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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대중문화의 새로운 아이콘

■ 경제보고서 ■ | 2016. 2. 11. 14:07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웹툰, 대중문화의 새로운 아이콘'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밀려나는 듯하던 만화가 스낵컬처를 선호하는 IT모바일시대의 대중문화 트렌드와 함께 부상하고 있다. 웹툰은 ‘PC와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밀레니엄 세대’와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 세대’ 모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으로, 문화 산업 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로 음악을 듣고 인터넷 만화 웹툰을 감상하는 모습은 출퇴근 시간 전철의 익숙한 풍경이다. 마치 심심할 때 스낵을 먹듯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웹툰이라는 문화스낵을 소비한다. 웹툰을 서비스하는 상위 5개사의 통계를 합산하면 웹툰을 보는 소비자의 수가 9,0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초창기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대표적인 덕후 시장 아이템으로 여겨졌던 웹툰이 문화 산업 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각되고 있다.


만화에서 웹툰으로


글과 이미지를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오락적인 요소를 가진 만화는 다양한 스타일로 발전해왔다. 20세기 중-후반에는 만화가 팝아트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앤디 워홀은 코믹스의 히어로를 소재로 팝아트를 시작했지만 당대의 유명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에게 뒤지면서 실크스크린으로 전향한 바 있다. 만화는 코믹스트립 형식으로 신문에 게재되어 ‘저널리즘과 협업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선보이며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고바우’ 등의 만평이 ‘촌철살인의 풍자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만화의 품격을 높이던 시절이 있었다. 만화가 가진 대중과의 소통능력과 재미는 팝아트와 저널리즘에서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게임, 광고, 출판, 디자인, 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부가가치를 창조해왔다.


하지만 만화는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 출판만화의 위축과 함께 부진을 겪으며 ‘오락문화로서의 아이콘’을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에 넘겨주고 사양산업으로 밀려나는 듯 했다. 디즈니가 2009년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0억 달러에 인수하고, 아마존이 2014년 미국 최대의 디지털 만화포털 ‘코믹솔로지’를 인수하는 등 미국에서는 만화업계의 M&A 바람이 불면서 만화산업의 지형이 바뀌기도 했다. 서구의 만화산업은 아마존, 디즈니 등이 참여하고, e-Book의 형식을 대거 선보이며 재도약의 기회요인을 모색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e-Book을 비롯해 인터넷에서 유통될 목적으로 제작되거나 편집되는 만화를 웹코믹스라 할 수 있다. 웹코믹스의 효시는 에릭 밀리킨의 ‘마녀들과 바늘땀 (Witches and Stitches, ’85)’이나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였고, 최근 DC와 마블사의 작품 다수가 디지털화되면서 전자책 중심의 웹코믹스가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서구의 인터넷 만화 가운데 NASA 로봇 공학자 출신인 랜들 먼로가 그린 사이언스 웹툰 ‘XKCD’(’03)가 주목할 만하고, 크리스 외 3인이 공동제작한 웹코믹스 ‘시안과 행복(Cyanide and Happiness, ’04)’도 고전에 속한다. 먼로와 크리스의 단순한 캐릭터 이미지와 일상적인 소재는 한국의 인터넷만화 가운데 ‘일상툰’을 연상시킨다. 특히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서 유명해진 웹코믹스 ‘f7u12 레이지 가이(’09)’는 인터넷 누리꾼들이 직접 그림과 글을 편집할 수 있도록 소스가 개방되면서 ‘레이지 코믹(Rage Comics)’이라는 독특한 공유형으로 재탄생하였다. 레이지 코믹을 제작할 수 있는 PC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앱 등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웹툰은 서구 웹코믹스의 한국 버전이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 희作 ‘무인도’(’96)가 최초의 웹 만화이며, 웹투니스트 강풀의 등장(’03~)으로 웹툰의 인기도가 올라갔고, 윤태호의 ‘미생’(’12~)이 가장 성공한 웹툰 작품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일본의 만화 시장에서는 온라인 만화가 e-Book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반면, 한국에서는 만화의 창작과 유통을 웹으로 잇는 웹툰이 붐을 일으키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웹툰이 전통적인 출판만화 시장을 선도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면서, 관련 업계와 언론은 웹툰을 만화산업의 부진을 딛고 만화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OSMU로 나아가게 하는 요소로 주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웹툰의 등장과 함께 만화산업의 규모가 커지며 콘텐츠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만화와 웹툰을 국외로 수출하려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웹툰, 왜 뜰까?


① 웹 기반 ‘문화 소비 시대’의 새로운 유통 방법


IT기술 진보와 모바일 환경 조성에 따라 문화를 소비하는 양상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대인들의 정보유통과 문화 소비는 스마트 기기에 더 의존하는 트렌드를 보인다. 통신사들이 음성요금을 무료화하고 데이터 중심 요금을 속속 제시하는 것도 ‘인터넷 기반 정보유통과 문화소비 현상’이라는 현대인의 정보통신 기호변화를 반영한 모습이다.


모바일 웹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 웹을 통한 대규모 문화소비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콘텐츠 산업의 외연 또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4년 말, 1조 9천억 US달러에 달한다. 휴대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산업 총합의 두 배에 가까운 놀라운 수치다. 이는 기업과 시장이 문화산업에서 더 많은 기회요인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웹툰은 인터넷 기반 문화소비시대에 적응하면서 만화에 대한 기호를 소수 덕후 마니아에서 일반대중으로 확산시키며 신드롬이라 할 만한 인터넷 만화 열기를 조성하였다. 웹툰 전문회사 레진의 서현철 총괄 PD는 웹툰이 뜨는 현상을 ‘모바일로 서비스되는 최적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DICON 2015,  세계웹툰포럼). 이에 덧붙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웹툰의 ‘컬러 지향성’과 함축적인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화의 압축적 매력’도 웹툰의 인기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퇴근시간과 휴식시간 등 짧은 시간에 눈길을 끌만한 ‘매회 작은 분량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드라마 형식’은 다수의 소비자에게 ‘웹툰 중독성’을 키운 핵심요소이다.


② 스낵컬처(Snack Culture)를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대중문화소비 트렌드


발레와 고전음악 콘서트, 드라마 극장에서 드레스 코드에 신경을 쓰고 공연시간 내내 무대에 집중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일종의 관람객 에티켓이다. 반면 영화관이나 대중음악 콘서트에서는 팝콘과 비교적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허용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심심할 때 스낵을 먹듯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문화를 즐기는 양상인 스낵컬처’는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에 부합하며 주변부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진입하고 있다.


스낵컬처는 기술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여러 형태로 존재해왔다. 대표적인 스낵컬처로 3~5분 길이의 ‘대중가요’가 있다. 1900년대 초기, 10인치(25cm), 12인치(30cm) 레코드에 3분, 5분이 넘는 곡은 기술적으로 녹음이 불가능하여 상당수가 레코드 러닝타임에 맞춰 작곡되었으며, 현재 대중가요들은 3분정도의 길이로 더욱 짧게 작곡된다. 이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면서 자투리시간에 스낵을 먹듯 대중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부응하려는 현상이다.


1980년대에는 주류 대중문화에서 벗어난 반항적인 힙합 문화가 등장하였고, 격정적인 ‘브레이크댄스’도 나타났다. 당시 미국에서 힙합퍼들이 어깨에 거대한 붐박스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다. 길을 가다가 ‘스낵이 먹고 싶을 때 먹듯’ 거리를 걸으면서도, 흥이 나면 언제든 걸음을 멈추고 춤을 추었는데 이 때, 춤에 활력을 불어넣고 심취하기 위해 덩치가 큰 오디오플레이어를 휴대한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취향과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면서, 어깨 위의 거대한 오디오플레이어는 힙합 패션에서 자취를 감췄다. 스낵컬처에도 패션의 변화가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오프라 윈프리 같은 대중 소통의 아이콘이 나타나 자질구레한 일상을 TV 토크쇼에 올리며 히트를 쳤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기존의 다른 토론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을 갖고,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커피와 스낵을 먹으며 즐기는 분위기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 방송의 경우, 젊은 세대는 본 방송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스낵과 같이 짧은 편집화면’을 선호하는 경향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모바일 환경 개선 및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과 함께 모바일 인터넷은 텔레비전을 추월하여 ‘콘텐츠 유통의 대표적인 채널’이 되었다.  인터넷 사용 기반 초기에는 오프라인에서 흥미를 끄는 콘텐츠가 온라인에 오르고 인기를 확산시키는 모습이었으나, 최근에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면 오프라인으로 인기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웹툰은 간결한 스낵컬처를 선호하는 대중문화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특성을 가졌다.


③ 일상툰,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매력


웹툰으로 소개되는 만화장르는 크게 완결식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장르웹툰’과 2) ‘대중의 주목을 끄는 화두나 공감할 만한 일상의 소소한 일, 생활 주변의 흔한 소재’를 테마로 하는 ‘일상툰’으로 나뉜다. ‘일상툰’은 일반적으로 ‘장르웹툰’의 인기를 넘어서기 어렵다. 하지만 일상툰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미니 드라마 형식으로 연재’하면서 오늘날 한국에서 함께 사는 동시대인들이 공감하는 ‘일상의 공유’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웹툰의 중독성을 전파해왔다. 일상툰은 텔레비전 일일 드라마와 같은 중독성을 가졌다. 일상툰의 매력은 포털사이트의 ‘독자 평가와 공유 시스템’기능을 통해 더 확산되는 효과를 보인다.


언론을 통해 사회의 주요 담론들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언론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일상툰으로 재탄생하거나 언론이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들이 일상툰으로 만들어지면서 웹툰은 ‘이슈가 되는 뉴스를 공유하는 매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상툰과 장르웹툰이 혼합되는 장르가 관찰되기도 한다.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웹툰 ‘미생’은 ‘직장인의 잔잔한 일상을 그린 일상툰’의 속성을 가졌다. ‘미생’만큼 단기간에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마음의 소리’(’06~) 역시 일상툰 작품이면서, 1천회 연재라는 대기록을 달성(’15.12)하였다.


진화되는 웹툰 생태계


① 기업화된 만화 시장


웹툰이 단순한 오락만화시장에서 벗어나 문화산업화의 길을 걷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포털을 중심으로 생성된 웹툰 생태계’를 손꼽을 수 있다. 기존의 출판만화와 e-Book은 1인의 작가와 온-오프라인 출판사가 사업성과 작품성을 논의하는 구조이다. 반면 웹툰의 경우, 포털이 주요 사업자가 되면서 ‘제작과 유통구조’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며 기존 e-Book과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하고, 만화의 제작-유통 전 과정을 기업형으로 변모시켰다.


다음 카카오와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은 웹툰의 잠재적인 가치에 주목하면서 ‘전업 작가들과 독자들을 포털이라는 일정한 유통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면서, 1)수천 명이 넘는 전업 카툰 작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2)마치 단일 회사조직에 속한 직원들처럼 매일 작품을 생산’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웹툰이 포털에 게재되고 독자들이 포털에서 웹툰 서핑을 즐기게 되면서 ‘포털+수천 명의 창작자들+모바일&데일리 서비스’라는 웹툰 생태계가 나타났다.


웹툰의 독자층 확대에 성공한 포털 사업자들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올레마켓 웹툰, 카카오 페이지 웹툰 등)은 광고를 곁들이고, 초기에 무료로 서비스하던 웹툰을 부분 유료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였다. 포털의 수익이 만화가들에게 전해지면서 웹툰 생태계도 활기를 띠게 되었다. 다수의 창작자들은 포털에 소속된 전업 만화가로서 포털이 확보한 수익을 공유하며, 안정된 환경에서 보다 풍부한 내용의 웹툰을 생산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② 웹툰 프로듀서의 등장과 새로운 가능성

 

포털 사업자가 주도하는 웹툰 시장은 웹툰의 생산과 관리, 유통에서 고용효과를 유발하고 새로운 직업군도 만들어 냈다. 하나의 포털은 4천명 전후의 웹툰 작화가를 관리하며 일정한 분량의 웹툰을 매일 생산하고 유통한다. 과거 생계에 위협을 느꼈을 전업 만화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엿한 직업인이 되었고, 일부 웹투니스트들은 국내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과 대만, 일본 등지의 로컬 만화전문 서비스 업체에 진출하기도 한다. 포털은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작품의 대중성 관리를 위해 ‘이용자들의 니즈를 작화자들이 창작활동에 반영’하도록 돕는 웹툰 프로듀서라는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웹툰 프로듀서의 역할은 일반 텔레비전 드라마의 피디와 유사하나 ‘직접 작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웹툰 프로듀서는 소비자들의 희망사항을 창작자들에게 전달하고, 창작 작품의 방향성을 관리하면서 웹툰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입장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한다. 또한 웹툰 프로듀서는 기존의 만화 편집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저작권 판매, 신인 작가의 물색과 우수 작가의 영입도 주도한다.


웹툰 프로듀서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웹툰 시장은 포털의 영향이 더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웹툰 프로듀서는 웹툰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웹툰 프로듀서와 다수 전업 작가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전체 만화시장의 파이가 더 확대되고 있다.


국내 웹툰 시장이 포털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포털 사업자들과 국내에서 경쟁하기보다 해외에서 가능성을 찾는 전문기업도 다수 등장하였다. 타파스틱, 롤링스토리, 레진, 코미코 등이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전문업체로 손꼽힌다. 네이버가 2014년 하반기에 출시한 라인웹툰은 영어와 중국어 등으로 웹툰을 서비스한다. 웹툰의 해외 진출은 초기단계이며 국내 웹툰 플레이어들은 외국의 로컬 만화 작품들과 경쟁을 하면서 부분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타파스틱은 미국 허핑턴 포스트의 ‘엔터테인먼트’난에 요일별 웹툰을 선보이고, 롤링스토리 역시 미주와 캐나다 시장을 공략하며 네이버와 같이 ‘일상툰’을 제외한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레진은 엔씨소프트에서 50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게임을 소개하는 웹툰과 장르웹툰을 우선 제공하고,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선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만화의 잠재력과 웹툰


① 다양한 장르와 융합


만화는 사용자의 접근 방법에 따라 다양한 활용성을 보인다. 영화, 드라마, 광고의 기획 단계에서 ‘콘티’로 쓰이기도 하며, 저널리즘이나 문학과 융합되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IT기술 진보와 함께 만화의 잠재적 가능성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지던 기사를 웹코믹스로 제작하여 보도하기도 한다. 이는 웹툰이 저널리즘의 영역을 다룰 개연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아직까지 활자로 된 기사가 그래픽으로 제작된 기사보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이지만 웹툰이 어린아이부터 성인에게까지 쉽고,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언론 기사가 웹툰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예상 가능하다. 특히 언론은 전통적으로 만평과 4칸 만화 등 그래픽을 정보전달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어 웹툰의 활용에 대한 거부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과거 만평 등으로 저널리즘에 참여했던 만화가 웹툰을 통해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빌게이츠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위험한 과학책(’15.9, XKCD 웹툰 작가作)’을 추천 도서로 게재했다. 빌게이츠는 “이 책이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풀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고 추천 사유를 적었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12월에도 월간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학습만화가 출판만화 시장에서 큰 수익을 거둔 것처럼 웹툰의 학습만화 시장 진출 역시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다양한 분야에서 웹툰의 활용은 ‘저급한 오락 만화 시장’으로 인식하는 기존 이미지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② IT시대, 만화의 재조명

 

만화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결합된 포맷을 갖고 있다. 책은 논리적인 전개, 내면 갈등의 표현, 추상적인 개념 설명 등에는 탁월하지만 짧은 순간에 이미지만이 전달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정보 전달은 쉽지 않다. 영상은 이미지를 통한 전달력은 강하지만 책과는 달리 추상적 개념, 내면의 생각 등은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만화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요소가 융합되어 있어 언어적인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스토리 구성상 시간흐름이나 표현 방법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다. 만화 독자들은 입맛에 맞게 스토리의 결론부터 보거나 처음부터 순서대로 볼 수 있다. 또한 만화는 음악이나 영상과 쉽게 결합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제로 ‘무빙툰’, 웹툰의 BGM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만화는 다른 문화콘텐츠들과 결합이 쉬운 플렉서블한 포맷을 갖고 있고, 내용과 느낌의 전달력이 강하다. 책이나 영상보다 제작이나 소비에서의 접근성이 높은 편이어서 자투리 스낵 문화에 잘 어울릴 뿐 아니라 플랫폼화에 유리한 편이다.


한국의 웹툰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이와 같은 만화의 잠재력을 현실로 구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부터 적지 않은 만화의 스토리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 원작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등 문화콘텐츠를 풍성히 하는 데 기여해 왔다. 특히 플랫폼 기반의 웹툰은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작화가 풀을 형성하면서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쏟아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독창적이며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콘텐츠가 상당수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 웹툰은 모바일, 클라우드, IT 시대에 콘텐츠의 다양화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대중문화 아이콘이 되고 있으며 우리들의 삶의 모습도 바꿔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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