암전문 클리닉에 가지 않더라도 환자의 질병 이력과 증상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왓슨 시스템에 전송하는 것만으로 진짜 암인지 여부를 판정 받고 증상에 맞는 최적의 치료방법을 조언 받게 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장착된 인공지능 기반 의료지원 애플리케이션들은 기존 환자들의 질병 진행 속도를 낮추거나 수술 후 사후 관리를 최적화하며,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에게는 주요 질병발생의 발생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발생 위험 자체를 낮추도록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도 건강관련 정보를 기계적으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다수 출시되어 있지만, 조만간 현실화될 인공지능 탑재 애플리케이션은 개별 사용자들의 과거 건강(질병) 이력과 현재 상황(증상)을 감안해 의학 교과서를 발췌 정리한 상식적 수준의 정보가 아니라 일선 의료현장에서 검증된 최신 의학정보를 실시간으로 조언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이 경우 의학적 지식과 정보는 의사라는 특수집단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범용재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라”는 경고문은 “먼저 ‘닥터 왓슨(Dr. Watson)’과 상의하라”는 문구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종 질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공지능 기계 의사들이 다수 생겨나면서 사람 의사들의 역할은 크게 달라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사람 의사를 키우고 유지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위암이나 대장암 전문, 당뇨 전문, 불임 전문 등 각종 질환 별로 특화된 인공지능 의사가 만들어져 의료일선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경우 사회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관련 비용도 지금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고령화 시대를 맞아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고령환자 캐어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이나 일반 가정에서 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근거리에서 도와주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론 간단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내장된 채로, 균형잡힌 식생활지도나 복약일정 준수, 비상시 의료진이나 가족, 친지와의 원활한 소통 지원 등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는 맞춤형 인공지능 시스템이 고령환자들의 전반적인 삶을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비용을 경감토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② 나보다 나를 더 잘아는 인공지능 비서 

인공지능은 지금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건강한 삶을 만드는 데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진화된 인공지능과 결합한 개인비서(personal assistant) 기능 및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사용자의 TOP, 즉 그때그때 시간(Time)과 상황조건(Occasion), 장소(Place), 그리고 사용자의 현재 감정 상태에 어울리는 적합한 일 처리와 최적의 안락함, 즐거움을 찾는 일을 적극 도와주게 될 것이다. 

이미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애플 iOS에 탑재된 시리(Siri), 안드로이드 OS의 구글플러스(google+),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10의 코타나(Cortana) 등은 사용자 음성인식, 각종 정보 검색과 제안, 일정 기록 및 조정 등의 기능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보조, 또는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마치 사람 비서처럼 현재의 시간과 장소 날씨 등 주변 환경조건과 사용자의 동작과 사용 패턴(주된 연락처, 대화 상대, 검색기록) 등 각종 정보를 조합해 거기에 담긴 복합적인 의미를 추론하고, 순식간에 사용자에게 가장 도움이 될만한 것, 혹은 사용자가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을 제시하는 똑똑한 기능을 수행하는 일은 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하면서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유능한 개인비서를 갖게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단순한 아이디어 제안은 물론,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협상이나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데이트를 앞둔 사용자에게 지난번 만남 기록에서 추출한 상대방의 언어습관, 전략이나 목표, 사용자 본인의 강약점 등을 분석하고 종합한 나름의 ‘협상(대화)’ 전략과 대안을 조언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조언이라면 사용자의 의사결정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사용자에게 감성적 위로와 영감을 주는 음악을 선곡하거나 여유시간에 볼만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추천하고, 가족, 친구 등과 가볼 만한 핫플레이스, 한창 뜨는 전시회나 공연, 미디어가 추천하는 트렌디한 식당 등을 TOP(시간, 상황, 장소)에 맞게 알아서 준비하는 일도 기본으로 수행할 것이다. 여기에 개인적 고민거리, 특히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 상담이나 진학,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인생 진로를 전문가 수준으로 상담해 주는 인공지능 카운셀러도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작은 스마트폰에 담긴 기계장치에 불과하지만 실제 사람과 거의 차이없는 발성과 친근한 감성을 담아 말하며, 정보의 객관성이나 정확성 측면에서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믿을 만한, 그리고 사용하면 할수록 사용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는 ‘나보다 나를 더 잘아는’ 인공지능 기계 비서를 누구나 싼값에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③ 평생학습·평생근로의 동반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고도의 논리와 추상성을 동반한 고급 학문이 아니더라도 외국어 회화, 자동차 운전, 각종 스포츠와 기기 조작법 등을 배우고 익히면서 사람들은 즐거움과 자부심, 실용성을 얻는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과거보다 더 오래 동안, 여러 차례 직업을 바꾸어가면서 일해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새로운 직업에 맞는 직무능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한 과제이다. 최신 학습 정보와 효과적인 교육기법을 탑재한 인공지능 학습시스템은 인간의 이런 평생학습 니즈를 잘 충족시키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용자(피학습자)와 상호작용을 지속하면서 사용자의 학습 능력과 이해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진행하게 되면 기존의 제도권 학교교육이나 직업훈련 등 사회교육 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IBM의 왓슨이 입증한 바 있는 방대한 지식과 정보 처리능력에다 현재 구글 등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자연어 처리, 이미지와 패턴 인식, 연관성 추론과 감정 분석 등의 기법들이 결합되면 실제로 교육현장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분야에서 앞으로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나면 실제 사람이 가르치는 것에 버금가는 매우 자연스럽고 실효성이 큰 학습시스템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일대일’ 맞춤형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교육(학습) 시스템은 질병, 장애, 그리고 경제적 문제나 통학 거리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정규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하기 힘든 많은 교육 소외자들에게 더 많은 학습의 기회를 열어주게 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 시스템은 일대일 쌍방향 소통과 맞춤형 학습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학습효과도 현재의 일방적, 획일적 교육과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 프린스턴, 스탠포드 등 유명대학들이 참여하는 학습공유사이트인 코세라(Coursera)와 같은 MOOCs(Massive Open Online Courses, 온라인 공개강의) 플랫폼과 인공지능 학습시스템이 결합하게 된다면, 현재의 교육시스템 전반에 큰 균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세계최고 수준의 지식 정보 컨텐츠를 쉽게 접하고, 인공지능의 밀착 지도를 받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규교육 분야 외에도, 인공지능은 현실 생활 속의 다양한 배움과 작업의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유익한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먼저 미래 고령화 사회에서 인공지능 학습 시스템은 고령자들의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자들이 인공지능의 도움 속에 생활에 필요한 각종 최신 지식과 정보, 그리고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직업능력을 배우고 익히면서 세상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 판매, 사후AS 등 일선 작업현장에서도 인공지능은 고령시대의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작업 프로세스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친절하게 가이드하고, 각종 작업 오류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며, 경우에 따라 좀 더 복잡한 고난도의 조립 동작이나 고객응대 행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면서 근로자의 전체적인 작업 숙련도를 끌어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신참자나 고령자는 물론 숙련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작업자의 숙련 수준과 체력, 고유의 행동 패턴이나 습관 등을 파악하여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도와 줄 것이다. 근로자마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 만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보조자를 하나씩 데리고 일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은 고령화로 인한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고령자들에게는 작업능력을 키워 원하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등 기업과 근로자 쌍방이 윈윈하도록 만드는 고령화시대의 중요한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3. 인공지능 시대, 빛은 어둠을 이길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장차 가져 올 총체적 편익의 증가는 현재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기후변화, 고령화, 에너지, 테러, 빈곤 등 21세기 인류의 당면 과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인공지능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최종병기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인간의 지혜로운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문제해결 솔루션을 발견하게 해주는 유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과학기술계의 일부 석학과 비즈니스 리더들은 인공지능이 초래할 잠재적 위험에 대해 강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을 잠재력이 큰 만큼, 그에 비례해, 어쩌면 그 이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저명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와 일런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 빌 게이츠 등 유력인사들은 “인공지능 개발은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며, 기계가 궁극적으로 인간 문명에 실존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간수준에 도달한 인공지능이 곧바로 ‘초지능(Superintelligence)’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인간의 미래가 기계의 손에 좌우되는 세상이 닥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의 인류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 인공지능 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교수는 이런 미래관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는 초지능 기계들이, “인간을 도와서 우리가 직면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풀도록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인간에게 극단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단 하나의 이유는 그들에 비해 더 강력한 두뇌를 가졌기 때문인데, 인공지능, 나아가 초지능의 출현으로 인해, 지능적인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했을 때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킹 박사와 보스트롬 교수, 머스크 CEO 등은 올해 1월 인공지능 개발이 결코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분간 누구도 확답을 내기 어려운 이런 거대담론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개발과 확산이 가져올 여러 가지 리스크와 부작용은 쉽사리 간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의 소멸 문제이다. 육체노동은 물론 정신노동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경우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인간 근로자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사라지는 일자리 숫자를 웃도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으면 중산층 이하 근로자들의 소득과 생활수준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기술 발전의 순기능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믿음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갈등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은 각종 위험을 예측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순기능이 큰 만큼, 반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위협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온 오프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행동을 낱낱이 기억하고 분석하며 예측하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면, 숨기거나 지우고 싶은 과거사는 해당 개인이나 집단의 미래를 발목잡는 중대 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개인의 실체와 무관한, 예를 들어 남다른 외모나 행동패턴, 음성(외국어 발음) 만으로도 경제적 거래를 거부당하거나, 사회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세력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분석, 제시하는 확률에 따라 은행 대출을 거부하거나 더 까다로운 신용카드 거래조건을 부여하는 일, 혹은 특정 학교입학이나 동호회 가입, 기업 입사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부하기 어려운 강력한 아우라(독특한 기운, aura)를 가진 도구가 이런 문제에 개입하고(혹은 악용되고), 고도의 수학적 확률 통계라는 빌미로 특정 개인의 권리를 재단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그 부작용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이지만 과거 나치독일 등이 신봉했던 19세기 우생학(優生學, 유전적 요소가 특정 종(種)의 육체적 정신적 자질을 결정한다는 주장)의 21세기 디지털 버전이 출현하는 시니리오도 상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소 부차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여러 가지 가치 판단의 문제들도 인공지능 시대에는 종종 제기될 것이다. 차갑고 기계적인 논리에 기반한 인공지능의 이성적 판단과 따뜻한 감성과 윤리, 도덕감정에 근거한 사람의 판단이 서로 엇갈릴 경우 어떤 판단을 따라야 하는가, 만약 이런 문제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전체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비화되거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인공지능이 저지른 치명적 실수나 작동상의 오류는 소유자의 책임인가, 아니면 조작자, 혹은 개발자의 책임인가 등등의 문제도 향후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거리로 대두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상과 같은 이슈들은 누구도 좀처럼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개별 과학자나 기업차원에서 이런 부작용과 위협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 원자력과 유전자조작식품, 인간복제 등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전세계 과학기술 전문가, 종교 및 철학자, 정책수립자, 시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국제기구가 만들어지고, 여기서 오랜 토론과 상호합의 과정을 통해 향후 인공지능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일정한 합의와 행동준칙을 만드는 일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4. 인공지능 시대의 기업 경영 
  

인공지능은 기업의 비즈니스 프랙티스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 발전으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와는 별개로, 기존의 조직구조와 운영 방식과 관련해 기업들이 지혜롭게 대응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적잖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조직은 외부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내부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데 존재 이유가 있다.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조직 단위인, 비즈니스 기업의 경우 소비자와 경쟁자 등 시장의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기에 출시해 경쟁자보다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국가나 종교단체, 대학 등의 크고 작은 조직의 경우에도 경영의 기본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에게 닥쳐 올 변화를 예측 분석하고, 꼭 필요한 시기에 합당한 의사결정을 내려 조직이 부여 받은 소기의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고 조직의 수명을 이어가는 것이 조직경영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의 임무이다. 

때문에 지난 수천년 인류사에 수없이 명멸해 온 탁월한 전략가와 위대한 혁신가들, 그리고 전설적인 기업 경영자와 경영의 구루(Guru)들이 갈고 다듬어 온 조직 경영의 베스트 프랙티스는 대부분 ‘정보의 취사선택과 의사결정’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조직에게 닥쳐 올 위기를 미리 내다보는 방법, 중요한 선택을 위해 결단을 내릴 때의 마음가짐,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성공과 실패에 대처하는 자세 등이 그런 것이다. 막연한 선입견이나 충동적 감정, 조직 내외부의 탐욕과 음모에 휘둘려 합리적 정보 분석과 전략 대안 마련에 실패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망친 역사 속의 에피소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경영의 구루들이 남긴 허다한 지혜와 경계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조직 운영의 실패는 지금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업을 비롯한 조직 경영의 승패를 좌우할 정보의 수집과 분석, 그리고 전략대안 수립을 비롯한 중요 의사결정이 인공지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기업경영과 관련된 중요 정보 처리와 의사결정에서 인간(혹은 인간적인 요소)을 배제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기본적인 데이터만 입력하면 날씨, 스포츠, 주식시황 등과 관련된 신문기사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의 유력 언론에서 실전에 활용되고 있으며, 기업 재무보고서에 숨어 있는 긍정, 부정의 맥락을 추출해 주주나 잠재적 투자자의 의사결정 참고자료로 사용하게 만드는 인공지능 기법도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소비자들이 보내는 신호, 즉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와 알려지지 않은 니즈를 읽어 내는 방법도 개발되어 있다. 기계 스스로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며, 정교한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아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언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것인지, 또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지 등에 관해 최고경영진이 참고할 만한 새롭고 중요한 인사이트와 합리적 의사결정 대안을 만드는 일까지 수행하는 소위 ‘경영 기계(Management Machine)’의 출현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점이 오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수 천년 동안 인류가 쌓아 온 조직 경영의 지혜, 특히 지난 100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시장경제가 꽃을 피우는 동안 축적된 기업경영의 베스트 프랙티스와 최신 기업경영 이론이 인공지능 속으로 들어갈 경우, 그 파괴력은 조직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근본을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로 클 것이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기업경영에 이식될 경우 기존의 대기업 조직구조는 동심원, 또는 판옵티콘(Panopticon, 원형감옥) 형태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에 관련된 각종 정보를 모으고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며, 이를 최고경영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전에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중간 관리자들의 역할이 대폭 줄어들거나 존재 자체가 의미를 상실하면서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생기는 일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는 거대 피라미드 형태로 운영되어 온 기존의 조직구조는 해체되고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극소수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각종 경영기능의 최일선 말단조직이 동심원 혹은 방사형으로 포진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에 의한 경영이 본격화되면, 제러미 벤담이 고안했던 판옵티콘처럼, 최고경영자는 중간 관리자의 개입으로 인한 불필요한 노이즈나 자원의 낭비 없이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한눈에 파악하면서, 한편으로는 알고리즘에 의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기계에 의한 경영’이 당장 기업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 장기적으로 중간관리자의 공동화 현상은 많은 조직에서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리더들의 자질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현대 기업경영의 구루로 추앙받는 피터 드러커는 컴퓨터가 기업경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난 1967년에 쓴 아티클에서 “컴퓨터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순서에 따라 집행할 뿐이다. 완전 바보이다. 거기에 컴퓨터의 강점이 있다. 컴퓨터는 우리를 생각하고 기준을 세우도록 강요한다. 도구가 어리석을 수록, 주인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드러커의 언급은 종종 컴퓨터에 의한 경영의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인용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기계(인공지능)가 똑똑해지는 만큼, 도구의 주인인 경영자는 더 똑똑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영의 많은 과제들을 인공지능 기계가 대신하는 경우, 최고경영자의 비교우위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최고경영자 뿐아니라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역할을 잃게 될 많은 중간관리자들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질문이 될 것이다. 해답은 우선 인공지능이 감당할 수 없는 더 가치있는 일, 즉 인공지능 시대가 오더라도 오직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고도의 입체적 사고능력과 예측력, 현장에서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판단 등을 요구하는 기업경영에서 인공지능 기계가 도저히 메울 수 없는 빈틈을 찾아 파고드는 일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각급 리더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계 알고리즘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예외적 상황을 생각하는 일, 기계가 전제로 삼은 가정이나 판단에 대해 적합한 질문을 던지는 일, 그리고 도출된 결과물(인사이트)을 적절하게 해석하고 관리하는 일 등은 최고경영자와 주변 리더들의 몫이 될 것이다. 사실 알고리즘이 주는 인사이트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위험한 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 내부에서는, 최고경영자들과 관리자들이 통계/확률 알고리즘을 이용해 투기적 자산거래를 하는 소위 “퀀츠(Quants)”들 사이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장난을 벌이고 있는 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사후적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의 경영자들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이익에만 취해, 그들의 비정상적 행태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들의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비극적인 파국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기업경영도 이 경우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그 능력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업이 직면한 현실이나 주어진 조건과의 통합을 모색하는 일, 기계가 만든 의사결정을 조직의 역사나 최근 맥락에 맞게 조율하는 일, 그리고 이를 조직 전체에 전달할 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기계가 중요해질수록 더 중요해지는 경영자들의 핵심 스킬이 될 것이다. 

물론 기계와의 공존을 위한 이런 기본적인 역할 변화 외에도, 미래 고객과 시장의 복잡미묘한 변화 흐름을 읽고 고도의 추상적 감성이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사용가치를 담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상하고 구현하는 일, 그리고 내일을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일 등은 내일을 내다볼 줄 아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능력에 기반해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일은 최고경영자와 중간리더, 그리고 모든 조직 구성원 각자가 인공지능 시대에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5. 인간과 기계가 함께 만드는 더 나은 미래 세상 
  

인공지능, 로봇 등 똑똑한 기계의 등장에 대해 인간 사회의 반응은 기대와 흥분, 불안과 공포로 엇갈린다. 기계가 사람을, 특히 단순반복적인 육체나 정신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그래서 10~20년 내에 지금 존재하고 있는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등의 예측은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인 수용반응을 만들어내는 가장 대표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과 로봇의 미래상을 다룬 ‘제2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의 저자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류 맥아피는 이런 기술의 진보가 많은 사람들을 낙오하게 만들고 경제적 불평등을 가속시킬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 2015.6) 최근호에서 토마스 데번포트(Thomas Davenport) 밥슨칼리지 석좌교수가 지적한 대로, 인공지능, 즉 생각하는 기계의 출현을 단순히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자동화(automation)으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더 깊어질 수 있는가, 얼마나 더 확장될 수 있는가를 가늠해 보는 ‘증강(augmentation)’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계와 인간이 서로 싸우는(against) 경주가 아니라, 기계와 인간이 함께 하면서(with)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경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데번포트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이 그동안 내재적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해 왔던 일, 그렇지만 더 복잡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컴퓨터는 소화할 수 없는, 코드화나 구조화가 불가능한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만약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인공지능의 발달과 더불어 기계 의사가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시대가 오더라도, 그 기계를 유지 보수하고 최신 의학정보로 업데이트하는 역할을 할 의학 전문가는 누군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계의사가 만들어낸 최종 판단을 검증하고 사람 환자에게 전달하며 후속조치를 조언해줄 사람 의사는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까지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는 당분간, 또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 의사의 절대적인 숫자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지금보다 더 가치있는 일에 도전하는 의사들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의사들은 인공지능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암 정복, 생명 연장의 열쇠 발견 등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의학이나 생명과학 분야의 난제들을 돌파하고 더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의사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계의 지속적 출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취약한 지위에 서게 될 많은 교사, 군인이나 경찰, 일선 공무원, 기업의 중간관리자 등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더 가치있는 일자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교육 제도와 컨텐츠를 미래에 적합하게 바꾸고 창의와 혁신 인센티브를 널리 키우는 등 이 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접근자세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와 사라지는 일자리의 상대적 크기와 속도 등이 전적으로 좌우될 것이라는 점도 기억할 부분이다. 

인공지능 시대, 생각하는 똑똑한 기계의 시대의 도래는 수 만년에 걸친 현재 인류의 진화 및 발전사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8세기 후반 증기엔진의 출현으로 인간이 육체노동에서 대폭 자유로워진 지 불과 200여년 만에 인간은 다시 고된 정신 노동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장차 인류의 파멸을 재촉할 대재앙으로 이어질 지, 아니면 인류 문명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지는 누구도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많은 석학들이 조언하는 대로 그 열쇠는 인류가 쥐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를 비롯해 지난 200년 동안 크고 작은 기술혁신을 거치면서 축적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계를 단순히 사람을 일자리에서 밀어내는 대체재에 그치지 않도록 하고, 사람만이 갖고 있는 창의와 혁신의 고유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보완재가 되도록 만드는 일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오직 오래되고 낡은 것(제도, 기술, 관행 등)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 집착이 방해물이 될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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