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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중국에서 안 통하는 한국의 이직률 관리 공식'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높은 이직률에 놀라 이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곤 한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도 효과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중국은 한국과는 달리 이직이 보편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해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오히려 발상을 전환해 이직률 낮추기에 투입하던 자원과 시간을 구성원들이 조직에 머무는 기간 만이라도 최대한의 성과를 창출 할 수 있도록 할 방법을 찾는데 투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역설적으로 인재들을 조직에 잡아둘 수도 있다.


재중 한국 기업들이 HR 측면에서 고민이 가장 큰 것은 바로 이직률 관리일 것이다. 사업을 잘하려면 인재가 중요한데 높은 이직률은 인재의 유출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채용 비용, 채용 후 교육 훈련 비용, 여기에 신입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의 기간 등을 고려하면 높은 이직률이 기업에 안기는 직간접적 부담은 엄청나다. 한국 본사에서도 중국 사업장에 이직률을 관리하라고 지속적으로 채근한다. 대개 한국에 있는 기업들의 이직률은 한 자리인데 비해 중국 법인은 이직률이 10%를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공장의 경우에는 20~30%를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 본사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이직률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중 한국 기업들이 이직률 낮추기에 골몰하는 것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중국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


중국에 있는 기업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이직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화웨이(华为)는 자발적 이직률이 3% 미만이라고 한다. 그러면 다른 기업들도 이처럼 이직률을 낮출 수 있을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아주 극소수의 기업을 제외하면 이직률을 낮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수 인재들을 잡아두기는 더욱 힘들다. 왜 그럴까?


● 대부분의 직원들이 항상 이직을 꿈꾸고 기회가 되면 실행에 옮긴다


HR 관련 기관들이 중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대부분의 조사에서 이직 의향은 높게 나온다. 예를 들어 글로벌 리크루팅 회사인 마이클 페이지(Michael Page)가 올해 초 실시한 설문 조사 중 ‘앞으로 1년 내에 직장을 옮길 것인가’라는 문항에 대한 응답을 보면 이직 의향이 없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매우 그렇다’ 49%, ‘그렇다’ 26%로 둘을 합하면 75%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유명 채용 사이트인 즈롄자오핀(智联招聘)이 사무직 20,9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춘계 이직의향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현재 이력서를 고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11.4%는 새로운 회사의 입사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0%에 가까운 사람들은 이직을 희망하고 있었고, 이직할 생각이 없다는 사람은 5.1%에 불과했다(<그림 1> 참조).


이런 경향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올해 6월 중국 리크루팅 회사인 마이커스(麦可思·MyCos)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도에 졸업해 취업한 대졸자들은 2015년까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균 2.2개의 직장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2011년 졸업생은 3년 동안 평균 2.3개). 다시 말해 대졸자들이 한 직장에 머무르는 기간은 1.5년이 채 안 된다. 2015년 졸업생의 34%는 6개월이 채 되기 전에 첫 직장을 떠났다. 이런 흐름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2008년 상하이 인력자원사회보장국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한 직장 재직 기간이 20대의 경우에는 1.5년, 30대는 2.3년, 40대는 6.8년, 50대 이상은 10년으로 나타났다.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무너졌다고 해도 아직 한국은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중국은 이와는 전혀 다르게 이직이 보편적인 시장이다. 푸단(复旦)대학의 량샤오야(梁晓雅)교수는 “중국 직장인들은 국영기업의 철밥통 규칙이 깨진 후, 더 이상 장기 고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장기 고용이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여러 직장을 자주 옮겨 다니는 편이 자신의 경력 개발에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는 2~3년마다 이직하는 것이 보편적인 규칙이 되었고 평균 이직률도 20~40% 수준에 달하게 되었다는 것이 량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어지간한 기업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


● 외부에는 항상 더 많은 돈을 주는 기업이 있다


중국인 직원들이 이직을 고려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보상이다. 즈롄자오핀(智联招聘)의 올해 ‘춘계 이직의향 조사’를 보면 낮은 보상, 현 직장의 장래 발전 가능성 부족, 개인 성장 기획 부족, 복리 후생 부족 등이 이직을 고려하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직장의 발전 가능성이나 개인 성장 기회는 보상과는 다른 이유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조직 규모가 커져야 승진 기회가 자주 주어지고, 승진을 해야 보상 수준이 올라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보상’과 관련된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한국과 달리 승진을 통해 담당 업무가 달라져야만 큰 폭으로 보상이 늘어나는 중국식 보상 제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 보상 경쟁력을 갖춰야만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는 항상 더 많은 돈을 주는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급여 경쟁력으로 인재를 잡아 둔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예를 들어 P&G의 한 임원은 “우리 중국 법인은 3년 만에 급여가 3배로 늘어날 수도 있는 구조이고, 여기에 더하여 주택 대출, 회사 차량, 무이자 대출 등의 제도도 있지만, 중국 기업이 제시하는 보상에는 감당이 안 된다”라고 토로한 적도 있다.


재중 한국 기업들은 특히나 보상 경쟁력이 좋지 못하다. 대부분 ‘한국식 직급제’에 기반한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중국 기업들과 급여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 조직에 불만이 있어서 떠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은 이직의 원인을 찾아내서 이를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 경영대의 보리스 그로이버스(Boris Groysberg) 교수는 “퇴직 면담만 잘 해도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퇴직 면담을 통해 직원들이 어떤 불만족 요인 때문에 조직을 떠나는지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퇴직 인터뷰에서 ‘회사가 아니라 상사가 싫어서 떠난다’라는 답이 월등하게 많이 나왔다면, 상사들의 리더십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분명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직자들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가 불만족스러워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크루팅 회사인 링크드인(Linkedin)의 2014년 설문 조사를 보자(<그림 3> 참조). 설문 응답자 중 21%는 적극적인 이직 의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53%는 ‘제안이 오면 이야기해보겠다’라는 소극적인 이직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역시 12%로 적었다. 문제는 적극적인 이직 의향을 보인 응답자 중 절반 이상(51%)은 현 조직에 만족하고 있으며,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자는 3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극적인 이직 의향 보유자의 79%도 현재 조직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금 다니는 직장이 싫어서 다른 직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이유는 말 그대로 ‘더 나은 보상, 성장 기회 등’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적인 이직률 낮추기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외부에는 항상 더 나은 기회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 속에서 중국 기업들도 무섭게 성장했다. 중국 기업들의 빠른 성장은 수 많은 성장 기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해왔다. 외부로 눈을 돌리면 젊은 나이에 고위 경영진까지 올라간 수 많은 사례들이 보인다. 많은 중국인 직장인들은 자신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불만 요인을 제거하려고 하는 노력은 부질없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직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이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기업의 자원, 노력의 투입의 방향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높은 이직률을 문제로 바라보는 기업들은 당연히 이직률을 낮추는데 중점을 둔다. 구성원들의 이직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이를 해소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이직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은 이직률을 낮추려 하기 보다는 이직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안에 공석을 채우려 한다. 그리고, 짧은 재직 기간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는데, 다시 말해 인재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데 무게 중심이 간다.


중국 기업들은 어느 쪽일까? 중국 기업의 중국인 HR 담당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직률을 낮출 수 있냐’고 질문을 던지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돌아오는 답은 ‘메이반파(没办法, 방법이 없다)”다. 그리고 간혹 들을 수 있는 말은 “왜 이직률을 낮추려고 하느냐”이다. 다시 말해 중국 기업들은 높은 이직률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실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방향에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 훈련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한다.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불만 요인을 제거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자원을 투여한다. 이직률을 낮추려다 보니 조직 운영이 지나치게 온정적이거나 편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관리자들이 구성원들의 비위를 거슬리는 일이 없도록 하다 보니 조직의 규율이 무너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보면 높은 이직률은 기업에게 있어 여러 모로 문제가 되는 것이 맞다. 반드시 이직률을 낮춰야만 하는 상황이거나 이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직률을 낮출 수 없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은 낭비에 불과한 셈이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이직률 관리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이직하는 구성원에 대해 관심을 아예 끄라는 말이 아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회사에 잡아둘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란 환경 속에서 인재를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란 의미이다.


중국 기업들이 높은 이직률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재가 없어도 사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접근 방법이 우리의 상식과 다르다. ‘인재를 육성하고 오래 잡아두겠다’가 아니라 ‘인재가 머무는 동안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 중국 기업들의 방식이다.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 냉정하게 내보내거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화웨이는 개인 평가 시, 5단계( A, B+, B, C, D)의 상대평가제를 사용하는데, C, D 등급을 받은 구성원에게는 반년간 낮은 수준의 목표를 부여하여 재기의 기회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퇴사시킨다. 중국 전자상거래 2위 기업인 징둥(京东)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바라는 가치관에 부합하지만 능력은 부족한 구성원은 최소 1번의 업무 조정 혹은 재교육 기회를 부여한다. 그러나 여전히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 퇴사시킨다. 외부 노동 시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나니 어지간한 수준의 사람은 내보내고 다시 뽑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대신 능력이 뛰어나고 성과를 내는 인재들에게는 엄청난 급여로 보상한다. 일례로 화웨이의 경우 17만 명의 직원 중 1만 명 정도는 연봉이 100만 위안(약 1억8,000만 원)이고, 그 중 약 1,000명은 연봉이 500만 위안(약 9억 원)이 넘어간다.


이런 중국 기업들의 방식에 대해 량샤오야 교수는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의 몰입을 통해 혁신을 하겠다는 전략은 낮은 이직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국 시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중 한국 기업들도 중국 기업들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직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충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거나, 업무의 단절·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무를 배분하는 것도 방법이라 여겨진다. 더 나아가 구성원들이 조직에 머무는 얼마 안 되는 기간 만이라도 최대한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인재의 활용’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진다. 구성원들을 쥐어짜라거나 복지 처우 등에 신경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성장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업무를 배분하고, 이에 대해 명확히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체계를 만드는데 노력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이직률이 떨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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