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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사업리더, 어떻게 육성해야 하나'

기업은 사업 성과 없이는 한시도 존재할 수 없다. 기업의 미래 성장과 발전 역시 사업가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는 뛰어난 사업가를 얼마나 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업가는 기업 내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고객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방향성을 설정하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결집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사업을 성공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진 리더들이다. 
 
창업 초기 또는 사업 모델 전환 등으로 인해 사업가를 키우기 어렵다면 외부에서 잘 육성된 사업가를 영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속 성장 기업이 되려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가를 키워내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육성 체계를 잘 갖출 필요가 있다. 회사의 경영 철학과 사업 전략, 고유한 업무 프로세스와 일 처리 방식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고 조직 내 필요 자원의 위치와 인력 수준에 대한 ‘감(感)’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면 오랜 기간 조직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GE, P&G, 교세라 등 오랜 역사와 지속적인 성장을 자랑하는 기업들을 보면 사업가적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보다 조기에 발굴하려고 애쓰고 있다. 육성 과정에서도 철저한 손익 책임을 강조하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면서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게 하며 의도적으로 시련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여 사업적 역량을 단련시키고 있다. 사업가 육성의 ‘The Best Way’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업가를 잘 육성하는 기업들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 목 차 > 
  
Ⅰ. 발굴은 조기에  
Ⅱ. 주도적 사업 경험을 통한 육성 
Ⅲ. 체계적 성장 관리
 
  
  
사업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면 사업가는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라도 잘 다듬어지지 않으면 그저 가능성 있는 잠재력에 그치고 마는 법이다. 지금처럼 복잡 다양한 경영 환경에서 요구되는 사업 능력은 기회를 발굴하고 조직 역량을 결집시켜 사업적 성과 창출로 연결시키는 고도의 복합적 역량이다. 이런 능력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타고 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사업가는 잘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기업들을 보면 사업가를 조기에 발굴하고 잘 육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대표 기업으로 130여 년 동안 이어지면서 잭 웰치나 제프리 이멜트 같은 뛰어난 사업가를 많이 배출한 GE가 그렇고, 1930년대 브랜드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처음 소개한 이후 인재사관학교의 명성을 이어가는 P&G나 1959년 일본의 교토에서 세라믹 부품 업체로 시작하여 현재 6만 명이 넘는 종업원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교세라도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업가를 잘 육성하려면 어떤 점들이 중요한지 살펴보자. 
  
 
Ⅰ. 발굴은 조기에 
  
 
사업가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사업 기회에 대한 통찰력,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 주변 자원의 활용 능력, 끈질긴 추진력과 유연한 대응력의 균형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역량들은 단기간 교육으로 길러지기 어렵다. 오랜 기간 동안 조직에 맞게 잘 다듬어지고 훈련되어야 제대로 빛을 발하게 된다. 따라서 사업가 육성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발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업가 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이 조기 발굴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유형 1. 채용 단계부터 구분하여 관리 
 
첫 번째 방식은 채용 단계부터 미래 사업가 후보를 일반 직원과 구분하여 선발하는 것이다. 사업가로 육성시킬 후보를 선발에서부터 Fast-track으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비용과 기간 면에서 효과적이다. 사실 채용이 이루어지는 짧은 기간 안에 사업가적 잠재력의 수준을 제대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 방법은 채용 담당자의 통찰력이 상당히 뛰어나거나 인력 검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가능하다. 
 
GE 사업 전체를 이끌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를 채용한 사람은 현재 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데니스 댐머만이다. 그는 1982년 당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캠퍼스 채용을 관리하던 중 하버드 MBA를 막 졸업한 25세의 젊은 이멜트를 만났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댐머만은 “나는 단지 몇 번의 대화만으로 단번에 비범한 사업가적 잠재력과 리더십을 타고 났음을 확신할 수 있었고 진정으로 그를 입사시키고 싶어했다”고 회고한다. 오랜 사업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된 댐머만은 이멜트의 이름을 정상적인 채용 프로세스에서 빼내어 소비자용품 사업 책임자에게 직접 추천서와 함께 소개하였고 동시에 잭 웰치에게 눈여겨볼 것을 권유하였다. 이처럼 채용 단계부터 사업가 육성 대상을 선택하여 집중 관리하는 전략은 채용하는 사람의 높은 통찰력과 판단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이런 채용 프로세스가 용인되는 시스템이 있어야 효과적이다. GE의 채용담당자는 부서를 옮기고 다른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본인이 사업가 후보로 선발한 인재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데니스 댐머만 역시 이멜트가 어느 정도 사업적 두각을 나타내고 다양한 사업과 조직을 옮기며 훈련 받을 때 커리어 개발 계획과 관련하여 회사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선택과 집중 전략은 조직적인 인재 검증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을 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사업가 육성에서 최고의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P&G가 대표적이다. P&G에서는 브랜드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브랜드매니저라는 사업가가 배출된다(<그림 1> 참조). 브랜드매니저 후보로 채용되는 마케팅 인재들은 자연스럽게 회사의 미래 사업가 후보풀에 포함되어 관리된다. 이러한 마케팅 인재를 잘 뽑기 위해 P&G는 엄격하고도 까다로운 채용 시스템을 운영한다. 채용 대상부터 각 나라의 상위 최우수 대학 출신으로 제한하며 입사 전 경력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철저히 역량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P&G가 중시하는 핵심 가치 중심으로 기본 역량을 검증한 후 1차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통 2~3일 간의 합숙으로 진행되는 마케팅 세미나 과정이 실시된다. 여기서 팀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전문성, 리더십, 혁신성, 태도 등을 재차 검증한다. 최종 합격자는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하지만 인턴이라고 해서 보조적인 업무만 수행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과 거의 같은 수준의 실무 프로젝트가 주어지고 그 결과물에 따라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사업가 육성의 틀이 잡혀져 있기에는 기업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구글도 채용 단계에서 사업가 후보를 구분하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구글에서는 뛰어난 수학적 능력과 천재적 ‘끼’가 미래 사업을 책임질 리더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자질로 인식된다. 이런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구글은 ‘옵스큐어식 채용’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예컨대 고속도로 광고판에 보통 사람은 주목하지 않지만 수학 천재들은 관심을 가질 수학 문제를 내고 문제를 푼 사람이 온라인에 접속하면 채용을 제안한다. 또, 멘사 클럽 등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들이 즐겨보는 과학, 수학 잡지에 기발한 방식의 채용 광고를 냄으로써 보통 사람과 천재를 채용 단계에서부터 구분한다. 실제로 구글은 채용에서 공공연하게 석,박사 이상 학력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유형 2. 인재가 빨리 드러나도록 조직 운영 
 
두 번째 방법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사람의 능력과 잠재력은 단기간에 판단하기 어렵다는 인간 존중의 철학이 강한 기업이나 구성원간 기회의 공평성을 중시하고 인위적 선발에 따른 위화감 조성을 꺼리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유형이다. 
  
일본 교토에 있는 세라믹 부품 기업 교세라가 대표적이다. 아메바 경영으로 많이 알려진 교세라는 1959년 설립된 후 지금은 200여 개 자회사에 종업원 6만이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교세라의 성장에 토대가 된 아메바 경영은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창업 초기 부품기업으로서 어려움을 겪던 원가 압박이라는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경영자로 키우기 위해 고안한 조직 운영 시스템이다(<그림 2> 참조). 전체 조직을 아메바라고 불리는 소규모 단위로 세분화하여 각 조직을 하나의 독립적인 중소기업처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별 아메바는 작게는 5~6명에서 많게는 50여 명까지, 평균 20~30명 수준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조직이다. 그러다 보다 조직의 성과나 손익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회사 전체 차원에서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크지 않아 보다 젊은 나이의 구성원에게 조직을 맡길 수 있다. 제조부문의 경우 최하위 아메바 리더는 20대 후반에 임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업 성과를 거둔 아메바 리더는 더 큰 아메바 리더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사업가가 육성되는 것이다. 
 
미래 경영학자 게리 하멜이 가장 수평적인 조직으로 언급한 고어사의 경우도 사업리더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조직을 운영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고어사는 천여 개가 넘는 제품 군과 세계 시장을 장악한 제품들이 있지만 특별히 핵심 사업으로 규정된 것은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직물, 전자, 의료, 산업재의 네 가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업부서와 지원부서로 나뉘어져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관리 계층도 없고 조직도나 보스도 없다. 
 
조직은 주로 소규모 프로젝트 팀으로 운영되는데 팀리더는 임명이 아닌 추천으로 결정된다. 연장자나 고직급자가 아니라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동료들로부터 인정 받는 사람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전체의 약 10% 정도인 이들이 바로 사업 리더로 성장하는 인재들이다. 현 CEO인 테리 켈리 역시 전임 CEO인 척 캐럴이 은퇴했을 때 전 직원들의 교차 투표와 토론의 결과로 결정되었다. 일정 직급 이상이 되어야 조직의 책임자가 되는 우리 기업들과 비교해볼 때 보다 젊은 나이에 사업을 책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Ⅱ. 주도적 사업 경험을 통한 육성 
  
 
사업가 발굴의 다음 단계는 체계적인 육성이다. 사업가 육성에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다. 그러나 일류 기업들이 배출한 훌륭한 사업가들의 성장과정을 짚어보면 육성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포인트들을 발견하게 된다. 
 
손익에 대해 책임을 진다 
 
사업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책임으로 손익이 있다. 손익 책임을 강조하는 대표적 기업은 일본의 교세라이다. 교세라는 매출에서 비용을 뺀 수익을 투입 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채산성’을 기준으로 하는 독특한 회계시스템을 운영한다. 교세라의 모든 조직은 시간당 채산성을 기준으로 평가 받는다. 아메바 리더의 최우선 목표는 당연히 아메바의 시간당 채산성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내부 조직간 거래 시 이전 가격이 외부 업체보다 불리하면 외부에서도 조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시간당 채산성 목표를 맞추려면 아메바 리더는 인력 운용이나 경비 사용에서 항상 손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교세라의 경비 항목은 나눌 수 있는 데까지 세분화되어 있다. 일례로 교통비는 항공비, 택시비, 버스비, 지하철비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 어떤 부분에서 더 절감이 가능한지 알 수 있도록 할 정도이다. 
 
P&G의 브랜드매니저들도 항상 담당 브랜드별 손익이라는 관점에서 매일의 복잡 다단한 비즈니스 과제들에 대응하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P&G는 엄격하게 선발한 인재의 내부 육성을 중시하는 만큼 웬만해서는 해고가 없는 기업이다. 이직률 또한 업계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 유독 브랜드매너저들만큼은 예외적으로 철저히 브랜드별 손익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사업가들이 성과에 의해 평가 받고 결과로 경쟁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다. 
 
주도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P&G에는 ‘조기책임제’라는 제도가 있다. 브랜드매니저로 양성되는 마케팅 인재들은 입사와 동시에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그 결과물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입사 6개월~1년 정도까지는 선배나 관리자의 코칭을 받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실력을 증명해내야 한다. 보다 일찍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쌓으면서 사업가로서 필요한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조기책임제는 작은 프로젝트나 소규모 조직에서 주도적 의사결정을 내려본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큰 사업에서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신념에 토대를 두고 있다. 
 
GE의 헬스케어 부문은 1995년 중국에서 초음파기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당시 중국 지역 책임자였던 한국인 구자규씨에게 사업 추진의 포괄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였다(<그림 3> 참조). 구자규씨는 중국 현지 의사들부터 만나보고 초음파기기에 대한 핵심 니즈가 값싼 가격과 휴대 편리성이라는 점을 파악하였다. 이는 기존의 크고 비싼 기기를 개선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었고 성능과 형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이런 고민 끝에 결국 노트북에 기반을 둔 휴대에 편리한 중저가 초음파기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현지에 맞는 사업 수행을 위해 기존 GE의 조직 형태와는 전혀 다른 현지인 중심의 조직을 구성하였다. 또한 중국의 상대적으로 짧은 인허가 기간을 고려하여 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였고 값싼 인건비 여건을 활용, 서비스 전담 직원을 대폭 늘렸다. 이처럼 현지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덕분에 GE의 중국 초음파기기 사업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공 경험은 의료, 에너지 부문에서 이후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성장이 있는 곳에 권한을 부여한다’는 원칙의 현지 완결형 조직(Local growth team) 모델 구축의 토대가 되었다. 구자규씨는 한국인으로는 몇 안되는 핵심 사업가 인재 풀에 선발되어 본사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하였다. 
 
폭 넓은 사업 시각을 확보한다 
 
조직을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되면 시장과 거래처는 물론 회사 내부적으로도 타 부서, 타 기능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조직이 클수록 규모와 범위가 커지는 사업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사업 전체적 관점에서 프로세스를 바라보는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은 작은 사업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업의 규모와 범위가 커지면 어려움을 겪고 주저 앉기 쉽다. 
 
교세라는 아메바 경영을 통해 젊어서부터 자기 부서뿐만 아니라 다른 아메바들까지 생각하는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연관 부서로의 로테이션을 통해 폭 넓은 사업 시각을 훈련시킨다. 예컨대 현재 교세라의 태양에너지 및 전자부품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마에다 타츠미 부사장의 경우를 보면, 22세 때 파인세라믹 부문의 자동차부품 사업부로 입사하여 아메바 리더로 성장하면서 부장까지 승진하였다. 이 후 타 부문 경험을 위해 본사 R&D 부품장비부문, 본사사업전략부문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GE의 경우에는 좀더 과감하게 사업가 후보들을 로테이션 시킨다. 진정한 사업가라면 사업 종류와 상관 없이 성공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연관성에 크게 개의치 않고 사업을 맡긴다. 제프리 이멜트는 본사 마케팅부문으로 입사하여 사업가 후보자를 위한 Fast Track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플라스틱, 가전, 메디컬 부문 등 산업과 고객의 특성이 전혀 다른 사업에서 책임자로 경험을 쌓았다. 또 현재 GE의 일본법인 책임자 요시아키 후지모리의 경우에도 1986년 입사 후 GE 일본법인, 메디컬 시스템 부문 아시아지역, 원자력 사업 부문의 미국 지역, 플라스틱 사업 부문 등을 거친 바 있다. P&G도 지역과 제품을 고려하여 폭넓은 사업 시각을 확보하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직무 로테이션을 시행하고 있다(<그림 4> 참조). 
 
시련과 역경 극복의 경험을 가진다 
 
보다 도전적인 목표를 부여하는 것도 사업가 육성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런데 사업가에게 필요한 도전적 과제는 단순히 성과의 기대 수준을 높게 설정하는 것보다 의도적으로 시련을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빨리 성장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혀 새로운 분야를 맡겨 사업을 개척하게 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사에 중요한 사업을 맡겨 회생시키게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설령 의도한 만큼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과정 자체가 사업가로의 성장에 중요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의도적 시련 부여를 통한 사업가 육성은 GE가 대표적이다. 크론토빌 연수원에서 경영자 후보 과정을 마친 제프리 이멜트는 1989년 HR부서로부터 다음과 같은 전화를 받는다. “우리는 지금 당신을 컴프레셔 불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전부문 서비스 사업에 배치하고자 합니다. 잭 웰치는 여기에 가전 부문 경험이 전혀 없는 인재를 보내 해결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가전은 물론 서비스 사업조차 경험이 전무했던 이멜트는 이것이 자신을 시험하는 소위 ‘Sink-or-swim’ 테스트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멜트는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여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이 때의 경험에 대해 이멜트는 “생존하는 법은 스스로 터득해야 했고 이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였다” 고 회고한다. 
  
 
Ⅲ. 체계적 성장 관리 
  
 
사업가 육성에는 조기 발굴, 자기주도성 훈련과 함께 조직 전체적 관점에서 성장 과정을 잘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기업마다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도나 시스템이 될 수도 있고 리더들간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에 바탕을 둔 비공식적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조직 문화로 정착되어 있는 상호 견제와 책임의 풍토가 사업가로 성장하는 인재를 잘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전사적 차원의 별도 관리 조직 
 
사업 부문이 많은 기업이라면 사업가 육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별도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사업가 육성을 단기적 성과가 우선되는 각 사업 부문에 맡겨두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또 사업부문간 장벽, 즉 사일로(Silo) 효과가 발생하는 등 전사적 관점의 시각이 확보되기 어렵다. 
 
GE는 1950년대 이후 사업이 다각화되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분권화된 경영 방식을 도입했으나 부문간 이기주의가 커지면서 인재를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다. 그러자 1960년대 후반 사업가 발굴, 육성, 평가를 전담하는 EMS(Executive Manpower Staff)라는 조직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전사 차원에서 본사가 직접 인재를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현재 EMS조직은 전 사원의 약 2%인 6천 여명의 인재풀을 관리하고 있다. 인재개발회의체인 세션 C에서 EMS Review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사업가 후보 발굴, 1년간 관찰한 결과, 보다 다양한 사업에 노출 시키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CEO와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 특히 임원급 핵심 인재 약 600명에 대해서는 교육 과정이나 직무 부여, 평가 및 보상 등 전반적인 인사관리를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가가 사업가를 키우는 체제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기보다 차상위 리더에게 사업가 관리의 책임을 맡기는 것도 좋은 육성 방식이 될 수 있다. 교세라에서는 아메바 리더를 선발할 때 상위 아메바 리더들로 이루어진 협의체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교세라의 상위 아메바 리더들은 자신의 사업과 상관 없다 하더라도 평소 하위 아메바 리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아메바 리더 협의체에서 명확한 근거에 토대를 둔 균형 잡힌 평가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한 의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업가가 최종 다다르는 목적지는 CEO이다. 사업가는 또 다른 최고의 사업가인 CEO가 직접 키워줄 때 최고가 된다. GE의 잭 웰치는 미래 사업가로 성장할 핵심 인재 약 600명에 대해서는 “CEO가 사업부에 빌려준 것이다”라고 공표하고 직접 챙긴다. 일례로 제프리 이멜트는 플라스틱 사업을 담당할 때 GM과의 거래에서 공급 계약과 관련하여 엄청난 손실과 함께 GM과의 사업적 협력 관계가 악화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 때 관심 있게 과정을 지켜보던 잭 웰치는 직접 나서야 일이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 GM의 CEO와 만나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이처럼 CEO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사업가는 보다 효과적으로 육성될 수 있다. 
 
경쟁과 책임의 조직 풍토 
 
사업가라면 성과로 경쟁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풍토가 조직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면 사업가로의 성장을 관리하는 특별한 조직이나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다. 
 
P&G의 사업가 후보군인 브랜드매니저들의 경우 담당 브랜드의 손익이 나빠지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사업 성과를 냈을 때는 승진에서 제외된다. 또 기한 내 승진하지 못할 경우 조직을 떠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는 냉혹한 ‘Up-or-out’ 시스템이 적용된다. 특이한 것은 좀처럼 해고를 하지 않는 P&G이지만, 이렇게 조직을 떠나게 되더라도 당사자나 조직 전체에 해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가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공감대가 조직 전체에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GE의 선택과 집중 방식이 조직 내 위화감 또는 형평성 이슈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도 CEO의 강력한 주도 하에 성과로 증명되는 실력주의 조직 문화가 굳건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성과의 질도 중시하는 평가 체계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실적이라는 숫자로 대변되는 성과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과를 도출한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때 사업가 성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장기 관점의 투자나 역량 강화 노력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과로 나타난 성과만으로 평가한다면 정정당당히 경쟁하기보다 편법을 쓰거나 비윤리적 방법을 마다않는 정도에 어긋난 사업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교세라는 사업가의 두 가지 요건으로 실적과 교세라 철학을 강조한다. 아메바경영 전파를 위해 만들어진 교세라 경영연구소의 아사다 전무는 “교세라에서 성과를 평가할 때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선 것은 아닌지 주위 사람들과 상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말한다. 또 윤리경영으로 유명한 존슨앤존슨에서는 팀워크 평가가 있다. 아무리 좋은 실적을 올린 사람이라도 팀워크 평가에서 기준 이하이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얻은 결과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하는 성숙된 경영철학이 진정한 사업가를 만들 수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사업가 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은 사업 특성, 경영 철학 등을 고려하여 고유의 사업가 육성 방식을 정립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가고 있다.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사업가 육성의 ‘The Best Way’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보다 효과적인 사업가 육성을 위해서는 사업가적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보다 조기에 발굴하여 이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책임져보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성과를 창출하고 역량을 검증 받도록 하는 육성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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