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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에서도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

■ 경제보고서 ■ | 2016. 4. 5. 00:30 | Posted by 중계사


LG경제연구원 'HR에서도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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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분야 전반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유례없는 기술 혁명의 시대에 사람은 이제 물리적인 노동력보다 지적 창의성을 창출하는 핵심 자산으로서 더욱 강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GE, MS는 더 이상 연간 성과 평가, 줄세우기 평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인적 자원 관리 방식도 혁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해 8월 GE는 기존의 연간 성과 평가 시스템(Annual performance review system)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기술과 사업,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1년 단위 평가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첫째 이유였고, 사람들의 지적 창의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위(Ranking)를 통해 상호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19세기 말 설립된 이후 20세기 산업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GE가 오랜 세월 유지해 온 성과 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는 발표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GE의 발표 직후 미국의 유명 HR 협회인 SHRM은 “연간 성과 평가 시스템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인가?(Is the annual performance review dead?)”라는 제목의 글을 내기도 했다.


HR 분야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GE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성과 평가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Online talent platform), 린 스타트업 프랙티스(Lean startup practices), 애널래틱스(HR Analytics) 등 다양한 인력/조직운영 시스템들을 실험해 보고 있다. 아마존, 구글, 3M,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즈 파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많은 기업들의 크고 작은 새로운 파일럿 테스트에 대한 기사들이 신문에 넘쳐난다. 미국 와튼 스쿨의 피터 카펠리 교수는 “과거 굴뚝 산업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머물고 있는 HR 담당자들이 적지 않지만, 이제는 HR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ICT 등의 신기술로 채워지는 조직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HR 부서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까지도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변화의 움직임들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컨퍼런스 보드가 글로벌 CEO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CEO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인적자원(Human capital)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까지는 혁신(Innovation), 생산성 제고(Operational excellence), 사업 성장(Business growth) 등이 가장 주목 받았지만, 2013년 이후로는 인적자원에 대한 관심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표 1> 참조). CEO들의 이러한 인식들이 강화/지속됨에 따라 향후 HR 영역에서의 변화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주요한 변화 흐름들을 살펴 보자.


1. 사업 니즈에 따른 Workforce Planning


올해 초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100개의 글로벌 대기업 CHRO와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2020년까지 HR이 당면할 주요 과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답변을 요약하자면 “사업 구조 변화가 일상이 된 오늘 날, HR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는 Talent Gap을 적시에 메우는 것”이었다. 즉 HR은 새로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스킬셋(Skill-set)을 갖춘 인재를 재빨리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임원들도 53% 정도만이 “우리는 미래 사업 구조 변화에 따라 인력 구조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라고 답했다. 효과적인 Workforce Planning을 위한 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 보자.


● 사업/조직/기능별 Talent Map 마련

 

우선 사업/조직/기능별로 어떤 종류의 스킬셋이 필요한지 Talent Map을 그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작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중요한 영역부터 차근차근 채워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선통신 장비업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에릭슨의 CHRO인 비나 차라시아는 올해 초 맥킨지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 핸드폰 제조업에서 무선통신 장비업으로 사업 영역을 변경할 때, HR의 가장 중요한 일은 Workforce Planning이었다. 무선통신 장비업에 필요한 스킬셋이 무엇인지 조직별/기능별로 세부적인 Talent Map을 그려 나가면서 인력 수급을 시작했다. 이 작업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작업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라며 강한 의지와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작업이 성공하려면 HR과 CEO, 사업 리더들 간의 강력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Workforce Planning의 출발점은 회사의 사업/전략이다. 그렇기에 HR은 CEO, CFO 등과 함께 사업/전략과 사람에 대해 긴밀히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 컨설턴트인 램 차란은 최소한 주 1회는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 한다. 사업/전략과 사람은 사실상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한 몸처럼 언제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 글로벌 차원의 유연한 인력 조달


글로벌화가 일상이 되면서 인력 수급도 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 지는 사례들 역시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효과적인 Workforce Planning을 위해선 글로벌 관점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 어디에 있는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도의 개발자들을 대대적으로 뽑기 전에 빌 게이츠는 인도에 직접 방문을 했었다. 사실 그 무렵 빌 게이츠는 인도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주변의 권유에 못 이겨 가보았다. 방문 이후 게이츠는 “인도에 이렇게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 줄 몰랐다”라며 놀랐다고 한다. 이후 인도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주요한 인력 공급처가 되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R&D 센터를 만드는 것도 우수한 기술 인력, 사업 전문가들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확보 전략도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Online talent platform)을 통한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는 인재 확보 과정에서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을 거치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다. 최근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노동 인구의 50% 이상이 링크드인, 커리어빌더, 몬스터닷컴 등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에 등록했으며, 링크드인은 1억 2천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주요 업종별 대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례 분석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기업은 생산성을 최고 9%까지 높일 수 있고, 인건비 관련 각종 비용을 7%까지 절감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고용 형태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풀타임, 파트타임 정규 계약, 유연 근무(Flexible working), 프로젝트 베이스의 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14년 CIPD(Chartered Institute of Personnel and Development)가 633명의 HR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서베이에서, 이들은 “앞으로 고용 형태가 다변화될 것이고, 회사의 사업 상황에 잘 맞는 고용 형태 전략에 대한 고민도 중요해 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M&A도 회사가 필요로 하는 탤런트를 확보하는 핵심적인 통로 중의 하나가 되었다. 과거에는 M&A가 자산이나 특허권, 영업권 등의 확보를 위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기술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사례들도 많다. 구글, IBM, 인텔, 지멘스 등 주요 대기업들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를 만들어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물색하고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 벤처에 속한 전문가들, 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인공지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머신 러닝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인 딥마인드에 투자했다. 딥마인드는 20여명 남짓의 작은 회사였지만 5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인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리더십이나 회사 운영 체계는 건드리지 않았다. M&A는 전통적으로 전략이나 재무 부서에서 검토해 왔다. 하지만 이제 HR에서도 M&A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스킬셋을 갖춘 소규모 기업들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


● 내부 인재 활용을 위한 육성 플랫폼 구축

 

인력 계획을 할 때 내부 인재들에 대한 고려를 빼놓을 수 없다. 사업/조직/기능별 인력 수급을 고민할 때 내부 인재 활용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타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이 보다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내부 직무 로테이션 프로세스와 재교육이 중요하다. 예컨대 3M의 경우 구성원들의 부문간 이동 활성화를 위해 잡 포스팅(Job posting) 등 내부 인력 운영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생산성을 4%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구성원 재교육 플랫폼 구축에도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교육 플랫폼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우선 구성원들의 마인드 변화부터 유도한다. 즉 자기 주도 커리어 개발을 강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 의존하기 보다 스스로 커리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성원들의 참여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방식의 체험적인 교육 컨텐츠 개발에도 공을 들인다. 온라인 게임 형태로 교육 과정을 개발하거나, 구성원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Q&A 코너를 통해 직접 교육 동영상을 제작하여 올릴 수 있게끔 한다. 구성원들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처럼 이런 장을 통해 새로운 기기나 기술을 활용하는 팁, 최신 트렌드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한다.


이 외에도 MOOCs(Massive Open Online Courses), 유명 인사들의 강의들을 교육과 연계시키는 활동도 활발하다. 구글에서는 레이디 가가를 초청하여 직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듀크, 유펜, 스탠포드 등 유명 대학들과 연결된 MOOCs는 다양한 무료, 유료 강의들을 제공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들과의 연계를 통해 회사에 필요한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구성원들이 학위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2. 집단 창의를 위한 성과 평가 시스템


GE를 비롯하여 많은 기업들이 연간 성과 평가 시스템을 폐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은 19세기 후반 이후 굴뚝 산업 시대에 ‘소수의 똑똑한 리더와 시키는 대로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오늘 날과 같이 개인의 지적 능력과 집합적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에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기업들이 성과 평가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경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다.


● 순위 매기기(Forced ranking) 완화 혹은 폐지


순위 매기기의 대표주자였던 GE가 하위 10% 강제 할당 방식을 버린 지는 오래다. 지난 10년간 GE는 랭킹 제도를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다가, 요즘에는 아예 이를 대체할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얼마 전 시스코도 “기존의 순위 매기기 방식은 우리의 목표 달성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웍과 협력을 장려하는 새로운 성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발 더 나아가서 절대 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평가 관대화 현상이 나타나서 모든 사람들이 A를 받을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차라리 평가 관대화 현상을 감내하는 것이 강제 순위 매기기 방식에 따른 부작용 감내보다 낫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리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창의적이지 못하고 뒤떨어지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순위 매기기 방식에 있다고 본다”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요즘 기업들이 순위 매기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순위 매기기는 구성원들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긴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순위 매기기는 팀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창의성과 다양성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순위 매기기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람들을 줄을 세우는 것이다.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실패자가 되는 것인데 사람들의 다양한 지적 역량이 중요해 지는 요즘 시대에 적절치 않다. 사람들을 위축시켜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방해할 수 있고, 평가자인 상사 눈치만 보게끔 만들 수 있다. 셋째, 핵심 인재 확보/유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GE의 전임 CEO인 잭 웰치 등 순위 매기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흔히들 “핵심 인재 관리에 필수적이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 최근 연구 결과들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맥킨지 등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핵심 인재들은 순위 매기기에 따른 인정과 보상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 상사의 코칭 등 일하는 과정에서의 학습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 최종 성과 리뷰보다 업무 과정의 코칭 중시


기업들은 수시 토론 및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리더들이 1년에 한번 ‘지난 과거의 한해’에 대해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하여 수시로 체크하고 피드백할 수 있게끔 시스템화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HR 전문 컨설턴트인 조쉬 버신은 ‘2016년 HR 예측(Prediction for 2016: A bold new world of talent, learning, leadership, and HR technology ahead)’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에서 성과 관리란 ‘최종 완료된 일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과정 중 수시로 대화하며 더 나은 대안을 만드는 활동’으로 변화되고 있다”라고 말한다(<그림 2> 참조).


GE의 경우는 이러한 수시 피드백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PD@GE (Performance Development at GE)라는 앱을 도입하고 있다. 처음에는 HR 부서에서 도입하여 가능성을 실험했고,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는 과정 중에 있다. 앱에는 구성원들 각자의 해야 할 일들이 올라오고, 리더들은 이에 대해 수시로 코멘트하고 논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트, 사진 첨부, 음성 녹음 등의 업무에 필요한 기능들이 부가된다. GE의 HR은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점수를 매기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Constant improvement)’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성원들은 ‘통찰력(insights)’이라는 탭을 통해 직속 상사는 물론 다른 동료, 혹은 다른 부서의 사람들에게까지 의견을 요청할 수 있다. 사람들은 앱을 통해 “계속하세요(To continue doing something)” 또는 “조금 바꾸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To consider changing something)”라는 두 가지 형태로 의견을 줄 수 있다. 대화와 코칭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급적 주지 않기 위해 탭의 언어를 선정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썼다. GE의 HR 책임자인 수잔 피터스는 “언어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앱을 통해 서로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돕게 만들려면 보다 긍정적인 방식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 리더의 코칭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새로운 성과 관리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1년에 한번 평가 결과에 대해 통보하는 방식으로 성과 관리가 이루어 졌다면, 이제는 리더들이 구성원들과 수시로 업무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고 개선 포인트를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들에게 필요한 두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인내심을 가지고 마음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들은 자신의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 경험상 이렇게 하면 훨씬 잘할 수 있어”라며 자신의 방식을 가르쳐 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변화되는 성과 관리 시스템에서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방식을 따르도록 요구하기 보다, 상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본 후 구성원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일을 풀어나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둘째, 부정적인 내용의 피드백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면서 이야기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똑 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투로 어떤 표정으로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서 상대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많이 다를 수 있다. GE의 크로톤빌은 리더십 교육의 산실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과거 식스 시그마, 혁신, 경쟁의 가치를 가르치던 크로톤빌은 보다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크로톤빌 캠퍼스에는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물 위에 그림을 그리는 기법인 일본 미술 스미나가시(Suminagashi)를 배우는 스튜디오도 있다. 크로톤빌에서는 리더십 교육의 중요 과정 중 하나로 마음을 다스리는 코스(Mindfulness)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리더들은 조직 내 팀웍과 협력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을 학습한다.


3. Agility를 높이기 위한 조직 운영 프랙티스

 

요즘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처럼 박스와 실선, 점선들을 모아 놓은 조직도를 1년에 한번 그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화 하는 것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수시로 전체적인 조직 구조의 큰 근간들을 흔드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바뀐 조직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구성원들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적시에 효과적으로 인재들을 조직화 하려면 박스에서 벗어난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요즘 기업들은 “대기업의 안정성과 스타트업의 기민성(Agility)을 어떻게 조화롭게 밸런싱하며 조직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을 고민하며 실험하고 있다.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조직간의 벽(Silo)을 넘는 전사 관점의 활발한 협업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이다. 몇 가지 예를 살펴 보자.


● 프로젝트 중심의 자원 배분 프로세스 운영


구글은 분기별로 모든 핵심 제품과 기술 영역에 대해 리뷰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지난 90일 동안 어떤 활동들과 성과가 있었는지, 향후 90일 동안 어떤 성과가 예상되는지 등에 대해 집중 리뷰한다. 이때 구글은 사업 단위별(Business unit)로 리뷰하지 않는다. 사업 단위별로 리뷰를 할 경우 각자의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1,600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05년 사이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 단위보다  프로젝트별 전략적 중요성에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실어서 자원 배분과 조직화를 시도한 기업들의 성과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이는 다양한 사업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관행적으로 ‘작년과 똑같이 투자’하기 보다 향후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과 사업 영역에 우선 투자함으로써 외부 환경에 보다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신제품/서비스 개발, 린 스타트업 프랙티스 활용


GE, 퀄컴, 인튜이트 등 일부 기업들은 ‘린 스타트업 프랙티스(Lean startup practices)’ 방식을 적극 실험하고 있다. 제품/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이전에 소규모로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인지를 실험해 보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조직 운영 방식을 대기업에 접목한 것이다. GE는 몇 년 전부터 ‘식스 시그마’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패스트워크(FastWorks)’라는 이름의 린 스타트업 프랙티스를 운영하고 있다. GE 가전사업부의 경우 퍼스트빌드(Firstbuild)라는 마이크로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가전사업부 구성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들 중 실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획한 후 마이크로팩토리에서 소규모 생산을 한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미리 타진해 본다. 성공 가능성이 낮으면 빨리 폐기하고 다른 아이디어를 실험해 본다. 이러한 과정을 크라우드 소싱과 연계하기도 한다. 즉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제작하기도 하고, 소비자들에게 미리 제품 사양을 공개하여 사전 주문을 받아 소량 제작하기도 한다. 구성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유망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모였다 흩어졌다 유연하게 일한다.


● ICT 기술 기반의 협업 활성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프랙티스들을 검토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재택근무, 가상환경 협업, 컨퍼런스 미팅 등 ICT 기술과 결합하여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들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조직의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글로벌화에 따라 세계 각지의 구성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자동화/디지털화에 따른 조직 Agility 제고


아론 스멧은 “미래의 조직 운영(Organizing for the future)”이라는 글에서 생산 공장 뿐만 아니라 사무직의 사무실 등 어디에서나 자동화/디지털화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이러한 자동화/디지털화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될 조직 업무 재설계(Work redesign)는 기업들에게 조직 agility를 높일 기회를 열어 준다. 아마존이 키바를 인수하여 물류 창고에 로봇들이 일하도록 만든 것, 드론을 통해 단거리 배송을 시도하는 것과 같은 일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마이클 취는 “업무 자동화의 4가지 요건(Four fundamentals of workplace automation)”에서 미국의 800개 직업을 2,000개의 세부 동작으로 세부 분류하여, 이 중 자동화가 가능한 동작과 그렇지 못한 동작으로 나누었다. 마이클 취에 따르면 2,000개의 동작 중 현재의 기술로 자동화가 가능한 부분은 45%에 이른다. 1개의 직업이 완전히 자동화될 수 있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대다수 직업의 세부 동작은 부분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하다. 예컨대 CEO와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도 20% 정도는 자동화될 수 있다고 한다. CEO가 받은 이메일을 인공지능이 요약해 주고, 이에 대한 답변까지 작성해 줄 수도 있다. 사무실에서의 자동화/디지털화는 아직 느리게 진전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조직 운영의 유연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4. HR Analytics의 확산


HR 분야에도 Analytics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HR Analytics를 선도적으로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사람과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은 데이터와 분석에 기반하여 이루어 진다”라고 말한다. 구글은 HR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보다 People Operations라는 이름의 부서에서 인적자원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해당 부서 하부 조직인 People Analytics에서 각종 빅데이터 분석이 이루어 진다. 구글의 People Analytics에서는 채용, 유지, 인력수요 예측 등과 관련된 각종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사업 니즈에 따라서 다양한 분석 기법들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구글에서는 천재적인 개발자들의 가치를 숫자로 계산해 내기도 했는데, 이들은 보통의 평범한 개발자들에 비해 300배 정도 중요한 성과를 창출해 낸다는 결론이 나왔다. 파이랩(PiLab)이라는 응용 연구를 하는 팀도 있다. 이들은 주로 구성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업무 환경에 대해 실험한다. 사원 레스토랑에서 접시의 크기를 조금 작게 만들어서 구성원들의 칼로리 섭취를 줄여 건강을 개선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 HR 정보 종합화 및 정보 루트 다양화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HR 관련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관련 정보나 HR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구성원 의견들도 수렴하며 데이터를 지속 업데이트 한다. 또한 직무 로테이션, 교육, 성과 평가, 커리어 개발 시스템 등 구성원들이 연결된 조직 내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통합하기 위한 작업들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최근 MIT 미디어랩에서 만들어진 휴머니즈(Humanyze)라는 회사는 구성원들의 움직임, 언행,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등을 기록하는 소시오메트릭 배지(Sociometric badges)를 개발했다(27페이지 BOX 참조). 휴머니즈는 이 배지가 기존의 사원 카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지에는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마이크로 폰,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 여부 등을 감별할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 동작/움직임 정도를 감지하는 가속도계, 다른 기기들과의 거리를 식별할 수 있는 블루투스 등 4개의 센서가 달려 있다. 이에 대해 개인 정보 노출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휴머니즈는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개인의 신분 노출 없이 팀 단위나 조직 전체 단위의 분석에 쓰이도록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설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정보들은 팀 단위에서는 그룹 내 구성원들간의 교류 패턴 분석, 조직 전체 차원에서는 그룹 간 행동 패턴 차이 분석 등에 사용될 수 있다.


● HR Analytics 전문업체 활용도 활발


HR Analytics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IT 전문 기업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HR Analytics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자 기존의 ERP 영역 강자인 SAS, 오라클 같은 기업들도 HR Analytics 전문 기업들을 사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접 분석 툴을 개발하기 보다 전문업체들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HireIQ와 같은 기업은 인터뷰 솔루션과 지원자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성과자의 프로파일과 지원자의 프로파일을 비교하여 지원자가 입사 후 회사에 잘 적응할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해 준다. 웰즈 파고 은행은 Kiran Analytics에 의뢰하여 콜센터 직원들의 프로파일을 분석하여 적절한 인력을 채용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IT 솔루션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가 아직까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들은 일부 사업 영역에 파일럿 테스트를 하면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해 보고 있다.

 

외부 전문업체와의 협업을 위해선 Analytics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Analytics라고 하면 부담감부터 가지는 HR 담당자들도 적지 않다. 통계, 수학,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은 전통적으로 HR과 큰 관련이 없던 분야이다. HR Analytics는 HR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협업을 해야 한다. 예컨대 데이터 과학자는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유의미한 패턴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야 하고, HR 전문가는 HR 관점에서 데이터들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HR 담당자가 Analytics를 모두 알 필요는 없지만, 다른 전문가들과의 협업에 필요한 수준의 관련 지식은 익혀둘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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