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가계의 자산포트폴리오, 부동산에서 금융·안전자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이전에 비해 둔화된 데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고령화에 따른 노후대비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는 50~60대의 금융자산 증가가 두드러진 반면, 30대 후반에서는 전세금 상승 부담으로 자가주택 구입에 나서는 가구가 늘면서 실물자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30대 후반의 경우 주택구입 과정에서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가구가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가격 상승세 둔화와 전월세보증금 급증 등 주택시장 여건이 크게 변하고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자산운용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본고에서는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포트폴리오가 금융위기 이후 어떤 구조적 변화를 나타냈는지, 연령별로는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자산 비중 감소, 금융자산 비중 증가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자산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인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에는 가계부문의 실물자산 비중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민대차대조표(자산을 크게 비금융자산과 금융자산으로 분류)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비금융자산 비중은 2008년 말에 70.5%로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세를 보이며 2015년 말에 63.1%까지 하락하였다.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2008년 말에 29.5%를 기록하여 저점에 이른 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5년 말에 36.9%에 이르렀다(<그림 1> 참조). 2008년을 기점으로 비금융자산과 금융자산 비중의 변화 추세가 반전된 것인데, 이는 2008년 이후 자산 증가율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비금융자산의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에는 금융자산 증가율 보다 높았으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자산 증가율 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그림 2> 참조).
부동산 가격 상승세 둔화 및 부동산 순매입 감소로 비금융자산 비중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의 비금융자산 증가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 부동산가격의 상승폭이 이전에 비해 낮아진데다, 부동산의 순매입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발생하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동산자산 명목보유손익은 금융위기 전까지 빠르게 늘어났으나 금융위기 직후 크게 줄어들었다(<그림 3>과 <그림 4> 참조). 이후 명목보유손익이 정체되다가 부동산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2013년 이후로는 소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가계의 비금융자산 순취득은 2006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이후에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그림 5> 참조). 반면 금융자산 운용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였다. 비금융자산 보유손익의 증가세가 꺾이고 비금융자산의 취득이 감소한 데 반해 금융자산의 취득이 늘어나면서, 비금융자산 비중의 감소, 금융자산 비중의 증가가 나타났던 것이다.
금융자산 중에서 안전자산이 빠른 증가세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는 주로 투자자산(주식, 채권, 간접투자 등의 금융투자상품) 보다는 현금 및 예금, 보험 및 연금 등의 안전자산 위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자산 가운데 안전자산 비중은 2000년대 초에 하락세를 보이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65.2%로 저점을 기록한 후 2015년에 74.2%까지 상승하였다(<그림 6> 참조). 반면 투자자산의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 2007년까지 빠르게 증가하여 34.1%에서 정점을 보인 후 2015년 25%까지 낮아졌다. 이러한 비중 변화는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투자자산의 증가세가 크게 낮아진 데 반해 안전자산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회복되었던 2009년에서 2011년 상반기 기간을 제외하고는 안전자산 증가율이 투자자산 증가율을 웃돌았다(<그림 7> 참조).
투자자산의 증가세가 낮아진 것은 주가약세와 관련이 크다. 위기 이후 2011년까지 주가가 위기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되었지만, 그 후 정체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2015년 주가회복으로 투자자산 증가율이 다소 높아졌을 뿐이다. 이러한 주가의 움직임을 반영하여 금융자산 운용에 있어서도 위기 이후 위험자산인 투자자산은 감소한 반면 안전자산은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그림 8> 참조).
세부 자산별로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투자자산인 주식 및 간접투자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31.1%까지 높아졌다가 2015년에는 19.4%로 낮아졌다(<표 1> 참조). 반면 안정적인 자산인 현금 및 예금 그리고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높아졌다. 특히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은 같은 기간 22.7%에서 31.1%까지 높아지면서 금융자산 비중의 상승을 견인하였다. 한편 신용위험과 금리위험 등이 내재되어 있으나 보통 주식 및 간접투자에 비해 위험이 낮다고 인식되는 채권의 경우 보유 비중이 2002년 3.7%에서 2007년 3%까지 낮아졌지만 2015년에는 5.4%로 높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의 증가가 안전자산 위주로 이루어진 데는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금융자산 가운데 보험과 연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노후대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을 반영한다. 보험 및 연금만큼은 아니지만 현금 및 예금 비중이 소폭 높아진 것도 안전자산으로서 유동성과 안정성에 대한 선호가 위기 이후 높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금융자산 비중, 30대 후반은 감소하고 50~60대는 증가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부문 전체로는 금융자산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였던 것과 달리, 가구주 연령대별로는 자산구성의 변화에 있어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해보면, 국민대차대조표에서와 마찬가지로 가계 전체적으로는 금융자산 비중이 2010년 21.3%(가구별통합자료 10,000가구 대상)에서 2015년 26.5%(금융 및 복지부문 가구통합공통부문 약 20,000가구 대상)로 증가하였다. 분석의 일관성을 위해 매년 약 20,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되는 금융 및 복지부문 가구통합공통부문 데이터를 연령별로 보면, 30대 후반과 70 이상 가구주 가구를 제외한 전 연령대 가구의 금융자산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9> 참조). 30대 후반(35~39세) 가구주 가구에서는 금융자산 비중이 2012년 34.9%에서 2015년 34%로 소폭 감소하였다. 70 이상 가구주의 가구에서도 15.1%에서 14.5%로 금융자산 비중이 감소하였다. 반면 50대 가구주 가구의 경우 2012년 23.4%에서 2015년 26.6%로, 60대 가구주 가구의 경우 17.2%에서 19.9%로 금융자산 비중이 늘어난 것이 두드러진다.
가구주 연령기준 30대 후반 가구의 경우 실물자산이 가구당 평균 1,240만원 증가(<그림 10> 참조)를 보인 반면 금융자산 증가는 312만원에 불과했다. 50대에서는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자산이 가구당 평균 1,763만원 감소한 반면, 금융자산은 평균 1,205만원 증가하여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60대에서는 가구당 평균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이 각각 4,330만원, 2,377만원 늘어났지만, 금융자산 증가율이 연평균 10.9%로 실물자산 증가율 4.4%보다 높아 금융자산 비중이 상승한 것이다. 60대는 금융자산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30대 후반과 차이를 보였고,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50대와 차이를 나타냈다.
전세난이 30대 후반 가구주 가구의 실물자산 비중 상승 요인
최근 몇 년간 30대 후반 가구주 가구들에서 여타 연령대와는 다르게 실물자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동시에 금융자산 비중이 정체된 것은 주택 및 전세시장의 구조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급증으로 인해 전세의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자 주택매입수요가 늘어났다(<그림 11> 참조). 이와 함께 2014년 8월에 시행된 LTV, DTI 규제완화 조치 등으로 주택매입 여건이 개선되고, 12월에는 부동산 3법(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재건축 조합원 주택분양 완화) 등 주택시장 활성화 조치가 시행된 것도 전세 대신 주택 구입에 나서는 가구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표본가구들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35~39세 가구주 가구의 경우 주거형태 비중에서 자가 비중은 2012년 45.6%에서 2015년에는 50.2%로 4.6%p만큼 높아졌다(<표 2> 참조). 반면에 전세비중은 2012년 35.0%에서 28.3%로 6.7%p만큼 감소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전세 감소폭, 자가 증가폭이 훨씬 컸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전세 수요에서 자가 수요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패널분석을 해본 결과, 30대 후반의 경우 주거형태가 전세에서 자가로 바뀌는 비중이 증가하였다(<표 3> 참조). 2012년 3월 전세가구가 1년 후에도 전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87.1%에 달했으나, 2013년에는 78.8%, 2014년에는 76.5%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전세에서 자가로 주거형태를 전환하는 비중은 2012년 7.5%에서 2013년 15.6%, 2014년 14.6%로 증가하였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전세보증금은 금융자산에 포함된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거주주택을 마련하는 가구에서는 금융자산은 감소하고 실물자산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30대 후반 가구주 가구는 연령대가 더 높은 가구주 가구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자산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여 거주주택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주거형태별 비중에서도 40대 이상 연령대에 비하여 높은 전세 비중을 보인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거주주택 취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금융부채를 활용하여 2015년에는 금융부채가 2012년에 비해 가구당 평균적으로 1,165만원(거주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 증가액은 896만원)만큼 증가하였다(<그림 12> 참조). 결과적으로 이 가구들은 전세가격 상승 부담으로 전세를 자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른 연령대 가구들만큼 금융자산 비중을 늘릴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60대, 실물자산과 동시에 금융자산도 늘어 금융자산 비중 증가
30대 후반 가구주 가구 이상으로 실물자산 취득이 활발하였던 60대 가구주 가구에서 금융자산도 꾸준히 증가하여 금융자산 비중이 높아졌다. 30대 후반 가구주 가구가 실물자산 형성으로 인해 금융자산 증가 여력이 부족했던 것과는 명확히 대조된다.
60대 가구주 가구의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우선 은퇴시기가 늦춰지고 60대에도 일하고 있는 경우가 늘면서, 60대 가구주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표 4> 참조). 60대 가구주 가구의 2012년 소득은 전가구 평균소득 대비 77%였으나, 2015년에는 87%로 높아졌다(<표 4> 참조). 60대 가구의 소득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성인 자녀의 결혼 등을 통한 독립이 지연되면서 자녀의 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합산되고 있는 점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0대 가구주 가구가 소득 증가와 함께 노후대비를 위해 저축을 크게 늘린 것도 자산 증가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 결과 자산과 순자산의 정점이 2012년에는 50대였으나, 2015년에는 60대로 늦추어진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3> 참조). 60대 이상 노령층의 순자산이 늘어난 것은 60대 미만 나이대 가구주 가구의 순자산은 큰 변화가 없거나 줄기도 한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고령화 진전과 더불어 연금 등 금융자산 비중 확대 이어질 듯
가계의 자산 구성은 앞으로도 인구구조 변화, 경제 및 주택시장 여건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연금 등을 중심으로 금융자산 비중의 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2017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빠른 속도이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과 대만에서는 고령화와 더불어 보험 및 연금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이후 보험 및 연금 비중이 17.5%(1986~1990년 평균)에서 28.6% (2001~2005년 평균)까지 높아졌다. 대만의 경우에도 고령화 이전 3.8%(1989~1993년)에서 고령화사회를 겪은 후 21%(2009~2013년)로 급상승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보험 및 연금 비중(2015년 말 31.1%)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국내·외에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당분간 연금 등을 중심으로 금융자산 비중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자산 비중이 하락하는 30대 후반에서 한계가구 증가
한국은행은 2016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한계가구 분석을 하였다. 한계가구는 순금융자산이 음(-)인 동시에 원리금상환액 비율(원리금상환액/가처분소득)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로 정의된다. 이에 따르면 2014년에 비해 2015년 한계가구 수가 증가(약 4만 가구)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에서 한계가구 비중도 12%에서 12.5%로 0.5%p만큼 높아졌다.
금융안정보고서에서와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여 연령별 한계가구 수와 비중 변화를 분석하면, 35~44세 가구주의 가구에서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약 3만 가구만큼 한계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에서 한계가구 비율은 1.4%p만큼 증가하여 전체 평균치인 0.5%p를 상회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주거형태를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한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가구주 가구 약 12만 3천 가구(추정치) 가운데 31%에 달하는 약 3만 8천 가구가 한계가구로 바뀌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전반 가구주가 전세보증금 상승 부담으로 그동안의 저축과 추가적인 차입을 통해 주택 마련에 나서면서 나타난 일이다. 전체 부채 대비 자산 면에서는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유동성 측면에서의 압박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가구주 가구에서 한계가구의 수와 비중이 전체 연령대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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