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이 변화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상식이 무너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를 넘은 독일에서는 전력가격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재생에너지의 발전 확대로 화력발전소들이 전력을 판매할 기회를 상실한 결과이다. 이는 앞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될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의 징조로 볼 수 있다. 주력 에너지원이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주도 기업, 관련 산업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각종 환경규제의 강화와 그린 산업 혁신의 가속화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은 발전 효율의 개선 등으로 점차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 될 전망이며, EV는 내연기관자동차를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로 재생에너지를 주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지능화된 차세대 전력망이 구축되면서 VPP(Virtual Power Plant) 등 다양한 신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주요 기관들도 재생에너지가 최대 발전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다. 이에 따라 석유에 주력했던 산유국이나 석유 메이저도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여 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에너지 절약 기술 및 시스템의 발전은 에너지 비용절감을 통해 기업별 제조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중앙집중식으로 발전한 전력을 대량 사용하는 기존의 제조업 모델은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강화에 따른 코스트 상승 부담을 안게 되는 반면 재생에너지 기술과 전력의 IT화를 통해 코스트를 절감한 제조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나 제조업의 경쟁력은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고 차세대 에너지 체제에 맞는 산업구조로의 변화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 목 차 >
1. 에너지 시장의 지각 변동
2. 에너지 시스템 변화의 동인
3.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의 영향
4. 맺음말
1. 에너지 시장의 지각 변동
게임 룰이 변하는 징후들
수년전까지만 해도 재생에너지나 전기차(EV)는 비용이 많이 들고 보급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에너지 시장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바뀌고 있다. 태양광 발전 효율의 향상과 배터리 기술, IT기술의 발전이 에너지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비중이 2015년에 30%를 넘은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늘면서 화력발전이 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그림 1> 참조). 독일에서는 화력발전 설비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전력회사의 도태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독일의 4대 전력회사인 E.ON 등은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 부문을 본사에서 분리시켰다.
재생에너지는 일단 설치되면 원료 코스트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한계비용이 낮다. 화력발전뿐 아니라 원자력에 비해서도 한계비용이 우위에 있다. 독일의 경우 한계비용이 저렴한 재생에너지가 우선적으로 매입되고 있어서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질 경우 가스 등의 화력 발전소는 전력을 판매할 기회가 축소된다.
재생에너지의 원가 하락 추세가 빨라지면서 에너지 코스트 경쟁력을 이용할 수 있는 국가의 제조업이 기존 전력망에 의존한 국가의 제조업에 비해 점차 유리해지는 구도가 형성되는 날도 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에서도 EV는 휘발유차에 비해 연료비가 1/5~1/10에 불과한데다 각종 부품의 유지보수 비용도 저렴하다. 여기에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300km를 넘으면서 대당 가격이 3~4만 달러 정도인 보급형 EV들의 출시가 잇달아 예정되어 있다. GM의 볼트EV가 금년 말, 테슬라의 모델3가 내년 중에 출시될 예정이다. 종합적인 보유 코스트면에서 EV는 휘발유차와 경쟁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빠른 속도로 더 낮아질 것이다. 테슬라 모델3의 경우 예약판매가 수일 만에 30만대 돌파하였듯이 수요가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각국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주도기업 변화, 새로운 사업기회
과거 석탄에서 석유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을 보면 산업혁명 이후 석탄이 오랫동안 지배적 에너지원으로서의 지위를 지켜왔지만 1940~1950년대를 거치면서 급격히 석유의 비중이 커졌다. 전체 에너지 중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0년만 해도 72%에 달하였으나 1960년에는 48%, 1980년에는 27%로 급락했다. 같은 시기동안 석유의 비중은 10%에서 45%로 급증했다.
에너지의 전환 과정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과 국가가 바뀌고 신규 에너지를 활용한 산업이 부상하였다. 구미계 오일 메이저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영향력을 확대하였고 자동차산업, 석유화학 산업 등이 크게 발전하며 석유시대를 만들어 나갔다. 그 반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석탄 산지에서는 폐업이 잇따르기도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린 에너지로의 변화도 기존의 업계 질서를 파괴하고 재편하면서 한편으로는 뉴비즈니스를 창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망에서 부분적인 역할을 하면서 확대되어 왔지만, 점차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심으로 한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 이행하며 화력발전 등의 기존 전력원이 보조적인 전원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의 상식이 바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기존의 수송시스템을 전제로 한 하이브리드자동차(휘발유와 전기 겸용)가 개량형 기술을 앞세워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전력 모터만으로 구동하는 EV가 부상하면서 미국, 중국의 신흥 전기차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마치 산업혁명 초기에 바람을 동력으로 한 범선에 증기기관을 보조적으로 탑재한 하이브리드 선박이 일시 등장했다가 소멸한 것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전기모터만으로 구동하는 EV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의 산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2. 에너지 시스템 변화의 동인
저탄소 규제의 강화
이와 같이 에너지 관련 시장에서는 상식이 파괴되고 시장을 주도하는 힘의 축이 바뀌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탄생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환경규제의 강화, 그린혁명과 IT혁명의 동시 진행이 이러한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세계 각국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세계 각 지역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각국 정부 차원이나 글로벌 차원에서 환경규제는 계속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 규제에 부정적이었던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뀌고 196개국이 작년 말에 파리협정 온난화 규제에 참여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미만 혹은 1.5℃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 이후 탄소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없애기로 한 것은 화력발전이나 휘발유 자동차의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전세계 누적 배출량은 이미 5,150억톤에 달한다. 지구온난화를 2℃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한 상한선이 8,200억톤임을 고려하면 인류가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3,000억톤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300억톤을 초과하고 있어서 각국이 배출량을 계속 감축해서 제로로 한 후에 마이너스상태(탄소 흡수)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주장이다. 이는 대부분의 화력발전소가 결국 폐쇄되고 전력의 대부분이 태양광 발전 등의 재생 에너지로 전환되고 저탄소 그린카로 대체될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과학계의 주장을 각국 정부가 인정한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중국, EU, 일본 등의 주요국이 발전 분야와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환경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1위인 중국에서도 2017년부터 대도시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자동차 배기가스 및 연비규제가 도입될 예정이며, 국가 전체적으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2위인 미국의 경우도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공해 차량에 대한 벌금을 강화하면서 2018년부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까지도 규제하고 EV, PHEV(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 충전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의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 규제에는 각 자동차 회사들이 EV 판매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EU의 경우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 실시 후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되어 왔던 클린 디젤이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대응이 PHEV의 보급 확대로 선회하고 있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도 온난화 자율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다. 각종 펀드나 연금자산 운영에 있어서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나 산업이 기피되기 시작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구, 재무부 등으로 구성되는 금융안정이사회(FSB)가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시 가이드라인의 일부를 지난 3월 말에 공표함으로써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은 자신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기후변동성 리스크 점수를 낮춰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 압력을 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도 이미 각종 개발 프로젝트에서 온실가스 배출 효과가 큰 사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재해가 빈발함으로써 최대 24.2조 달러, 세계 전체 금융자산의 17%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금융권은 앞으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계속 높일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금융정책 당국이나 금융기관들이 지구온난화가 금융기관 경영에 미칠 타격,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요 가능성 등 금융안정화 관점에서 심도 있게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지켜보고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규제 강화에도 지구환경의 악화는 당분간 계속되고 각종 온난화 피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기존 산업 보호 노력과 경기·재정 여건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각국 및 글로벌 차원의 환경규제 강도가 앞으로 더 높아지면서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 압력으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 산업의 혁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와 같은 그린 산업 자체의 혁신도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용 모듈의 코스트는 2008년 와트당 3달러 수준에서 2015년에는 0.61달러로 80%(BNEF, 2016) 하락했다. 태양전지 셀의 발전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나 재료 등의 생산원가를 감축하는 기술개발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결과이다. 예를 들면 현재 주력 제품인 결정형 실리콘을 활용한 태양전지 셀의 경우 다이아몬드 소재를 이용한 와이어로 실리콘 잉곳(Ingot)을 얇게 슬라이스하면서도 내구성을 유지하는 기술 등이 개발되어 왔다. 2005년 시점에서 300mm(연구개발 기준 200mm) 정도였던 기판의 두께가 현재 200mm(연구개발 기준 100mm) 정도로 얇아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기술발전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차세대 기술 중에서 부분적으로 실용화 단계에 들어간 기술로는 여러 원소를 가진 재료를 다중 접합(接合)하여 여러 파장의 태양광 빛을 발전에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효율이 가장 높은 결정형 실리콘 태양전지 셀의 발전 효율이 20% 수준인 데 반해 3가지 재료를 다중접합 한 셀의 경우 실험실에서의 발전 효율은 40%(샤프의 3중접합 셀 등)를 초과하고 있다. 또한 원가를 낮추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일본의 과학기술진흥기구(JST)는 저렴하지만 발전효율이 낮은 다결정 실리콘 재료를 만들 때 사용되는 CAST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발전 효율이 높은 단결정 실리콘을 만들 수 있는 NOC 공법을 지난 8월에 개발했다. 풍력발전의 경우도 육상 풍력은 이미 화력발전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가졌으며, 향후 코스트가 높은 해상 풍력의 원가 절감 기술의 개발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경우 그 기초가 되는 전지 기술의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 1세대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2012년에 에너지 밀도가 60~100Wh/kg, 가격 7만엔~10만엔/kWh,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가 120km~200km 정도였다. 양극재 등의 재료를 개량한 2세대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에너지 밀도가 250Wh/kg, 가격은 2만엔/kWh 수준으로 성능이 크게 개선되는 추세에 있으며, 일반 보급형 EV의 주행거리가 금년 말이나 내년 중에는 300km 이상으로 향상될 전망이다. 또한 리튬이온전지의 개량뿐 아니라 전해질에 고체재료를 사용하여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 기업들이 관련 소재 기술의 개발에 주력하는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히타치조선의 경우 전해질의 액체를 유화물(硫化物)계 재료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물론, 그린 기술은 각종 재료나 기계 등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IT기술에 비해 성능의 향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러나 각 분야에서의 그린 기술 혁신의 누적적인 효과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IT 기술과의 연계성이 강화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이 날씨의 영향으로 불안정하다는 점이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전력 분야의 IT화가 진전되고 있다. 수요 부분에서는 기업이나 가정의 각종 전자기기에 센서가 탑재되어 전력수요가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한편 공급측면에서 분산된 재생에너지 시설이나 축전지가 IT 기술로 통합되어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수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있다.
IT 기술과의 시너지
이와 같이 그린기술과 IT기술의 융합으로 전력시장에서의 구조적 변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IT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높아지고 유지 및 보수 등 관리비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IT기술의 발전으로 기상변화에 불안정한 단점을 가진 재생에너지가 가상으로 통합(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되어 마치 하나의 중앙발전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수의 재생에너지 발전의 현황과 패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적의 효율을 도출하는 데 IT기술이 적용된다. 독일의 Next Kraftwerke, 노르웨이의 StakKraft 등이 수많은 분산발전 사업자를 가상공간에서 하나의 발전소로서 통합하고 있다. Next Kraftwerke의 경우는 발전용량 기준으로 2,112MW 이상의 발전사업자를 통합하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소규모 발전소와 전력거래 시장을 중계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한편, 각 발전소의 예비 발전 능력(실제로 발전하지 않아도 수수료 제공)을 거래하는 사업 모델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정부도 전력자유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VPP 사업자 육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한 IT기술은 기존 전력망의 스마트 그리드로의 진화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전력 생산과 운반, 소비 과정에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질 것이다. 기존의 전통발전의 전력공급에 의지하던 중앙집중식 전력 시스템이 분산발전을 하는 다수의 공급자와 연결되고 전력흐름은 공급자에서 수요자로의 일방적 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유연하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정에 있는 전자기기들까지 IoT가 적용되고 전력 소비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스마트미터 보급 등이 확대되면 스마트 그리드의 역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전력망의 스마트 그리드 진화로 전력시장에서는 경쟁구도 변화와 신사업 출현이 기대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등 분산발전이 석탄과 원자력 등 기존의 전통발전소를 위협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전력을 사용만 하던 소비자는 자가발전과 전력 소비패턴 정보를 활용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력사업의 무게중심이 기간전력망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전력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다. 다양한 기업과 개인이 전력사업에 참여할 것이며, 기존의 전력사업자는 전력 공급자로서의 역할보다 전력 수급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구글이나 애플 등 IT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나 전력 소비 효율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일본에서는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와 전자 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이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나 전력회사의 전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소니는 도쿄전력과 협력해 가전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면서 전력 소비 효율을 높이는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E.ON이 분산형 전원 솔루션과 전력효율 서비스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등 주요 전력회사들이 분산전원과 더불어 스마트미터, 수요예측 서비스 등 IT기반 수요측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확산과의 선순환
전기차의 확산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가솔린, 디젤 등 화석연료의 수요를 감소시키고 전력 수요를 증가시킨다. 전력 생산을 화석연료에 의존할 경우 그 의미는 반감될 수 있지만 전기차의 확대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할수록 그 의미 또한 커진다. 둘째, 전력이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아닌 발전원에 의해 생산된다 하더라도 전기차 충전이 전력사용이 적은 심야시간에 이루어질 경우 낭비되는 전력자원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불안정한 전력을 저장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이 부족할 때에는 EV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고 전력이 과잉일 때 전력망에서 EV에 전력을 충전하는 시스템이 확산되면 전력수요의 평활화를 통해 피크전력 수요에 대비한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거나 유지하는 부담이 줄게 된다.
EV에 탑재된 전지를 전력망에 활용하는 전력시스템인 V2G(Vehicle to Grid)에 대한 실험이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EV의 신차 판매비중이 40%를 넘기 시작한 노르웨이 및 덴마크, 핀란드 등의 북유럽 각국에서는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확충과 함께 V2G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다. 덴마크의 경우 EV 소유자가 보유 기간 중에 V2G 인프라를 활용하여 전력수급의 안정화에 기여할 경우 1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단독 주택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고 EV를 축전지로 활용하면서 소비자들이 EV의 충전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
물론, V2G의 실현에는 전력수급을 예측하는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시스템 운영 비용 문제의 해결 등 어려운 문제도 많지만 각종 축전지(ESS)의 원가 하락세와 IT 시스템의 진화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보급될 것이다. 히타치의 경우 하와이에서 V2G 실험을 하면서 센터에서 가정의 축전지를 직접 제어하는 기능의 개발, IT화된 전력망에 대한 외부 공격 차단 시스템의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EV의 보급과 전력망 지능화의 시너지는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V 시장이 확대될수록 배터리의 생산단가 하락을 가속시킬 수 있고 이는 재생에너지의 가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테슬라가 기가 팩토리를 통해 만드는 배터리 가격이 점차 하락할 전망이며, 가정용 등에서의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EV용으로 사용 후 효율이 떨어진 배터리를 ESS용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확산은 ESS용 배터리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가격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EV는 전력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력 시장의 효율화와 EV의 확산은 선순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3.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의 영향
예상 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저탄소 에너지 시대
2013년 기준으로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발전과 수송 부문의 비중은 56.3%(전력은 37.7%, 수송은 18.6%)로 절반을 넘고 있다. 화석에너지 중에서 석탄, 석유의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지만 발전에서는 석탄이, 수송에서는 석유가 각각 41%와 93%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석탄과 석유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으로 대체되면서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질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석탄과 석유의 비중이 2013년 29%와 31%에서 2040년 25%와 26%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발전설비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13년 10%(수력 제외)에서 2040년 28%로 수력을 제외해도 최대 발전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그림 7> 참조). 천연가스는 탄소 배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미래 에너지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에너지 수요 구성의 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에너지 기관들의 장기전망에서 에너지 수요 구성의 변화 폭이 당초 예상 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16년 6월 장기전망에서 2035년 석유와 석탄의 전체 에너지 수요 비중을 2011년 예상치인 56.4%에서 53.6%로 하향했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당초 14.2%에서 15.6%로 상향했다. 이는 각국의 환경정책이 강화되는 추세에다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과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 등 그린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EIA나 IEA 등의 전망은 기존의 변화 추세를 고려해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의 룰이 변화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비연속적인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를 사전에 반영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향후 신기후체제가 2020년에 출범하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이 IT기술 융합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면 저탄소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신기후체제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기술과 자금 지원을 통해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확대를 독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린기술이 IT기술과의 융합으로 실용화 문턱에 이른 것으로 평가 받고 있고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그린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의 경쟁력 확보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NEF는 태양광 발전이 2020년경에 대부분 지역에서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기차는 2025년에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2020년대 중반에 발전시장에서 화석에너지 수요가 피크에 이른 뒤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킨지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로 2025년부터 석유 수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2030년경에는 석유 수요가 피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석유 메이저와 산유국의 위상 약화
친환경 에너지 수요 가속으로 석탄과 석유에 주력하는 자원개발 기업과 자원수출국들은 대체 성장 엔진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선진국의 석탄과 석유 수요는 이미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개도국의 석유의존도는 줄어드는 추세다(<그림 8> 참조). 세계경제 저성장세에 중국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까지 전환하고 있어 이들 자원에서 2000년대와 같은 가격 강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OECD 회원국들이 석탄발전에 대한 해외투자를 제한하기로 합의했고 세계 최대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탄과 오일샌드 등 화석에너지 투자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화석에너지 사업에서 투자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사업부진 장기화를 걱정하는 석유 메이저의 경우 비교적 친환경 에너지인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석유 메이저의 탐사, 시추 등 상류부문 수익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저유가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유전자산 축소와 광종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그림 9> 참조). 엑슨모빌이 향후 천연가스 사업에 집중할 계획인 가운데, 셸은 대형가스회사인 BG를 53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천연가스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BP는 브라질에서 진행하는 바이오연료 사업과 미국에서의 풍력 발전 사업을 더욱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토탈은 배터리회사인 Saft를 11억 달러에 인수해 기존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수출과 재정수입을 석유에 의존하는 산유국 역시 차세대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었고 러시아와 브라질은 대외마찰과 내정불안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경기침체에 481%(2016년 예상치)의 물가폭등까지 겹쳐 내정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산유국은 고용창출과 재정수입 확대 등을 위해 부가가치세 도입과 유류세 인상 등 조세제도를 고치면서도 제조업 등 비석유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4월 경제성장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전2030’을 발표하면서 관광과 물류, 헬스케어 등 비석유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올해 초 경제제재 해제로 세계경제에 복귀한 이란은 정유와 화학, 자동차 등에서 산업을 육성, 일차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 다각화와 극동지역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태양전지 생산설비 규모를 현재 200MW에서 2024년 2.1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 등 산업의 재편
수송산업의 업계질서 변화는 환경규제와 그린·IT 기술이 몰고 올 산업 재편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신규업체가 글로벌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예가 매우 드문 산업이었다. 최근 테슬라가 전기차의 트렌드 세터로서 자리잡은 가운데 중국의 BYD가 전기차 생산대수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서는 등 신규기업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기술에서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이 오랜기간동안 축적해 왔던 기술적 우위들이 전기차에서는 의미가 상당히 약화됨에 따라 시장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중국 기업들의 EV 시장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이외의 신흥국 등에서도 EV 생산 비즈니스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필리핀의 아야라 그룹이 EV 생산에 진출할 방침으로 밝혔으며, 인도에서 농기계 등을 제조하고 있는 마힌드라 그룹도 지난 8월의 주주총회에서 EV를 생산하고 유럽 시장에 수출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하였다. 자동차는 물론 제조업에 속하지도 않는 기업들이 전기차 제조에 뛰어드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중국의 동영상 송신기업(樂視網信息技術)이 중국 절강성에 200억 위안을 투자해 연간 40만대의 EV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수많은 산업에서 발생한 혁신 과정은 기존 명문기업의 몰락을 수반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기존 메이저 자동차 기업들의 시장 대응에 따라 다르겠지만 EV 기술혁신 과정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자동차 산업 초기에는 증기기관 자동차, 전기차 등이 휘발유 자동차와 경합했으나 결국, 당시 전기차보다 성능이 우수하고 증기자동차에 비해 환경오염도 심하지 않았던 휘발유 자동차만 살아남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시장의 구조변화에서는 EV로의 집중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동차 외에 항공, 선박, 철도 등 각 수송 분야의 경우도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고 CO₂감축에 주력하면서 전동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 제조사인 보잉은 항공기 엔진의 전동식 시동 등 전동화 비율을 계속 높이고 있으며, 배터리 탑재량도 확대 추세에 있다. 일본 조선사는 선박의 디젤과 전기모터(초전도 모터 등)의 하이브리드화, 태양광 발전 장치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국가 및 제조업의 경쟁력 변화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에너지 절약 기술 및 시스템의 발전은 에너지 비용절감을 통해 기업별 제조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중앙집중식으로 발전한 전력을 대량 사용하는 기존의 제조업 모델은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강화에 따른 코스트 상승 부담을 안게 되는 반면 재생에너지 기술과 전력의 IT화를 통해 코스트를 절감할 경우 경쟁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따라 제조업도 분산 발전한 전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에 연결되고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서 자가 발전한 전력을 판매하는 등 제조업체도 전력 프로슈머로 변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산발전의 효과적인 활용뿐 아니라 제조업이 각종 센서를 활용하여 생산, 판매, 조달, 개발 등의 업무가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실시간 정보교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IoT화가 진행되면서 공장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도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GE의 산업용 IoT 플랫폼인 Predix는 풍력발전과 같은 개별 발전 시스템의 발전 효율을 높이는데 적용되고 있다. Predix는 장비 성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재생에너지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4.0 전략 속에서 공장의 차세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공장의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BMW는 2014년 X모델의 생산거점에 iEMDS(Intelligent Energy Management Data System)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생산설비, 로봇 등의 에너지 소비량을 계측하여 DB화해,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기를 조기 발견하고 시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2020년까지 총에너지 7% 감축하는 것이다. 또한 독일 중기계 기업인 Krauss-Maffei의 경우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생산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있다. 동사는 플라스틱 사출기를 유압식 방식에서 에너지 소비가 적은 전자식 방식으로 전환했다. 세밀한 디지털 제어와 함께 생산공정에서 센서 정보를 수집하여 빅 데이터 분석으로 방열량을 줄여 에너지 소비량을 50% 감축했다.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SCM의 전체 과정을 IoT로 연결하여 AI로 효율성을 높이는 Smart Factory가 앞으로 정착될 경우 기존의 공장시스템을 도태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석연료를 활용해 중앙집중적으로 발전하는 기존의 전력시스템에 계속 의존하거나 공장시스템의 진화에 대응이 늦은 국가나 지역의 제조업 경쟁력은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맺음말
각국의 환경정책이 강화되고 그린산업의 기술 발전이 계속되면서 종전의 전망보다 빨리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석유류 가격의 하향안정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의 확대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트렌드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서도 그린·IT 이노베이션의 효과를 활용한 신흥기업이 증가하고 기존 기업을 도태시키는 압력이 강해지면서 새로운 사업, 서비스가 창조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과거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산업 구조가 크게 변화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조업이 주력 산업인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의 혁신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 사용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최근 에너지 가격안정의 큰 수혜국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격안정에 안주하여 에너지 트렌드 변화에 대응이 늦어진다면 재생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절약적 생산시스템 확대 등으로 에너지 코스트를 크게 낮추고 있는 다른 나라와 기업에 비해 순식간에 낙후될 수 있다. 선진국의 혁신 과정을 보면 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와 함께 에너지 수요와 공급 쌍방향으로 에너지 유통 과정을 지능화하고 실시간 수급 상황 변화에 맞게 자동적으로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체제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 미터나 ESS(축전지) 등의 하드웨어 기기의 개발과 함께 에너지 수요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DR(Demand Response) 사업자, 공급측에서 발전량 및 발전 예비능력을 실시간 관리하는 VPP(Virtual Power Plant) 사업자, 빌딩 에너지 관리 사업자 등이 다양하게 성장하는 등 전력시장의 자유화, 선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력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한 에너지의 IT화, 고효율화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간의 격차가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이 열세에 빠질 위험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신사업 기회 등 성장 촉진 관점에서도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전력체제에서 그린 전력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전력 관련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며, 수송 분야의 혁신 과정에서도 충전 인프라의 혁신 등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적극 포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석탄 등 기존 산업의 고용 감소 이상으로 그린 산업에서의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유전지대인 텍사스의 경우 풍력 발전이 지역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에너지의 그린화, IT화를 기반으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전개하면서 제조업의 혁신적인 차세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에너지 시장의 게임 룰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전환에 따른 위기와 기회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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