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디지털이 뷰티산업의 혁신 이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안티에이징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고, 외모관리가 곧 자기관리의 지표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뷰티 산업은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면서 제품개발, 생산, 마케팅 및 유통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뷰티산업에 대한 관심
최근 1~2년 사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업군 중 하나가 바로 화장품이다. 한류 붐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화장품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화장품과 같은 뷰티 분야는 과거 국내 소비자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수용’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비교적 영세한 업종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선두 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어 국내 화장품 산업을 둘러싼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다.
글로벌 관점에서도 뷰티 산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뷰티 산업 중 상대적으로 통계가 잘 집계되는 화장품 분야는 전세계 시장 규모가 약 2,140억 달러(2014년, 유로모니터 기준)로 2000년대 이후 연간 5%대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2020년까지의 성장률 또한 5% 선에서 무난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과거 시장 성장을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 일본 시장의 성장세는 2~3%대로 낮고, 아시아, 남미 등 신흥 시장의 성장률은 10%에 육박하는 등 지역별로 발전 양상은 매우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관심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고성장 시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거대 기업들은 일찍부터 글로벌화를 전개하여 외형을 성장시켜 왔다. 패션·뷰티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WWD의 통계에 의하면, 2014년 기준 Top100 뷰티 기업들의 총 매출은 2,074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이를 2009년 매출자료와 비교하면 연평균 약 8%씩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수치는 전체 뷰티 시장의 성장률인 5%를 웃도는 것이다. 이처럼 대형 기업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은 시장이긴 하지만, 뷰티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인식하고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가깝게는 패션, 유통업계부터 대형 병원, 요식업체, 건설업체까지 다양한데, 국내의 경우 2015년 9월 기준 화장품 제조판매업으로 등록한 업체만 8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 대응이 중요한 시장
사실 화장품과 같은 뷰티 분야는 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지는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는 단순하기보다는 복합적인 속성을 갖고 있어 상당한 역량, 소위 ‘내공’이 필요한 분야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기능이 요구되는 일반 퍼스널케어 제품과는 달리 뷰티제품은 자연과학이나 공학적 측면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문화/예술과 연계된 감성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종합적이고도 다면적인 속성이 있다. 뷰티제품 내에서도 기능과 품질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스킨케어보다는 색조화장품이나 향수 제품이 특히 이런 속성이 강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뷰티 분야는 대중문화나 예술, 가깝게는 패션 분야에서의 트렌드가 중요한 영향 인자가 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시즌에 따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중국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유행한 지난 수 년간 ‘한류’가 중국 젊은이들의 문화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트렌드로 작용했고, 해당 드라마에 출연한 연예인의 스타일을 따라하기 위해 한국 화장품과 의류가 폭발적으로 팔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화예술 컨텐츠의 유행과 더불어 매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물론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이 유행이 끝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선호가 빠르게 사라지기도 쉽다는 위험성도 상존하고 있다. 물론 한국 화장품의 최근 인기는 유행에만 근거했다기보다는, 경쟁 브랜드 대비 동등한 품질을 보유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등 가성비가 뛰어났다는 점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한국 여성들의 화장법이나 미용 스킬 등의 수준이 아시아뿐 아니라 서구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볼 정도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국인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과 까다로운 요구들은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뷰티산업은 기능/품질 개선뿐 아니라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만한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산업보다도 혁신적인 마인드가 요구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빠르게 변하는 뷰티 산업
최근 ‘개인화(Personalization)’와 ‘스마트화’가 뷰티 분야에서도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전자·IT 기술과의 융합이 다방면에 걸쳐 시도되고 있다. 전자·IT 기술은 미용기기와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 등장을 가능하게 하거나, 스마트폰 앱과 가상현실 체험 등을 통해 기존 제품의 사용경험을 좀더 풍부하게 하는 역할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e-commerce가 활성화되면서 뷰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용후기, 제안이나 의견 등이 온라인상에 막대한 양의 데이터로 쏟아지고 있어, 뷰티 분야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있어서도 빅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제품개발/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IT기술의 접목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과거의 뷰티 소비자들은 남들이 구매하는 제품을 따라 사고 특별한 날에만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 등 소극적이었지만 최근의 젊은층은 다르다. 끊임없이 트렌드를 탐색하고 남들과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뷰티 트렌드와 관련된 정보는 SNS 등을 타고 예전과 달리 빠른 속도로 공유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관련 컨텐츠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전문 블로그나 카페에 게시된 정보를 탐색하여 리뷰를 읽은 후 제품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하는 소비 패턴은 일상화가 된 지 오래이다. 뷰티 산업의 전통적인 판매모델이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들 외에 뷰티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과 IT 스타트업 등도 사업에 활발히 참여하며 열기를 띠고 있다.
새로운 유통/서비스 모델
● 온라인 기반 유통 채널 급성장
온라인, 특히 모바일 유통은 뷰티 산업에서도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는 소비자들에게 뷰티정보를 공유하고 제품/서비스 공급업자들의 마케팅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의 온라인 소비인구 증가는 화장 인구를 늘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중국에서는 모바일 SNS 메신저(위챗, 웨이보)와 유통업이 결합하여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웨이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웨이상에게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 바로 화장품이다. 중국 내 웨이상의 숫자는 현재 약 1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어, 유통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유통업체나 제조업체가 중심이 된 쇼핑 플랫폼 이외에도,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사업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Subscription(구독) 서비스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Try before you buy’라는 컨셉인데, 가입자에게 월정액을 받고 4~5개의 신제품 샘플 등을 박스에 넣어 서비스하는 형태이다. 주로 최근에 설립된 뷰티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구독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미국의 Ipsy, GlossyBox, Birchbox, 한국의 미미박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구독서비스는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직접 질감을 확인하고 향을 맡아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테스트한 후 구매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다는 점에 기반했다. 최근 다양한 브랜드의 신제품들이 엄청난 양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구독을 통한 샘플링은 전문가의 관점에서 제안하는 핫한 신상품을 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Birchbox의 경우 2013년 40만명이던 가입자가 2014년에는 80만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설립 초기 이들의 사업모델은 유명 화장품 업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제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자 제조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등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최근 구독서비스 업체들도 PB 제품 출시로 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하는 등 사업모델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 On-demand 뷰티서비스의 등장
뷰티 분야에서도 Uber, Airbnb 등과 같은 On-demand(온디맨드) 형태의 사업모델이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디자이너가 찾아와 직접 꾸며주는 서비스는 일부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프리랜서 전문가들과 모바일 서비스가 결합되어 가격대가 낮춰지면서 대중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종의 출장 미용 서비스와 부킹(예약) 플랫폼 등으로 나눠지는데,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와 계약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에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중개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GlamSquad는 100달러 수준의 비용을 내면 자신의 집에서(혹은 사무실에서) 헤어, 네일,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다수 등장했다. 종합적인 뷰티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마사지(Zeel, Soothe), 헤어 염색서비스(Madison Reed), 네일서비스(Manicube) 등 특정 분야에 특화하는 업체도 있다. 영국의 Wahanda와 같은 뷰티서비스 부킹 플랫폼은 8천여개의 스파, 헤어살롱 등과 계약이 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지원하고 온라인 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온디맨드 서비스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전문가 프로필을 제공받음으로써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기 LA나 뉴욕 등 대도시 중심이었던 온디맨드 뷰티 스타트업들의 경우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 제공 폭을 넓히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뷰티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피트니스와 같은 웰니스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구독서비스나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의 창업자들이 과거 패션/미용업계에 몸담았던 사람들뿐 아니라,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IT벤처나 MBA 출신, 일반 소비자 등도 다수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벤처투자업계의 차기 유망분야로 뷰티 분야를 꼽고 있기도 하며, 이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자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구독서비스 업체인 Ipsy의 경우 지난 9월 1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것이 발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Smart Personalization’으로 진화 중
● 증강현실을 통한 가상 체험 제공
뷰티 소비자들에게 보다 풍부한 컨텐츠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과 같은 IT 기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증강현실 앱은 소비자가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해보지 않고도 스마트기기의 카메라를 통해 가상으로 메이크업/헤어/네일 등을 시연해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미 L’Oreal Paris나 Yves Rocher 등 화장품 업체들을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다. 증강현실 앱은 안면인식 기술이 기반이 되는데, 개개인의 얼굴 표정, 눈매·입술 등 얼굴 윤곽을 구별하고, 얼굴의 다양한 움직임과 빛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발색력 변화 등을 반영하여 실제 화장한 얼굴을 미리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의 종류와 색상, 화장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L’Oreal은 이러한 앱을 개발하기 위해 페이스 맵핑 전문기술업체 Image Metrics와 협력했다. 단지 메이크업 분야뿐 아니라 피부상태를 측정하거나, 가상 성형수술 등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앱들도 이미 출시되어 있다. IoT(사물인터넷) 개념의 융합 제품들도 등장하는 추세이다. 가구에 센서나 카메라를 부착하여 피부미용 관련 팁을 제공하는 형태인데, 예를 들면 화장대 거울에 고해상도 카메라를 설치하고 거울 앞에 앉은 사용자의 얼굴을 촬영하여 피부 상태를 알려주는 일종의 진단기술이 결합된 컨셉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구매 프로세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제품을 직접 구매하기 전 간접적인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이러한 체험을 통해 실제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과거 화장이나 외모관리에 무심했던 잠재적 소비자들을 시장으로 끌어오는 데 셀프 체험 앱 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첨단 기술과 결합된 보다 개인화된 솔루션 등장 예상
AR 뷰티앱으로 소비자들이 피부나 메이크업상의 문제점을 인식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도구만으로는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등의 실제적인 행동에 나서길 주저하는 등 한계가 있다. 그러나 만일 여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판단이 결합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 고민이 있는 소비자가 본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하면, 이를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피부관리사 등 전문가가 진단을 한 후 여기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고 팁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가 보편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사전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미리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절차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들 전문가 집단 대상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소비자들에게 추천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된다.
빅데이터와 결합한 인공지능 기술은 이런 전문가의 조언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개인의 피부톤·형태·질감, 눈매·입술의 모양, 헤어스타일 및 컬러 등의 정보를 입력하고, 라이프스타일과 선호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특정 개인에 맞춤화된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약간 차원이 다르지만 개개인의 유전정보 특성을 이용한 맞춤화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GeneU라는 업체는 타액을 이용한 DNA 테스트기기와 분석결과에 근거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GeneU의 진단기기는 콜라겐 감소, 항산화 보호에 관련된 2가지 유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매장에서 30분 안에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피부과학자들은 이러한 제품의 효능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차후 관련 기술이 정교화되면 광학기술 기반의 영상진단 프로세스에 추가하여 새로운 마케팅/판매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팅 기술 또한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지원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2014년 Mink라는 스타트업이 립스틱, 아이섀도 등 메이크업 제품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터를 선보인 바 있다. 일종의 DIY 솔루션으로, 기존의 제품 중에 자신이 원하는 색이 없거나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 밖에 없는 경우에 소비자가 원하는 색을 PC, 혹은 모바일 상에서 골라 선택하면 3D 프린터가 이미 준비된 염료와 각종 화장품 재료를 믹스해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컨셉이다. 3D 메이크업 프린터는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원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고안되었으며, 프린터의 가격은 200~30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DNA testing이나 3D 프린터 등의 맞춤형 솔루션이 상업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매스마켓 위주의 뷰티 비즈니스를 서서히 변화시키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디지털 기술로 뷰티 산업의 업그레이드 진행 중
직접적인 체험과 감성이 중요한 뷰티 분야에서 온라인의 가상 체험만으로 구매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대신 이러한 디지털 기술들이 활발히 활용되면서 이전에는 뷰티의 체험이 기존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적인 단순한 흐름에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좀더 사용자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쌍방향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뷰티 사업에 뛰어들고, 사용자들의 평가가 빠른 시간 안에 수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는 환경에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 모두 그저 그런 제품과 서비스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모방이 빠르고 경쟁이 치열했던 시장에서 생존해 나가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OEM/ODM 같은 전문 제조업체들이 부상하면서 다른 브랜드라 하더라도 비슷한 퀄리티의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과 도구의 등장으로 단시간 안에 me-too 제품을 출시해 내는 것이 용이해지고 있다. 반면 마케팅 수단이 다양화되며 투자에 필요한 비용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며 개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유지되는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차별화를 위해서는 비슷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좀더 색다른 체험과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기술이 이러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뷰티 기업들은 이미 필요성을 인지하고 다각도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습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IT 기업들과 제휴하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 전문과학자 등을 내부 연구진으로 활발히 확보하고 있다. 제품 개발에 있어서도 자체 연구소를 통한 연구개발뿐 아니라 중소형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파트너십을 상시적으로 탐색, 추진하고 있다. L’Oreal의 경우 스타트업, 대학 등으로부터 나오는 연구결과물을 좀더 빨리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 ‘Connected Beauty Incubator(CBI)’라는 조직을 설립했다. LVMH 산하 글로벌 명품 화장품 유통 채널인 Sephora의 경우 ‘Sephora Lab’을 통해 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다수의 뷰티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스타트업 조직을 운영하며, 트렌드에 좀더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형태의 시험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뷰티 업계는 과거의 폐쇄적인 틀에서 벗어나 IT 등 타 산업과 활발히 융합을 시도하면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뷰티 비즈니스에 참여하면서 이런 변화는 더욱 촉진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내놓는 새로운 사업모델도 뷰티 산업의 구조 변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그들의 사업 자체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뷰티 비즈니스의 혁신과 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뷰티산업에서 ‘Asian style’이 주목을 받고 있고, K뷰티의 붐을 타고 SokoGlam 등 한국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타트업 등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뷰티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요즘, 참신한 아이디어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제품과 사업모델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좀더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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