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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석유 공급 과잉 줄면서 공급 차질에 따른 리스크 상승'


주요 산유국의 생산 차질로 유가가 크게 상승했다. 캐나다의 석유생산은 회복되겠지만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 등에서의 공급차질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감산이 주도하는 석유 공급과잉 축소 국면이 이어지면서 유가가 완만히 상승하고 공급차질 리스크는 높아질 것이다. 최악의 저유가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어 산유국 경제불안은 완화될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유가가 103.9% 올랐다.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유가는 1월 21일에 배럴당 22.8달러를 기록한 이후 6월 24일 현재 46.5달러로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12월~2009년 6월, 97%)와 지난해 유가급락 후 반등시기(2015년 1월~5월, 53%)를 뛰어넘어 10년래 가장 가파른 유가 상승세가 나타났다.


유가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유가 향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국제유가가 지난 해처럼 상반기에 반등한 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될 것인지, 현 추세대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현 수준에 머물 것인지 유가 전망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캐나다 생산 회복으로 공급차질 개선될 듯

 

올해 상반기 동안 수요측면에서는 연초의 중국발 금융불안이 완화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나타난 달러화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측면에서는 유가급락을 초래한 미국 타이트 오일의 생산 감소와 주요 산유국의 공급차질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중에서도 최근 유가 상승세를 이끄는 주 동인으로 주요 산유국에서 불거진 석유공급 차질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해 4분기 대비 올해 2분기의 수요는 비슷한 수준인데 반해 공급은 150만 b/d 줄어들었다(<그림 1> 참조). 테러와 산불, 가뭄 등 정치불안과 자연재해로 인해 나이지리아와 캐나다, 베네수엘라 등 3개 산유국의 5월 산유량이 연초 대비 161만 b/d 감소(미국은 34만 b/d 감소)하여 세계석유 공급 감소를 주도했다. 때문에 1월에 295만 b/d에 이르던 초과공급 규모가 5월에 67만 b/d로 대폭 축소(3개 산유국 생산감소의 기여율 71%)되었다.


나이지리아는 연초부터 최대 유전지대인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지역 무장단체의 테러로 유전 시설과 송유관이 훼손되면서 산유량이 1989년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으며, 전체 발전의 7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에서는 가뭄 탓에 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석유생산이 위축되고 있다. 5월에는 오일샌드 주 생산지인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해 이 지역에서 석유생산 활동이 중단되면서 캐나다 석유생산이 급감했다.


그러나 이들 중 생산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캐나다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캐나다의 공급차질 규모는 86만 b/d로 5월에 빚어진 3개국 생산 감소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불길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최근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오일샌드 생산이 재개되는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화재로 인한 오일샌드 생산시설이나 송유관 피해가 미미해 7월 중으로 캐나다의 석유생산이 복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원유 초과공급 규모는 5월 대비 2배 이상(153만 b/d)으로 확대되게 된다.


나이지리아와 베네수엘라의 공급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협상에 나서고는 있지만 지역 무장세력이 석유수익 분담과 지방독립을 요구하고 있어 타결책을 찾기가 어려워 보이고, 베네수엘라는 물가급등 등 민생고 악화로 정국혼란까지 겹쳐 물류와 투자 등 경제활동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초과공급 축소 추세는 계속


캐나다의 석유생산 재개로 석유시장에 초과공급 규모가 일시 늘어나겠지만, 미국 타이트 오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공급조정을 통한 초과공급 축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석유 수요는 세계경제 성장세가 하락하는 가운데 유가 하락폭 축소로 유가 하락의 수요 촉진 효과가 약화되면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 해 2%(186만 b/d 증가) 확대된 석유 수요가 올해 미국과 인도, 중국을 중심으로 1.4%(133만 b/d 증가), 내년 1.3%(129만 b/d 증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수요 확대가 초과공급 축소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타이트 오일 생산은 당분간 계속 감소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채굴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산 위축이 불가피하다(<그림 2> 참조). 미국의 유전 시추 수는 유가 급락 직전인 2014년 10월 1,593개에서 올해 5월 320개로 80% 감소했다. 최근 유가가 50달러에 이르면서 시추 수가 소폭 늘었으나 이는 원유 생산 증가 보다는 원유 생산 감소 폭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효과에 그칠 것이다.


OPEC의 석유공급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한계도 공급조정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올해 초 제재 해제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해 지난 5개월간 76만 b/d 증산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시장점유율 사수를 위해 30만 b/d 생산을 늘렸다. 그러나 5월 기준으로 이란의 추가생산능력이 1만 b/d로 줄어들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백만 b/d 규모의 추가생산능력이 해상유전 등 고비용 유전으로 구성돼 있어 추가생산 여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이라크는 남부지역 전력부족 문제로 원유생산이 감소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석유생산 감소가 견인하는 초과공급 규모 축소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미국 석유생산 감소량은 80만 b/d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OPEC이 현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경우에는 내년 하반기에 초과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예측된다(<그림 3> 참조). 국제에너지기구와 미국에너지정보청은 공급차질이 초과공급 축소를 촉진시키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완만한 유가 상승 속 공급 리스크 점증

 

유가는 캐나다의 공급 회복에 따라 단기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경향도 단기적인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7월에 캐나다의 석유생산이 정상화된다면 유가가 40달러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과 투자은행들 다수는 3분기 유가 평균이 5월 평균(47.7 달러) 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표 1> 참조). 하지만 이후에는 석유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초과공급 축소 기조가 재개되면서 유가 상승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가 투자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세계경제 성장세가 훼손될 경우에는 석유 수요가 둔화되고 초과공급 해소가 지연되면서 유가 상승세는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할 경우의 달러화 강세도 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달러화 강세로 석유 수입국들의 석유 수입 부담이 높아져 석유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 국면에서도 유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원유 재고와 미국 타이트 오일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가 유가 상승세를 제약할 것이다(<그림 4> 참조). 5월에 31억 배럴(OECD 석유 소비의 68일분)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OECD 상업용 석유재고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미국 타이트 오일은 구조조정과 채굴기술 발전, 유전개발 서비스 비용 하락 등으로 생산단가가 50달러대로 낮아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로 WTI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으로 오른 후 미국의 시추 건수가 증가세로 전환됐다. 시추만 하고 생산 대기 중인 미완결 유정(Drilled but Uncompleted, DUC)도 3,900개 정도(217만 b/d 규모, 미국 타이트 오일 유정 1개당 평균 생산량 557 b/d) 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통상 생산개시 결정 이후 원유생산이 시작되기까지 미완결유정은 1~2주, 신규 타이트 오일 유정은 3개월 정도 소요된다.


한편, 국제유가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수요 측면에서는 G2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자본 유출이 급격히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과잉생산 조정과 기업부채 문제 등으로 인한 경착륙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석유수요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하반기처럼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테러, 자연재해 혹은 취약 산유국에서의 경제 및 정치 불안 등에 의해 언제든지 공급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석유 초과공급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유가가 이러한 공급차질에 점차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미국 타이트 오일이 유가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는 있지만 최소 1분기 정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산유국 공급차질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 경제불안 완화 기대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은 석유 수입국에게 수입 확대와 물가 상승 등을 통해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만, 올해 세계경제에서 석유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율(석유의존도)은 2.1%로서 과거 2차 오일쇼크(7.4%)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9%)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그림 5> 참조). 완만한 유가 상승세가 세계경제 성장에 주는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 경제불안이 완화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유가 급락 이후, 석유수출에 성장을 크게 의지하는 산유국들의 경제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고 미국 역시 셰일개발 관련 원자재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인해 금융부실 우려가 지속되고 투자부진과 고용악화 등 부정적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연초에 20달러 초반까지 주저앉았던 유가의 상승세 전환은 이러한 산유국 경제불안과 선진국 금융불안 등을 완화시키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산유국 경제가 최악의 저유가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어 산유국의 극단적인 경제위기 발생 우려는 점차 진정될 것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에는 정부 정책 강화와 인프라 확대를 발판으로 저유가에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유가 상승은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 확대를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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